2009.04.05 22:15

파이오니아 쿠로 PDP-5020FD 플라즈마 TV (2)
- posted by 최 원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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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의 세 가지 화질 포인트

이제 본격적으로 PDP-5020FD의 화질 분석에 들어가 보자. 많은 평론가들이 파이오니아 쿠로를 가장 화질이 좋은 플랫형 TV로 꼽는다. 필자도 같은 생각이다. 그런데 쿠로는 왜 화질이 좋은 것일까? 컬러의 정확성이나 명목 상의 명암비 같은 것으로 따지면 쿠로보다 더 좋은 수치를 보여 주는 TV들도 많다. 하지만 아무리 컬러가 정확하고 명암비가 높다는 TV도 막상 쿠로와 Side-by-Side로 비교하면 실제 명암비나 컬러의 생동감에서 일단 밀리고 들어간다.

쿠로의 화질 포인트를 필자는 보통 다음의 세 가지로 요약해서 설명하곤 한다.

(1) 딥 블랙 표현 능력. 특히 화면의 전체 APL에 관계 없이 평탄히 유지가 되는 암부 컨트롤 능력.
(2) 섬세하고 정확한 계조 표현력.
(3) 우수한 발색(發色) 능력으로 인한 생동감을 주는 윤기 있는 컬러.

이렇게 세 가지이다. (1)은 영상 다이내믹 레인지를 높이고, 암부를 살려줘 영상을 시원하게 만들어 주며 (2)는 화면을 자연스럽고 섬세하게 표현해준다. 그리고 (3)은 쿠로의 화면을 투명하고 비비드하게 만들어 준다. 이 외에 패널 유니포미티 특성이 좋다던가, 72Hz 트루레이트를 지원하는 점, 평탄한 그레이스케일 등의 장점들도 있겠지만, 쿠로가 LCD TV를 포함한 경쟁사 제품들과 확실한 차별점을 갖는 포인트는 역시 위의 세 가지라 할 수 있겠다.

블랙 그리고 명암비

그 중에서도 세인(世人)들이 9세대 쿠로에 대한 갖게 되는 가장 큰 관심사는 아마도 "블랙"일 것이다. 8세대 쿠로가 처음 출시 되었을 때에도 역시 '블랙'이 화두였다. 당시로서는 명목 상으로도 가장 우수한 수치를 보였었다. 그 후 블랙 레벨을 크게 낮춘 TV들이 속속 등장 했지만, all black signal일 때 아예 전기를 차단 시켜 버리는 "꼼수" 피는 기술을 제외 한다면, 실제로 8세대 쿠로의 블랙과 대등한 수준의 제품은 파나소닉 비에라 PZ800U 모델과 소니 X4500 등 몇 모델 없다. 그러나 단순한 0 IRE 블랙만이 아닌 압부의 계조 표현까지 고려해서 따지면 아직도 8세대 쿠로가 이들 제품들보다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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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세대 쿠로는 "블랙"을 제외하면 8세대 쿠로와 화질적으로 다른 것이 별로 없다. 역시 포인트는 블랙이다. 8세대 쿠로의 Black Full Field 밝기는 0.006 cd. 그런데 9세대 쿠로는 0.0014 cd 이다. 8세대 쿠로의 약 25% 수준이다. 한 마디로 "갈 데까지 다 간 블랙"이라고 보면 된다. 간단히 말해 이렇다. 쿠로의 본체의 프레임을 이루는 베젤의 루미넌스를 측정해보면? 반드시 0 cd가 나오지 않는다. 0.000 ~ 0.001 cd 가 나온다. 0.001 cd는 굉장히 미소(微小)한 수준의 광량으로 사실 0 cd와 쉽게 구분이 가지 않는다. 피아노 마감이기 때문에 어디선가 흘러 들어온 보이지 않는 빛에라도 약간은 반사될 수 있다. 그러나 육안으로는 아주 까맣게 보인다. 실제로 9세대 쿠로에서는 2.35:1 영상을 볼 때 아래 위의 블랙바와 베젤이 거의 구분이 가지 않는다. (물론 암전 상태에서의 이야기이다. 밝은 대낮이라면 구분이 안 갈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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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리뷰에 사용된 PDP-5020 기기의 화면에 11 step vertical grayscale bar를 띄워 놓고 찍은 스크린 샷이다. 맨 우측이 100% 화이트이다. 디카로 찍은 사진이라 실제 육안으로 본 것과 같지는 않겠지만 사진 상으로도 맨 좌측의 0% 부분과 베젤은 캄캄한 환경 하에서는 실제로도 거의 구별이 가지 않는다.

9세대 쿠로의 블랙이 빼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퍼펙트 한 것은 아니다. 해외의 9세대 쿠로 리뷰를 보면 0 IRE 블랙의 밝기를 0 fL 또는 0.001 fL 라고 표현이 되어 있다. 필자가 사용하는 루미넌스 측정기(미놀타 LS-100)는 소숫점 세 자리까지 표시를 한다.(측정 자체는 소숫점 네 자리까지 한다. 단지 표시를 사사오입해서 소숫점 세째 자리까지 하는 것이다.) 루미넌스 전용 측정기 중에서는 성능이 가장 우수한 편에 속하며, 해외의 유명 리뷰어들도 이 기기를 많이 사용한다. 예전에는 이 측정기로 측정 하지 못하는 디스플레이 기기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기술이 발전하다 보니 요즘은 측정이 까다로워진 기기들이 많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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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필자와 이종식님은 요즘은 주로 칸델라 단위를 이용해 측정을 한다. 조도를 나타내는 단위는 칸델라(cd)와 풋램버트(fL) 두 가지가 많이 쓰이는데, 칸델라가 풋램버트보다 더 수치가 크게 나타난다. 3.426 cd 가 1.0 fL 이다. 따라서 LS-100가 표시하는 최저 풋램버트 수치인 0.001 fL는 0.003426 cd 에 해당한다. 그런데 쿠로도 그렇지만 요즘은 0.003 cd 보다 낮게 나타나는 디스플레이 기기들이 종종 있다. 이들을 풋램버트 단위로 측정하면, 0.001713~0.003426 cd는 반올림해서 0.001 fL로 나타나고, 0~0.001713 cd 이하는 0.000 fL로 나타난다. 이게 풋램버트 단위의 한계이다. 그래서 이종식님과 필자는 더 작은 수치까지 측정 할 수 있는 칸델라 단위를 주로 사용하는 것이다.

미국 사람들은 아직도 피트법을 고집한다. 풋램버트는 피트법에 해당된다. 따라서 그 쪽 사람들에게 9세대 쿠로는 0 fL 또는 0.001 fL 두 가지 중 하나이다. 실제로 풋램버트로 재면 수치가 이 두 숫자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그런데 아무리 블랙이라고 해도 전기가 차단된 것 같지는 않은데 0 이라 하기는 뭣하고... 그냥 0.001 fL 이라 하자... 뭐 이렇게 된 것 같다. 그래서 어떤 분은 9세대 쿠로의 블랙이 0 라고 하던데 맞느냐고 묻기도 하셨는데 분명 말씀 드리지만 0 는 아니다. 그렇다고 0.001 fL도 아니다. 그보다는 아래인 풋램버트로 굳이 환산하면 0.0004 fL 쯤 된다. 앞서 말씀 드렸던 0.0014 cd 는 측정단위를 칸델라와 풋램버트로 바꿔 가며 시간평균법(time-averaged method)으로 추정한 것이다. 따라서 항상 0.0014 cd 인 것이 아니고 수시로 바뀐다. 대개 0.001~0.002 cd 사이에서 오가지만 때로는 0.002~0.003 cd에서 오가기도 한다. 그러나 블랙 패턴에서는 0.003 cd를 초과한 적은 없었고, 실제 그림에서도 0 IRE는 0.004 cd 를 넘는 법은 없었다. 쿠로는 두 가지의 절전모드가 있는데 <MODE 2>를 선택하면 <OFF> 보다 블랙이 아주 조금 더 내려 가기는 하는데 별 의미 없는 수준의 차이이다. 아무튼 9세대 쿠로는 이제까지 출시된 플랫형 TV 중에서 가장 완벽한 블랙 컨트롤 능력을 보여 주는 제품이라고 단언 할 수 있다.

