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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7. 16. 16:33

posted by 최 원 태

 



2011년 빅33DTV 전쟁 (SG와 편광 방식의 기술 진보)

HX920의 3D 화질 평가에 앞서 잠시 이야기를 3DTV 시장의 경쟁에 관한 이야기로 돌려 보자.
2011년 중반인 지금의 시점 쯤에서 한번 조망해 볼 필요도 있기 때문이다. 아시다시피 2010년의 3DTV 시장은 삼성의 압승이었다. 이때는 빅3(삼성, LG, 소니) 모두 SG(셔터 글라스) 방식이었다. LG와 소니는 준비도 부족했고 기술적인 완성도에서도 다소 뒤진 편이었다. 소니는 몇 가지 시행착오가 있어 계획대로 일이 잘 진행되지 않았고, LG는 3D 시장이 열리는 시기를 다소 안이하게 판단해 대처를 늦게 한 감이 있었다. 하지만 2010년의 3DTV 시장은 워낙 그 규모가 미미해 사실 각 제조사들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앞날이다. 언제가 됐든 3DTV는 크게 성장 할 것이 확실해 보이니까 그때까지 어떻게든 LG와 소니는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비상대책을 세워야 했다. 그런데 여기서 두 회사의 대응방식이 판이하게 갈린다.

소니는 동일한
SG 방식을 고집하면서 하드웨어의 스펙을 높이고 여기에 새로운 테크닉을 적용하는 정공법을 채택한 반면, LG는 아예 방식 자체를 SG에서 편광으로 바꾼 뒤, 편광의 장점을 부각시키고 SG의 단점을 공격하는 "역공법"을 채택했다. 일단 두 회사의 시도는 모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작년에 비해 올해는 LG와 소니의 3DTV 마켓쉐어가 꽤 증가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도 삼성의 쉐어가 훨씬 크기는 하지만, 증가 속도만 보면 소니와 LG의 상승세가 매우 놀랍다.

사실 기술은 계속 진화한다. 지금 정해 놓은 기술 포맷이 평생 가지는 않는다. 계속 바뀐다. 그러나 마켓 쉐어는 한번 정해지면 뒤집기가 좀체 쉽지 않다. 시장이 본격적인 성장기에 접어들기 전에 어떤 방법을 쓰던 자리를 확실히 잡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다. 사실 소비자들 여러 회사들이 어느 정도 균형을 이뤄가며 서로 경쟁을 하는 것이 더 좋다. 치열하게 경쟁을 해야 더 좋은 제품이 더 낮은 가격으로 더 빠른 시기에 등장 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LG의 주력 모델 LW5700]

올 초 부터 치뤄지고 있는 LG vs 삼성의 "3DTV 결전"은 사실상 LG측이 주도하고 있는 셈인데 마케팅 전략 차원에서 보면 시기나 방법이 꽤 적절했다. 앞서 있는 삼성은 방어적이고, 추격하는 LG는 공세적인 것이 당연하다. 똑 같은 경기장에서 똑 같은 조건으로 겨루기 보다는 아예 무대(舞臺) 자체를 달리 해서 상반된 특징을 가진 조건으로 겨룬다는 발상은 추격자 입장에서는 현명한 선택일 수 있겠다. 이건 기술적인 방향과는 좀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다. 필자는 연초 LG가 편광 방식에 올인한다고 했을 때 고개를 갸웃하는 입장이었다. 당장은 몰라도 앞으로 수년 뒤를 길게 내다볼 때 다소 힘든 과정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케팅 전략의 관점에서 보면 감탄할 만큼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우선은 이게 더 중요하다. 기술적인 것은 또 그때 그때 형편에 맞춰 보완하거나 또는 다른 것을 개발해내면 된다. 평생 편광으로 가기로 종신서약을 맺은 것도 아니고, 또 셔터글라스라는 기술 또한 언제 더 나은 다른 기술로 대체 될지 알 수 없다. 말씀 드렸듯이 기술이란 끊임없이 진화하기 때문이다. 우선은 마켓쉐어를 회복하기 위한 비상전략이 더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쯤에서 행보가 궁금했던 것이 소니였다. LG는 편광으로 전환해서 소기의 목적을 이룬 셈인데, 과연 소니는 어떻게 삼성을 추격 할 수 있을 것인가? 그 대답은 결국 HX920이라는 제품 하나로 압축되어 설명 되어지는 셈이다. HX920은 SG 방식이 가지고 있는 단점들을 최소화 시키는 이를테면 '정면돌파'를 시도하면서, 동일한 SG 방식에서 삼성에 뒤지지 않는 화질을 보이기 위해 노력했는데 결과적으로 HX920만 보면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사실 소니의 3DTV가 불과 1년 만에 이 정도로 개선될 것이라고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었다.

여기서 눈 여겨 볼 점은 SG 방식 3DTV의 기술적인 발전 속도이다. 
올 초 발매된 삼성의 D8000은 SG 방식의 가장 큰 단점으로 거론되어 온 크로스톡 문제를 거의 해결한 제품이었다. 좀 뜻 밖이었다. 작년 1년 내내 SG 방식 3DTV를 거론 할 때 마다 언제나 원죄처럼 붙어다니며 가장 큰 단점으로 거론 되던 것이 바로 크로스톡이었는데, 이게 불과 1년 만에 이렇게 맥없이 흐물흐물 존재감을 잃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D8000은 크로스톡 문제는 해결했지만 SG 방식의 또 다른 문제점인 '낮은 휘도' 문제는 극복하지 못했다. 그런데 소니의 HX920은 휘도 문제까지도 해결을 했다. 이 또한 예상보다 빠른 진도이다. 이런 식이면 앞으로 3D 기술이 또 어떻게 더 변하게 될 지 알 수 없다.

     
    


편광 또한 마찬가지이다. 작년만 해도 LG가 편광으로 선회 하리라고 예측하지 못했던 것은 작년 이 맘때 보았던 편광 3DTV의 품질이 지금의 LG LW5700하고는 크게 달랐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격이 이렇게 낮아질 것이라고도 예측하지 못했다. 그런데 LG는 편광 방식을 개선시킨 FPR을 개발하면서 화질의 투명도는 크게 높이는 한편 오히려 가격은 크게 낮추는 뛰어난 기술적 발전을 보여 주었다. 그와 마찬가지로 SG 방식도 크로스톡과 저휘도 문제를 이렇게 빨리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는 예측하지 못한 것이다. 기술이란 꾸준히 발전 하는 것이니까 언젠가는 해결 될 것이라고 보고는 있었지만 놀라운 것은 그 진행 속도이다. 이쯤 되면 또 내년쯤에는 어떠한 기술적 진보가 이루어 질 지 자못 궁금해진다.

말 나온 김에 여기서 아예 본격적으로 옆 길로 새어 보자. SG 방식과 편광 방식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도 첨예하게 목숨걸고 대립을 하고 있으니까 말 한 마디 하는 것도 눈치 봐야 하는 우스꽝스런 상황인데, 사실 생각해보면 우습기만 하다. 누차 반복해 말씀 드리지만, 기술이란 언제나 진행형이다. 영구불변하면 그게 무슨 기술인가, 자연법칙이지. 지금은 21세기이고, 대한민국은 끊임없는 기술개발로 전자대국으로 올라선 나라이다. 지금 당장도 숱하게 많은 테크놀로지들이 나타났다가 곧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가 사라져 가 버린다. 그런 상황인데, 3DTV 디스플레이 기술 포맷이 무슨 정치 이데올로기도 아니고, 뭘 그렇게 거기가다 기술 외적인 가치를 듬뿍 부여해서 '편'을 나누고, 얼굴 붉혀가며 상호비방을 해가면서까지 옭아 매려고 하는지, 참 생각해보면 너털웃음만 나온다. 뭐 물건을 홍보해야 하는 마케터나 팔아야 하는 영업사원이라면 당장의 생계문제이니까 나중은 모르겠다, 일단 당장 팔고 보자 하는 식의 말들을 할 수도 있지만, 엔지니어나 기술 관련 전문가들이 그런 마케팅적인 도그마에 갇혀 버리면 그건 정말 끝장이다. 한 마디로 주객전도가 되는 것이다.

올 상반기 국내 TV 시장은 SG 방식과 편광 방식의 논쟁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루었다. 말씀 드렸듯이 LG가 시도한 <SG vs 편광>의 대결구도는 뛰어난 전략이었고, 영업이 아닌 기술적 성과로만 평가해도 경쟁력이 높은 훌륭한 제품을 만들어 내는 동인(動因)이 되었다. 그런데 이 논쟁의 시점을 지금의 현재 시점이 아닌, 몇 년 뒤의 미래 시점으로 옮겨서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편광 쪽이 고민거리가 더 많아질 듯 싶다. 최근의 추이로 볼 때 SG 방식의 발전 속도가 예상보다 꽤 빠르기 때문이다.

한번 정리를 해보자. 도대체 SG가 왜 좋다는 것이고, 편광은 왜 좋다는 것인가? 포인트만 간단히 짚어보자.
편광과 SG는 각기 서로 다른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편광의 단점이 SG의 장점이고, SG의 단점이 편광의 장점이다. 큰 항목들만 꼽아보자.

SG의 단점은 (1) 안경 (싱크 신호, 가격, 무게) (2) 플리커링 (3) 크로스톡 (4) 낮은 휘도 등으로 요약된다. 이에 반해 편광의 가장 큰 단점은 수직 해상도의 열세한 가지이다. 가짓수로 따지면 SG가 더 단점이 많다. 그런데 SG의 단점들은 모두 기술적 문제들이다. 다시 말해 기술이 발전하면 하나, 둘씩 대부분 해결이 될 항목들이라는 것이다. 이미 그렇게 진행이 되고 있다. 반면 편광의 단점인 해상도건은 물리적 구조의 문제이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물리적 구조를 바꾸지 않는 이상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하다. 기술로 해결 될 문제가 아니다. 게다가 해상도는 다른 항목들에 비해 가치 비중이 훨씬 큰 항목이다. 따라서 편광에게는 해상도 문제가 항상 큰 짐이 된다.


먼저 편광 쪽부터 살펴보자. LG에서 아무리 마케팅 자료를 통해 FPR 방식에 해상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도, 사실 그렇지 않다는 것은 어느 정도 관련 지식을 가진 사람들은 다 아는 상식이다. 어쩔 수가 없다. 물리적 구조는 Fact이기 때문이다사람들 모아놓고 거수(擧手)로 결정할 수 있는 종류의 사안이 아니다. 늘 말씀 드리지만, 삼성, LG의 연구 개발 수준은 단연 세계 탑 레벨이다. 짧은 기간 안에 정말 놀라운 기술들을 개발 해낸다. LG 연구진도 편광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감탄할 수준의 노력을 참 많이 했다. 대표적인 것이 (1) 홀수 라인과 짝수 라인 정보를 1/120초 간격으로 교대로 내보내거나 또는 (2) 홀수 라인과 짝수 라인의 정보를 다운 믹싱해서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내는 알고리즘을 개발한 것이다. 이를 통해 FPR은 기존 편광에 비해 크게 개선된 화질적 발전을 이루어냈다. 정말 대단하다. 그러나 소프트웨어적 방법으로 하드웨어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역시 한계가 있다.

위에 언급한 알고리즘의 경우
, 전자(前者)의 방법은 1080p는 아니더라도 1080i의 효과에는 어느 정도 근접하는 의사(擬似, pseudo) 1080i" 레벨이라고 할 수 있지만, 대신 모션 저더가 자주 나타나고 포커싱이 흔들리는 단점이 있다. (아무튼 1080p는 아니다) 이에 반해 후자(後者)는 비교적 안정된 그림을 보여 주지만, 이론적으로 100% 540p이기 때문에 FPR Full HD라는 주장을 할 근거가 없어진다. 또 움직이는 사물의 주변에 하울링이 일어나는 버그도 있다. (이 두 가지 모드는 LG TV 내의 라이브 스캔모드에서 선택이 된다. “라이브 스캔을 끄면 (1), 켜면 (2)가 된다.) 하울링이나 모션 저더 같은 것은 기술적인 문제라서 더 연구 개발을 하면 나아질 것이 확실하지만 해상도는 구조적 문제라 기술로 극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편광에서 해상도 문제가 해결 되려면 HD 4배 해상도를 갖는 UDTV 패널을 개발해 Full HD 영상을 좌/우로 나누어 보내야 가능하다. 그러나 언제 가능할 지도 모르고 또 그 경우에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문제점과 가격이 크게 높아진다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당장은 이 문제가 별로 크지 않다. 3D 컨텐츠 자체가 아직 귀하고 익숙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일반인들이 해상도의 차이까지 민감하게 구별 해낼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아직도 많은 사용자들이 블루레이와 DVD의 화질도 구별하지 못할 것이다. 어디 그 뿐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1.5Mbps CD 음질과 176kbps MP3 음질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한다. 고해상도의 CD가 사용 편의성, 접근용이성, 경제성을 장점으로 하는 MP3에게 패해 도태 되는 것이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 해상도만이 절대적인 평가 항목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이 있다. 해상도라는 항목은 일시적으로는 다른 항목보다 가치 비중이 뒤질 수는 있겠지만, 아주 길게 장기적으로 내다보면 결국 최종적으로는 가장 궁극적인 가치 기준으로 평가된다는 점이다. 마치 용수철 같다고 해야 할까. 일시적 트렌드에 잠시 밀렸다가도 결국 그 트렌드가 지나고 나면 다시 용수철처럼 되돌아와 가치 중심이 되어 버리는 그런 종류의 것이다.

   
   


위에 예를 들었던 MP3 음원의 경우를 보자. MP3는 저장용량을 적게 차지하기 때문에 인기를 끌었었다. 그때는 해상도 높고 대신 저장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고음질 음원이 인기가 없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저장공간이 대용량화 되기 시작했다. 기술이 발전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다시 해상도라는 항목이 고개를 들게 된다. 요즘 보면 176kbps MP3가 아닌 320kbps MP3를 추구하는 경향이 생겨나고 있다. 아마 더 발전이 되면 640Kbps, 720Kbps 등의 덜 압축된 MP3를 단계를 찾게 될 것이고, 나중에는 CD 수준의 무손실음원인 flac이나 wavMP3를 대체 하게 될 것이다. (이미 얼마 전부터 모 음원 사이트는 flac 포맷을 제공하고 있다) MP3 초창기 때만 해도 이어폰에 따라 음질이 달리 들린다고 말하면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임재범의 헤드폰, 박태환의 헤드폰 가격이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고 있고, 수십만원짜리 젠하이저 헤드폰도 중고 시장에 나오기 무섭게 팔려 나가는 세상이다. MP3의 보급율이 높아지고 전체 표본집단의 크기가 커지면서 자연히 해상도(음질) 같은 궁극적 가치기준이 부각되게 된 것이다.

즉, 
곧장 가든 아니면 중간에 부산, 대전을 찍고 가든 어차피 보여지고 들려지는 것들은 해상도라는 궁극적 가치를 향해 움직이게 되어 있다. 디스플레이 또한 마찬가지이다. VHS에서 LD, LD에서 DVD 그리고 최근의 2K급 HD 시대를 거쳐 또 4K, 8K의 UDTV급 해상도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모두 해상도에 관계된 것이다. 결국 이 것이 메인 스트림이다. 그렇기 때문에 길게 본다면 편광 방식은 어떻게든 해상도 문제를 해결해내야 한다. 이건 지금처럼 마케팅적인 언론 홍보자료로만 계속 커버할 수 있는 종류의 문제가 아니다.

[사진 출처: "3D입체영상에서 시각적 구성요소의... 프로젝트"(최우영)]

이번에는 SG 방식의 단점 항목들을 체크 해 보자. 일전에 이종식님이 비유를 통해 언급하신 것처럼 SG 방식의 문제점들은 사실 갯수는 많지만 편광 쪽보다 훨씬 덜 골치 아픈 것들이다. 그래서 앞으로의 싸움은 편광 쪽이 다소 불리하다고 한 것이다. 우선 안경에 관한 지적이 많다. 비싸다, 싱크 신호가 잘 끊어진다, 충전이 번거롭다..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사실 이런 건 사소한 것들로 곧 해결이 될만한 것들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안경 가격은 벌써 작년의 1/4 수준으로 떨어졌고 앞으로 계속 더 떨어질 것이다. 싱크 신호는 이미 블루투스로 대체 되어 가고 있다. 충전 또한 휴대폰 문화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는 그다지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SG 방식의 가장 큼지막한 골칫거리는 크로스톡저휘도두 가지이다. 그 중에서도 크로스톡 1번 순위였다. 제조사들은 크로스톡을 없애기 위해 블랙 필드를 정상 프레임과 교대로 1/240초 간격으로 삽입해 넣었고, 이 떄문에 밝기가 희생되었고 또 값비싼 240Hz 패널을 써야 하는 부담도 떠 안았다. 그런데 앞서 언급했듯이 불과 1년 만에 이 골칫거리가 거의 해결이 되어 가고 있다.

삼성의 D8000과 소니의 HX920의 3D 영상을 보면 크로스톡이 거의 신경 쓰이지 않는다. 이질감이나 울렁거림도 거의 없다크로스톡이 100% 사라진 것은 아니다. 눈을 부릅뜨고 찾아보면 곳곳에서 발견 할 수는 있다. 그러나 내가 일부러 신경 쓰려고 노력하지 않는 이상, 시청 시에는 거의 불편을 주지 않는다. D8000의 경우는 거의 PDP급 수준이고, HX920 PDP보다는 다소 많지만 역시 그다지 신경 쓰일 정도가 아니다. 불과 6~7개월 전만 해도 이 수준이 아니었다. 신경 쓰지 않으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신경 안 쓸 수 없을 만큼 크로스톡이 많았다.

크로스톡이 개선된 가장 큰 원인은 LCD 패널의 반응속도가 크게 향상 되었기 때문이다. 3D 뿐 아니라 2D 영상에서도 요즘 나오는 LCD TV들은 예전에 비해 잔상이 크게 줄어 들었다. 그런데 반응이 빠른 패널의 개발은 계속 가속화 되고 있다. 현재의 패널보다도 반응속도가 10배 가량 빠른 패널이 이미 개발 완료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면 반응속도나 크로스톡을 운운할 필요 조차도 없는 OLED 시대를 생각할 수도 있다. 결국 크로스톡 문제는 언젠가는 해결될 문제였다. 단지 그 시점이 예상보다 더 빨라진 것 뿐이다.

그렇다고 현재 모든
SG 방식의 TV가 크로스톡을 다 해결한 것은 아니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 내놓은 120Hz 제품들은 아직도 크로스톡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크로스톡이 해결된 것은 아직 고가의 몇몇 모델들 뿐이다. HX920만 해도 크로스톡이 아주 깔끔한 상태는 아니다. 아직은 조금 더 손 볼 여지가 있다. 하지만 이는 시간 문제이다. 지금 진행되어 가는 속도로 볼 때 이제 기술적으로 크로스톡 문제는 거의 해결 단계에 들어갔다고 봐야 한다.

SG 방식 3DTV의 또 커다란 문제점은 저휘도”, 즉 밝기가 떨어지는 문제이다. “크로스톡밝기두 가지는 사실 서로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SG 방식의 밝기가 떨어지는 이유는 구조적으로 밝기를 떨어트리는 방해 요소들이 많기 때문이다. 요약해보자.

(1) SG 방식은 안경이 좌우 교대로 개폐된다. 여기서 광량이 1/2로 준다
(2) 3D 안경에 있는 LCD 글래스의 투과율이 또 광량의 1/3 가량을 잡아 먹는다.
(3) 풀 블랙 필드를 어드레싱 해야 하기 때문에 여기서 또 약 40% 정도 밝기를 잡아 먹는다.

이 세가지 요소를 모두 거치면 최종적으로 남는 휘도는 평균
20% 안팍이다. 이 가운데 (3)은 전적으로 크로스톡을 유발하는 잔상을 줄이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패널의 반응속도가 빨라지게 되면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 삼성 D8000은 이 문제를 아직 해결하지 못했다. 크로스톡은 줄었지만 밝기는 오히려 예전 C8000보다도 어두워졌다. 그러나 HX920은 이 문제를 해결했다. 블랙 필드 대신 백라이트 스캐닝 만으로도 크로스톡을 만족할 만큼 줄이는데 성공했다면밀히 비교해서 살펴보면 블랙 필드를 사용한 D8000 보다는 아직 크로스톡이 많다. 그러나 말씀 드렸듯이 시청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다. 대신 패널의 밝기가 대폭 증가했다. 실(失)보다 득(得)이 더 많은 셈이다. (물론 밝기가 증가한 데는 다른 요인도 작용을 했다.)

결과적으로 HX920만 보면 이제 밝기문제도 더 이상 SG 방식의 단점이 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은 패널의 반응속도가 키 포인트가 된다. AMOLED LCD 보다 더 밝지는 않지만 반응속도가 비교가 안 될 만큼 빠르다. 따라서 백라이트 스캐닝이라는 것도 없고, 블랙 필드 어드레싱도 불필요할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밝기를 저해하는 요소들이 사라지기 때문에 해상도가 1080p 그대로 유지되면서 크로스톡도 없고 밝기도 떨어지지 않는 3D 입체 영상을 만들 것으로 예상이 된다.

그렇다 해도 SG 방식에서는 플리커링이 많다는 단점 항목은 그대로 남는다. , 플리커링은 해상도, 크로스톡, 밝기 등과 비견할 만큼의 비중을 갖는 항목은 아니다. 그래도 이 문제는 여전히 SG 방식의 해결과제이다. 크로스톡과 달리 플리커링은 쉽게 해결될 사안은 아니다. 플리커링도 종류가 다양하다. 영상 내에서 발생하는 주사선이나 프레임 깜박거림 현상은 기술이 발전하면 차츰 해결 되겠지만, 외광의 간섭으로 인해 발생하는 플리커링은 사용자 환경에 관한 것이라 쉽게 해결될 사안은 아니다.

[삼성의 주력 모델 UN-D8000]

크로스톡과 저휘도의 두 가지 굵직한 문제가 해결이 되면, 왜 해상도의 손실을 감수해가면서 편광을 채택해야 하는지 의문이 생기게 된다. 물론 아직은 아니다. 지금은 그런 질문을 할 게재가 아니다. HX920 같은 제품은 아직 가격이 어마하게 비싸다. 향후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편광 제품 수준이 되려면 아마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리고 아직은 편광이 더 편리하게 느껴질만한 여러 가지 장점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 바라보면, 미래로 갈수록 편광 쪽이 다소 불리한 쪽으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이유 때문에서라도 연초에 광풍
(狂風)처럼 3DTV 방식 전쟁이 일 때에도, 너무 갈 데까지 가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다. 후유증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또한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할 것은 없다. 나중에라도 필요하면 삼성이 편광으로, LG SG 방식으로 얼마든지 바꿀 수도 있고 그 것이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한번 어떤 방식이 좋다고 외쳤다고, 계속 지조를 지켜야 할 이유는 없다. 기업은 정치집단도 학자도 아니다. 소비자에게 득이 되는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만이 궁극적 목표일 뿐이다. 더구나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발전하는 전자제품 시장에서는 말이다. OLED 시대로 넘어가거나 또는 SG의 단점들이 거의 해결된 시점이 되면 얼마든지 LG SG 방식으로 다시 되돌아 올 수도 있다. (사실 LG 2010년 하반기 모델인 LEX9 같은 SG 방식 제품은 완성도가 대단히 높은 수준이었다.) 시간이 흐를 수록 SG가 유리한 입장이라고 일단 말씀은 드렸지만, 사실 SG 방식도 그대로 쭈욱 나갈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안경부터 우선 대폭 성능이나 착용감이 개선 되어야 한다. 최근에는 셔터 글라스와 편광의 장점을 합한 새로운 방식이 개발되고 있다고도 한다. 이 또한 반길 일이다. 물론 장점을 합한 것이 될지, 오히려 단점만 합한 것이 될지 그건 알 수 없다. 아무튼 바라마지 않는 것은 당장의 시야에 매이지 않고 꾸준히 새로운 방식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접근들 했으면 하는 것이다. 진정한 승자(勝者)는 현재에 머무르지 않는 자라고 하지 않던가.


HX920
의 크로스톡(Cross-Talk)

사설이 꽤 길었다. 이제 HX920의 3D 화질에 대해 살펴 보기로 하자. 누차 언급한 대로 HX920은 과거에 비해 놀랄만큼 크로스톡(Cross-Talk)을 크게 줄인 제품이다. 아래 스크린 샷을 보자. 위 쪽 사진은 소니의 작년 모델인 LX900이고, 아래 사진은 HX920이다. 두 사진 모두 3D 실사 영상에서 좌측 안경에 비친 이미지를 찍은 것이다.

스크린 샷에서 보듯 LX900은 조각 상 우측으로 테두리에 하얀 선이 두툼하게 보인다. 우안(右眼)에 보여야 할 정보가 잔상이 되어 좌안(左眼) 정보에 남아 있는 전형적인 크로스톡의 형태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개 작년 모델 SG 방식 3DTV들의 크로스톡이 이 정도 수준이었다. 그러나 HX920을 보면 같은 장면인데도 크로스톡이 거의 없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살짝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시청에 그다지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다.

[소니 LX900 모델의 스크린 샷]

[소니 HX920 모델의 스크린 샷]

확실히 놀랄 만큼 크로스톡이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삼성 D8000과 나란히 놓고 비교하면 크로스톡은 확실히 삼성 D8000이 더 깔끔하다. HX920은 일반적으로는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라지만 좀 예민한 사람이라면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 또 가끔 어떤 장면에서는 화면 가장자리가 중앙과 뎁쓰 차이가 많이 날 때 원근감이 헷갈려 나타날 때도 있다. 이에 반해 삼성 D8000은 예민한 사람들 조차도 거의 불만을 갖지 않을 만큼 크로스톡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DLP 급까지는 아니어도 PDP급은 된다. 뎁쓰 정보도 잘 틀리지 않아 어지럼이 별로 없다. 크로스톡 한 가지만 놓고 보면 삼성 D8000이 가장 앞서는 것은 맞다. 아무래도 소니 HX920은 블랙 필드 어드레싱을 하지 않은 점이 삼성 D8000 보다 불리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대신 소니는 휘도를 얻었다. 소니 HX920으로서는 잘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기대 되는 것은 말씀 드렸듯이 지금보다도 월등 반응속도가 좋은 패널이 곧 등장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블랙 필드 어드레싱 없이 백라이트 스캐닝만으로도 현재의 D8000 보다 훨씬 더 좋은 크로스톡 프리 상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미래 이야기이다. 현실적으로는 아직도 중저가형 SG 제품들은 적잖은 크로스톡과 저휘도 문제를 안고 있다. 또 고가의 240Hz 제품들도 스펙에 따라
경중의 차이가 있다. 따라서 해상도에 민감하지 않은 대신, 크로스톡과 휘도에는 민감한 사용자라면 FPR 편광 방식이 훨씬 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더구나 가격도 더 저렴하다. 올 시즌 편광 TV가 성가(聲價)를 올리는 이유이다.


3D
영상에서의 밝기

3D
영상에서는 어느 정도가 적정한 밝기인가에 대한 기준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일단 2D의 기준을 적용하면 대략 110/(칸델라) 이상이면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편광이라면 이 정도 밝기가 전혀 문제가 안 된다. LG LW5700의 경우 3D에서 150/㎡ 이상의 세팅도 가능했지만 오히려 과다한 밝기라서 실제 시청 시에 110/㎡으로 낮춰 세팅을 할 정도였다. 그러나 SG 방식에서는 이 정도 수준의 밝기를 내기가 대단히 어렵다. 편광 방식이 SG 방식보다 더 눈에 편하게 느껴진다고 말하는 사용자가 많은데 그렇게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밝기" 때문이다. 편광은 3D 안경을 썼을 때 밝기가 툭 떨어지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 동안 테스트 했던 SG 방식 3DTV 중에서는 삼성의 2010년 대표모델인 C8000이 가장 밝았다. 100% White 3D 패턴에서 약 70/㎡ 였다. 올해 출시 모델인 D8000의 경우 크로스톡은 현저히 줄었지만 밝기는 오히려 C8000보다 못하다. 52/㎡ 정도가 나온다. 그래도 이 정도면 양반이다. 작년에 출시된 다른 SG 제품들은 대개가 30/㎡ 안팎으로 정말 어두웠다. PDP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심지어 삼성 PN-C7000 PDP의 경우는 최대 밝기가 18/㎡ 정도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번에 소니 HX920을 측정해보니 최대 밝기가 무려 107/㎡가 나온다. 대단히 놀라운 수준이다.

/우안 안경이 교대로 개폐되는 SG 방식에서는 정확한 광량의 측정이 쉽지 않다. 대개는 SG 안경의 한쪽을 광량 분석기 렌즈에 대고, 3D Pluge 패턴을 띄워 측정하는데 백라이트나 블랙 어드레싱 유무에 따라 불균일한 밝기가 측정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 쪽만 측정한 것이라서 양안을 총합시킨 광량 값으로 간주 할 수도 없다. 한쪽 눈을 감고 느끼는 광량과 양쪽 눈을 모두 뜨고 느끼는 광량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에 관한 안과학 쪽의 논리가
Binocular Contrast Summation 이론이다. 한쪽 눈의 광량과 양쪽 눈의 광량 관계를 계산하는 이론인데, 조사해보니 아직 최종 결론 난 것은 없고 여러가지 설()이 난무하다. 두 배는 결코 아니다. 그렇다고 똑 같지도 않다. 독자들도 한번 한쪽 눈을 감았다 떴다 하면서 양안 상태의 광량과 단안 상태의 광량에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지 스스로 테스트 해 보시라. 이와 관련해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수식은 아래와 같다고 한다.

  (C=양 눈의 광량, L=좌안 광량, R=우안 광량)
 
계산해보면 대략 1.41 정도가 된다. 즉, 광량 분석기에 측정된 밝기에 x1.4 를 하면 얼추 양안(兩眼)이 느끼는 밝기가 된다는 이야기이다. 이를 토대로
역산(逆算)해 보면 SG 방식에서는 한쪽 눈 기준으로 최소 80/㎡ 이상은 나와 주어야 양안 상태의 3D 영상에서 어둡다는 느낌을 받지 않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공감할 만한 이론이다. 개인적 경험으로는 80/㎡는 여전히 좀 아쉬운 밝기이고 약 90/㎡ 이상이면 SG 방식 3D에서는 충분한 밝기가 되지 않나 가늠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까지 이 수준에 근접한 SG 방식 3DTV는 전혀 없었다. 그런데 소니 HX920의 밝기가 107/㎡로 측정 되었으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수치만 그렇게 나온 것이 아니라 실제로 감상 할 때에도 HX920의 3D 영상에서는 밝기에 대한 아쉬움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예전의 SG 방식 3DTV를 볼 때는 좀 어둡군..”하는 생각이 늘 한 구석에 있었지만, HX920에서는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소니
HX920이 어떻게 해서 밝기 문제를 해결했는지는 구체적으로 정확히 알 수 없다. 일단 블랙 필드 어드레싱 없이 백라이트 스캐닝 기법만 썼기 때문에 최소 30~40% 이상 밝기를 증가 시킬 수 있었음은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정도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직하형이라서 모듈 수가 더 많다는 점도 감안 할 수 있다. LED의 밝기를 boosting 시켰다는 설도 있는데 정작 어떤 방식으로 부스팅 시켰는지 설명된 기술 자료를 찾을 수가 없어, 이건 그냥 하는 말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아무튼 삼성에서는 아직 해결하지 못한 저휘도 문제를 소니는 해결한 셈이다. 이제는 기술 수준에서 소니에 확실히 앞서 나간다고 자부했던 삼성으로서는 적잖은 자극이 될 것 같다.

그러나
HX920은 아직 대중적인 제품이 아니다. 사실 너무 비싸다. 스펙을 고려하더라도 말이다. 이럴 때 소니가 좀 더 적극적인 가격정책을 펼쳐야 경쟁업체에게 뺏긴 마켓 쉐어를 찾아 올 수 있을텐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좀 답답하게 느껴진다. 물론 언젠가 가격이야 떨어지겠지만 아직까지는 "크로스톡도 적고, 밝기도 좋고 해상도 손실도 없는 3D 화질"을 얻으려면 막대한 비용을 치루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밝기가 아쉽던지, 크로스톡이 거슬리던지 또는 해상도가 다소 떨어지던지 하는 제품 중에서 선택할 수 밖에 없다.

한편 HX9203D 영상에서도 로컬 디밍이 작동된다. 작년에 출시된 LG의 직하형 SG 방식이었던 LX9500이나 LEX9 2D에서만 로컬디밍이 되고 3D에서는 글로벌 디밍 밖에 되지 않았었다. 그러나 HX920 3D에서도 가능하다. 로컬디밍을 켜면 블랙이 확실히 차분하게 가라 앉는다. 사실 SG 방식 3D 영상은 항상 밝기에 목 말라 있는 형편이어서 암부의 깊이까지 신경 쓸 여유가 별로 없었다. 일단 웬만한 밝기가 나와야 명암비이고 뭐고 따질 형편이 되지 않겠는가? 그러나 HX920은 밝기가 만족할 만 하니까 자연히 명암비에 신경을 쓰게 된다. 그런데 로컬 디밍이 가능하니, 3D 영상에서도 수준급의 명암비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3D
모드에서의 MotionFlow의 중요성

HX920
에서 3D를 감상할 때는 반드시 MotionFlow 기능을 작동 시킬 것을 권한다. MotionFlow같은 프레임 보간 기능은 영상을 부자연스럽게 만들기 때문에 원래 2D 영상에서는 사용을 권하지 않는다. 그러나 3DTV에서는 고질적인 모션 저더를 없애는 데에 큰 역할을 하기 때문에 오히려 사용을 권장한다. HX920 역시 MotionFlow를 작동 시키지 않으면 피사체가 움직이거나 카메라가 패닝 할 때 움직임이 툭툭 끊어지는 Motion Judder가 생긴다. 삼성 D8000과 나란히 놓고 비교해보니 D8000도 프레임 보간 기능(Motion Plus)을 끄면 끊기는 것은 똑 같으나 소니 HX920가 확실히 좀 더 두둑 거리는 편이다. 그러나 MotionFlow표준에 놓으면 어지간한 모션 저더는 다 사라진다. 대신 움직임이 미끈덩거리는 부작용이 있지만 3D에서는 별로 어색하지 않다. 어차피 3D 입체 영상은 아무리 잘 만들었어도 실제의 움직임처럼 자연스러울 수는 없다. 시청자가 이미 어느 정도는 부자연스런 것을 감수하고 보기 때문에 프레임 보간에 의한 어색함 정도는 사실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HX920에서 MotionFlow을 사용해야 할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다. MotionFlow를 사용하지 않으면 화면에 플리커링이 제법 심하게 나타난다. 프레임 전체가 깜박거리는 프레임 플리커링이 아니라, 주파수가 낮을 때 화면의 밝은 부분에서 파르르 떨리는 주사선 플리커링이 있다. 원래 소니측 자료에 따르면
MotionFlow를 끄면 24Hz 필름 소스를 5:5로 풀다운 시켜 보여준다는 것인데, 5:5 풀다운이면 120Hz가 되기 때문에 플리커링이 생길 까닭이 없다. 48Hz 또는 72Hz라면 혹 모르겠다. 파나소닉 VT25의 경우 3D 모드에 48Hz 재생 메뉴가 있는데 계조가 살아나고 움직임이 부드러워진 반면 심한 플리커링이 생기는 것을 감당해야 했다. 필자 생각에는 5:5 풀다운이 아니거나 중간 프로세싱 과정에서 무언가 버그가 생겨 플리커링이 발생하는 것 아닌가 싶다. 어찌 되었든 소니 HX920에서 3D 영상을 볼 때는 반드시 MotionFlow를 켜고 시청해야 한다는 것이 최종 결론이다.


3D
영상의 화질 성향

HX920
3D 영상 입체감은 아주 우수하다. MotionFlow를 켜면 모션 저더나 모션 블러도 별로 신경 쓰이지 않는다. X-Reality 회로는 3D에서도 활성화가 가능하다. 2D에서는 사용을 권하지 않았지만 3D에서는 사용도 고려할 만하다. 크로스톡이 심하지 않기 때문에 살짝 윤곽보정이 들어가도 큰 방해를 주지는 않는다.
 
그런데
입체감, 동적 해상도 모두 우수하지만 은근히 단점도 보인다. 아
마도 휘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생긴 문제 같은데, 영상에 살짝 막이 낀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다. 영상보드에서 흔히 있는 노이즈 중 하나인데, 과도한 햇살이 비친 것처럼 화면이 살짝 화이트닝 되면서 그로 인해 윤곽선이 살짝 뭉개지는 현상이다. 삼성 D8000과 비교하면 D8000의 그림이 차분하게 안정되고 포커싱이 또렷하게 나타나는 반면, HX920은 살짝 들뜬 그림이 된다. 이것도 혹시 휘도를 얻기 위해 치른 대가는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화면의 안정감은 상대적으로 떨어져도 일단 화면이 훨씬 더 밝으니까 D8000 보다 눈은 더 편하다. 마침 옆에 놓여져 있던 D8000과 비교해 보니 그렇지, 사실 HX920만 보면 3D 영상도 꽤 디테일하고 입체감이 우수한 그림이다. X-Reality 기능을 활성화 시키면 영상이 살짝 블러링 되는 것이 많이 보정된다. , 너무 심하게 넣으면 역효과가 난다.

최근 입수한
3D 전용 패턴 제너레이터인 Video Forge를 통해 HX920 3D 모드에서의 색 정확도와 색온도를 측정해 보았다. 그림에서 보듯 3D 영상에서도 색 정확도는 그다지 흐트러지지 않은 모습이다. 2D에 비하면 그린과 옐로우가 살짝 포화된 느낌이 있으나 큰 차이가 아니다. 그러나 블루는 여전히 기준좌표(+ 마크)보다 다소 옅게 빠져 있다. 전체적으로는 2D에서 유지되었던 색 정확도의 우수성이 3D에서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색온도는
따뜻하게 2”로 놓았을 때 기본적으로 6100K 안팎이 나온다. 이건 삼성 D8000 모델도 그렇다. 3D 모드에 들어가면 전반적으로 색온도가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화이트 밸런스 조정을 했더니 6400~6500K 안으로 비슷하게 들어 맞는다. 그러나 조정 기능의 정세도가 떨어져 아주 정확하게 맞지는 않는다. FPR 방식인 LG LW5700의 경우 조정 전 색온도도 잘 맞는 편이었지만, 워낙 화이트 밸런스 조정 기능이 정세하고 옵션이 다양해 전 대역에 걸쳐 델타 에러 값을 0~1 수준에 맞도록 색온도를 정확히 맞추는 것이 가능하다. 그에 비해 화질 조정 기능의 옵션이 다양하지 못하고 정밀한 조정이 쉽지 않다는 것은 앞으로 소니가 개선해 나가야 할 점 중 하나이다.


2D-to-3D
변환 기능

HX920
에도 2D-to-3D 변환 기능이 있다. 3D 컨텐츠가 아직 활성화 되지 않은 상황이라 제조사로서는 넣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HX9202D-to-3D 변환 기능은 성능이 영 좋지 않다. 작년 모델에도 동일한 기능이 있었는데 그때는 정말 조악한 수준이었다. 그때보다는 훨씬 나아졌다. 그러나 여전히 완성도가 많이 떨어진다.

뎁쓰를 세 단계로 조정할 수 있는데
, “중간낮음 3D 효과가 거의 없다. “높음으로 해야 효과가 나기 시작하는데 크로스톡이 적지 않게 발생한다. 프로세서 문제인지 알고리즘 문제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오리지널 3D 영상의 크로스톡이 적었던 것으로 미루어 짐작하면 분명 하드웨어 문제는 아니다. 경쟁 제품인 삼성 D8000, LG LW5700도 모두 2D-to-3D 변환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 기술은 작년에도 삼성이 한 걸음 앞선 편이었는데, 올해에도 삼성의 변환 기능은 꽤 발전한 모습을 보여준다. 오리지널이 아닌 2D-to-3D 변환 영상에서도 크로스톡은 거의 사라졌고 뎁쓰 오차로 인해 앞뒤 레이어 간격이 이상해지는 모습도 줄어 들어 꽤 깔끔한 모습을 보인다. LG의 경우, 작년에 SG 방식 제품을 낼 때에는 크로스톡 때문에 2D-to-3D 변환 기능을 넣을까 말까 고민을 많이 하다가 결국 넣지 않았었다. 그러나 올해는 편광에 올인하면서 자신있게 이 2D-to-3D 변환 기능을 장착하게 되었다. 당연히 크로스톡도 없고 또 화면이 밝기 때문에 대단히 훌륭한 성능을 보여준다. 가장 깔끔한 화면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필자는 SKY 위성 채널을 통해 야구 경기를 HD급으로 시청할 때(※ 사실 말이 HD급이지 전송률이 AVC 코덱 기준 8Mbps 안팎이기 때문에 필자는 "짝퉁 HD"라고 부른다. 참고로 블루레이 디스크의 경우 보통 30~40Mbps의 전송률을 갖는다.) 주로 2D-to-3D 변환 기능을 많이 사용한다. 이 때 LG의 LW5700을 통해 시청하면 세 시간 가량을 연속으로 시청해도 전혀 거부감이 없다. (물론 가끔 뎁쓰가 안 맞아 앞 뒤 사물의 비율이 잘 안 맞기는 한다. 즉, 앞 쪽 사람의 얼굴이 갑자기 '큰 바위 얼굴'이 되거나 하는 현상이다. 이건 LG이든 삼성이든 2D-3D 변환 기능에서는 어느 정도는 다 있다. 그런데 LG의 경우는 뎁쓰의 디폴트 값이 과(過)해 값을 줄이지 않으면 이 현상이 좀 심해진다. 그러나 값만 줄이면 LW5700이 2D-3D 변환 기능은 가장 깔끔하다.) 결과적으로 LG, 삼성 등 경쟁사의 2D-to-3D 기능은 크게 진일보한 반면, 소니는 아직 정체된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다.


3D
안경

[소니 TDG-BR250 3D 안경]

소니 HX920과 함께 배달된 3D안경(TDG-BR250)은 충전형이다. 디자인도 좋고 착용감도 괜찮다. 삼성 SSG-3300 모델처럼 귀에 걸지 않고 그냥 머리에 두르는 형태이다. 이런 방식이 더 편하다. 그러나 삼성 안경보다는 다소 뻑뻑해 머리가 큰 사람은 약간 조이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싱크가 블루투스가 아니라는 점이 가장 아쉽다. 여전히 적외선(IR)을 사용하기 때문에 고개를 다른 곳으로 돌리게 되면 싱크 신호가 끊어진다. 그런데 TDG-BR250은 작년 모델이다. 경쟁사인 삼성이 SG 안경의 종류와 가격을 다양화 하기 위해 노력 하는 것에 비해 소니는 이 부분에서 다소 게으른 모습이다.


[삼성 SSG-3300 3D 안경]

소니도 3D 안경의 싱크 신호를 빨리 블루투스로 전환해야 한다. IR 방식에 비해 블루투스 방식이 훨씬 편하다. 고개를 가로 세로로 아무리 많이 돌려도 싱크 신호가 끊어지지 않는다. 옆 사람이 안경을 추가로 장착했을 때 그 사람의 싱크 신호에 간섭 받는 일도 전혀 없다. 따라서 소니도 조속히 블루투스로 전환을 해야 한다. 또 소니는 3D 안경 가격도 아직 너무 비싸다. 최근 SG 방식 3D 안경의 가격은 작년의 1/3 이하 수준으로 크게 떨어지고 있는데 소니만 아직 멈춤 상태이다. 동작이 너무 느리다.


앞으로 크게 진화할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가 3D 안경이다. LG전자 광고에서 원빈이 쓰고 나온 3D 안경은 명품 브랜드인 알랭 미끌리 제품(※ 아래 사진 참조)으로 야외에서는 일반 선글라스로도 사용 할 수 있다. 물론 대단히 비싼 고가의 제품이다. 그러나 3D 안경이라고 명품 브랜드가 생기지 말라는 법은 없다. 또 삼성전자는 특정 개인에게 맞춘 맞춤형 3D 안경을 제작하기도 한다. 또 최근에는 고도 근시자를 위한 “3D 도수 안경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소니 HX920은 3D 안경의 밝기를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한다. 그런데 안경을 벗고 살펴보니 옵션을 바꿀 때마다 바뀌는 것은 안경의 밝기가 아니라 패널 화면의 밝기였다. 왜 이런 옵션을 만들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크로스톡이 많던 시절에는 밝기가 증가하면 크로스톡이 더 많이 보이기 때문에, 크로스톡에 민감한 사람들은 일부러 밝기를 줄여서 보는 경우가 간혹 있었다. 그런 뜻에서 만든 옵션이 아닐까 추측은 된다. "높음", "중간", "낮음", "자동"의 네 가지 옵션이 있는데 측정 결과는 옆 표와 같다. 당연히 "높음"으로 선택하면 된다.

 

3D 안경에 대한 팁 한 가지. 원래 3D 영상은 최대한 실내 조명을 어둡게 하고 보는 것이 정석이다. 안경에 외부 조명이 들어올 경우, 간섭에 의한 플리커링이 일어날 수 있고, 또 영상에 대한 집중력도 많이 흐트러 놓는다. 특히 SG 방식이 이에 더 민감하다. 따라서 3D 영상을 볼 때는 안경에 다른 빛이 새어 들어오지 않게 신경 쓸 필요가 있다.


끝 맺는 말

소니의
HX920은 참 잘 만든 제품이다. 화질에만 국한해서 보면 2D 3D 모두 최정상급의 수준작이다. 특히 SG 방식의 강점인 높은 해상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단점으로 지적되던 크로스톡과 저휘도의 문제를 해결해 낸 것에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색 정확도와 계조별 평탄성, 그레이스케일, 감마 등 기초적인 화질 특성도 우수하다.

단,
세부적인 전문가 조정 기능이 빈약한 점, 3D 싱크가 아직도 IR 인 점 등은 아쉽다. 또 크로스톡도 약간 더 개선될 여지가 남아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HX920의 가장 큰 단점은 너무 비싼 가격이다. 직하형에 풀 로컬 디밍이고, X-Reality Pro 회로에 값비싼 사운드 바 스탠드이며 원가가 많이 들어간 스펙인 것은 맞다. 또 플래그 쉽 모델이라는 자존심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현재의 시장 상황이나 경쟁사들의 뛰어난 기술력과 마케팅 능력 등에 대해 제대로 파악을 하고 있다면 이렇게 높은 가격을 붙인다는 것이 말이 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소니는 지금 예전 브라운관 TV 시절의 브랜드가 아니다. 물론 가격은 시간이 지나면 떨어질 것이다. 당장은 접근이 쉽지 않은 가격대이지만 일단 이런 류의 제품이 나왔다는 것이 중요하다. 곧 가격이 낮으면서도 크로스톡과 밝기 문제를 동시에 해결한 제품들도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한 동안 삼성
, LG에 비해 제품 개발 능력이 답보 상태에 머무른 것처럼 보였던 소니가 모처럼 저력을 발휘한 것도 반갑다. HX920은 삼성, LG 등 국내 업체들에게도 신선한 자극이 될 제품으로 보여진다.  (최 원 태)


Review Equipment

● Color Spectro Radiometer : Photo Research PR-650
● Luminance Measuring Meter : Minolta LS-100
● Test Pattern Generator : AccuPel HDG-4000, VideoForge 3D Pattern Generator
● Analysis Program : Datacolor Colorfacts Professional 7.5
● Source Component : OPPO BDP-93 3D Blu-ray Player, Playstation 3



1부 다시 읽기

Posted by hifinet
2011. 7. 15. 13:58

posted by 최 원 태


소니의 새로운 플래그 쉽 모델

KDL-HX920은 소니가 발표한 새로운 플래그 쉽 모델이다. 3DTV의 태동기였던 작년(2010년)에 소니는 여러가지 시행착오를 겪는 바람에 시장점유율과 제품의 완성도 양면에서 모두에서 그다지 만족 할 성과를 얻지 못했다. 다시 전열을 가다듬어 작년 말에 3DTV로는 최초로 직하형+로컬디밍이 적용된 제품인 HX900을 발표했지만(※국내에는 수입되지 않았다), 장점 못지 않게 단점도 꽤 많이 지적되었고, 뒤쳐진 시장 점유율을 만회하기에도 다소 역부족이었다. 이에 HX900을 기본 베이스로 해서 패널을 교체하고 엔진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한편 몇 가지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 발표한 모델이 바로 HX920이다.
 
즉, HX920은 같은 SG(셔터 글라스)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삼성의 대표 모델 D8000, FPR(필름 편광) 방식으로 전향한 후 성가(聲價)를 올리고 있는 LG의 대표 모델 LW5700과 더불어 2011년형 3DTV를 대표하는 소니측 대표 모델이라 할 수 있겠다. (※ LG의 LW6500은 LW5700과 화질 외적인 스펙만 다르고 화질은 동일한 제품이다.)

2011년의 TV 트렌드는 3DTV스마트 TV 두 가지로 요약 할 수 있다. 이중 스마트 TV 기능은 최근 불고 있는 스마트 폰의 열기를 차용(借用)해 TV 판매에 도움을 주려는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사실 이전 모델들도 DLNA, USB, 인터넷 TV 등의 기능들은 다 갖추고 있었다. 스마트 TV는 여기에 요즘 유행하고 있는 스마트 폰의 앱(App) 기능을 원용(援用)한 것에 지나지 않다. 스마트 TV 기능이 얼마나 유효한가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살펴 보기로 하고, 어찌 되었든 스마트 TV 기능은 TV의 본질적 요소인 화질과는 별로 상관이 없는 말 그대로 Trend 기능이라 하겠다.

 


그러나 3DTV 기능은 그렇지 않다. 2010년을 3DTV의 태동기였다고 한다면 2011년은 본격적인 성장기가 시작되는 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3D는 아직 컨텐츠 시장도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다. 방송 표준 규격도 확정되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하고, 제품의 기술적인 완성도도 아직 발전 중간 단계에 있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본격적인 3DTV 시대가 열리려면 앞으로도 최소 2~3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 실제로 떠들썩한 광고에 비해 판매 비중도 아직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DTV는 여전히 트렌드의 대세(大勢)를 이루고 있다. 주요 TV 제조업체들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3DTV의 개발과 홍보에 온 정성을 쏟고 있다특히 국내에서는 올 초부터 LG와 삼성 간에 과열(過熱) 양상의 ‘3DTV 전쟁’이 지속되고 있어 연일 세간의 이목을 받고 있다.

도대체
판매 비중도 적다는데 제조사들은 왜 이렇게 3DTV에 사활(死活)을 걸고 있는 것일까? 그 것은 진행 속도가 더딘가 빠른가의 차이가 있을 뿐 결국 언젠가 TV 시장은 3DTV로 귀착 될 수 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아직은 초기 단계이지만 3DTV의 앞날은 굉장히 밝다. TV 디스플레이 패널의 주종(主種)은 현재의 LCD에서 수 년내에 OLED로 넘어 갈 것으로 예측된다. 이럴 경우 3DTV의 기술적인 완성도는 더욱 높아진다. 영화 산업을 주도 하고 있는 헐리웃 메이저 제작사들은 올해부터는 블록버스터의 절반 가량을 3D로 만들고 있다. 아마 1~2년 안에는 거의 대부분의 작품이 3D로 제작될 것이다.

3D 활성화의 또 다른 키를 쥐고 있는 것이 방송 산업인데, 현재 미국, 일본, 한국, 영국 등 주요 국가들이 모두 3D 방송을 위성 또는 케이블을 통해 시험방송을 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는 지상파 3D까지도 계획하고 표준화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3D 카메라의 보급화도 중요한 견인요소가 될 것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3D 카메라는 모두 전문가용 뿐이었다. 대당 수억원짜리만 있었다. 파나소닉에서 처음으로 보급형(?) 제품이라고 발표한 것도 2500만원이나 했다. 그러나 최근 3백만원 이하의 보급형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물론 아직은 조악한 수준의 그림이다. 그러나 과거 HD급 카메라의 보급과정이 그랬듯이 3D 카메라도 수준급의 컨슈머용 제품이 등장하는 것은 시간 문제이다. 최소 2~3년이면 될 것이다. 게다가 주요 영상 편집 소프트웨어는 이미 3D 포맷을 지원하는 단계에 와있다.

최근 삼성 vs LG의 3D 전쟁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셔터 글라스(Active)와 편광(Passive)이라는 용어에 익숙한 편이다. 일전에 어느 국회의원은 두 회사 간의 과당경쟁에 대해 언급하면서 "3D도 빨리 표준 포맷이 정해져야 한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참 황당한 발언이다. 셔터 글라스와 편광 같은 디스플레이 기술은 둘 중 하나는 버리고 하나는 택해야 할 표준화의 대상이 아니다. 표준화는 통일된 기준이 필요한 방송 규격 등에서 필요한 것이다. 예를 들자면 축구를 할 때 축구공의 무게와 크기는 어떠해야 한다는 명확한 표준 규격이 필요하지만, 공격 할 때 4-3-3 전법을 쓸 것인지 4-4-2 전법을 쓸 것인지는 표준으로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이냐면 우리가 알고 있는 셔터 글라스나 편광 방식은 언제든지 다른 기술로 대체되거나 개량되어질 수 있는 불확실한 것이지 그렇게 둘 중 하나를 표준포맷으로 정해야 할 만큼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액티브 방식이든 패씨브 방식이든 현재의 3D 영상포맷은 모두 좌우 양안의 시차(視差)를 이용한 Stereoscopics 이론에 근거해 만들어 진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 방식도 그다지 썩 좋은 것은 아니다. 분명 언젠가는 다시점(多視點, Multiview) 방식으로 진화하는 날이 올 것이다. 오디오로 따지면 좌/우 채널만 있는 2채널 시스템에서 서라운드 채널까지 구성하는 멀티 채널 시스템으로 바뀌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현재로는 요원해보이는 무안경 3D 방식도 그때쯤에는 가능해 질 것이다.

이렇게 3D 기술은 앞으로도 발전의 여지가 무궁하게 남아 있고, 그 발전 속도에 따라 생활에 미치는 파급 영향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 단순히 잠깐 스치고 지날 일회성 트렌드로 보지 않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이런 점들 때문에 TV 제조업체들은 미래의 큰 시장인 3DTV 시장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지금부터 치열한 개발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2011년 소니의 3DTV 라인업

소니의 2011년형 3DTV 모델은 모두 5종이다. 최상위 모델이 HX920이고 그 뒤로 HX820, HX720, NX720, EX720 등이 있다. 이 중 HX920, NX720, EX720 세 종이 국내에 수입되고 있다. (※ KDL-HX920은 미국에서는 XBR-HX929라는 형번으로 출시 되었다.)


HX
시리즈는 240Hz 패널, NX/EX 시리즈는 120Hz 패널을 쓰고 있다. NX/EX 시리즈가 240Hz 패널 제품인 것처럼 잘못 소개된 것도 본 적이 있는데, 이는 120Hz 패널에 백라이트 스캐닝이 적용된 <MotionFlow XR 240> 기술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생긴 오해이다LG 전자의 경우는 자사(自社) 제품에 백라이트 스캐닝이 적용되면 무조건 패널 프레임 레이트를 두 배로 올려 표기해 왔다. 따라서 240Hz로 표기된 모델의 실제 패널 프레임 레이트는 120Hz이고, 480Hz로 표기된 제품은 240Hz 패널이 맞다. 소니의 NX/EX 시리즈가 일부에서 240Hz로 표기 되는 것도 같은 논리이다. 그러나 소니는 원래 백라이트 스캐닝을 했다고 프레임 레이트를 두 배로 올려서 표기하지 않았었다. 소니 재팬의 자료에도 NX/EX배속(倍速) 패널’(120Hz)이라고 분명하게 표기되어 있다. 유독 국내 자료에서만 240Hz로 표기가 되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HX920도 국내에는 480Hz로 혹 소개될 지도 모른다. 아무튼 다 틀린 표기이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소니의 세 가지 모델 중 HX920은 240Hz 패널, NX720, EX720은 120Hz 패널로 정리하면 된다.

전 모델 모두 소니의 화질 보정 회로인
X-Reality 회로를 장착하고 있는데 HX 시리즈는 SBM 기능과 패턴 데이타베이스 기능이 추가된 Pro 버전을 장착하고 있다. 그리고 HX 시리즈 중에서는 HX920만 유일하게 직하형 LED 모듈에 로컬 디밍이 구현되는 제품이다. 또 유일하게 4분할 백라이트 스캐닝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디밍이나 프레임 보간 기법의 차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설명할 기회를 갖기로 하자. 요즘 유행하는 스마트 TV 기능은 없다. 그러나 기본적인 DNLA 기능, 인터넷 비디오 기능은 있다. 무선 Wi-Fi 카드도 내장하고 있다.

일단 스펙만 놓고 보면
HX920은 소니 라인업은 물론이고 경쟁사인 삼성, LG의 제품과 비교해 원가가 더 많이 들어간 흔적이 느껴진다. 따라서 가격이 비쌀 수 밖에 없다. 55인치 형을 기준으로 할 때 HX920 인터넷 최저가가 530만원(7월 중순 기준) 안팎으로 앞서 언급한 3사의 대표 모델 중 가장 비싸다. 삼성의 UN-D8000이 330만원, LG의 LW5700이 290만원 안팎이니까 비싸도 아주 많이 비싼 편이다. 당연히 가격대비 성능으로 계산하면 꼴찌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HX920은 가격으로 승부하는 제품이 아니다. 소니의 플래그 쉽 모델이 늘 그렇듯이 가격보다는 절대 성능의 가치를 앞에 내세운 컨셉의 제품이라고 봐야 한다.


HX920
의 디자인

HX920은 소니 고유의 마너리씩(Monothic)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다. Monolithic 디자인의 가장 큰 특징은 스크린과 베젤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패널로 일체화 된 스타일이라는 점이다. (사진 참조) LG Borderless Design과 비슷한 개념인데 실제로 외적인 세련미는 LG 보더리스보다는 소니 마너리씩이 조금 앞서 보인다.
직하형이기 때문에 LED 모듈이 뒤쪽에 배치 되어 있어 Edge형보다 1cm 가량 더 두껍다. 그래도 별로 두껍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요즘은 빛을 분산 시켜주는 기술이 발전해 모듈과 패널 사이가 가까워도 유니포미티가 나빠지거나 하는 현상이 거의 없다.

[CES 2011에 전시된 HX920 모델]

 

스탠드가 특이해 보인다. 메탈 알루미늄 소재의 Bar 타입 스탠드이다. 가운데 파여진 홈에 TV의 본체를 맞춰 끼우게 되어 있다. 그런데 이 스탠드(SU-B551S)에는 2.1채널 스피커가 내장되어 있다. 앞쪽 메탈 바 안에는 풀 레인지 프론트 스피커가 들어 있고, 뒤 쪽에는 서브 우퍼가 붙어 있다. 출력은 프론트가 10W+10W, 서브우퍼가 20W이다. 디자인 때문에 사운드를 포기하는 LCD TV의 트렌드를 소니도 따라가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래도 이런 식의 사운드 스탠드를 이용하면 사운드의 희생을 많이 줄일 수 있다. 실제로 HX920 LCD TV 중에서는 꽤 건실하고 두께감 있는 소리를 들려 준다. 뭐 썩 좋다는 것은 아니다. 그나마 좀 낫다는 것이다. 스피커 유닛은 개방이 되어야 제대로 소리가 난다. 저렇게 꼭꼭 숨겨져서야 제 소리가 날 턱이 없다. 마스크 쓰고 노래 부르라고 하면 임재범이든 플라시도 도밍고이든 탁하고 답답한 소리가 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TV 본체 안에서 주변에 있는 온갖 보드 사이에 끼어 천대 받으며 한귀퉁이에 세들어 있는 삼성, LG 제품의 스피커 유닛들에 비하면 그래도 소니의 스피커 유닛은 독방을 따로 쓰는 셈이니 훨씬 낫다. 그런데 벽에 너무 바짝 붙이면 서브우퍼에서 나오는 저역이 웅웅거릴 가능성이 있다.