Black과 White의 Full Field 패턴을 가지고 계산하는 고정 명암비가 플라즈마 TV에서는 사실 별 의미 없는 수치라는 것을 여러 차례 말씀 드린 바 있다. 플라즈마 TV는 APC(Auto Power Control) 기능이 있기 때문에, 화면 전체가 화이트 일 때와 화면의 일부분이 화이트 일 때의 화이트 부분의 밝기가 서로 다르다. 실제 예를 들어 보자. 아래 왼쪽 사진처럼 화면 전체가 100 IRE 화이트가 되면 PDP-5020FD는 56.1 cd의 밝기를 나타낸다. 그러나 우측 사진처럼 화면의 1/9만 100 IRE 화이트 윈도우이고, 8/9가 블랙이면 TV는 블랙 쪽 전류를 화이트 쪽에 몰아 주기 때문에 화이트 쪽 밝기가 131.8 cd까지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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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반해 LCD TV는 어떤 패턴이 들어 와도 밝기가 비슷하게 나타난다. 따라서 Full Field로 고정 명암비를 따지면 항상 LCD 보다 PDP의 명암비가 낮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실제 영상에서 화면 전체가 하얗게 나올 일은 거의 없다. "눈 보라 치는 북극 평원에서 백곰이 하얀 이불 덮고 백설탕 핥아 먹는 장면"이 아니라면 말이다. 따라서 혹자는 PDP의 고정 명암비는 1/9 Window 패턴 쯤에서 따지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실제로 PDP는 1/9 Window 패턴의 밝기가 LCD TV와 엇비슷하게 나오기 때문이다. (한편 제조사들은 고정 명암비를 높이기 위해 1% Window를 쓰기도 한다나 어쩐다나...?) 일리는 있지만 그렇게 자기 맘대로 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Full Field Pattern을 기준으로 한 고정 명암비는 40,000 : 1 이 나온다. 8세대 쿠로인 PDP-5010FD가 9,100 : 1 이었으니 네 배쯤 증가한 셈이다. 필자가 작년에 접했던 삼성 칸느 750는 블랙 필드가 들어 오면 전기 신호가 아예 꺼졌다. 따라서 측정값이 0 이다. 작년에 "100만 대 1"이라는 마케팅 용어가 처음 적용 되었던 기기인데 전기 신호가 아예 안 들어오니 100만 : 1 이 아니라 사실 ∞ : 1 (무한대 : 1)이 맞다. 이게 "꼼수"라는 것은 여러 차례 이종식님이 설명 드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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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뿐 아니고 요즘은 이런 "꼼수"를 쓰는 업체들이 꽤 많다. 올 블랙 신호가 들어오면 전기가 꺼져 0 가 된다. 하지만 아주 약간만 흐릿한 영상이 들어와도 패널에는 다시 전기가 흐르고, 조금 전 전기가 꺼졌을 때와는 전혀 다른 수준의 블랙 레벨을 보여 주게 된다. 화면 전체가 블랙인 상태에서만 오로지 명암비가 좋을 뿐이고, 실제 영상에서는 전혀 별개로 따로 노는 것이다. 이런 식의 블랙 레벨 수치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실제 영상에서 올 블랙 씬은 거의 없다. "달도 뜨지 않은 칠흑 같은 그믐날 밤, 캄캄한 동굴 속에서 까마귀가 먹물 뒤집어 쓰고 웅크리고 앉아 검은 콩 까먹고 있는 장면"이라면 쓸모가 있겠다. (그러고 보니 픽사 애니메이션 "Cars"에서 주인공 매퀸이 등장하는 첫 씬을 보면 이례적으로 올 블랙 장면이 여러 컷 삽입 되어 있다.) 실제 영상에서는 전혀 의미가 없지만, 제조사 입장에서는 명목 상의 고정 명암비가 높아진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꼼수"이다. 즉, '그 들만의 측정치'인 셈이다.

올 블랙 신호가 들어 왔을 때 전류를 차단 하는 것은 요즘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는 삼성 파브 B7000 LED 패널 LCD TV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9세대 쿠로도 또한 그런 "꼼수" 대열에 가담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삼성 칸느 750과는 약간 종류가 다르다. 삼성 칸느 750은 전기가 차단 되는 타임이 한 박자 늦고, 약간만 밝은 영상이 등장해도 곧바로 "꼼수"가 깨져 버린다. 그러나 삼성 B7000은 아주 순식간에 화면을 꺼버리기 때문에 칸느 750보다 훨씬 더 실제 영상에 효과적이다. "Cars"에서 매퀸의 등장씬을 예로 들자면, 칸느 750은 일단 회색 화면 한번 나오고 잠시 뒤 제로 블랙 화면이 되지만, B7000은 순식간에 제로 블랙이 된다. 또 B7000은 화면에 밝은 부분이 있더라도 그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일정량을 넘지 않으면 제로 블랙을 그대로 유지 한다. (이종식님의 B7000 리뷰 2부를 참조 하시기 바란다.)
 
한편 9세대 쿠로의 제로 블랙은 그와는 경우가 좀 다르다. 9세대 쿠로는 올 블랙 패턴의 밝기가 상황에 따라 약간씩 다르게 나타난다. 방금 전 영상의 APL이 어느 정도였는지에 따라 더 진한 블랙이 나타나기도 하고 덜한 블랙이 나타나기도 한다. 자세히 살펴 보니 대략 3단계 정도의 스텝 변화가 있었다. 처음에는 0.002~0.003 cd 정도의 블랙인데 편의상 이를 1단계 블랙이라 하자. 그 뒤 약 10초 쯤 지나면 0.001~0.002 cd 수준으로 블랙이 더 깊어진다. 이를 2단계 블랙이라 하자. 그리고 다시 20초쯤 더 지나면 아주 캄캄한 상태의 0.000~0.001 cd 수준의 블랙이 되는데 이를 3단계 블랙이라 하자. 3단계 블랙은 진짜 블랙이다. 전기를 완전히 꺼버린 상태로 사실 상 0.000 cd라 봐야 한다. (그러나 측정기는 베젤을 측정해도 0.000~0.001 cd로 나온다.)

사실 10초 뒤, 30초 뒤 나타나는 블랙 레벨은 유의미한 수치가 아니다. B7000 처럼 즉시 전기가 꺼지는 경우야 사실 유의미하지만 이 또한 실제 밝고, 어두운 부분이 뒤섞인 장면에서는 무용지물이라면 또한 유의미하지 않다. 그런데 쿠로는 그렇게 볼 수도 없다. 앞서 언급한 3단계 과정을 언제나 거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때에는 2단계 블랙이 곧바로 나타났다가 잠시 뒤 3단계 블랙이 되기도 한다. 이게 나름의 어떤 알고리즘이 있을텐데 아직은 그 이치를 파악하지 못하겠다. 따라서 쿠로의 블랙 수치를 1~3단계 중 어느 것으로 채택해야 할 지 애매하다.

그런데 쿠로는 다른 "꼼수" 기종과 달리 화면이 올 블랙이 아니라 APL이 꽤 밝다 하더라도 블랙 부분의 레벨은 여전히 0.001~0.004 cd 수준을 유지한다. 그래서 보통 때에는 블랙에 별 신경을 쓰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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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옆 사진 처럼 10% 윈도우 패턴를 켜 놓은 경우에 블랙 레벨은 1단계 블랙이 아닌, 2단계 블랙이 곧바로 나타나기도 한다. 어떤 때에는 1단계 블랙이다가 10초 쯤 뒤에 2단계 블랙이 되기도 한다.(옆 사진이 0 % 블랙으로 보이는 분들은 그림을 클릭해서 확대해 보시기 바란다.) 어떤 경우에도 0.001~0.003 cd 사이이다. 어떤 경우이든 풋 램버트로 재면 모두 0.001 fL가 되니까 말하기 쉬운데, 까탈스럽게 칸델라로 언급하려고 하니 애매하다. 결국 필자는 가장 자주, 많이 등장하는 것이 2단계 블랙(0.001~0.002 cd)이므로 이 블랙을 9세대 쿠로의 레퍼런스 값으로 하기로 결정했다.
 