스탠드는 Bar 타입이 아닌 일반적인 사각형 형태의 블랙 알루미늄 스탠드를 쓸 수도 있다. 어떤 것이든 Monolithic 디자인의 스탠드는 TV의 본체를 6도 가량 뒤로 눕힐 수가 있다. 의자에 앉아서 플로어에 있는 TV를 내려다 볼 때에는 이 각도도 무난하다. 그러나 TV의 설치 위치는 주거 환경마다 다 다르다. 더구나 한국에서는 눈 아래 쪽에 TV를 두는 경우가 흔치 않다. 따라서 일단 수직으로 바짝 세워서 설치 위치를 잡은 뒤 형편을 봐서 뒤로 눕혀야 한다. 원래는 가슴 높이 이상에 TV를 설치 할 경우 기울이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부가 기능 중 눈길을 끄는 것은 작년 모델부터 제공 되는 인텔리전스 센서(Intelligence Sensor) 기능이다. 하단 프레임에 장착된 센서가 시청자의 위치를 파악해서 여러가지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1) 특정 범위 내에 얼굴이 감지 되지 않으면 시청자가 자리를 떴거나 잠이 들어 누웠다고 판단하고 알아서 화면을 끈다. (소리는 안 꺼진다.) (2) 어린이 시력 보호를 위해 1m 이내에 근접하면 경고음과 함께 화면을 꺼 버린다. (3) 마지막으로 시청자의 위치를 센서가 파악해 화면과 스피커의 밸런스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위치 제어> 기능을 제공한다. 아래 두 장의 사진은 <위치 제어>설정으로 놓았을 때 해당 메뉴화면 하단에 나타나는 영상이다. 사용자의 얼굴을 인식하여 사각형으로 나타내고 있다. 옆으로 움직여 보니 사각형도 따라서 움직인다. 그리고 좌측의 그래프에 사용자의 위치를 표시해준다. 물론 이 기능을 사용하기 보다는 그냥 스스로 시청 위치를 가운데로 옮기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겠지만 아무튼 꽤 재미있는 기능이기는 하다.

 


리모콘의 디자인이 참 마음에 든다. 앞면이 아크(Arc) 형태로 되어 있어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그림처럼 뒤집어 놓으면 아주 깔끔하다. (그런데 뒤집어 놓으면 가끔 리모콘이 어디 있는지 쉬 찾지 못할 때가 있다.)

 


 

전용 3D 안경으로 TDG-BR250 모델이 제공된다. 이전에 쓰던 BR100B 모델보다 디자인도 더 세련되고 사용하기도 더 편하다. 또 충전식이라서 무게도 훨씬 가볍다. 그래도 여전히 좀 촌스런 디자인이다. 안경 디자인에 대해서는 LG, 삼성에 비해 소니가 다소 신경을 덜 쓰는 감이 있다. 3D 안경에 대해서는 나중에 3D 영상에 대해 언급하는 2부 말미에 가서 따로 다시 다루기로 하자.



LED
백라이트 모듈 방식

HX920
은 직하형(Direct) LED 방식으로 Full (Array) Local Dimming이 구현되는 제품이다. 아시다시피 대부분의 LCD TV들은 Edge LED 방식을 쓰고 있다. 모듈의 수가 적으니까 원가도 낮아지고, TV의 두께를 줄일 수 있어 외관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연히 화질은 직하형이 더 좋다. LED 백라이트 모듈의 숫자가 많으면 밝기를 높일 수 있고, 동적 해상도도 더 좋아지며, 무엇보다 로컬 디밍을 사용할 수 있어 LCD TV의 커다란 약점인 블랙의 심도를 깊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대신 원가가 높아지고 모듈과 패널 사이에 빛 확산을 위한 공간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Edge형보다 두꺼워 진다는 단점이 있다. 그리고 화질을 잘 모르는 일반 소비자들은 Edge LED와 Direct LED의 화질 차이를 잘 구별하지 못한다. 그래서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 대부분은 Edge LED 방식을 쓰고 있는 것이다.

[좌측: CCFL / 중앙: Edge LED / 우측: Direct LED (로컬 디밍)]

기본적으로 직하형은
Full Local Dimming이 가능하다. LCD TV는 스스로 빛을 발광하는 PDP CRT TV와 달리 광원(백라이트)으로부터 빛을 공급 받아야 영상을 표시할 수 있다. 각각의 밝기(계조)가 다 다를 수 밖에 없는 각 화소들이 한 개의 백라이트에서 획일적인 양의 빛을 일괄적으로 받게 되면, 어두워야 할 화소가 이웃한 밝은 화소의 영향을 받아 들떠 보이는 문제가 생긴다. 그러나 화면 전체를 한 개의 블록으로 간주해 일괄적으로 통제하는 방식(글로벌 디밍)이 아닌, 화면을 여러 블록으로 잘게 나누어 각 블록 단위로 그 블록에 알맞는 밝기에 맞추어 백라이트를 통제하는 방식(로컬 디밍)을 쓰면 그만큼 블랙이 깊어지고 명암비가 높아지게 된다.

원래 로컬 디밍은 직하형에만 적용되는 개념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Edge형에서도 로컬 디밍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직하형처럼 화면을 100여개 이상으로 잘게 나누지는 못하지만, 다만 몇 개라도 제한적인 수의 Zone으로 나누어 Edge에 장착된 모듈을 껐다 켰다 하는 방식이다. 이를 Limited Zone Dimming 이라고 부르고 이와 구별하기 위해 기존의 직하형 로컬 디밍을 Full (Array) Local Dimming 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 그런데 사실 어폐가 있다. 진정한 의미의 Full Local Dimming PDP처럼 200만개의 화소가 다 각기 움직여야 한다. 직하형도 블록수가 기껏해야 몇백개 정도이니까 Limited 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그래도 일단은 이를 Full Local Dimming 이라고 부르자. 그러지 않으면 열 개도 안 되는 블록을 가진 Limited Zone Dimming과 용어 상으록 구별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제조사들은 마케팅 목적으로
Limited Zone Dimming Local Dimming인 것처럼 부풀려 광고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속아 넘어가기 쉽다. 용어도 소니는 Dynamic Edge Dimming, 삼성은 Spotlighting Dimming, LG는 그냥 거두절미하고 Local Dimming 등으로 각기 다르게 부르고 있다. 용어가 어떻든 소비자들이 알아두어야 할 최종 결론은 Limited Zone Dimming 방식과 Full Local Dimming 방식은 그 효과가 천지차이라는 점이다. Limited Zone Dimming은 사실상 Global Dimming에 더 가깝다. 따라서 흔히 말하는 고화질을 상징하는 로컬 디밍이라는 용어는 소니의 HX920, LG LX9500 처럼 직하형의 Full Local Dimming 제품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 한편 소니에서는 Full Local Dimming 방식을 Intelligent Peak LED라고 부른다. Edge Local Dimming Dyanamic LED와 구별하기 위해서이다. 아무튼 세 회사가 서로 앞 다투어 새로운 용어들을 작명해내다 보니 전문가들도 정신이 없다. 아마 자기네들도 자기네 것 외에는 헷갈려서 다 못 외울 것이다.)


HX920 모델은 
Local Block의 수가 몇 개나 되는지 파악하지 못했다. 2010년 모델인 HX900의 경우는 52인치 모델의 블록수가 96(가로 12 x 세로 8)였고, 블록당 9개씩 총 864개의 LED 모듈이 들어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리뷰 제품은 55인치이기 때문에 아마도 100개 이상의 블록에 1000개 이상의 모듈이 사용 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물론 추정이다. 하지만 갑자기 몇 개월 만에 확 늘지는 않았을 것 같다. 한편 LG의 경우는 직하형의 모듈 수나 로컬 디밍 블록수가 소니보다 훨씬 많다. 같은 55인치라도 블록수와 모듈수가 거의 2~3배 수준이다.

한편 
HX920 3D 영상 모드에서도 로컬 디밍이 된다. 이건 매우 큰 강점이다. LG의 직하형 3DTV LX9500이나 LEX9의 경우(SG 방식) 2D에서만 로컬디밍이 작동하고, 3D 모드에서는 글로벌 디밍 밖에 되지 않았다. 따라서 3D 영상에서 블랙이 들뜨는 현상이 있었다. 그러나 소니 HX920 2D 3D 모드 모두에서 로컬 디밍이 가능해 블랙이 크게 안정된 모습을 보여준다.


소니의
MotionFlow XR 기술 (3DTV의 프레임 처리 기술)

MotionFlow
는 소니의 프레임 보간 기술을 일컫는 명칭이다. 3DTV에서는 프레임 보간 기술이 상당히 중요하다. HX920에 적용된 MotionFlow 기술은 XR960이다. XR960 HX920에만 적용되었고, 다른 3DTV 모델들은 XR480 또는 XR240 등이 사용되었다.
MotionFlow XR 기술은 (1) 패널의 오리지널 프레임 레이트, (2) 블랙 필드 어드레싱의 적용 유무(有無), (3) 백라이트 스캐닝 기술의 적용 유무와 분할 개수 등의 세 가지 요인에 따라 그 등급이 결정된다. XR960, XR480, XR240 등의 명칭은 소니 고유의 것이지만, 경쟁사들의 3D 영상 프레임 처리 방법도 알고 보면 대개 비슷하다.

SG 방식 3DTV는 크로스톡(Cross-Talk)을 줄이는 것이 가장 큰 선결과제이다. 크로스톡은 잔상(殘像) 때문에 발생 되므로 잔상을 줄이기 위해 여러 방법들이 강구된다. 물론 가장 근본적인 것은 반응속도가 개선된 패널을 개발하는 것이다. 반응속도가 빠른 OLED PDP 등에서는 크로스톡이 문제 되지 않는다. 두 번째는 블랙 필드 어드레싱 (Black Field Addressing)을 하는 것이다. 240Hz 프레임 레이트를 가지고 있는 패널이라면 1/240초 간격으로 정상 프레임과 블랙 필드를 교대로 내보내는 것이다. 이전 순서의 좌안 프레임 영상이 다음번 순서인 우안 프레임 영상에 잔상으로 남는 것이 크로스톡인데, 좌안 프레임과 우안 프레임 사이에 블랙 필드를 하나 집어 넣으면 잔상이 사라질 시간을 그만큼 끌어 주기 때문에 크로스톡이 대폭 줄어든다. 그러나 대신 밝기가 떨어진다. 또 반드시 240Hz 이상의 패널에서만 가능하다는 제한이 있다. SG 방식은 좌/우안 프레임이 각각 Full HD 해상도이기 때문에, 각각 한 개씩의 프레임을 차지한다. 블랙 어드레싱에 전체 프레임의 1/2을 할당하고, 남는 1/2을 가지고 다시 좌/우안으로 나누게 되면, 결국 한쪽 눈에 해당되는 프레임은 전체 패널 프레임 레이트의 1/4이 된다. 일반적인 비디오 영상 프레임 규격이 60Hz이므로 x4를 하면 최소 240Hz의 패널 프레임 레이트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에 반해 편광은 블랙 필드 어드레싱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120Hz만 있어도 3DTV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래서 편광 방식은 SG 방식보다 원가가 싸게 든다. (물론 이는 3D 구동에서만 그런 것이고, 2D 영상에서는 당연히 240Hz 패널과 120Hz 패널의 영상이 다르다.)

한편 백라이트 스캐닝은
2D 영상에서도 자주 쓰이는 기법으로 특히 LG전자에서 주도적으로 사용해왔다. 블랙 필드 어드레싱보다 잔상 제거 효과는 적지만 대신 화면 밝기에 끼치는 영향도 적어 주로 2D 영상에서 많이 사용된다. 그러나 3D 영상에서도 블랙 필드 어드레싱 기법과 병합해서 사용할 경우 크로스톡 제거 효과가 더 확실해지기 때문에 LG 뿐 아니라 소니, 삼성 등에서도 SG 방식 제품에 이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블랙 필드 어드레싱을 전혀 쓰지 않고 백라이트 스캐닝만 사용하는 제품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 국내에 판매되는 소니의 3DTV들이 모두 그렇다. 그런데 모델에 따라 그 이유가 각기 다르다. 소니 NX720, EX720, 삼성 D6400 같은 120Hz 패널 제품은 사실 엉겁결에 탄생한 감이 있다. 패널이 120Hz이기 때문에 블랙 필드 어드레싱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부득이 백라이트 스캐닝으로 대체 할 수 밖에 없다. 120Hz 패널을 쓰게 된 것은 당연히 가격 때문이다. LG120Hz 패널이 주류인 편광 방식으로 전향하면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덕에 3DTV의 가격이 많이 낮아졌다. 그 바람에 삼성, 소니 쪽에서 맞대응을 위해 원가가 낮은 120Hz 모델들을 울며 겨자 먹기로 만든 감이 있다. 그러나 HX920은 240Hz 패널 제품으로 경우가 좀 다르다. 패널의 반응속도가 예전보다 빨라졌기 때문에 보다 정교한 백라이트 스캐닝만으로도 충분히 크로스톡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에서 만들어 진 제품이다. 블랙 필드 어드레싱을 하지 않으면 대신 "밝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HX920
MotionFlow XR960은 이런 이치이다. 240Hz이므로 패널에는 초당 240개의 영상 프레임이 보여지게 된다. 즉 한 프레임이 보여지는 시간은 1/240초 동안이다. 이때 뒤쪽의 백라이트가 우측 그림에서 보듯 스캐닝을 한다. 처음에는 상단 3/4의 백라이트 모듈을 끄고, 다음 번은 중간 1/2의 백라이트를 끄고 또 그 다음 번에는 하단 3/4의 백라이트를 끄고 그리고 마지막에는 위쪽 1/2과 하단 1/4을 동시에 끈다. 이런 식으로 각기 다른 형태의 4분할 백라이트 스캐닝을 한다. 물론 스캐닝이 워낙 순식간에 일어나기 때문에 사용자는 전혀 알아채지 못한다. 그냥 합쳐서 한 개의 영상 프레임으로 보여지게 되는데 단지 좀 어둑해졌다는 느낌은 혹 받을 수도 있다. (※ 백라이트 스캐닝의 순서나 헝태가 꼭 예(例)를 든 것처럼 진행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든 것은 소니 HX920에 적용된 4분할 스캐닝의 경우에서이다. 다른 회사, 다른 기종의 제품은 또 전혀 다른 순서와 형태가 적용될 것이다.)

이 모든 스캐닝 작업이 1/240초 사이에 이뤄지니까 한 가지 형태의 백라이트 스캐닝이 진행되는 시간은 1/960초에 불과하다. 1초에 보여지는 240개의 영상 프레임마다 매번 이런 식의 4분할 스캐닝이 진행되므로 백라이트 스캐닝이 변하는 횟수로만 따지면 1초에 960번이 진행 되는 셈이다. 그래서 XR960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이다. 그러나 이를 960 프레임 레이트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백라이트 스캐닝은 패널에 나타나는 실제 영상 정보가 바뀌는 것이 아니고, 뒤쪽에서 비추는 광원(백라이트)이 비추는 작동 방식만 달라지는 것 뿐이다. (※ 삼성에서 CMR이라는 정체불명의 측정단위를 만들어서 자기네 제품의 동적해상도가 960 CMR이니, 720 CMR이니 하며 광고하는 것을 보면서 아마도 소니도 무언가 큰 숫자가 들어가는 용어를 하나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XR960이라는 용어도 탄생한 것 아닐까?)

HX920에 사용된 XR960 4분할 백라이트 스캐닝 기술이다. 일전에 리뷰한 LG 72인치 SG 방식3DTV 모델인 LEX9의 경우는 무려 10분할 백라이트 스캐닝 기술이 사용되었다. 백라이트 스캐닝 기술은 LG가 가장 앞서는 편이다. 최근에는 삼성의 3DTV들도 백라이트 스캐닝을 하고 있다. 소니로 따지면 HX820, HX720 모델에서 사용된 XR480 기술과 흡사한 형태이다. XR480은 이렇다. 일단 1/240초 간격으로 블랙 필드 어드레싱을 한다. 따라서 초당 240 프레임 중 120 프레임이 블랙 필드로 할당된다. 나머지 120 프레임이 영상 프레임인데, 매 한 프레임 당 2분할의 백라이트 스캐닝이 행해진다. 2분할이기 때문에 240x2=480의 수식이 적용되어 “XR480”이라고 명명 되었다. (블랙 필드도 2분할 되는 것으로 계산하는 셈이다.) 이 기술은 현재 삼성의 240Hz 3DTV 모델에 적용되는 기술과 비슷하다.

한편 120Hz 패널 제품에서 블랙 필드의 삽입 없이 2분할 백라이트 스캐닝 기법만 쓰는 것을 소니에서는 XR240이라고 칭하는데, 소니 NX720, EX720, 삼성 D6400이 이에 해당된다. XR240 기술은 크로스톡을 없애는 데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그러나 XR960에서는 크로스톡이 훨씬 더 줄어든다. HX920은 크로스톡과 휘도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은 제품으로 평가 할 수 있는데, 이러한 기술적 성과는 기본적으로 모두 MotionFlow XR960 기술에서 기인 했다고 말할 수 있다.



X-Reality Pro

X-Reality
는 소니 고유의 화질 보정 회로인데, HX 시리즈는 더 업그레이드된 X-Reality Pro 회로를 내장하고 있다. X-Reality는 사실 소니가 1997 Wega 시리즈를 처음 발표하면서 내놓은 DRC 기술의 확장판이라 할 수 있다. 소니는 이 기술에 그동안 참 정성을 많이 들여왔다. 그러나 실질적인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다. 사실 알고보면 이 또한 그 흔한 윤곽강조기능의 하나일 뿐이기 때문이다. 단지 일반적인 윤곽 강조기능보다 조금 더 복잡하고 교묘한 기법을 사용해 눈에 약간 덜 거슬릴 할 뿐이다.

X-Reality Pro 회로는 X-Reality XCA7 회로를 하나 더 장착한 것으로 (1) 패턴 데이터베이스 기능과 (2) SBM 기능이 추가되었다. 다른 NR(Noise Reduction) 기능은 모두 동일하다. 패턴 데이터베이스 기능은 사전에 저장된 <동화상(動畵像) 무빙 패턴 분석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움직이는 동영상의 윤곽을 실시간으로 보정하는 기술이다. 일반적인 윤곽 보정 기술에 비해 섬세해 거부감이 적은 편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권장할 만한 기능은 아니다. 패턴이 아무리 정교하고 데이타 베이스가 많더라도 실시간으로 나타나게 되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경우의 수"가 적용되는 영상의 패턴에 다 대응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어떤 형태이든 윤곽 보정 기능은 오리지널 영상에 왜곡된 테이터를 가미하는 역할을 히게 될 뿐이다.

얼핏 보면 그림이 더 정세해진 느낌이 든다
. 특히 카메라가 패닝 할 때 동적 해상도가 증가하는 것처럼 착각을 일으키기 쉽다. 해상도가 높은 것과 윤곽선이 보정된 것의 차이를 잘 느끼지 못하는 사용자에게는 신기한 마법의 손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된다면 사용하셔도도 무방하다. 그러나 고대역(高帶域)의 세세한 화소정보가 많은 영상이 나오면 화면이 거칠고 지저분 해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기본적으로 윤곽보정은 윤곽을 강조하기 위해 노이즈를 첨가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X-Reality를 동작 시킨 상태로 TV를 보면 영상 고유의 자연스러움이나 순수한 맛이 없는, 작위적이고 꺼끌꺼끌한 느낌의 영상에 익숙해지게 된다. 이 화면에 익숙해지면 정상적인 그림이 오히려 맹숭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용을 권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 저해상도의 비디오 소스, 예를 들어 인터넷 동영상이나 DLNA 연결을 통해 보게 되는 AVI 파일 등에서는 꽤 효과적이다. 결론적으로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별로 아쉽지 않은 기능이라 하겠는데, 문제는 이런 것 때문에 제품의 원가가 엄청 올라 간다는 점이다.

SBM
Super Bit Mapping의 약자로 8비트인 영상신호를 14비트로 업스케일링 함으로써 계조 표현력을 높여주는 기능이다. 말은 그럴 듯 하지만, 원본이 14비트인 데이터를 비압축으로 보여 주는 거라면 모를까, 원본 자체가 8비트인데 이를 억지로 업스케일링 해봐야 빈 깡통 억지로 채워 넣기밖에 되지 않는다. 실제로 SBM을 작동시켰을 때 계조 표현력이 향상 되는 효과는 찾아보기 힘들다. 컨투어링(Contouring)을 줄여 준다는 홍보 문구도 있었는데, 해상도가 많이 떨어지는 소스에서는 다소의 보정 효과가 있다. 그러나 DVD 급 이상의 영상에서는 뚜렷한 효과를 발견하기 힘들다. 14비트는 8비트의 1.75배가 아니다. 14비트는 214이고, 8비트는 28이기 때문에 무려 64배가 된다. 극단적인 컨투어링 에러(계조력이 떨어져 계조간 층이 지는 현상)를 검색해 보정하는 경우라면 모를까, 한 화면에 존재하는 수많은 계조의 경우의 수를 모두 64배의 단계로 확장해서 표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버스캔 해제

HX920
을 제대로 시청하려면 TV를 처음 켜자마자 일단 <화면 모드>의 기본 설정 단계에서 오버 스캔을 해제하는 작업부터 해야 한다. 소니 HX920은 디폴트 값이 5% 오버스캔이 설정된 화면 상태로 되어 있다. 환장할 노릇이다. 왜 이렇게 해 놓은 것일까? 오버스캔이란 한 마디로 화면을 쭈욱 잡아 당겨 늘려 놓은 것으로 화질에 결정적인 악영향을 끼친다.

HD
영상의 해상도는 1920x1080이다. 5%씩 오버스캔이 되면 가로/세로로 가장자리 5%가 잘려져 나가고, 가운데 95%(약 1800x1000) 부분만 남긴 뒤, 이를 1920x1080 화면에 맞게 억지로 늘리게 된다. 이렇게 하면 각종 노이즈와 픽셀 뭉개짐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지상파 방송을 볼 때는 채널 간 블랭크 싱크 신호가 서로 맞지 않아 짐짓 일부러 오버스캔을 시킬 때도 있다. 그러나 외부입력 단자에서는 이렇게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왜 기껏 좋은 제품 만들어 놓고 일부러 뭉개진 그림으로 보도록 할까? 참 이상한 공장 설정치이다.

 


오버스캔을 해제하려면 <홈 메뉴>에 들어간 뒤 <화면 설정> 메뉴의 1 <와이드 모드> 항목에서 전체를 선택해야 한다. 이어 2 <자동표시영역>에서 해제를 선택한 후, <표시영역> 항목에 들어가 전체화소를 선택해야 오버스캔이 해제된다. (위 사진 참조)


화질 모드의 선택 및 밝기 설정


소니 TV에는 <장면선택> 기능이 있다. . <시네마>, <스포츠>, <사진>, <음악> 등 소스의 종류에 따라 알맞은 화질 모드를 제공 해준다. <장면 선택> 메뉴에서 <자동>을 선택하면 TV가 소스의 종류까지도 알아서 판단해 준다. 화질 세팅 작업이 번거롭게 느껴지는 분들에게는 이 기능이 안성맞춤이다.

<
장면 선택>에서 일반을 선택하면 <장면 선택> 기능이 비활성화 되면서 사용자가 직접 화질 모드를 선택하고 그 세팅값을 바꿀 수 있다. 메뉴 선택은 홈 메뉴버튼을 눌러 소니 고유의 XMB 트리 메뉴를 불러 낼 수도 있고, 간편하게 리모컨의 옵션키를 눌러 선택할 수도 있다. 화질 선텍 메뉴 화면에 들어가면 우선 <메모리 선택> 항목에서 <현재 입력> <모든 입력>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현재 입력>은 조정한 세팅값이 현재의 입력에만 적용이 되는 것이고, <모든 입력>은 모든 입력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다.

HX920
의 화질 모드는 <표준>, <선명>, <사용자> 세 가지가 있다. 각 모드의 디폴트 값과 이를 실측 색온도 및 밝기 값은 아래와 같다.


위 표를 보면
<표준> 모드의 경우, 백라이트와 픽처(Contrast)가 모두 최대치로 설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밝기가 208/(칸델라) 밖에 나오지 않는다. 동일한 세팅의 <선명> 모드가 무려 516/㎡가 나오는 것과 비교하면 참 희한한 일이다. 짐작 가는 바가 있다. 최근 'Best Buy" 같은 미국의 대형 가전 양판 매장들은 에너지 절감에 대한 규제가 매우 엄격하다. 매장에 TV를 설치할 때는 대개 <표준> 모드로 보게 되는데 이 때 소모 되는 전기량이 많으면, 아예 매장에 전시도 하지 못하게 한다. 그래서 요즘은 제조사들이 스스로 <표준> 모드를 일부러 어둡게 세팅하는 것이 추세이다. 아예 전시조차도 못하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서로 밝게 보이려고 야단들 했었는데 이제는 정반대가 되었으니 아이러니한 일이다.

앞서 설명한
<장면 선택> 기능이 있기 때문에 일반 사용자들은 굳이 <표준> 모드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 일반 사용자들은 <장면 선택>에서 <자동>을 선택하면 된다. 한편 고급 사용자들은 <장면 선택>에서 <일반>을 선택한 후, 화질 모드를 <사용자>로 선택하면 된다.

<
사용자> 모드 또한 튜닝을 다시 해야 한다. 우선 밝기를 조정해야 한다. 디폴트인 238/(칸델라)는 지나치게 밝다. 2D 영상에서는 100 IRE의 밝기를 110~160/㎡ 범위 안에서 맞추는 것이 괜찮다. 보통 120~130/㎡ 정도가 무난하다. 아래 표는 <사용자> 모드에서 Contrast(픽처)의 밝기를 90 또는 80에 놓았을 때 백라이트의 밝기 설정에 따른 실제 측정된 밝기 값이다. (※ 소니는 전통적으로 Contrast를 꼭 Picture라고 표기한다. 자기네 만의 엉터리 용어지만 일단 그대로 사용하기로 한다. 당연히 공식 용어는 Contrast가 맞다.)

HX920 Contrast는 80~90 정도가 적당한데 90104% 화이트가 살짝 묻히니까 이왕이면 80이 더 무난하다 싶다. 그 상태에서 백라이트의 밝기를 3에 맞추면 피크 화이트의 밝기가 130/㎡ 전후가 나온다. 이 정도면 적당하겠다. 디폴트 값인 픽처 90 + 백라이트 7은 지나치게 밝게 설정된 잘못된 값이다.


로컬 디밍과 블랙 레벨

HX920
은 직하형이고 풀 로컬 디밍을 사용 하기 때문에 블랙이 매우 깊다. 0% 풀 블랙 필드의 밝기는 당연히 0이 측정된다. 백라이트 전원이 자동으로 모두 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수치는 의미가 없다. 이 보다는 실제의 일반적인 영상 속에서 0%에 해당되는 블랙 부분의 밝기가 진짜 중요하다. 실제 영상에서 화면 전체가 0% 블랙인 경우는 거의 없다. (※ 있기는 하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직전에 1초 정도 풀 블랙 화면이 나오기도 한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 블랙의 깊이를 따지고 화질을 따지는 사람이 있을까?) 실제 영상은 대개 어떤 부분은 더 밝고 어떤 부분은 어둡고 하는 식으로 다양한 계조의 영상이 뒤섞여 있다. 이때 어두워야 할 부분이 밝은 부분의 영향을 간접적으로 받아 들뜨는 현상이 나타나게 마련인데, 그 영향을 얼마나 최소화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그 영향을 적게 받는 것이 CRT, PDP, DLP 등이고 비교적 많이 받는 것이 LCD인데, LCD 중에서도 백라이트가 CCFL이면 더 많이 받고 요즘처럼 LED 백라이트이면 영향을 덜 받는다. 또한 LED 백라이트 중에서도 앞서 설명한 대로 글로벌 디밍이면 영향을 많이 받고, 작하형에 로컬 디밍이면 영향을 훨씬 적게 받는다.

블랙이 화이트의 간섭을 얼마나 적게 받는지를 알아 보기 위해 필자가 주로 사용하는 테스트 방법은 10~50%의 화이트 윈도 패턴(아래 사진 참조)이 중앙에 차례로 나타나는 동안에, 윈도 측면의 0%에 해당하는 블랙(아래 그림의 노란색 동그라미)부분이 얼마나 화이트 윈도의 영향을 덜 받으며 자신의 블랙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는지 측정하는 방법이다.

[※ 설명 : 50% White Window 옆으로 0%, 4%, -4%의 블랙 부분이 표시된다. -4%는 안보이는 것이 정상이고 4% 블랙은 클릭해서 큰 그림으로 보면 구별이 간다. 이때 배경을 이루는 0% 부분이 얼마나 깊이를 유지하느냐가 중요하다]


결과를 살펴 보자. 아래 표에서 보듯 HX920의 블랙 레벨은 대단히 깊은 수준이다. 동사(同社) 2010년 모델인 LX900은 아예 비교 대상이 아니다. 3DTV 모델 중에서는 꽤 깊은 블랙을 보여주는 삼성의 D8000 보다도 훨씬 더 깊다. LG 72LEX9 모델은 HX920과 동일한 직하형에 풀 로컬디밍 타입이며 로컬 블록은 오히려 HX920보다 더 촘촘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EX9 보다도 HX920이 더 깊고 안정된 블랙을 보여주고 있다. (※ All Black Field에서의 밝기는 값이 측정되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대로 아예 백라이트의 전원을 꺼버리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 상 의미가 없다. 실제 영상에서의 블랙의 안정도와는 관계가 없고 오로지 스펙에 표기되는 고정 명암비의 수치만 높여 줄 뿐이다.)

 
파나소닉 VT25는 블랙이 깊은 PDP 제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보다시피 HX920이 블랙의 심도가 더 좋다. 플랫형 TV 중에서는 이제는 전설이 되어 버린 파이오니아 쿠로 시그니처 101(PDP) 모델을 제외 하고는 아마도 가장 블랙이 깊게 내려가는 제품이 아닌가 싶다. HX920에서 로컬 디밍 기능을 끄고 블랙의 깊이를 측정해보면 대체적으로 삼성 D8000과 비슷하거나 약간 더 높은 값이 나온다. 이로 미루어 볼 때 두 모델이 유사한 특성의 패널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만일 그렇다면 HX920의 블랙이 더 깊게 나오는 것은 오로지 <직하형+풀 로컬 디밍>의 힘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HX920 3D 영상에서도 로컬 디밍이 작동 되는데 실제로 3D 영상에서도 블랙의 심도가 더 깊어지는 것을 쉽게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다.


유니포미티와 할로 현상

원래 삼성, 소니 등이 사용하는 S-PVA
패널은 LG가 사용하는 S-IPS 패널에 비해 유니포미티가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그러나 HX920 같은 직하형은 빛샘 현상이 없다는 이점(利點)이 대신 있다. HX920의 유니포미티는 꽤 우수한 편이다. 삼성 D8000과 나란히 비교해 보면 밝은 쪽 유니포미티는 비슷한 수준이고, 50% 그레이 필드부터는 HX920이 더 깔끔한 모습을 보인다. 25% 그레이 필드에서는 화면 중앙부분의 색조가 다소 불균일하게 나타나지만 눈에 쉬 뜨일 정도는 아니다. 이 정도면 S-PVA 패널 치고는 썩 좋은 편에 속한다.

로컬 디밍의 단점으로 늘 지적되는 것이 할로
(Halo) 현상이다. 어두운 배경을 뒤에 두고 아주 밝은 피사체가 나타 날 경우 피사체 주위에 밝은 빛무리가 형성 되는 현상이다. 로컬 디밍을 위해 잘게 쪼개 놓은 블록과 블록의 경계 면이 매끄럽게 처리되지 못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따라서 할로 현상은 블록수가 적으면 그 정도가 더 심해진다. HX920 역시 할로 현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할로 현상은 일반적인 그림에서는 눈여겨 보지 않으면 눈치 채기 어렵다. 동굴 속의 횃불 또는 밤 하늘의 달빛 같은 극단적인 대비가 이루어지는 영상에서 주로 눈에 뜨인다. 할로 현상은 로컬 디밍 제품에게는 일종의 숙명(宿命) 같은 것이다. 블록수가 수만개로 늘지 않는 이상 감수 할 수 밖에 없는 현상이다.


감마

HX920의 공장 디폴트 값은 로컬 디밍이 해제된 상태이다. 그런데 실제 영상을 세팅 해보면 로컬 디밍을 상태를 기준으로 화질이 튜닝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오버스캔이 설정된 것도 그렇고 로컬 디밍이 해제된 상태도 그렇고 도대체 누가 이 제품의 공장치(디폴트)를 설정한 것인지 또 한번 궁금해진다. 아무튼 사용자는 TV를 설치하면 일단 무조건 화질의 고급설정 부분에 들어가 로컬 디밍 파트를 활성화 시켜 놓아야 한다.

HX920
은 감마를 -2~+2 다섯 단계로 조정할 수 있는데 디폴트 값은 0 이다. 로컬 디밍이 꺼진 상태에서 감마 0의 실측 값은 2.00~2.10 정도로 표준 감마값에 맞지 않게 나온다. 그러나 옆 표에서 보듯 로컬 디밍을 켠 상태에서 측정 해보면 감마 0에서 평균 2.26의 감마 값이 양호한 결과가 측정된다. 표준 감마 값은 2.20이 원칙이지만 LCD TV의 경우 2.20~2.40까지는 허용 되는 범위라 할 수 있다.


색 농도

HX920의 색농도 디폴트 값은 50이다. 디폴트 상태에서는 레드와 블루가 비교적 강하고 그린이 표준 값보다 다소 빠져있다. 영상을 더 선예하고 자극적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레드와 블루의 농도비를 짐짓 높이는 일은 흔하다. 의외로 많은 사용자들이 제조사들의 이런 식의 의도적 세팅그 회사 특유의 색감으로 오해하고 있다. 절대 아니다. 엄밀히 말해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소니 고유의 컬러’, ‘삼성 특유의 색감’ 등과 같은 말은 대개 오해에서 비롯 되는 것이다. 표준 값을 정확하게 지켜서 튜닝을 하면 제조사별로 색감은 그리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색상과 관련된 항목들을 100% 다 철저하게 지키기는 사실 굉장히 어렵다. 항상 오차는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컬러는 굉장히 복잡하게 서로 얽혀져 있는 여러 요소들에 의해 결정이 된다. 따라서 오차가 발생하는 항목의 종류에 따라 또는 오차의 형태나 값 차이에 따라 제품 간에 표현되는 색상이 약간씩 다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삼성 TV와 LG TV, 소니 TV가 튜닝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서로 다른 색감을 보인다면, 그 것은 각 회사간의 고유한 컬러에 대한 철학이나 특징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표준을 지키지 못한 오차의 형태나 값의 크기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실제로 전문가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전문 장비를 이용해 정밀하게 튜닝을 할 경우, 처음에는 크게 달라 보이던 제품들이 점점 비슷한 느낌의 색상으로 변해 가는 것을 쉽게 경험 할 수 있다. HX920의 경우, 색농도 기본 값인 50은 다소 자극적이다. 색농도 값을 47로 조정하고 다시 측정해 보았다. 표준값에 더 근사(近似)한 값이 얻어진다. 이 정도면 납득할 만 하다.


색 정확도

아래는
HX920의 기본 색좌표 값을 측정한 CIE 차트이다. 차트에서 볼 수 있듯이 Primary Color(Red, Green, Blue)는 물론이고 Secondary Color(Cyan, Magenta, Yellow)까지 모든 컬러의 좌표값(흰색 삼각형)BT 709 HD 색좌표의 표준값(검은 색 삼각형)에 거의 일치한다. 흰색 라인에 가려 검은 색 라인이 거의 보이지 않은 정도이다. 최근 출시되는 TV들은 색좌표가 대개 표준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HX920은 색상의 정확도가 더욱 돋보이는 수준이다.

 

그런데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Blue 값이 표준보다 약간 포화도가 부족한 것을 알 수 있다. 블루의 BT.709 표준 좌표값은 위 그림 좌하단에 표시된 청색 + 마크 지점인데 HX920의 측정치는 이 보다 약간 삼각형 안 쪽으로 들어와 있다. 대개 디스플레이 기기들은 Red Green, Yellow 값은 틀리는 경우가 잦지만 Blue는 잘 안 틀리는 편인데, HX920은 반대이다. 오히려 다른 컬러 값은 정확한데 Blue 값이 다소 부정확한 편이다. 그런데 HX920은 컬러 값을 조정할 수 있는 고급 사용자 메뉴가 없다. 따라서 Blue 좌표 값을 표준값에 맞게 튜닝 할 도리가 없다. 그런데 사실 굳이 별도로 튜닝 할 필요는 없다. 블루의 색좌표가 약간 틀리기는 하지만, Blue와 연계된 Secondary Color Cyan Magenta의 값이 비교적 정확한 편이라서 전체 색상에 미치는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HX920은 색 정확도에서 매우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한 기기이다.


그레이 스케일

HX920
은 <시원하게>, <기본색>, <따뜻하게 1>, <따뜻하게 2>의 모두 네 가지의 색온도 옵션을 가지고 있다. “사용자모드에서 100 IRE를 측정해보니 시원하게 12000K, “기본색 9600K, “따뜻하게 1” 8200K, “따뜻하게 2” 6550K가 측정된다. 당연히 권장 모드는 표준 색온도 6500K에 근사한 따뜻하게 2”이다.

디폴트 상태에서
HX920 Grayscale을 측정해보니 비교적 평탄한 모습을 보인다. 아래는 Calibration 하기 전의 계조별 RGB Level 차트이다. 전체적으로 Red Blue가 모두 과다하게 나타난다. Blue의 과다한 정도가 Red 보다 더 크기 때문에 색온도가 표준보다 높은 6500K로 나타나는 것이지 Red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그런데 유의할 점은 색온도가 전반적으로 6500K보다 다소 높기는 하지만, 어두운 계조(그림 좌측)부터 밝은 계조(그림 우측)에 이르기까지 오차가 일어나는 모습이 똑같은 성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델타 에러값도 10~100 IRE까지 똑같이 5가 나온다. 바람직한 모습이다. 이렇게 계조별로 평탄성이 유지되면 Calibration을 하기가 매우 쉬워진다.
 

[HX920의 RGB Level (Before Calibration)]


<
사용자> 모드의 고급설정에 들어가면 화이트 밸런스를 조정하는 메뉴가 있다. Gain Bias를 맞추는 2포인트 조정 방식인데 정밀도가 다소 떨어진다. 소니 TV Calibration 메뉴는 LG나 삼성에 비해 단촐하고 정세하지 못하다. LG와 삼성의 화이트 밸런스 조정은 시간과 장비만 충분히 갖추면 ITU 표준에 거의 일치하게 조정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소니는 그렇지 못하다. 그래도 HX920은 워낙 계조의 평탄성이 좋아 약간만 조정해도 델타 에러값을 0~1 수준으로 맞출 수가 있었다.

[HX920의 RGB Level (After Calibration)]


위는
Calibration을 마친 뒤의 RGB Level Chart이다. RGB Level이 전 계조에 걸쳐 나란히 일치되어 균형을 이루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색온도도 표준 값인 6500K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우측 표는 
Calibration 조정 전후의 HX920의 계조별 색온도 및 델타 에러값이다.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델타 에러(δ E) 값이다. 색온도가 표준 값 6500K에서 멀어질 수록 델타 에러 값도 커지지만, 6500K에 근접하더라도 레드, 블루와 그린 간의 균형이 맞지 않으면 델타 에러 값은 줄어들지 않는다. 델타 에러 값이 0에 가까워야 RGB 간에 밸런스가 잘 유지되고 있다고 비로소 말 할 수 있는 것이다.

캘러브레이션 이전에도 어두운 부분, 밝은 부분 할 것이 평탄하게 델타 에러값은 5를 유지했다. 캘러브레이션을 마친 뒤에는 30~100 IRE의 델타 에러 값이 모두 0~1 수준에 이르는 매우 우수한 지표를 보여주고 있다. 단, 20 IRE 이하의 깊은 암부 쪽은 정밀하게 맞추는 것에 한계가 있었는데, 사실 LCD TV들은 대개 이 쪽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깊은 암부 쪽 색온도 조정 능력은 LCD TV 중에서는 LG TV가 가장 으뜸이다. 조정 메뉴도 다양하고 또 조정한 결과도 잘 맞는 편이다. 그리고 PDP까지 포함해 플랫 패널 제품 중에서 그레이 스케일이 가장 정확한 제품은 단연 파이오니아의 쿠로 시그니처 101 모델이다. 그러나 소니 HX920도 비교적 Grayscale이 정확하고 색온도가 잘 맞는 편이다.

이제까지 살펴 본 2D 영상의 주요 지표를 종합해 보면, HX920은 밝기, 블랙의 깊이, 색온도, 색 정확도 등등에서 모두 수준급의 매우 우수한 성능을 보여준다고 정리 할 수 있다. 가히 소니의 플래그 쉽 모델다운 모습이다. 그러나 소니 HX920의 진정한 진가(眞價)는 3D에서 훨씬 더 위력적으로 발휘가 된다. 이제 잠시 쉬었다가 다시 2부에서 HX920의 3D 화질에 대해 살펴 보기로 하자. (최 원 태)

2부 읽기

Posted by hifinet
2009. 5. 10. 15:06

파이오니아 쿠로 KRP-500M/600M 플라즈마 모니터 (2)
- posted by 최 원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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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및 명암비

쿠로 PDP-5020FD의 블랙이 "갈 데까지 간 수준"이라는 것은 이미 말씀 드린 바 있다. 이미 갈 데까지 갔는데, '시그니처'라는 타이틀이 하나 더 붙었다고 거기서 블랙이 더 내려갈 것 같지도 않고, 또 더 내려 갈 곳도 없다고 보았다. 처음에 KRP-600M 모델만 접했을 때에는 그 생각이 맞아 보였다. 600M은 시그니처 모델이지만, 논 엘리트 쿠로 모델인 PDP-5020FD와 비교했을 때 블랙이 더 깊지는 않다. 그러나 뒤이어 KRP-500M 모델을 입수해 비교해보니, '거기서 블랙이 더 내려갈 수도 있구나'하는 것을 알았다.

사실 KRP-600M의 블랙은, 같은 60인치인 논 엘리트 모델(PDP-6020FD)이나 엘리트 모델(PRO-151FD, KRP-600A) 등과 비교가 되어야 한다. 쿠로는 50인치와 60인치가 실질 명암비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이즈가 달라지면 공정한 비교가 아니다. 그런데 같은 60인치에서도 시그니처가 논 엘리트나 엘리트 모델보다 블랙이 조금 더 깊을 것으로 추측된다. 50인치가 그랬기 때문이다.

보통 디스플레이 기기의 블랙 레벨은 전체 화면이 모두 블랙인 Field Black 패턴을 기준으로 측정한다. Field Black을 기준으로 하면, 논 엘리트 모델이든, 엘리트 모델이든, 또는 시그니처 모델이든 블랙 레벨에서 차이가 거의 없다. 심지어 50인치 모델과 60인치 모델 또한 측정치에서 거의 차이가 없다. 사이즈에 관계 없이, 등급에 관계 없이 쿠로 9세대 모든 모델이 Field Black에서 0.000~0.003 cd 범위 내에서 비슷한 밝기를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이런 방식의 측정으로는 모델 간의 차이를 알 수 없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실제로 영상을 볼 때, 그레이드 간에 또는 사이즈 간에 분명한 차이가 육안으로 드러나 보인다는 것이다. 각각의 수상기를 따로 보면 차이를 알기 어렵다. 그러나 여러 대를 나란히 놓고 비교해보면 확실한 차이가 드러난다. 따라서 시그니처 모델의 블랙을 좀 더 파헤치기 위해서는 Field BlackAnsi Black 두 파트로 나누어 분석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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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P-500M의 Field Black 밝기는 0.000~0.003 cd 범위이다. 앞서 PDP-5020FD 리뷰 때 필자는 고정 명암비를 계산하기 위해 5020FD의 Field Black 밝기를 0.0013 cd로 산정했다. 시그니처 모델도 동일하다고 보면 된다. 사실 0.001, 0.002... 처럼 소숫점 셋째자리를 거론하는 레벨이 되면, 아주 미묘한 오차만 가지고도 끝자리 숫자가 휙휙 바뀔 수 있으므로, 끝자리 숫자 하나, 둘 차이에 연연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예를 들어 Field White가 120 cd라고 할 때, Field Black이 0.001 cd 이면 고정 명암비가 120,000 : 1 이 되고, Field Black이 0.002 cd가 되면 고정 명암비는 절반인 60,000 : 1 이 된다. 수치만 보면 굉장히 큰 차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거의 같은 수준이다. 사실 동일한 Field Black 에서도 어떤 때는 0.001이, 어떤 때는 0.002 가 계측될 만큼 오차범위 안의 수치들이다. 만일 이 보다 열배가 높은 0.01 cd와 0.02 cd 를 비교하라면, 이건 육안으로 봐도 대번에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그러나 0.001~0.002 cd 수준은 실제 영상에서든 패턴 영상에서든 그 차이를 알기 어렵다.

최근 플랫 TV들이  명목 상의 고정 명암비를 높이기 위해, Field Black 신호가 들어 올 경우 전기를 완전히 꺼버리는 "꼼수"를 쓴다는 말씀은 여러 차례 드린 바 있다. PDP-5020FD 리뷰 때 쿠로 또한 "꼼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씀 드렸다. 이 부분을 이번에 좀 더 찬찬히 살펴 보았다. 쿠로는 필드 블랙 신호가 들어 왔을 때 2단계 또는 3단계로 블랙 레벨이 바뀐다. (편의 상 이를 1단계~3단계 블랙이라고 부르자.) 이렇게 블랙 레벨이 단계적으로 바뀐다는 것은, 쿠로 역시 블랙 신호에 대응하는 내부의 알고리즘이 별도로 존재함을 알 수 있다.

1단계 블랙은 0.002~0.003 cd 수준이고, 2단계 블랙은 0.001~0.002 cd, 3단계 블랙은 0.000~0.001 cd로 사실 상 전기가 꺼진 상태이다. 1단계 블랙 상태에서 약 10초가 지속되면 블랙이 2단계 수준으로 떨어지고, 다시 20초간 필드 블랙이 더 유지되면 블랙이 더 떨어져 3단계 수준이 된다. 사실 30초쯤 지나서 나타나는 3단계 블랙은 0.000 cd로 수치가 나타나더라도 사실 의미가 없다. 필드 블랙이 30초간 유지되는 그림이 실제 영상에서 나타날 일은 없기 때문이다. 그저 명목 상의 고정명암비를 높이기 위한 "꼼수"일 뿐이다.
 
그렇지만 1단계 블랙을 고정 명암비를 계산할 때 적용하는 것도 불합리 해 보인다. 왜냐하면 쿠로의 블랙이 항상 1단계→2단계→3단계 과정을 거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때는 1단계가 아닌 2단계 블랙 수준으로 곧장 떨어질 때가 있는데 사실은 이 경우가 훨씬 더 많다. 따라서 고정 명암비를 계산할 때 적용되어야 할 쿠로의 블랙 레벨은 2단계 상태인 0.001~0.002 cd 범위로 보아야 맞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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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 시그니처 모델의 고정 명암비는 왼쪽 도표와 같다. 필드 블랙과 필드 화이트를 기준으로 했을 때는 약 40,000:1이 나오고, 1/9 화이트 윈도 패턴(전체 화면의 1/9이 100 IRE 화이트 윈도우인 화면)으로 측정하면 약 90,000~95,000:1 안팎이 나온다. 이는 PDP-5020FD의 고정 명암비와도 비슷한 수치이다. 전체적으로 모델 등급에 관계 없이 50인치 모델이 60인치 모델보다 피크 화이트가 조금 더 밝은 편인데, 필드 화이트 패턴 때 보다는 화면의 일부만 화이트 일 때 특히 더 그렇다. (대개의 TV들은 사이즈에 따른 밝기 편차가 당연히 있다.)

말씀 드렸듯이 고정 명암비 수치는 사이즈나 그레이드에 관계 없이 대개의 쿠로 9세대 모델이 거의 비슷하다. 우열이 따로 없다. 측정해보면 다 비슷하게 나온다. 사실 이 정도의 고정 명암비 수치만 놓고 봐도 쿠로 9세대는 경쟁제품보다 월등 성적이 우수하다. 그런데 쿠로의 블랙을 높이 평가 되는 진짜 이유는 단순한 '고정 명암비'에 있지 않다. 수치 장난으로 변질된 고정 명암비에 현혹 될 것 없이, 실제 영상에서 보여주는 블랙의 깊이와 암부의 계조에서 쿠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탁월한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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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쿠로는 실제 영상에서의 블랙과 필드 블랙 패턴에서의 블랙이 그다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이 점이 쿠로의 가장 큰 강점이며, 펀치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 내는 원동력이다. 이를 몇 가지 간접적인 지표를 통해 살펴 보기로 하자.
 
Ansi Contrast 비는 우측 사진처럼 체커 보드의, 화이트와 블랙 사각형들을 측정해서 계산하는 데, 고정 명암비와 달리 흑백이 혼재된 상태에서 블랙이 화이트의 간섭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독립적으로 블랙의 깊이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지 살펴 보는데에 쓰인다. 물론 APC가 작동하는 PDP에서는 Ansi Contrast 역시 직접적 지표가 되지는 못한다. PDP는 화면의 구성 상황에 따라 동일한 계조 레벨에서도 밝기가 수시로 바뀌기 때문이다. 그러나 간접 지표는 된다. 더구나 쿠로처럼 계조와 감마가 안정되어 있으면, 그리고 앞서 언급했듯이 APL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는 시그니처 모델이라면 충분히 유의미한 수치가 될 수 있다.

 4x4의 Checker Board 두 종류(Reverse Checker Board 포함)를 이용해 모델 별로 각 6차례에 걸쳐 측정해서 평균값을 구했다. (같은 영상을 오랫동안 고정 시키면 쿠로는 밝기가 약간씩 떨어진다. 또 Image Retention의 염려도 있어 수시로 화면의 종류를 바꾸어 다시 측정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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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0M의 안시 명암비는 약 20,000:1, 600M은 약 9,000:1 정도가 나온다. 최근 출시된 플랫형 TV들의 안시 명암비는 5000:1을 초과하는 경우를 보기 힘들다. 둘 다 대단히 우수한 수준이다. 그런데 두 모델 간에도 뚜렷한 차이가 드러난다. 한 마디로 500M이 600M 보다 '더 밝고, 더 어둡다'. 어두운 부분은 더 어둡고, 밝은 부분은 더 밝다는 뜻이다. 필드 블랙, 필드 화이트에서는 사이즈 간 차이가 별로 없다. 그래서 고정 명암비는 비슷하게 나온다. 그러나 실제 영상에서는 500M이 600M 보다 확실히 더 펀치감이 강하고 임팩트 있는 그림을 보여준다. 그 원인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앞서 리뷰했던 PDP-5020FD의 경우, 동일한 방식의 측정에서 안시명암비가 77.6 cd / 0.005 cd = 약 15,000:1의 수치가 나왔다.

모델의 등급에 관계 없이 50인치 모델은 60인치 모델보다 실제 영상을 볼 때 조금 더 블랙이 가라 앉는 편이다. 그 것이 단순히 사이즈 때문인지, 아니면 오리지널 파이오니아 패널(50인치)과 NEC 계열 패널(60인치)의 차이에서 오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PDP-5020FD는 KRP-600M 보다 아랫 등급의 논 엘리트 모델이지만  실제 안시 블랙은 더 가라앉은 편이다. 그러나 안시 화이트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60인치임에도 불구하고 600M이 약간 더 밝다. 만일 60인치 논 엘리트 모델 PDP-6020FD였다면 5020FD보다 안시 화이트 레벨이 더 떨어졌을 것이다.(600M이 500M보다 밝기가 떨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따라서 이는 KRP-600M이 60인치라 하더라도 시그니처 모델이라 더 우수한 패널을 사용했기 때문이라 추정할 수 있다.

한편 KRP-500M와 PDP-5020FD은 같은 50인치이지만 500M이 더 밝고 높은 안시 명암비를 나타낸다. 블랙도 조금 더 내려 가고, 피크 화이트는 훨씬 우수하다. 8세대와 9세대의 여러 모델을 두루 살펴 보면서 필자는 쿠로의 명암비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① 필드 블랙의 레벨은 사이즈와 등급에 관계 없이 다 엇비슷하다. (따라서 고정 명암비는 비슷하다)
② 실제 영상에서의 명암비는 사이즈에 따라 등급에 따라 다른데, 우선 블랙 레벨은 사이즈가 우선 요소이며 그 다음으로 등급에 따라 미세한 차이가 있다. 즉, 등급에 관계 없이 딜단 50인치 모델의 블랙이, 60인치 모델보다 더 어둡고 가라앉은 블랙을 나타낸다. 그러나 같은 사이즈 내에서는 시그니처가 엘리트보다, 엘리트가 논 엘리트 모델보다 실제 영상에서의 블랙이 미세하게 더 내려간다. 그러나 사이즈에 따른 편차에 비하면 별로 큰 차이는 아니다.
③ 실제 영상에서의 화이트 레벨은 등급이 우선하고, 그 다음으로 사이즈에 따라도 다르다. 즉, 윗 등급으로 갈 수록 피크 화이트가 더 밝으며, 동일한 등급이라면 작은 사이즈가 더 밝다. 시그니처 60인치가 논 엘리트 50인치보다 더 밝다. 물론 명암비를 좌우하는 큰 요소가 분모(分母)이다 보니, 블랙이 더 깊은 50인치 논 엘리트가 60인치 시그니처보다 안시 명맘비는 더 높게 나타난다. 그러나 실제 영상에서의 임팩트는 60인치 시그니처 모델이 훨씬 더 강하게 느껴진다.

비단 명암비 때문이 아니더라도 시그니처 60인치는 엘리트나 논 엘리트 50인치 모델보다 더 우수한 화질적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 첫째, 발광 능력이 더 좋다. 따라서 색감이 더 풍부하게 느껴진다. 둘째, 정밀한 세팅을 통해 감마와 색상, 그레이스케일을 정확하게 맞출 수 있다. 셋째, 고대역이 더 명세하고 또렷한 영상을 제공한다. 넷째, 화면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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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같은 시그니처의 50인치와 60인치를 비교하면, 500M은 600M 보다 블랙이 더 차분하고, 더 다이내믹하며, 발색 또한 더 앞선다. 즉, 화질에서는 50인치가 60인치보다 확실히 더 좋다. 그러나 600M은 사이즈가 크다는 무시 못 할 장점이 있다. 이거 무시 못한다. 플랫형 TV는 아직 40~50인치대가 주종이다. 화면이 60인치 정도로 커지면 화질적인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쿠로 60인치는 안 그렇다. 특히 시그니처 모델 60인치는 화면의 임팩트와 화질의 임팩트가 서로 시너지 역할을 해주고 있어 대단히 매력적이다. 테스트 기간 동안 500M과 600M 모델을 나란히 놓고 동일한 영상을 계속 비교했다. 화질의 차이를 살펴보자고 보면 항상 50인치가 두드러져 보인다. 그런데 정작 프로그램을 오랫동안 시청하게 될 때에는 항상 60인치에 눈이 간다. 솔직히 50인치 시그니처가 옆에 자리하고 있어 비교되어 그렇지, 60인치 시그니처 모델도 이미 갈데까지 간 탁월한 수준의 화질인데다가 사이즈가 주는 압도감이 대단하다.

감마와 DRE 모드

쿠로 시그니처 모델을 테스트 하면서 가장 시간도 많이 들이고 고생도 많이 한 부분이 감마 테스트이다. 시그니처 모델은 5개의 감마 프리셋 모드를 제공한다. 또 Pro Adjust에서 가면 DRE 모드라는 것이 있는데 이 DRE에 따라 프리셋 감마 5개가 또 다 바뀐다. DRE(Dynamic Range Enhancer)는 인위적으로 계조별 밝기를 조정해 명암비를 높이는 방식이므로, 감마 값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당연하다. 50인치와 60인치는 블랙과 화이트 레벨이 달라 감마 값도 다르다. 또 쿠로는 그레이스케일을 캘러브레이션 할 때 Green 값을 손대는 경우가 꼭 발생하는데, 이렇게 되면 디폴트 감마 값이 또 영향을 받을 소지가 커진다. 이렇게 감마 값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 많다 보니 감마를 측정하고 테스트 하는데 엄청난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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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거듭한 결과, 우선 DRE 모드 값을 설정하는 것이 우선 순위라는 결론을 얻었다. DRE는 OFF, LOW, MID, HIGH의 네 단계가 있는데 원칙적으로는 OFF가 맞다. DRE 개념 또한 명암비를 높이기 위한 '꼼수'의 일종이다. 옆 그래프를 보자. 붉은 색 커브는  정상적인 2.2 감마 그래프이다. 어두운 쪽과 밝은 쪽에 관계 없이 2.2 감마 값이 나란히 유지된다.  그런데 푸른 색 커브는 붉은 색 커브와 양상이 약간 다르다. 평균 값은 2.2로 동일하다. 그러나 암부(가로축 1~5) 쪽은 붉은 색보다 더 어둡고, 밝은 쪽(가로축 8~10)은 븕은 색보다 더 밝게 나타난다. 아랫쪽은 감마 값이 2.5~2.7 수준이고, 밝은 쪽은 감마 값이 1.3~1.8 수준이다. 이렇게 틀어져 버린 푸른 색 커브의 감마를 흔히 'S 커브 감마'라고 부른다. 그래프의 꺽어진 모습이 'S'자 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제조사들이 S 커브를 만드는 이유는 (1) 암부가 들뜨는 단점을 어느 정도 감출 수 있고 (2) 밝은 환경의 매장에서 자신들의 TV가 조금이라도 더 '쨍'하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대신 치뤄야 할 댓가가 크다. 어두운 쪽, 밝은 쪽 할 것 없이 모두  뭉개져 자연스러운 계조 표현이 될 수 없다. 한 마디로 계조를 크게 왜곡 시킨다.

쿠로의 경우 명암비도 충분하고 계조가 우수해 굳이 위의 S커브 감마 모드를 만들 이유가 없다, DRE 모드도  OFF로 놓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 DRE를 OFF로 놓으면 쿠로는 Above White를 표현하지 못한다. 16~235의 비디오 레벨 신호를 정상적으로 처리한다면 디스플레이 기기는 패턴 상에서 -4% Below Black이나 105% Above White 같은 Out Range 신호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쿠로는 Below Black은 문제가 없는데 Above White는 DRE를 OFF 시킨 상태에서는 제대로 표현을 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완전히 클리핑 되는 것도 아니다. 105% White는 클리핑 되지만, 102% White는 또 희미하게 구별이 된다. 그런데 DRE를 LOW로 놓으면 Above White가 Clipping 없이 확실하게 표현이 된다.

따라서 타협점을 찾아야 했다. DRE LOW 상태에서 감마 값을 측정해보고 S 커브가 나타날 경우, 클리핑을 감수하더라도 DRE OFF를 선택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DRE LOW의 감마가 DRE OFF의 감마에 비해 그다지 크게 왜곡된 것이 없다면 클리핑이 없는 DRE LOW를 선택 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아래는 DRE 모드 4개 x  감마 모드 5개 = 총 20개의 감마 모드를 따로 따로 측정하여 평균 감마 값 및 10~30 IRE, 40~60 IRE, 70~90 IRE 계조 감마 값을 비교하여 표로 만든 것이다. (※ KRP-500M의 1080p/24Hz 모드에서의 측정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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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 OFF 모드를 보자. 다섯 개의 프리셋 모드 모두가 어두운 부분, 중간 부분, 밝은 부분 간의 감마 값에서 별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LCD, PDP TV 들은 이렇게 정상인 감마 커브가 나타는 경우가 별로 없다. 비정상인 S 커브를 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DRE OFF를 기준으로 할 때 적정한 감마 모드는 500M은 모드 2번, 600M은 모드 3번이다.