필자는 쿠로의 이러한 단계별로 변하는 블랙 현상을, 명암비를 증가 시키려는 "꼼수"의 목적이 아니라, Image Retention(=Burn-In)을 막기 위한 방어 작용의 하나로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쿠로는 Image Retention의 바로 이전단계인 After Image Ghost가 상당히 심한 편이다. 특히 구입하고 약 200여시간은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특히 Black Ghost가 꽤 심한 편이다. 2%, 4% Black Bar 같이 보일락 말락 하는 캄캄한 영상도 5분 이상 계속 켜 놓고 있으면 여지없이 화면에 '새겨져 버린다'. 그런데 '새겨진다'는 말에 겁 먹을 필요는 없다. 다른 영상이 겹쳐지면 금세 그 '새겨진 영상'은 사라 진다. Burn-In 된 것이 아니라, 아직 초기의 Retention 상태인 Image Ghost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금지옥엽 곱게 다뤄 달라는 투정 같아 보인다.) 그래서 쿠로에서 그런 작용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1/9 Window Pattern을 기준으로 하면 쿠로의 100 IRE 밝기는 131.8 cd 가 나오는데 이는 LCD TV 들과 엇비슷한 수치이다. 이를 기준으로 최근에 이종식님이 리뷰 하신 LCD TV들과 쿠로의 고정 명암비를 비교해 보면 아래와 같다. 각 모드들은 영화 모드 또는 유저 모드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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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파브 B7000은 앞서 말한대로 올 블랙 신호 시 전기를 꺼 버리기 때문에 ∞ : 1 이다. 쿠로 9세대와 소니 X4500은 비슷한 수준의 블랙 레벨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난다. 명목 상의 명암비에서도 9세대 쿠로는 꽤 높은 수치를 보이지만 사실 실제 영상에서는 LCD TV들과는 차원이 다른 영상 다이내믹 레인지를 보여 준다.

블랙 컨트롤과 영상 다이내믹 레인지

앞서 언급했던 APC 기능 때문에 보통 PDP는 감마나 안시 명암비 실측 결과를 100% 그대로 믿을 수 없다. 그러나 TV가 Grayscale Uniformity가 좋고, 계조 표현력이 정확 하다면, PDP의 감마나 안시 명암비도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삼성의 LED 광원 LCD TV인 B7000은 얼마 전 이종식님이 이미 리뷰하신 바 있거니와, 필자 또한 화질과 디자인 두 가지 측면에서 모두 진일보한 의미 있는 작품으로 보고 있다. LCD TV라면 소니 X4500 처럼 다소 '무식한 방식'의 RGB LED 로컬 디밍을 쓰지 않는 이상, 현재로서는 최상의 선택이 B7000 급 언저리에 있다고 보여진다. (사족蛇足: 소니가 만일 계속 RGB LED 로컬 디밍으로 차별화를 꾀한다면, 소니 또한 파이오니아의 전철前轍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쿠로는 X4500 보다 화질에서 더 앞섰고, 가격이 더 쌌지만 결국 망했다. 소니로서도 어떻게 해야 할 지 참 막막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LCD TV는 LCD로서의 화질적인 한계가 있다. 아래의 4x4 체커보드 패턴을 이용해 안시 명암비를 측정해 보았다. B7000은 White 평균이 135.8 cd, Black 평균이 0.040 cd로 안시 명암비가 3400 : 1 정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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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로 PDP-5020FD는 White 평균이 77.6 cd, Black 평균이 0.005 cd로 안시 명암비가 15100 : 1 정도가 나왔다. 삼성 B7000은 올 블랙 패턴에서는 전기가 아주 꺼져 버리기 때문에, Full Field를 기준으로 한 고정 명암비 ∞ : 1을 기록 하지만, White와 Black 이 한 화면에 공존하는 체커보드 패턴에서는 블랙이 다소 들뜰 수 밖에 없다. 그러나 PDP-5020FD는 한 화면에 화이트와 블랙이 공존하더라도 블랙 파트는 영향을 훨씬 덜 받는다. 체커보드에서 블랙이 0.005 cd라면, 대부분의 LCD TV 올 블랙 패턴보다도 훨씬 더 안정된 수준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 영상에서 쿠로의 그림이 훨씬 다이내믹하고 영상이 투명하게 보여진다. 그러나 LCD TV는 어두운 부분이 밝은 부분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실제 영상에서는 다소 들뜨고 막이 낀 것 처럼 투명하지 않게 보인다. 로컬 디밍을 쓰면 이 부분에서 다소의 개선점이 있지만, 그건 같은 LCD TV 끼리 비교할 때 이야기이고, 쿠로와 비교 할 때는 로컬디밍이든 글로벌 디밍이든 피장파장이다.

모든 PDP가 다 쿠로 같지는 않다. 그래도 필자는 아직도 PDP가 LCD보다는 훨씬 더 좋은 화질을 만들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노력만 하면 말이다. 하지만 다 시대에 뒤 떨어진 소리이다. LCD의 파상 공세에 밀려 앞날이 불투명한 PDP을 더 좋다 하고, PDP 중에서도 망해 버린 쿠로를 또 그 중 제일 좋은 화질이라 하고... 계속 후진 기어 넣고 가는 셈이다. 아니면 나는 바로 가고 있는데 스쳐 지나가는 세상이 뒤로 움직이는 것이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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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의 블랙이 왜 파워풀 한지 알 수 있는 실험을 한 가지 더 해 보자. 블랙 레벨을 올 블랙 상태가 아닌, 윈도우 패턴(옆 사진) 단위로 측정해 보았다. 각 패턴은 중앙에 화이트 윈도우가 있고, 사이드 쪽에 4% 블랙바가 위치 하고 있다. 이 두 부분을 제외한 모든 백 그라운드는 0 IRE 블랙이다. 블랙바와 윈도우 사이의 백 그라운드 부분(노란색 마크 지점)을 측정하고, 윈도우의 밝기를 측정했다. 윈도우는 10 IRE, 20 IRE, 30 IRE... 100 IRE로 계속 바꿔 가며 측정을 했다. 흰색 부분의 밝기가 바뀔 때 백 그라운드 부분(0 IRE)이 얼마나 간섭을 받는지 측정해 본 것이다. (고정 명암비 수치에 대한 신뢰도가 점점 떨어지는 세상이라 앞으로는 이런 방법을 종종 사용 해야 할 것 같다.) 측정 결과는 아래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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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가 되어서 그렇지 사실 삼성 B7000의 계조별 컨트라스트 비도 상당히 우수한 편이다. 대부분의 LCD TV들이 몇백 대 1 수준을 넘지 못한다. LCD TV의 하이엔드 업체들과 중소업체들의 제품 차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경우이기도 한데, 이 부분의 특성이 좋지 않으면 화면이 뿌옇고 들떠 보이기 십상이다. 그러나 위 표에서도 보듯이 삼성 B7000은 글로벌 디밍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밝은 쪽에서는 2000~4000:1의 아주 안정된 명암비를 보여주고 있다. 단, 암부 쪽은 역시 아직 LCD TV에게는 취약지역이다.

한편 쿠로 PDP-5020FD는 표에서 보듯 중앙의 윈도우가 10 IRE이든, 100 IRE에 관계 없이 백그라운드 블랙(0 IRE) 의 밝기가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한 마디로 블랙 컨트롤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이는 PDP의 특성이 아니라, 쿠로의 특성이다. 굳이 따지자면 PDP는 1920x1080의 207만개의 로컬디밍 픽셀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PDP가 블랙 컨트롤이 그리 좋지 못하다. 위의 경우에서 C/R이 나쁘게 나오는 것은, 암부의 경우는 뭉쳐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밝은 쪽의 경우는 블랙 부분이 들뜨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암부가 뭉쳐지면서 블랙이 들뜨면 그림이 답답하게 보여지고, 밝은 쪽이 뭉쳐지면서 블랙이 들뜨면 그림에 막이 낀 것 처럼 보인다. 이렇게 영상 다이내믹 레인지가 떨어지게 되면, 그림이 입체감을 잃고 평면적으로 보여지게 된다. 그냥 패널에 그림이 칠해져 있는 느낌인 것이다. 이게 아직까지는 LCD TV의 한계이다. PDP는 그렇게 가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 요즘 LCD TV의 영상을 흉내내다 보니까 자꾸 그런 식이 되고 만다. 한편 쿠로의 영상에서 한층 다른 입체감과 생동감을 느끼게 되는 것은 바로 이 블랙 컨트롤 능력이 주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영상을 우리는 영상 다이내믹 레인지가 넓은 그림이라고 부른다.

실제 영상의 예를 하나 들어보자. 아래는 영화 "다크 나이트"의 한 장면이다. 화면의 군데군데를 알파벳으로 마킹해 놓았는데 잘 안 보이시는 분은 사진을 클릭해서 크게 보시기 바란다. ⓐ는 남자의 머리 빛나는 부분, ⓑ는 여성의 콧날 부분, ⓒ는 옆 가죽 의자 등받이 어두운 부분, ⓓ는 2.35:1 화면을 벗어난 블랙바 부분, 그리고 ⓔ는 베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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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 PDP-5020FD의 경우 ⓐ가 68.8 cd, ⓑ가 5.6 cd가 측정 되었으며, ⓒ는 0.005 cd, ⓓ의 블랙바는 0.003 cd, 그리고 ⓔ의 베젤 부분은 0.001 cd가 측정 되었다. 동일한 화면을 삼성 B7000에 걸어 놓고 같은 부분을 측정했다. ⓐ 부분의 밝기가 비슷한 수치는영화 모드에서 백패널 밝기 3으로 놓았을 때. 측정 결과는 ⓐ가 67.5 cd, ⓑ가 3.6 cd, ⓒ는 0.045 cd, ⓓ의 블랙바는 0.028 cd, 그리고 ⓔ의 블랙바는 동일하게 0.001 cd가 나왔다. 밝은 부분은 별 차이가 없지만 어두운 부분은 10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대부분의 LCD TV가 다 그렇다. 명목 상의 수치보다도 실제 영상에서 쿠로의 그림이 훨씬 더 다이내믹하게 보이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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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 PDP-5020은 블랙 레벨과 화이트 레벨의 익스텐션을 조정하는 메뉴를 가지고 있지 않다. 전자(前者)는 필요가 없다. PDP-5020FD는 Below Black을 다 표현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후자(後者)에 해당되는 DRE 기능이다. 엘리트 모델과 시그니처 모델은 DRE 기능을 "강, 중, 약, 끄기" 네 단계로 제공 한다. PDP-5020FD는 그 중 "끄기"에 해당되는 모드가 디폴트인데, 여기서는 Above White가 보이지 않는다. 관련 테스트 패턴(옆 사진)을 띄워 보면 98% 화이트 바, 100% 화이트(백그라운드)는 보이지만 102% 화이트 바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아주 안 보이는 것도 아니고, 눈 크게 뜨고 보면 보일락말락 한다. 테스트 패턴에서 102%가 보여야 실제 영상에서 화이트 클립핑이 일어나지 않는다. 완성도가 아쉽낟. 그러나 엘리트 이상 모델은 DRE를 Low로 놓으면 이러한 클립핑 현상을 해결 할 수 있다.

감마 및 계조 컨트롤

APC가 작동되는 플라즈마 TV의 특성 상 측정되는 감마 값은 언제나 절대적일 수 없다. 순간순간의 화면 밝기에 따라 언제나 유동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쿠로는 계조의 층이 많고 값이 균일한 편이어서 감마 지표도 성능을 나타내는 유효한 지표가 될 수 있다. 간단히 말해 이렇다.
 
넓은 의미의 계조(Grayscale)에는 세 가지 요소가 있다. 계조의 범위, 계조의 층(layering), 계조의 정확성 등이다.

(1) 계조의 범위가 곧 명암비이다. 일단 블랙과 화이트의 간격이 넓어야 그 안에서 많은 층들이 뛰어 놀 수 있다.
(2) 한편 계조의 층이 많으면 표현되는 빛 정보가 더 세밀해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그림을 만들어 낸다. 좁은 의미의 계조가 바로 이 것이다. 계조 표현력이 화질에 끼치는 영향력은 명암비보다 크면 컸지, 결코 작지 않다. 명암비가 넓다고 계조가 섬세한 것은 아니다. 이건 완전히 별개의 능력이다. 일단 집이 커야 사람을 많이 재울 수 있겠지만, 집 크게 만드는 재주와 사람 불러 모으는 재주는 또 전혀 별개이다. 사람은 몇 명 없는데 허세 부리느냐고 집만 크게 만드면 띄엄 띄엄 썰렁하기만 하다.
(3) 마지막으로 계조의 정확성. 이 부분이 감마파트이다. 그런데 인간의 눈은 원래 빛의 밝기에 신축적으로 적응하기 때문에, 동시에 여러 계조의 빛을 감지할 때에는 각각의 빛의 양을 정밀하게 판단 하지 못한다. 따라서 계조의 정확성에는 절대적인 기준이 없다. 표준 값만 있을 뿐이다. 감마 표준값이 디스플레이 기기나 원본 소스의 종류에 따라 2.2~2.6으로 유동적인 이유도 이와 관련있다. 그런데 기준이 어떻든 그 값을 정확히 표현 해내는 능력은 계조의 레이어링이 많은 것, 즉 계조의 섬세함과 관련이 있다. 즉, APC가 작동하는 PDP라고 해도 계조의 층이 많으면 감마 컨트롤 능력도 정확해 질 확률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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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표는 쿠로 5020의 계조별 감마 트랙킹 표인데, PDP의 특성을 감안해 1/9 Window 패턴 시 측정값과 100% Full Field 패턴 시 측정값을 각기 따로 구해 비교해 보았다. 표에서 보듯 쿠로 PDP-5020FD는 밝기의 과다(寡多)에 관계 없이 모두 고른 감마 커브를 유지해 주었다. 1/9 윈도우 패턴의 평균 감마값(붉은 글씨)은 2.12, 100% 풀 필드 패턴에서의 평균 감마 값은 2.13. 거의 비슷하다. 유감스럽게도 PDP-5020FD는 감마 컨트롤 값이 고정이다. 사용자 선택 메뉴 자체가 없다. 상급 기종인 엘리트 모델은 세 개의 감마 컨트롤 모드를, 시그니처 모델은 다섯 개의 감마 컨트롤 모드를 제공한다. 그러나 5020FD는 고정이다. 평균 감마 값 2.13은 필름 감마 표준값 2.2 보다는 다소 낮다. 그러나 (1) 1/9 윈도우와 100% 윈도우의 커브 값이 별 차이가 없다는 것, (2) 계조별로 커브 값이 일정 하다는 것은 꽤 고무적이다. 이 두 가지 요소가 신통치 않으면 계조가 들쭉 날쭉해져, 영상이 차분하지 못하고 무언가 어설픈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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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방식으로 감마 값을 한번 더 측정해 보았다. 10 스텝 그레이 패턴을 띄우고 각 스텝 바의 루미넌스를 측정해 보았다. 이런 식의 감마 측정은 표준 방식은 아니지만, 윈도우 패턴이 바뀔 때마다 감마 기준이 바뀔 소지가 있는 'PDP의 변덕스러움'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비교를 위해 삼성 B7000을 한번 더 동원해 보았다. 두 제품 모두 평균 감마값 2.2 전후의 표준적인 측정치를 보여 주었다. 쿠로 PDP-5020FD는 역시 이번에도 계조별로 꽤 고른 감마값을 보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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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삼성 B7000도 중간 대역은 비교적 평탄한 편이다. 그러나 암부 쪽은 감마가 다소 높고, 밝은 쪽은 급격히 떨어지는 등 편차가 다소 있다. 사실 대부분의 플랫형 TV들이 대개 이와 비슷한 특성을 보인다. 암부 감마 값이 상대적으로 높고 밝은 쪽 감마 값이 상대적으로 낮으면 평면적이고 들뜬 영상이 나타나게 된다. LCD 만 그런 것이 아니고 PDP도 그런 경우가 많다. 무언가 영상이 입체감이 없고 평면적이다 싶은 경우는 대개 실 화면에서의 감마 트랙킹이 균일하지 않기 때문으로 보면 된다.
 