한편 DRE가 작동된 경우를 살펴 보자. 가장 극단적인 DRE HIGH의 경우, 감마 값이 가장 높은 모드 1을 선택해도 평균 감마 값이 2.01에 불과하다. 그런데 각 계조단위 별로 보면 전형적인 S 커브인 것을 알 수 있다. 어두운 쪽(10~30 IRE)은 감마 값이 2.31로 상당히 어두운 반면, 밝은 쪽(70~90 IRE)은 감마 값이 1.77도 날라간 영상이다. DRE MID 또한 비슷한 양상이다. 대개의 플랫형 TV들이 이런 식의 감마 커브를 만들곤 한다. 따라서 MID와 HIGH는 써서는 안 된다. 어두운 쪽, 밝은 쪽 모두 뭉쳐져 정보가 다 날라간 단순한 영상이 되어 버린다.

관건은 DRE LOW 모드이다. 일단 밝은 쪽에서의 의도적인 과장은 없다. 40~90 IRE의 넓은 범위가 일정한 감마 값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30 IRE 언더의 암부 쪽은 역시 의도적으로 더 어둡게 만들었다. 쿠로는 블랙이 깊고, 디테일 묘사력이 좋아 암부의 감마가 다소 낮아도 그렇게 영상이 뭉개져 보이지는 않았다. 따라서 DRE LOW 라 하더라도 (1) 30 IRE 언더 감마 값이 2.5 이내이고 (2) 40 IRE 이상의 감마 값이 평탄하며 (3) 40 IRE 이상의 감마 값 평균이 표준 감마 값(2.20)에 크게 어긋나지 않으면 수용할 만 하다고 판단 된다. 테스트 결과 DRE LOW는 다섯 개의 프리셋 모두 위의 (1), (2) 조건을 충족한다. 그러나 (3)의 조건까지 놓고 따지면 DRE LOW에서 가장 적절한 모드는 500M에서는 모드 1번, 600M에서는 모드 2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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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은 DRE LOW 를 기준으로 했을 때 KRP-500M 및 KRP-600M의 평균 감마 값 표이다. 캘러브레이션을 하기 전 감마 값과 캘러브레이션을 마친 뒤의 감마 값이 약간 다른데, 500M보다 600M에서 더 큰 차이를 보인다. 500M은 조정 전이나 후 모두 모드 1이 2.20에 가장 가까웠다. 600M은 조정 전에는 모드 3, 조정 후에는 모드 2가 2.20에 더 가깝다. 나중에 그레이 스케일에 대해 다시 언급하겠지만, 쿠로 시그니처 모델은 DRE 모드가 바뀌거나, 감마 모드가 바뀌더라도 색온도에 그다지 영향을 주지 않는다. 따라서 사용자는 500M의 경우는 <DRE LOW+감마모드 1>과 <DRE OFF+감마 모드 2>, 600M의 경우는 <DRE LOW+감마모드 2>와 <DRE OFF+감마모드 1> 중 어떤 것을 선택해도 무방하다.

필드 유니포미티

필드 유니포미티 성능이 대단히 우수하다. 화면의 중앙, 코너 등의 밝기에 편차가 있는지 체크하는 스크린 유니포미티 테스트도 완벽히 통과한다. 또 화면의 특정 부분이 밝기가 달라짐에 따라 색이 변하는 현상도 전혀 없다. 논 엘리트 쿠로도 우수하지만, 시그니처 모델은 그 특성이 더 좋은 편이다. 또 500M과 600M 간에도 차이가 있다. 필드 블랙의 경우, KRP-500M은 중앙 부분이 0.002 cd가 측정 되었을 때 네 군데 코너 쪽의 밝기도 역시 0.002~0.003 cd 수준으로 측정된다. 그러나 KRP-600M은 중앙은 0.002 cd가 나오더라도 귀퉁이 코너 쪽은 0.004~0.007 cd로 중앙에 비해 다소 밝기가 높게 나타난다. 한편 밴딩 노이즈의 경우, 논 엘리트 모델은 20~30 IRE 부근의 White와 Green에서 미세하게 잡힌 편이나, 시그니처 모델은 그나마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는 역시 패널의 성능 차이 때문으로 추정된다.

Color와 Tint 조정

보통 TV는 Contrast, Brightness, Color(Saturation), Tint(Hue), Sharpness의 기본 화질 메뉴를 제공한다. 이 중 Color와 Tint는 보통 디폴트 값이 제일 잘 맞는 편이다. 그런데 쿠로는 그렇지 않다. 디폴트로 설정된 Color 값 0를 그대로 두면, 완전히 '물 빠진 원색'이 되어 버린다. Saturation을 더 높여야 한다. 사실 왜 디폴트를 그렇게 부정확하게 설정 했는지는 좀 의아하다. 쿠로의 몇 안 되는 단점 중 하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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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니처 모델의 프로 조정 모드에 들어가면 위와 같은 Blue Only Mode를 선택할 수 있다. DVE 나 AVIA 같은 캘러브레이션 디스크를 살 때 끼어 오는 Blue Filter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시그니처 모델이 전문가용 프로 장비로 설계 되었다는 '티'를 내는 셈이다. Blue Only Mode를 통해 Color SMPTE 패턴을 띄워 놓고 Color(Saturation)를 조정해 보니 +10 ~+13 수준으로 값을 높여야 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Color를 +10에 놓으면 Tint를 건드리지 않아도 되고, Color를 +11에 놓으면 Tint를 Green 방향으로 +1 시켜야 했다. 이는 KRP-500M, 600M 모두 동일했다. 둘 중 하나를 택하라면 <Color +11, Tint G1>이 조금 더 맞는 값이다. (물론 기기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어, 모든 쿠로 사용자에게 이 수치를 일률적으로 적용해도 되는지 장담할 수는 없다.)

Color Accuracy, Color Space

오로지 Wide Gamut 하나만 채택했던 논 엘리트 쿠로 모델과 달리 시그니처 모델은 두 가지의 Color Space 모드를 제공한다. Mode 1은 Wide Gamut이고, Mode 2는 Normal Gamut이다. 디폴트는 Mode 2 이다.

먼저 Mode 1 부터 살펴보자. 아래는 500M의 Color Space Mode 1의 색 좌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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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Wide Space 좌표이다. 지난 번 리뷰했던 PDP-5020FD의 색 좌표 도표(아래 그림)와 한번 비교해보자. 거의 똑 같다. R, G, B의 프라이머리 컬러는 물론이고 Yellow, Cyan, Margenta의 세컨더리 컬러까지도 좌표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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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좌표가 넓어지면 전체적으로 색상이 과포화 된다. 얼굴 피부에는 붉으스름한 끼가 과도하게 흐르고, 잔디색은 물감을 덧칠한 듯 부자연스럽게 나타난다. 영상미(美)에 예민 하지 않은 분들에게는 시원시원한 느낌을 주고 색감이 또렷하게 각인되기 때문에, 매장 내에서 경쟁사 제품들과 비교 될 때는 더 강한 인상을 주게 된다. 그래서 파이오니아도 논 엘리트 모델에는 와이드 개멋을 고정 컬러 스페이스로 설정한 것이다. 그러나 와이드 개멋은 "틀린 색상 범위"이다. 원래의 색상이 아닌, 과장된 인위적인 색상이기 때문에 틀린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된다. 잠깐 동안은 이목을 더 끌 수 있을지 몰라도, 고화질의 고급영상을 감상할 때에는 색상의 부자연스러움 때문에 방해를 받게 된다. 그래서 요즘은 삼성, 소니, LG 모두 와이드 개멋을 쓰지 않는다. BT.709의 표준 좌표에 맞게 세팅하는 추세이다.

아래는 500M의 Color Space Mode 2의 색 좌표이다.(Calibration 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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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선은 500M의 색 좌표이고, 거의 겹치듯 보이는 회색 선은 표준 BT.709 좌표이다. 500M의 색좌표는 BT 709에 거의 근접한다. 그러나 100% 일치하지는 않는다. 그래프에서 보듯 Green의 x 값이 살짝 벗어나 있다. 그리 큰 차이는 아니다. Red와 Blue는 거의 일치한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쿠로 M 시리즈는 일본 내수 및 유럽 수출형 모델이므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ITU-R BT.709가 아닌 EBU의 색 설정 좌표를 따른다는 점이다. (일본의 경우는 프로용과 컨슈머용이 분리되어 709와 EBU 3273이 혼용 되는, 좀 복잡한 구조이다.) 아래는 KRP-500M의 색좌표를, BT709 대신 EBU 3273 기준에 대비 시킨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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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에서 보듯, 흰색선(KRP-500M 색좌표)과 회색선(EBU 표준 색좌표)는 거의 완전히 일치해서, 회색선이 흰색선에 가려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이로 미루어 KRP-M 시리즈가 EBU를 표준 좌표로 삼아 세팅이 된 것은 확실해 보인다. 물론 미국형 시그니처 모델인 PRO-111/141FD은 BT 709와 일치하는 색좌표를 가지고 있다. 이 것이 M 시리즈와 111/141FD의 차이점 중 하나이다.

그런데 BT 709와 EBU 색 좌표는 실제로 별 차이가 없다. EBU(European Broadcasting Union)는 ITU-R Recommended BT 규약과 별개로 운용되는 개념의 단체가 아니다. EBU 또한 ITU-R을 기본으로 해서, 자체 권고안을 설정한다. EBU는 HDTV에 대한 대응이 ATSC 보다 많이 늦었는데, 프로 및 컨슈머용 비디오 모니터에 대한 EBU 3320 규약에서는 BT 709를 HD 표준안으로 받아 들이고 있다. 그러나 FPD(Flat Panel Displays)에 대한 EBU의 가이드 라인에서는 EBU Tech 3273의 u'v' 좌표를 프라이머리 개멋으로 지정하고 있다. EBU Tech 3273의 u'v' 좌표는 우리가 이전에 일반적으로 EBU(SDTV) 좌표라고 부르던 것이다. 그런데 EBU 3273 좌표는 실제로 ITU-R BT 709와 값이 거의 비슷해서, 구별 한다는 것이 사실 별 의미가 없다. EBU의 가이드 라인에서도 '양 좌표 간의 차이는 무시해도 좋을만큼 작다'고 언급하고 있다.

실제로 위에서 본 두 개의 CIE 차트를 보면, EBU에 정확히 들어맞는 500M의 색좌표가 BT 709에 맞추어도 Green의 x 값만 살짝 벗어났을 뿐 나머지는 거의 일치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BT 709와 EBU 3273은 오로지 Green의 x 값만 0.010 차이가 있을 뿐, Red, Blue는 완전히 일치하고 Green도 y 값은 완전히 동일하다. 아래는 BT.709와 EBU의 표준 색좌표 값 및 KRP-500M과 600M의 측정 색좌표를 나열한 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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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 709와 EBU는 오로지 Green의 x 값이 0.300과 0.290으로 다를 뿐, 나머지 좌표값은 완전히 일치한다. KRP-500M의 색좌표를 보면 EBU에 100% 완벽히 들어 맞는다. (±0.005은 오차범위이므로 동일한 값으로 간주한다.) KRP-600M도 EBU에 거의 일치한다. 그러나 500M만큼 완벽히 들어 맞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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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 709와 EBU의 색 좌표 값 차이가 크지 않고, M 시리즈에 색 좌표를 보정하는 CMS 조정 기능이 있기 때문에, 약간의 Calibration 과정만 거치면 M 시리즈의 색 좌표를 BT.709에 거의 일치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전혀 그렇게 할 필요도 없고, 또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쿠로 시그니처 모델은 자신들이 설정한 표준 디폴트 색좌표에 맞도록 처음부터 철처하게 설계가 된 제품이어서, 색좌표를 바꾸게 되면 그레이스케일이 속성이 완전히 뒤바뀌게 된다. 게다가 CMS는 luminance와 saturation의 포인트는 손대지 못하고 오로지 tint만 조정이 되기 때문에, 좌표 조정에 한계가 있으며, 조정 시 움직여야 하는 값의 범위도 매우 커진다. CMS와 그레이스케일의 조정의 합치점을 찾기 위해, 며칠 간 기기를 붙잡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본 결과, 필자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① 쿠로 시그니처 모델은 CMS 조정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② 쿠로 시그니처 모델은 굳이 CMS 조정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기본적인 색좌표가 정확하다.
③ CMS를 조정해서 색 좌표를 더 정밀하게 조정을 할 수는 있으나, 대신 그레이스케일이 흐트러지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두 가지를 다 만족 하는 방법은 없다. 그런데 전자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을 +10 이라고 하면, 후자를 통해 잃게 되는 것은 -100에 해당된다. 따라서 ①과 같은 결론이 나온 것이다.

표준 색상에 대한 왈가왈부 많은 주장이 있는데, 종합해서 딱 한 마디로 정리 하면 "BT 709가 표준이다". 소스가 필름이냐, 방송용 비디오냐, 포스트 프로덕션 과정이 어떻게 되느냐, 텔레시네 및 그 이후의 디지털 미디어가 되기 까지의 영상 처리 과정이 어떠했느냐, 주파수와 프레임 레이트가 어떻게 되느냐 등등... HDTV 표준 색좌표는 고려 해야 할 요소들이 많다. 하지만 사실 그렇게 심각하고 엄밀하게 따질 것도 사실 없다. BT 709와 EBU는 한끗 차이도 안 되기 때문에, 구분이 별 의미가 없다.
 
EBU 좌표 기준으로 500M의 색 좌표를 살펴보면, R,G,B는 퍼펙트한 수준이지만, 세컨더리 컬러인 Y. C, M은 약간씩 벗어나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기본 메뉴의 Color/Tint 값이 모두 0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앞서 쿠로는 Color/Tint의 디폴트 값이 다소 어긋나 있다는 말씀을 드린 바 있다. 이 것부터 맞추어야 한다. Color +11, Tint G+1로 조정을 마쳤다. 이렇게 하면 CMS를 통해 세컨더리 컬러의 틴트를 조정한 것과 같은 효과를 준다. 아래는 Color/Tint 조정 및 그레이 스케일 Calibration까지 모두 마친 뒤 다시 측정한 500M의 CIE 좌표이다. (기준은 EBU 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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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CIE 차트를 보면, 캘러브레이션 이전과 비교할 때 Yellow, Cyan, Margenta가 현격하게 표준 좌표에 근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BU 좌표를 기준으로 할 때 프라이머리(RGB), 세컨더리(YCM) 모두 나무랄 데 없이 정확히 들어 맞는 우수한 Color Accuracy를 보고 있다. 단지, RGB는 디폴트에서 이미 정확히 맞은 상태이지만, YCM은 Color/Tint 조정을 해야만 맞게 된다는 것이 2% 아쉬운 점이다.

필자는 여러 대의 9세대 쿠로 제품을 테스트 해보면서, 각 제품들이 그레이 스케일, Color/Tint, CMS 등에서 약간씩 서로 다른 특성을 보인다는 점을 알았다. 특히 Gray Scale 색온도 조정 수치는 각 기기마다 편차가 꽤 큰 편이다. 한편 Color/Tint 는 그다지 큰 차이가 없었다. Color 값은 +10~+13 사이에서 조정이 되어야 한다.(이에 맞추어 Tint 값도 조정이 바뀌어야 한다.) 왜 디폴트 값을 이렇게 엉뚱하게 만들어 놓았는지는 참 의문이다. 비단 9세대 쿠로만 그랬던 것이 아니다. 8세대 쿠로 때에도 그랬다.

아래는 KRP-600M의 Calibration 후의 CIE 1931 좌표이다.(기준은 EBU 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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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M 역시 500M과 마찬가지로 Calibration 후에는 RGB 뿐 아니라, YCM 까찌도 표준에 거의 일치하는 아주 우수한 색 정확도를 보인다. 굳이 500M과 비교하자면, 600M은 Red가 약간 더 과포화 된 상태이다. 그렇다보니 세컨더리 컬러에서도 Yellow 의 정확도가 500M 보다 약간 뒤떨어진다. (역시 조금 과표화된 느낌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비교일 뿐 전체적으로는 500M, 600M 모두 색 정확도는 만점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Color Temperature, Gray Scale

쿠로의 계조 평탄성이 좋은 것은 이미 3, 4세대 제품 때 부터 정평(定評)이 나있다. 문제는 디폴트 값이다. 고가의 측정 장비를 갖출 수 없는 일반인들은 디폴트 값을 그대로 이용 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이 모델의 컨셉이 점문가용 프로 장비 아니냐고 말한다면 할 말은 없다.) 그런데 디폴트 값 은 6300K 전후로, 약간 낮은 편이며 (Pure Mode-색온도 Manual 모드 선택 시), δE 값은 평균적으로 7 정도를 유지했다. 1/9 Window 패턴과 Photo Research PR-650을 이용해 측정했는데, 0.8 cd 이하의 10 IRE 값은 포토리서치가 광량의 값은 잘 읽어 내는데, 색 분석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 따라서 20 IRE~100 IRE 범위 내에서 색온도를 조정하되, 10 IRE는 육안으로 통해 20~30 IRE와 대조하는 방식을 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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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표는 1080p/24Hz에서의 KRP-500M과 KRP-600M의 Grayscale 디폴트 값이다. 표에서 보듯 500M과 600M 모두 20~100 IRE의 계조값이 매우 평탄하다. 계조별 색온도는 무엇보다도 "평탄성"이 중요하다. 계조별로 색온도가 들쭉날쭉하면, 밝기의 변화에 따라 그림의 톤이 달라져 버린다. 그러나 옆처럼 평탄성이 확보되면 약간만 조정해도 전체적인 그레이스케일이 크게 개선된다. 옆 표에서 단 한 가지 신경 쓰이는 것은, 600M의 20 IRE 값이다. 다른 계조들의 δE 값과 유독 동떨어져 있기 때문에, 보통 이런 경우 캘러브레이션을 시도할 때 암초 역할을 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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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e> Mode에서 <Color Temp> 항목을 <Manual>로 놓은 뒤, 커서키를 통해 진입을 하면 우측 화면의 <White Balance>를 조정 메뉴가 나타난다. "High"는 Gain, "Low"는 Bias를 의미한다. Gain/Bias는 기기마다 적용 범위에 편차가 있다. 쿠로 시그니처 모델의 경우, High, Low 모두 전대역에 폭넓게 영향을 미치는 편이며, 비교적 매우 정세하게 조절이 되는 편이다. 플랫형 TV들은 대개 같은 밝기에서도 시간이 지나면 광량이 수시로 바뀌어, 같은 세팅 값에서도 매번 다른 결과의 색온도 값이 나타나는 경우가 잦은데, 쿠로는 그런 현상이 거의 없었다.

10~30 IRE는 Low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 한편, High 값에도 섬세하게 반응하는 편이고, 40~60 IRE는 High, Low 양쪽 값에 고르게 영향을 받는다. 70~100 IRE는 High 값에 민감히 반응하나, Low 값에도 미세한 반응을 보인다. 예상한대로 암부의 경우, 10~20 IRE는 30~50 IRE와 별개의 독립적인 경향을 보였다. 따라서 색온도 조정 시 가장 민감하게 신경 써야 할 부분은 10~20 IRE를 맞추기 위해 조정한 값이, 30~50 IRE의 색온도를 엉뚱하게 만들어 놓지는 않는지, 또 그 반대의 경우는 없는지 체크하고, 그 타협점을 찾아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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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yscale 조정 시 유의해야 할 점 또 하나는, 앞서 언급 했듯이 쿠로 시그니처는 가급적 CMS를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CMS를 건드리면 Grayscale이 심하게 영향을 받는다. 특히  암부의 계조 평탄성이 많이 흐트러지게 된다. 물론 그렇다해도 캘러브레이션이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어찌어찌 하면 엇비슷하게 맞출 수는 있다. 그러나 얻는 효과에 비해 지불해야 할 시간적 고생이 만만치 않다. 따라서 왠만하면 CMS를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다.

또 다른 쿠로의 특성 한 가지는, 1080p/24Hz와 1080p/60Hz, 1080i/60Hz 등 서로 다른 수평주파수 및 프레임 레이트에서도 모두 동일한 Gain/Bias 값의 적용을 받는다는 점이다. 즉, 1080p/24Hz 해상도에서 Grayscale을 맞춘 뒤 그 High, Low 값을 그대로 다른 주파수에 옮겨 적어도, 거의 똑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매 수평 주파수 및 프레임레이트 마다 따로따로 캘러브레이션을 하지 않아도 좋으니, 보통 편한 것이 아니다. 위에 필자가 테스트한 기기의 White Balance 수동 조절 값을 적어 놓았다. 그러나 말씀 드렸듯이 이 값은 모든 시그니처 기기에 일률적으로 적용될 수 없다. 기기마다 다 각기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점 유의하시기 바란다.

쿠로 시그니처 모델은 각각의 해상도 및 프레임레이트에 따라 다 각각의 메모리 페이지를 갖는다. 예를 들어 보자. Input 5에 입력된 1080p/24Hz의 블루레이 소스가 걸었다고 하자. 이를 기준으로 그레이 스케일이나 여러 화질 조정 메뉴를 열심히 조정한 뒤, 잠시 뒤 같은 Input 5에 1080i/60Hz의 공중파 방송 소스를 입력 시키면 방금 전에 조정 했던 조정 치가 모두 사라지고, 디폴트 상태로 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정한 것이 지워진 것이 아니다. 같은 입력에서도 해상도에 따라 프레임 레이트에 따라 다 각각 다른 메모리를 쓰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합리적이지만, 한편으로는 번거롭다. 1080p/24Hz 세팅치와 1080i/60Hz 세팅치가 같더라도, 일일이 손으로 적어 놓고 나중에 리모컨으로 버튼을 눌러 옮겨 넣어야 한다. 이런 점을 깜박 잊고, 블루레이 영상을 보면서 화면을 조정해 놓고서, 나중에 공중파 영상을 시청할 때 그때 조정한 값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줄 착각한 채로 계속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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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은 캘러브레이션을 마친 뒤의 500M과 600M의 각 해상도 주파수/프레임 레이트별 색온도를 측정한 값이다. 먼저 KRP-500M을 보자. 한 마디로 놀라운 수준의 Grayscale이다. 1080p/24Hz, 1080p/60Hz, 1080i/60Hz 모두 δE(델타 에러) 값이  전대역에 걸쳐 0~1 범위를 벗어나지 않으며, δE의 값이 0인 계조도 5~7개에 이른다. δE는 특정 색 좌표와 D65 포인트와의 거리값의 제곱근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표면적인 색온도 값 뿐 아니라, Red/Blue와 Green의 밸런스 관계까지도 감안해서 산정되기 떄문에, 사실 Grayscale에서는 표면 색온도보다 δE 값이 더 중요한 지표이다. δE가 0을 보인다는 것은, R,G,B가 D65 포인트를 중심으로 완벽한 밸런스를 이루고 있다는 뜻이 된다. 대개의 디스플레이 기기의 경우, δE가 0인 계조가 2~3개 정도만 되어도 "그레이스케일이 대단히 좋은 기기"로 평가받는다. 그런데 500M은 δE 값이 0로 나타내는 대역이 전체의 2/3에 이른다. 근래 보기 드문 수준의 평탄한 그레이스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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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는 500M 모델의 계조별 RGB Level이며, 아래는 500M 모델의 계조별 색온도 히스토그램이다. 우수한 그레이스케일 특성이 두 그래프에 모두 잘 나타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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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KRP-600M의 캘러브레이션 후 그레이스케일을 살펴보자. 500M과 대동소이하다. 해상도에 관계 없이 전(全) 계조에서 6500K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δE도 5~7개 수준으로 탁월하다. 단, 500M와 비교하자면 오로지 20 IRE의 δE가 2~3 수준으로, 약간 벗어나 있다는 점만 다른데, 앞서 이 부분이 염려된다고 말씀 드린바 있다. 쿠로 시그니처는 Red에 대한 감도가 20 IRE와 30~50 IRE 부분이 서로 많이 다른 편이다. 그래서 20 IRE를 정확하게 맞추면 30~50 IRE의 색온도가 틀어진다. 그래서 20 IRE를 6600~6700K 수준으로 높여야 나머지 중간 대역까지가 완벽히 D65 포인트에 머물게 된다.

500M과 600M의 그레이스케일은 감마, DRE, Film Mode, Energy Save, Color, Tint 등의 수치 값을 바꿔도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 Brightness는 영향을 주기는 하나, 그 효과가 미약하다. 반면, Contrast는 아주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CMS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색온도 조정을 마친 뒤에는 Contrast와 CMS를 다시 만지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실제 영상

과연 쿠로 시그니처는
그 명성에, 'Signature'라는 Naming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훌륭한 화질을 보여 주었다. 9세대 쿠로의 공통적인 특징인 깊고 단단한 블랙과 우수한 계조 표현력, 뛰어난 발색 능력에 덧 붙여, EBU 표준 좌표를 정확히 구현한 색 정확도와, 근래 보기 드문 탁월한 Grayscale, 그리고 Advance Film Mode에서 구현되는 72Hz True Rate 3:3 풀 다운 및 정확한 Film Adaptive Processing, 그리고 우수한 Field Uniformity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화질 평가 항목에서 퍼펙트한 성능을 보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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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오니아가 홈 일렉트로닉 사업에서 철수하게 된 것은 애석한 일이다. 그러나 철수하기 직전에 상징적 의미를 지닌 이런 레퍼런스 제품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떠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 하겠다. 앞으로도 몇 년간 디스플레이 시장은 LCD가 주도하는 세상이 될 것이다. 쿠로 시그니처 모델이 아무리 레퍼런스 화질이니 뭐니 말해도, 밝은 환경에서 밝은 소스를 높은 Contrast 수치로 시청할 때에는 이놈 저놈 구별이 거의 안 간다. 엣지 딱딱 끊어지고, 시원하게 밝고 화려하게 그림을 전달해 주는 LCD TV가, 게다가 손가락 한 마디만큼의 얇기와 멋진 디자인까지 갖추었니 대세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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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쿠로 시그니처는 불을 완전히 끄고, 고화질의 블루레이 소스를 6500K 색온도에 딱 맞추어서 진지하게 볼 때에만 그 화질의 우수함이 드러난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전혀 그렇지 않다. 필자도 야구 시합을 보거나, 에능 프로, 뉴스, 드라마 등을 볼 때 심각하게 화질을 조정해 가며 보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 소스들에서 조차도 쿠로 시그니처의 위력은 대단하다. 다른 플랫형 TV의 화면을 아주 간단하게 압도해버린다. 물론 앞서 언급한 고화질 소스에서, 또 캄캄한 환경에서는 그 성능이 더 크게 빛난다. 쿠로는 SD급 소스와 HD급 소스의 화질차가 좀 두드러지게 나는 편이다. HD급 소스의 화질이 워낙 좋아서 상대적으로 더 그렇게 느끼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SD급 소스를 환하게 해 놓고 해 볼 때에는 쿠로 또한 그냥 평범한 TV 수준이다. 그러나 노이즈가 지글한 아날로그 케이블 SD급 소스를 볼 때에도, 블랙의 안정감, 동적 해상도의 우수함, 계조의 뛰어남은 그대로 배어져 나온다. 평범하되 무언가 격이 다른 느낌이다. HD급 소스로 비교하면 그때에는 천하무적(天下無敵)이다.

끝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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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도 말씀 드렸듯이 쿠로 시그니처 플라즈마 모니터는 이제까지 출시된 그 어떤 플랫형 TV 보다 우수한 최상급 레퍼런스 제품이다. 플랫형 TV 뿐 아니라  CRT TV들도 일반 민수용 제품들은 경쟁 상대가 되지 못한다.  BVM-D 시리즈, F 시리즈 같은 하이엔드 프로용 모니터들과 견줄만한 수준이다. 사실 이들 제품과 비교하더라도 계조의 정세함, 감마, 색상의 풍부함은 약간 열세일 수 있으나, 블랙은 오히려 조금 더 좋을 듯 싶고, Uniformity와 Grayscale 평탄성 등은 훨씬 앞선다고 말할 수 있다. 무엇보다 코딱지만한 이들 CRT와 달리 쿠로는 50~60인치의 큼지막한 사이즈에서 이런 화질이 구현 된다는 것이 놀랍다.

기술이란 늘 발전하게 마련이다. 새로운 기술, 새로운 소재의 TV 또한 언젠가 등장할 것이다. 따라서 언젠가 쿠로를 능가할 화질의 제품도 나타날 것이다. LCD TV가 그 역할을 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아주 특별한 비약적 사건이 수반되지 않는 이상 말이다. 하지만 Post-LCD TV도 곧 등장하지 않겠는가. 단, 시간은 좀 걸릴 것 같다. 어찌되었든 그때까지는 쿠로 시그니처의 화질에 도전할 직시형 TV를 만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최 원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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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Equipment

● Color Spectro Radiometer : Photo Research PR-650
● Luminance Measuring Meter : Minolta LS-100
● Test Pattern Generator : AccuPel HDG-4000
● Analysis Program : Datacolor Colorfacts Professional 7.5
● Source Component : Playstation 3, Pioneer BD-09FD, Panasonic BW900, LG 3430 Digital Tuner, TVX 6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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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ifinet
2009. 4. 29. 12:55

파이오니아 쿠로 KRP-500M/600M 플라즈마 모니터 (1)
- posted by 최 원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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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의 레퍼런스 모델

쿠로 KRP-M 시리즈는 파이오니아 쿠로 제품 라인의 최상위에 위치한 모델이다. 미국에서 Signature 명칭으로 출시된 바 있어 보통 시그니처 모델이라 부르기도 한다. 일전에 PDP-5020FD를 리뷰하면서 필자는 쿠로 9세대를 '플랫 TV 중 가장 우수한 화질을 가진 제품'이라고 말한 바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PDP-5020FD를 최고의 제품이라 말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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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DP-5020FD는 쿠로 제품 라인업 중 맨 아래에 위치한 제품으로, 제품의 하드웨어적인  특성은 대동소이(大同小異) 하지만, 화질 조정 기능이 대폭 생략되었고, 디폴트 설정치도 표준에서 어긋나는 등, 소프트웨어적인 특성에서 아쉬움이 다소 있었다. 이에 반해 지금 리뷰하는 쿠로 시그니처 모델은 쿠로의 최상위 모델로 명실상부 현존하는 플랫형 TV 중 가장 화질이 좋은 제품이라 평할 수 있겠다.

쿠로의 제품 라인업

파이오니아 쿠로 시리즈의 모델명이 복잡하게 되어 있다는 말씀은 지난 번 PDP-5020FD 리뷰 때 이미 말씀 드린 바 있다. 판매 지역, 사이즈, 등급에 따라 다양한 모델이 존재 하는데, 제품은 동일한 데 모델명이 다른 것이 많아 헷갈리기 십상이다. 지난 번에 만들었던 표를 참조해서 다시 한번 일별(一瞥)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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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상 미국형 모델을 기준으로 설명하면, 쿠로는 PDP-5020/6020FD, Elite PRO-111/151FD, Elite Signature PRO-101/141FD 세 가지로 간단히 나눌 수 있다. 부르기 쉽게 PDP-5020/6020FD를 "논 엘리트 쿠로"라 부르고, PRO-111/151FD 모델을 "엘리트", PRO-101/141FD를 "시그니처"라고 부른다. (엄밀히 말하면 '시그니처'는 '엘리트 시그니처'로 엘리트에 속하는 셈이지만, 보통은 그냥 구별해서 말한다.)

"논 엘리트 쿠로" 제품은 미국형 모델에만 있으며, "엘리트" 모델과 "시그니처" 모델은 유럽/일본에도 존재하나 모델명이 다르다. 엘리트에 해당되는 유럽형은 두 가지로 PDP-LX5090/6090H 및 KRP-500A/600A가 그 것이다. 한편 일본 내수형 엘리트 모델은 KRP-500A/600A 뿐이다. 시그니처에 해당되는 유럽형 및 일본 내수형 모델명은 공히 KRP-500M/600M으로 흔히 M 시리즈라고 부르기도 하며, 지금 리뷰하는 제품이 바로 이들이다.

시그니처 모델과 하위 모델의 차이점

'논 엘리트 쿠로' < '엘리트' < '시그니처'로 갈 수록 가격이 비싸지고, 기기 성능이 더 우수해진다. 기기 성능이 더 우수해진다는 말은 '하드웨어'적인 특성과 '소프트웨어'적인 특성 두 가지로 다시 나누어 말할 수 있다.
 
논 엘리트 쿠로보다 엘리트, 엘리트 보다 시그니처가 하드웨어적으로 더 우수하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딱 한 가지, 패널의 영상 다이내믹레인지가 더 넓다는 점이다. 컬러, 계조, 감마, 유니포미티 등 다른 화질적 요소들은 다 동일하다. 그러나 블랙의 깊이, 영상의 펀치력 등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탁월한 쿠로 PDP이지만, 시그니처 모델은 그 중에서도 확실히 더 뛰어난 특성을 보여준다.

쿠로 PDP를 처음 접하는 분들은 대개 매우 강렬한 첫 인상을 받는다. 블랙바와 베젤이 거의 구별이 가지 않을 정도의 안정된 블랙과 임팩트한 영상 다이내믹 레인지를 경험하고 나면 "이 정도면 정말 최고구나, 이 보다 더 블랙이 깊고, 이 보다 더 임팩트한 영상이 나올 수 있겠어?" 하는 성급한 결론을 내리게 마련이다. 필자도 PDP-5020FD 모델만 접했을 때에는 그랬다. 엘리트와 시그니처 모델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 차이점은 소프트웨어적인 것에 국한 될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막상 시그니처 모델을 입수해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보니, 그게 아니었다. 더욱 더 임팩트한 영상이 펼쳐 지고 있었다. 그러나 오해하지 말아야 할 점은, 쿠로의 각 라인업 간의 성능 차이라는 것은, 하이엔드 오디오에서 흔히 발견될 수 있는 수준의, 즉 아주 섬세하고 미묘한 성질의 것과 같아서, 서로를 맞대놓고 비교해 보지 않는 이상, 그 차이점을 구별하기란 매우 힘든, 그런 정도의 차이라는 점이다.

이에 반해 소프트웨어적인 특성의 차이점은 보다 분명하다. '논 엘리트 쿠로'는 화질 조정 기능이 매우 간단하며, 팩토리 설정값이 정확하지 못하다. 한편 '엘리트'와 '시그니처'는 전문적인 사용자 조정 기능을 대거 제공하기 때문에, 화질에 대한 지식과 전문장비를 갖춘 유저라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화질을 얻어 낼 수 있다. 화질 조정 메뉴의 종류와 갯수는 시그니처가 엘리트보다 더 많다. 그러나 대부분 잘 사용되지 않는 것들이어서, 실질적으로는 거의 똑 같다고 보면 된다.

시그니처와 엘리트 모델의 차이는 역시 영상 다이내믹 레인지와 관련된 패널의 성능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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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표는 시그니처 모델과 엘리트 모델 간의 APL에 따른 피크 화이트의 밝기를 측정한 그래프이다. 비교 대상은 유럽형 엘리트 모델인 LX5090과 유럽형 시그니처 모델인 KRP-500M 이다. 위 표에서 ES0, ES1.. 으로 표기된 것은 Energy Saving Mode를 말하는 것으로 ES0과 Standard(Off) 상태이다.

PDP가 APC(Auto Power Control)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다들 아실 것이다. 표시되는 화면의 평균 밝기(APL; Average Picture Level)를 측정해서, 그에 따라 표현해야 할 최대 밝기의 정도를 조절한다. 즉, APL이 1%일 때에는 그 1%에 해당되는 밝기에 나머지 99%의 전류를 모두 쏟아 붓기 때문에 그 부분의 밝기가 높아지고, APL이 50%가 되면, 전류를 고르게 퍼뜨려야 하기 때문에 똑 같은 100 IRE라고 해도 APL이 1% 였을 때 보다 밝기가 떨어지게 되어 있다. 굳이 LCD와 비교하자면, PDP는 1920x1080 = 207만개의 로컬 디밍을 하는 셈이라고 볼 수도 있다.

위 그래프에서 빨간 라인이 레퍼런스이다. APL이 1%이든 100%이든 밝기가 언제나 100인 상태로 나란히 유지되는 것이 일반 CRT, LCD TV가 이에 해당된다. (LCD TV는 오토 다이내믹 회로를 항상 켜 놓은 경우,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사실은 해당되지 않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엘리트 모델인 LX5090의 경우, APL이 1%일 때 100에 해당되던 피크 화이트가, APL이 100%가 되면 40 수준으로 떨어진다. APL이 100%인 경우라면, 화면 전체가 100 IRE 화이트인 필드 화이트 패턴인 상태를 말한다. 그래서 PDP는 윈도우 패턴에서 측정한 최대 밝기에 비해 필드 패턴에서 측정한 최대 밝기가 훨씬 어둡게 나타나는 것이다. 그런데 시그니처인 KRP-500M을 보면 APL이 100%인 경우에도 피크 화이트가 60 수준을 유지한다. 즉, 영상 다이내믹 레인지가 더 넓은 것이다.

특히 유의미한 것은 APL 50~60% 부분이다. 대부분의 그림들이 이 언저리 부근에 많이 위치한다. 엘리트 모델은 최대 밝기의 95 수준이던 피크 화이트 레벨이 APL 25% 부분부터 떨어지기 시작해 APL 55% 부분에서는 절반인 50 수준으로 낮아진다. 그러나 시그니처인 KRP-500M 모델은 APL이 55%에 이르기까지도 피크 화이트가 최대 밝기의 95 수준을 그대로 유지한다. 이 부분은 매우 높게 평가할 요소이다. PDP이면서도 밝기의 균일성을 최대한 유지해 주고 있기 때문에, 그레이스케일이나 감마 특성 등에서 월등 뛰어난 성능을 기대하게 되며, 무엇보다도 실제 영상에서 유저가 느끼는 임팩트함이 휠씬 강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플라즈마 모니터

쿠로 시그니처 모델은 TV가 아니라 모니터이다. 이 '모니터'라는 단어에 혼동이 없으시기 바란다. 컴퓨터용 모니터가 아니라, 프로 장비용 모니터를 의미하는 것이다. (흔히 Grade 1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감독이나 연출자가 작품을 '모니터한다'라고 말할 때의 바로 그 '모니터'를 의미한다. (PDP는 Burn-In 문제 때문에 본질적으로 PC용 모니터로는 부적합하다.)

프로 장비용 모니터는 일반 민수용 제품과 달리, 표준 영상의 까다로운 여러 기준들을 충족 시켜야 하기 때문에 화질적인 완성도가 매우 높다. 그래서 가격도 비싸고, 사이즈도 30인치를 넘지 못한다. 파이오니아가 그들의 마지막 제품인 9세대 라인에 난데없이 '시그니처' 명칭의 프로용 모니터를 포함 시킨 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 파이오니아로서는 어떤 선언적 의미를 담고 싶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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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파이오니아는 내세울 것이 '화질' 밖에 없다. 9세대 라인을 기획 할 무렵, 파이오니아는 자체 패널 생산을 중단하고 파나소닉 패널을 제공받아 10세대 제품을 만들기로 이미 결정이 나 있었다. 즉, 10세대 제품은 9세대 제품보다 다운 그레이드된 보급형 제품이 될 상황이었고, 따라서 파이오니아 입장에서는 지금 기획하고 있는 9세대 제품이 그들이 유일한 자존심인 '화질'을 한껏 과시할 수 있는 마지막 라인이 되는 셈이었다. 따라서 파이오니아서로는, 명실상부한 '레퍼런스 모델'을 하나 만들어 넣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제품에 일반 민수용 제품이 아닌, 프로용 모니터라는 타이틀을 부과한 것이다.

이를테면 '마지막 황제'라고 할까. 그런 이미지가 떠 오른다. 첨단 영상 산업의 흐름을 경솔히 예단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현재의 플랫형 TV의 흐름으로 볼 때, 향후 최소 5~6년 이내에 쿠로를 능가하는 화질의 TV가 나올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뭐, 그렇게 보면 '마지막 황제'라는 칭호가 그리 감상적(感傷的)이지도 않다. 오히려 사실적(寫實的)이지 않은가?

디자인

시그니처 모델은 "모니터"이기 때문에 튜너도, 스피커도 심지어는 스탠드도 없다. 그냥 달랑 본체 하나 뿐이다. 필요한 것은 모두 사용자가 각기 따로 사서 연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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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드는 KRP-TS02라는 전용 스탠드가 있다.(옆 그림 참조). 엘리트 모델과 시그니처 모델은 동일한 스피커와 스탠드를 사용한다. KRP-TS02 스탠드는 사이드 스피커를 사용할 경우를 전제로 한 스탠드이다. 만일 언더 마운트 스피커(PDP-5020FD 처럼 본체 아래에 가로로 붙이는 단일형 스피커)를 사용할 경우에는 이 스탠드는 맞지 않는다. 스피커 들어갈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 경우에는 PDK-TS33A라는 다리가 좀 더 긴 전용 스탠드를 사용해야 한다.
 
원칙적으로는 사이드 스피커를 장착하는 것이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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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옆 사진 참조) 그러나 가로 길이 공간을 줄이고 싶은 분은 언더 마운트 스피커를 달 수도 있다. 언더 마운트 스피커는 LX5090/6090 또는 KRP-500A/600A 모델과 동일한 것을 사용하면 안성맞춤이다. 그러나 논 엘리트 쿠로, 또는 이전 세대 제품 것을 쓸 수도 있다. 그러나 전용 제품이 아니면, 부착하는 나사 구멍이 딱 들어 맞지 않기 때문에, 몇 개의 나사로만 지탱해야 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물론 스피커가 무겁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해도 큰 문제는 없다. 한편 시그니처 모델은 본체 뿐이라 두께가 62mm이다. 93mm 짜리 논 엘리트 쿠로에 장착한 스피커를 그대로 옮겨 달 경우, 앞면이 약간 튀어나올 수도 있다. (그다지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다.).

스탠드의 경우도, 이전 세대 제품을 싸게 구입해서 연결할 수도 있다. 그러나 파이오니아 PDP는  모델간에 어떤 것들은 스탠드가 호환되고, 어떤 것은 안 되는 등 그 관계가 좀 복잡하다. 참고로 논 엘리트 모델 스탠드는 시그니처 스탠드로는 쓸 수 없다. 따라서 전용 스탠드와 스피커를 쓰지 않을 것이라면, 사전에 충분히 호환성 정보를 입수하고 구입해야 한다. (M 시리즈는 앰프 단이 있기 때문에 스피커는 집에 쓰던 다른 것을 연결해도 별 문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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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마운팅은 대부분의 모델들이 서로 호환되기 때문에, 악세사리 구하기가 보다 쉽다. 단, M 시리즈는 입출력단이 본체에 붙어 있는 형태이기 때문에, 케이블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충분히 연구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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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는 나중에 연결한다 하더라도, 스탠드가 없이 본체만 달랑 받으면 처음에는 참 난감하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본체가 도착하기도 전에 스탠드를 먼저 구입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필자도 처음 입수 했을 때 이점이 난감했다. 다행히 우측 사진에서 보듯, 윗쪽 박스만 벗겨 내고 아랫쪽 스티로폼을 제거하지 않으면 본체는 임시로 그대로 버티고 서 있을 수가 있다. (포장이 꽤 잘 되어 있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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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니처는 모니터이므로 튜너가 없다. 따라서 두께가 62mm로 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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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500A/600A처럼 미디어 리시버가 별도로 존재하는 타입이 아니라, 직접 입출력 단자를 갖추고 있다. 시그니처 종류에 따라 입출력단은 약간씩 다른데, KRP-M 시리즈의 경우는, HDMI 2계통, DVI 1계통, 컴포넌트 및 VGA 1 계통 등의 입력단을 갖추고 있다.소스 기기를 많은 유저라면 입력단이 부족하게 느껴질 것이다. 리모컨은 겉 모습은 논 엘리트 모델과 동일한 모양인데, 논 엘리트 모델 리모컨이 자조식(自照式) 형광 버튼였던 것에 반해, 시그니처 리모컨은 상단 우측에 백라이트 버튼이 있는 점, 그리고 논 엘리트 모델 리모컨은 플라스틱 자재였는데, 시그니처 모델 리모컨은 묵직한 철제를 사용했다는 점이 다르다. 리모컨 하단에는 파이오니아 소스 기기를 컨트롤 할 수 있는 선택 버튼이 있으며, 학습 기능을 갖추고 있어 통합 리모콘으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시그니처 모델의 종류

지금 리뷰하는 제품은 KRP-M 시리즈이다. 시그니처 모델은 크게 두 종류가 있다. 미국형 모델은 50인치가 <Elite Signature PRO-101FD>, 60인치가 <Elite Signature PRO-141FD>이며, 일본/유럽형 모델은 50인치가 <KRP-500M>, 60인치가 <KRP-600M>이다. Signature 명칭이 정식으로 붙은 것은 미국형이지만 같은 등급의 제품이라 101/141, M 시리즈를 모두 통털어 시그니처 모델이라 부른다. (M 시리즈 모델명의 KRP는 Kuro Reference Panel의 약자이다.)

M 시리즈는 원래 일본 내수 및 유럽 수출형 모델이다. 그런데 일본 내 공장이 먼저 문을 닫기로 하면서, 파이오니아는 M 시리즈의 재고 일부를 미리 미국 공장으로 돌려, 파워 서플라이를 교체하고 펌웨어 및 메뉴얼 일부를 교체하여 미국 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지난 3월 부터 등장한 이 뜻 밖의 '새 모델'을 소비자들은 '북미형 M 모델'이라고 부르는데, 리뷰 제품 또한 이 북미형 KRP-500M KRP-600M 모델이다.
 
아래는 미국의 AVS 포럼에서 옮겨온 "Pioneer 9G Kuro Comparison Chart: xx20, 500/600M, 111/151, 101/141, 500/600A, LX-XX90" 비교 차트이다. (※ 여기서 언급된 모델들은 모두 미국형과 유럽형이며, 일본형은 제외 됐다-예를 들어 같은 KRP-500A라고 해도 유럽형은 일본형보다 안테나 입력단이 더 많다. 더불어 이 자료는 개인 사용자가 작성한 것이므로 내용이 100% 다 맞는다는 보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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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한 등급의 시그니처 모델인 101/141 시리즈M 시리즈는 하드웨어적인 특성은 완전히 동일하다. 단지 몇 가지 외적 사양이 다르다. 간단히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① M 시리즈는 HDMI 입력이 2개, 101/141은 4개이다.
② M 시리즈는 아날로그 오디오 입력이 2개가 있고, HDMI로도 오디오 신호를 입력 받는다. 그리고 앰프단이 내장되어 있어 스피커만 연결하면 소리를 들을 수 있다. 101/141은 오디오 입력 자체를 아예 받지 않는다. 따라서 101/141를 사용할 때에는 별도의 앰프가 있어야 한다.
③ M 시리즈는 ISFccc 조정 모드가 없다. 그러나 101/141은 ISF Day, Night, Auto의 세 가지 ISFccc 모드를 가지고 있다. (단, 유럽형 M 시리즈에는 ISFccc 모드가 있다. 일본형 M 시리즈에는 없다. 그래서 북미형 M 시리즈에도 없다.)
④ M 시리즈는 공장에서 50 시간의 Break-in을 거쳐 출하되고, 101/141은 100시간의 Break-in을 거쳐 출하된다고 한다. (사실 별 의미는 없다. Break-in 이야 나중에 유저가 자체 패턴을 통해 50시간을 추가로 더 하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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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위에 언급된 내용들은 화질과는 무관한 것들로 별로 대단한 것들은 아니다. 하드웨어적인 성능으로 따지자면 M 시리즈와 101/141FD는 사실 상 동일한 모델로 보면 된다. 하지만 M 시리즈가 ISFccc 모드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 한가지는 다소 아쉽다. 사실 시그니처는 워낙 화질조정 메뉴가 다양해 웬만한 세팅은 모두 메뉴 상에서 처리할 수 있다. 굳이 ISF 모드가 필요하지는 않다. 그러나 단 한 가지, RGB 감마 9 포인트 조정 기능 은 오로지 ISF 모드에서만 조정이 가능하다. 이 기능은 9단계의 계조별 감마를 Luminance와 Saturation의 상관성을 연결지어 미세 조정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에게는 꽤 매려적인 기능이다. 그런데 북미형 M 시리즈에는 이 기능이 빠졌다. (아마도 서비스 모드 어딘가에 숨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단지 활성화 시켜 놓지 않은 것으로 추측된다.)
 
감마 9 포인트 조정 기능은 사실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이지 반드시 있어야 할 필수적인 기능은 아니다. 이미 M 시리즈는 외부 메뉴에 5개의 감마 모드를 프리셋 시켜 놓았다. 또 Grayscale 특성이 워낙 평탄해서 감마 9 포인트 조정 기능이 효용성을 발휘할 일도 없어 보인다. 또한 전문장비를 갖춘 캘러브레이터가 계산기 두들겨가며 해야하는 작업이라 일반인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그래도 있으면 좋다.

50인치와 60인치 쿠로의 화질 차이

비단 시그니처 모델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필자가 쿠로 8세대와 9세대 여러 모델을 두루 살펴 보면서 내린 결론이다. 쿠로는 50인치와 60인치 간에 섬세한 '화질의 차(差)'가 존재한다. 물론 50인치가 더 좋다. 선입견이 아닐까 충분히 경계하고 내린 결론이다. 원래 파이오니아는 50인치 패널만 생산했다. 60인치 패널은 2004년 NEC 패널을 인수해서 확장 시킨 것이다. 물론 OEM이 아니라 파이오니아가 직접 관리하여 동일한 공정, 동일한 구조로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자'(嫡子)와 '서자'(庶子)의 개념이랄까, 파이오니아 오리지널 패널인 50인치 제품이 더 화질이 우수할 것이라는 막연한 선입견이 있었다.

결론적으로 진짜로 오리지널리티로 인한 차이인지, 아니면 사이즈의 차이에서 오는 차이인지 알 수 없3지만, 어찌 되었든 어찌되었든 50인치와 60인치는 영상 다이내믹 레인지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50인치 모델이 블랙이 더 깊고 화이트도 더 밝다. 그렇다고 계조가 나빠지거나 컨투어링 노이즈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필드 패턴을 이용하는 고정 명암비는 동일하게 측정된다. 그 것으로는 알 수 없다. 실제 영상에 들어가야 그 차이가 제대로 드러난다. 그 외 컬러나 계조, 감마 특성 등은 완전히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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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P-500M 또한 KRP-600M과 맞비교하면 확실히 영상이 더 임팩트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화질적인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두 기종을 나란히 틀어 놓으면 습관적으로 600M 쪽으로 눈이 간다. 역시 '사이즈의 위력'이 크다. 500M과 600M의 화질 차이란 사실 그렇게 눈에 확 띄는 정도가 아니다. 반면 "10인치 더 큰 영상"이 주는 압박감은 무시 못할 수준이었다.

완성도 높은 화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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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디스플레이 기기가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항목들이 여러 가지 있다. 블랙의 깊이, 높은 명암비, 풍부한 계조 표현력, 정확한 색 표현력, 평탄한 그레이스케일, 정확한 색온도 및 감마 트래킹, 영상의 투명도와 포커싱, 필드 유니포미티, 높은 명목 해상도 및 동적 해상도, 뛰어난 프로세싱 능력 등등... 하지만 이들 요소를 두루 다 잘 갖추기는 쉽지 않다. 하이엔드 비디오 프로세서를 곁들인 최고 사양의 9인치 CRT 프로젝터나 BVM-D 시리즈, F 시리즈 같은 방송용 모니터라면-그래도 100%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아주 높은 완성도의 화질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런 그림을 보기 위해 들여야 하는 비용은 보통 수천만원대이다. 화질의 완성도만 가지고 가격을 결정하라고 한다면 쿠로 시그니처 모델도 충분히 수천만원대 디스플레이 기기 대열에 합류 시킬 만 하다. 바꿔 말하면, 천만원 언더의 'affordable price' 제품 중에서 쿠로 시그니처 보다 더 높은 완성도의 화질을 가진 제품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단순히 몇가지의 특성만 두드러지는 것이 아니다. 쿠로 시그니처 모델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이 제품이 좋은 화질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여러 요소들을 두루 고르게 충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랙, 색 발광 능력, 계조력, 색 정확도, 명암비... 등 대부분의 요소에서 나무랄 점을 찾기 어렵다. 장타와 교타를 겸비한 김현수나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느낌이랄까.

본격적인 화질 평가에 들어가기 전 미리 밝혀 둘 점은 쿠로에 관한 일반적인 사항 또는 구조에 대한 설명은 생략한다는 것이다. 이미 8세대인 PDP-5010FD 리뷰 및 9세대 논 엘리트 모델인 PDP-5020FD 리뷰를 통해서 충분히 언급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쿠로의 일반적인 기술적 사항에 대해서는 앞서의 리뷰들을 참조하시기 바란다.

기본 메뉴 탐색

시그니처 및 엘리트 모델이 논엘리트 모델이 갖지 못한 다양한 화질 조정 메뉴를 가지고 있다는 말씀은 드린 바 있다. 시그니처의 주요 메뉴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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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메뉴 화면은 논 엘리트 셋업 메뉴 화면과 동일하다. <Picture> 항목에 들어가면 우측과 같이 영상 모드를 선택하는 화면이 나온다. 시그니처 모델은 영상 모드에 <Pure>와 <User> 두 가지가 추가 되었다. 프로용 화질 조정을 위한 모드는 <Pure> 모드이다. <Movie>, <User> 모드도 임의 설정이 가능하나, 시그니처 모델  화질 조정의 키는 <Pure> 모드가 쥐고 있다.
 
아래는 각 영상 모드별 디폴트 색온도와 밝기 값이다. (100 IRE, 1/9 윈도우 패턴 기준). <Movie>와 <Pure> 모드만 색온도 <Low>를 디폴트 값으로 하고 있으며, 이들 모드의 기본 색온도 값은 6300K 전후로 꽤 양호한 편이다. 한편 <User>와 <Standard> 모드는 7300K 정도의 색온도를 보이고 있는데, 이들도 화면 조정 메뉴에서 "Color Temp" 항목을 "Low"로 바꾸면 6300K 정도의 색온도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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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e> 모드를 선택하면 기본 디폴트 색온도가 "Low"로 설정이 되어 있다. 색온도 선택 모드는 모두 6가지가 있다. High, Mid-High, Mid, Mid-Low, Low 이렇게 미리 설정된 5개의 Preset Mode가 있고, 사용자가 임의로 Gain과 Bias를 조정할 수 있는 Manual 모드가 추가 되어 있다. Manual 모드는 <Pure> 모드에서만 제공한다. <Pure> 모드의 기본 색온도는 Low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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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re> 모드 하에서 각 색온도 선택항목 별 실제 색온도를 측정해 보았다.(우측 표 참조) High는 10000K 전후, Mid는 8000K 전후이며, Low는 6300K 전후이다. Manual을 선택하면 Low와 비슷한 값에서 처음 시작하게 된다.

Manual을 선택하고 커서를 우측으로 옮기면 White Balance를 조정하는 아래 사진의 항목이 등장한다. High는 Gain, Low는 Bias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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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gh(Gain)는 70~100 IRE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40~60 IRE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30 IRE 이하에는 영향을 주기는 하나 정도가 미미하다. 반대로 Low(Bias)는 10~30 IRE에 가장 큰 영향을, 40~60 IRE에도 꽤 영향을 미치는 반면, 70~100 IRE는 미세한 영향만을 준다.
 
전문적인 화질조정을 위해서는 <Pure> 모드의 <Manual> 항목을 선택해 색온도 조정을 직접하는 것이 정석(定石)이다. 그러나 일반 유저들은 이 것이 불가능하므로 위에 표기된 색온도 측정값을 참조로 해서 적당한 프리셋 모드를 선택하면 된다. 물론 영화를 시청할 때에는 최대한 6500K에 가깝게 설정하는 것이 표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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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메뉴를 한번 더 살펴보자. Contrast, Brightness, Color, Tint, Sharpness 외에 앞서 살펴본 Color Temp 항목이 있고, 그 아래로 Gamma 항목이 있다. 그리고 다시 그 아래로 Pro Adjust 항목이 있다. Gamma는 모두 5개의 Preset 모드가 있다. Gamma에 대해서는 2부 화질 평가 부분에서 자세히 다루게 될 것이다.
 
Pro Adjust를 선택하면 다시 하부 메뉴에 들어가게 되는데 여기가 '보물창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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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와 같이 매우 긴 서브 메뉴가 화면 왼쪽에 나타난다. Pure Cinema, Intelligent Mode, Picture Detail, Color Detail, Noise Reduction, Other의 그룹 항목이 보이고 다시 각 그룹의 하부 항목들이 보인다. (그림을 클릭하면 더 큰 화면으로 볼 수 있다.) 이 중 언급할 필요가 있는 항목은 Film Mode, DRE Picture, Enhancer Mode, Color Management, Color Space, Blue Only Mode 등이다. 나머지는 모두 OFF 로 놓으면 된다. Other 항목의 I-P Mode는 2(Standard), Drive Mode는 1을 선택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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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ise Reduction 기능
 
파이오니아 뿐 아니라 모든 TV 제조사들이 나름 이것 저것 화질 조정 기능을 많이 만들어 붙이는데, 아시다시피 대개가 다 무용지물이거나 화질을 더 나쁘게 만들기 일쑤이다. 따라서 뭔지 모를 때에는 무조건 OFF 하는 것이 좋다. 특히 여러 가지 NR(Noise Reduction) 기능은 오리지널 영상의 원본 정보를 뭉개고 멍청한 영상을 만들곤 한다. 노이즈가 좀 거슬린다 싶으면 차라리 거리를 떼어 놓고 보시기를 권장한다. 많은 TV들이 겉으로는 NR 기능을 끈 것 처럼 위장하면서, 실제 내부회로에서는 작동 시키는 경우가 많다. 입력 소스가 노이즈가 너무 심해 그냥 내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외부 NR 회로를 또 작동 시키면 설상가상이 되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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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는 비교적 원본 소스가 투명하고 노이즈가 적어 NR 회로를 작동 시킬 필요가 없다. 공중파 실시간 방송의 경우 가끔씩 Field Noise가 번쩍번쩍 나타나기는 하나 무시 할 만한 수준이다. 밝은 조명 하에서 현란하게 카메라 워킹을 하는 HD급 가요 프로그램의 경우, MPEG-2 HD 방식의 숙명인  Block Noise를 피할 수 없다. 그러나 Block NR을 작동 시킨다고 해서 이게 그다지 크게 줄지는 않는다. 3DNR은 프레임 간의 비교를 통해 노이즈로 추정되는 신호를 제거하는 기법인데, 필름 그레인을 제거할 때에는 도움이 되지만, 실시간 방송 소스에서는 별 효용이 없다. 예전 VHS, LD 시절에는 꽤 효과적이었지만, 요즘 나오는 블루레이 소스는 마스터링 과정에서 이미 심각한 노이즈는 대개 제거되기 때문에 별 효용이 없다. Mosquito Noise는 주로 윤곽선이나 모서리 부근에서 자잘하게 나타나는 노이즈인데, 블루레이 디스크에서도 곧잘 발견되는 편이다.(둔감한 분들은 거의 못 느낀다.) 그러나 쿠로에서는 굳이 이 회로를 작동시킬만큼 신경 쓰이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블루레이 같은 고화질 소스는 모든 NR을 끄고 시청하고, 실시간 방송의 경우는 특별한 경우에 한해 Field NR 정도만 가끔 작동하는 수준이 좋겠다.

Sharpness와 Enhancer Mode

Noise Redution가 화면을 '부드럽게 만든다는 미명(美名)' 아래 영상 정보를 뭉개 버리는 반면, Sharpness는 영상을 '또렷하게 보여준다는 미명' 아래 과장된 노이즈를 만들어 내는 역할을 한다. 쿠로는 Pure, Movie 모드에서는 샤프니스의 디폴트 값이 최저값인 -15이다. 이 수치는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겠다.
 