서브 필드 프레임과 계조 표현력
 

작년에는 120Hz 라는 수치가 TV 광고마다 꼭 등장 했었다. 올해는 한술 더 떠서 240Hz 라는 수치도 등장 준비 중이다. 마케팅 부서에는 그럴 듯 해보이는 기술적 수치 하나 잡아 살 붙이고 말 붙여 광고 하는 것이 주 업무이다. LCD TV를 만들어 내는 삼성, LG, 소니가 Hz 단위의 수치를 가지고 광고를 해대니까, PDP가 주력인 파나소닉 쪽에서는 내심 속이 상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PDP 쪽에서도 Hz 단위의 수치가 하나 등장했다. 소위 말하는 서브 필드 프레임 레이트(Sub-Fiedl Frame Rate)이다. 처음에는 480Hz라는 수치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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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자들로서는 뭐가 뭔지 자세히 모르지만 아무튼 똑같은 Hz 단위인데 LCD TV 수치보다 무려 네 배나 높다니... 파나소닉 PDP가 무언가 대단한 제품인양 속기 딱 쉽다. 이종식님의 CES 리포트를 읽어 보니 이제는 LG에서도 서브 필드 주파수를 홍보 문구에 사용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LG 전자의 안내판에는 "600Hz sub-field driving for smooth motion picture" 라는 문구가 있었다고 하니, 아마도 기술 부서의 확인 없이 마케팅 부서에서 짐작으로 만든 모양이다. PDP의 서브필드 프레임이란 LCD TV에서 언급되는 프레임 레이트와 전혀 다른 종류의 개념이다. 그저 단지 사용되는 단위만 Hz로 같을 뿐이다.
 
서브 필드 프레임은 모션을 부드럽게 해 주는 것이 아니다. 모션을 부드럽게 해 주는 것은 프레임 레이트이다. 프레임 레이트가 높으면 그 것이 24Hz의 배수가 될 경우, 저더를 없앨 수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모션 블러를 줄이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움직이는 영상을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PDP에서의 서브필드 프레임 레이트는 계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 플라즈마 TV에는 수 많은 픽셀이 존재한다. Full HD라면 1920x1080=207만개의 픽셀이 있다. 그런데 각 픽셀은 실제로는 R,G,B의 3개의 서브 픽셀로 이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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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라즈마 TV는 영상 신호를 만들어 내기 위해 이 각각의 서브 픽셀이 대단히 빠른 속도로 꾸준히 ON/OFF가 된다. 한 개의 TV 필드(=프레임)에 8개의 서브필드가 있다고 하면, 하나의 서브 픽셀, 즉 예를 들어 레드하나만 해도 켜고 꺼지는 선택을 8 차례의 조합 하에서 다양하게 하게 되므로 총 256 단계의 밝기를 조절 할 수 있게 된다. 그린과 블루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이 들을 조합해서 서로 다른 밝기의 컬러가 모여 수천만 가지의 컬러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따라서 서브 필드가 많으면 많을 수록 표현 할 수 있는 밝기의 종류가 많아진다. 따라서 서브필드는 계조 표현력과 깊은 관계가 있다. 서브필드 프레임이 많으면 그 제품은 계조 표현이 섬세 할 가능성이 크다. (왜 '섬세하다'가 아니고 '섬세 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표현 했느냐면 여기에는 아주 미묘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레드를 입자가 다섯 번 때렸다고 해서 그 것이 네 번 때렸을 때와 비교해 반드시 빛의 광량에서 차이가 난다는 보장은 없다. 수학적으로는 차이가 나야 맞지만, 물리학적으로는 꼭 그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형광 특성에 따라 입자의 물리적 강도에 따라 반영 물질의 흡수도에 따라, 바깥에서 볼 때는, 서로 다른 횟수로 켜지고 꺼져도 비슷한 밝기로 느껴질 수 있고, 또 반대로 같은 횟수, 같은 조합을로 켜지고 꺼져도 서로 다른 밝기로 느껴질 수도 있다.) 따라서 PDP의 서브필드는 LCD TV에서의 프레임 레이트와는 성격도 전혀 다르고 효과를 미치는 분야도 전혀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나소닉이 480Hz이니 600Hz이니 하는 수치를 내세워 LCD의 120Hz 수치와 비교를 하려고 한 점은 솔직히, 아무리 PDP가 궁지에 몰렸다고 해도 좀 궁색한 짓이다. 그런데 정작 재미 있는 것은, 경쟁사들과 달리 서브 필드에 대해 언급이 별로 없는 파이오나아 PDP가 사실은 이 부분에서 업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이다. 그건 경쟁업체들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사실 PDP 3강(파나소닉, 삼성, LG) 입장에서 파이오니아는 이미 더 이상 경쟁 상대가 아니니 별로 신경 쓰일 것도 없을 것이다.

각 사의 PDP 서브 필드 드라이브 능력이 사실대로 정확히 공개된 적은 없지만, 파나소닉 비에라의 경우 초기에 광고 했던 480Hz는 프레임(필드)당 8개의 서브필드가 드라이빙 된다는 것을 전제로 60Hzx8=480Hz가 도출된 것이다. 최근의 홍보문구를 보면 파나소닉, LG 모두 600Hz를 알리고 있으니 프레임 당 10개의 서브필드라는 의미가 되겠다. 사실 이 것도 다소 어폐는 있다. 필드 당 8개라고 해서 반드시 60Hz에 480Hz가 된다는 보장은 없다. 470이 될 수도 있고, 450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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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나 귀결 되는 이야기이지만 이건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전환 문제이다. 작동 원리는 디지털이지만, 최종 결과는 항상 아날로그이기 때문이다.) 한편 파이오니아는 이미 예전부터 프레임 당 서브필드가 14개로, 파이오나아 PDP가 계조력이 우수해진 주요 원인으로 늘 거론되어 왔다. 파이오니아 PDP는 24Hz 출력인 블루레이가 탄생하기 이전부터 72Hz 트루레이트를 지원해 왔다. 트루레이트는 모션에서 저더를 없애줘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영상을 재현해주며, 높은 서브필드 드라이브는 정지화상을 기준으로 보다 섬세하고 자연스러운 계조 표현을 재현해준다. 파이오니아 PDP의 영상이 부드럽고 자연스럽다는 총체적인 평가를 받게 한 두 가지의 견인 요소였다.