한편 Pro 조정 메뉴에 가면 Enhancer Mode라는 것이 별도로 존재한다. 1, 2, 3 의 세 가지 선택안이 있는데, Pure Mode의 디폴트 값은 Mode 1 이다. 화면에는 Mode 1을 Hard, Mode 2를 Standard, Mode 3를 Soft로 표시해 놓았다. 테스트 해보니 Mode 3는 의도적으로 De-Focusing 시킨 경우로, 도대체 어떤 상황에서 쓰라는 말인지 잘 모르겠다. 언젠가 LG의 스칼렛 초기 버전을 테스트 할 때, 무심코 샤프니스를 최저값으로 놓았더니 De-Focusing 되어 그림이 형편없이 뭉개져 버린 적이 있었다. 스칼렛은 샤프니스를 중앙 값에 놓는 것이 '사실 상의 최저값'인 셈인데, 쿠로도 그런 셈이다.
 
Enhancer Mode 1은 10MHz 이상의 고대역을 강조하는 디테일 보정 회로이다. 따라서 6.75MHz가 고작인 DVD 급 이하 영상에서는 Enhancer Mode를 1로 두나, 2로 두나 전혀 차이가 없다. HD 영상에서만 효용성이 있다. 고대역 보정이 지나치게 되면 고대역 라인과 라인 사이가 오버랩이 일어나 영상 정보는 손실되고 대신 밝게 휘도 정보만 강조되는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가격이 비싼 프로세서들이 돈 값을 하는 이유는 대개 이런 고대역 영상 보정 회로의 알고리즘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쿠로 시그니처 모델의 Enhancer Mode 1은 꽤 쓸만하다. 고대역의 휘도가 약간 밝아지기는 하나 크게 문제 될 정도는 아니고, 인접 라인과 오버랩 되는 현상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Pure Mode로 블루레이를 감상할 때에는 Enhancer Mode 1을 권장한다. 그러나 실시간 방송 소스에서는 노이즈가 많은 HD급 소스가 들어 왔을 때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므로, Enhancer Mode 2를 선택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울 수 있다. 또 말씀 드렸듯이 SD급 영상에서는 Mode 1과 Mode 2가 전혀 구별이 안 간다.

Film Mode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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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Mode
에 대해서는 8세대 5010FD 리뷰와 9세대 5020FD 리뷰 때 이미 언급한 바 있다. 그런데 필자가  이전에 언급했던 Film Mode에 대한 설명들은 사실과 다르거나 또는 미흡한 부분들이 있었다. 파이오니아는 Film Mode에 대한 기술적인 설명을 거의 하지 않는다. 메뉴얼을 봐도, 홈 페이지를 방문해도 알쏭달쏭한 설명 뿐이다. 그런 가운데 파이오니아 USA의 엔지니어 리포트를 인용한 미국의 한 ISF Calibrator의 '틀린 정보'가 인터넷 공간에 퍼지면서 오해가 생겼다. 지금도 많은 쿠로 사용자들이 이 '틀린 정보'를 사실로 믿고 있다. 필자도 처음에는 이 '틀린 정보'를 그대로 믿고 잘못된 리뷰를 썼다가 지금은 수정을 한 상태이다. '틀린 정보'의 근원은 Off 모드를 60Hz가 아닌 72Hz라고 말한 것에 있다. Off 모드가 60Hz인지, 72Hz인지에 따라 Film Mode의 활용도는 완전히 달라진다. 그런데 파이오니아의 Off 모드는 예전부터 늘 60Hz 출력이었다. 그래서 필자도 처음에 고개를 갸우뚱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Advance 모드는 필름 소스에서 72Hz로 출력하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Off 모드는 육안으로 보아도 Advance 모드와 전혀 다른 출력 주파수 특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Off 모드는 저더가 심하지만 Advance는 전혀 저더가 없다. 1080p/24Hz 블루레이 영상을 72Hz로 3:3 풀다운 출력을 한다면 저더가 생길 수가 없다. 따라서 Off 모드는 60Hz 출력임이 틀림없다. 한번 의심을 품으니 그 정보원이 전하는 엔지니어 리포트의 신뢰성이 모두 의심이 갔다. 그래서 아예 모든 필름 모드를 일일히 다 확인하기로 했다. 필자가 보유한 무비 카메라(소니 PWR-EX1)는 다행히 24p, 30p, 60i 등 여러 종류의 프레임 촬영이 가능한 기종이다. 이 카메라의 도움을 받아 각 필름 모드의 출력 주파수를 분석해 다음과 같은 표를 만들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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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복잡해 보이지만 정리하면 간단하다. 일단 필름 모드는 입력되는 소스가 비디오 소스인지, 필름 소스인지가 중요하다. 드라마, 예능, 뉴스 및 스튜디오 녹화물 등 60Hz 방송용 카메라로 제작된 소스를 통칭 (1) 비디오 소스라고 부른다. (협의적狹義的 의미이다. 모든 영상을 두루 일컬을 때 사용하는 '비디오'의 광의적廣義的 의미와는 다르다.), 한편 35mm, 또는 70mm 등의 필름 카메라를 이용해 제작된, 기본 프레임이 24Hz로 된 소스를 통칭 (2) 필름 소스라고 부른다. 블루레이 영화는 24Hz를 그대로 살린 필름 소스라 할 수 있고, TV에서 방송해주는 영화는 24Hz를 60Hz로 변환해서 내 보내 주는 경우로, 이 또한 필름 소스인 것은 맞지만 24Hz→60Hz 변환 과정에서 Judder라는 부자연스러운 프레임이 끼어들게 된다.

Pure Cinema의 Film Mode의 작동원리는 다음과 같다.

(1) 모든 비디오 소스에는 "Pure Cinema" 가 작동하지 않는다. 어떤 모드에서든 60Hz 그대로 출력 될 뿐이다.
(2) 1080p/60Hz에서는 "Pure Cinema" 가 작동하지 않는다. 필름 소스라 하더라도 그렇다. 1080p/60Hz는 밴드폭이 넓어 처리에 부하를 주기 때문에 아예 프로세싱 대상에서 제외 시켜 버렸다.
(3) 1080p/24Hz는 "Advance"와 "Standard" 모두 3:3 72Hz 프로세싱을 한다.
(4) "Advance"는 Interlace와 Progressive를 가리지 않지만, "Standard"는 Interlace에서만 작동이 된다.

Pure Cinema 모드 <OFF>는 아무런 프로세싱 작동도 하지 않고, 무조건 모든 소스를 60Hz로 강제 출력 시킨다. 들어 오는 소스가 필름 소스이냐, 비디오 소스이냐에 관계 없이 무조건 60Hz 출력이다.

<Smooth> 모드는 일종의 보간 모드로 프레임과 프레임 사이의 영상을 추정해서 만들어 넣는 것으로 세칭 "미끄덩" 모드라고 평론가들이 비아냥 거리는 모드이다. 얼핏 보면 영화도 방송 드라마처럼 미끄덩하게 나와 좋아 보이지만, 기실은 작위적인 영상이요, 움직이는 물체와 정지된 배경 사이의 경계선 부분에 커다란 크로스 아티팩트를 형성하기 때문에 전혀 권장하지 않는 모드이다. 한 동안 이 "미끄덩 모드"를 각 사들이 엄청 광고했었지만, 실제 쓸모가 없는 기능이다. 그래도 쿠로의 <Smooth> 모드는 다른 제품들에 비해서는 그 부자연스러움이 덜한 편이다. 그래도 역시 쓸 게 못된다.

핵심은 <Standard><Advance> 모드이다. 이들 모드는 다음과 같이 몇 가지 필터링 과정을 거친다.

 (1) 우선 들어오는 입력 소스가 60Hz인지, 24Hz인지를 일단 파악한다. 그래서 24Hz이면-이 경우는 브룰레이 밖에는 해당사항이 없다- 별도의 프로세싱 없이 그대로 3배를 곱하는 3:3 풀다운을 해서 72Hz로 내보낸다. 가장 이상적(理想的)인 형태이다. (<Standard>가 1080p/24Hz 소스에서는 72Hz 출력을 한다는 것은 필자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2) 만일 들어오는 입력 소스가 60Hz이면, 그 다음 걸러내는 파트는 입력이 interlace인가, progressive 인가이다. interlace 입력이면 둘 다 작동하지만 progressive 입력이면 <Standard>는 작동하지 않고 그냥 들어온 그대로 60Hz로 내보낸다. 입력 소스가 필름일 경우는 제대로 된 true processing이 아니라, 그냥 대충 곱배기로 튕겨 버리는 뻥튀기 프로세싱이 된다. 따라서 입력이 progressive일 때는 <Standard>는 선택하면 안 된다.
 (3) 마지막으로 이 두 모드는 들어오는 60Hz 입력 소스가 필름 소스인지 비디오 소스인지 판단한다. 그래서 비디오 소스면 역시 아무런 작업도 하지 않는다. 필름 소스이면 그제가서 프로세서가 작동한다. 필름 소스를 디텍션해서 24프레임으로 원본 상태로 복원시킨 뒤 1080p로 I/P 변환을 하되, <Standard>는 다시 3:2 풀다운을 거쳐 60Hz로 출력을 시키고, <Advance>는 3:3 풀다운을 통해 72Hz로 트루 프레임 레이트 출력을 하게 된다. 당연히 후자가 더 이상적이다.

사실 결론은 간단하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이 <Advance> 모드 하나만 선택하면 된다. 이거면 만사형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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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vance>
모드는 ⓐ 비디오 입력 신호가 들어오면 그냥 패쓰 스루 시켜 그대로 60Hz로 내보낸다. ⓑ 그리고 필름 소스가 들어오면 알아서 디텍션해서 24 프레임으로 풀어낸 후 3배수를 해서 72Hz로 내 보내기 때문에 저더가 없는 아주 좋은 영상을 보여준다. 24프레임 무비 카메라의 렌즈를 통해서 확인 작업을 해 보았다. 똑같은 1080p/60Hz의 방송 소스인데 일반 스튜디오 녹화물이 보여질 때는 <Advance> 모드가 작동하지 않다가, 방송 내용이 영화 프로그램으로 바뀌자 약 5~10초 쯤 뒤에 <Advance> 모드가 작동하면서 72Hz 출력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참, 신통한 재주이다. 물론 실시간 방송 필름 소스의 경우는 DVD, D-VHS 처럼 디텍션을 위한 플래그가 들어있지 않아 디텍션이 완벽하지는 않다. 몇 분에 한 번씩 놓치게 되면 다시 60Hz로 절환이 되었다가 다시 5~10초 뒤 72Hz로 바뀐다. DVD나 D-VHS 일 경우는 완벽하게 작동한다. ⓒ 마지막으로 1080p/24Hz 블루레이가 들어와도 완벽하게 잘 작동이 된다. (필자는 이전까지만 해도 Advance 모드는 비디오 소스도 72Hz로 출력 시켜 주는 줄 잘 못알고 있었다.)

그런데 <Advance> 모드에도 한 가지 딜레마가 있다. 바로 DVD의 1080p 출력문제다. 쿠로는 1080p/60Hz의 경우 밴드폭이 너무 커서 프로세싱 작업을 할 경우, 화질에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해 아예 1080p/60Hz는 퓨어 시네마가 작동하지 않도록 만들어 버렸다. 필름 소스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런데 많은 DVDP들이 1080p로 출력을 한다. 이 경우 쿠로는 퓨어 시네마가 작동하지 않아, 무조건 받은 그대로 내보낸다. 즉 72Hz의 트루 레이트 출력의 혜택을 볼 수 없고, 따라서 저더도 그대로 존재한다.

만일 DVDP가 720p/480p/480i로 출력할 경우에는 쿠로의 <Advance> 퓨어시네마 모드가 작동해서 72Hz 출력이 된다. 따라서 Judder Free의 TrueRate 만 생각하면 DVDP의 출력을 720p나 480p로 하는 것이 좋다.(1080i 출력은 권장하지 않는다.) 그런데 DVDP에 따라서는 480p/720p 보다 1080p가 다른 부분에서 화질에 더 장점이 있을 수 있다. 480p/720p의 경우는 DVDP가 한번 프로세싱 한 것을, 쿠로가 다시 한번 더 프로세싱 하는 "더블 프로세싱" 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사실 아티팩트가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DVD의 경우는 사용자가 직접 선택을 해야 한다. DVDP의 출력 모드를 480p/720p/1080p에 각각 놓고 쿠로에 비춰진 그림을 비교한 뒤 ① 1080p 영상이 확실히 더 좋으면 굳이 Judder에 연연할 필요 없이 그냥 1080p로 출력하면 되고, ③ 엇 비슷한 수준이면 <Advance>가 작동할 수 있는 480i/480p/720p 안에서 알맞은 출력 해상도를 선택하면 된다.

Energy Save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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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P-5020FD에 있던 Power Control(절전 모드)이 이름만 Energey Save로 바뀌었다. Power Control의 Off, Mode 1, Mode 2 등이 Energy Save 에서는 Standard, Save 1, Save 2로 그 명칭만 바뀌었다.
 
그런데 시그니처의 Energy Save 모드에는  Picture Off 항목이 하나 더 추가되어 있다. 이 모드를 선택하면 음성은 그대로 나오고 화면만 꺼진다. TV가 '라디오'가 되는 셈이다. 프로장비에서는 꼭 필요한 기능이다. 화면 조정을 위해 조정 패턴을 오랫동안 띄워 놓을 수도 있고, 영상 편집을 위해 정지영상을 오랫동안 틀어 놓을 수도 있다. 그러다가 갑자기 전화라도 받게 되거나 또는 갑작스레 모니터 앞을 떠나게 되었을 때, 무엇보다도 걱정되는 것은 Image Retention (Burn-In)이다. 일단 급한 대로 리모콘을 눌러 Picture Off 모드를 선택해 놓으면 안심이 된다. 이 모드는 아무 키나 누르면 즉시 해제가 된다.

PDP-5020FD 때에도 말했지만 Save 1, Save 2를 선택해도 소비되는 전력은 5~8 % 정도만 절약이 된다. 그러나 절전 기능과는 별도로, Save 2 모드는 영상을 Standard 모드보다 피크 화이트의 밝기가 약간 감소 되면서 오히려 차분하고 안정된 그림을 보여주는 측면도 있다. 테스트 결과 Save 2는 Standard 모드와 감마 트랙킹, 컬러, 색온도 등에서 동일한 특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물론 Standard가 기본이다. Save 모드는 피크 화이트의 밝기를 감소 시키기 때문에, 실제 영화를 감상할 때의 명암비가 다소 떨어진다.

Input Set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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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니처 모델은 입력 소스의 포맷을 사용자가 임의로 지정할 수 있다. 좌측 그림처럼 각각의 입력 소스 별로 Name, Signal Type, Video Format을 선택할 수 있다. 이름이야 임의로 써 넣으면 된다. Signal Type은 PC인지 Video 신호인지 고르는 것으로 대개는 Video 신호가 되겠다. 핵심은 Video Format 설정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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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소스의 Chroma Subsampling Format을 설정하는 파트이다. (그림 참조) Auto, YUV422, YUV444, RGB 16-235, RGB 0-255 다섯 가지의 선택 모드가 있다.
 
Auto로 놓으면 입력 소스의 포맷을 알아서 파악해 컬러 매트릭스를 바꾸는데, 이게 가끔 '판단 착오' 현상이 일어나 엉뚱하게 그림을 보여줄 때가 있다. 이럴 때에는 직접 수동으로 바꾸면 된다. YUV는 YCbCr 또는 YPbPr로 표기 되기도 한다. (엄밀히는 의미가 다르지만, 보통 구별 안 하고 통용하는 편이다.) 이 포맷은 원본 소프트웨어에 담긴 정보에 따라 결정 되는데, DVD 및 대부분의 블루레이 영상은 4:2:2가 주종이다. 그러나 블루레이에는 4:4:4 인코딩 원본도 종종 있다.
 
원본 샘플링 정보가 무엇이든 블루레이 플레이어가 강제로 샘플링을 다시 행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Playstation 3의 경우, 모든 컬러 샘플링을 4:4:4로 바꾸어 내 보내는 기능이 있다. 따라서 PS3를 통해 블루레이를 볼 경우에는 쿠로를 YUV 4:4;4에 맞추어야 한다. 한편 PS3의 일반 메뉴 화면은 RGB이다. 따라서 쿠로가 Auto로 되어 있지 않거나 또는 Auto 기능이 잘 안 될 경우에는 PS3의 메뉴 배경 화면의 컬러 포맷과 블루레이 재생 시의 컬러 포맷이 서로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PS3는 블루레이의 컬러 포맷 출력 선택 범위가 (1) YCbCr 4:4:4 (2) RGB 16-235(제한) (3) RGB 0-255(전체) (4) 자동 등 네 가지이다. 파이오니아 09FD 같은 블루레이 플레이어는 YCbCr도 4:2:2와 4:4:4를 사용자가 선택해서 강제 출력을 시킬 수도 있다.

영상 소스는 원칙적으로 YUV 4:4:4 컬러 샘플링 정보가 그대로 들어와 중간 과정 없이 디지털 스트림 그대로 나가면 그게 가장 이상적(理想的)이다. 그러나 신호 전송 경로가 100% 디지털이지 않으면, 어느 지점이 되었던지 한 번은 필연적으로 YUV가 RGB로 바뀌는 과정을 겪어야 한다. 이를 Color Transcoding 이라고 한다. 언뜻 보면 이 Transcoding 과정은 단순한 수식 변환 과정으로 보인다. 그런데 실제로는 트랜스코딩 알고리즘과 회로에 따라 화질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경험 상 알 수 있다. 블루레이처럼 고해상도 화면을 높은 전송률로 처리할 때에는, 워낙 처리하는 정보량이 많아 소수점 몇째자리에서 끊어졌는지, 처리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등에 따라 그림에 최종적으로 미치는 결과가 제법 다르게 나타난다.

결론부터 말하면, 쿠로의 트랜스코딩 성능은 영 별로다. 무슨 말이냐 하면 가급적 소스 기기의 트랜스코더를 이용해 YCbCr 색 정보를 RGB로 바꾼 후, 쿠로에는 RGB로 입력 시키라는 뜻이다. 그렇게 되면 쿠로는 트랜스코더를 가동할 틈이 없다. 즉 PS3 또는 블루레이 플레이어의 메뉴 설정 항목에 들어가 색 신호 정보를 RGB로 강제 설정해 놓으면 된다. 그리고 쿠로에서 Input Setup을 RGB 16-235로 하면 된다. Auto를 선택해도 되지만 혹 RGB 16-235가 아닌 RGB 0-255를 잘못 선택하는 경우가 있을 수가 있다. (PS3의 경우는 'RGB 제한'을 선택해야 한다. 'RGB 전체'가 되면 안 된다. 0-255 모드가 되어 화면이 캄캄해지면서 감마가 다 틀어진다.)

Input Setup 선택 메뉴에 보면 Audio Input 항목이 있다. 시그니처 모델 중 M 시리즈만 아날로그 오디오 입력단을 가지고 있다. 입력된 오디오 소스를 어느 영상 입력단에 싱크 시킬 것인지 사용자가 임의로 설정할 수 있게 만든, 아주 편리한 기능이다.

Control Set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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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니처 모델은 Control Setup을 이용해 Web Control을 할 수 있다. PC를 통해 쿠로 시그니처의 화질 조정 메뉴를 제어할 수 있으며, ISF 조정 모드도 이를 통해 진입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Pro Adjust 모드에서 옆의 Control Setup 항목의 IP Control 파트를 Enable로 해야 한다. 그 후 허브를 이용해 PC와 연결하면 아래와 같은 화면 조정 메뉴들이 PC에 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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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렇게 웹 컨트롤을 직접 하는 것이 어떤 이득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화면을 직접 보면서 수동으로 조절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 느껴진다. 웹 컨트롤의 핵심은 ISF 모드 진입에 있는데 어차피 일본 및 북미형 M 시리즈는 ISF 모드가 없기 때문에 별 의미가 없다. 그런데 이 네트워크 부분은 필자가 직접 경험을 해 보지 못했다. 허브에 문제가 있었는지 잘 연결이 되지 않았다. 나중에라도 테스트에 성공해서 별도로 특기할 사항이 발견되면 추가로 언급하기로 하자.

Image Retention과 TV 프로텍션을 위한 습관

아시다시피 PDP는 Image Retention 문제 때문에 항상 골치가 아프다. 어떤 그림이든 1~2분만 지속되면 반드시 Image Retention 되어 버려 화면에 자국으로 남는다. 물론 대부분은 개의치 않고 계속 지내다보면 저절로 사라지는 After Imgae Ghost 수준이지만, 너무 장시간 지속적으로 같은 지점에 같은 영상을 내보내면 복구가 불가능한 Burn-In 상태가 되기 싶다.

일반적으로 PDP TV는 약 150시간 전후의 Break-In Time을 요구한다. 150시간 이전에 특히 Image Retention이 심하게 일어난다. 전원을 끈 상태에서 쿠로의 화면을 찬찬히 살펴보면 검은 얼룩 같은 것이 불규칙하게 퍼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를 Blotching 이라 하는데, 시간이 지나면 이 얼룩들이 서서히 주변으로 퍼진다. 약 700시간 정도가 지나면 화면 전체에 고르게 퍼지게 되는데, 이 쯤 되면 블랙도 더 안정이 되고 Image Retention에 대한 위험도도 많이 줄어든다. 대략 구입 후 1개월까지를 극히 조심해야 할 기간, 그리고 구입 후 6개월까지를 나름 신경 써야 할 기간으로 상정하면 된다.

이 기간 중에는 가급적 Orbit Mode를 작동 시켜 놓아야 하며, 홈 쇼핑 채널, 바둑 채널등을 장시간 시청 해서는 안 된다. 스코어 박스가 화면 상단에 고정적으로 나타나는 스포츠 중계를 본 뒤에는, Option 항목에 있는 Pattern을 가동 시켜 주는 것이 좋다. 또 4:3 화면을 피하도록 해야 한다. 일부러라도 늘려서 화면에 가득 채워 보시기를 권한다. Image Retenion 제거를 위한 패턴 화면은 PDP를 끄기 전에 습관적으로 가동시켜 주는 것이 좋다. 패턴 화면은 Start 시키면 한 시간을 작동하다가 TV 전원과 함께 저절로 꺼지게 되어 있다.

또 다른 권장할 습관은 Sleep Timer의 가동이다. Sleep Timer는 리모컨의 <User Menu> 버튼을 눌러 진입한다. Sleep Timer는 30, 60, 90, 120분 단위로 지정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120분을 지정해 놓으면 꺼지기 5분 전인 115분 쯤에 안내 고지가 나온다. 더 시청할 예정이라면 이때 간단히 버튼 몇 번만 누르면 된다. 처음에는 번거로울지 모른다. 하지만 초기 6개월 정도는 이렇게 해 주는 것이 좋다. '설마?' 하겠지만, TV를 보다가 잠이 들 수도 있고, 켜 놓은 것을 깜박 잊고 외출을 할 수도 있다. 100번 중 한 번만 이런 실수가 일어나더라도, PDP에게는 치명적이다.

Integrator Menu

Integrator Menu는 시그니처 모델에만 있는 기능이다. Display 버튼을 길게 누른 뒤 Input 메세지가 화면에 뜨면 Menu 버튼을 눌러 진입한다. Integrator Menu에는 여러 가지 특이한 메뉴들이 있다. 그런데 사실 별로 쓸모는 없다. Picture Preset 모드는 Default 값을 바꾸는 역할을 한다. Studio Monitor 모드는 쿠로는 모니터 only 모드로만 사용하고 Video Processing은 연결된 외장 프로용 컨트롤러를 통할 때 사용하는 모드이다. FRC 모드는 PC 신호에 한해서 입력 신호에 Frame Rate를 바꿔주는 역할을 하며, Mirror Mode는 쿠로를 돌려 세워 거울에 비춰 보는 Back Projector Monitor로 쓸 경우를 대비해 그림을 좌우가 바뀌게 Mirror 영상으로 나타나게 해준다. 심지어는 Fan Control 기능까지도 제공한다. 그런데 사실 일반인에게는 그다지 크게 쓰일 항목들이 아니다.

Sound

시그니처 모델 중 M 시리즈만 사운드 메뉴가 있다. 101/141FD는 아예 사운드 입력 자체를 받지 않는다. 따라서 출력도 없다. M 시리즈는 Sound 입력을 HDMI 및 아날로그 2채널로 받으며, 스피커로 출력도 한다. 스피커 케이블은 한쪽은 전용 커넥터가 다른 한쪽은 나선이 달린 동봉된 케이블을 이용한다. 사운드 조정 항목이 메뉴에 있는데 무척 단촐하다. 논 엘리트 쿠로 모델에서는 다양한 사운드 조정 항목이 있었지만 M 시리즈에는 그런 것이 없다. 같은 스피커라 해도 음장 모드가 적다 보니 소리는 논 엘리트 모델이 더 좋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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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쿠로 시그니처 모델의 소프트웨어적 특성과 메뉴들을 살펴 보았다. 이제 2부에서는 시그니처 모델의 하드웨어적 특성과 화질에 대해 다루어 보기로 하겠다.

2부 리뷰로 가기.

Posted by hifinet
2009. 4. 5. 22:15

파이오니아 쿠로 PDP-5020FD 플라즈마 TV (2)
- posted by 최 원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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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의 세 가지 화질 포인트

이제 본격적으로 PDP-5020FD의 화질 분석에 들어가 보자. 많은 평론가들이 파이오니아 쿠로를 가장 화질이 좋은 플랫형 TV로 꼽는다. 필자도 같은 생각이다. 그런데 쿠로는 왜 화질이 좋은 것일까? 컬러의 정확성이나 명목 상의 명암비 같은 것으로 따지면 쿠로보다 더 좋은 수치를 보여 주는 TV들도 많다. 하지만 아무리 컬러가 정확하고 명암비가 높다는 TV도 막상 쿠로와 Side-by-Side로 비교하면 실제 명암비나 컬러의 생동감에서 일단 밀리고 들어간다.

쿠로의 화질 포인트를 필자는 보통 다음의 세 가지로 요약해서 설명하곤 한다.

(1) 딥 블랙 표현 능력. 특히 화면의 전체 APL에 관계 없이 평탄히 유지가 되는 암부 컨트롤 능력.
(2) 섬세하고 정확한 계조 표현력.
(3) 우수한 발색(發色) 능력으로 인한 생동감을 주는 윤기 있는 컬러.

이렇게 세 가지이다. (1)은 영상 다이내믹 레인지를 높이고, 암부를 살려줘 영상을 시원하게 만들어 주며 (2)는 화면을 자연스럽고 섬세하게 표현해준다. 그리고 (3)은 쿠로의 화면을 투명하고 비비드하게 만들어 준다. 이 외에 패널 유니포미티 특성이 좋다던가, 72Hz 트루레이트를 지원하는 점, 평탄한 그레이스케일 등의 장점들도 있겠지만, 쿠로가 LCD TV를 포함한 경쟁사 제품들과 확실한 차별점을 갖는 포인트는 역시 위의 세 가지라 할 수 있겠다.

블랙 그리고 명암비

그 중에서도 세인(世人)들이 9세대 쿠로에 대한 갖게 되는 가장 큰 관심사는 아마도 "블랙"일 것이다. 8세대 쿠로가 처음 출시 되었을 때에도 역시 '블랙'이 화두였다. 당시로서는 명목 상으로도 가장 우수한 수치를 보였었다. 그 후 블랙 레벨을 크게 낮춘 TV들이 속속 등장 했지만, all black signal일 때 아예 전기를 차단 시켜 버리는 "꼼수" 피는 기술을 제외 한다면, 실제로 8세대 쿠로의 블랙과 대등한 수준의 제품은 파나소닉 비에라 PZ800U 모델과 소니 X4500 등 몇 모델 없다. 그러나 단순한 0 IRE 블랙만이 아닌 압부의 계조 표현까지 고려해서 따지면 아직도 8세대 쿠로가 이들 제품들보다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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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세대 쿠로는 "블랙"을 제외하면 8세대 쿠로와 화질적으로 다른 것이 별로 없다. 역시 포인트는 블랙이다. 8세대 쿠로의 Black Full Field 밝기는 0.006 cd. 그런데 9세대 쿠로는 0.0014 cd 이다. 8세대 쿠로의 약 25% 수준이다. 한 마디로 "갈 데까지 다 간 블랙"이라고 보면 된다. 간단히 말해 이렇다. 쿠로의 본체의 프레임을 이루는 베젤의 루미넌스를 측정해보면? 반드시 0 cd가 나오지 않는다. 0.000 ~ 0.001 cd 가 나온다. 0.001 cd는 굉장히 미소(微小)한 수준의 광량으로 사실 0 cd와 쉽게 구분이 가지 않는다. 피아노 마감이기 때문에 어디선가 흘러 들어온 보이지 않는 빛에라도 약간은 반사될 수 있다. 그러나 육안으로는 아주 까맣게 보인다. 실제로 9세대 쿠로에서는 2.35:1 영상을 볼 때 아래 위의 블랙바와 베젤이 거의 구분이 가지 않는다. (물론 암전 상태에서의 이야기이다. 밝은 대낮이라면 구분이 안 갈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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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리뷰에 사용된 PDP-5020 기기의 화면에 11 step vertical grayscale bar를 띄워 놓고 찍은 스크린 샷이다. 맨 우측이 100% 화이트이다. 디카로 찍은 사진이라 실제 육안으로 본 것과 같지는 않겠지만 사진 상으로도 맨 좌측의 0% 부분과 베젤은 캄캄한 환경 하에서는 실제로도 거의 구별이 가지 않는다.

9세대 쿠로의 블랙이 빼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퍼펙트 한 것은 아니다. 해외의 9세대 쿠로 리뷰를 보면 0 IRE 블랙의 밝기를 0 fL 또는 0.001 fL 라고 표현이 되어 있다. 필자가 사용하는 루미넌스 측정기(미놀타 LS-100)는 소숫점 세 자리까지 표시를 한다.(측정 자체는 소숫점 네 자리까지 한다. 단지 표시를 사사오입해서 소숫점 세째 자리까지 하는 것이다.) 루미넌스 전용 측정기 중에서는 성능이 가장 우수한 편에 속하며, 해외의 유명 리뷰어들도 이 기기를 많이 사용한다. 예전에는 이 측정기로 측정 하지 못하는 디스플레이 기기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기술이 발전하다 보니 요즘은 측정이 까다로워진 기기들이 많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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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필자와 이종식님은 요즘은 주로 칸델라 단위를 이용해 측정을 한다. 조도를 나타내는 단위는 칸델라(cd)와 풋램버트(fL) 두 가지가 많이 쓰이는데, 칸델라가 풋램버트보다 더 수치가 크게 나타난다. 3.426 cd 가 1.0 fL 이다. 따라서 LS-100가 표시하는 최저 풋램버트 수치인 0.001 fL는 0.003426 cd 에 해당한다. 그런데 쿠로도 그렇지만 요즘은 0.003 cd 보다 낮게 나타나는 디스플레이 기기들이 종종 있다. 이들을 풋램버트 단위로 측정하면, 0.001713~0.003426 cd는 반올림해서 0.001 fL로 나타나고, 0~0.001713 cd 이하는 0.000 fL로 나타난다. 이게 풋램버트 단위의 한계이다. 그래서 이종식님과 필자는 더 작은 수치까지 측정 할 수 있는 칸델라 단위를 주로 사용하는 것이다.

미국 사람들은 아직도 피트법을 고집한다. 풋램버트는 피트법에 해당된다. 따라서 그 쪽 사람들에게 9세대 쿠로는 0 fL 또는 0.001 fL 두 가지 중 하나이다. 실제로 풋램버트로 재면 수치가 이 두 숫자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그런데 아무리 블랙이라고 해도 전기가 차단된 것 같지는 않은데 0 이라 하기는 뭣하고... 그냥 0.001 fL 이라 하자... 뭐 이렇게 된 것 같다. 그래서 어떤 분은 9세대 쿠로의 블랙이 0 라고 하던데 맞느냐고 묻기도 하셨는데 분명 말씀 드리지만 0 는 아니다. 그렇다고 0.001 fL도 아니다. 그보다는 아래인 풋램버트로 굳이 환산하면 0.0004 fL 쯤 된다. 앞서 말씀 드렸던 0.0014 cd 는 측정단위를 칸델라와 풋램버트로 바꿔 가며 시간평균법(time-averaged method)으로 추정한 것이다. 따라서 항상 0.0014 cd 인 것이 아니고 수시로 바뀐다. 대개 0.001~0.002 cd 사이에서 오가지만 때로는 0.002~0.003 cd에서 오가기도 한다. 그러나 블랙 패턴에서는 0.003 cd를 초과한 적은 없었고, 실제 그림에서도 0 IRE는 0.004 cd 를 넘는 법은 없었다. 쿠로는 두 가지의 절전모드가 있는데 <MODE 2>를 선택하면 <OFF> 보다 블랙이 아주 조금 더 내려 가기는 하는데 별 의미 없는 수준의 차이이다. 아무튼 9세대 쿠로는 이제까지 출시된 플랫형 TV 중에서 가장 완벽한 블랙 컨트롤 능력을 보여 주는 제품이라고 단언 할 수 있다.

Black과 White의 Full Field 패턴을 가지고 계산하는 고정 명암비가 플라즈마 TV에서는 사실 별 의미 없는 수치라는 것을 여러 차례 말씀 드린 바 있다. 플라즈마 TV는 APC(Auto Power Control) 기능이 있기 때문에, 화면 전체가 화이트 일 때와 화면의 일부분이 화이트 일 때의 화이트 부분의 밝기가 서로 다르다. 실제 예를 들어 보자. 아래 왼쪽 사진처럼 화면 전체가 100 IRE 화이트가 되면 PDP-5020FD는 56.1 cd의 밝기를 나타낸다. 그러나 우측 사진처럼 화면의 1/9만 100 IRE 화이트 윈도우이고, 8/9가 블랙이면 TV는 블랙 쪽 전류를 화이트 쪽에 몰아 주기 때문에 화이트 쪽 밝기가 131.8 cd까지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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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반해 LCD TV는 어떤 패턴이 들어 와도 밝기가 비슷하게 나타난다. 따라서 Full Field로 고정 명암비를 따지면 항상 LCD 보다 PDP의 명암비가 낮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실제 영상에서 화면 전체가 하얗게 나올 일은 거의 없다. "눈 보라 치는 북극 평원에서 백곰이 하얀 이불 덮고 백설탕 핥아 먹는 장면"이 아니라면 말이다. 따라서 혹자는 PDP의 고정 명암비는 1/9 Window 패턴 쯤에서 따지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실제로 PDP는 1/9 Window 패턴의 밝기가 LCD TV와 엇비슷하게 나오기 때문이다. (한편 제조사들은 고정 명암비를 높이기 위해 1% Window를 쓰기도 한다나 어쩐다나...?) 일리는 있지만 그렇게 자기 맘대로 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Full Field Pattern을 기준으로 한 고정 명암비는 40,000 : 1 이 나온다. 8세대 쿠로인 PDP-5010FD가 9,100 : 1 이었으니 네 배쯤 증가한 셈이다. 필자가 작년에 접했던 삼성 칸느 750는 블랙 필드가 들어 오면 전기 신호가 아예 꺼졌다. 따라서 측정값이 0 이다. 작년에 "100만 대 1"이라는 마케팅 용어가 처음 적용 되었던 기기인데 전기 신호가 아예 안 들어오니 100만 : 1 이 아니라 사실 ∞ : 1 (무한대 : 1)이 맞다. 이게 "꼼수"라는 것은 여러 차례 이종식님이 설명 드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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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뿐 아니고 요즘은 이런 "꼼수"를 쓰는 업체들이 꽤 많다. 올 블랙 신호가 들어오면 전기가 꺼져 0 가 된다. 하지만 아주 약간만 흐릿한 영상이 들어와도 패널에는 다시 전기가 흐르고, 조금 전 전기가 꺼졌을 때와는 전혀 다른 수준의 블랙 레벨을 보여 주게 된다. 화면 전체가 블랙인 상태에서만 오로지 명암비가 좋을 뿐이고, 실제 영상에서는 전혀 별개로 따로 노는 것이다. 이런 식의 블랙 레벨 수치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실제 영상에서 올 블랙 씬은 거의 없다. "달도 뜨지 않은 칠흑 같은 그믐날 밤, 캄캄한 동굴 속에서 까마귀가 먹물 뒤집어 쓰고 웅크리고 앉아 검은 콩 까먹고 있는 장면"이라면 쓸모가 있겠다. (그러고 보니 픽사 애니메이션 "Cars"에서 주인공 매퀸이 등장하는 첫 씬을 보면 이례적으로 올 블랙 장면이 여러 컷 삽입 되어 있다.) 실제 영상에서는 전혀 의미가 없지만, 제조사 입장에서는 명목 상의 고정 명암비가 높아진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꼼수"이다. 즉, '그 들만의 측정치'인 셈이다.

올 블랙 신호가 들어 왔을 때 전류를 차단 하는 것은 요즘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는 삼성 파브 B7000 LED 패널 LCD TV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9세대 쿠로도 또한 그런 "꼼수" 대열에 가담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삼성 칸느 750과는 약간 종류가 다르다. 삼성 칸느 750은 전기가 차단 되는 타임이 한 박자 늦고, 약간만 밝은 영상이 등장해도 곧바로 "꼼수"가 깨져 버린다. 그러나 삼성 B7000은 아주 순식간에 화면을 꺼버리기 때문에 칸느 750보다 훨씬 더 실제 영상에 효과적이다. "Cars"에서 매퀸의 등장씬을 예로 들자면, 칸느 750은 일단 회색 화면 한번 나오고 잠시 뒤 제로 블랙 화면이 되지만, B7000은 순식간에 제로 블랙이 된다. 또 B7000은 화면에 밝은 부분이 있더라도 그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일정량을 넘지 않으면 제로 블랙을 그대로 유지 한다. (이종식님의 B7000 리뷰 2부를 참조 하시기 바란다.)
 
한편 9세대 쿠로의 제로 블랙은 그와는 경우가 좀 다르다. 9세대 쿠로는 올 블랙 패턴의 밝기가 상황에 따라 약간씩 다르게 나타난다. 방금 전 영상의 APL이 어느 정도였는지에 따라 더 진한 블랙이 나타나기도 하고 덜한 블랙이 나타나기도 한다. 자세히 살펴 보니 대략 3단계 정도의 스텝 변화가 있었다. 처음에는 0.002~0.003 cd 정도의 블랙인데 편의상 이를 1단계 블랙이라 하자. 그 뒤 약 10초 쯤 지나면 0.001~0.002 cd 수준으로 블랙이 더 깊어진다. 이를 2단계 블랙이라 하자. 그리고 다시 20초쯤 더 지나면 아주 캄캄한 상태의 0.000~0.001 cd 수준의 블랙이 되는데 이를 3단계 블랙이라 하자. 3단계 블랙은 진짜 블랙이다. 전기를 완전히 꺼버린 상태로 사실 상 0.000 cd라 봐야 한다. (그러나 측정기는 베젤을 측정해도 0.000~0.001 cd로 나온다.)

사실 10초 뒤, 30초 뒤 나타나는 블랙 레벨은 유의미한 수치가 아니다. B7000 처럼 즉시 전기가 꺼지는 경우야 사실 유의미하지만 이 또한 실제 밝고, 어두운 부분이 뒤섞인 장면에서는 무용지물이라면 또한 유의미하지 않다. 그런데 쿠로는 그렇게 볼 수도 없다. 앞서 언급한 3단계 과정을 언제나 거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때에는 2단계 블랙이 곧바로 나타났다가 잠시 뒤 3단계 블랙이 되기도 한다. 이게 나름의 어떤 알고리즘이 있을텐데 아직은 그 이치를 파악하지 못하겠다. 따라서 쿠로의 블랙 수치를 1~3단계 중 어느 것으로 채택해야 할 지 애매하다.

그런데 쿠로는 다른 "꼼수" 기종과 달리 화면이 올 블랙이 아니라 APL이 꽤 밝다 하더라도 블랙 부분의 레벨은 여전히 0.001~0.004 cd 수준을 유지한다. 그래서 보통 때에는 블랙에 별 신경을 쓰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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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옆 사진 처럼 10% 윈도우 패턴를 켜 놓은 경우에 블랙 레벨은 1단계 블랙이 아닌, 2단계 블랙이 곧바로 나타나기도 한다. 어떤 때에는 1단계 블랙이다가 10초 쯤 뒤에 2단계 블랙이 되기도 한다.(옆 사진이 0 % 블랙으로 보이는 분들은 그림을 클릭해서 확대해 보시기 바란다.) 어떤 경우에도 0.001~0.003 cd 사이이다. 어떤 경우이든 풋 램버트로 재면 모두 0.001 fL가 되니까 말하기 쉬운데, 까탈스럽게 칸델라로 언급하려고 하니 애매하다. 결국 필자는 가장 자주, 많이 등장하는 것이 2단계 블랙(0.001~0.002 cd)이므로 이 블랙을 9세대 쿠로의 레퍼런스 값으로 하기로 결정했다.
 
필자는 쿠로의 이러한 단계별로 변하는 블랙 현상을, 명암비를 증가 시키려는 "꼼수"의 목적이 아니라, Image Retention(=Burn-In)을 막기 위한 방어 작용의 하나로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쿠로는 Image Retention의 바로 이전단계인 After Image Ghost가 상당히 심한 편이다. 특히 구입하고 약 200여시간은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특히 Black Ghost가 꽤 심한 편이다. 2%, 4% Black Bar 같이 보일락 말락 하는 캄캄한 영상도 5분 이상 계속 켜 놓고 있으면 여지없이 화면에 '새겨져 버린다'. 그런데 '새겨진다'는 말에 겁 먹을 필요는 없다. 다른 영상이 겹쳐지면 금세 그 '새겨진 영상'은 사라 진다. Burn-In 된 것이 아니라, 아직 초기의 Retention 상태인 Image Ghost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금지옥엽 곱게 다뤄 달라는 투정 같아 보인다.) 그래서 쿠로에서 그런 작용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1/9 Window Pattern을 기준으로 하면 쿠로의 100 IRE 밝기는 131.8 cd 가 나오는데 이는 LCD TV 들과 엇비슷한 수치이다. 이를 기준으로 최근에 이종식님이 리뷰 하신 LCD TV들과 쿠로의 고정 명암비를 비교해 보면 아래와 같다. 각 모드들은 영화 모드 또는 유저 모드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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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파브 B7000은 앞서 말한대로 올 블랙 신호 시 전기를 꺼 버리기 때문에 ∞ : 1 이다. 쿠로 9세대와 소니 X4500은 비슷한 수준의 블랙 레벨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난다. 명목 상의 명암비에서도 9세대 쿠로는 꽤 높은 수치를 보이지만 사실 실제 영상에서는 LCD TV들과는 차원이 다른 영상 다이내믹 레인지를 보여 준다.

블랙 컨트롤과 영상 다이내믹 레인지

앞서 언급했던 APC 기능 때문에 보통 PDP는 감마나 안시 명암비 실측 결과를 100% 그대로 믿을 수 없다. 그러나 TV가 Grayscale Uniformity가 좋고, 계조 표현력이 정확 하다면, PDP의 감마나 안시 명암비도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삼성의 LED 광원 LCD TV인 B7000은 얼마 전 이종식님이 이미 리뷰하신 바 있거니와, 필자 또한 화질과 디자인 두 가지 측면에서 모두 진일보한 의미 있는 작품으로 보고 있다. LCD TV라면 소니 X4500 처럼 다소 '무식한 방식'의 RGB LED 로컬 디밍을 쓰지 않는 이상, 현재로서는 최상의 선택이 B7000 급 언저리에 있다고 보여진다. (사족蛇足: 소니가 만일 계속 RGB LED 로컬 디밍으로 차별화를 꾀한다면, 소니 또한 파이오니아의 전철前轍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쿠로는 X4500 보다 화질에서 더 앞섰고, 가격이 더 쌌지만 결국 망했다. 소니로서도 어떻게 해야 할 지 참 막막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LCD TV는 LCD로서의 화질적인 한계가 있다. 아래의 4x4 체커보드 패턴을 이용해 안시 명암비를 측정해 보았다. B7000은 White 평균이 135.8 cd, Black 평균이 0.040 cd로 안시 명암비가 3400 : 1 정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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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로 PDP-5020FD는 White 평균이 77.6 cd, Black 평균이 0.005 cd로 안시 명암비가 15100 : 1 정도가 나왔다. 삼성 B7000은 올 블랙 패턴에서는 전기가 아주 꺼져 버리기 때문에, Full Field를 기준으로 한 고정 명암비 ∞ : 1을 기록 하지만, White와 Black 이 한 화면에 공존하는 체커보드 패턴에서는 블랙이 다소 들뜰 수 밖에 없다. 그러나 PDP-5020FD는 한 화면에 화이트와 블랙이 공존하더라도 블랙 파트는 영향을 훨씬 덜 받는다. 체커보드에서 블랙이 0.005 cd라면, 대부분의 LCD TV 올 블랙 패턴보다도 훨씬 더 안정된 수준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 영상에서 쿠로의 그림이 훨씬 다이내믹하고 영상이 투명하게 보여진다. 그러나 LCD TV는 어두운 부분이 밝은 부분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실제 영상에서는 다소 들뜨고 막이 낀 것 처럼 투명하지 않게 보인다. 로컬 디밍을 쓰면 이 부분에서 다소의 개선점이 있지만, 그건 같은 LCD TV 끼리 비교할 때 이야기이고, 쿠로와 비교 할 때는 로컬디밍이든 글로벌 디밍이든 피장파장이다.

모든 PDP가 다 쿠로 같지는 않다. 그래도 필자는 아직도 PDP가 LCD보다는 훨씬 더 좋은 화질을 만들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노력만 하면 말이다. 하지만 다 시대에 뒤 떨어진 소리이다. LCD의 파상 공세에 밀려 앞날이 불투명한 PDP을 더 좋다 하고, PDP 중에서도 망해 버린 쿠로를 또 그 중 제일 좋은 화질이라 하고... 계속 후진 기어 넣고 가는 셈이다. 아니면 나는 바로 가고 있는데 스쳐 지나가는 세상이 뒤로 움직이는 것이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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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의 블랙이 왜 파워풀 한지 알 수 있는 실험을 한 가지 더 해 보자. 블랙 레벨을 올 블랙 상태가 아닌, 윈도우 패턴(옆 사진) 단위로 측정해 보았다. 각 패턴은 중앙에 화이트 윈도우가 있고, 사이드 쪽에 4% 블랙바가 위치 하고 있다. 이 두 부분을 제외한 모든 백 그라운드는 0 IRE 블랙이다. 블랙바와 윈도우 사이의 백 그라운드 부분(노란색 마크 지점)을 측정하고, 윈도우의 밝기를 측정했다. 윈도우는 10 IRE, 20 IRE, 30 IRE... 100 IRE로 계속 바꿔 가며 측정을 했다. 흰색 부분의 밝기가 바뀔 때 백 그라운드 부분(0 IRE)이 얼마나 간섭을 받는지 측정해 본 것이다. (고정 명암비 수치에 대한 신뢰도가 점점 떨어지는 세상이라 앞으로는 이런 방법을 종종 사용 해야 할 것 같다.) 측정 결과는 아래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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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가 되어서 그렇지 사실 삼성 B7000의 계조별 컨트라스트 비도 상당히 우수한 편이다. 대부분의 LCD TV들이 몇백 대 1 수준을 넘지 못한다. LCD TV의 하이엔드 업체들과 중소업체들의 제품 차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경우이기도 한데, 이 부분의 특성이 좋지 않으면 화면이 뿌옇고 들떠 보이기 십상이다. 그러나 위 표에서도 보듯이 삼성 B7000은 글로벌 디밍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밝은 쪽에서는 2000~4000:1의 아주 안정된 명암비를 보여주고 있다. 단, 암부 쪽은 역시 아직 LCD TV에게는 취약지역이다.

한편 쿠로 PDP-5020FD는 표에서 보듯 중앙의 윈도우가 10 IRE이든, 100 IRE에 관계 없이 백그라운드 블랙(0 IRE) 의 밝기가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한 마디로 블랙 컨트롤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이는 PDP의 특성이 아니라, 쿠로의 특성이다. 굳이 따지자면 PDP는 1920x1080의 207만개의 로컬디밍 픽셀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PDP가 블랙 컨트롤이 그리 좋지 못하다. 위의 경우에서 C/R이 나쁘게 나오는 것은, 암부의 경우는 뭉쳐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밝은 쪽의 경우는 블랙 부분이 들뜨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암부가 뭉쳐지면서 블랙이 들뜨면 그림이 답답하게 보여지고, 밝은 쪽이 뭉쳐지면서 블랙이 들뜨면 그림에 막이 낀 것 처럼 보인다. 이렇게 영상 다이내믹 레인지가 떨어지게 되면, 그림이 입체감을 잃고 평면적으로 보여지게 된다. 그냥 패널에 그림이 칠해져 있는 느낌인 것이다. 이게 아직까지는 LCD TV의 한계이다. PDP는 그렇게 가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 요즘 LCD TV의 영상을 흉내내다 보니까 자꾸 그런 식이 되고 만다. 한편 쿠로의 영상에서 한층 다른 입체감과 생동감을 느끼게 되는 것은 바로 이 블랙 컨트롤 능력이 주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영상을 우리는 영상 다이내믹 레인지가 넓은 그림이라고 부른다.

실제 영상의 예를 하나 들어보자. 아래는 영화 "다크 나이트"의 한 장면이다. 화면의 군데군데를 알파벳으로 마킹해 놓았는데 잘 안 보이시는 분은 사진을 클릭해서 크게 보시기 바란다. ⓐ는 남자의 머리 빛나는 부분, ⓑ는 여성의 콧날 부분, ⓒ는 옆 가죽 의자 등받이 어두운 부분, ⓓ는 2.35:1 화면을 벗어난 블랙바 부분, 그리고 ⓔ는 베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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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 PDP-5020FD의 경우 ⓐ가 68.8 cd, ⓑ가 5.6 cd가 측정 되었으며, ⓒ는 0.005 cd, ⓓ의 블랙바는 0.003 cd, 그리고 ⓔ의 베젤 부분은 0.001 cd가 측정 되었다. 동일한 화면을 삼성 B7000에 걸어 놓고 같은 부분을 측정했다. ⓐ 부분의 밝기가 비슷한 수치는영화 모드에서 백패널 밝기 3으로 놓았을 때. 측정 결과는 ⓐ가 67.5 cd, ⓑ가 3.6 cd, ⓒ는 0.045 cd, ⓓ의 블랙바는 0.028 cd, 그리고 ⓔ의 블랙바는 동일하게 0.001 cd가 나왔다. 밝은 부분은 별 차이가 없지만 어두운 부분은 10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대부분의 LCD TV가 다 그렇다. 명목 상의 수치보다도 실제 영상에서 쿠로의 그림이 훨씬 더 다이내믹하게 보이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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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 PDP-5020은 블랙 레벨과 화이트 레벨의 익스텐션을 조정하는 메뉴를 가지고 있지 않다. 전자(前者)는 필요가 없다. PDP-5020FD는 Below Black을 다 표현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후자(後者)에 해당되는 DRE 기능이다. 엘리트 모델과 시그니처 모델은 DRE 기능을 "강, 중, 약, 끄기" 네 단계로 제공 한다. PDP-5020FD는 그 중 "끄기"에 해당되는 모드가 디폴트인데, 여기서는 Above White가 보이지 않는다. 관련 테스트 패턴(옆 사진)을 띄워 보면 98% 화이트 바, 100% 화이트(백그라운드)는 보이지만 102% 화이트 바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아주 안 보이는 것도 아니고, 눈 크게 뜨고 보면 보일락말락 한다. 테스트 패턴에서 102%가 보여야 실제 영상에서 화이트 클립핑이 일어나지 않는다. 완성도가 아쉽낟. 그러나 엘리트 이상 모델은 DRE를 Low로 놓으면 이러한 클립핑 현상을 해결 할 수 있다.

감마 및 계조 컨트롤

APC가 작동되는 플라즈마 TV의 특성 상 측정되는 감마 값은 언제나 절대적일 수 없다. 순간순간의 화면 밝기에 따라 언제나 유동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쿠로는 계조의 층이 많고 값이 균일한 편이어서 감마 지표도 성능을 나타내는 유효한 지표가 될 수 있다. 간단히 말해 이렇다.
 
넓은 의미의 계조(Grayscale)에는 세 가지 요소가 있다. 계조의 범위, 계조의 층(layering), 계조의 정확성 등이다.

(1) 계조의 범위가 곧 명암비이다. 일단 블랙과 화이트의 간격이 넓어야 그 안에서 많은 층들이 뛰어 놀 수 있다.
(2) 한편 계조의 층이 많으면 표현되는 빛 정보가 더 세밀해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그림을 만들어 낸다. 좁은 의미의 계조가 바로 이 것이다. 계조 표현력이 화질에 끼치는 영향력은 명암비보다 크면 컸지, 결코 작지 않다. 명암비가 넓다고 계조가 섬세한 것은 아니다. 이건 완전히 별개의 능력이다. 일단 집이 커야 사람을 많이 재울 수 있겠지만, 집 크게 만드는 재주와 사람 불러 모으는 재주는 또 전혀 별개이다. 사람은 몇 명 없는데 허세 부리느냐고 집만 크게 만드면 띄엄 띄엄 썰렁하기만 하다.
(3) 마지막으로 계조의 정확성. 이 부분이 감마파트이다. 그런데 인간의 눈은 원래 빛의 밝기에 신축적으로 적응하기 때문에, 동시에 여러 계조의 빛을 감지할 때에는 각각의 빛의 양을 정밀하게 판단 하지 못한다. 따라서 계조의 정확성에는 절대적인 기준이 없다. 표준 값만 있을 뿐이다. 감마 표준값이 디스플레이 기기나 원본 소스의 종류에 따라 2.2~2.6으로 유동적인 이유도 이와 관련있다. 그런데 기준이 어떻든 그 값을 정확히 표현 해내는 능력은 계조의 레이어링이 많은 것, 즉 계조의 섬세함과 관련이 있다. 즉, APC가 작동하는 PDP라고 해도 계조의 층이 많으면 감마 컨트롤 능력도 정확해 질 확률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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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표는 쿠로 5020의 계조별 감마 트랙킹 표인데, PDP의 특성을 감안해 1/9 Window 패턴 시 측정값과 100% Full Field 패턴 시 측정값을 각기 따로 구해 비교해 보았다. 표에서 보듯 쿠로 PDP-5020FD는 밝기의 과다(寡多)에 관계 없이 모두 고른 감마 커브를 유지해 주었다. 1/9 윈도우 패턴의 평균 감마값(붉은 글씨)은 2.12, 100% 풀 필드 패턴에서의 평균 감마 값은 2.13. 거의 비슷하다. 유감스럽게도 PDP-5020FD는 감마 컨트롤 값이 고정이다. 사용자 선택 메뉴 자체가 없다. 상급 기종인 엘리트 모델은 세 개의 감마 컨트롤 모드를, 시그니처 모델은 다섯 개의 감마 컨트롤 모드를 제공한다. 그러나 5020FD는 고정이다. 평균 감마 값 2.13은 필름 감마 표준값 2.2 보다는 다소 낮다. 그러나 (1) 1/9 윈도우와 100% 윈도우의 커브 값이 별 차이가 없다는 것, (2) 계조별로 커브 값이 일정 하다는 것은 꽤 고무적이다. 이 두 가지 요소가 신통치 않으면 계조가 들쭉 날쭉해져, 영상이 차분하지 못하고 무언가 어설픈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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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방식으로 감마 값을 한번 더 측정해 보았다. 10 스텝 그레이 패턴을 띄우고 각 스텝 바의 루미넌스를 측정해 보았다. 이런 식의 감마 측정은 표준 방식은 아니지만, 윈도우 패턴이 바뀔 때마다 감마 기준이 바뀔 소지가 있는 'PDP의 변덕스러움'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비교를 위해 삼성 B7000을 한번 더 동원해 보았다. 두 제품 모두 평균 감마값 2.2 전후의 표준적인 측정치를 보여 주었다. 쿠로 PDP-5020FD는 역시 이번에도 계조별로 꽤 고른 감마값을 보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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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삼성 B7000도 중간 대역은 비교적 평탄한 편이다. 그러나 암부 쪽은 감마가 다소 높고, 밝은 쪽은 급격히 떨어지는 등 편차가 다소 있다. 사실 대부분의 플랫형 TV들이 대개 이와 비슷한 특성을 보인다. 암부 감마 값이 상대적으로 높고 밝은 쪽 감마 값이 상대적으로 낮으면 평면적이고 들뜬 영상이 나타나게 된다. LCD 만 그런 것이 아니고 PDP도 그런 경우가 많다. 무언가 영상이 입체감이 없고 평면적이다 싶은 경우는 대개 실 화면에서의 감마 트랙킹이 균일하지 않기 때문으로 보면 된다.
 

서브 필드 프레임과 계조 표현력
 

작년에는 120Hz 라는 수치가 TV 광고마다 꼭 등장 했었다. 올해는 한술 더 떠서 240Hz 라는 수치도 등장 준비 중이다. 마케팅 부서에는 그럴 듯 해보이는 기술적 수치 하나 잡아 살 붙이고 말 붙여 광고 하는 것이 주 업무이다. LCD TV를 만들어 내는 삼성, LG, 소니가 Hz 단위의 수치를 가지고 광고를 해대니까, PDP가 주력인 파나소닉 쪽에서는 내심 속이 상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PDP 쪽에서도 Hz 단위의 수치가 하나 등장했다. 소위 말하는 서브 필드 프레임 레이트(Sub-Fiedl Frame Rate)이다. 처음에는 480Hz라는 수치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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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자들로서는 뭐가 뭔지 자세히 모르지만 아무튼 똑같은 Hz 단위인데 LCD TV 수치보다 무려 네 배나 높다니... 파나소닉 PDP가 무언가 대단한 제품인양 속기 딱 쉽다. 이종식님의 CES 리포트를 읽어 보니 이제는 LG에서도 서브 필드 주파수를 홍보 문구에 사용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LG 전자의 안내판에는 "600Hz sub-field driving for smooth motion picture" 라는 문구가 있었다고 하니, 아마도 기술 부서의 확인 없이 마케팅 부서에서 짐작으로 만든 모양이다. PDP의 서브필드 프레임이란 LCD TV에서 언급되는 프레임 레이트와 전혀 다른 종류의 개념이다. 그저 단지 사용되는 단위만 Hz로 같을 뿐이다.
 