색 범위와 색 정확도

전작인 PDP-5010은 컬러 스페이스를 선택하는 모드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 PDP-5020FD에서는 컬러 스페이스를 선택하는 메뉴가 빠졌다. 원래 쿠로는 두 가지의 컬러 개멋을 제공한다. 모드 1은 와이드 개멋이고, 모드 2는 클로즈 개멋이다. 8세대 때도 그랬고, 9세대에서도 엘리트와 시그니처 모델은 모두 두 가지의 개멋 선택 모드를 제공한다. 단, 8세대와 9세대가 달라진 점은 모드 2가 8세대 때에는 BT 709보다 좁은 편이었지만, 9세대에서는 비슷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그러나마나 PDP-5020FD는 그럴 것도 없다. 아예 와이드 개멋 한 가지만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PDP-5020FD에 대해 험보다는 칭찬이 많았는데 이제부터는 다소 험담이 들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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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차트에서 보듯이 KURO PDP-5020FD의 컬러 스페이스(흰색 라인)는 HDTV 표준인 BT.709(검은 색 라인)보다 훨씬 범위가 넓다. 8세대 쿠로의 와이드 개멋보다도 더 넓어진 느낌이다. 블루는 비슷하지만, 레드와 그린은 더 과포화 되었는데 특히 그린이 더 심하다. 엘리트나 시그니처 모델에서 제공하는 컬러 스페이스 2번은 표준에 거의 부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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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것으로 보면 PDP-5020FD의 색영역이 와이드로 고착된 것은 파이오니아의 의도적인 행위로 보여진다. PDP-5020FD의 주 타깃을 일반인으로 놓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혹세무민 해볼까 싶었던 것인데 한 마디로 착각이다. 파이오니아 쿠로가 색 영역이 좁다거나 색상이 떨어진다고 해서 안 팔린 것이 아니다. 그리고 저 정도 컬러 스페이스 넓혔다고 쿠로의 색상이 크게 달라져 보이는 것도 아니다. 쿠로 영상을 본 사람은 쿠로가 컬러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문제는 가격이고, 디자인이고, 밝기이고, 마케팅인 것이다. 왜 엉뚱하게 색 영역 넓혀 놓고 매스 마켓에 가까운 제품이라고 착각을 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위 표를 보면 파이오니아 쿠로보다 몇 백배 매출이 많은 삼성의 대표 모델도 색좌표가 표준에 거의 들어 맞게 정확한 것을 알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일반인들이 모두 컬러 어널라이저 들고 정확하게 색좌표 측정 할 것이라 생각해서 저렇게 만드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삼성이나 LG도 몇 년전에는 와이드 개멋 고수했고 한때는 그게 무슨 자랑인양 광고 문구에 앞다퉈 넣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삼성, LG, 소니 모두 와이드 개멋은 없다. 오히려 색좌표/색온도를 표준에 정확하게 맞추기 경쟁을 하는 느낌이다. 물론 파이오니아 PDP도 고급 모델에 들어가면 색좌표, 색온도 조정 메뉴가 엄청나게 많고 정확하게 맞춰져 있다. 그러나 왜 PDP-5020FD에 대해서는 저런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을 적용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결론적으로 PDP-5020FD는 색 정확도 측면에서는 그다지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

색 온도와 그레이 스케일 유니포미티

같은 문제가 또 발생한다. PDP-5020FD는 색온도를 선택할 수 있는 Preset 메뉴가 전혀 없다. 오로지 주어진 대로 따를 뿐이다. 그렇다면 디폴트 값이 정확하면 만사 OK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 그렇지 못하다.

PDP-5020FD의 Movie 모드의 디폴트 색온도는 6000K이다. 다소 낮다. 8세대 쿠로인 PDP-5010의 디폴트 치는 6300K 였다. 계조별 색온도가 평탄하기는 하다. 전체적으로 6000K에서 ±30K 내에서 대단히 평탄하게 움직이고 있다. 프리셋 모드가 없으니 다른 모드의 색온도를 측정할 수도 없고, 사용자 조정 메뉴가 없으니 제 아무리 좋은 측정 장비와 기술을 가지고 있어도 색온도를 고칠 방도가 없다. 그냥 보는 수 밖에 없다. 딴에는 필름틱한 느낌을 주기 위해 6000K에 세팅을 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PDP-5020FD의 Movie 모드로 영화를 보면 약간 붉으스름한 톤이 배는 느낌을 감수 해야 한다. (심히 부자연스러운 정도는 아니다. 예전 흑백 CRT 시절에는 5500K로 보는 경우도 많았다.) 아래는 계조별 색온도 유니포미티이다. 보시듯이 정말 대단히 평탄하다. 요 그래프를 날름 들어서 위에 점선 있는 부분으로 고스란히 옮기기만 하면 되는데 이걸 할 수가 없으니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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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색온도가 6000K이니 당연히 RGB 레벨도 Red가 Blue보다 많게 나타난다. 레드와 블루가 모두 그린을 향해 좁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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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입장에서는 "참새가 방앗간 그냥 못 지나간다"고, 그냥 넘어가기가 자못 아쉬웠다. PDP-5020FD의 그레이 스케일 유니포미티는 대단히 평탄하다. 그레이 스케일 유니포미티가 평탄하지 않으면 조정에 애를 먹는다. 그러나 이처럼 평탄한 기기는 약간만 조정해 주어도 그대로 딱딱 들어 맞게 되어 있다. 그래서 참지 못하고 PDP-5020FD의 서비스 모드에 진입을 했다. 필자가 서비스 모드에 들어가서 조정하는 것은 사실 독자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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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로는 전용 프로그램과 전용 케이블을 통해 서비스 모드(사진 참조)에 진입할 수 있는데, 사실 비전문가들은 서비스 모드에 진입해도 별로 할 일이 없다. 알아 들을 수 없는 약어들이 잔뜩 나열되어 있는데 자칫 잘 못 건드리면 기기에 치명적인 손실을 입힐 수도 있다. 또 요행 색온도를 조정 항목을 찾아내더라도 전문 측정 장비가 없으면 바른 측정 값을 알 수가 없다.

필자의 의도는 이랬다. 서비스 모드에 진입하면 바깥 메뉴에는 없지만, 컬러 스페이스 값을 바꾸거나(컬러 스페이스만 바꾸면 PDP-5020FD도 Color Accuracy가 굉장히 정확해진다.) 감마 트랙킹을 바꾸는 항목(감마는 잘 맞으니까 사실 굳이 바꿀 필요는 없다.), CMS 조정 항목, 그리고 색온도 조정 항목이 서비스 모드 내부에 있을 거라고 보았다. 즉, 겉은 엘리트와 일반 5020이 다르지만, 속으로 들어가면 같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필자가 일단 내부에 들어가 알맞게 조정을 한 후, 그 조정 방법이 그리 위험하지 않다면, 본인이 그 결과를 책임진다는 약속 하에, 쿠로를 사용하는 다른 유저들에게 조정 방법과 조정치를 공개하는 것을 고려해 보자는 것이었다. 물론 신중히 생각해야 할 일기는 했다. 그런데 이는 100% 필자의 "순진한 생각"일 뿐이었다. 서비스 모드를 한 시간 넘게 샅샅이 뒤졌지만, 컬러 스페이스를 조정하는 기능, 감마 조정 기능을 비롯해 있을 것으로 예상한 조정 기능을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단지 색온도 조정 항목을 찾은 것이 유일한 수확이었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PDP-5020과 상급 모델은 내부 엔진 또한 전혀 다른 제품이라는 것이다. (※ 패널 X, Y 값 조정 항목이 있기는 했다. 삼성의 800K 프로젝터의 서비스 모드에 들어가면 유사한 항목이 있는데 아주 편리하고 전문적으로 설계가 되어 있다. 그와 비슷한 항목이라고 생각했다. 색영역을 좁히고 말고 할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계산해서 넣어 버리면 되겠구나 싶어 한 40여분을 씨름을 했다. 결론은... 전혀 먹히지 않는다. 서비스 모드 값을 바꾸면 하드파워 스위치를 껐다 켜야 한다. 그럼 다시 처음부터 기본 세팅을 다시 해야 한다. 상당 시간을 소모한 뒤 헛수고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시 원위치 시키는 데 또 30분... 참고로 하드파워 스위치는 백 패널을 정면에서 봤을 때 우측 하단-Input 3 방향-맨 아랫쪽에 있다. 아무런 표시가 없기 때문에 대개 그게 스위치인지 모르고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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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서비스 모드를 통해 할 수 있는 것은 6000K에 맞추어져 있는 Movie 모드 디폴트 값을 6500K로 바꾸는 일이었다. 결과는 만족스럽게 되었지만 이 또한 다른 유저에게는 무용지물이다. 미국에 거주하는 또 다른 PDP-5020 유저 두 사람(둘 다 ISF 캘러브레이터이다)과 데이터를 주고 받았더니, 세 대의 조정 값이 모두 다 달랐다. 즉, 기기마다 편차가 있어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가 없다는 결론이었다. 따라서 필자가 조정한 색온도 값 또한 다른 유저들에게는 무용지물이 된다는 결론이다. 그래도 이왕 힘들여 조정 했으니 그 결과를 리뷰에 싣기만 하겠다. 옆 표에서 보듯 캘러브레이션 뒤의 색온도 값은 대단히 우수했다. 색온도 6500K 보다 더 중요한 것이 δ 에러 값이다. 6500K에서 크게 벗어나면 당연히 δ 에러 값도 커지게 되지만, 6500K에 가깝더라도 Red와 Blue가 같이 어긋날 경우에는 δ 에러 값도 커진다. 조정 후 색온도는 전대역에 걸쳐 δ 에러값이 0~1 수준으로 대단히 높은 평탄성을 보여 주었다. 단, 0~10 IRE 쪽은 컬러 어널라이저가 읽을 수 없는 지역이어서 위 수치를 신뢰할 수 없으며, 육안으로 볼 때 색온도가 다소 낮게 느껴지나(6000K 쯤?)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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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온도 그래프 및 RGB Level 그래프를 보더라도 거의 전 대역에서 색 균형을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완벽히 잘 맞을 수 있는 기종의 디폴트 값을 평균 δ 값이 8~9에 이르도록 만든 까닭은 뭘까? 색온도를 꼼꼼히 따지실 분들은 더 비싼 고급 기종 산 뒤 ISF 캘러브레이터를 부르라는 뜻인가? 좀 답답하다.