서브 필드 프레임은 모션을 부드럽게 해 주는 것이 아니다. 모션을 부드럽게 해 주는 것은 프레임 레이트이다. 프레임 레이트가 높으면 그 것이 24Hz의 배수가 될 경우, 저더를 없앨 수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모션 블러를 줄이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움직이는 영상을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PDP에서의 서브필드 프레임 레이트는 계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 플라즈마 TV에는 수 많은 픽셀이 존재한다. Full HD라면 1920x1080=207만개의 픽셀이 있다. 그런데 각 픽셀은 실제로는 R,G,B의 3개의 서브 픽셀로 이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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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라즈마 TV는 영상 신호를 만들어 내기 위해 이 각각의 서브 픽셀이 대단히 빠른 속도로 꾸준히 ON/OFF가 된다. 한 개의 TV 필드(=프레임)에 8개의 서브필드가 있다고 하면, 하나의 서브 픽셀, 즉 예를 들어 레드하나만 해도 켜고 꺼지는 선택을 8 차례의 조합 하에서 다양하게 하게 되므로 총 256 단계의 밝기를 조절 할 수 있게 된다. 그린과 블루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이 들을 조합해서 서로 다른 밝기의 컬러가 모여 수천만 가지의 컬러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따라서 서브 필드가 많으면 많을 수록 표현 할 수 있는 밝기의 종류가 많아진다. 따라서 서브필드는 계조 표현력과 깊은 관계가 있다. 서브필드 프레임이 많으면 그 제품은 계조 표현이 섬세 할 가능성이 크다. (왜 '섬세하다'가 아니고 '섬세 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표현 했느냐면 여기에는 아주 미묘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레드를 입자가 다섯 번 때렸다고 해서 그 것이 네 번 때렸을 때와 비교해 반드시 빛의 광량에서 차이가 난다는 보장은 없다. 수학적으로는 차이가 나야 맞지만, 물리학적으로는 꼭 그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형광 특성에 따라 입자의 물리적 강도에 따라 반영 물질의 흡수도에 따라, 바깥에서 볼 때는, 서로 다른 횟수로 켜지고 꺼져도 비슷한 밝기로 느껴질 수 있고, 또 반대로 같은 횟수, 같은 조합을로 켜지고 꺼져도 서로 다른 밝기로 느껴질 수도 있다.) 따라서 PDP의 서브필드는 LCD TV에서의 프레임 레이트와는 성격도 전혀 다르고 효과를 미치는 분야도 전혀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나소닉이 480Hz이니 600Hz이니 하는 수치를 내세워 LCD의 120Hz 수치와 비교를 하려고 한 점은 솔직히, 아무리 PDP가 궁지에 몰렸다고 해도 좀 궁색한 짓이다. 그런데 정작 재미 있는 것은, 경쟁사들과 달리 서브 필드에 대해 언급이 별로 없는 파이오나아 PDP가 사실은 이 부분에서 업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이다. 그건 경쟁업체들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사실 PDP 3강(파나소닉, 삼성, LG) 입장에서 파이오니아는 이미 더 이상 경쟁 상대가 아니니 별로 신경 쓰일 것도 없을 것이다.

각 사의 PDP 서브 필드 드라이브 능력이 사실대로 정확히 공개된 적은 없지만, 파나소닉 비에라의 경우 초기에 광고 했던 480Hz는 프레임(필드)당 8개의 서브필드가 드라이빙 된다는 것을 전제로 60Hzx8=480Hz가 도출된 것이다. 최근의 홍보문구를 보면 파나소닉, LG 모두 600Hz를 알리고 있으니 프레임 당 10개의 서브필드라는 의미가 되겠다. 사실 이 것도 다소 어폐는 있다. 필드 당 8개라고 해서 반드시 60Hz에 480Hz가 된다는 보장은 없다. 470이 될 수도 있고, 450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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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나 귀결 되는 이야기이지만 이건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전환 문제이다. 작동 원리는 디지털이지만, 최종 결과는 항상 아날로그이기 때문이다.) 한편 파이오니아는 이미 예전부터 프레임 당 서브필드가 14개로, 파이오나아 PDP가 계조력이 우수해진 주요 원인으로 늘 거론되어 왔다. 파이오니아 PDP는 24Hz 출력인 블루레이가 탄생하기 이전부터 72Hz 트루레이트를 지원해 왔다. 트루레이트는 모션에서 저더를 없애줘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영상을 재현해주며, 높은 서브필드 드라이브는 정지화상을 기준으로 보다 섬세하고 자연스러운 계조 표현을 재현해준다. 파이오니아 PDP의 영상이 부드럽고 자연스럽다는 총체적인 평가를 받게 한 두 가지의 견인 요소였다.

색 범위와 색 정확도

전작인 PDP-5010은 컬러 스페이스를 선택하는 모드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 PDP-5020FD에서는 컬러 스페이스를 선택하는 메뉴가 빠졌다. 원래 쿠로는 두 가지의 컬러 개멋을 제공한다. 모드 1은 와이드 개멋이고, 모드 2는 클로즈 개멋이다. 8세대 때도 그랬고, 9세대에서도 엘리트와 시그니처 모델은 모두 두 가지의 개멋 선택 모드를 제공한다. 단, 8세대와 9세대가 달라진 점은 모드 2가 8세대 때에는 BT 709보다 좁은 편이었지만, 9세대에서는 비슷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그러나마나 PDP-5020FD는 그럴 것도 없다. 아예 와이드 개멋 한 가지만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PDP-5020FD에 대해 험보다는 칭찬이 많았는데 이제부터는 다소 험담이 들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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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차트에서 보듯이 KURO PDP-5020FD의 컬러 스페이스(흰색 라인)는 HDTV 표준인 BT.709(검은 색 라인)보다 훨씬 범위가 넓다. 8세대 쿠로의 와이드 개멋보다도 더 넓어진 느낌이다. 블루는 비슷하지만, 레드와 그린은 더 과포화 되었는데 특히 그린이 더 심하다. 엘리트나 시그니처 모델에서 제공하는 컬러 스페이스 2번은 표준에 거의 부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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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것으로 보면 PDP-5020FD의 색영역이 와이드로 고착된 것은 파이오니아의 의도적인 행위로 보여진다. PDP-5020FD의 주 타깃을 일반인으로 놓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혹세무민 해볼까 싶었던 것인데 한 마디로 착각이다. 파이오니아 쿠로가 색 영역이 좁다거나 색상이 떨어진다고 해서 안 팔린 것이 아니다. 그리고 저 정도 컬러 스페이스 넓혔다고 쿠로의 색상이 크게 달라져 보이는 것도 아니다. 쿠로 영상을 본 사람은 쿠로가 컬러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문제는 가격이고, 디자인이고, 밝기이고, 마케팅인 것이다. 왜 엉뚱하게 색 영역 넓혀 놓고 매스 마켓에 가까운 제품이라고 착각을 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위 표를 보면 파이오니아 쿠로보다 몇 백배 매출이 많은 삼성의 대표 모델도 색좌표가 표준에 거의 들어 맞게 정확한 것을 알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일반인들이 모두 컬러 어널라이저 들고 정확하게 색좌표 측정 할 것이라 생각해서 저렇게 만드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삼성이나 LG도 몇 년전에는 와이드 개멋 고수했고 한때는 그게 무슨 자랑인양 광고 문구에 앞다퉈 넣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삼성, LG, 소니 모두 와이드 개멋은 없다. 오히려 색좌표/색온도를 표준에 정확하게 맞추기 경쟁을 하는 느낌이다. 물론 파이오니아 PDP도 고급 모델에 들어가면 색좌표, 색온도 조정 메뉴가 엄청나게 많고 정확하게 맞춰져 있다. 그러나 왜 PDP-5020FD에 대해서는 저런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을 적용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결론적으로 PDP-5020FD는 색 정확도 측면에서는 그다지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

색 온도와 그레이 스케일 유니포미티

같은 문제가 또 발생한다. PDP-5020FD는 색온도를 선택할 수 있는 Preset 메뉴가 전혀 없다. 오로지 주어진 대로 따를 뿐이다. 그렇다면 디폴트 값이 정확하면 만사 OK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 그렇지 못하다.

PDP-5020FD의 Movie 모드의 디폴트 색온도는 6000K이다. 다소 낮다. 8세대 쿠로인 PDP-5010의 디폴트 치는 6300K 였다. 계조별 색온도가 평탄하기는 하다. 전체적으로 6000K에서 ±30K 내에서 대단히 평탄하게 움직이고 있다. 프리셋 모드가 없으니 다른 모드의 색온도를 측정할 수도 없고, 사용자 조정 메뉴가 없으니 제 아무리 좋은 측정 장비와 기술을 가지고 있어도 색온도를 고칠 방도가 없다. 그냥 보는 수 밖에 없다. 딴에는 필름틱한 느낌을 주기 위해 6000K에 세팅을 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PDP-5020FD의 Movie 모드로 영화를 보면 약간 붉으스름한 톤이 배는 느낌을 감수 해야 한다. (심히 부자연스러운 정도는 아니다. 예전 흑백 CRT 시절에는 5500K로 보는 경우도 많았다.) 아래는 계조별 색온도 유니포미티이다. 보시듯이 정말 대단히 평탄하다. 요 그래프를 날름 들어서 위에 점선 있는 부분으로 고스란히 옮기기만 하면 되는데 이걸 할 수가 없으니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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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색온도가 6000K이니 당연히 RGB 레벨도 Red가 Blue보다 많게 나타난다. 레드와 블루가 모두 그린을 향해 좁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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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입장에서는 "참새가 방앗간 그냥 못 지나간다"고, 그냥 넘어가기가 자못 아쉬웠다. PDP-5020FD의 그레이 스케일 유니포미티는 대단히 평탄하다. 그레이 스케일 유니포미티가 평탄하지 않으면 조정에 애를 먹는다. 그러나 이처럼 평탄한 기기는 약간만 조정해 주어도 그대로 딱딱 들어 맞게 되어 있다. 그래서 참지 못하고 PDP-5020FD의 서비스 모드에 진입을 했다. 필자가 서비스 모드에 들어가서 조정하는 것은 사실 독자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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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로는 전용 프로그램과 전용 케이블을 통해 서비스 모드(사진 참조)에 진입할 수 있는데, 사실 비전문가들은 서비스 모드에 진입해도 별로 할 일이 없다. 알아 들을 수 없는 약어들이 잔뜩 나열되어 있는데 자칫 잘 못 건드리면 기기에 치명적인 손실을 입힐 수도 있다. 또 요행 색온도를 조정 항목을 찾아내더라도 전문 측정 장비가 없으면 바른 측정 값을 알 수가 없다.

필자의 의도는 이랬다. 서비스 모드에 진입하면 바깥 메뉴에는 없지만, 컬러 스페이스 값을 바꾸거나(컬러 스페이스만 바꾸면 PDP-5020FD도 Color Accuracy가 굉장히 정확해진다.) 감마 트랙킹을 바꾸는 항목(감마는 잘 맞으니까 사실 굳이 바꿀 필요는 없다.), CMS 조정 항목, 그리고 색온도 조정 항목이 서비스 모드 내부에 있을 거라고 보았다. 즉, 겉은 엘리트와 일반 5020이 다르지만, 속으로 들어가면 같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필자가 일단 내부에 들어가 알맞게 조정을 한 후, 그 조정 방법이 그리 위험하지 않다면, 본인이 그 결과를 책임진다는 약속 하에, 쿠로를 사용하는 다른 유저들에게 조정 방법과 조정치를 공개하는 것을 고려해 보자는 것이었다. 물론 신중히 생각해야 할 일기는 했다. 그런데 이는 100% 필자의 "순진한 생각"일 뿐이었다. 서비스 모드를 한 시간 넘게 샅샅이 뒤졌지만, 컬러 스페이스를 조정하는 기능, 감마 조정 기능을 비롯해 있을 것으로 예상한 조정 기능을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단지 색온도 조정 항목을 찾은 것이 유일한 수확이었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PDP-5020과 상급 모델은 내부 엔진 또한 전혀 다른 제품이라는 것이다. (※ 패널 X, Y 값 조정 항목이 있기는 했다. 삼성의 800K 프로젝터의 서비스 모드에 들어가면 유사한 항목이 있는데 아주 편리하고 전문적으로 설계가 되어 있다. 그와 비슷한 항목이라고 생각했다. 색영역을 좁히고 말고 할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계산해서 넣어 버리면 되겠구나 싶어 한 40여분을 씨름을 했다. 결론은... 전혀 먹히지 않는다. 서비스 모드 값을 바꾸면 하드파워 스위치를 껐다 켜야 한다. 그럼 다시 처음부터 기본 세팅을 다시 해야 한다. 상당 시간을 소모한 뒤 헛수고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시 원위치 시키는 데 또 30분... 참고로 하드파워 스위치는 백 패널을 정면에서 봤을 때 우측 하단-Input 3 방향-맨 아랫쪽에 있다. 아무런 표시가 없기 때문에 대개 그게 스위치인지 모르고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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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서비스 모드를 통해 할 수 있는 것은 6000K에 맞추어져 있는 Movie 모드 디폴트 값을 6500K로 바꾸는 일이었다. 결과는 만족스럽게 되었지만 이 또한 다른 유저에게는 무용지물이다. 미국에 거주하는 또 다른 PDP-5020 유저 두 사람(둘 다 ISF 캘러브레이터이다)과 데이터를 주고 받았더니, 세 대의 조정 값이 모두 다 달랐다. 즉, 기기마다 편차가 있어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가 없다는 결론이었다. 따라서 필자가 조정한 색온도 값 또한 다른 유저들에게는 무용지물이 된다는 결론이다. 그래도 이왕 힘들여 조정 했으니 그 결과를 리뷰에 싣기만 하겠다. 옆 표에서 보듯 캘러브레이션 뒤의 색온도 값은 대단히 우수했다. 색온도 6500K 보다 더 중요한 것이 δ 에러 값이다. 6500K에서 크게 벗어나면 당연히 δ 에러 값도 커지게 되지만, 6500K에 가깝더라도 Red와 Blue가 같이 어긋날 경우에는 δ 에러 값도 커진다. 조정 후 색온도는 전대역에 걸쳐 δ 에러값이 0~1 수준으로 대단히 높은 평탄성을 보여 주었다. 단, 0~10 IRE 쪽은 컬러 어널라이저가 읽을 수 없는 지역이어서 위 수치를 신뢰할 수 없으며, 육안으로 볼 때 색온도가 다소 낮게 느껴지나(6000K 쯤?)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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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온도 그래프 및 RGB Level 그래프를 보더라도 거의 전 대역에서 색 균형을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완벽히 잘 맞을 수 있는 기종의 디폴트 값을 평균 δ 값이 8~9에 이르도록 만든 까닭은 뭘까? 색온도를 꼼꼼히 따지실 분들은 더 비싼 고급 기종 산 뒤 ISF 캘러브레이터를 부르라는 뜻인가? 좀 답답하다.

Color Saturation, Tint 조정

지극히 간단한 PDP-5020FD의 화질 조정 메뉴이지만, Color와 Tint의 디폴트 값을 한 번 체킹해 볼 필요가 있다. Contrast와 Brightness의 디폴트 값은 정확하다. 그런데 8세대 쿠로 때에도 느낀 것이지만, 전체적을 Red 쪽 Intensity가 다소 부족하다. 물 빠진 느낌이다. 쿠로 사용자 중 Blue Filter (JKP 비디오 에센셜이나 AVIA DVD 디스크 등에 끼여 있는 파란색 필터를 말한다.)가 있는 분은 직접 Color와 Tint 값을 조정해 보실 필요가 있다. 필자도 블루 필터를 이용해 Color를 +3 정도 조정한 바 있다.

스크린 샷 몇 장

필자는 파이오니아 PDP를 오랫동안 사용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암부 디테일이 섬세하게 표현 되는 장면에서는 여전히 짧은 탄성을 뱉게 된다. 이를테면 <Dark Knight>, <Se7en>, <U571>. <반지의 제왕>, <캐러비안의 해적>, <Gladiator> 같은 영화라면 더욱 쿠로의 위력이 드러난다. 이런 류의 장면 스크린 샷을 몇 장 올려본다. (필자의 디카가 썩 좋은 기종이 아니어서 제대로 표현 될 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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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와 흡사한 측면이 있다. 비디오에서의 블랙은 오디오에서의 저역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오디오에서도 저역이 깊으면서도 섬세하면, 전체적인 소리가 착 달라 붙듯 안정적으로 부감(浮感) 된다. 마찬가지로 비디오도 블랙이 깊고 섬세하면 그림 전체가 시원하고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 또한 오디오에서, 저역이 중요하다고 해서 대책없이 양만 늘리고 벙벙 거리게 만들면 안 되듯이, 비디오도 블랙이 뭉치고 섬세하지 못하면 아무리 블랙 레벨이 낮아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래서 암부 해상력이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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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유니포미티가 매우 좋다. 쿠로는 블랙 상태일 때 스크린을 보면 흑칠해 놓은 것처럼 군데군데 검은 색 자국이 나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것은 패널이 이상한 것도 아니고, 스크린 유니포미티와도 아무 관계가 없다. 이 자국은 그때그때 위치가 바뀐다. 짐작컨대 블랙을 끈 상태로 만들기 위해 전류가 차단되면서 일어나는 현상 아닌가 싶은데 어디까지나 짐작이다. PDP는 원래 스크린 유니포미티와 시야각에서 LCD 보다 강점이 있다. 쿠로는 8세대도 그랬지만 시야각이 매우 넓다. 측면에서 보아도 어둑해지거나 화질이 그다지 크게 변하는 기색을 느끼기 힘들다.
 
아래는 필자가 해상도와 저더를 테스트 할 때 자주 사용하는 "Dark Knight"의 첫 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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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 바닥은 계조와 질감, 주변의 건물들은 고대역의 정세한 해상도 및 노이즈 체크, 건물과 도로는 명암 대비, 그리고 카메라가 Zooming 되면서 앞 쪽으로 다가서 오는 건물들의 움직임은 저더(Judder)를 체크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앞서 언급 했던 항목들 모두에서 쿠로는 나무랄데가 하나도 없었다. 이 장면을 반복 재생 시켜 놓고PDP-5020FD와 시그니처 모델인 KRP-600M을 옆에 두고 한 20여분 계속 비교를 했었다. 그러나 픽셀의 뭉쳐짐이나, 고대역의 평탄성, 모스키토 노이즈 등에서 두 모델 간의 차이점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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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P-600M 및 KRP-500M은 현재 계속 테스트 중에 있다. KRP-500M/600M은 미국의 Signature 모델인 Elite Signature PRO-101FD/PRO-141FD에 해당되는 일본/유럽형 모델이다. PDP-5020FD 모델과 달리 이 기종은 사용자 조정 항목이 지나칠 정도 많고, 경우의 수에 따른 변수가 너무 많아 기기의 특성을 완벽하게 파악하는 일이 쉽지 않다. 일전에 한번 테스트를 했었지만 앞으로 좀 더 연구를 해 봐야 하겠다. 어느 정도 판단이 서면 이번 PDP-5020FD 리뷰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에 한정해서 KRP-500M/600M에 대한 리뷰도 차후 올릴 계획이다.

Rich and Vivid Color

PDP-5020FD의 색 범위가 넓고, 색온도가 낮은 것은 색 정확도와 톤의 문제로, 이는 컬러의 발색(發色) 능력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쿠로 PDP-5020FD 역시 파이오니아 PDP 특유의 "선명하고 윤기 있는 컬러"를 생생하게 보여 준다. 특히 8세대와 9세대의, 쿠로 모델들은 딥 블랙의 '지원 사격' 때문에 영상 Dynamic Range가 넓어져 이전 모델보다 컬러의 윤기가 강화된 느낌을 준다. 이러한 색 재현력은 기기의 내부 구조를 살펴 봐야 그 원인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이전  PDP-5010FD 리뷰를 참조 하시기 바란다. 어차피 5020FD와 5010FD는 내부 구조나 컬러는 바뀐 것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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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과거 리뷰에 그냥 미루기만 하기 좀 그러니 파이오니아의 색상에 대해 잠깐만 언급 해보자. 파이오니아 PDP의 컬러는 플랫형 TV 중에서는 가장 브라운관 TV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브라운관 TV 중에서도 하이엔드 급에 해당된다. 이는 곧 파이오니아 PDP의 뛰어난 발광(發光), 발색(發色) 능력 때문이라 하겠다. 원래 PDP는, 외부의 광원(光源)을 이용하는 LCD와 달리, 자체 발광하는 시스템이라 색이 더 라이브 하게 보여진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파이오니아 PDP의 발색 능력은 좀 유별하다. 컬러가 브라운관 TV와 가장 흡사하게 나온다고 했거니와. 사실 양자(兩者)는 형광체의 특성에 따라 컬러의 피크 다이내믹 레인지(순간적으로 반짝 빛났다가 사라지는)가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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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P의 구조는 사실 단순한 편이다. 아래 사진이 일반적인 PDP의 구조인데, 크게 상판과 하판이 있고 하판 맨 위에 셀 구조가 있다. 이 Cell 구조 위 아래로 여러 종류의 기능을 가진 판들이 적층(積層)되는 식이다. 발색(發色)의 질을 결정 짓는 포인트는 바로 이 Cell 구조에 있다.

(1) 첫번째는 형광체의 특성이다. Cell은 각각 R,G,B가 따로 있다. 고압 고온의 불안정한 기체인 플라즈마에서 자외선(UV light, X-ray)이 방출되면, 방출된 자외선이 형광체를 때리게 되고 이 때 발광(發光)이 일어나게 된다. 형광체 하나는 몇 ㎛에 불과할 만큼 작다. 그 안에는 미량의 함유물질을 측정할 때 보통 쓰이는 ppm 단위로, 수 많은 활성물질들이 들어 있다. (예전에는 이 활성물질로 유로퓸(Eu)이라는 희귀원소를 썼는데, 지금도 Eu를 쓰는지는 잘 모르겠다.) 극미(極微)한 세계이지만 그 안에도 복잡하고 다양한 변수가 존재 하는 것이다. 따라서 형광체는 색의 발광 능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첫번째 요소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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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두번째 중요 요소는 격벽 구조이다. 각 Cell을 방이라고 하면 격벽은 방과 방 사이의 벽이다. 벽이 두껍고 튼튼해야 옆 방 소리가 안 들리듯이 Cell에서 격벽은 방전 공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Cell 간의 신호 혼신을 막아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오디오 시스템의 절반은 룸 튜닝'이라고 우리는 늘 말하지 않던가. 이를테면 그런 역할을 한다. 파이오니아는 원래 예전부터 일반적인 격벽 구조와 다른 Deep Waffle 구조를 가지고 있다. 우물 정(井)자 형태인데, 와플 과자를 닮았고, 격벽이 깊다고 해서 Deep Waffle Cell 이라 부른다. 이 구조는 빛이 새는 것을 막는데에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빛샘이 적으면 그만큼 발광효율이 높아지게 되고 색순도도 보장이 된다.

(3) 세 번째로 거론 되는 것이 "고순도 크리스탈 층"이다. Cell에서 출발(?)한 광선은 제일 먼저 "고순도 크리스탈 층"을 통과하고, 다시 유리기판을 통과한 뒤 파이오니아 고유의 "다이렉트 컬러 필터"를 거쳐 우리 눈에 가시광선(可視光線)으로 나타나게 된다. 크리스탈 층이나 컬러 필터는 투명한 영상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발광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쿠로가 경쟁 제품들보다 늘 깨끗하고 투명한 느낌을 주는 요인이 된다. 그리고 이런 점은 컬러의 순도를 높이는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파이오니아 PDP의 발색 능력이 높게 평가 되는 이유, "왜 파이오니아 PDP의 컬러만 유독 저런가?" 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필자는 앞서 간략히 서술했던 내용들로 주로 요약을 한다. 필자는 현재 9인치 CRT 프로젝터를 사용하고 있고, 브라운관 TV 시절에도 여러 모델의 하이엔드 제품들을 접했었다. 지금도 소니 BVM D시리즈 모니터 한대를 아직도 레퍼런스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는 이렇다. 쿠로의 컬러 발색 능력은 사실 민수용 브라운관 TV가 아닌 BVM 같은 방송용 모니터와 비견할 수준이다. 굳이 우열을 따지라면 BVM이 훨씬 더 좋기는 하다. 그러나 블랙의 깊이는 쿠로가 BVM 보다 앞선다. 이번에는 9인치 CRT 프로젝터에 비견된다고 할까? 계조의 섬세함이야 물리적 특성 상 CRT보다 좋을 수 없겠지만, 영상의 투명도나 패널의 유니포미티, 그리고 지오메트리 같은 것이야 당연히 쿠로가 훨씬 더 좋다. 즉, 브라운관 TV라 하더라도 방송용 모니터급이 되어야 컬러에서 쿠로보다 앞선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방송용 모니터는 24인치가 고작이다. 30인치 넘는 몇 몇 모델들은 사실 좀 끔찍한 수준이었다. 게다가 BVM 같은 모니터는 지금 중고로 사더라도 20인치 넘어가면 일단 몇 천만원이다. 그러나 쿠로는 50인치, 60인치 구현이 가능하다.) 그래서 더 아쉽다.

끝 맺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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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 PDP-5020FD의 장단점을 두루 언급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쿠로의 화질을 칭찬 하는 부분이 많았다. 충분히 그럴만큼 파이오니아 쿠로는 좋은 화질의 TV이다. 화질만 따지면 쿠로는 이제까지 나온 모든 플랫 TV 중 가장 우수한 제품임이 확실하다. 그러나 개별 모델로 따지면 PDP-5020FD를 그렇게 말할 수는 없겠다. 쿠로 Signature 모델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패널 상의, 또는 물리적 특성 상의 차이점이 얼마나 되는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적어도 Signature나 Elite PRO 모델은 PDP-5020FD보다 Color Space와 Color Temperature가 정확 하다는 점 두 가지만 가지고도 일단 더 우수한 셈이니 말이다. (사족 한 가지 더. 경황 중에 빼 먹고 거론하지 못한 것이 한 가지 있다. 9세대 쿠로 또한 8세대 쿠로가 그랬듯이, SD급 화질에 대한 배려(?)가 턱 없이 부족하다. 별로 안 좋다는 뜻이다. 특히 SD급 아날로그 영상은 화질 열화 요인을 더 두드러지게 보이는 느낌이다. SD급 영상 프로세싱도 별로 안 좋다. 혹시라도 HD와 SD 구별도 아직 서툰 분들을 위해 TV를 선택 하는 경우라면 쿠로는 상당히 안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쿠로가 화질이 좋다고 해도 "망한 제품"이다. 파이오니아는 이제 홈 일렉트로닉 분야에서 완전히 손을 뗀다. TV 사업부는 2010년 3월에 공식적으로 종료 되지만, 아마도 결산월일을 염두에 둔 것 날짜 산정일 것이고, 실제 사업 종료는 연내에 이루어 질 것이다. 여기에 고정 자산 정리와 인원 감축, 퇴직금 정산을 위한 최소 계상 일수를 감안 한다면, 매입/매출 평가구조를 발생 시키는 생산 활동은 사실 상 상반기 중으로 끝내야 계산이 맞는다. 아니나 다를까 일본 내수 공장은 4월 1일자로 생산을 종료한다고 공식 발표가 났다. 미주 공장은 아직 가동 중이나 역시 4월 말 또는 5월 중으로 종료 된다는 소문이 있다. 마켓 쉐어에 관계 없이, 오랜 세월 동안 파이오니아 PDP는 '가장 좋은 화질의 TV"로 독보적인 이미지를 쌓아 왔지만, 이제는 그저 역사(歷史)가 되고 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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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巨人)의 퇴장.... 아쉬운 일이다. 삼성, LG 같이 지금 한창 잘 나가는 회사들이, 경쟁에서 밀려 망해 버린 브랜드의 제품을 벤치마킹 할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화질 쪽에서의 쿠로의 위상을 생각하면, 과연 쿠로 또는 쿠로의 기술들이 이대로 그냥 사라져 버릴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어떤 식으로든 쿠로의 기술이나 생산 시스템이 이전 되거나 부활하지 않을까 기대하는 분도 계실 것이다. 그런데 사실 쉬운 이야기가 아니다.

쿠로 화질의 핵심 키워드는 우선 순위가 ① 색 발광 능력 ② 딥 블랙 능력 ③ 계조 표현 능력 ④ 투명한 영상 순이다. 삼성, LG, 파나소닉 등도 PDP 화질 개선을 위해 꾸준히 노력한다면 ② ④ 는 어느 정도 따라 갈 수 있다고 본다. 필요 하다면 기술을 사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①과 ③은 패널의 문제이다. 생산 공정이나 시스템을 바꾸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 특히 발색(發色)이 더욱 그렇다. (계조는 다른 패널에서도 충분히 더 개선 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훨씬 더 잘 팔리는 업체가, 망해서 사라진 업체를 흉내내기 위해 생산 시스템을 바꾼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다. 더군다나 지금은 플라즈마 TV 자체가 이미 내리막 길이다.
 
따라서 AV파일들의 바램과 달리 쿠로가 어떤 식으로든 부활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하이엔드 화질에 대한 전략적 차원의 접근을 전향적으로 시도 하는 업체가 나타나기 전에는 말이다. 불가능한 이야기다. 그렇다고 해서 쿠로보다 더 좋은 화질을 가진 TV가 조만 간에 등장 할 가능성도 또한 거의 없어 보인다. 따라서 앞으로도 상당기간 화질을 논 할 때마다 우리는 여전히 쿠로를 되새기며 갑론을박 하게 될 여지가 많다. (최 원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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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Equipment

● Color Spectro Radiometer : Photo Research PR-650
● Luminance Measuring Meter : Minolta LS-100
● Test Pattern Generator : AccuPel HDG-4000
● Analysis Program : Datacolor Colorfacts Professional 7.5
● Source Component : Playstation 3, Pioneer BD-05FD, Panasonic BW900, LG 3430 Digital Tuner, TVX 6500

1부로 돌아가기

Posted by hifinet
2009. 4. 4. 13:14

파이오니아 쿠로 PDP-5020FD 플라즈마 TV (1)
- posted by 최 원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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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오니아 플라즈마 TV를 바라보는 관점

Kuro PDP-5020은 Pioneer의 9세대 플라즈마 TV이다. 플라즈마 TV 분야에서 파이오니아가 차지하고 있는 위상이나 제품 컨셉에 대해서는 새삼 부연 설명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파이오니아는 새로운 제품 라인이 발표될 때 마다 보통 7세대, 8세대, 9세대(Generation) 등 세대(世代) 번호를 붙인다. 작년 초에 필자는 동사(同社)의 PDP-5010 모델 리뷰를 쓴 바 있거니와, 그 제품은 8세대가 제품이 되며, 지금 소개 하는 PDP-5020FD는 9세대 제품이 된다. 두 제품은 기본 기능이 거의 똑 같다. 따라서 쿠로에 대해 낯설거나 보다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들은 PDP-5010 리뷰를 먼저 읽고 이 리뷰를 접하시는 것도 좋겠다.

잘 알려져 있듯이 파이오니아 플라즈마 TV는 "비싸고 화질이 좋은 TV"의 제품 컨셉을 가지고 있다. 플라즈마 TV가 브라운관 TV를 대체할 차세대 주자로 한창 부각 될 무렵, 거의 모든 업체들이 이 시장에 뛰어 들었었다. 한 동안의 춘추전국시대를 거친 후, 플라즈마 TV는 "양(量)에서는 파나소닉, 질(質)에서는 파이오니아"로 컨셉이 굳어지게 되었다. 파이오니아가 화질 좋은 TV로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3세대 PDP-503HD 모델부터였는데, 당시에는 국내에서도 여러 가지 형번으로 판매가 되고 있었다. 당시 1000만원을 훨씬 넘는 초고가(超高價)였지만 반응이 대단했었다. 그러나 4세대 제품인 PDP-5040부터 파이오니아는 국내 수입이 중단 되었다. 그 무렵 파나소닉도 한국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그 결과 2003년 이후 국내에서 해외 플라즈마 TV 모델을 공식적으로 접할 기회는 거의 없었다. 즉, 파나소닉, 파이오니아 제품을 국내 유저가 구하려면 해외에 주문해 직접 들여 오는 방법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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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기서 묘한 차이점이 발견된다. 마켓쉐어로 따질 때 플라즈마 TV의 절대강자는 파나소닉이다. 하지만 파나소닉이 국내에 수입 되지 않는 것을 아쉬워 하는 유저는 별로 없다. 어차피 파나소닉은 삼성, LG와 매스마켓을 놓고 경쟁하는 처지여서 제품의 기본 컨셉이 비슷하다. 삼성, LG 제품과 비슷한 가격대라면 파나소닉 비에라(Viera)를 선호해서 구입할 유저도 더러 있을 수 있겠지만, 개별 수입을 통할 경우에는 운송료, 관세 등 때문에 비에라의 구입가가 크게 상승하게 되는데, 과연 그런 가격적 부담을 감수할 만큼 비에라가 삼성, LG보다 화질이 크게 좋으냐 하면 또 그건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최근 삼성, LG의 플라즈마 TV의 화질도 크게 발전했기 때문에, 파나소닉과도  화질, 가격 모든 면에서 일진일퇴(一進一退)를 거듭하며 3강(强) 체제를 이루고 있는 처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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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파이오니아는 경우가 전혀 다르다. 2008년 기준 플라즈마 TV 시장의 마켓 쉐어(금액기준)를 보면 파나소닉, 삼성, LG 3사(社)가 전체의 77%를 차지하고 있다. 파이오니아의 점유율은 고작 5.8%. 3강(强)의 입장에서 보면 경쟁상대 축에도 못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스 마켓 유저가 아닌, "화질"을 최우선으로 삼는 하이엔드 유저들에게 파이오니아의 위치는 그 어떤 브랜드보다도 공고(鞏固)하다. 국내 수입이 중단된 이후로도 꾸준히 4세대부터 최근의 9세대에 이르기까지 해외 쇼핑몰이나 구매 대행사를 통한 개별 수입이 끊이지 않는다. 또한 파이오니아의 신 모델은 어떤 그림을 보여줄 것인지 언제나 관심의 초점이 되곤 했다.  이를테면 그 것이 파이오니아가 버텨온 "힘"이었던 것이다.

파이오니아의 마지막 TV, 9세대 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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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파이오니아의 그 "힘"도 이제 기운이 쇠(衰)했다. 지난 2월 초, 파이오니아의 고바타니(小谷) 사장은 향후 디스플레이 TV 사업을 완전히 접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를 했다. 플라즈마 TV와 LCD TV의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그나마 플라즈마 TV 안에서도 파이오니아의 마켓쉐어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게다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자니 손익구조가 너무 나빠져 감당이 되지 않는다. 파이오니아로서는 연간 1조원에 이르는 적자 규모를 메꾸기가 힘들었던 모양이다. 결과적으로 지금 소개하는 PDP-5020FD를 비롯한 9세대 쿠로가 파이오니아의 최후의 제품이 되는 셈이다.

한편으로는 뜻 밖이지만 한편으로는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다. 파이오니아는 2008년 가을 예년보다 서둘러 9세대 쿠로 라인업을 발표하면서, 향후 자체 패널의 생산을 중단 할 것이며, 10세대 쿠로부터는 파나소닉의 패널을 받아 만들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시장 일각에서는 '파나소닉 패널의 10세대 쿠로'는 '파이오니아 패널의 9세대 쿠로'보다 화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감이 돌았다. 파이오니아의 패널에 대한 신뢰도가 워낙 높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렇게 되면 결국 9세대 쿠로가 '마지막 황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예측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파나소닉과의 제휴는 없던 일로 번복이 되었고, 어찌 되었든 9세대 쿠로가 마지막 제품이 될 것이라는 예상은 적중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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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오니아의 실패는 자칫 시장에 이런 식의 안 좋은 교훈을 남길 수 있다. "화질 찾지 말아라, 파이오니아 꼴 난다. 계조고, 발색이고 간에 일단 값 싸고, 광고 많이 때리고, 양판점 많이 잡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이런 식의 교훈 말이다. 마케팅의 기본 요소 4P가 있다. Product(제품), Place(유통), Price(가격), Promotion(광고, 판촉)이 그 것인데, 파이오니아는 Product를 제외한 다른 세 분야에서 압도적 열세에 있었다. 궁여지책 8세대 쿠로부터는 가격도 많이 낮추었지만 역부족이었다. 한창 잘 나가던 4~5세대 때부터 가격 경쟁력 확보에 더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다. 이런 현실에서 앞으로 파나소닉이나 삼성, LG가 파이오니아의 화질을 벤치마킹 할 일은 절대로 없다. 물론 3사(社)간의 경쟁을 통한 화질 개선이야 계속되겠지만 그 것은 어디까지나 매스마켓을 겨냥한 것일 뿐, 가격이 비싸지는 것을 감수하고 파이오니아 급의 화질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할 까닭은 전혀 없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이렇다. LCD, PDP 각기 장단이 있고, 또 모델에 따라 천양지차이지만, 아주 엄밀히 조목조목 따지자면 전체적으로 아직까지는 플라즈마가 LCD 보다 화질적으로 더 성숙한 그림을 보여준다. 하지만 시장은 이미 LCD가 완전히 접수했다. 한편 같은 플라즈마 내에서도 파이오니아는 독보적인 화질을 보여주었디만 결국 망했다. 불행히도 시장 흐름은 절대적 화질 기준과는 전혀 별개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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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9세대 쿠로 모델은 파이오니아에게도 마지막 유작(遺作)이지만, 하이엔드 유저들 입장에서도 보면 마지막 명작(名作)이 되고 말 것 같다. 일단 현재까지는 LCD와 플라즈마 TV 모두를 통털어 가장 좋은 화질을 보여주는 제품이 9세대 쿠로라는 점에는 이의(異意)를 달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기술은 꾸준히 발전한다. 지금은 엄청난 고가(高價)의 소재이지만 RGB LED의 가격이 갑자기 뚝 떨어져 모든 LCD TV에 다반사로 장착 되고, Edge LED도 RGB 방식에 로컬 디밍까지 구현되는 세상이 올지 모른다. 또 Local Dimming 픽셀이 50인치 기준 수만개에 이를 수 만큼 원가가 떨어지고 램프가 작아질 지 또 아는가? LCD 패널의 투명도가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암부 계조가 비약적으로 발전한 신 패널이 등장할 수도 있다. OLED의 수율이 획기적으로 좋아지고, 유니포미티나 컬러가 비약적으로 개선될 수도 있다. 획기적인 알고리즘의 개발로 보간 기술이 놀랍게 좋아져 부자연스럽거나 윤곽이 뭉개지는 등의 LCD TV의 여러 특성이 일거에 해결될 수도 있다. 어쩌면 아예 다른 제3의 신소재 TV가 등장 할지도 또 모른다. 이 모든 것들이 몇 년안에 한꺼번에 실현 될 수도 있다. 그렇게만 된다면 쿠로의 퇴장이 별로 아쉬울 것도 없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 것이 '조만간'에 이루어 질 것 같지는 않다. 더구나 요즘처럼 화질보다는 디자인, 계조보다는 밝기가 더 중요시되는 시장 상황에서는 말이다. 그래서 파이오니아의 실패가 더욱 안타깝게 느껴지는 것이다.

참고로 파이오니아의 디스플레이 사업은 2010년 3월에 공식적으로 철수가 완료 된다. 즉, 그때까지는 현재의 쿠로 모델이 꾸준히 생산 된다. 물론 재고를 줄이고 구조 조정을 실시할 것이기 때문에 생산량은 크게 줄 것으로 보인다. (2010년 3월에 완전 철수가 되더라도, 7년이던가? 강제적 부품 존치 기간 규정이 있기 때문에 A/S는 가능할 것으로 보여지는데 정확한 규정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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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파이오니아는 지난 4월 12일 샤프와 합작으로 별도의 "광 디스크 플레이어" 제조업체를 만들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말이 좋아 합작이지, 사실 상 "광 디스크" 분야에서 손을 떼겠다는 뜻이다. 샤프는 이 분야에서 무명에 가깝지만, 아시다시피 파이오니아는 LD, DVD, BD에 이르기까지 '광 디스크 플레이어'의 독보적인 존재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표 브랜드이다. 그런데 이제 그 파이오니아 플레이어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모양이다. 구조 조정의 결과로 탄생하는 신생 브랜드의 새 회사가 행여 1~2천불대의 고급 제품을 만들 까닭이 없다. 차떼고 포떼고 그럼 파이오니아는 뭐가 남는거지? 공식 발표에 의하면 파이오니아는 앞으로 "Car Electronic" 분야에 주로 전념 할 계획이라고 한다.

9세대와 8세대의 차이점

쿠로 9세대와 8세대는 대부분의 기능과 성능이 같다. 가장 큰 차이점은 블랙이 훨씬 더 깊어졌다는 점이다. 원래 8세대 쿠로도 블랙에서는 혁신적인 제품이었지만, 9세대는 8세대 제품을 졸지에 무색하게 만들만큼 훨씬 더 깊은 블랙 능력을 보여준다. 단순히 제로 레벨 상태에서의 블랙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딥 블랙 부분에서의 암부 표현력, 밝은 장면에서의 실질 명암비 등을 포함한 전반적인 블랙의 표현 능력에서, 9세대 쿠로는 타사의 제품은 물론이고, 8세대 쿠로와도 확실히 차별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외에 자잘한 차이점은 있다. 두께가 더 얇아졌다는 점, 튜너가 디지털 신호까지도 검색 한다는 점, 오디오 기능이 좀 더 많아졌고, 홈 미디어 갤러리 기능이 추가된 점 등등... 한편 8세대 5010 모델에 있던 색온도 프리셋 기능이 사라졌고, 화질 조정 메뉴가 더 간단해진 점도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파이오니아 9세대 라인업 구별

어느 회사든 제품의 모델명을 붙일 때 나름의 원칙이 있다. 자기네 회사 직원들만 구분하기 쉬워서는 안 된다. 소비자들이 제품 간의 특징을 쉽게 이해하고 구별하게 하기 위해서는, 일반인도 금세 납득할 만한 네이밍을 해야 한다. 그런데 파이오니아는 이게 영 안 된다. 네이밍이 세대마다, 국가마다 각기 들쭉날쭉 일관성 없이 진행 된다. 모델명만 봐서는 이게 어느 나라의 몇 인치, 어떤 등급의 모델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아래의 표를 참조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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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인치와 60인치 각각 세 가지의 컬러로 그룹핑이 되어 있다. 같은 색상 그룹은 동일한 등급의 제품으로 보면 된다. 가격대 또한 미국형 50인치를 기준으로 할 때 5020FD가 가장 저렴하고 PRO-111FD, PRO-101FD 순으로 비싼 제품이다. 유럽형/일본형은 모델명을 보고 TV의 사이즈를 알 수 있지만, 미국형 엘리트 모델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많이 헷갈린다.

50인치를 기준으로 할 때 미국의 엘리트 PRO-111FD, 유럽/일본의 쿠로 KRP-500A, 유럽의 PDP-LX5090모델은 모두 같은 패널에 비슷한 기능과 메뉴를 가지고 있는 동일제품들이다. 단, 출시 지역에 따른 차이, 예를 들어 일본 KRP-500A는 일본 지상파와 BS 튜너를 지원하는 한편, 유럽 KRP-500A는 유럽 지상파와 위성 튜너를 장착한다는 등의 차이점과 입출력 단자 등에서 약간의 차이는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같은 모델이라고 보면 된다. 미국형 엘리트 PRO-111FD와 유럽형 쿠로 PDP-LX5090/5090H 모델은 튜너가 내장되어 있고 입출력 단자가 백 패널에 자리 잡고 있는 일체형 제품이고, 유럽/일본의 쿠로 KRP-500A 모델은 튜너 및 입출력단자를 가지고 있는 별도의 미디어 리시버가 외장형으로 존재하고, 본체는 이 미디어 리시버와 전용 케이블으로만 연결되는 분리형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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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형은 일체형보다 두께가 얇다. 유럽형을 기준으로 할 때 일체형인 PDP-LX5090은 두께가 93mm인 반면, 분리형인 KRP-500A의 두께는 64mm로 약 2/3 정도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벽에 설치할 때에도 분리형은 벽에 노출되는 케이블이 적기 때문에 더 깔끔해 보인다. 또 여러 소스 기기들도 본체 주변에 복잡하게 몰려 있을 필요가 없다. 미디어 리시버를 별도의 수납공간에 설치하고 소스 기기는 그 주변에 놓으면 되기 때문이다. 추가로 케이블을 연결하거나 해지 할 경우에도 벽에 걸린 본체가 아니라 미디어리시버를 상대로 하기 때문에 훨씬 작업이 쉬워진다. 그러나 분리형은 일체형보다 비싸다. 벽에 걸지 않고 스탠드를 이용할 경우, 그리고 소스 기기가 그리 복잡하지 않을 경우에는 굳이 비싼 분리형을 선택 할 이유는 없다. 유럽 일체형 모델인 PDP-LX5090 PDP-5090H는 동일모델인데, 5090H5090에 추가로 위성 튜너 및 디지털 오디오 방송 튜너가 더 장착이 된 모델이다.
 
한편 미국형 엘리트 시그니처 PRO-101FD 및 유럽/일본형 쿠로 KRP-500M 약간 제품의 컨셉이 다르다. 이 모델들은 Monitor로 분류가 된다. 즉, 일반적인 TV 모델이 아니라, 방송/영상 장비로 사용되는 것을 고려한 제품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이들 모델은 튜너도, 스피커도 없으며 심지어는 스탠드도 별도 구매해야 한다. 그런데 가격은 오히려 더 비싸다. 그만큼 화질에 더 중점을 두었다는 의미이다. Signature 레이블은 보통 라인업의 맨 위에 자리한 제품에 붙이게 마련이다. 파이오니아 플라즈마 TV에서는 처음이자 마지막인 Signature 모델이다. (시그니처 모델에 대한 리뷰 또한 현재 계획 중에 있다.)

PDP-5020FD와 상급 모델의 차이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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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리뷰하는 Kuro PDP-5020FD 모델은 미국형 라인에만 존재하는 "가장 저렴한 쿠로 9세대 모델"이다. 뭐가 다르기에 가장 저렴 할까? 근본적으로 패널은 동일하다. 특성도 같다. 실제 화질 또한 Signature 모델, 엘리트 모델, 일반 쿠로 모델이 크게 구별이 될 만큼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다. 아마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전혀 그 차이점을 못 느낄 것이다. 외관상으로 드러나는 가장 큰 차이점은 시그니처 모델은 엘리트 모델보다, 그리고 엘리트 모델은 일반 쿠로 모델보다 좀 더 많고 세밀한 화질 조정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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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파이오니아 플라즈마 TV는 "화질"을 주 제품 컨셉이라 예전부터 화질 관련 조정 기능이 꽤 복잡하고 자세하게 제공되는 편이다. 그런데 사실 그 복잡한 화질 조정 기능 중 대부분이 일반인에게는 별 필요가 없는 것들이다. 어떤 조정 메뉴는 감(感)으로 맞춰서는 안 되고, 전문장비와 지식을 갖추어야만 되는 것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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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미국에서는 ISF Calibrator 같은 전문가들에게 의뢰를 해서 자신의 TV 화질을 정밀하게 조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파이오니아 엘리트 모델은 아예 이렇게 전문가에게 의뢰하는 경우를 전제로 해서 만든 제품이라고 보면 된다. 한편 시그니처 모델은 한 단계 더 나아가 아예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해서 만든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좀 더 꼼꼼하게 자세하게 살펴 보면 사실 조정 메뉴 외에도 아주 미세하고 전문적인 부분들에서 시그니처>엘리트>일반쿠로 간에 차이점이 발견된다. 예를 들어 전원부라든가 회로 부품, 컨덴서 등등에서 좀 더 고급 제품을 사용했는데 시그니처 모델을 사용 할 정도의 관련 분야 전문가라면 분명하게 그 차이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일반인이라면 사실 전혀 느낄 수 없다. 시그니처 및 엘리트 모델에 대한 부연 설명은 해당 제품을 리뷰할 때 다시 자세히 언급하기로 하자.

쿠로 PDP-5020FD일반인을 위한 모델로 복잡한 화질 조정 메뉴를 대폭 제거한 대신 가격을 크게 낮춘 모델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PDP-5020FD의 화질 조정 메뉴는 대단히 간단하다. 디스플레이 기기를 리뷰할 때에는 보통 그 제품의 디폴트 값을 측정하고, 화질 조정을 통해 세부 조정을 한 뒤 다시 값을 측정하기 마련인데 PDP-5020FD는 뭐 그렇게 하고말고 할 세부 조정 메뉴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색온도를 수동으로 조정하는 Gain/Bias 세팅 기능이 빠진 것은 그럴 수 있다 생각 하더라도, 상/중/하 정도의 색온도 프리셋 선택 기능 쯤은 넣었어도 좋았을텐데 그 것 마저도 없다. 옳든 그르든 공장치 디폴트 색온도를 무조건 따르는 수 밖에 없다. 컬러 스페이스, 감마 레벨을 조정하는 기능 모두 빠졌고, 컬러 좌표를 미세 조정할 수 있는 CMS(Color Management System) 기능도 없다. DRE, ACL, 여러 가지 NR 기능 및 Black Level 모드 선택 기능 같은 부가 기능들이 없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뭐, 사실 이런 자잘한 기능들은 없어도 아쉬울 것이 없다. 하지만 색온도 조정 및 컬러 스페이스, CMS 기능의 부재(不在)는 좀 아쉽다. 하지만 구매 타깃을 달리해 제품을 차별화 하겠다는 데에는 할 말이 없다.

사실 파이오니아 쿠로는 굳이 화질 조정 기능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기본 바탕 화질 자체가 일단 타사 제품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영상의 투명도나 블랙의 안정성 같은 것은 세부 조정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쿠로 사용자 중에는 화질에 매우 민감한 하이엔드 매니아들도 제법 많다. 엘리트나 시그니처 모델은 이들을 위한 일종의 서비스이자, 자신들의 제품에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디자인 및 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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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얇기 경쟁"이 치열하다. 플라즈마, LCD 모두 예전 브라운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얇은 두께를 실현하고 있지만 그 것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 모양이다. 9세대 쿠로 또한 이전 모델보다 훨씬 얇아졌다. 50인치/60인치 구별없이 모두 두께가 93mm이다. 8세대 쿠로가 120mm 였으니 75% 수준인 셈이다. 전술(前述)한 바 분리형인 KRP-500A 모델등은 두께가 64mm 이다. 하지만 요즘 출시되고 있는 삼성, LG의 'LED 광원 LCD TV'들에 비하면 사실 아무 것도 아니다. LCD TV 뿐인가, 이들 "얇기의 달인"들은 PDP조차도 채 30mm가 되지 않는 모델을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하니 감탄스러울 뿐이다. 독자들은 자신의 가운데 손가락 첫 마디를 한번 흘낏 내려다 보시기 바란다.(대개 20~30mm이다) 이제 대부분의 TV들이 그 손가락 한 마디 길이보다 가늘게 출시 될 것이다. PDP-5020의 본체 무게는 34kg, 스피커와 스탠드를 장착하면 40kg 가량인데 두께가 얇다보니 잡기가 편해, 장정 두 사람이면 손쉽게 운반 할 수 있다. 베젤은 피아노 블랙 마감으로 광택 소재이지만, 스크린은 무반사 코팅 소재이다. 스피커와 스탠드는 기본 부속품이며, 장착이 매우 쉽다. 스피커는 본체 아랫쪽에 달게 되어 있다. 따라서 본체의 폭이 넓어지지 않아 그만큼 공간이 절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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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컨이 새로 바뀌었다. 언뜻 보면 꽤 세련된 모습이다. 하지만 이 리모컨은 정말 맘에 들지 않는다. 리모컨은 유저가 금세 알아보게 직관적으로 버튼을 배치하는 것이 설계의 포인트이다. 그런데 이 리모컨은 버튼 크기도 작아졌고, 크기마저 일률적이어서 언뜻 봐서는 뭘 눌러야 하는지 구별이 잘 안 간다. 게다가 텍스트는 또 왜 그렇게 작은지... 별도의 백라이트 기능은 없고, 버튼 자체가 형광체인데, 리모컨 설계하는 사람들은 이 점을 알아야 한다. 캄캄할 때 밝혀 주어야 할 것은 버튼이 아니라 텍스트이다. 텍스트가 보이면 버튼은 바로 그 아래에 있으니까 안 보이더라도 더듬어서 누를 수 있다. 그런데 정작 텍스트는 캄캄해서 안 보이고 버튼만 훤하게 밝혀 놓으면 도대체 어쩌라는건가? 리모컨 키 중 "Tool" 버튼이라는 것이 있다. 이 버튼은 잘 만들어 놓았다. PDP-5020FD는 메뉴가 좀 번거롭게 되어 있어 뭐 하나 조정하려면 좀 짜증이 난다. 이때 Tool 버튼 하나만 누르면 아래 사진처럼 쉽게 여러 가지 선택 사항을 바꿀 수 있도록 업다운 형태의 선택메뉴가 하단에 나타난다. 이건 8세대 제품에는 없던 기능인데, 실제로 사용해 보니 꽤 유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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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출력단을 살펴 보자. PDP-5020FD는 모두 7개의 입력단을 가지고 있는데 배치가 썩 잘 되어 있다. Input 1은 S-Video/Composite Video, Input 2는 Component/Composite Video 입력단이다. 요즘은 HDMI가 대세이다. 따라서 S-Video/Composite/Component 입력단을 과감히 줄이고 그 위치도 손이 잘 안 닿는 뒷면 중앙 부분에 두었다. 한편 HDMI 입력단인 Input 4~6은 자주 착탈이 될 것을 대비해 손으로 뒤를 약간 더듬기만 해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사이드 쪽으로 몰아 놓았다. TV를 벽에 부착 했을 경우의 편리성을 감안한 것이다. 한편 Input 4~5 HDMI 입력단은 아날로그 오디오 입력 또한 지원하지만 아날로그 오디오 입력단은 HDMI 입력단과 분리해서 중앙에 또 따로 배치해 놓았다. DVI 출력단을 가진 소스 기기들은 DVI-HDMI 케이블을 이용할 경우, 영상만 HDMI 입력으로 보낼 수 있고, 오디오는 아날로그로 별도로 뽑아야 한다. 이런 경우 Input 4~5를 이용하면 된다. 그런데 쿠로의 디자인 설계자는 이런 경우가 많지 않다고 보았다. 이보다는 HDMI 단자 하나로 영상/음성 신호를 모두 처리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가장자리에 배치한 Input 4~6을 깔끔하게 만들기 위해 오디오 입력단을 별도로 중앙으로 뺀 듯 하다. 재치 있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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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 사이드에 Input 3/Input 7 입력단이 별도로 자리 잡고 있다. 이 입력단은 쓸모가 많다. Input 3은 컴퍼지트 영상 및 아날로그 음성 입력, Input 7은 HDMI only 입력 모드이다. 요즘은 캠코더, MP3, 게임기 등등 일시적으로 TV에 연결했다 해제하는 포터블 소스 기기가 많다. 이때 쓰면 된다. USB 포트도 같이 준비되어 있다. PDP-5020FD는 Home Media Gallery 기능을 새로 갖추었는데 이 USB 포트를 이용해 구현이 가능하다. 사실 앞으로 TV들이 '두께 경쟁'에 돌입하게 되면 대부분의 입력포트가 측면으로 이동할 소지가 크다. 또는 본체 하단에 배치되어 커넥터를 아래에서 위쪽으로 수직 방향으로 연결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벽에 걸거나 또는 바짝 붙일 경우, 기존의 백패널 입출력단자는 케이블 탈부착이 불편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케이블 커넥터 길이 때문에 벽에서 일정 간격 떼어 놓아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경우 문제는 '늘어지는 케이블'이다. 업체들이 앞으로 계속 디자인 경쟁, 두께 경쟁을 지속할 생각이라면 다음 번 화두는 '케이블 배선 정리 기술'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PDP-5020HD은 아날로그 좌우 음성 및 서브우퍼 출력 단자를 각 1계통씩 갖추고 있으며 Optical 광 출력단도 한 개 가지고 있다. Ethernet 단자 및 안테나 단자도 갖추고 있다. 안테나 단자는 한 개를 가지고 케이블 및 공중파 신호를 입력 받을 수 있으며 모드는 TV 안의 메뉴에서 선택하게 된다. 전체적으로 입출력단 설계는 아주 잘 한 편이다. 리모컨 설계는 신입사원이, 입출력단 설계는 백전노장이 한 모양이다.

PDP-5020FD는 미국형 모델이므로 ATSC 튜너를 내장 하고 있으며, 이는 국내 ATSC 방송과 호환이 된다. 더불어 9세대의 튜너는 디지털 채널까지도 지원한다. 리모컨의 DTV 버튼을 누를 때 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방송이 절환된다. 그런데 필자의 경우 검색된 디지털 튜너를 통해서는 HD급 영상을 접할 수 없었다. SD 영상을 업스케일링한 수준의 영상이다. 이에 대해서는 설명이 쉽지 않다. 시청 장소에 따른 특수성이 있기 때문이다.
 
설치 장소는 분당 지역 아파트인데, 지역 SO로 부터 유선 신호를 받아 공중파 및 아날로그/디지털 케이블 신호를 처리하고 있다. 그런데 지역 SO 사업자(아름방송, ABN)는 화질에 대한 개념이 별로 없는 곳으로 보여진다. 아직도 SD급 디지털을 고집하고 있고, 아날로그 케이블 시청자들에게는 SD급 디지털 케이블을 "고화질 고선명방송이니 빨리 전환하라"는 안내 자막을 화면 상단에-하단이 아니라 상단이다. 야구 경기를 볼 때에는 스코어 박스가 전혀 안 보인다-하루 10시간쯤 흘려 보내는 개념의 사업자다. 얼마 전에 아파트 공청 선을 어찌 손 보더니 공중파 재전송 디지털도 잘 안 잡히고, 같은 선을 쓰는 스카이 HD 채널도 SD급으로 나오고... 도무지 대책이 없다. 어쨌든 똑같은 회선인데 독립형 셋탑박스에서는 공중파 디지털 신호를 잘 잡아내고, TV 튜너는 잘 잡아내지 못한다. 아무튼 필자는 외장형 셋탑박스를 두 대 쓰고 있기 때문에 별 불편함은 없었다.

메뉴 및 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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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세대 모델은 메뉴 시스템을 완전히 바꾸었다. 메뉴 버튼을 누르면 옆 그림처럼 화면이 반으로 분할 되면서 좌측에는 메뉴, 오른쪽에는 영상이 나타난다. 영상 위에 메뉴가 오버랩 되는 일반 메뉴 시스템에 비해 영상이 간섭을 받지 않으니 좋은 점도 있다. 그런데 메뉴 트리가 좀 못마땅하다. 화면 설정을 한번 바꾸려면 1박2일 여행(?)을 해야한다.

PDP-5020FD에는 Home Media Gallery 기능이 새로 추가가 되었다. USB 또는 Network을 이용해 디지털 컨텐츠를 재생하는 기능이다. DLNA(Digital Living Network Aliance)를 지원한다. PC의 파일을 네트워크를 통해 재생할 수 있으며, 윈도 시스템의 경우는 WMP(Window Media Player), 맥킨토쉬는 Twonky Media 같은 DLNA Server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또한 USB를 통해 USB 메모리나 하드 디스크에 저장된 동영상, 음악파일, 이미지 파일 등을 재생할 수도 있다. 지원되는 파일 포맷은 WMV, MPEG-2 TS, MPEG-2 PS, MPEG-1, MPEG-4 AVC(영상), WMA9, MP3, WAV(LPCM), MPEG-4 AAC(음성)등이며 오디오 샘플링 레이트는 48kHz까지만 지원한다. 그림은 JPEG, PNG, GIF, TIFF, BMP 등을 3680x2760 사이즈까지 지원한다.(TIFF는 1600x1200) USB에 몇 가지를 넣고 Home Media Gallery 메뉴에 들어가 보았더니 좌측 그림처럼 폴더 및 파일명이 표시가 된다. 한글 폴더명은 표시하지 못했다. BBC One Session.mpg 파일을 하나 선택해 보았더니 아래 우측과 같은 영상이 재생 되었다. PSP용 MPEG-4 AVC 영상도 하나 재생해 보았는데, 해상도가 너무 떨어져 도저히 볼 수 없는 그림이 나왔다. HD급이 아니면 재생하지 않는 것이 시력에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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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선택 모드

메뉴 시스템이 '오버랩'에서 '분할' 방식으로 바뀌었지만, 화면 조정 시에는 아래처럼 '오버랩' 형으로 바뀐다. PDP-5020FD는 모두 7개의 AV 화면 모드를 가지고 있다. Optimum, Performance, Dynamic, Movie, Sport, Game, Standard 등인데 블루레이, HD 영화 등의 고화질 컨텐츠는 Movie 모드로 보면 되고, 화질 복잡하게 안 따지는 컨텐츠를 볼 때에는 Standard 또는 Optimum 등을 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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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timum
모드는 TV가 알아서 자동적으로 환경에 맞는 세팅을 해 준다는 "척척 모드"이다. PDP-5020FD는 방의 밝기를 측정하는 센서를 가지고 있다. 이 센서는 메뉴 상에서 On/Off 시킬 수 있다. 이 센서가 On 상태이어야 Optiomum 모드가 작동한다. TV는 입력되는 소스의 상태와 외광의 밝기를 측정해서 아래와 같은 분석 자료를 보여준다. 멋지지 않은가? TV가 알아서 다 조정한다니... 그러나 물론 이 말을 순진하게 믿을 분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냥 "뽀다구" 내보자는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영상이라는 것이 그렇게 쉽고 간단하게 분석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다른 모드에 비해 특별히 그림을 망치는 것도 아니니까 그냥 써도 무방하다. 단지 진짜로 Optimize 하지는 않다는 점만 주지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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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formance
모드 역시 밝은 조명이 있는 실내 환경에 알맞게 입력 소스를 분석해 적절한 영상을 만들어 준다는 개념으로 Optimum 모드의 사촌쯤 된다. Dynamic 모드는 컨트라스트와 샤프니쓰를 크게 높혀 눈에 확 띄게 만들어주는 모드이고, Sport, Game 모드들도 각자 이름에 맞게 설정되었다는 것인데 무슨 근거인지는 잘 모르겠다. 단, Game 모드는 다른 모드보다 밝기를 다소 낮추었다. 유저들은 영화를 볼 때에는 Movie 모드를, TV와 같은 다른 소스를 볼 때에는 Standard 모드를 선택하면 무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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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표는 각 화면 모드별로 100 IRE에서의 디폴트 색온도 값과 밝기(foot-lambert)를 측정한 자료이다. 다이내믹 모드는 10000K가 넘고 스포츠와 게임 모드는 9000K 정도이며, 스탠다드는 8400K이다. 한편 무비 모드의 디폴트 값은 6000K에 불과하다. 이 점은 나중에 2부 리뷰에서 다시 언급하게 될 것이다. 100 IRE Full Field White의 밝기를 보면 각 모드가 15 ft 대로 엇비슷하다. 다이내믹 모드가 특별히 밝지 않은 것이 눈에 띈다. 한편 게임 모드는 10.5 ft로 다른 모드의 2/3 수준이다.

화질 조정 기능

PDP-5020FD의 화질 조정 기능은 매우 단순하다. 앞의 그림에서 보듯이 Contrast, Brightness, Color, Tint, Sharpness의 지극히 평범한 화질 기능과 파이오니아 고유의 Pure Cinema 모드 정도가 전부다. 일반 TV라면 이 정도라도 충분하다. 그러나 파이오니아는 8세대 모델 PDP-5010 때만해도 이 보다는 더 다댱한 조정 메뉴가 있었다. 색온도를 다섯 가지 중 고르게 한다던가, 여러가지 NR 기능을 제공한다던가 하는... 그런데 이번에는 모두 다 제거해 버렸다. 앞서 보았듯이 PDP-5020FD는 색온도가 Movie 모드에서도 평균 6000K 정도로 다소 낮게 설정이 되어있다. 이걸 높일 방도가 없다. 정밀하게 게인/바이어스를 조정하는 기능은 엘리트 PRO 및 시그니처 모델에서나 적용이 된다. 색온도 프리셋 기능을 제공하지 않을거라면 최소한도 Movie 모드의 기본 디폴트 값이라도 6500K에 맞추어 주었으면 좋았을텐데 왜 6000K에 맞추었는지 모를 일이다.

Pure Cine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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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어 시네마
기능은 파이오니아 고유의 프로세서 기능으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잘 알려져 있듯이 파이오니아는 Native 72Hz 출력이다. 최근에는 프로젝터의 경우 48Hz, LCD TV의 경우 120Hz, 240Hz 등의 True Rate Frame이 보급 되었지만 예전에는 True Rate Frame이라고 하면 으레 72Hz를 생각했었다. 필름 소스는 24Hz가 원본이다. 24Hz의 배수인 48, 72, 96, 120, 240 Hz... 등은 원본 프레임을 2배, 3배, 4배, 5배, 10배... 식으로 고스란히 더블링 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중간의 2-3 풀 다운 프로세싱 과정에서 오는 저더(Judder)가 없다. 그래서 영상이 극장에서 보는 원본 필름과 똑같이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이어진다. 파이오니아 플라즈마 TV는 72Hz 트루레이트 프레임을 상당히 일찍부터 지원해 왔었다. 블루레이 디스크는 필름 소스의 경우 원본 그대로 24Hz로 저장이 된다. 따라서 블루레이 디스크를 쿠로로 시청하면 중간 과정의 인버스 텔레시네, 3-2 풀다운 과정 없이 프레임 수만 3배수가 되어 원본 그대로 재생이 된다. 블루레이는 대개 1080p 해상도이므로 업스케일링 과정도 역시 생략된다. 가장 완벽한 케이스이다.

[아래 부분부터는 원래 썼던 내용을 수정해서 2009년 4월 20일자로 다시 올린 것입니다. 내용이 바뀐 점 사과드립니다]
Pure Cinema의 Film Mode는 <Standard>, <Smooth>, <Advance> 그리고 <OFF>의 네 가지 모드가 있다. 이 모드들의 제조사측의 기술적인 설명이 부족한 탓에 그 동안 다소의 혼선이 있었다. 필자 또한 5010FD 리뷰 때 언급한 내용과 다음의 내용이 다소 차이가 있는데, 필자가 5010FD를 좀 더 꼼꼼히 살펴 보지 못한 탓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혼선의 과정은 다음에 다시 쓰게 될 쿠로 시그니처 KRP 모델에 대한 설명 때 자세히 언급하기도 하자.)

알기 쉽게 각 Pure Cinema 모드의 해상도 별, 프레임 레이트 별 작동여부를 표로 만들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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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스튜디오 녹화물 등 30프레임, 60Hz의 방송용 카메라으로 제작된 소스를 통칭 비디오 소스라고 부른다. 한편 35mm 카메라를 이용해 촬영하여 기본 프레임이 24Hz로 된 소스를 통칭 필름 소스라고 부른다. TV는 기본 출력이 60Hz이다. 비록 출력은 60Hz이지만 TV에서 방송되는 소스는 비디오 소스도 있고, '주말의 명화'처럼 필름 소스도 있다. 영화 전문 케이블 채널의 경우는 내보내는 소스의 대부분이 필름 소스이다. 원래 24Hz 였던 소스를 60Hz로 변환시켜 내보내게 된다. 이를 3:2 풀다운이라 하며, 이 과정에서 앞에서 설명했던 저더(Judder)라고 하는, 화면을 부자연스럽게 만드는 프레임이 슬며시 끼어들게 되지만, 보통 사람은 잘 눈치 채지 못한다.

퓨어 시네마의 작동 원칙을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게 된다.

(1) 모든 비디오 소스에는 "Pure Cinema" 가 작동하지 않는다. 전부 그대로 어떤 모드에서든 60Hz로 출력될 뿐이다.
(2) 1080p/60Hz에서는 "Pure Cinema" 가 작동하지 않는다. 필름 소스라 하더라도 그렇다.
(3) 1080p/24Hz는 "Advance"와 "Standard" 모두 3:3 72Hz 프로세싱을 한다.
(4) "Advance"는 Interlace와 Progressive를 가리지 않지만, "Standard"는 Interlace에서만 작동이 된다.

Pure Cinema 모드 <OFF>는 아무런 프로세싱 작동도 하지 않고, 무조건 모든 소스를 60Hz로 강제 출력 시킨다. 들어 오는 소스가 필름 소스이냐, 비디오 소스이냐에 관계 없이 무조건 60Hz 출력이다.

<Smooth> 모드는 일종의 보간 모드로 프레임과 프레임 사이의 영상을 추정해서 만들어 넣는 것으로 세칭 "미끄덩" 모드라고 평론가들이 비아냥 거리는 모드이다. 얼핏 보면 영화도 방송 드라마처럼 미끄덩하게 나와 좋아 보이지만, 기실은 작위적인 영상이요, 움직이는 물체와 정지된 배경 사이의 경계선 부분에 커다란 크로스 아티팩트를 형성하기 때문에 전혀 권장하지 않는 모드이다. 한 동안 이 "미끄덩 모드"를 각 사들이 엄청 광고했었지만, 실제 쓸모가 없는 기능이다. 그래도 쿠로의 <Smooth> 모드는 다른 제품들에 비해서는 그 부자연스러움이 덜한 편이다. 그래도 역시 쓸 게 못된다.

핵심은 <Standard>와 <Advance> 모드이다. 이들 모드는 다음과 같이 몇 가지 필터링 과정을 거친다.

 (1) 우선 들어오는 입력 소스가 60Hz인지, 24Hz인지를 일단 파악한다. 그래서 24Hz이면-이 경우는 브룰레이 밖에는 해당사항이 없다- 별도의 프로세싱 없이 그대로 3배를 곱하는 3:3 풀다운을 해서 72Hz로 내보낸다. 가장 이상적(理想的)인 형태이다. (<Standard>가 1080p/24Hz 소스에서는 72Hz 출력을 한다는 것은 필자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2) 만일 들어오는 입력 소스가 60Hz이면, 그 다음 걸러내는 파트는 입력이 interlace인가, progressive 인가이다. interlace 입력이면 둘 다 작동하지만 progressive 입력이면 <Standard>는 작동하지 않고 그냥 들어온 그대로 60Hz로 내보낸다. 입력 소스가 필름일 경우는 제대로 된 true processing이 아니라, 그냥 대충 곱배기로 튕겨 버리는 뻥튀기 프로세싱이 된다. 따라서 입력이 progressive일 때는 <Standard>는 선택하면 안 된다.
 (3) 마지막으로 이 두 모드는 들어오는 60Hz 입력 소스가 필름 소스인지 비디오 소스인지 판단한다. 그래서 비디오 소스면 역시 아무런 작업도 하지 않는다. 필름 소스이면 그제가서 프로세서가 작동한다. 필름 소스를 디텍션해서 24프레임으로 원본 상태로 복원시킨 뒤 1080p로 I/P 변환을 하되, <Standard>는 다시 3:2 풀다운을 거쳐 60Hz로 출력을 시키고, <Advance>는 3:3 풀다운을 통해 72Hz로 트루 프레임 레이트 출력을 하게 된다. 당연히 후자가 더 이상적이다.

아래는 1080i/60Hz의 Film Source 영상에 대한 프로세싱 테스트 무빙 패턴이다. 패턴이 움직일 때마다 중앙부분 고대역 부분이 심하게 흔들리고 떨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가운데 노란색 띠가 보이는 부분) 이는 1080i/60Hz 영상을 인버스 텔레시네를 통해 24Hz로 풀어 내지 않고, 그대로 1080p/60Hz로 강제 출력(bobbing)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름 소스에서는 <OFF>를 쓰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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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처럼 <Standard> 모드를 쓰게 되면 60Hz 필름 소스를 인버스 텔레시네 한 뒤 I/P 변환해서 다시 3-2 풀다운이 된 60Hz로 출력 한다. 아까 보였던 무빙 시의 아티팩트는 말끔히 사라진다. 하지만 이 모드는 3-2 풀다운을 하기 때문에 저더(Judder)는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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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Advance> 모드이다. 이 모드는 <Standard>와 똑 같이 60Hz 소스를 인버스 텔레시네 하나, 3-2 풀다운을 하지 않고 곧바로 3 배수를 해서 72Hz로 출력한다. 따라서 저더가 전혀 없는 자연스러운 영상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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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프로세싱 용어가 익숙하지 않은 분들에게는 뭐가 뭔지 헷갈리기만 하실 것이다. 사실 설명은 복잡하게 했지만 결론은 아주 간단하다. <Advance>모드만 쓰면 된다. 이게 만병 통치약이다.

<Advance>
모드는 ⓐ 비디오 입력 신호가 들어오면 그냥 패쓰 스루 시켜 그대로 60Hz로 내보낸다. ⓑ 그리고 필름 소스가 들어오면 알아서 디텍션해서 24 프레임으로 풀어낸 후 3배수를 해서 72Hz로 내 보내기 때문에 저더가 없는 아주 좋은 영상을 보여준다. 24프레임 무비 카메라의 렌즈를 통해서 확인 작업을 해 보았다. 똑같은 1080p/60Hz의 방송 소스인데 일반 스튜디오 녹화물이 보여질 때는 <Advance> 모드가 작동하지 않다가, 방송 내용이 영화 프로그램으로 바뀌자 약 5~10초 쯤 뒤에 <Advance> 모드가 작동하면서 72Hz 출력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참, 신통한 재주이다. 물론 실시간 방송 필름 소스의 경우는 DVD, D-VHS 처럼 디텍션을 위한 플래그가 들어있지 않아 디텍션이 완벽하지는 않다. 몇 분에 한 번씩 놓치게 되면 다시 60Hz로 절환이 되었다가 다시 5~10초 뒤 72Hz로 바뀐다. DVD나 D-VHS 일 경우는 완벽하게 작동한다. ⓒ 마지막으로 1080p/24Hz 블루레이가 들어와도 완벽하게 잘 작동이 된다. (필자는 이전까지만 해도 Advance 모드는 비디오 소스도 72Hz로 출력 시켜 주는 줄 잘 못알고 있었다.)

그런데 <Advance> 모드에도 한 가지 딜레마가 있다. 바로 DVD의 1080p 출력문제다. 쿠로는 1080p/60Hz의 경우 밴드폭이 너무 커서 프로세싱 작업을 할 경우, 화질에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해 아예 1080p/60Hz는 퓨어 시네마가 작동하지 않도록 만들어 버렸다. 필름 소스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런데 많은 DVDP들이 1080p로 출력을 한다. 이 경우 쿠로는 퓨어 시네마가 작동하지 않아, 무조건 받은 그대로 내보낸다. 즉 72Hz의 트루 레이트 출력의 혜택을 볼 수 없고, 따라서 저더도 그대로 존재한다.

만일 DVDP가 720p/480p/480i로 출력할 경우에는 쿠로의 <Advance> 퓨어시네마 모드가 작동해서 72Hz 출력이 된다. 따라서 Judder Free의 TrueRate 만 생각하면 DVDP의 출력을 720p나 480p로 하는 것이 좋다.(1080i 출력은 권장하지 않는다.) 그런데 DVDP에 따라서는 480p/720p 보다 1080p가 다른 부분에서 화질에 더 장점이 있을 수 있다. 480p/720p의 경우는 DVDP가 한번 프로세싱 한 것을, 쿠로가 다시 한번 더 프로세싱 하는 "더블 프로세싱" 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사실 아티팩트가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DVD의 경우는 사용자가 직접 선택을 해야 한다. DVDP의 출력 모드를 480p/720p/1080p에 각각 놓고 쿠로에 비춰진 그림을 비교한 뒤 ① 1080p 영상이 확실히 더 좋으면 굳이 Judder에 연연할 필요 없이 그냥 1080p로 출력하면 되고, ③ 엇 비슷한 수준이면 <Advance>가 작동할 수 있는 480i/480p/720p 안에서 알맞은 출력 해상도를 선택하면 된다.
[2009년 4월 20일자 수정된 파트는 여기까지입니다]

Pure Cinema에는 위의 Film Mode 외에 Text Optimization 이라는 기능이 있다. 이 기능이 어떤 이치로 작동하는 것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화면 하단 부분에만 어떤 윤곽보정 회로를 가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잘 이해가 안 간다. 아무튼 이 기능은 아래 사진처럼 화면 하단에 자막이 흘러갈 때 생기는 Dot Crawl을 단번에 없애주는 신기한 성능을 보여 주기는 한다. 그런데 테스트 해 본 결과 다른 모드에서는 효과가 없고, 60Hz 소스를 인버스 텔레시네하는 Advance 모드에서만 작동이 되었다. 짐작컨대 디텍션 아티팩트와 관련된 듯 하다. 평상 시에는 꺼 놓고, Advance 모드 작동 시에만 상황에 따라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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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전력 및 절전 모드

플라즈마는 항상 소비 전력에 민감하다. 스펙에 적혀 있는 PDP-5020의 최대 소비 전력은 436W, 대기시 소비전력은 0.2W이다. 실측 결과도 비슷했다. PDP-5020FD는 미국 모델이라 전압이 120V이다. 따라서 220V→120V 다운트랜스가 중간에 끼게 된다. 따라서 아래의 측정기에 나타난 소비 전력 수치들은 모두 일률적으로 8.3W(다운트랜스의 기본 소비전력)를 빼고 계산해야 한다. 아래 사진들은 대기시 소비전력이다. 블랙 필드 시 소비전력, 100 IRE 1/9 윈도 패턴 시의 소비전력 측정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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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 시 소비전력은 다운트랜스의 기본 소비전력과 동일한 8.3W이다. 즉 대기 전력은 거의 잡히지 않는 뜻이다. 한편 블랙 필드 소비전력은 74.8W가 나왔다. 실제는 64W 쯤 되는 셈이다. 그리고 100 IRE 1/9 윈도 패턴 시 소비전력은 296.2W, 실제 상으로 288W가 나왔다. 최근 이종식님이 리뷰한 바 있는 삼성의 LED 광원 LCD TV인 B7000의 소비전력을 한번 측정해 보았다. 블랙 필드에서 55W, 100 IRE 1/9 윈도 패턴에서 91W가 측정 되었다. 실제로 TV 영상을 띄워 놓고 약 5분 간의 전력 변화를 체크해 보았다. PDP-5020FD의 실 소비전력은 235W~424W 사이에서 움직였으며 평균 값은 370W였다. (한편 삼성 B7000의 경우는 동일한 영상을 기준으로  55W~95W 사이에서 변동이 있었고 평균 값은 85W였다. LED 광원 LCD TV의 소비전력이 확실히 CCFL 방식보다는 많이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쿠로는 두 가지의 절전모드를 가지고 있다. Power Control 메뉴에 가면 <Mode 1><Mode 2> 두 가지 선택모드가 있다. 아래 사진은 동일한 패턴을 띄우고 절전모드를 <OFF><Mode 1><Mode 2> 바꿔가며 소비전력을 측정한 값이다. <OFF> 일 때 328.4W, <Mode 1>에서 311.4W, <Mode 2>에서 304.0W가 측정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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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OFF> 떄의 소비전력을 100%이라고 본다면 <Mode 1>은 95%, <Mode 2>는 92% 수준이다. 그렇게 에너지 세이브 효과가 큰 편은 아니다. <Mode 1>, <Mode 2><OFF>에 비해 최대 밝기가 약 70% 수준이다. 그런데 최대 밝기만 주는 것은 아니고, 블랙의 밝기도 그만큼 줄어든다. 따라서 전체적인 명암비는 <OFF>가 다소 높기는 하나 <Mode 2>도 충분한 수준으로 사실 별반 차이가 없다. 감마가 틀어지거나 영상에 왜곡이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Mode 2>를 사용해도 별 문제 없다. (<Mode 1>보다는 <Mode 2>가 더 명암비가 높다.) 하지만 위에서 살펴 보았듯 <Mode 2>의 절전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다. 또 쿠로는 블랙이 이미 내려갈 만큼 내려가 있기 때문에 굳이 블랙을 더 낮추자고 <Mode 2>를 선택 할 필요도 없다. (블랙과 감마를 비롯한 화질에 대한 사항은 리뷰 2부에서 좀 더 자세히 살펴 보기로 하자.)
 
필자는 <Mode 2> 사용도 괜찮다고 본다. LCD TV는 더 끔찍한 형편이지만, 필자는 PDP도 최대 밝기가 사실 좀 과다 하다고 본다. 일반적인 TV 방송을 볼 때에는 관계 없다. 밝은 환경에서 스포츠 중계를 볼 때에는 필자도 스탠다드나 다이내믹 모드로 본다. 그러나 쿠로 같은 TV의 진 면목을 즐기기 위해서는 역시 고화질의 블루레이 컨텐츠를 방을 어둡게 하고 보는 것이 제 격이다. 이 상황에서는 오히려 절전모드 <OFF> 모다 <Mode 2>가 밝기도 적절하고 더 편안한 느낌을 준다. 따라서 <Mode 2>도 무방하다.

그런데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절전 모드는 미세한 전기 노이즈를 발생 시킨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영상에서는 차이를 못 느끼지만 아주 정세한 라인들이 교차하는 부분에서 지글거리는 전기 노이즈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 노이즈는 심할 경우 크로스 컬러 노이즈까지 유발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전기 노이즈는 어떤 가정은 <Mode 2>에서, 어떤 가정은 <Mode 1>에서 그리고 어떤 가정은 오히려 <Off> 상태에서 더 심하기도 하고 뒤죽박죽이다. (대개는 <OFF>가 가장 안정적이기는 하다) 정보량이 아주 많은 화면-사람이 가득 들어찬 경기장 관중석을 롱 샷으로 잡을 때 관객이 입은 줄무늬 의상 같은-을 정지 시켜 놓은 뒤, 모드를 바꿔 가며 자잘한 노이즈가 어떻게 변화 하는지 살펴 보신 뒤 적절한 모드를 선택하시면 되겠다. 물론 기본은 역시 <OFF>이다.

오버스캔 및 오비팅(Orbi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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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세대 쿠로도 그랬지만 9세대 쿠로 또한 <Dot by Dot> 화면 모드를 오로지 리모컨에서만 선택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메뉴에서는 선택이 안 된다. Dot by Dot 모드로 놓아야 오버스캔 없이 1920x1080 픽셀을 1:1 매칭 시켜 Full로 다 쓰게 된다. Full, Wide, Zoom 등 여러 다른 모드는 모두 오버스캔을 하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의 Full HD가 아니다. 왼쪽 사진은 Dot by Dot 상태에서의 JKP 오버스캔 테스트 패턴 스크린 샷이다. TV 화면 오른쪽 끝에 보일랄말락 흰색 수직 라인이 비친다.(사진을 클릭하면 좀 더 큰 화면으로 보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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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흰색 라인은 0% 블랭킹 포인트를 가리키는 것으로 이 라인이 보이면 화면 정보가 100% 다 나오는 것이다. 한편 오른쪽 사진은 Full 모드에서의 같은 패턴 스크린 샷으로 TV 화면 오른쪽 끝이 1.5% 지점에서 짤린 것을 볼 수 있다. 한쪽이 1.5%이니 양쪽 합치면 3% 오버스캔이 된 셈이다. 즉, Full 모드에서는 207만개의 원본 소스 정보 중 195만개만 취해서 억지로 1920x1080 화면에 늘려 맞춘 셈이 된다. 따라서 화면 모드는 Dot by Dot로 놓는 것이 원칙이다. (이 화면 모드는 입력을 바꿀 때마다 지 멋대로 자주 바뀐다. 따라서 입력을 바꿀 때마다 항상 습관적으로 화면 모드가 Dot by Dot 인지 체크해야 한다.)

아래 사진은 JKP 픽셀 매칭 패턴이다. 왼쪽은 Dot by Dot, 오른쪽은 Full 모드일 때이다. 왼쪽 사진에서는 1080p 픽셀바가 곱게 매칭이 되어 나타나고 있지만, 오른쪽 사진에서는 가로 밴드와 스팟이 생긴 것을 볼 수 있다. 오버스캔 때문에 이웃한 픽셀들이 서로 뭉쳐 버리기 때문에 그렇다. 일반적으로 보는 영상에서는 별 차이 없을 것이라고 지레 짐작해서는 안 된다. 인간의 감각 능력은 지각 능력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다. 순간 순간 지각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감각 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1:1 픽셀 매칭이 된 영상이 더 정세하고 자연스럽다는 것은 화질에 민감하지 않은 일반인이라도 장시간 시청 하다보면 부지(不知) 중에 느낌으로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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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세대 쿠로는 8세대와 동일한 오비트 모드를 제공하고 있다. <OFF>Orbit를 하지 않는 것이고, <Mode 1>오버스캔이 된 상태에서의 Orbiting이다. 그리고 <Mode 2>오버스캔이 전혀 없는 <Dot by Dot> 모드에서의 Orbiting이다. 따라서 <Mode 2>+<Dot by Dot>을 선택하게 되면 화면이 움직이면서 가장자리 쪽 일부가 아예 까맣게 되면서 정보가 안 나오게 된다. 이 것은 정상이다. 100% Full Scan 상태에서 오비팅을 하자면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플라즈마는 원래 번인을 신경 써야 하거니와, 쿠로는 특히 다른 PDP 보다도 더 민감한 편이다. 블루레이로 영화를 볼 때에는 별 문제 없다. 오비팅 기능을 꺼도 된다. 영상이 계속 바뀌기 때문이다. 번인이 가장 걱정되는 화면은 "홈 쇼핑" 채널처럼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도 위치를 바꾸지 않고 제자리에 박혀 있는 문자들이 많은 화면이다. 국내 방송 화면, 특히 케이블 채널의 경우는 끔찍하다. 24시간 내내 한쪽 귀퉁이에는 채널명이, 다른쪽 귀퉁이에는 프로그램 명이 선명하게 박혀 있다. 스코어 박스가 표시되는 스포츠 중계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경우에는 반드시 오비팅 모드를 선택해 주어야 한다. Dot by Dot 화면 모드라면 이때에는 Mode 2의 오비트 기능을 실행해 주어야 한다.

8세대 쿠로 리뷰 때에도 말씀 드렸지만 화면에 자국이 남는다고 해서 모두 Burn-In 이 된 것은 아니다. 가끔 이런 것 때문에 깜짝 놀라서 당황하는 분들을 뵙게 되는데 전혀 당황하실 필요 없다. 화면에 자국이 남지만 잠시 시간이 지나면 곧 사라지는 일시적인 번인 현상을 Image Retention이라고 한다. 쿠로는 Image Retention이 꽤 심한 편이다. Below Black 처럼 어두운 레벨에서도 이미지 리텐션이 일어난다. 하지만 이 이미지 리텐션은 일시적인 것이라 다른 영상이 그 부분에 포개지면 잠시 후 금방 사라진다. 좀 심하다 싶을 경우에는 옵션 메뉴에 있는 "Pattern" 항목을 찾아 돌리면 된다. 리텐션을 제거해 주는 "패턴"으로 이 패턴을 20분쯤 작동시키면 화면에 존재하던 자잘한 리텐션은 모두 제거된다. 이 패턴은 실행을 마치려면 반드시 TV를 꺼야 한다. 그래서 TV를 곱게 다루시는 분들은 시청을 마치면 마지막으로 이 패턴을 돌린 후 끄는 습관을 갖고 계시기도 하다.

오디오

18W+18W (1kHz, 10%, 6옴 기준)의 쿠로 스피커는 성능이 썩 괜찮은 편이다. 스피커는 아랫쪽에 부착된다.  (엘리트 모델은 좌우에 붙인다.) 요즘은 디자인 경쟁 때문에 TV 스피커는 천대받는 추세이다. 그런 가운데 쿠로는 오디오 성능에 꽤 신경 쓴 흔적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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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세대 쿠로에서는 여러가지 사운드 이펙트 기능이 추가 되었다. SRS Focus는 스피커와 시청자의 귀 위치가 잘 안 맞아 보이스가 잘 안 들릴 때 소리의 수직 투사 방향에 변화를 주어 포커싱 위치 보정을 해 주는 기능이다. SRS TruBass는 명칭 그대로 저역대를 보강하는 기능이고, SRS Definition은 중역대의 음질을 더 개선 시킨다고 하는데, 효과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TruBassFocus는 효과가 꽤 그럼직하다. 9세대 쿠로에는 디지털 광 출력 단자가 한 개 있다. 광 출력 포맷은 PCM과 Dolby Digital 두 가지 중 하나로 선택할 수 있다. 전자라면 입력되는 신호를 모두 PCM(2채널)으로 바꾸어 출력 시키고, 후자라면 돌비 신호가 들어오면 돌비 디지털로, 다른 신호가 들어오면 PCM으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

이제 2부에서는 9세대 쿠로의 블랙, 컬러, 계조, 감마 등 세부적인 화질에 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다루어 보기로 하자.

Posted by hifinet
2009. 3. 18.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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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 Levinson
Nº 53
Dual Monaural Power Amplifier
- Posted by 최 원 태


스위칭 앰프의 문제점과 마크 레빈슨의 IPT 기술

스위칭 앰프는 출력단에서 쉴새없이 켜고 끄는 스위칭 작업을 계속한다. 따라서 '스위칭 노이즈'(Switching Noise)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대개의 스위칭 앰프들은 이 스위칭 노이즈를 줄이기 위해 가청(可聽) 오디오 대역(20Hz~20kHz) 보다 위 쪽에(약 100kHz) filter를 두어 노이즈를 걸러낸다. 그런데 이때 필터의 위치가 가청 오디오 대역에 가까이 근접해 있으면 위상 관계에 역효과를 주어 주파수 응답성이 떨어지고 이미징이 스무스 해지기 쉽다.

HSG의 IPT 기술은 스위칭 주파수를 100kHz 보다도 훨씬 더 멀치감치 높힌 500kHz~2MHz 대역으로 밀어 내었다. 이 정도 대역이면 스위칭 노이즈나 그 노이즈에 수반 되는 배음 구조 등이 오디오 신호에 영향을 미칠 만한 범위를 넘어서게 된다. 이 대역에서 필터를 사용해 노이즈를 제거하면 필터링 과정도 단순 해지고, 이미징이 뭉개지거나 주파수 응답성에 영향을 주는 일도 거의 없다. 원래 IPT 기술은 스위칭 앰프의 "데드 밴드"(Dead Band) 문제를 해결하려고 고완된 것인데, 결과적으로 스위칭 노이즈를 처리하는 복합적인 기술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런데 '데드 밴드'는 왜 발생할까? Class D 증폭 방식의 도해(圖解)를 다시 살펴 보자. S₁이 On+을  S₂가 On-를 맡는다. 그런데 이렇게 두 개의 스위치가 사용되면 Class B 앰프에서처럼 크로싱 지점에서 문제가 생긴다. 오디오 웨이브 폼이 Positive 증폭에서 Negative 증폭으로 넘어 가거나 또는 반대로 Negative 증폭에서 Positive 증폭으로 막 넘어가는 그 교차 포인트에서, Positive와 Negative가, 아주 찰나지만 잠깐 동안 동시에 꺼지는 포인트가 발생한다. 왜 그럴까? 만에 하나  S₁, S₂두 스위치가 잠깐 동안이라도 동시에 켜져(On) 있는 상태가 되면 전류가  S₁과 S₂를 관통하여 흐르게 되어 기기에 무리를 주게 된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On과 Off가 아주 딱 부러지게 칼 같이 동시에 이루어 지는 것인데 제 아무리 기가 막힌 재주를 지닌 출력단이라고 해도 아주 조금의 gap도 없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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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어쩔 수 없이 시그널 갭(Signal Gap)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즉, 어떤 신호도 들어 있지 않은 Zero Crossing Point가 생기는데 이를 흔히 데드밴드(Dead Band)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시그널 갭은 가끔 발생 하는 것이 아니다. 20kHz 오디오 시그널을 예로 들면 초당 약 4만번 발생한다. 단지 워낙 '찰라의 순간'이기 때문에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것 뿐이다. 데드 밴드는 음질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데드밴드를 줄이기 위해 Transition을 빠르게 가져 가려다가 혹시라도 Voltage가 중복 되면 기기에 무리가 간다. 결국 '음질''기기의 안정성', 이 두 가지 사이에서 딜레마를 겪게 되는 것이다.


IPT (1) - BiTec

하만은 BiTec 이라 이름 붙인 기술을 통해 위 딜레마를 이렇게 해결한다.  PWM 신호를 하나 더 만드는 것이다.  즉 두 개의 스테이지를 만들어 연결 배치 시키되, 이 두 스테이지의 PWM 신호는 서로 위상(Phase)이 반대이다. 아래 그림을 보자. 왼쪽 그림은 Negative Conduction 일 때의 흐름이고, 오른쪽 그림은 왼쪽 그림과 역 위상 PWM 데이터를 가진 Positive Conduction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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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이 두 Conduction을 동시에 구동하면 아래 그림과 같이 "데드밴드"가 없이 Class A 방식처럼 매끄럽게 구동이 될 수 있다. 역위상의 PWM 신호를 가진 반대되는 스위치가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동시에 on이 되므로 기기에 어떤 무리도 주지 않고 근본적으로 시그널 갭을 없앨 수 있다. 이때 그림에 보이는 필터들은 단락 사고가 생기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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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밴드가 사라지면 신호가 연속성을 갖게 되어 왜율(THD)이 낮아지고 음질이 개선된다. 또한 BiTec 기술은 일반적인 Class D 앰프와 달리 글로벌 피드백(Global Feedback)을 사용한다. 스테이지 단위의 로컬 피드백이 아닌 출력단에서 입력단까지 거슬러 가는 글로벌 피드백은 로컬 피드백보다 댐핑 팩터와 주파수 응답 성능에서 잇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IPT (2) - Interleaving

Nº 53은 네 개의 IPT 앰프단를 가지고 있다. 이 네 개의 IPT 증폭 스테이지들은 서로 인터리빙되어 연계되면서 PWM 변조 샘플링 주파수를 2MHz까지 크게 높이게 된다. 이렇게 하면 소리를 뭉개는 원인이 되는 '과도한 필터링'을 막을 수 있어, 더 순도 높은 신호를 유지하게 된다. 또 여러 출력 소자들이 동일한 스위칭 주파수에서 작동이 되기 때문에 스위칭 스트레스도 줄일 수 있다. 결과적으로 다이내믹 레인지가 넓어지고 보다 더 크고 꺠끗한 파워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인터리빙 기술을 설명하기에 앞서 미리 밝혀 두어야 할 것이 있다. 하만의 기술적 자료들을 검토해 보면 그들의 새로운 "스위칭 앰프 기술"은 일단 이론적으로는 매우 유효하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실제 이 기술이 '최종 결과물로서의 사운드'에 얼마나 어떤 방향으로 영향을 끼치는지는, 현재로서는 검증 할 도리가 없다. 유사한 기술이 적용된 제품이라도 많다면, 공통적인 음향적 특성을 통해 이론적인 기술과의 관계를 귀납적으로 추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그럴 형편도 아니다. 오로지 리스닝을 통해 제시된 이론이 진짜로 가시적인 설득력을 갖는지 짐작만 할 뿐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단지 '짐작'일 뿐이다.

필자는 Nº 53에 대한 아무런 기술적 지식을 습득하지 않은 상황에 곧바로 시스템에 연결하여 장시간 리스닝을 했었다. 그때의 첫 인상에 대해 잠시 언급하기로 하자. 첫째, 필자는 Nº 53이 왜소한(?) 체구에도 불구하고 대단히 강하고 큰 파워와 깊숙하고 단단한 저역의 능력을 보여 주는 것에 놀랐다. 체구는 Nº 33H보다도 작은데 파워와 다이내믹 레인지는 Nº 33을 월등히 능가하고 있었다. 이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동일한 순 A급 증폭 방식을 사용했다면 이 부분은 도저히 설명이 안 될 것이다.

필자가 Nº 53의 첫 인상에서 느낀 또 다른 강렬함 중 하나는 응답이 매우 빠르다는 것이다. 정교하면서도 스피디하고 탄력성이 돋보이는 사운드이다. 가격 때문에 언감생심 꿈도 꾸기 어렵겠지만 만일 Nº 53 같은 앰프를 여러 대 묶어 멀티채널로 사용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AV 사운드는 밀도감이나, 빠른 응답성을 이용한 이동감이 매우 중요한데 그런 점에서 Nº 53의 멀티 채널 사운드는 장관음(壯觀音)을 이룰 것 같아 보인다. 더불어 소리가 아주 깔끔하고 잡티 없이 정숙하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Nº 53의 음질적 특징들이 과연 그들의 주장처럼 IPT 기술에서 유래한 것인지 아닌지는 알 수가 없다. 어느 정도까지를 일반적인 Class D 앰프의 특성으로 보아야 하고 어느 정도 이상은 IPT 고유의 기술에서 유래된 현상인지 가늠할 기준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단 현재로서는 HSG이 설명하는 IPT 기술을 이해해서 옮기는 단계에 머무를 수 밖에 없음을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

IPT의 인터리빙(Interleaving)이란 여러 개의 IPT 스테이지를 연계 시켜서 유효 스위칭 주파수를 높이는 기술이다. 앞서 설명 했듯이 각 스테이지의 스위치들은 서로 반대의 위상을 담당한다. 실효 스위칭 주파수는 이 위상의 차(差)로 인해 높아지게 된다. (아래 그림 참조) 역 위상의 두 개의 스테이지가 연계되어 한 개의 IPT 스테이지를 이룬다(N=2), 그리고 IPT 스테이지 두 개가 인터리빙 되고(N=4), 다시 인터리빙 된 두 개의 IPT 스테이지들이 또 서로 인터리빙되어, 결과적으로 네 개의 IPT가 모두 인터리빙 되는(N=8) 상태에 이르게 된다. 이렇게 되면서 실효 스위칭 주파수는 배수 단위로 계속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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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효 스위칭 주파수가 높아지면 1) 출력 리플 노이즈가 감소되어 전체적인 노이즈가 레벨이 낮아지며 2) 출력 필터의 사이즈를 줄일 수 있고, 또 복잡하게 만들지 않아도 된다. 3) 더불어 과도한 출력 필터링으로 인해 신호가 손상되는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4) 또한 PWM 변조 샘플링 해상도가 높아지게 되는데, 이를 HSG는 DAC에서 오버 샘플링이 높아지는 것에 비견하는 음질 상승 효과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이 부분은 필자의 지식이 짧은 탓인지 쉬 공감이 안 간다. 오버샘플링이 곧 '고음질'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48kHz→96kHz의 DD 오버샘플링이 시도 된다면 두 곱절로 세분화된 디테일 레벨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더 정확하고, 정세한 데이터 재배치 작업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때 적용되는 알고리듬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PWM 모듈레이션의 샘플링 해상도가 높아 지는 것도 그런 과정을 거친다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단순히 Upscaling이 되었다는 것만으로 해상도나 음장의 형성 등에 도움이 된다는 것인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아래 그림군(群)들은 유효 스위칭 주파수가 변화함에 따른 Waveform 과 Spectrum 그래프들이다. (※ 아래 그림들은 마크 레빈슨 측의 측정 자료이므로 기술적인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일 뿐, 공적인 자료가 아님을 밝혀둔다.)

먼저 출력 웨이브 폼 그림을 살펴보자. 상단 좌측 그림은 일반적인 Class D 앰프의 Waveform(N=1)이다. 이 때의 실효 주파수는 100kHz 정도가 된다. 그 옆으로 상단 우측 그림은 Nº 53의 IPT 스테이지 한 개(N=2)에서 나타나는 Waveform 이며, 하단 좌측 그림은 두 개의 IPT 스테이지가 인터리빙된 상태(N=4), 하단 우측 그림은 네 개의 IPT 스테이지가 인터리빙(N=8) 상태의 Waveform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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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1 상태에서는 스위칭 신호의 증폭이 +Vcc에서 -Vcc까지 모두 걸쳐 있으며, 실효 스위칭 주파수는 100kHz 정도가 된다. 그러나 N=2, N=4, N=8 식으로 IPT 기술이 적용되면서 스위칭 시그널 증폭은 1/2, 1/4, 1/8 증폭을 하게 되며, 실효 스위칭 주파수도 200kHz, 400kHz, 800kHz 대역으로 점점 높아지게 된다.

아래는 같은 경우의 스펙트럼 그래프이다. 역시 상단 좌측 그림이 일반적인 Class D 앰프의 Spectrum(N=1)이며, 그 옆의 상단 우측 그림은 1개의 IPT 멀티 스테이지(N=2), 하단 좌측 그림은 2개의 IPT 멀티 스테이지(N=4), 하단 우측 그림은 4개의 IPT 멀티 스테이지(N=8)가 적용된 예에서의 Spectrum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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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1에서는 스펙트럼 맨 왼쪽에 100kHz 스위칭 주파수 밴드가 보인다. 그리고 주변의 사이드 밴드들이 보이는데, 그 중에는 스위칭 주파수의 홀수 배음구조(300, 500, 700kHz...) 밴드들도 보여진다. N=2 스펙트럼으로 옮겨가면 100kHz 대역이 깨끗해졌고, 전에 보이던 홀수 배음구조 대역의 PWM 밴드도 사라진 것을 볼 수 있다. N=4로 가면 오로지 4배수 스위칭 주파수(400, 800, 12000kHz...)에 대한 사이드 밴드들만 남는다. 그리고 N=8에서는 오로지 스위칭 주파수의 8배 지점의 사이드 밴드만 남는다. 이렇게 되면 출력 필터링 작업이 매우 단순해지고 쉬워진다. 달리 말하면 신호가 출력 필터에 도착하기 이전에 이미 자체적으로 필터링이 행해진 셈이 된다.

마크 레빈슨이 '순 A급'을 지켜왔던 그들의 오랜 신조를 버리고, 전격적으로 'D급'으로 선회 했을 때에는 용기도 필요했을 것이고, 나름 그만한 자신(自信)도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자신(自信)의 근거가 바로 IPT 인터리빙 및 Bi-Tec 기술이다. 이들을 통해 "스위칭 노이즈"와 "데드 밴드" 문제만 해결한다면, 당연히 고효율 대출력이 가능한 Class D 방식이 향후의 대세(大勢)요, 대안(代案)이 될 것이라고 마크 레빈슨은 내다보고 있는 것이다.


착색에 유혹되지 않는 사운드

Nº 53의 사운드를 단어로 표현 하라고 하면, 아마도 다음의 단문(短文)들이 열거 될 수 있겠다.

"강하다", "깊다", "단단하다", "힘이 넘친다", "밀도감이 좋다", "두텁다", "탄력적이다"... 등등
 
독자들은 이런 추상적인 문구들의 조합을 통해 대략 Nº 53의 소리 경향을 짐작 하실 수 있을 것이다. 열거된 단어의 성향에서 보듯 Nº 53의 사운드는 매우 '남성적'이다. 베이스는 깊고 단단하며, 중고역은 또렷하고 스피디하다. 토널 밸런스도 우수하다. 스테이징은 넓지 않고 이미징은 다소 앞쪽으로 aggressive 하게 다가오는 편이다. 무엇보다도 Nº 53에게서는 어떤 의도된 과장이나 성향의 흔적을 느낄 수 없다. 다시 말해 음의 착색이 거의 없다. 필자는 Nº 53의 가장 큰 강점으로, 다른 어떤 요소보다도 바로 이 부분, '착색이 없는, 중립적인 사운드' 부분을 꼽고 싶다.

돌이켜 보면 Mark A. Levinson이 77년도에 25와트 모노럴 파워 앰프 ML-2를 발표한 이래, '마크 레빈슨' 브랜드의 제품 컨셉은 꾸준히 그 쪽이었다. 착색이 별로 없다, 중립적이고 투명한 소리... 마크 레빈슨 제품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때 보통 쓰이는 표현들이다. No.53에서도 이 컨셉은 그대로 이어졌다. 사실은 훨씬 더 강화(强化)된 느낌이다.
 
사실 Nº 53은 리스너에게 아주 강렬한 인상을 안겨 주는 기기이다. 그냥 있는 둥 마는 둥 한 기기가 아니라, 자신의 존재감을 아주 확실하게 알려 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 Nº 53가 자신의 오디오 시스템에 편입되는 순간부터 Nº 53은 그 사용자의 시스템을 지배적으로 장악 하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수 만불짜리 기기라면 그 정도 '효과'는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그러한 시스템 장악력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이때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바로 소리의 '착색'(着色)이다.
 
착색이 최소화된 상태에서의 존재감은 긍정적이며 바람직한 것이지만, 착색이 강한 성향의 기기가 시스템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게 되면 '백약(百藥이 무효(無效)'이다. 한 번 착색된 음에 경도(傾到) 되면 그 '새장 안'에서 벗어 나기가 쉽지 않다. 혹자는 평생 그 안에 갇혀 제한된 종류의 오디오만 즐기기도 한다. 마치 아직도 어떤 이들이 TV 화면을 보며 '히다치 TV의 레드(red)는 따뜻하고 소니는 강렬해. 난 파나소닉 레드가 부드러워서 제일 좋아.' 하고 말하는 것과 같다. 이 세상에 따뜻한 레드, 강렬한 레드, 부드러운 레드는 없다. "틀린 레드와 맞는 레드'만 있을 뿐이다.

그런데 왜 오디오 기기에서는 공공연하게 착색이 일어나는 것일까? 음악은, 소리의 여러 가지 특성들이 뒤섞여 이루어 내는 복합적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소리의 음향적 특성들, 예를 들어 톤 밸런스라던가, 과도 응답성이라던가, 공명음이라던가, 타임 딜레이라던가 등등의 여러 요소들은 각 기기마다 성능의 차이, 표현 능력의 차이가 존재한다. 소리의 모든 특성이 100% 완벽하게 구현된 "슈퍼맨"이 될 수는 없으므로, 자연히 제품 디자이너는 자기의 철학에 따라 어떤 것은 일부 포기하고 대신 다른 것은 굳건히 지키는 트레이드-오프도 하게 된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이 세상의 모든 오디오 기기들이 다 각기 다른 소리를 내게 되는 것이다. 또 동일한 설계자가 만든 제품들이 대개 비슷한 소리를 내주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이 것은 소리의 착색 때문이 아니다. 이 세상의 그 어떤 오디오 기기도, "슈퍼맨"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생기는, 일종의 '밸런스 문제'인 것이다. (이는 '소리'가 근본적으로 아날로그이기 때문에 그렇다. 만일 소리의 제반 특성들을 모두 0과 1로 명확하게 정의해서 완벽히 전달할 수 있다면, 세상의 오디오 기기들은 대개가 다 엇비슷한 소리를 내주게 될 것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소리는 결코 디지털로 100% 다 채집될 수도, 또 환원될 수도 없다.)

착색은 이와는 좀 다르다. 예를 들어 싼 부품을 쓴 제품이라면 고급 부품을 쓴 제품보다 표현 능력에서 차이가 나타날 것이다. 능력이 모자라면 모자라는대로 최대한 자연스럽고, 균형있게 소리를 전달하면 된다. 그런데 어떤 기기들은 여기서 '잔 재주'를 피운다. 의도적으로 고역을 찌그러트려, '화사하고 세련된 음'으로 위장하기도 하고, 고의적으로 부스트 시킨 저역을 '풍부한 양감의 베이스'로 오도(誤導) 하기도 한다. 무언가 경쟁제품이나 상급기기보다 더 특색 있고 어필할 만한 요소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소리의 착색은 단지 상술(商術) 때문에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의외로 많은 오디오 제조사들이 이러한 '착색'을, 당연한 자신들의 권리이자 의무로 생각하고 있다. 즉, '소리의 역할', '오디오 기기의 역할'에 대해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소리는 음악이 아니다. 소리는 음악을 구성하는 물리적 입자요, 언어적 메타포(metaphor)일 뿐이다. 소리들을 통해 우리는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예술적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도 있지만, 그 것은 소리가 만들어 낸 감동이 아니라, 소리가 전달해 주는 감동이다. 즉, 소리는 전달 매개체일 뿐이다. 그런데 오디오 기기를 만드는 사람, 즐기는 사람 모두 가끔 이를 착각 할 때가 있다. 성능이 우수한 기기들은, 꽉 막힌 쳇증을 뚫어주듯 '소리의 소통'을 원활하게 만들어 준다. 그래서 사용자들은 전에 듣지 못했던-사실은 전에도 존재는 했지만 단지 원활하지 못한 소통 때문에 막혀 있었던-소리를 새로이 듣고 감탄하게 된다. 그때 일어나기 쉬운 착각이 그 '새로운 소리'를 방금 들여 놓은 그 '새로운 기기'가 만들어 주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착각에 빠지게 되면, 모든 오디오 기기들이 다 '각기 개성적으로 음악을 만드는 능력'이 있고, 사용자는 그 중 자기 취향에 맞는 특정한 것을 고르는 것이라고 오디오를 생각하기 쉽다. 이런 까닭에 어마어마한 가격의 고급 부품들을 사용한 하이엔드 기기들조차도 의도적인 착색을 서슴치 않게 되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고급 기종으로 갈 수록 소리는 더욱 더 '중립적'이 되어야 하고, '왜곡된 소리에 의한 감동'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나쁜 녹음 상태의 음반은 나쁘게 들려야 하고, 서투른 연주자의 거칠고 찌그러지는 연주음은 그 상태 그대로 들려야 한다. '자기 자신 만의 특색있는 음색' 같은 것을 가져서는 안 된다. 기기마다 음질적 특성이 다른 것은 정상이지만, 의도적으로 변질시킨 고유의 음색을 갖는 것은 비정상인 것이다.

Nº 53은 이 부분에서는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Nº 53의 사운드는 따뜻하지도, 차갑지도 않고, 밝지도 어둡지도 않다. 이런 류의 표현이 좀 무색하다. 그럼 '남성적'이라고 표현했던 의미는? 사실 세상에 남성적인 소리가 어디 있고, 여성적인 소리가 어디 있겠는가? '소녀시대'의 노래를 Nº 53으로 들으면 보이쉬하게 들린다는 뜻인가? ^^; 정말 그렇다면 어마어마한 '착색'이다. Nº 53이 '남성적'이라는 것은 그런 의미가 아니다. 단단하고, 파워풀하고, 스피디한 음향적 특성을 통칭(統稱)할 수 있는 컨셉의 단어를 찾다 보니 '남성적'이라고 한 것일 뿐, 음색을 표현하는 말로 쓴 것은 아니다.

음악 감상(鑑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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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로 고른 타이틀은 <Alfred Brendel, Beethoven Piano Sonata> (1994, Phillips). 생존해 있는 최고의 피아니스트 브렌델은 특히 베토벤과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로 유명하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2번 op.26." 혹자는 브렌델의 연주를 무색무취(無色無臭)하다고 하지만 필자는 그렇게 느낀 적이 없다. 강약 조절이 또렷하고 리듬의 묘사가 정확해 그의 연주에서는 항상 강렬하고 굳센 인상이 남는다. Nº 53이라면 어떨까? 1악장 Andante. 도입부는 A1~A3에 이르는 낮은 음계의 건반이 무겁게 진행된다. 50~220Hz 저역의 파워가 어필되는 장면이다. Nº 53 은 이 부분에서 아주 강한 모습을 보인다. 저역이 깊고 단단해 브렌델의 굵고 간결한 터치가 장중한 느낌으로 그대로 살아난다.  1악장 중간 첫 번째 변주로 접어드는 부분에서의 80Hz 대역의 재생음은 터치감이 너무 직접적으로 전달되어 몸이 움찔할 정도이다. 2악장 스케르조는 빠르고 강렬한 터치가 생명이다. 여기서는 Nº 53의 또 다른 강점인 스피드가 부각된다. 강하게 내리치다가 다시 약하게 이음새를 메꿔 나가는 브렌델의 손놀림이 대단히 빠르다. Nº 53은 탕탕 튀어 오르듯 탄력있고 스피디한 저역을 무리없이 소화해낸다. 강하지만 둔탁하지 않다. 고역을 빠르게 오가도 투명함을 결코 잃지 않는다.
 
그러나 음이 기대만큼 넓게 퍼지지 않는다. 원래 이 부분이 이랬던가?  케이블을 옆에 서 있는 할크로 DM88 파워 앰프에 옮겨 보았다. 무대가 완연하게 넓어진다. 저역의 깊이와 포커싱은 Nº 53이 다소 앞서고, 중고역의 뻗음새와 스테이징 능력은 할크로가 확실히 앞선다. 두 기종은 모두 정상급의 소리를 왜곡없이 들려주지만 사운드 성향은 완전히 대조적이다. Nº 53은 할크로 보다는 차라리 볼더 쪽에 가깝다. 할크로의 화려하고 섬세한 표현 능력에 감탄 하셨던 분들에게 Nº 53은 다소 건조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볼더의 강렬함과 정숙함, 큰 스케일에 감탄 했던 분들이라면 Nº 53에서도 얼추 비슷한 느낌이 가능하다. 필자 개인의 소견으로는 볼더 2050이 좀 더 편안하고 촉촉하며 여유있는 느낌을 주는 반면, Nº 53은 좀 더 스피디하고 탄력적이며 긴장감을 요구하는 편 아닌가 싶다. 그러나 스케일 면에서는 Nº 53도 큰 사운드를 구사하지만, 볼더 2050에 비할 수준은 안 된다. 스테이징도 볼더 2050이 더 넓고 광활하다. 반면 Nº 53은 부드럽고 또박또박한 느낌을 준다. 견강부회(牽强附會) 억지로 '편 가르기'를 하자면, 할크로 쪽보다는 볼더 쪽에 더 가깝다는 비유일 뿐, 결코 2050과 Nº 53이 동류(同類)라는 뜻은 아니다. 오디오라는게 참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브렌델의 또 다른 연주곡.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3번 op.27, 2악장 알레그로는 Nº 53의 투명하고 빠른 음 전달 능력이 십분 발휘되는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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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3악장 아다지오로 넘어가기 직전 부분은 쉴새없이 몰아치던 강렬함이 깊은 여운을 남기는데 Nº 53은 마치 브렌델의 손가락만 집중적으로 노리고 따라가듯 투명하면서도 빈틈이 없고 빠르다. 훌륭하다.

브렌델을 들었으니 내친 김에 하이페츠까지 들어보기로 했다. <Heifetz, Bach Sonatas & Partita> (1999, BMG) 곧장 "샤콘느"(Chaconne, BWV 1004)로 넘어가 보았다. 이 레코딩은 원래 노이즈가 심하다. 필자는 때때로 이 음반을 앰프나 파워 관련 제품을 테스트 하기 위해 쓴다. 볼륨을 키워 자세히 들어보면 노이즈가 평탄치 않고 다양하게 변조가 된다. 좋은 기기라면 이 노이즈가 아주 섬세하게(?) 다 들려야 한다. Nº 53 또한 그랬다.(파워 컨디셔너 관련 제품 대다수가 이 미세하게 들리는 고음 노이즈를 잘라 버린다. 그때 노이즈만 잘리는 것이 아님은 불문가지이다.) 하이페츠에서는 브렌델 만큼의 감동은 아니었지만, 역시 아주 충실하고 분석적인 음 전달 능력을 보여준다. 특히 인상적인 파트는 초고역대의 여린 음을 하이페츠가 신기(神技)에 가까운, 예의 그 운지(運指)를 통해 빠르고 섬세하게 전달할 때이다. 섬칫해진다. 빠른 응답도 응답이지만 음이 찰라의 순간에도 또렷하게 이미지를 형성해 나가는 능력이 놀랍다. 하이페츠가 아무리 빠르게 강약을 조절하며 연주를 시도해도 슬쩍 뭉개면서 전달하는 낌새가 없다. 투명하고 분석적인 능력은 전작인 Nº 33 또한 높이 평가 받던 요소인데, Nº 53은 한층 더 강화 되었다. 그러나 아쉬움도 있다. 하이페츠의 샤콘느의 클라이맥스인 "폐부를 찌르는 듯한 처절한 날카로움"이 다소 무디어진 듯한, 그 보다는 차라리 충실한 음의 전달에 치중한 느낌이 든다. 이 때의 '날카로움'이란 고역이 찌그러져 모서리가 생기는 음(音)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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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페츠의 샤콘느는 완급의 조절없이 거침없이 치고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하는 빠르고 정교한 고음들로 인해 듣는 사람이 일순간에 가슴 찌릿한 전율을 느끼게 마련인데, 이때 Nº 53은 활의 움직임이 무게감 있게 전해지는 반면, 쉴새없이 여운으로 울려 퍼지는 잔향감 부분은 다소 아쉬운 측면이 있다.

<Beethoven Symphony 8번, Bruno Walter 지휘, Colombia 심포니> (1995, Sony Classic). 개인적인 애청곡 중 하나이다. 1악장 Allegro, 도입부. 짐작대로 저역의 전달이 역시 또렷하고 단단하다. 전체적인 오케스트라의 균형을 잡아주는 튼튼한 반석(盤石)의 역할을 한다. 다이내믹 레인지가 넓다. 역시 말씀 드렸듯이 이미지를 형성하는 능력은 발군(拔群)이다. 1959년도 녹음이라 상태가 썩 좋은 편이 아니지만, 다이내믹 레인지가 넓고, 공간 layering이 세밀해 각 악기들이 겹쳐짐이 없이, 또렷이 정위적(正位的)으로 표현이 된다. 한 마디로 기본기(基本技)가 튼튼한 선수를 보는 것 같다.

이번에는 좀 색다른 음반을 준비해 보았다. <Zappa, The Yellow Shark> (1993, Ryco Disc). 작곡가, 연주자이자 영화감독이고, 반정부 아티스트로도 알려진 프랭크 재파는 20세기 최후의 Post Modernist라 불리울만 하다. 비틀즈와 딥 퍼플에게 큰 영향을 끼치기도 했던 이 천재 음악가는 1993년 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직전 유작으로 이 앨범을 남긴다. 녹음이 아주 우수한 음반이다. 들어보면 재즈도 아니고, 락도 아니고, 퍼포먼스도 아니고 처음에는 어리둥절 "이거 무슨 전위(前衛) 예술인가?" 싶다. 하지만 반복적으로 들어보면 언뜻 즉흥적으로 보이는 연주 속에서 번뜩이는 기지(機智)와 치밀한 천재성을 발견하고 곧 그 세계에 빠져 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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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me Beach II"도 그런 곡이다. 연주를 맡은 Ensemble Modern은 27인조 오케스트라이다. 클라리넷, 호른, 바순, 튜바 등의 관악기와 여러 종류이 퍼쿠션들이 얼핏 무질서하게 툭툭 튀어 나온다. 이 곡은 "멜로디"를 듣는 것이 아니라 "소리의 조화"를 듣는 것이다. 그런데 음상(音像)이 또렷하지 않으면 이 곡은 난삽하고 복잡한 소음(騷音)이 되어 버린다. 그래서 필자는 기기 리뷰에 가끔 이 곡을 사용한다. Nº 53은 제대로 만난 임자였다. 포커싱이 또렷하고 강하게 부각되면서 곡의 진수(眞髓)가 그대로 드러난다. 또 다른 곡 "The Girl in the Magnesium Dress"는 하프의 투명함이 엄청나게 빠른 전개가 포인트이다.  아무튼 16분음표, 32분음표 많이 그려진 악보라면 Nº 53은 언제나 득의만만이다.

많은 분들에게 익숙한 Best Recording <Jennifer Warnes, Famous Blue Raincoat> (2007, Shout)를 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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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rd on a Wire"는 강한 퍼쿠션 사운드로 시작된다. 말씀 드렸듯이 Nº 53은 편안함 보다는 긴장과 흥분감이 더 친숙한 기종이다. 강한 비트가 섞인 저역의 묘사에 안성맞춤이다. 소리가 타이트하고 농밀하다. "Famous Blue Raincoat"에서는 제니퍼 원즈의 보컬과 배경의 여러 악기들이 중첩되거나 뭉개짐이 없이 깔끔하게 정돈 된다. 그러나 말씀 드렸듯이 형성된 무대는 그다지 넓지 않고 조밀한 편이다. 원즈는 원래 보컬의 성격 상 쭉쭉 뻗는 편이라 Nº 53이 잘 어울린다. 노라 존스나 야신타 같은 경우는 공기 중에 촉촉하게 퍼지는 잔향감을 통해 여운을 느끼게 되는 편이다.  Nº 53또한 하이엔드 기기인만큼 이런 쪽도 일정 수준 이상은 된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쪽 전공은 아니다. 할크로처럼 소리 끝이 여러 층의 계조를 이루어 자연스럽게 전개되고 사라지는 스타일이 아니라, 각 보컬들의 음색들이 아주 세밀히 구분될 만큼 정세하게 또박또박 확실히 표현하는 스타일이다. 위 곡에서도 색소폰 독주 부분이 음상이 또렷한 것은 나무랄데 없는데 조금 더 소리가 고역 부분에서 여유있게 퍼져 주었으면 금상첨화 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워낙 소리가 단단하고 포커싱이 좋아 어떤 장르의 음악이던 생동감을 잃는 법은 없다. 치장없이 생얼굴의 미(美)로 승부하는 셈이랄까.