Color Saturation, Tint 조정

지극히 간단한 PDP-5020FD의 화질 조정 메뉴이지만, Color와 Tint의 디폴트 값을 한 번 체킹해 볼 필요가 있다. Contrast와 Brightness의 디폴트 값은 정확하다. 그런데 8세대 쿠로 때에도 느낀 것이지만, 전체적을 Red 쪽 Intensity가 다소 부족하다. 물 빠진 느낌이다. 쿠로 사용자 중 Blue Filter (JKP 비디오 에센셜이나 AVIA DVD 디스크 등에 끼여 있는 파란색 필터를 말한다.)가 있는 분은 직접 Color와 Tint 값을 조정해 보실 필요가 있다. 필자도 블루 필터를 이용해 Color를 +3 정도 조정한 바 있다.

스크린 샷 몇 장

필자는 파이오니아 PDP를 오랫동안 사용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암부 디테일이 섬세하게 표현 되는 장면에서는 여전히 짧은 탄성을 뱉게 된다. 이를테면 <Dark Knight>, <Se7en>, <U571>. <반지의 제왕>, <캐러비안의 해적>, <Gladiator> 같은 영화라면 더욱 쿠로의 위력이 드러난다. 이런 류의 장면 스크린 샷을 몇 장 올려본다. (필자의 디카가 썩 좋은 기종이 아니어서 제대로 표현 될 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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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와 흡사한 측면이 있다. 비디오에서의 블랙은 오디오에서의 저역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오디오에서도 저역이 깊으면서도 섬세하면, 전체적인 소리가 착 달라 붙듯 안정적으로 부감(浮感) 된다. 마찬가지로 비디오도 블랙이 깊고 섬세하면 그림 전체가 시원하고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 또한 오디오에서, 저역이 중요하다고 해서 대책없이 양만 늘리고 벙벙 거리게 만들면 안 되듯이, 비디오도 블랙이 뭉치고 섬세하지 못하면 아무리 블랙 레벨이 낮아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래서 암부 해상력이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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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유니포미티가 매우 좋다. 쿠로는 블랙 상태일 때 스크린을 보면 흑칠해 놓은 것처럼 군데군데 검은 색 자국이 나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것은 패널이 이상한 것도 아니고, 스크린 유니포미티와도 아무 관계가 없다. 이 자국은 그때그때 위치가 바뀐다. 짐작컨대 블랙을 끈 상태로 만들기 위해 전류가 차단되면서 일어나는 현상 아닌가 싶은데 어디까지나 짐작이다. PDP는 원래 스크린 유니포미티와 시야각에서 LCD 보다 강점이 있다. 쿠로는 8세대도 그랬지만 시야각이 매우 넓다. 측면에서 보아도 어둑해지거나 화질이 그다지 크게 변하는 기색을 느끼기 힘들다.
 
아래는 필자가 해상도와 저더를 테스트 할 때 자주 사용하는 "Dark Knight"의 첫 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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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 바닥은 계조와 질감, 주변의 건물들은 고대역의 정세한 해상도 및 노이즈 체크, 건물과 도로는 명암 대비, 그리고 카메라가 Zooming 되면서 앞 쪽으로 다가서 오는 건물들의 움직임은 저더(Judder)를 체크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앞서 언급 했던 항목들 모두에서 쿠로는 나무랄데가 하나도 없었다. 이 장면을 반복 재생 시켜 놓고PDP-5020FD와 시그니처 모델인 KRP-600M을 옆에 두고 한 20여분 계속 비교를 했었다. 그러나 픽셀의 뭉쳐짐이나, 고대역의 평탄성, 모스키토 노이즈 등에서 두 모델 간의 차이점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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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P-600M 및 KRP-500M은 현재 계속 테스트 중에 있다. KRP-500M/600M은 미국의 Signature 모델인 Elite Signature PRO-101FD/PRO-141FD에 해당되는 일본/유럽형 모델이다. PDP-5020FD 모델과 달리 이 기종은 사용자 조정 항목이 지나칠 정도 많고, 경우의 수에 따른 변수가 너무 많아 기기의 특성을 완벽하게 파악하는 일이 쉽지 않다. 일전에 한번 테스트를 했었지만 앞으로 좀 더 연구를 해 봐야 하겠다. 어느 정도 판단이 서면 이번 PDP-5020FD 리뷰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에 한정해서 KRP-500M/600M에 대한 리뷰도 차후 올릴 계획이다.

Rich and Vivid Color

PDP-5020FD의 색 범위가 넓고, 색온도가 낮은 것은 색 정확도와 톤의 문제로, 이는 컬러의 발색(發色) 능력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쿠로 PDP-5020FD 역시 파이오니아 PDP 특유의 "선명하고 윤기 있는 컬러"를 생생하게 보여 준다. 특히 8세대와 9세대의, 쿠로 모델들은 딥 블랙의 '지원 사격' 때문에 영상 Dynamic Range가 넓어져 이전 모델보다 컬러의 윤기가 강화된 느낌을 준다. 이러한 색 재현력은 기기의 내부 구조를 살펴 봐야 그 원인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이전  PDP-5010FD 리뷰를 참조 하시기 바란다. 어차피 5020FD와 5010FD는 내부 구조나 컬러는 바뀐 것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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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과거 리뷰에 그냥 미루기만 하기 좀 그러니 파이오니아의 색상에 대해 잠깐만 언급 해보자. 파이오니아 PDP의 컬러는 플랫형 TV 중에서는 가장 브라운관 TV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브라운관 TV 중에서도 하이엔드 급에 해당된다. 이는 곧 파이오니아 PDP의 뛰어난 발광(發光), 발색(發色) 능력 때문이라 하겠다. 원래 PDP는, 외부의 광원(光源)을 이용하는 LCD와 달리, 자체 발광하는 시스템이라 색이 더 라이브 하게 보여진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파이오니아 PDP의 발색 능력은 좀 유별하다. 컬러가 브라운관 TV와 가장 흡사하게 나온다고 했거니와. 사실 양자(兩者)는 형광체의 특성에 따라 컬러의 피크 다이내믹 레인지(순간적으로 반짝 빛났다가 사라지는)가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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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P의 구조는 사실 단순한 편이다. 아래 사진이 일반적인 PDP의 구조인데, 크게 상판과 하판이 있고 하판 맨 위에 셀 구조가 있다. 이 Cell 구조 위 아래로 여러 종류의 기능을 가진 판들이 적층(積層)되는 식이다. 발색(發色)의 질을 결정 짓는 포인트는 바로 이 Cell 구조에 있다.

(1) 첫번째는 형광체의 특성이다. Cell은 각각 R,G,B가 따로 있다. 고압 고온의 불안정한 기체인 플라즈마에서 자외선(UV light, X-ray)이 방출되면, 방출된 자외선이 형광체를 때리게 되고 이 때 발광(發光)이 일어나게 된다. 형광체 하나는 몇 ㎛에 불과할 만큼 작다. 그 안에는 미량의 함유물질을 측정할 때 보통 쓰이는 ppm 단위로, 수 많은 활성물질들이 들어 있다. (예전에는 이 활성물질로 유로퓸(Eu)이라는 희귀원소를 썼는데, 지금도 Eu를 쓰는지는 잘 모르겠다.) 극미(極微)한 세계이지만 그 안에도 복잡하고 다양한 변수가 존재 하는 것이다. 따라서 형광체는 색의 발광 능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첫번째 요소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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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두번째 중요 요소는 격벽 구조이다. 각 Cell을 방이라고 하면 격벽은 방과 방 사이의 벽이다. 벽이 두껍고 튼튼해야 옆 방 소리가 안 들리듯이 Cell에서 격벽은 방전 공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Cell 간의 신호 혼신을 막아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오디오 시스템의 절반은 룸 튜닝'이라고 우리는 늘 말하지 않던가. 이를테면 그런 역할을 한다. 파이오니아는 원래 예전부터 일반적인 격벽 구조와 다른 Deep Waffle 구조를 가지고 있다. 우물 정(井)자 형태인데, 와플 과자를 닮았고, 격벽이 깊다고 해서 Deep Waffle Cell 이라 부른다. 이 구조는 빛이 새는 것을 막는데에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빛샘이 적으면 그만큼 발광효율이 높아지게 되고 색순도도 보장이 된다.

(3) 세 번째로 거론 되는 것이 "고순도 크리스탈 층"이다. Cell에서 출발(?)한 광선은 제일 먼저 "고순도 크리스탈 층"을 통과하고, 다시 유리기판을 통과한 뒤 파이오니아 고유의 "다이렉트 컬러 필터"를 거쳐 우리 눈에 가시광선(可視光線)으로 나타나게 된다. 크리스탈 층이나 컬러 필터는 투명한 영상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발광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쿠로가 경쟁 제품들보다 늘 깨끗하고 투명한 느낌을 주는 요인이 된다. 그리고 이런 점은 컬러의 순도를 높이는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파이오니아 PDP의 발색 능력이 높게 평가 되는 이유, "왜 파이오니아 PDP의 컬러만 유독 저런가?" 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필자는 앞서 간략히 서술했던 내용들로 주로 요약을 한다. 필자는 현재 9인치 CRT 프로젝터를 사용하고 있고, 브라운관 TV 시절에도 여러 모델의 하이엔드 제품들을 접했었다. 지금도 소니 BVM D시리즈 모니터 한대를 아직도 레퍼런스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는 이렇다. 쿠로의 컬러 발색 능력은 사실 민수용 브라운관 TV가 아닌 BVM 같은 방송용 모니터와 비견할 수준이다. 굳이 우열을 따지라면 BVM이 훨씬 더 좋기는 하다. 그러나 블랙의 깊이는 쿠로가 BVM 보다 앞선다. 이번에는 9인치 CRT 프로젝터에 비견된다고 할까? 계조의 섬세함이야 물리적 특성 상 CRT보다 좋을 수 없겠지만, 영상의 투명도나 패널의 유니포미티, 그리고 지오메트리 같은 것이야 당연히 쿠로가 훨씬 더 좋다. 즉, 브라운관 TV라 하더라도 방송용 모니터급이 되어야 컬러에서 쿠로보다 앞선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방송용 모니터는 24인치가 고작이다. 30인치 넘는 몇 몇 모델들은 사실 좀 끔찍한 수준이었다. 게다가 BVM 같은 모니터는 지금 중고로 사더라도 20인치 넘어가면 일단 몇 천만원이다. 그러나 쿠로는 50인치, 60인치 구현이 가능하다.) 그래서 더 아쉽다.

끝 맺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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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 PDP-5020FD의 장단점을 두루 언급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쿠로의 화질을 칭찬 하는 부분이 많았다. 충분히 그럴만큼 파이오니아 쿠로는 좋은 화질의 TV이다. 화질만 따지면 쿠로는 이제까지 나온 모든 플랫 TV 중 가장 우수한 제품임이 확실하다. 그러나 개별 모델로 따지면 PDP-5020FD를 그렇게 말할 수는 없겠다. 쿠로 Signature 모델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패널 상의, 또는 물리적 특성 상의 차이점이 얼마나 되는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적어도 Signature나 Elite PRO 모델은 PDP-5020FD보다 Color Space와 Color Temperature가 정확 하다는 점 두 가지만 가지고도 일단 더 우수한 셈이니 말이다. (사족 한 가지 더. 경황 중에 빼 먹고 거론하지 못한 것이 한 가지 있다. 9세대 쿠로 또한 8세대 쿠로가 그랬듯이, SD급 화질에 대한 배려(?)가 턱 없이 부족하다. 별로 안 좋다는 뜻이다. 특히 SD급 아날로그 영상은 화질 열화 요인을 더 두드러지게 보이는 느낌이다. SD급 영상 프로세싱도 별로 안 좋다. 혹시라도 HD와 SD 구별도 아직 서툰 분들을 위해 TV를 선택 하는 경우라면 쿠로는 상당히 안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쿠로가 화질이 좋다고 해도 "망한 제품"이다. 파이오니아는 이제 홈 일렉트로닉 분야에서 완전히 손을 뗀다. TV 사업부는 2010년 3월에 공식적으로 종료 되지만, 아마도 결산월일을 염두에 둔 것 날짜 산정일 것이고, 실제 사업 종료는 연내에 이루어 질 것이다. 여기에 고정 자산 정리와 인원 감축, 퇴직금 정산을 위한 최소 계상 일수를 감안 한다면, 매입/매출 평가구조를 발생 시키는 생산 활동은 사실 상 상반기 중으로 끝내야 계산이 맞는다. 아니나 다를까 일본 내수 공장은 4월 1일자로 생산을 종료한다고 공식 발표가 났다. 미주 공장은 아직 가동 중이나 역시 4월 말 또는 5월 중으로 종료 된다는 소문이 있다. 마켓 쉐어에 관계 없이, 오랜 세월 동안 파이오니아 PDP는 '가장 좋은 화질의 TV"로 독보적인 이미지를 쌓아 왔지만, 이제는 그저 역사(歷史)가 되고 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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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巨人)의 퇴장.... 아쉬운 일이다. 삼성, LG 같이 지금 한창 잘 나가는 회사들이, 경쟁에서 밀려 망해 버린 브랜드의 제품을 벤치마킹 할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화질 쪽에서의 쿠로의 위상을 생각하면, 과연 쿠로 또는 쿠로의 기술들이 이대로 그냥 사라져 버릴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어떤 식으로든 쿠로의 기술이나 생산 시스템이 이전 되거나 부활하지 않을까 기대하는 분도 계실 것이다. 그런데 사실 쉬운 이야기가 아니다.

쿠로 화질의 핵심 키워드는 우선 순위가 ① 색 발광 능력 ② 딥 블랙 능력 ③ 계조 표현 능력 ④ 투명한 영상 순이다. 삼성, LG, 파나소닉 등도 PDP 화질 개선을 위해 꾸준히 노력한다면 ② ④ 는 어느 정도 따라 갈 수 있다고 본다. 필요 하다면 기술을 사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①과 ③은 패널의 문제이다. 생산 공정이나 시스템을 바꾸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 특히 발색(發色)이 더욱 그렇다. (계조는 다른 패널에서도 충분히 더 개선 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훨씬 더 잘 팔리는 업체가, 망해서 사라진 업체를 흉내내기 위해 생산 시스템을 바꾼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다. 더군다나 지금은 플라즈마 TV 자체가 이미 내리막 길이다.
 
따라서 AV파일들의 바램과 달리 쿠로가 어떤 식으로든 부활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하이엔드 화질에 대한 전략적 차원의 접근을 전향적으로 시도 하는 업체가 나타나기 전에는 말이다. 불가능한 이야기다. 그렇다고 해서 쿠로보다 더 좋은 화질을 가진 TV가 조만 간에 등장 할 가능성도 또한 거의 없어 보인다. 따라서 앞으로도 상당기간 화질을 논 할 때마다 우리는 여전히 쿠로를 되새기며 갑론을박 하게 될 여지가 많다. (최 원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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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Equipment

● Color Spectro Radiometer : Photo Research PR-650
● Luminance Measuring Meter : Minolta LS-100
● Test Pattern Generator : AccuPel HDG-4000
● Analysis Program : Datacolor Colorfacts Professional 7.5
● Source Component : Playstation 3, Pioneer BD-05FD, Panasonic BW900, LG 3430 Digital Tuner, TVX 6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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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if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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