독자들에게 아주 좋은 타이틀을 하나 소개 드리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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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르웨이의 젊은 음악가들로 구성된 앙상블 악단 The Trondheim Solois의 연주곡이 담긴 타이틀, <TrondheimSolistene, Divertimenti> (2008, Lindberg). 파란 색의 블루레이 케이스를 열면 두 장의 음반이 들어 있다. 한 장은 SACD/CD 하이브리드 판(版), 그리고 다른 한장은 블루레이 판. 후자(後者)에 주목하자. 이 블루레이 디스크는 192kHz/24bit 6.1채널의 비압축 LPCM을 비롯, 같은 스펙의 무손실 압축 포맷인 dts HD Master와 Dolby True HD 사운드 트랙을 모두 담고 있는 한 마디로 작정하고 만든 타이틀이다. 더불어 192kHz/24bit 2채널의 LPCM 트랙도 갖추고 있다. (LPCM은 CD 포맷인 PCM과 같은 것으로 압축 포맷들과 구별하여 비압축 리니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차세대 Audio에서는 LPCM으로 주로 표기한다.) DD 컨버터에 의한 업샘플링이 아닌, 원본 마스터에서 직접 192kHz/24bit로 추출 되어 나온 제작된 타이틀은 현재까지 이 타이틀과 일본의 극장판 애니메이션 <아키라> 일본판 블루레이 단 두 종류 뿐이다. <아키라>는 영상물이지만 이 타이틀은 정지 영상만 있는 오디오 전용 타이틀이다. Nº 53은 멀티 채널이 아니기 때문에 6채널이 아닌, 192kHz/24bit 2채널로만 테스트를 했다. 192kHz/24bit은 6채널의 전송률이 27.6Mbps, 2채널의 전송률이 9.2Mbps로 일반 레드북 CD의 44.1kHz/16bit 포맷 전송률 1.4Mbps와는 정보량과 해상도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다. 향후 블루레이를 통해 96kHz/24bit 또는 192kHz/24bit의 고해상도 뮤직 타이틀이 꾸준히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타이틀에는 네 곡의 관현악이 담겨 있는데, 첫 번 트랙은 Benjamin Britten"Simple Symphony"이다. 역시 해상도가 높고 정보량이 넘쳐난다. 샘플링 레이트가 높아지면 대개 음장이 넓어지고 다이내믹 레인지가 더 확대 된다. 그리고 소리가 훨씬 더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들린다. Nº 53 또한 넓고 광활한 무대를 자연스럽게 펼쳐서 내 놓는다. 마지막 트랙인 Bela Bartok"Divertimento for Strings". 연속적인 현(絃)의 기교가 넓은 음역대를 넘나들며 이어진다. 각각의 바이올린들이 확실하게 구별 되어 서로 조화를 이루는 장면이 아주 시원스럽게 제대로 표현이 되고 있다. 상쾌함이 느껴진다. 워낙 이 음반의 녹음이 훌륭한 까닭도 있지만, 배경이 정숙하고 깔끔하게 잘 정돈된 무대를 형성하는 능력은 Nº 53의 또 다른 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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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John Mayer Live in L.A, Where the Light is> (2008, Sony BMG). 존 메이어의 LA 공연 실황 블루레이 타이틀이다.  96kHz/24bit 6채널의 Dolby TrueHD 오디오 트랙과 96kHz/24bit의 2채널 LPCM 트랙이 들어 있다. 역시 해상도가 높고 정돈이 잘 된 베스트 레코딩 타이틀이다. 개인적으로 앞부분의 acoustic 연주들을 좋아한다. "Stop This Train". 존 메이어의 acoustic guitar 전주(前奏) 부분은 손가락이 현을 스칠 때 나는 마찰음까지도 아주 섬세하고 라이브 하게 전달된다. 해상도도 좋지만 이 타이틀은 band set 트랙 부분으로 가면 다이내믹 레인지 능력을 점검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확실히  Nº 53은 이런 식의 라이브 공연에 강한 느낌이다. 존 메이어의 보컬은 약간 쉰 듯하지만 호소력이 스며 있다. 고역의 가성(假聲) 부분은 약간 건조한 느낌이 있다. Nº 53은 잔향감은 풍부하지 않지만, 입
자의 질감이 두드러지도록 굵고 두텁게 음장이 형성 되기 때문에 무대의 크기와 상관 없이 듣는 사람이 강한 밀도감을 느끼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화려하게 치장된 음색이 아님에도 늘 생기 있는 사운드를 경험 할 수 있는 것이다. 날카롭거나 딱딱하지만 화사하게 느껴지는 고역음을 을 즐기던 분들에게는 다소 부드럽고 밋밋하게 느껴질 지 모른다. 그러나 사실은 이 쪽이 훨씬 정직한 셈이다. 참고로 블루레이 타이틀은 소니 Playstation 3 또는 전용 블루레이 플레이어에서만 재생이 되며, HDMI가 장착된 AV 프로세서 또는 리시버가 필요하다. 블루레이 영화/음악/다큐멘터리 타이틀 국내에도 100여종 정도 출시가 되어 있으며 클래식 타이틀도 적지 않다. 국내에서 구할 수 없는 타이틀도 amazon이나 dvdempire 같은 해외 사이트를 통해 손쉽게 구할 수 있다.

우리는 앞서 Nº 53의 기술적 특징들에 많은 지면을 할애했었다. Nº 53이 깊고 탄탄한 저역과 빠른 응답성을 보이는 점을 '스위칭 앰프'라는 특성과 분리해서 생각하기 곤란하다. 모든 스위칭 앰프가 다  Nº 53 같은 특성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원가도 다르고, 또 소리가 오로지 증폭 방식 한 가지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스위칭 앰프는 저역의 깊이와 응답성에서 이점이 있는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음이 투명하고 분석적인 것은 Nº 33 이전부터 내려온 마크 레빈슨 앰프의 특성이라 하겠지만,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500W(8옴 기준)의 대출력을 낼 수 있었던 것도 역시 '스위칭 앰프'의 장점 때문이다.

역시 대출력의 위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 사실 가정에서 사용하는 음압은 그렇게 높은 수치의 파워를 요구 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8옴 기준 1000W의 출력을 가진 볼더 2050 같은 앰프는, 우선 그 대출력을 충분히 담보할 수 있을 만큼의 전압을 벽체에서 끌어내는 것 조차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나마 우리가 220V 국가에 살고 있다는 것은 참 다행이다.) 그러나 더 큰 소리를 듣기 위한 것이 아니라도, 정격출력이 큰 고급 앰프들은 대개 우리에게 더 넓은 다이내믹 레인지와 보다 안정되고 여유 있는 저역을 보장해준다. 특히 음압이 높지 않은 6옴 또는 4옴의 풀레인지 스피커를 만나면 더더욱 그 위력이 실감된다. No.53 또한 그렇다. 저역이 깊고 단단한 것과 다이내믹 레인지가 넓은 것은 500W(8옴)/1000W(4옴)의 대출력 스펙과도 또한 연결되는 내용이라 보여진다. 더불어 음량을 어지간히 높혀도 평탄성을 잃지 않으며, 여전히 정숙한 배경을 유지한다. 필자가 사용하는 할크로 DM88은 과거 여러 측정자료를 통해 노이즈 가장 적은 앰프로 소문난 제품이다. Nº 53은 아직 실측 자료를 입수할 수 없어 수치적으로 명확하게 비교 할 수는 없지만 일단 청감(聽感) 상으로는 할크로보다도 더 정숙한 느낌이다. Nº 33과 크게 구별되는 요소 중 하나도 이 점이다. Nº 33은 다소 거친 느낌이 있지만, Nº 53은 훨씬 부드럽고 깔끔한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말씀 드렸듯이 Nº 53은 시스템에 편입이 되자마자 곧바로 그 시스템을 장악하고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드러내는 '카리스마'가 있다.


맺으며

HSG는 향후 파워 앰프 시장이 '스위칭 파워' 쪽으로 급격히 이동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과거 LP가 그랬고, 진공관이 그랬듯이, 리니어 앰프도 비슷한 길을 걸을 것이라는 것이다. 마크 레빈슨의 상표를 달고 있는 회사의 예측이니 무시 할 수 없겠다. 또 최근 스위칭 앰프나 파워, 더 나아가 디지털 앰프 분야의 기술 발전 속도도 놀랍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하이엔드 파워 앰프들도 과거 Class A 일변도의 흐름에서 점점 벗어나고 있다. 일종의 변혁기이다. 아마도 Nº 53이 그 변혁의 속도를 가속 시키데는 큰 역할을 할 것이다. "마크 레빈슨의 레퍼런스 모델"이라는 상징성이 있기 때문이다.

역시 문제는 가격이다. 물론 하이엔드 오디오는 가격보다는 성능이다. 성능이 좋으면 말도 안 되는 가격도 때로 용납되는 특수한 시장이기는 하다. 하지만 요즘은 분위기가 그렇지 않다. 세계적인 불황의 여파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고환율이 가장 큰 부담이다. 그렇다고 시간이 지나면 환율이 안정될 것 같아 보이지도 않는다. 오디오 하는 사람들에게 요즘은 정말 고민의 시기이다. 아무튼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명가(名家) 마크 레빈슨이 본격적으로 부활 하고 있다는 점만은 모든 오디오파일에게 흐뭇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최 원 태)


Associated Equipment
 :

Digital source : Mark Levinson Nº 31.5 CDT & Nº 30.6 DAC (for CD), Sony Playstation 3, Pioneer Elite BDP-05FD (for Blu-Ray)
Preamplification: Mark Levinson Nº 32 (for CD) & Nº 502 (for Blu-Ray)
Power amplifiers: Halcro dm88 monoblocks
Loudspeakers: Revel Ultima2 Salon2
Cables: <Interconnect> Nordost Valhalla (Digital), Transparent Reference XL (Analog), AudioQuest HDMI-3 (HDMI) <Speaker> Transparent Reference XL (with WBT connector) <AC> Transparent MM, JPS Labs Digital AC, Sanctus Power Cord
Power Conditioner : PS Power Plant P-500, Mark Levinson PLS-330 (for Nº 30.6)

[1부로 돌아가기]

Posted by hifinet
2009. 3. 7.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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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rk Levinson Nº 53
       Dual Monaural Power Amplifier
          - Posted by 최 원 태

마크 레빈슨(Mark Levinson)에서 오랜 침묵을 깨고 드디어 레퍼런스 파워 앰프 모델을 발표했다. 모델명은 53. 아마도 많은 오디오파일이 Nº 53 이라는 형번(型番)에서 동사(同社)의 Nº 33  모노럴 파워 앰프를 연상하기 쉬울 것이다. 다작(多作)의 앰프 전통명가(傳統名家)인 마크 레빈슨이지만 스스로 "Reference Model"이라 칭(稱)했던 제품은 이제까지 두 모델 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1992년에 발표된 Nº 20.6(아래 우측 사진)과 1994년 말 발표된 Nº 33 이 그 것이다. 1996년에 Nº 33H가 또한 출시 되었지만 이 제품은 Nº 33의 다운 그레이드 모델로 "레퍼런스 급"이라 하기에는 어폐가 있다. 그러니까 Nº 53은 무려 15년 만에 발표되는 마크 레빈슨의 레퍼런스 적통(嫡統) 제품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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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º 53의 등장은 제품 자체로도 이슈가 될 만 하지만, "마크 레빈슨"이라는 상징적인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의 '화려한 귀환'이라는 측면에서도 자못 의미가 있다 하겠다. 돌이켜 보면 30번대, 300번대 모델이 전성(全盛)을 이루던 시기가 마크 레빈슨의 황금기였다. 마크 레빈슨, 크렐, 제프 롤랜드, 플리니우스, 볼더 등이 이끄는 Solid-State TR 앰프들은 80년대 질풍노도의 성장 시기를 거쳐, 90년대 수만불 대의 하이엔드 파워 앰프 시장을 형성하면서 완전히 주류(主流)로 자리를 잡았다. 언급한 Nº 33도 이들 군(群)의 대표적 제품 중 하나이다.

파워 앰프 뿐 아니라 비슷한 시기에 마크 레빈슨은 Nº 32 프리앰프, Nº 31.5 트랜스포트, Nº 30.6 DAC 등 다량의 레퍼런스 모델을 의욕적으로 발표 했었다. 그러나 2001년 Nº 40 미디어콘솔(AV 프로세서)을 끝으로 더 이상의 레퍼런스 모델은 없었고, 아랫급 모델의 개발조차도 그리 활발치 못했다. 아시다시피 이 무렵 마크 레빈슨 브랜드의 전성기를 이끌어 나가던 모(母)회사 매드리걸(Madrigal)이 파산했고, 그 주축 인물인 마크 글래지어 사장도 회사를 떠난다. 마크 레빈슨 브랜드는 모 회사인 하만(Harman)에게 환수 된 뒤, HSG(Harman Specialty Group)에 편입 되면서 다시 정상화 되었지만, 과거에 버금 가는 이렇다 할 제품을 발표 하지 못한 채 5~6년을 허비한다. 비슷한 시기 불어닥친 하이엔드 오디오 시장의 냉랭한 한기(寒氣)와 맞물려 한때 일각에서는 '하이엔드 오디오의 퇴조론' 이야기도 오고 갔다. (하지만 마크 레빈슨은 하이엔드 제품 개발이 주춤하던 이 시기에 오히려 카 오디오 분야에 진출 했으니 결코 한가했던 셈은 아니다.)

2008년 마크 레빈슨은 모처럼 하이엔드 거물(巨物)을 발표했다. Nº 502 미디어 콘솔. 어마한 물량이 투입된 초고가 AV 프로세서로 "마크 레빈슨이 드디어 잠에서 깨어 나는구나"하고 느끼게 해 준 첫 예고탄이었다. 그 몇 달 전에는 같은 HSG사(社)의 스피커 브랜드 Revel Audio가 역시 십 수년만에 Flagship Line인 Ultima 시리즈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발표 했었다. 그리고 드디어 작년 말 마크 레빈슨은 15년 만에 새로운 레퍼런스 모노럴 파워 앰프 Nº 53을 발표했다. 형번 만이 아니라 타워형(型)의 외모 또한 전작(前作) Nº 33을 연상케 하는 승계기(承繼器)라 하겠다.


Nº 33을 회고(回顧)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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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발표 되었던 Nº 33은 사운드의 품질과 외양, 스펙, 가격 등 여러 측면에서 오디오 시장에 큰 반향(反響)을 불러 일으켰었다. 당시 Nº 33은 많은 오디오파일들의 선망(羨望)이었다. 10년도 훨씬 전 이야기이다. 그 해 여름 필자는 리뷰를 위해 Nº 33을 시청실에 들여 놓을 기회를 가졌다. 리뷰를 마친 후에도 수입사에 부탁해 한 달은 더 연장해 사용 했었다. 물론 Nº 33은 탑 레벨의 하이엔드 파워 앰프로서 손색없는 훌륭한 소리를 들려 주었다. 하지만 필자는 당시 다른 이유로 Nº 33에 대해 두 손 두 발 다 들고 말았다.

Nº 33은 우수한 성능을 얻기 위해 사용자가 감수 해야 할 단점이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그 막강한 덩치. Nº 33은 폭이 33cm, 높이 80cm, 깊이 80cm의 거구(巨驅)이다. 당시로는 흔치 않은 타워형(型)이었는데 무게가 개당 200kg이다. 그냥 사진으로 보면 크기가 짐작이 안 간다. 매장에서 봤을 때에도 알마나 큰 지 감(感)이 잘 안 온다. 막상 방에 들여 놓으면 그제야 실감이 온다. Nº33을 보지 못하신 분들은 아래 사진을 보시고 크기를 짐작해 보시라.(랙 사이에 있는 나란히 두 덩어리 서 있는 것이 Nº 33이다.) 이런 크기의 앰프를 스피커 사이에 놓으면 무대 형성에도 영향이 있다. 그래서 소리를 들어가며 앰프의 위치를 약간씩 바꿔 줘야 하는데 한쪽 무게가 200kg, 두 짝 합쳐 400kg가 되다 보니 장정 둘 셋이 달려 들어도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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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어마한 전기 소모량. Nº 33은 8옴 기준 300W의 대출력을 "순 A 클라스" 방식으로 구동한다. 그런 점을 감안해도 실제 소비 전력은 예상을 훨씬 뛰어 넘는 수준이다. Standby 시 대기 전력이 210W, idle 구동 시 소비 전력이 840W. 그러나 실제로 필자가 6옴 풀레인지 스피커에 물린 뒤 측정한 소비 전력은 1kW는 기본이고 때로는 2kW에도 육박했다. 모노 기준이다. 페어로 계산하면 약 3kW 정도가 에버리지라고 보면 된다. 대형 에어콘 2대를 틀어 놓는 셈이다. Nº 33을 사용 하려면 전기값에 대해서는 아예 무관심해야 한다.

셋째, 덩치 크고 전기 많이 먹는 순 A 클라스의 앰프라면 열(熱)이 나는 건 필연적인 결과다. 그 무렵이 하필 여름이었는데 당시 거주하던 곳은 전기 용량이 크지 않아 Nº 33을 울릴 때에는 에어콘을 감히 틀 수가 없었다. 문을 꼭꼭 잠그고 음악을 듣고 있자면 삽시간에 땀이 주르르 흐른다. 대신 겨울에는 난방비가 절약될 것이다.

이런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Nº 33은 그래도 언제나 오디오파일들에게는 동경(憧憬)이었다. 소리만 좋으면 모든 것이 다 용서되는 것이 오디오 하는 사람들의 못 말리는 본성 아닌가?

매드리걸은 Nº 33이 발표된 지 4년 뒤 Nº 33과 기본 특성은 동일하되 크기를 반으로 줄인 Nº 33H를 발표하는데, Nº 33에 대한 문제점을 자신들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Nº 33H의 접미(接尾) 문자 'H'는 'Half'라는 의미로 출력도 반(半), 사이즈도 반이라는 의미인데 실제 부피는 1/3에 불과해 설치에 부담이 없었다. Nº 33H는 큰 히트를 쳤고 판매량도 Nº 33을 훨씬 능가 하는 스테디 셀러가 되었다. 그러나 소리의 스케일감이나 저역의 깊이 등 성능의 차이가 뚜렷했기 때문에 여전히 '레퍼런스 모델'로서의 지위는  Nº 33에게 있는 셈이었다.


Nº 33과 Nº 33H, 그리고 Nº 53

Nº 53을 Nº 33의 뒤를 잇는 승계기라고 했는데 그럼 과연 음질적으로도 그러한가? 아마도 Nº 33 또는 Nº 33H를 사용하고 계신 분이라면 이 점이 가장 궁금 할 것이다.

자세한 음질적 특성은 뒤로 미루되, 우선은 결론부터 간단히 표현 하자. Nº 53은 영락없는 마크 레빈슨의 '바로 그 시절, 그 경향의, 그 앰프'이다. 눈감고 들어도 Nº 33의 족보를 이어 받은 같은 혈통임이 쉽게 짐작 된다. 둘째, 그런데 '족보는 같은데 성질이 좀 다르다'. 무슨 소리일까? 기본적인 생김새는 그 아버지에 그 아들, 깊고 탄탄하고 스케일 있는 사운드는 같다. 그런데 '급'(級)이 완전히 다른 소리'이다. 새 제품이라서, 또 더 비싼 제품이니까 그냥 '예의 상 하는 멘트' 아니다. 깊이나 스피드, 해상력, 포커싱 등 대부분의 측면에서 Nº 33 보다 확실히 진일보(進一步)한 새로운 모습이 느껴진다.

외관은 Nº 33, Nº 33H와 동일한 타워형(型)이다. 그런데 체구가 훨씬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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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왼쪽 사진이 Nº 33, 오른쪽 사진이 Nº 33H이다. 그리고 아래 왼쪽 사진이 Nº 53 이다. 보시다시피 세 제품의 디자인은 거의 동일하다. 하지만 체구는 Nº 53이 그중 가장 작다. 사진 사이즈 때문에 Nº 33H보다 커 보이지만 실제로는 키만 약간 크고 너비와 깊이는 훨씬 작다. Nº 33H가 28x47x58cm(폭x높이x깊이), 100kg인 반면, Nº 53은 21x53x52cm, 60kg이다. 부피로 따지면 Nº 33의 25%, Nº 33H의 75% 수준에 불과하다. (Nº 33은 33x80x80cm, 200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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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력 사양을 보자. 정격출력(RMS) 기준으로 Nº 33H는 150W(8옴)/300W(4옴)이고, Nº 33은 300W(8옴)/600W(4옴)이다. Nº 53은 500W(8옴)/1000W(4옴)이다. Nº 33과 비교하자면 체구는 1/4인데 출력은 오히려 1.7배이다. 이제까지 출시된 마크 레빈슨 앰프 중에서는 최대 출력이다.
 
어떻게 체구가 더 작아졌는데 출력이 더 증가 할 수 있었을까?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경우 예상 정답은 십중팔구 "스위칭 앰프"가 된다. 스위칭 앰프는 구조 상 리니어 앰프보다 훨씬 컴팩트 하기 떄문이다. 하지만 고개가 갸웃 거려진다. '설마 마크 레빈슨이 스위칭 앰프를?', '마크 레빈슨은 A 클라스 앰프의 주창자(主唱者)인데?'... 아마 이렇게 생각 하시는 분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뜻 밖에도 Nº 53은 정말로 스위칭 앰프이다. 마크 레빈슨 앰프로서는 최초이다. 그러나 스위칭 파워는 아니다. 증폭을 스위칭으로 할 뿐 파워 서플라이는 리니어 방식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오해가 있을 수 있다. 우리는 앞으로 리니어 앰프와 스위칭 앰프, 그리고 Nº 53에 새로 적용된 증폭 기술에 대해 길고 충분하게 다루게 될 것이다. Nº 53의 제품 특성을 파악 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과정이기 때문이다.

가격은 페어 기준 50,000불. 국내 출시 가격은 아직 모르겠다. 최초의 레퍼런스 모델인 Nº 20.6이 15,000불, Nº 33은 33,000불이었다. 그리고 Nº 33H는 20,000불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Nº 33이 출시 된 것이 15년 전이니 세월을 감안하면 그다지 비싸진 편이 아니라고 제조사측 입장에서는 강변(强辯) 할 지 모른다. 또 명색이 <마크 레빈슨의 레퍼런스 모델>이라는 '위상'(位相)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어마한 금액이다. 물론 더 비싼 앰프들도 있다. 하지만 5만불 파워 앰프를 쓴다면 스피커도 10만불짜리를, 소스기기나 프리앰프도 몇 만불짜리를 써야 격(?)이 맞는 셈이 되는걸까? 필자는 오랫동안 하이엔드 기기들을 리뷰 해 온 처지이지만, 이렇게 천정부지 높아져만 가는 기기 가격에 대해서는 필자 또한 정말 대책이 안 선다. 이러다가는 하이엔드 오디오 윗 단계로 '익스트림 하이엔드 오디오'라는 분야를 따로 만들어 독립시켜야 할 것 같다. 걱정거리는 또 있다. 환율(換率)이다. 비단 이 제품 뿐이 아니라 수입 오디오 시장 전체에 지금 핵폭탄으로 작용 하고 있는 것이 바로 '고환율 문제'이다. 수입사들도 도무지 가격을 어떻게 책정 해야 할 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위축된 오디오 시장의 분위기를 더욱 경색시키는 악재이다.


디자인 & 인사이드


마감은 전통적인 마크 레빈슨 제품의 '블랙 & 그레이' 톤. 그런데 최근의 마크 레빈슨 제품을 보면 '그레이'의 질감이 기존 것과 약간 다르다. 약간 더 밝고 입자가 고운 편이다. HSG 측 말로는 더 비싸고 튼튼한 소재라고 하는데 필자의 개인 생각으로는 '옛날 그레이'가 더 품위 있어 보인다. 반면 '최신 그레이'는 좀 더 모던한 느낌이랄까. (그런데 얼핏 봐서는 잘 구별이 안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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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열판을 제외한 본체의 폭이 정말 날씬해졌다. 전면에 있는 파워 버튼을 눌러 작동 상태가 되면 아래 사진처럼  빨간 색의 마크 레빈슨 로고가 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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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면을 보자. 맨 아래 전원 콘센트와 파워 스위치가 보이고 그 위로 스피커 연결 커넥터 두 조가 보인다. 조금 더 위 쪽으로 가면 Balanced 및 Single-Ended 단자가 보인다.  상단에는 Ethernet, Link2 (in/out) 및 Power Save Mode 스위치와 트리거 (in/out) 단자가 나란히 배열되어 있다.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보실 수 있다.)

Power Save Mode Switch는 말 그대로 '절전 스위치'이다. 소비 전력 문제로 애를 겪었던 전작(前作)을 감안한 기능이다. Nº 53은 스위칭 앰프이지만 파워 서플라이는 리니어 방식이다. A 클라스 앰프 같은 커다란 전력의 소모는 없지만, 스위칭 파워처럼 소모량이 작은 것도 아니다. Standby와 Idle에 관계 없이 구동 시 200W 정도의 전력이 소비된다. 그러나 스위칭 증폭이라 그런지 음압이나 세기에 따른 전력 증가가 거의 없었다. 혹자는 Idle 상태라면 감수하겠지만 Standby 상태에서의 200W는 신경이 쓰인다고 말할 것이다. 이때는 '절전 스위치'를 사용하면 된다. 이 스위치가 On 상태면, 프론트 패널의 버튼은 누를 때마다 'On'과 '저전압 절전모드' 사이를 오간다. '저전압 절전모드'가 되면 오디오 회로부에는 전기가 흐르지 않고, 통신/컨트롤 회로에만 전기가 흐르기 때문에 소비 전력이 별로 없다. '절전 스위치'가 Off 상태면 보통 때처럼 프론트 패널의 버튼은 'On'과 'Standby' 상태를 오가게 된다.

Link2 포트는 다른 마크 레빈슨 컴포넌트와 연결하여 작동할 때 사용되나 그나마도 최신 Link2가 장착된 기종에 한할 뿐 예전 기종에는 해당사항 무(無)이다. Ethernet 포트는 ML.net 및 PC와 연결하여 시리얼 포트 제어 명령 등을 내리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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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마크 레빈슨 Nº 53을 측면에서 바라 본 내부 구조의 모습이다. 크게 상, 중, 하 세 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사진은 한 쪽면만 보여주고 있으므로 독자들은 동일한 배열의 다른 한 쪽면도 염두 하시기 바란다.) 맨 아래의 파워 서플라이 부분부터 보자. 말씀 드렸듯이 마크 레빈슨 Nº 53은 출력단의 증폭 방식은 스위칭이지만, 파워 서플라이는 종래의 리니어 방식 그대로이다. 하지만 스위칭 증폭은 효율성이 높아 A 클라스 증폭 앰프보다는 역시 파워 서플라이의 크기가 훨씬 줄어든다.
 
1개의 2.8kVA 짜리 대형 토로이달 트랜스포머와 4개의 47,000㎌ low-ESR 캐패시터가 배치되어 있다. 참고로 Nº 33은 2.45kVA짜리 토로이달 트랜스포머를 2개, 39,000㎌ 용량의 캐패시터를 무려 12개나 사용 했었다. 또 Nº 33H는 3.47kVA 토로이달 트랜스포머 1개와 4개의 60,000㎌ 용량의 캐패시터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정말 많이 컴팩트(?) 해진 셈이다.
 
가운데로 올라가 보자. Nº 53은 출력 앰프 모듈을 4개를 사용한다.(사진에는 한 쪽 면 2개만 보인다.) 각 모듈은 두 개씩의 대형 코일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코일은 모두 8개이다. 장차 설명을 하겠지만 바로 이 부분이 Nº 53 고유의 IPT 기술에 의한 스위칭 증폭이 실행 되는 핵심 부분이다. 이 들 네 개의 앰프 모듈들은 서로 연계되어 실효 스위칭 주파수를 500kHz~2MHz 대역까지 높이는 위력을 발휘한다.

맨 위 쪽에는 컨트롤 보드가 자리 잡고 있다. 아래 사진은 앰프 위 쪽에서 컨트롤 모듈을 내려다 본 모습이다. 이 모듈에는 별도의 파워가 따로 공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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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폭 방식에 대한 서술

아무래도 잠깐이라도 증폭 방식에 대한 설명을 하는 것이 좋겠다. 마크 레빈슨 Nº 53을 기술적으로 살펴볼 때 핵심이 되는 키워드는 "스위칭 앰프로의 전환", 그리고 "하만 고유의 새로운 스위칭 기술인 IPT" 이 두 가지이다. 따라서 증폭 방식에 대한 개념적인 이해가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 아시는 분들에게는 너무 뻔한 이야기이니까 그런 분들은 이 파트를 건너 뛰어 2부로 곧장 넘어 가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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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앰프의 주요 임무는 프리 앰프로 부터 넘겨 받은 미약한 아날로그 전기 신호를 증폭 시켜 스피커를 구동할 만한 큰 전기 신호로 바꾸는 일이다. 파워 앰프는 크게 나누어 (1) 입력 스테이지 (2) 드라이버 스테이지 (3) 출력 스테이지 및 (4) 파워 서플라이 네 파트로 구성이 된다. 위 Nº 53의 내부 사진을 예로 들자면 맨 위쪽이 입력 및 드라이버 스테이지에 해당 되고, 가운데가 출력 스테이지 그리고 맨 아래가 파워 서플라이 부분에 해당된다. 파워 부분은 전기를 입력 받고 강압하고 AC-DC 전환을 하고, 필터링을 하며, 전환된 전기를 캐패서터에 저정하는 작업 등을 하며, 각 스테이지들은 프리앰프에서 전달 받은 약한 전기 신호를 순서대로 처리해 나가면서 높게 증폭 시켜 출력 시키는 역할을 한다.

흔히들 파워 앰프를 분류할 때 Class A, Class B, Class AB, Class D 등등으로 구분지어 말한다. 우리 말로는 간단히 A급, B급, AB급, D급이라 할 수 있는데 의외로 많은 분들이 이를 앰프의 성능을 등급별로 나눈 표시쯤으로 오해하고 있다. A급, B급, C급, D급... 등은 앰프의 성능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신호 증폭 방식에 따른 구분이다.

Class A와 Class B는 리니어 증폭 방식이고, Class D는 스위칭 증폭 방식이다. 그러나 증폭 결과에 따른 장단점을 따지다보면 때로는 Class B와 Class D가 유사하기도 하다. 한편 Class AB는 Class A와 Class B가 혼용된 방식이며, 사실은 더 세분화 하자면 Class A/AB, Class E, Class H, Class T 등등 굉장히 많은 종류의 증폭 방식이 존재한다. (아마 지금 이 시간에도 또 다른 새로운 방식이 어디선가 개발 되고 있을 것이다.) 일단 Class A와 Class B가 기본이니까 이 두 가지를 구분해 보기로 하자.

400미터 트랙을 달린다고 가정해보자. Class A는 선수 한 명이 처음부터 끝까지 트랙을 혼자 달리는 것이고, Class B는 두 명의 선수가 구역을 나누어 200미터씩 릴레이로 달리는 것이다. 한편 Class D는 릴레이인 것은 Class B와 같은데 트랙을 도는 수단이 '달리기'가 아니라 '자전거 경주'라고나 할까 전혀 다른 수단을 쓰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Class A는(아래 왼쪽 사진)은 한 개의 트랜지스터가 신호의 + 부분과 - 부분을 모두 담당하는 방식이다. 혼자서 일하니까 일이 일관성도 있고 남의 눈치 볼 것도 없다. Class B 급 방식에서 흔히 말하는 크로스오버 왜곡(Crossover Distortion)이 없다. 대신 혼자서 많은 일을 하려니 힘이 많이 든다. 몸에서 열도 많이 나고 밥도 많이 먹어야 한다. 다시 말해 전기를 많이 소비하고 열이 많이 난다. 전기를 많이 공급해주려면 트랜스포머, 캐피시터도 커야 할 것이고, 또 열이 많이 난다면 그 열을 내보내기 위해 방열판을 크게 달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대개 효율성이 떨어지고 앰프의 덩치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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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Class B(위 오른쪽 사진)방삭은 Class A와 달리 두 개의 트랜지스터를 이용해 한 쪽 Q₁트랜지스터는 + 출력 때 켜지고, 다른 쪽 Q₂트랜지스터는 - 출력 때 켜지는 방식이다. 따라서 한 쪽이 작동할 때 다른 쪽은 쉰다. 달리 말하면 한 쪽 트랜지스터가 스피커로 전류를 "밀어낼" 때 다른 쪽 트랜지스터는 전류를 "끄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런 식의 출력을 Push-Pull 방식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엄밀히 말하면 Class B와 Class B push-pull 방식은 구별이 되어야 하나, 여기서는 그냥 통칭(統稱) 하기로 하자.)

이 방식의 강점은 '효율적'이라는 점이다. 서로 교대로 작동하기 때문에 열도 적고 크기에 비해 대출력도 가능하다. 달리기로 따지면 두 선수가 릴레이로 뛰니까 힘이 덜 드는 셈이다. 힘이 덜 드니까 혼자라면 200m 밖에 못 뛸 것을 400m도 너끈히 뛸 수 있게 된다. 물론 전기도 덜 먹는다. 그러나 단점이 있다. 한 쪽 트랜지스터에서 다른 쪽 트랜지스터로 역할이 전환 되는 지점에서 크로스오버 왜곡이 생긴다. 릴레이 달리기로 비유하자면 1번 주자가 2번 주자에게 바톤을 넘겨 주는 과정에서 연결이 부자연스럽거나 또는 멈칫하는 현상에 비할 수 있다. 이 부분은 음질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효율성은 Class B가 앞서고, 음질은 Class A가 앞선다는 것이 일반적인 통설이다. 그래서 덩치가 작은데도 출력이 크고, 전기를 덜 먹는, 예를 들어 멀티채널 같은 경우는 Class B가 많고, 음질을 중시하는 고가의 하이엔드 앰프들은 덩치 큰 Class A가 많다.

물론 출력 방식의 장단점에 대해서는 많은 이견(異見)들이 또한 존재한다. Class A와 Class B의 음질 차이는 순전히 취향에 따른 차이일 뿐이라는 주장도 있다. 또 Class A라고 표기된 앰프 중 상당수가 실제로 회로를 자세히 분석해 보면 Class AB 방식에 가깝기 때문에, 대부분 Class A 앰프의 음질적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Class AB 방식은 낮은 출력에서는 A급으로 작동하고 높은 파워가 필요할 때에는 B급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증폭 방식이다. Class AB는 음질과 효율성 두 가지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말씀 드렸듯이 Class A 라고 알려진 앰프 중에는 기실 Class AB에 가까운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서 위상반전장치 자체가 아예 없는 '진짜 A급 앰프'들을 이런 '짝퉁 A급'(?)과 구분하기 위해 '순(純)'자(字)를 앞에 붙여 '순 A급' 또는 '싱글 엔디드' 라고 부르기도 한다.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이다. 음질이 우수한 앰프 중에 A급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A급 앰프가 다른 방식의 앰프보다 음질이 우수하다는 말에는 어폐가 있다. 홈런타자들 보면 대체로 체구가 크다. 아무래도 장거리포를 많이 쏘려면 체중도 좀 있고 허벅지도 굵어야 한다. 그런데 꼭 그대로 비례하던가? 체구 작은 선수가 큰 선수보다 홈런을 많이 치는 경우는 허다하다. 행크 아론이나 왕정치도 날씬한 편이었다. 증폭방식과 음질의 상관관계는 홈런과 체구의 상관관계보다도 훨씬 더 작다. 선입견은 금물이다. A급을 채택했을 때 들어가게 되는 기회비용을, 음질을 향상 시킬 수 있는 다른 부분에 더 효과적으로 배분 한다면 푸쉬-풀 앰프나 D급이 A급 앰프보다 당연히 음질이 좋아질 수 있다.

그러나 1만불 이상의 초고가 하이엔드 파워 앰프들을 살펴보면 압도적으로 A급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 시장은 아주 자그마한 성능의 개선 정도에도 몇 곱절의 가격을 지불하는 '특수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용자들이 'A급 앰프'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예전에는 하이엔드 앰프는 당연히 'A급'이어야 한다는 고정 관념 같은 것이 있었다. '순 A급 하이엔드 앰프'의 붐을 주도하고 환상을 심는 데 앞장 선 브랜듣들이 바로 마크 레빈슨, 크렐, 볼더 같은 브랜드들이었다. 물론 최근 들어서 할크로, 벨칸토 등 Class A가 아니면서 최상급의 사운드를 만들어 주는 제품들이 서서히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마크 레빈슨이 이렇게 "전향적으로"  Class D로 방향을 선회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제 Class D 증폭 방식에 대해 살펴 보자.


Class D(스위칭) 앰프의 장단점


Class D 증폭 앰프를 우리는 보통 '스위칭 앰프'라고 부른다. 스위칭 앰프는 트랜지스터를 고속으로 ON/OFF 시켜 펄스(Pulse)를 만들고 이를 이용해 입력 오디오 신호를 펄스폭 변조(PWM) 신호로 만든 뒤, 로우 패쓰 필터를 걸어서 다시 스피커 출력을 만들어내는 출력 방식이다.
 
그런데 스위칭 앰프에 대해서는 용어 상의 혼동이 잦은 편이다. 많은 분들이 '스위칭 파워''스위칭 앰프' 그리고 '디지털 앰프' 등의 용어를 구분하지 않고 뒤섞어 사용한다. 그러나 이 들은 모두 다른 개념의 용어들이다.
 
우리가 말하는 Class D 앰프는 '신호의 증폭 방식'에 관한 것으로 '스위칭 앰프'라는 용어는 이 경우에만 해당 된다. 한편 스위칭 파워(SMPS)는 스위치 모드의 '파워 서플라이'로 전원 공급에 대한 구분이다. 따라서 스위칭 파워와 스위칭 앰프는 엄연히 다른 용어이다. 할크로(Halcro) DM58은 스위칭 파워를 사용한 앰프이다. 그러나 DM58은 신호 증폭 방식이 Class A/AB 이다. 따라서 스위칭 앰프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 한편 마크 레빈슨 Nº 53은 파워 서플라이가 리니어 파워이다. 그러나 신호 증폭 방식은 Class D이다. 따라서 '스위칭 앰프'라고 부를 수 있다.

'스위칭 앰프'와 '디지털 앰프'도 다른 말이다. 스위칭 앰프가 0과 1 형태의 펄스폭(PWM) 신호를 사용하는 '디지털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흔히 '디지털 앰프'로 오해 되기 쉽다. 스위칭 앰프를 뜻하는 'Class D'의 'D'가 Digital을 뜻하는 것으로 알고 계신 분들도 많다. 'D'는 Class C 다음 차례로 정의(定義)가 되는 바람에 순서 상 붙은 것으로 Digital을 의미 하는 것이 아니다.

디지털 파워앰프는 입력 신호부터 디지털이어야 한다. 즉 프리앰프로부터 PCM 데이타를 그대로 받아 들여 PWM 데이타로 변환하는 스위칭 증폭 방식을 사용하면 디지털 앰프이다. 즉, 중간에 DAC 회로를 거치지 않는 경우이다.

그러나 스위칭 앰프는 입력 신호가 디지털일 수도 있고, 아날로그 일 수도 있다. 사실 대부분의 스위칭 앰프의 입력 신호는 프리앰프의 DAC 회로를 거친 아날로그 파형이다. 스위칭 앰프에서 사용되는 PWM 데이타는 0과 1로 이루어 진 디지털 신호라는 점에서 PCM과 일맥상통하지만, PCM과 PWM은 엄연히 다른 신호체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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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칭 앰프는 고주파의 triangular wave와 오디오 입력 신호를 비교하는 과정을 통해 오디오 신호의 주파수와 증폭 정보를 모듈레이터를 통해 펄스의 폭 신호로 변조한다.(위 사진 참조) 이 것이 PWM 데이타이다. 이 PWM 데이타에 의해 트랜지스터가 쉴새없이 켜지고 꺼지는 스위칭 작업이 이루어진다. 이때 S₁에 의해 웨이브 폼의 포지티브 반쪽(On+ 출력)이 구동되고 다른 S₂를 통해 네가티브 반쪽(On- 출력)이 드라이브 된다. 증폭된 데이터는 다시 커패시터와 인덕터로 구성된 패씨브 필터에 의해 고주파가 제거되고 매끄럽게 다듬어져 최종적으로 스피커로 전달이 된다.

스위칭 앰프의 가장 큰 강점은 '고효율성'이다. Class D 앰프의 이론적인 최대 효휼성은 100%이고, 보통 90% 이상이다. 한편 Class B는 최대 효율성이 78% 이고, 실제 음악 신호에서는 50%를 밑돈다. 효율성이 높으면 소비되는 전력이 줄어들고, 방열판을 작게 만들수 있으며 따라서 앰프의 체구가 작아지면서도 대출력 파워를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일반적으로 저역이 탄탄하고 응답성이 빠르다는 음질적 강점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위칭 앰프는 음질에 악영향을 미치는 두 가지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데 (1) Switching Noise와 (2) Dead Band가 바로 그 것이다. 이 두 가지를 어떻게 해결 하느냐가 스위칭 앰프 제조사들의 핵심 기술 개발 과제이다.

이 부분에서 HSG가 내세우는 고유의 특허 기술이 바로 IPT(Interleaved Power Technology)이다. IPT를 이용해 만든 첫 번째 작품이 바로 마크 레빈슨의 Nº 53이다. 실제로 Nº 53은 '스위칭 앰프'라는 요소와 IPT 기술이라는 요소 두 가지로 부터 음질적 특성에 적은 않은 영향을 받고 있다. 이제 위에서 언급한 스위칭 앰프의 두 가지 문제점과 이에 대해 마크 레빈슨이 제시 하는 해결책에 대해 살펴 보기로 하자.

[2부로 넘어가기]

Posted by hifinet
2008. 10. 4. 13:27

  Wadia 170i Transport (2)

  posted by 최 원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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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하는 iPod 모델

와디아 측에서 밝힌 170i Transport 공식 지원 iPod 모델은 다음과 같다.

l  iPod 5세대(비디오) 모델 30GB, 60GB, 80GB

l  iPod 나노 1세대 모델 1GB, 2GB, 4GB

l  iPod 나노 2세대 모델 2GB, 4GB, 8GB

l  iPod 나노 3세대 모델 4GB, 8GB

l  iPod 클래식 80GB, 160GB

l  iPod 터치 8GB, 16GB, 32GB

 

이 외의 모델은 확인 되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커넥터만 동일한 형태면 데이터 전송에는 별 문제가 없을 것 같다. 단지 특정 모델이 가지고 있는 특정 기능들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수는 있다. 그때는 수동으로 작동하면 된다.)

 

iPod 나노 1세대 제품은 170i 트랜스포트에 연결했을 때 오로지 디지털 오디오 출력만 가능하며 클릭 휠 인터페이스가 먹지 않는다. 그러나 iPod 나노 2세대 제품은 디지털 오디오 출력만 가능한 것은 동일하나 클릭 휠 인터페이스는 작동 한다. iPod 나노 3세대 제품은 컴포넌트 비디오 출력과 디지털 오디오 출력이 모두 가능하고 클릭 휠 인터페이스까지도 정상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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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d 비디오 제품은 컴포넌트 영상 출력은 되지 않고 S-Video 출력만 된다. 또 디지털 오디오만 출력이 가능하다. 클릭 휠 인터페이스도 정상 작동되지 않는다. iPod 클래식 제품은 컴포넌트와 디지털 오디오 출력, 클릭 휠 인터페이스 모두 정상 작동한다. iPod 터치 또한 디지털 오디오 출력, 컴포넌트 영상 출력 및 터치 스크린 인터페이스 모두 작동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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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d
나노 1세대 및 iPod 비디오 제품은 170i Transport에 장착이 되면 자동적으로 “extended interface” 상태로 들어가게 되며, 이때 iPod 화면에는 와디아 로고가 뜬다. 이 상태에서는 디지털 오디오 출력만 가능하고, iPod 자체의 클릭 휠이 먹히지 않는다.(좀 답답한 상황이다.) 이때는 iPod을 막 꽂은 시점에서 이미 iPod에 어떤 곡이 선택되어 있었으면 그 곡을 170i Transport가 이어 받아서 재생을 하며, 그 곡이 끝나면 “All Tracks” 모드가 되어 iPod에 있는 모든 노래를 순서대로 재생한다.(이때 셔플 세팅은 먹히지 않는다.)

 

최상의 음질을 얻기 위해 미리 알아야 할 것들
 

170i Transport의 성능을 최대한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음원으로 비압축 WAV 파일을 사용해야 한다. 여기서 잠깐 파일 포맷에 대해 언급해 보자. (이 이야기는 하자고 하면 끝이 없으니 아주 잠깐만 하자.) CD에 들어 있는 데이터는 대부분이 44.1kHz의 샘플링 레이트에 16bit의 양자화 해상도를 가진 2채널 PCM 데이터다. 이 데이터를 PC로 옮긴 파일의 형태가 WAV, MP3, MP4 등등이다. 관건은 옮길 때 원본 데이터를 얼마나 손실 시키는가 하는 것이다. 세 가지 형태가 있을 수 있다.

 

(1)  우선 압축을 전혀 하지 않는 것(비압축). 압축을 전혀 하지 않으니 당연히 손실도 없다. 그냥 고스란히 CD 데이터를 PC용 파일형태로 옮긴 것 뿐이다. 이걸 우리는 보통 WAV 파일이라고 부른다. (엄밀히 말하면 ‘WAV=비압축은 아니다. 압축 WAV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보통 통상적으로 WAV라고 하면 44.1kHz/16bit 2채널 기준 1411kbps의 초당 전송률을 갖는, CD와 동일한 크기의 비압축 PCM 데이타를 지칭한다..) 비압축이므로 파일의 크기가 가장 크다. 3분짜리 곡 하나가 보통 30MB 정도 한다. (맥 PC에서는 WAV 대신 AIFF를 주로 사용한다)

 

(2)   압축은 했으나 실질적으로 압축된 데이터를 도로 풀었을 때(디코딩) 원본 데이터와 전혀 차이가 없는 무손실 압축 형태의 것이 있다. 이론적으로 비압축 데이터와 다를 것이 없으나 코덱을 사용하므로 전용 디코더가 필요하고, 또 디코더의 연산 과정을 한번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음질에 미세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채널 PCM 데이터를 무손실로 압축하는 코덱으로 우리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Apple Lossless(ALAC), FLAC, Shorten 등이 있다. 170i 트랜스포트iPod에서 지원하는 무손실 압축 코덱은 Apple Losseless 방식이다. Apple Losseless MP4 확장자를 가지며 전송률과 파일 크기는 파일의 특성에 따라 가변적이기는 하나 대체로 WAV의 절반 정도 크기라고 보면 된다.

 

(3)   압축을 할 때 원본 데이터를 손상 시켜 섬세한 대역정보까지 많이 날라간 손실 압축 포맷이 있다. MP3가 가장 대표적인 손실 압축 코덱이다. 데이터를 과감하게 날렸으니 파일 크기는 크게 줄어든다. 물론 얼마나 날렸느냐에 따라 다르다. 덜 날렸으면 크기가 커지고 음질이 더 나으며, 많이 날렸으면 크기가 줄고 음질이 더 나빠진다. 일반적으로 64kbps~320kbps의 전송률이 주로 쓰이며 고역은 찌그리지고 저역은 뭉개지는 편이어서 하이파이 시스템에서는 특히 토널 밸런스에서 단점이 많이 드러난다. 192kbps를 기준으로 할 때 3분짜리 곡 하나의 크기는 4MB 남짓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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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i Transport는 하이파이 유저를 위한 디바이스이므로 우리는 당연히 위 세 가지 중 WAV Apple Loseless 포맷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CD의 데이터를 WAV 또는 Apple Lossless 포맷의 파일로 변환을 해야 한다. 변환 작업에 필요한 것은 다음의 세 가지 항목다. (1) 원본 CD (2) CD/DVD/BD ROM (3) 변환 프로그램.

 

(1) 원본 CD 건은 사실 참 민감한 부분이다. 자신이 소유한 CD PC 파일로 변환하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타인의 CD를 빌려서 파일로 변환하거나 자신이 변환한 파일을 타인에게 복제해 주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다. 디지털 파일의 복제 문제는 언제나 뜨거운 감자이다. 유용성과 정당성 사이에서 항상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어쩔 것인가 일단 패러다임의 변화는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다음 단계에서 현명한 해결방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건 지금 할 이야기가 아니니까 그냥 넘어가자. 아무튼 iPod WAV 파일을 넣기 위해서는 기존 CD(레드북)의 데이터를 WAV 파일로 변환해야 한다.

 

(2) 대부분의 PC CD-ROM이든 DVD-ROM이든 롬 드라이브를 장착하고 있다. 그러나 사운드 관련 디지털 엔지니어들은 사용하는 ROM의 성능에 따라 읽어 들이는 데이터의 정확도에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플렉스터나 야마하의 오래된 고전 모델 몇 가지가 아직도 일부 애호가들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혹자는 이를 결벽증이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필자의 의견은? 전자(前者)이다.

 

(3) 변환 프로그램은 iPod의 전용 소프트웨어인 iTunes을 사용하면 된다. 애플 사이트에 들어가면 최신버전을 무상으로 다운 받을 수 있다. PC를 다루는 일에 익숙치 않은 독자를 위해 잠시  iTunes 8 프로그램을 통해 변환하는 법을 설명 해보자. (그림을 클릭하면 더 큰 사진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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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 메뉴에서 [편집]-[기본설정]을 선택한다. (또는 CTRL과 '+'키를 동시에 눌러도 된다..)
그럼 아래와 같은 윈도박스가 열린다. [일반] 탭 항목의 중간 부분을 보면 [CD를 삽입했을 때-가져오기 요청] 선택항목이 있다. (또는 윈도박스가 열렸을 때 단축키로 알파벳 [O]를 눌러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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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와 같은 윈도박스가 한번 더 열린다. 맨 위의 [다음으로 가져오기](단축키 'I') 항목은, 변환할 포맷의 종류를 판단하는 부분이다. AAC, AIFF, Apple Loseless(ALAC), MP3, WAV 인코더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되어 있다. 우리가 선택할 인코더는 Apple Loseless 또는 WAV 두 가지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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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Loseless를 선택했을 때에는 별도로 더 설정할 것이 없다. 설정 값이 무조건 자동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WAV를 선택했을 때에는 바로 아래 설정항목에서 자동을 선택할 수도 있고, ‘사용자 설정을 선택할 수도 있다. 그 아래 [오디오 CD를 읽을 때 오류 수정 사용]란은 체크해 주는 것이 좋다. 인코더를 [WAV]+[사용자 설정]을 선택하면 아래와 같은 윈도박스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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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플레이트와 양자화 해상도 크기, 채널 등을 세부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데 일반적인 CD라면 44.1kHz, 16비트, 스테레오를 선택하면 된다. 그러나 간혹 DVD PCM 데이터와 같이 48kHz의 샘플링 레이트를 갖거나 24비트의 양자화 해상도를 갖는 원본 소스를 넣었을 경우는 그에 맞게 사용자 설정을 직접 해 주는 것이 확실할 수 있다. 물론 애매모호하면 그냥 자동으로 놓아도 된다.

 

이제 CD를 넣으면 iTunes 프로그램이 CD의 내용을 보관함으로 가져올 것인지를 묻게 되며, 이를허락하면 CD의 트랙을 읽어 표시를 한다. 변환하기 원하는 곡목들을 Shift+마우스를 이용해 영역 선택을 한 뒤 마우스의 오른쪽 버튼을 누르면 “WAV 생성하기또는 “Apple Lossless 생성하기의 항목이 나타난다. (아래 그림 참조) 이를 선택하면 iTunes가 작업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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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속도는 생각보다 빠르다. 3분 남짓이면 CD 한 장을 변환해낸다. 재생목록 항목의 [Recently Added]에 가면 맨 아래에 방금 전 생성 시킨 곡목들이 보인다. 자신이 알아 보기 쉽게 임의의 폴더를 만든 뒤(단축키: CTRL+N) 그 곳으로 파일을 옮기면 된다.

 

오디오파일들은 파일의 포맷이나 전송률 등이 음질에 미치는 영향에 민감하기 때문에 당연히 목록에서도 이들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사과 마크 바로 아래 열(Column) 표시 바(Var)에 마우스를 갖다대고 오른쪽 버튼을 클릭하면 표시할 열의 종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팝업메뉴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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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는 항목들은 uncheck 시키되 [파일 이름], [비트율], [시간], [종류], [트랙번호] 등은 check 한다. [종류] 은 파일이 WAV인지 Apple Loseless인지 MP3인지 표시한다. (Apple Loseless는 실제 파일에서는 MP4 확장자를 갖는다.) [트랙#]가 있어야 변환한 파일들이 CD의 몇번째 트랙인지 알 수가 있다. Apple Lossless 변환의 경우 트랙 넘버 대신 곡목이 자동으로 표시되기 때문에 키를 잘못 누르면 자신의 CD 순서와 달리 알파벳 순으로 정렬될 수도 있다. 따라서 [트랙#]을 표시시켜야 한다. [비트율] 열에 1411kbps로 표시되면 WAV 파일을 뜻한다. Apple Lossless는 가변이라 파일마다 크기가 다 다르다. 이 항목을 보면서 그 곡의 대체적인 압축비율이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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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V 파일로의 변환에 반드시 iTunes를 사용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외부 전용 프로그램을 사용해도 된다. CD에서 트랙을 읽어 WAV로 변환하는 프로그램 중 유명한 것으로는 주관이 뚜렷한 독일 엔지니어 Andre Wiethoff가 만든 EAC(Exact Audio Copy)가 있다. iTunes 보다 좀 더 전문적인 옵션과 검사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가지고 있는 CD-ROM 또는 DVD-ROM의 성능을 스스로 체킹 하기도 한다. 여러 대의 롬 드라이브를 가지고 있을 경우에는 그 중 어떤 것을 메인 드라이브로 사용할 것인지 추천하기도 한다. EAC는 읽고 변환하는 속도가 iTunes보다 느리다. 한번 더 관련 전문 엔지니어들의 의견을 빌려보면 WAV 변환에 사용하는 프로그램에 따라서도 오류 데이터의 보정 등에서 차이가 발생한다고 한다. 따라서 음질이 다를 수 있다고 말한다. 사실 이건 선뜻 안 믿어지는 이야기이다.
 

디지털의 상이성(相異性)’ 21세기의 대표적인 사회과학 테마 중 하나이다. ‘디지털인데 어떻게 다를 수가 있겠느냐?’는 원초적 질문에서 시작해, ‘과연 어디까지를 디지털이라고 규정 지을 수 있겠느냐?’는 사뭇 철학적인 의문도 제시되고 있다. 이 또한 지금 다룰 주제는 아닌 것 같다.

단지 필자가 경험한 것을 잠깐 전해보자. 처음에는 필자도 설마 다르겠어? 또 만에 하나 다르다고 해도 과연 귀로 구별이 갈 수 있는 정도겠어?’ 하고 생각했었다. 평소에 철썩 같이 믿고 있었던 수 많은 "디지털 논리칙(則)'들이 실제 경험을 통해 어이 없이 깨지는 경우를 수 차례 겪었었지만, 그래도 "설마 프로그램에 따라 다르다는 건 좀... " 하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프로그램에 따른 차이는 미묘하지만 아주 확실하게 존재했다. 스스로 의아한 생각이 들어 착각이 아닐까, 대략 두 시간 남짓 계속 곡을 바꿔 가며 비교 청취를 했던 것 같다. 흥미로운 결론이다. 물론 그 차이는 대단히 미묘한 것이어서 무시해도 좋을 정도이고, , 두번의 비교청취로 구별이 갈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경험이 많은 오디오파일이라면 10분 안에 차이를 발견할 수 있을 만큼 확실한 차이이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 Andre Wiethoff가 써 놓은 테크니컬 도큐멘트를 읽어봐도 프로그램에 따라 결과가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이파이넷 필자이기도 한 남상욱님은 유수한 관련 업종 현업에서 활약하고 계신 디지털 오디오 분야의 전문가이시다. 이론과 실제를 겸비한 실력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 남상욱님께서도 디지털 오디오도 중간 매개들의 여러가지 변수에 의해 그 복제 결과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요지의 글을 쓰신 적이 있었다. 그때는 그 글을 읽고 그저 무심히 고개만 끄덕였었는데, 지금은 어렴풋이 그 뜻을 알 것 같다. 아무튼 디지털도 아날로그 못지 않게 복잡하고 미묘한 세계이다. 결코 편하고 쉽기만 한 분야는 아니다. (※ '디지털 복제' 또는 '디지털 신호 전달의 동일성'에 대한 논쟁은 이젠 좀 진부하다. 1+1=2인 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공식만 계속 지겹게 되풀이 해서 말하는 단순한 접근 방식으로는 현상 규명이 안 된다. 뭔가 더하기가 잘 못 되었던지 0.999만 더해졌던지, 아니면 계산기가 고장 났던지... 그도 아니면 안드로메다 성운에 우리가 떨어져 있는 거던지... 아무튼 단순한 연역적 추론의 틀을 벗어나 시야를 더 넓혀 귀납적으로 접근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 10월 15일자로 내용 추가합니다. 리뷰에 동원되었던 실제 프로그램에 대한 개인적 문의가 많아 추가로 별기합니다. 본 리뷰에 동원되었던 WAV 파일들은 대부분 EAC 0.9를 통해 추출된 것들입니다. iTunes를 통한 추출 파일은 EAC 추출 파일과의 비교 시청 시에만 사용이 되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문에 iTunes 프로그램만 설명했던 것은, iTunes는 Apple사가 정식으로 공개화한 프로그램입니다만, EAC는 개인 저작 프로그램으로
추가글을 답니다.
본 리뷰에서는 WAV 추출 프로그램과 관련하여 iTunes의 사용법을 장황히 설명하였습니다.

음질 테스트

 

이제 WAV 파일로의 변환도 끝났으니 본격적으로 170i Transport의 실력을 검증해보자. 결론부터 말하자. 별 기대를 하지 않았던 사용자라면 첫 번 감상이 끝난 뒤 대부분 눈이 휘둥그래 해지면서 깜짝 놀란 표정을 지을 것이다. 틀림없다.

 

테스트에 사용된 시스템은 Mark Levinson Reference 모델들이다. DACMark Levinson No.30.6이다. No.30.6 170i Transport의 연결에 사용된 디지털 케이블(Coaxial)은 비교 시청을 위해 다양한 종류를 번갈아 사용했는데 주로 사용된 제품은 Kimber Illuminati D60 이었다. 한편 아날로그 테스트를 위해 사용한 인터선은 AudioQuest Anaconda(Unbalanced)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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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 Levinson의 Reference DAC인 No.30.6. XLR 3개, Coaxial 2개, Optical 3개 등 총 8개의 디지털 입력을 받는 본체(우측)와 AC/DC 변환기능을 담당하는 전용 파워 서플라이 PLS-330(좌측)으로 이루어져 있다.
 

170i Transport와 비교할 CD Transport는 역시 Mark Levinson의 Reference Model No.31.5이다. No.31.5 No.30.6 Nordost Valhalla Balanced Digital 케이블로 연결했고, No.30.6과 프리앰프인 Mark Levinson No.32 사이의 인터선은 Transparent Reference XL 케이블(XLR)이 연결되었다. 그리고 언급된 기종 모두 PS Audio Power Plant에 파워를 연결 되었다.

 

비교 기종으로 사용된 No.31.5 Transport는 사실 가격대로 따지면 170i 트랜스포트와 도저히 같이 비교할 수 있는 등급이 아니다. 하지만 필자는 내심 170i 트랜스포트에 대해 그만큼의 기대를 갖고 있었다. 사실 처음에는 100만원 미만대의 소스 기기들과 비교하는 것도 염두에 두었었다. 그러나 170i 트랜스포트를 첫번 리스닝을 통해 약 10여분간 들어 본 후 이 생각은 바로 접었다. 그 급의 기종과의 비교는 전혀 의미가 없다. 이후 No.31.5와의 비교 테스트에만 집중했다.

 

결론부터 앞서 말하자면 170i 트랜스포트+iPod 조합은 정보량이나 스테이지의 크기, 토널 밸런스, 음상의 분리와 포커싱 등등 기본적인 특성에서 No.31.5에 전혀 뒤지는 바가 없었다. 소리의 뉘앙스와 질감 측면에서는 No.31.5와 차이는 있다. 그러나 두 기종 간의 비교는 가격대를 완전히 뛰어 넘는 대등한 관계의 비교였다. 도저히 1만불짜리 제품과 몇백불 대 제품의 비교라고 볼 수 없었다. 마치 dCS 라던가 Esoteric, Meridian, CEC 같은 내노라하는 브랜드의 상급기를 지금 내가 다루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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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 스테이지의 각 요소들부터 가늠해보자. 존 루터의 레퀴엠”(Referece Recording), 3번 트랙 “All Things Bright and Beautiful”. 성악파트와 연주파트가 분리되어 깊이감 있는 무대를 형성해 주는 곡이다. 좌우의 크기는 물론이고 무대의 깊이에 있어서도 마크 레빈슨 31.5에 비해 위축되는 기미가 전혀 없다. 같은 음반의 8번 트랙 “Santus”는 홀의 원근감을 만끽할 수 있는 스케일감이 큰 소리를 전달해준다. 홀 전체에 울려 퍼지는 파이프 오르간의 앰비언스 필드 크기는 사운드 스테이지 크기를 판단하기에 좋은 재료이다. 배경을 이루는 관악, 타악기 및 성악의 포커싱이나 위치가 매우 정확하다. 무대가 좁아져 음상이 겹쳐지는 현상을 느끼기 힘들다.

 

이번에는 Iasca의 음질 테스트용 음반으로 갈아 끼워 보자. 영화 핑크 팬더의 테마곡. 메인을 이루는 색소폰과 배경을 이루는 관악 파트의 조화에서, 흔히 중저가형 시스템에서 나타나기 쉬운 소리의 뭉뚱그림이나 음상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상을 전혀 느낄 수 없다. 정말 스테이징 능력은 확실히 하이엔드 급이다.

 

대역별 밸런스도 매우 우수하다. 일정 수준 이상의 고역에서도 찌그러짐이나 탈색됨이 없다. 저역은 양도 풍부하지만 무엇보다도 상당히 깊다. C&L Music Classic Sampler VoL.1, 바하의 첼로 전주곡 G장조. 저역이 울림도 크지만 아주 깊게 내려간다. 그 것은 존 루터의 레퀴엠에서도 그랬다. 딥 베이스의 탄력과 양감은 No.31.5 보다 확실히 더 낫다고 보여진다. 아주 단단한 느낌이다. 고역, 중역, 저역 모두 순음(純音)의 정보량에서는 No.31.5에 뒤떨어지지 않는다.

 

포커싱도 매우 또렷하고 음상의 경계가 확실하고 위치가 정확하다. 차이코프스키의 삼위 일체의 노래”. 소년 합창단의 성가곡은, 소년부와 청년부가 서로 분리된 위치에서 절묘한 하모니를 이루어 내는데 정위감이 좋을수록 음상이 또렷하면서도 입체적으로 들리게 된다. 대단히 훌륭했다. 음상의 명료한 분리나 위치 표현 능력 또한 No.31.5와 대등한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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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트의 파가니니 연습곡 3라 캄파넬라”. Andre Watts의 연주이다. 피아노 건반의 타음이 경쾌하고 반응이 매우 빠르다. 높은 음에서도 왜곡이 전혀 없이 쭉쭉 뻗어준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토널 밸런스와 이미징, 사운드 스테이징 등의 능력으로 보자면 단연 하이엔드 사운드이다.

 

와디아는 원래 “DigiMaster” 필터링 기술과 “Clock Link” 지터 보정 기술로 한떄 큰 각광을 받았었다. “DigiMaster”는 소리의 위상과 응답성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고 “Clock Link”는 클럭 신호를 오디오 데이터와 병합하지 않고 따로 DAC 쪽 메인 회로에 직접 전달함으로써 클럭 타이밍 에러를 대폭 줄여 소리의 투명성과 포커싱을 제고한 기술로 특히 각광을 받았었다. 와디아는 170i Transport에도 이 기술을 채택해 집어 넣었다. 170iiPod 조합이 들려주는 빠른 응답성이나 소리의 투명함, 이미지의 또렷함을 와디아의 원천 기술에 의한 것이라 전적으로 볼 수는 없다. 전통적인 CD 로드&리딩 방식이 아닌, 파일 전송이라는 새로운 방식에 그 원인이 상당부분 연유한 것일 수도 있다.
 
또 한가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은,
이제까지 언급된 놀라운 음질적 장점들을 100% 모두 170i Transport의 능력으로 귀결지을 수는 없다는 점이다. 소리는 Transport의 능력 한 가지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No.30.6 DAC No.32 프리앰프 같은 레퍼런스 모델들이 동원 되어 나타난 소리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 170i Transport를 사용한다고 해서 모든 시스템에서 토널 밸런스나 사운드 스테이징이 리뷰 시스템에서만큼 표현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동일한 시스템으로 많은 제품 리뷰를 해 봤던 필자의 입장에서는 섣부른 트랜스포트들에 의해 대개 음의 어떤 요소들이 제거되고 과장되는지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그런 입장에서 내린 결론도 여전히 "170i TransportiPod의 조합은 두말할 것 없이 하이엔드급 트랜스포트"라는 것이다.

 

이제까지는 칭찬일색이었다. 그럼 170i Transport+iPod 조합을 No.31.5와 비교할 때 대등하거나 더 우수하다고 볼 수도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그 차이가 미묘하고 섬세한 것이기는 하지만 (사실 하이엔드 오디오의 세계는 다 그렇다. 언제나 미묘하고 섬세한, 그렇지만 확실하고 명료한 그 작은 차이점들 때문에 수 천불, 수 만불의 가격 차이가 나곤 한다.)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리스닝을 해 보면 이구동성(異口同聲) 모두 No.31.5의 소리에 더 이끌린다. 정보량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포커싱이나 스테이징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지만 No.31.5에 비해 170i 트랜스포트의 소리는 어딘가 정돈이 덜 되었고, 음악적인 표현력에서 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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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rk Levinson No.31.5 Transport. 대표적인 하이엔드 레퍼런스 모델 중의 하나이다.

, No.31.5보다 '표정'이 부족한 것이다. 양자(兩者)의 소리는 얼핏 들으면 구별이 안 갈만큼 기본적 특성에서는 모두 우수한 특성을 보이지만, 자세히 들으면 미묘하지만 아주 뚜렷한 음질적 특성의 차이를 보이는데, 이는 뉘앙스의 차이가 아니라 사실은 뉘앙스의 부족때문으로 보는 것이 더 옳다. 저역의 경우 탄력은 좋으나, 강약이 섬세하게 조절되어 표현되는 능력이 No.31.5 보다 떨어지는데 이는 응답성, 다이내믹스, 잔향감 등의 요소들이 모두 No.31.5 보다 다소 뒤떨어지기 때문이다. 딥 베이스의 응답성도 좋고 소리가 아주 단단하지만, 베이스의 섬세한 뉘앙스, 예를 들어 검지로 살짝 퉁긴 음과 엄지로 강하게 퉁긴 음에 대한 레벨 레이어링, 빠르게 치고 나간 뒤에 곧바로 길고 느리게 빠질 때의 딜레이 타임의 레이어링 등이 No.31.5보다 부족하다. Transient Response의 기본 특성은 훌륭하지만 Dynamics와 연결되어 표현되어야 할 섬세한 표정에서 No.31.5에 뒤진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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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언급되었던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의 경우, 높고 낮은 건반을 빠르게 쉴새 없이 움직이면서도, 각각의 건반마다 타음(打音)의 세기가 각기 다르게 표현 되어야 맞다. 곡 자체가 알레그로 빠르기로 16분음 안에 두 옥타브를 오가기도 하는 등 그 순간 순간 처리해야 할 음역대가 장난이 아닌 곡이다. 몇 차례 반복해서 비교해 들어보면 170i 트랜스포트가 No.31.5에 비해 확실히 고역을 때리는 힘이 약하고 섬세하지 못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까닭에 No.31.5의 피아노 연주가 더 또렷하고 반응이 빠르다고 느껴진다. , 강약을 표현하는 범위가 170i 트랜스포트도 충분히 넓지만, 중간에 펼쳐질 스펙트럼의 레이어(Layer)가 세밀하지 못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레벨 디테일(Level Detail)에서 다소 미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음악적 유연성은 빠르고 여리고 묻히는 음들을 생생하게 잡아낼 때 확보가 되게 마련이다.

 

보컬에서도 No.31.5가 잔향감이 더 풍부하고 소리의 끝이 더 매끄럽게 말리면서 한층 더 살집이 두둑한 소리를 들려준다. 여성 보컬을 들어보면 No.31.5 170i 트랜스포트보다 확실히 치찰음이 더 많이 섞여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찌 보면 노이즈 일 수 있는 치찰음은, 하지만 적당히 조절이 될 경우 더 생생한 질감과 음악적 여유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170i 트랜스포트와 No.31.5의 음악적 느낌의 차이를 견강부회(牽强附會) 갖다 붙여 비유하자면, 원숙한 중년과 순박한 청년의 차이 쯤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No.31.5와 굳이 비교하여 평가하자니 그런 것일 뿐 기실
170i Transport의 표현 능력이 그렇게 서투르지는 않다. 앞서 말했듯이 170i Transport는 음악적 표현 능력, 레벨 디테일, 잔향감 모두 절대적 기준으로 보아도 분명 하이엔드 레벨이다. 몇 만불대의 레퍼런스 플래그쉽 모델에는 종합적으로 다소 못 미칠지 몰라도 몇 천불대의 하이엔드 제품군들과는 어떤 기종하고도 우열을 다퉈볼 만큼 우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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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rdost의 Valhalla(Digital)

케이블을 바꿔 끼우던 중 문득 웃음이 새어 나왔다. 170i Transport의 국내 가격이 얼마로 책정될 지는 모르지만 iPod 가격을 포함하고 킴버 D60 급의 케이블 값까지 모두 포함한다고 하더라도 No.31.5에 연결되어 있는 Nordost Valhalla XLR 디지털 케이블 하나 값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마디로 이 제품은 가격대비 성능이 도무지 계산이 되지 않는 물건인 것이다. 재미있는 일이다. 디지털 기술이라는 것이 정말 이렇다. 디지털 신호가 WAV 파일로, WAV 파일이 다시 디지털 신호로 바뀌는 과정에서, 또 바뀐 디지털 신호가 최종적으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앞으로도 더 기술이 발전할 여지는 많다. 170i Transport 조합류의 제품이 좋은 반응을 보인다면, 그리고 하이엔드 업체들이 이런 류의 제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조만간 지금의 하이엔드 소스 기기들은 몰락할 지도 모를 일이다.
 

동일한 음원을 Apple Lossless WAV 방식으로 각기 따로 추출하여 비교를 해 보았다. 필자는 원래 무손실 압축이라는 표현에 좀 삐딱한 편인데, 과거 새로운 포맷이 등장할 때 마다 '무손실'을 표방하며 따라서 등장했던 기술들이 그냥 흐지부지 되는 적이 몇 차례 있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동적 데이타론'이라는 것이 있다. 최종 결과물을 정적 상태에서 비교하면 동일할 지 몰라도, 소리나 영상은 수 많은 데이타가 끊임없이 동적으로 움직여 전달되는 것인데 이때의 전달과정까지 모두 동일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필자는 디지털 데이타에 관한 공부를 한 적이 없어 그저 무슨 이야기이든 듣고 고개만 끄덕일 뿐 왈가왈부할 처지가 못 된다. 대신 왕성한 호기심을 가지고 삼십번 사십번 서로 다른 논리적 조건 아래 테스트 하는 일을 즐겨 나름의 결론을 얻어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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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Lossless 방식으로 압축된 데이터의 디코딩 결과물이 WAV의 그것과 다른 것인지, 아니면 디코딩 과정 중에 소리를 다르게 만드는 어떤 변수가 발생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아무튼 결론적으로 Apple Lossless WAV와 동일한 소리를 들려 주지 않았다. 관악곡인 영화 핑크 팬더의 메인 타이틀. 저역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중고역에서 음색이 살짝 바뀐다. 뻗어주는 힘이 약하다. 메인 연주 색소폰의 경우 WAV에 비해 음상이 작게 맺히고 잔향감이 다소 부족해 전체적으로 풍부한 느낌이 줄어든다. 오해가 없기 바란다. ‘무손실을 표방했지만 실제 소리가 WAV와 다르더라'는 것을 말하려다 보니 이렇게 상대적인 비교를 한 것일뿐, Apple Lossless가 WAV와 그렇게 대번에 구별이 될 만큼 현격한 음질적 차이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비유하면 적절할까? 비압축 WAV의 크기를 100이라고 하면 Apple Lossless의 크기는 50쯤 되고 192kbps MP3의 크기는 10쯤 된다. 음질 수준을 WAV 100이라 하고 MP3 10이라고 동일하게 놓는다면, Apple Lossless가 이번에는 97 정도 되는 셈이라 할 수 있다. , 170i Transport Mark Levinson No.31.5 같은 하이엔드 기기에 비해 놀랄 만한 가격대비 성능을 보여 준 것과 마찬가지로, Apple Lossless 방식은 WAV에 비해 놀란 만한 공간대비 성능을 보여주는 셈이다. 필자라면 앞으로 어지간하면 전부 Apple Lossless 방식을 쓰게 되지 않을까 싶다.

170i Transport는 케이블 특성을 꽤 많이 타는 편이다. 디지털 케이블은 아날로그 인터에 비해 케이블 특성차가 상대적으로 작은 편인데, 170i Transport에서는 그 차()가 다소 좀 큰 편이었다. 170i Transport 패키지 안에는 Coaxial 디지털 케이블 하나가 동볻되어 있다. 선재와 커넥터부 어디에도 정보가 새겨져 있지 않아 어느 회사의 무슨 케이블인지 알 도리가 없다. 또 성능 또한 실전 검증을 통해 알아봐야 했다. 필자는 이 외에도 가급적 다양한 가격대의 케이블들을 두루 준비해 두었다. Kimber Illuminati D60, 극저온 처리된 Stereovox HDXV, ApogeeWideEyes, AudioQuest VDM-5, Belden 8291b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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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pogee WideEye WEXX

벨덴 8291b는 원래 영상선이지만 곧잘 디지털 오디오 케이블로도 쓰인다. 잔향감이 좋고 센 소리에서는 저역 표현에 아쉬움이 없으나 여린 소리에서는 저역이 뭉개지고 비교 제품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역구분이 명확치 않았다. 아포지 WideEyes 또한 비슷한 편이었는데 힘이 부족하고 음상이 또렷치 못한 점이 더 해졌다. 그러나 WideEye는 소리가 벨덴처럼 들뜨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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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udioQuest VDM-5

이에 비해 오디오퀘스트 VDM-5는 한결 포커싱이 좋아졌고 잔향감도 풍부해졌으나, 저역이 다소 풀어지는 편이었고 무엇보다도 소리의 섬세함이 여전히 아쉬웠다. 찰기가 없다보니 음악적인 여유를 느끼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와디아에서 제공하는 케이블도 일정 수준 이상의 소리를 들려준다. VDM-5과 비교하면 저역의 양감은 더 좋은 편이지만 디테일이 떨어진다. 갓 뜯었기 때문인지 소리에 부기가 빠지지 않은, 전체적으로 붕붕거리는 울림이 느껴진다. VDM-5보다 아랫급인 것은 맞지만 마땅한 케이블을 찾을 때까지 대용으로는 쓸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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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mber 일루미나티 D60

킴버 D60스테레오복스 HDXV로 가면 이제까지 언급되었던 케이블들과는 일단 품새가 다른 소리가 나온다. 막이 한꺼풀 걷힌 것처럼 훨씬 더 투명하고 맑은 소리가 나온다. 음의 이음새나 강약조절 등에서 보다 세밀한 표현이 이루어진다. 저역도 더 탄탄해진다. 양자(兩者)를 비교하면 킴버 D60이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이 착 달라 붙는 음색이라고 하면, 스테레오복스 HDVX는 킴버 D60보다 저역의 양이 조금 더 많고 스테이징이 넓은 편이지만 고역에서는 치찰음이 다소 과도해 깔깔하고 거칠게 느껴지는 측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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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테레오복스 HDXV

170i Transport
에는 케이블 가격을 가급적 아끼지 않으시기 바란다. “제품 가격에 육박하는 케이블을 쓰라는 말인가?” 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170i Transport는 이미 성능이 제품의 가격대를 훨씬 초과하고 있음을 말씀 드린 바 있다. 따라서 케이블도 하이엔드 컴포넌트에 부속하는 기준으로 선택하는 것이 격(格)에 맞다.


170i Transport
는 자체 DAC를 가지고 있어 아날로그 출력이 가능하다. 와디아가 디지털 소스기기로 유명한 브랜드이고, 우수한 성능의 DAC를 많이 발표한 회사이기는 하지만 170i DAC는 그냥 그 가격대의 성능에 적합한 수준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기기의 성격 상 트랜스포트로서는 가격대에 구애 받지 않는 탁월함을 보이지만, DAC를 포함한 일체형으로는 메리트가 많이 떨어진다. 고역의 뻗음새나 저역의 임팩트가 모두 부족하고 전체적으로 노이즈가 많은 편이다. 저역이 다소 뭉개지고 디테일이 죽는다. 그러나 왜곡이나 과장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으며 이미징이나 스테이징도 그만하면 괜찮은 편이다. 천불 단위의 프리앰프의 내장 DAC와 견주면 다소 부족할 지 모르지만, 백불 단위의 프리앰프 또는 AV 앰프와 비교하면 더 나을 수도 있다.

 

맺는 말

 

iPod이 날개를 달았다. 평소 iPod의 만듬새나 구조, iTunes 프로그램의 기능들을 보면서 잘 만든 하드웨어/소프트웨어라는 생각은 가끔 했지만, 이제까지는 그 잠재된 능력을 다 발휘하지 못한 셈이다. iPod이 세상을 접수한 지는 오래 되었지만, 하이파이 오디오와의 접합을 시도한 신뢰할 만한 업체가 거의 없었다. 이제 와디아가 좋은 스타트를 끊어 주었다. iPod이 하이엔드 컴포넌트의 일원으로 자리매김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비단 iPod 뿐이고, 와디아 뿐으로 끝나야 할까. 이게 시작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오디오 애호가들의 입장에서 보면 마음껏 기대해도 좋을 호재가 두 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블루레이 기반의 HD-Audio이다. 최대 전송률이 18Mbps에 이르는 고해상도 스펙의 음원을 가진 오디오 전용 블루레이들이 태동 단계에 있다. 그리고 두번째는 와디아 170i Transport+iPod 조합이 보여주는 소스 기기의 혁명이다. 하이엔드 사운드가 한층 더 가깝게 느껴진다. 물론 아직은 갈 길이 멀다. 170i Transport와 같은 기기가 자기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려면 DAC나 프리앰프 등의 뒷받침이 튼실해야 한다. 트랜스포트 하나 좋아졌다고 모두 바뀌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작이 어딘가. 새로운 시도는 항상 즐겁다. (최 원 태)

 

-       리뷰 시스템

 

l  스 피 커           : Revel Ultima Salon2

l  파워 앰프          : Halcro DM88 Mono+Mono

l  프리 앰프          : Mark Levinson No.32

l  트랜스포트         : Mark Levinson No.31.5

l  DAC                : Mark Levinson No.30.6

l  디지털 케이블      : Nordost Valhalla(XLR), Kimber D60(RCA)

l  인터 케이블        : Transparent Reference XL

l  스피커 케이블      : Transparent Reference XL

l  파워 리제너레이터  : PS Audio Power Plant P-300 2 E/A

 
1부 리뷰 다시 읽기

Posted by hifinet
2008. 10. 4. 13:26
  Wadia 170i Transport (1)
 
posted by 최 원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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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소스 타입의 등장

오디오파일이라면 최근의 음원시장의 추이를 바라보며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샴의 법칙을 한번쯤 떠올려 봤을 것이다. 말할 것도 악화는 열악한 음질의 손실압축 MP3 포맷을 뜻하고,  양화는 우수한 음질의 비압축 PCM 포맷을 가리킨다.
 

기술이란 날로 발전하게 마련이니 시간이 흘러갈수록 더 우수한 음질의 포맷이 우리 앞에 등장해 마땅하다. 질감의 차이에서 오는 호불호(好不好)는 있지만 어쨌든 아날로그 LP 시대가 디지털 CD 시대로 바뀐 것도 그 일환으로 보아야 하고, SACDDVD-Audio가 등장했던 것, 최근 블루레이 기반의 HD-Audio가 등장한 것도 모두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당연히 이제 가수들의 신곡앨범은 192KHz/24bit의 고해상도 블루레이로 음반이 나오는 것이 마땅한 흐름이 아닌가? (하긴 얼마 전 음악전용 블루레이 타이틀이 미국에서 첫 선을 보이기는 했다.) 그런데 시장을 한번 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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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월한 음질의 CD를 열악한 음질의 MP3가 완전히 대체하고 있는 상황이다. 왜 그럴까? 두말할 것도 없이 그 것은 MP3가 갖는 접근성의 용이함 때문이다. 대부분의 일반 소비자들은 CD MP3의 음질 차이를 확실히 깨달을 수 있을 만큼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MP3 플레이어는 편리하다. 몸에 지니고 다닐 수 있고, 작은 체구에 많은 노래를 집어 넣을 수 있다. 원하는 노래 한 곡 때문에 원치 않는 노래가 잔뜩 담긴 앨범을 구매하지 않아도 되고, 불법이든 아니든간에 MP3 음원은 자판 몇 번만 두들기면 바로 내 수중에 들어온다. 게다가 MP3 플레이어는 구입 비용도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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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스럽게 음원 포맷 이야기를 다시 꺼낸 것은, 지금 소개하려는 와디아 170i Transport의 제품 컨셉을 설명하기 위한 전초(前硝)이다. 아무튼 지금 세상은 온통 MP3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음질을 중시하는 하이파이 시장에 이에 흡수되지는 않는다. 엄연한 우등재(優等財)이기 때문이다. 서로 타협할 수 없는 관계로 양립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잘 갖추어진 하이파이 시스템을 가진 오디오파일들도 요즘은 다 MP3 플레이어를 겸용한다. 필자도 그 중 하나이다. 고음질을 추구하는 전용 시스템과 별개로, 음질 무시, 대역 무시, 질감 무시.. 그냥 편리하게 쓸 작정으로 가지고 다닌다. 필자도 혼자서 차를 운전할 때에는 대개 iPod 터치를 먼저 카 오디오에 연결하고 출발하는 편이다.

하지만 한번 쯤은 오디오 애호가라면 자신의 MP3를 가지고 있는 시스템에 연결해 볼 생각을 했을 것이다. 애플 iPod는 함께 제공되는 Dock에 Y 케이블을 연결해 아날로그 2채널 출력을 할 수도 있고, S-Video 영상 출력도 할 수 있다. 최근에는 iPod이 인기를 증명하듯 외부업체들이 가지각각의 전용 Docking Station을 만드는 일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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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편하게 대충 듣자고 생각하면 이 정도도 괜찮다. 이어폰보다야 낫다. 그러나 이들 도킹 스테이션들은 대부분 MP3를 더 편하게 듣기 위한 것에 목적이 있지, 오디오 애호가들처럼 iPod을 하이파이 시스템에 접목 시키는 것에 포인트가 있지 않다.

우선 고정관념 하나를 버리자.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iPod‘MP3 플레이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iPod은 엄밀히 말해 디지털 음원 재생기이지 MP3 전용 플레이어가 아니다. 디지털 음원이라고 하면 압축 손실 방식인 MP3 말고, 비압축의 WAV(Window), AIFF(Mac)도 있을 수 있고, 압축이지만 무손실을 표방하는 Apple Lossless 등도 있을 수 있다. 어떤 MP3 플레이어는 비압축 포맷을 지원하지 않지만, iPod은 비압축 WAV를 포함 언급된 포맷들을 모두 재생한다.(※ iPod 나노는 Apple Losseless를 지원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용량이 문제였다. 1GB짜리 iPod에 넣을 수 있는 비압축 CD 데이타는 고작 1~2장 정도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iPod 클래식의 경우 160GB 하드를 내장한 제품도 있다. (CD를 비압축으로 넣어도 220장이 가능하다. 4분짜리 음악으로 따지면 4000 곡 이상의 분량이다.) 스토리지 용량 때문에 MP3를 고집할 필요는 이제 사라졌으며, 지금부터는 iPod의 편리함을 훨씬 더 좋은 음질의 디지털 포맷에 적용할 차례가 된 것이다.

물론 우리들의 목표하는 소스는 원본과 동일한 비압축 WAV 파일이다.(Mac 기종이라면 AIFF가 이에 해당된다.) 용량이 걱정된다면 Apple Losseless도 충분히 타협안으로 수용할 만한 음질이 된다. iPod WAV 파일 재생기로 사용한다면, 여러분들의 하이파이 시스템에서 당당히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다. 더 이상 열악한 음질의 2등급 제품 취급을 받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의외로 많은 분들이 이 점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다.) 하지만 고리가 필요하다. iPod 2등급 MP3 플레이어에서 특급 하이엔드 소스기기로 탈바꿈 시켜 줄 연결고리가 필요하다.

화룡점정(
畵龍點睛)이라고 할까. 필자는 이번 와디아 170i Transport의 등장을 그렇게 본다. 새로운 종류의 하이파이 소스 타입의 등장…” 이렇게 부를 만 하다. 모두가 주목해도 될 만한 센세이셜이 될 것 같다.
 

170i Transport의 역할과 특징

 

필자는 두 대의 iPod을 쓰고 있는데, 하나는 iPod 터치(16GB), 주로 지니고 다니며 듣는데안에 들어 있는 음원 포맷은 대개 MP3 또는 Apple Lossless 타입이다. 차량 스피커나 헤드폰을 주로 사용한다. 다른 하나는 거치용으로, iPod 클래식(80GB)이다. iPod 치고는 덩치가 큰 편인데 하드가 내장되어 있어 잘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이 안에는 즐겨 듣는 소장 앨범을 원본과 동일한 WAV 또는 Apple Losseless 방식으로 변환해 담아둔다. 그리고 애플에서 제공한 기본 도킹 스테이션에 연결한 뒤, 뒷면의 아날로그 출력을 하이파이 프리앰프에 연결해서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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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파이 프리앰프와 스피커를 통해 들으면 MP3 음원조차도 일반인들에게는 깜짝 놀랄 수준의 소리로 바뀐다. 대부분 PC용 스피커나 이어폰, 붕붕 거리는 카 오디오로 듣는 것이 고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시 MP3를 필자의 시스템으로 장시간 듣는 것은 고역(苦役)이다. 원본과 동일한 WAV 파일로 바꿔 들어보면 그 때는 꽤 들을 맛이 난다. 하지만 이 역시 음악 감상용으로 애용하게 되지는 않는다. 필자가 정성들여 구축한 기존의 CD Transport/DAC 시스템과 애지중지 사 모은 CD 애장판들이 있는데, 그리고 충분히 이들을 가지고 훨씬 더 우월한 음질의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데 굳이 iPod에 손이 갈 이유가 없다. 음질에 연연하지 않을 때, 좋아하는 곡들을 편집해서 모아 넣은 뒤 랜덤으로 듣는 경우라면 그때는 iPod이 효용성이 있다. CD를 번번이 갈아 끼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하이파이 프리앰프를 사용하고 비압축 WAV 파일을 재생한다고 해도 iPod에 선뜻 애착이 가지 않는 것은 iPod DAC와 아날로그 출력단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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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간단하다. iPod MP3가 아닌 CD 원본과 동일한 WAV 파일을 넣은 뒤, 내장 DAC를 거친 아날로그 출력을 배제하고 대신 디지털 출력을 시킨 뒤, 보다 성능이 앞서는 외부 DAC에 연결하면 될 일 아닌가? 오디오를 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시스템 내에, 적어도 iPod의 내장 DAC 보다는 성능이 좋은 오디오용 DAC를 갖추고 있게 마련이다.

iPod
에서 디지털 데이터만 곧바로 뽑아 낼 수 있다면 iPod은 훌륭한 하이파이 소스 기기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웬일일까? 그 많은 도킹 스테이션 제품들을 주욱 훑어 보아도 정작 이런 부분에 포인트가 맞추어진 제품은 찾기 힘들다. 대중적인 iPod 유저들을 겨냥할 뿐, 미묘한 음질 차이 하나에 목숨 거는 오디오 애호가들을 겨냥할 생각이 아예 없는 것이다. 몇 대나 팔겠다고... 역시 이 역할을 기존의 하이파이 전용 브랜드들이 맡아야 할 몫이다. 또 사실 그래야 오디오 애호가들도 신뢰를 하게 마련이다. 아이리버나 삼성 YEPP 상표로 오디오 전용 DAC나 트랜스포트를 만들었다고 하면 선뜻 손이 갈까?
 

결국 와디아(Wadia)가 그 시작을 끊었다. 와디아라고 하면 대표적인 하이엔드 브랜드 중 하나이고, 특히 디지털 트랜스포트 쪽에서 둘쨰 가라면 서러워 할 만큼의 뚜렷한 족적을 남긴 업체이니 이 역할이 아주 딱 안성맞춤이다. 사실 요즘이야 하이엔드 브랜드들도 위기 아닌가. 남산골 샌님처럼 콧대만 세우고 있을 때가 아니다. 어떻게든 대중성에 접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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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디아 170i 트랜스포트의 역할을 간단히 정리해보자.

 

     iPod 안에 있는 비압축 WAV 포맷 음원을 디지털 상태 그대로 손실 없이 하이파이 전용 DAC에 연결하는 것이 170i 트랜스포트의 주 임무이다. 물론 별도의 독립형 DAC가 아닌, DAC가 내장된 프리 앰프나 AV 앰프에 연결 할 수도 있다. 또 외부 디지털 입력이 있는 (프리앰프 형) CD 플레이어에 연결할 수도 있다. 170i 트랜스포트 뒷면에 보면 S/PDIF 디지털 출력단(RCA 타입)이 있다.

 

     연결할 만한 DAC를 가지고 있지 못할 경우 170i 트랜스포트 DAC 역할을 대신 수행하기도 한다. 170i RCA 타입의 2채널 아날로그 출력단을 갖추고 있다. 기존의 도킹 스테이션들과 동일한 역할이지만 170i에 내장된 DAC가 와디아의 것이라는 점에서 무게감이 다르다. 물론 수천불짜리 와디아 9 또는 27급의 DAC를 생각하면 안 된다. 급수는 완전히 다르다. 그래도 어쨌든 와디아” 아닌가?

 

     요즘의 iPod은 영상 소스를 수반하는 추세이다. 아직 화질 수준은 높지 않지만 흐름이 일단 그렇다. 170i 트랜스포트iPod 최신 기종들에서 재생되는 동영상을 외부로 출력하는 컴포넌트 및 S-비디오/컴파지트 영상 출력 기능이 있다. TV나 프로젝터 등의 디스플레이 기기와 연결해 영상 소스 기기로도 사용할 수가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제약적이기는 하지만 리모콘을 사용해 iPod을 제어할 수가 있다. 그러나 유무선 형태의 저렴한 iPod 전용 리모콘들이 대거 등장하는 추세라 이 점을 170i의 특징 중 하나로 꼽기는 좀 그렇다.

 

역시 가장 중요한 임무는 첫 번째 항목이다. 이 부분에 덧붙여 다시 정리를 하자면 이렇다.

 

 ü  iPod 안에 있는 디지털 무손실 음원을 손상 없이 그대로 하이파이용 DAC로 전달함으로써, 기존 하이파이 CD 트랜스포트가 하던 역할을 손실없이 수행하면서 iPod이 가지고 있는 보관과 사용의 편리함을 가미하게 하자.

 

 ü  따지고 보면 디지털 파일 전송 방식은, 로딩 앤 리딩 방식의 CD 트랜스포트보다 지터 감쇄 등에서 오히려 더 강점이 있을 수 있고 전송 데이터의 정확성 면에서 밀릴 이유가 없다.

 

 ü  게다가 결정적인 강점. 가격이 저렴하다. 기존 하이파이 오디오 시스템들의 허무맹랑한 가격에 익숙한 오디오 파일들에게 “170i 트랜스포트+iPod” 시스템의 구축 비용은 신선한 충격일 수 있다.

 

이쯤 되면 와디아 170i 트랜스포트에 대한 궁금증이 자못 높아지실 것이다. 이제부터 차근이 제품의 장단점에 대해 자세히 살펴 보기로 하자.

 

외장 및 설치

 

170i 트랜스포트의 디자인부터 살펴보자. 오랜 만에 보는 반가운 와디아로고이다. 오래 전 와디아 860을 한 동안 사용한 적이 있었는데, 그 시절만 해도 와디아의 신제품을 다룰 기회가 많았었다. 그러고 보니 최근 몇 년간은 와디아를 접해 볼 기회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꽤 고급스러워 보이는 그레이 톤 마감이다. 표면은 까칠까칠한 메탈 톤이다. 와디아의 전통적 제품 디자인이 다 그렇듯, 예쁘다거나 세련되었다는 느낌보다는 다소 투박하고 거친 듯 하지만 무게감이 느껴지는 타입의 디자인이다. 기존 와디아 트랜스포트를 작게 줄여 놓은 미니어처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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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후해 보이는 외관과 달리 들어보면 제품은 매우 가볍다. 스펙 상 중량은 1.1kg. 가장 무거운 iPod 기종을 꽂아도 1.3kg을 넘지 않는다. (가볍지 않을 이유가 없다. 사실 핵심 내용물이야 기판 1~2장이 전부일 것이고, 파워가 클 이유도 없으니 말이다.) 크기는 전화번호부 책 정도 될까. (폭 20.32cm, 높이 6.86cm, 깊이 20.32cm) 일반적인 오디오 랙에 수납하면 좌우와 뒷 공간이 꽤 많이 남는다. 하지만 높이는 기기 높이보다 높은 18cm 가량이 확보되어야 한다. iPod을 꽂아야 하기 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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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상판 중앙에 iPod을 꽂는 커넥터부가 자리잡고 있다. 170i TransportiPod 전용 제품이다. 다른 종류의 MP3 플레이어를 위한 연결 커넥터는 없다. 자세히 보면 커넥터 주변에 흰색 플라스틱으로 된 Dock Adaptor가 끼워져 있다. (Adaptor에 있는 작은 홈을 손톱으로 톡 치면 사진처럼 쉽게 빠진다.) 170i 트랜스포트 패키지 안에는 모두 6개의 Dock Adaptor가 들어 있다. 별로 대단해 보일 것 없는 부속품이지만 나름 중요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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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d은 기종에 따라 커넥터부가 있는 밑둥의 크기가 각기 다르다. 나노는 얇고 좁으며, 클래식은두껍고 폭도 넓다. 자신의 iPod 종류에 알맞은 Dock Adaptor를 골라 끼워야 한다. 170i Transport의 단점 중 한 가지는 커넥터부가 영 불안해 보인다는 점이다. 커넥터의 키가 5mm 남짓이라 iPod을 꽂아도 그리 깊숙히 꽂힌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 상태에서 iPod의 휠이나 터치 버튼을 손대다보면 iPod이 앞뒤로 약간씩 흔들리기도 한다. 처음에는 괜찮겠지만 오래 사용 하다보면 커넥터 연결부위가 헐렁해 질 염려가 있다. 따라서 자신에게 맞는 Dock adaptor를 끼워 가급적 고정 시켜 주는 것이 좋겠다.
 
뒤쪽을 보자. 맨 왼쪽부터 파워 입력단, 디지털 출력단, 아날로그 2채널 출력단, S-Video 영상 출력단, 컴포넌트(YCbCr) 영상 출력단이 자리 잡고 있다. S-Video를 제외한 모든 출력단은 RCA 커넥터 타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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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12V 2A의 스위칭 어댑터를 사용한다. 제공된 어댑터는 중국제인데 100~240V 프리볼트 입력 사양이다. 어댑터에는 한글 스펙이 인쇄되어 있다.(수입원측에서 준비한 것 같다.) 최대소비전력이 6W라고 하니 파워부가 어마할 이유는 없겠지만, 파워 서플라이가 음질에 미치는 영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애호가들 입장에서는 어딘가 좀 섭섭해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필자도 이 파워 어댑터와 AC 케이블을 다른 것으로 한번 바꿔 볼 요량이다. 아날로그 신호와 달리 디지털 신호는 파워에 의한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크게 떨어진다. 설령 스위칭 파워 대신 대용량 리니어 파워를 붙이는 개조 작업을 한다고 해도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을 거라는 것이 전기를 전공하신 분들의 조언이기도 하다. 그래도 허술한 파워부를 보면 무언가 찝찝하다.(이 것도 병이다.) 170i 트랜스포트는 파워 온/오프 스위치가 없다. 항상 스탠바이 상태이다. 보통 때에도 iPod 충전기 역할은 하는 셈이다.

디지털 출력 S/PDIF Coaxial 타입이다. 물론 Balanced 타입이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가격대나 체구를 고려하면 무리한 요구일 것이다. 아마도 이런 류의 제품이 장차 인기를 끌게 된다면 Balanced 출력을 지원하는 상급의 기종도 출시 되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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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 아날로그 출력 170i Transport의 내장 DAC를 이용할 때 사용된다. 그러나 170i 트랜스포트는 디지털과 아날로그 출력을 동시에 지원하지는 않는다. 리모콘의 [Mode] 버튼을 누르면 디지털 출력이 아날로그 출력으로 바뀐다. 그러나 다시 디지털 모드로 돌아오려면 iPod을 뽑았다가 다시 끼워야 한다. 전원 플러그를 뽑았다가 끼워도 된다. 디지털 출력이 디폴트 값이기 때문에 전원이 새로 들어오면 항상 디지털 모드로 설정이 된다.

최신 iPod 기종들은 영상도 재생이 가능하다. 170i컴포넌트 및 S-Video/Composite 영상 출력을 지원한다. (Composite 출력은 별도의 S-Video-Composite 변환 케이블을 구해야 한다.) 그러나 iPod의 영상 화질은 최대 전송률이 2.5Mbps에 불과하고 해상도도 640 x 480 수준이어서, iPod의 작은 창으로 볼 때는 볼 만 하지만, 큰 화면에 연결하기에는 부담 가는 화질이다. (영상포맷은 H.264 코덱의 MP4 파일을 쓴다.) 흡사 화질 안 좋은 렌탈 비디오를 걸어 놓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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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Pod Touch 내의 동영상을 170i Transport의 컴포넌트 아웃 단자를 통해 TV로 출력한 모습. 아래(▼)는 iPod Touch 액정에 비친 영상. 그러나 동시출력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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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i의 영상 출력은 오로지 Pass-through만 가능하다. , iPod의 내장 GUI(Graphic User Interface)는 화면으로 제공되지 않고 동영상만 출력을 한다. 따라서 TV 화면을 보면서 iPod의 메뉴를 선택할 수는 없다. 사실 GUI 메뉴를 영상 신호에 실어 보내는 일은 보기보다 꽤 어려운 작업이다. 하지만 향후 꼭 추가 되어야 할 기능이기도 하다. 170i Transport를 통해 영상을 내 보내려면 리모콘의 [모드]키를 눌러야 한다. 또한 동일한 동영상을 iPod 액정TV 화면 두 군에로 동시 출력은 하지 않는다. 외부로 동영상이 출력되면 iPod 화면은 동영상의 스틸 컷 한 장면만 보여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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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패키지 안에는 아주 자그마한 리모콘 Coaxial Digital Cable이 같이 들어 있다. 케이블의 성능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루게 될 것이다. 리모콘은 너무 작아서 잃어 버리기 쉽겠다. 버튼도 다소 조잡하다. [모드] 키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출력을 선택할 때 쓰인다. [+], [-] 키는 현재는 아무 소용이 없는 키이다. 나중에 나올 와디아 제품을 위한 예비용 키라고 하는데 뭘 말하는 건지 모르겠다. 챕터 이동 버튼과 Play/Pause 겸용 버튼 이 세 개를 주로 쓰게 되는데 버튼이 좋지 않아 꾹 눌러야 작동한다. 리모콘의 IR 신호는 기존 와디아 리모콘과 호환된다. 따라서 와디아 리모콘을 가지고 계신 분이나, 또는 와디아 제품이 등록된 만능/학습 리모콘을 가지고 계신 분은 굳이 이 불필요한 작은 장난감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
 외부 영상 출력으로 GUI를 내 보내주고 또 리모콘을 통해 iPod의 모든 기능을 통제할 수 있어야 비로소 완성도를 갖춘 기기라고 하겠다. 지금은 이런 점에서 사용자 편의성이 많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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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i와 자신의 시스템을 어떻게 연결할 것이지 다시 한번 정리해 보자.

 

트랜스포트와 DAC로 나뉘어진 분리형 CD 시스템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170i의 디지털 출력을 전용 DAC에 연결하면 된다.

 

일체형 CD 플레이어를 가지고 있는 분들은 자신의 CD 플레이어가 외부 디지털 입력 기능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을 경우 여기에 연결해도 된다.

 

디지털 입력단을 갖춘 프리앰프가 있으면 프리 앰프에 연결해도 된다. 디지털 입력단이 있다는 것은 DAC가 있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하이파이 앰프가 아닌 홈 시어터용 AV 앰프를 사용하는 유저라면, 모든 AV 앰프는 DAC를 가지고 있으므로 AV 앰프 디지털 입력단에 170i를 연결해도 된다.

 

자신의 시스템 어디에도 디지털 입력단을 갖춘 DAC가 발견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때에는 170i의 아날로그 출력을 프리앰프에 연결하면 된다. 170i DAC를 이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위의 다섯 가지 사례 중 ①이 당연히 음질적으로 최상의 조합이다. ②~⑤ 조합은 사용하는 기기, 즉 프리앰프, AV 앰프, CD 플레이어 등의 성능에 따라 음질적인 우열이 다를 수 있어 일괄해서 말할 수 없다. 대개의 경우 ①이 아니라면 ③의 경우가 음질적으로 차선책(次善策)이 될 가능성이 제일 크다. 그러나 최선은 역시 모든 경우의 수를 다 비교 검증해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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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쉬었다가 이어보자. (2부 읽기)

Posted by hifinet
2008. 7. 1.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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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AF115 SXRD Projector (3부)
- 글 : 최 원 태


AF115의 색좌표 정확도와 계조별 색온도의 균일성, RGB Level과 Luminence 등을 살펴보자. 앞서도 언급했듯이 각 Test는 (1) Before Calibration 모드로 디폴트 상태의 Cinema Mode를 (2) After Calibration 모드로 Expert 2 Mode를 별도로 세탕해서 사용했는데 두 모드의 설정 값은 아래와 같다.

       영상모드  BEFORE   AFTER
     (Cinema)  (Expert2)
  기본설정       Contrast     45     45
      Brightness     50     50
      Sharpness     50      0
         Color     50     50
          Tint      0      0
   
  고급설정    Fresh Contrast    OFF    OFF
       Fresh Color    OFF    OFF
  Color Temperature  WARM  WARM
    Noise Reduction    OFF    OFF
  Gamma Correction   LOW   LOW
      Real Cinema    ON    ON
      Black Level   LOW   LOW
      Lamp Mode   LOW   LOW
   
사용자설정     Red Contrast      -      2
    Green Contrast      -      0
     Blue Contrast      -     -4
     Red Brightness      -     -1
   Green Brightness      -      0
    Blue Brightness      -     -5
※ 입력신호 : 1080p/24Hz RGB
스크린 : Stewart Studiotek HD130 (G3) Gain-1.3 (White Matt)
굵은 글씨는 디폴트 값을 변경하여 조정한 값

색 정확도

색 정확도는 "BEFORE Mode"와 "AFTER Mode" 간에 차이가 없다. CMS 조정 기능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색좌표를 수정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 앞서 설명드린 바 있는 "Special Mode"를 사용하더라도 색좌표는 동일하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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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IE 1931 Color Chart (1080/24p) ▼ CIE 1976 u'v' Color Ch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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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가이드 라인이 ITU-R BT.709 HDTV 표준 색좌표이고, 흰색 라인이 AF115의 컬러 색좌표이다. 차트에서 볼 수 있듯이 AF115의 색좌표는 BT.709 표준 좌표보다 다소 넓다. 이건 어느 정도 예상한 일이다. 처음부터 정확하게 잘 맞을 것이라고는 보지 않았고 좀 넓게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단, 다소 과포화되더라도 Hue가 틀어지지는 않았으면 하고 바랬는데 Hue 도 Red와 Blue 가 약간 틀어졌다. 위 사진 중 아래 쪽에 있는 u'v' 차트로 보면 Blue가 다소 벗어난 것이 확연하게 보인다. Green이 넓게 빠지는 것은 '흔한 일'(?)이기 때문에 오히려 신경이 덜 쓰인다.(어떻게 보면 이 정도 넓은 것은 양호한 편에 속한다.) Red와 Blue가 다분히 '튀는 컬러'가 되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그러나 AF115의 색좌표가 그렇게 나쁜 성적은 아니다. 비교 대상을 LCOS 계열로 제한해서 평가하자면 오히려 우등생에 속한다. 아래는 필자가 가지고 있는 LCOS 프로젝터들의 색좌표이다. 소니의 VW60, VW200, JVC의 HD1, HD100 등을 AF115와 비교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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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 차트는 JVC DLA-HD100의 CIE u'v' 차트이다. 보시다시피 Red가 많이 과장되어 있다.  JVC DLA-HD1 때에도 그랬다. HD1은 Red 보다 Blue의 과장이 더 심했었는데, HD100은 Blue 오차를 많이 줄인 반면, 오히려 Red와 Green의 과장은 오히려 더 커졌다.

AF115는 HD100에 비하면 Blue는 더 벗어난 편이고, Red와 Green은 색좌표의 범위가 오히려 더 좁다.


Sony VW60도 색좌표는 그다지 양호하지 않다. Sony는 항상 Normal과 Wide 두 종류의 컬러 좌표 포맷을 제공하는데 보통 Normal을 쓴다. 아래 두 사진 중 왼쪽은 VW60의 Normal 모드 색좌표(u'v')이고, 오른쪽 Wide 모드 색좌표(u'v')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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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다시피 VW60의 Wide 모드(오른쪽)는 R,G,B 세가지 모두 매우 크게 과장 시킨 것으로 이 모드로 영상을 보면 화면에 등장하는 모든 사물이 다 진하고 선정적이고 강하게 보여진다. 전혀 사용해서는 안 될 모드이다. (※ 그런데 왜 이런 모드를 만들어 놓았을까? 한 마디로 '양다리'이다. 사람들이 다 똑 같을 수는 없다. 아무리 '우남정'(식객, SBS) 음식이 최고라고 이야기해도 우리동네 포장마차가 더 좋다고 말하는 사람은 있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포장마차를 지향점으로 삼을 수도 없다. 동네마다 사람마다 느끼는 포장마차의 맛도 제 각각이기 때문이다. 표준이라는 것이 없다. 지향점은 '우남정'일지 몰라도, 한쪽 발은 '포장마차' 손님들에게도 내밀어 놓자는 생각일 것이다. 진하고 강하게 보이면 그게 좋은 컬러라고 생각하는 사용자들도 있기 때문이다. 소니는 이런 전략을 자주 쓰는데 그렇다고 주객이 전도되어 Wide 모드를 메인으로 내세우는 법은 없다.)

Wide 모드에 비해 VW60의 Normal 모드는 상대적으로 꽤 정확해 보인다. 그림이 작아서 그렇다. 더블 클릭해서 키워 보시기 바란다. 자세히 보면 이 모드도 R,G,B 세 컬러가 모두 정확하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는데, 문제는 Red와 Green은 과장된 반면 Blue는 오히려 옅은 편이어서 색 좌표계가 한쪽으로 왜곡이 되었다는 점이다. 아래는 LG AF115(왼쪽)와 소니 VW60(오른쪽)의 색좌표를 전통적인 CIE1931 차트로 서로 나란히 붙여 놓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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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W60의 가장 큰 문제점은 광량이 큰 Green의 Hue가 완전히 틀어졌다는 점이다. Green, Yello, Red 라인의, 전체의 1/3에 해당되는 색상이 크고 작게 상(相)에 영향을 받게 된다. 이렇게 되면 지금 보여지고 있는 화면 하나 하나가 어느 것도 사실적(寫實的)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된다. AF115는 Green의 Hue는 제대로 맞는다. 다소 과장되었을 뿐이다. Red와 Blue는 약간 틀어졌지만 Red는 좀 덜한데 Blue가 신경 쓸 만큼 벗어났다.

한편 아래는 소니에서 가장 최근에 출시한 VW200의 색좌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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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이 VW200의 CIE 1976 (u'v') 차트, 오른쪽이 CIE 1931 차트이다. 자세히 보면 RGB 역시 약간씩 어긋나 있기는 하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VW60이나 이전의 VW100에 비하면 엄청난 개선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한 때 제조업체들이 "넓은 색좌표"가 좋은 것인 것처럼 앞다투어 광고하는 희한한 일이 있었다. 대개 마케팅에서는 '바른 정보'보다 '눈에 띄는 정보'가 더 우선 순위를 갖는다. 그러나 마케팅 기법이 FACT 자체를 바꾸지는 못하기 때문에 결국은 가야될 방향으로 가게된다. 최근 삼성, LG, 소니, 샤프, 파나소닉, 파이오니아 등등 유명 영상 업체들의 LCD, PDP 직시형 TV 및 투사형 프로젝터들의 색좌표를 보면, 과거처럼 덮어 놓고 넓게 표현하는 일이 거의 없어졌다. 정확하게 표준좌표에 맞추는 노력들을 하고 있다. 삼성과 LG의 LCD TV의 경우 특히 2~3년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색좌표가 표준에 근접하게 좁아지고 있다.

위 그림을 보면 VW200도 그런 흔적이 확실하게 드러난다. 특히 신경 안 쓰면 가장 넓게 빠지기 쉬운 Green의 영역을 크게 좁힌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Red가 전과 달리 오히려 모자란 것이 다소 아쉽지만 Yellow, Cyan 등의 Secondary Color 도 잘 맞는 편이다. VW60과 VW200 모두 좋은 기기이지만, 똑 같은 영상을 놓고 두 제품을 번갈아 틀어 나란히 비교해보면 '색이 확실히 다르구나'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어떤 사람은 VW60이 좋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오랜 시간 감상해보면 'VW200이 확실히 비싼 이유가 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다.

LG AF115도 현재 그런대로 괜찮은 컬러를 보여주고는 있지만, 앞으로 조금만 더 신경을 쓰면 소니의 예에서 보듯 훨씬 더 정확한 색상을 얻을 수 있다.

▼ BT 709 표준 및 LG AF115 CIE 1931 색좌표를 JVC(위) 및 Sony(아래) 기종과 비교한 자료
    BT 709 표준  JVC HD100    JVC HD1   LG AF115
      X    Y   X    Y    X    Y    X    Y
  RED  0.640  0.330  0.672  0.309  0.658  0.341  0.656  0.340
 GREEN  0.300  0.600  0.293  0.691  0.287  0.298  0.281  0.648
  BLUE  0.150  0.060  0.142  0.054  0.148  0.037  0.138  0.058
    BT 709 표준  Sony VW60  Sony VW200   LG AF115
      X     Y    X    Y    X   Y    X    Y
  RED  0.640  0.330  0.646  0.351  0.626  0.336  0.656  0.340
 GREEN  0.300  0.600  0.314  0.654  0.294  0.590  0.281  0.648
  BLUE  0.150  0.060  0.154  0.073  0.158  0.069  0.138  0.058
JVC, SONY, LG의 LCOS 제품들만 놓고 비교하면 JVC HD100 < JVC HD1 < Sony VW60 < LG AF115 < Sony VW200 순(順)으로 표준색상에 가깝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LG AF115도 괜찮아 보인다. 그러나 범위를 DLP, LCD 쪽까지 더 넓혀서 보면 별로 좋은 등수에 들지는 못한다. 샤프, 삼성, 야마하, 엡손처럼 전통적으로 색좌표 조정에 상당히 정성을 들여 맞춘 브랜드들도 즐비하기 때문이다. 오리지널 색좌표가 넓고 틀어진 것은 사실 DLP도 그렇고 LCD도 그렇다. 오히려 DLP가 훨씬 더 심할 것이다. 하지만 최근 여러 업체들의 제품을 보면 색좌표를 정확히 맞추는 것은 디바이스나 원가의 문제가 아니라, 제조업체의 정성과 노력에 따르게 되더라는 것을 알 수 있다. LG AF115의 경우는 우선 Blue의 위상(位相)을 바로 잡는 것이 중요하다. 그 후 RGB 삼각형의 범위를 서서히 좁히는 작업을 시도해야 할 것 같다.

Grayscale Colour Temperature

이제 AF115의 그레이스케일 색온도 분포를 살펴보자. 필자는 AF115는 부득이 Auto IRIS를 쓸 수 밖에 없다고 권했었다. Auto IRIS를 쓴다면 그레이스케일 유니포미티가 더더욱 굉장히 중요하다. APL 상태에 따라 바뀌는 화면의 계조 상태를 그나마 통일성 있게 표현하려면 색온도가 통일이 되어야 한다. '상근이'(1박 2일, KBS) 털 색깔이 바닷가 갔을 때와 산에 놀러 갔을 때, 밤에 찍었을 때와 낮에 찍었을 때에 따라 색온도가 휙휙 바뀌면 안 되는 것이다.

아래 그래프는 "BEFORE MODE"(디폴트 상태의 Cinema 모드) 상태이다. 한 마디로 "형편없다". 전체적으로 색온도가 높다는 점은 이미 말씀 드렸었다. 전체 계조 중 가장 낮은 편인 100% IRE가 7700K 이고, 10% 언저리의 딥 블랙 쪽은 10000K를 넘는다. 한 마디로 딥 블랙 쪽으로 가면 '푸르딩딩'해지는 것이, '딥 블랙'이라기 보다 '딥 블루'라고 부르는 것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나 색온도가 높은 것보다 더 안 좋은 것은 계조별 색온도의 균일성이 나란하지 못하고 가파르게 바뀐다는 점이다. (그래프 상으로 보자면 일직선을 이루어 주어야 한다.) RGB Level Grayscale(아래)을 보면 전체적으로 Blue가 과하지만 특히 낮은 계조 쪽이 30% 이상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최근 LG의 LCD TV를 색온도 테스트 할 기회가 있었는데 스칼렛 및 스칼렛 슬림의 경우, 디폴트 좋고, 조정 기능 세밀하고, 조정 후 성과 완벽하고... 3박자가 모두 완벽히 갖추어 진 것에 깊은 인상을 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첫 작품이라 그런지 AF115는 TV와는 양상이 좀 다르다.

앞서 말씀 드렸듯이 "사용자모드 2"를 "AFTER MODE"로 설정해놓고, 세부 조정 메뉴에 들어가 색온도를 맞추었다. Gain(Contrast)과 Bias(Brightness) 공히 Blue 값을 줄여 색온도를 낮추었고, Red 값으로 보정을 했다.
조정 값은 Gain이 R +2, G 0, B -4 이고, Bias가 R -1, G 0, B -5 이다. 이 값은 게인 1.3의 화이트 100인치 스크린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게인이 1.0~1.3 정도면 위 수치를 사용해도 큰 오차가 없겠지만, 소재를 Pearl, Silver, Bid 타입으로 특수하게 사용한 스크린이면 값이 맞는다는 보장이 없다. 게인 1.0 이하의 Gray 계열 또한 아직 검증하지 못했다. (개인적으로는 게인 1.0 이하의 Gray 계열 스크린에 투사 했을 때의 결과가 궁금하다. 그러나 여건 상 테스트를 하지는 못했다.)

아래는 조정 후 그래프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조정 전"에 비해 현격하게 좋아진 모습이다. 아래 표를 보자.
         BEFORE         AFTER
  계 조  색온도  Delta E  색온도  Delta E
  20 IRE   9460     37   6298     3
  30 IRE   8853     31   6502     1
  40 IRE   8601     28   6516     2
  50 IRE   8474     26   6534     1
  60 IRE   8372     25   6549     1
  70 IRE   8180     23   6520     1
  80 IRE   8040     21   6467     2
  90 IRE   7899     20   6414     2
 100 IRE   7718     18   6333     3

"BEFORE MODE"에서 7700~9500K에 이르던 색온도가 "AFTER MODE"에서는 6500K 전후로 안정이 되었다. 사실 색온도보다 델타 에러 값이 더 중요하다. 델타 에러는 색온도와 같이 움직이기는 하지만 Green의 정도까지도 감안한다. Green 값이 맞지 않아도 Blue와 Red가 맞으면 색온도는 6500K가 될 수 있지만 델타 값은 0 이 나오지 않는다. 완벽할 수는 없고 최대한 델타 에러 값이 0~1 정도로 나오도록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BEFORE MODE" 상태의 델타 에러 값은 모두 20~30 대 수준. 완전히 '딴 나라 수치'이다. 그러나 조정을 거친 뒤에는 0 는 나오지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1~3 수준에서 맞출 수 있었다. 또 밝은 쪽과 어두운 쪽의 불일치도 해결해 평탄하게 나오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부작용이 있다. 조정 작업이 주로 블루의 게인과 바이어스를 낮추는 쪽에 몰리다 보니 딥 블랙 쪽 색온도가 너무 내려간 것이다. 샤프 XV-Z21000 처럼 특수하게 10 IRE 이하를 조정하는 바이어스를 제공하는 기기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고정화소 프로젝터는 20 IRE 아래 쪽이 30~50 IRE 계조와 다르게 움직일 경우 색온도를 조정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 (그래서 딥 블랙 쪽 맞추기가 어려운 것이다.) 사실 고정 화소 쪽은 어두운 부분의 표현에 항상 한계가 있어 색온도 쪽을 다소 포기하는 편이다. 어차피 조정도 안 되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유난하게 '시퍼렇다'던가 '시뻘겋다' 하면 곤란하다. AF115의 경우 전체 계조 유니포미티를 맞추다 보니 30 IRE 아래 쪽이 붉으딕딕 색온도가 6000K 언더로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었다. 하지만 심한 정도는 아니어서 Accept 할 만하다.

Gamma

감마에 대해서는 1부에서 예를 들 때 충분히 설명한 바 있다. 조정 모드가 전체 밝기나 게인 또는 바이어스의 그린 값을 조정한 것이 없기 때문에 감마의 변화는 "BEFORE"나 "AFTER"나 차이가 없다.

계조별 감마 지수 트랙킹 (감마 모드 LOW 기준)
   10%  20%  30%  40%  50%  60%  70%  80%  90%  100% 평균값
 BEFORE  1.79  2.08  2.11  2.12  2.13  2.15  2.16  2.17  2.20    -   2.10
  AFTER  1.79  2.10  2.12  2.13  2.13  2.15  2.15  2.14  2.15    -   2.10
※ 단위 : foot-Lambert (fL)

표에서 보듯 BEFORE와 AFTER의 감마 값은 거의 일치한다. 평균 감마 값은 2.10 이 나온다. 원래 Gamma Mode LOW가 2.10 이다. 전체적인 감마 값은 2.13 정도이다. 그런데 10% 그레이가 1.79 이다. 그 아래로 가면 더 낮게 나타난다. 실제로 10% 그레이의 밝기는 0.474 fL 정도인데, 나중에 소개할 "스페셜 모드"로 따지면 거의 20% 그레이에 해당될 정도로 높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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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은 위 그래프에서도 나타난다. 전체적으로 2.10 에 맞는 지수 그래프를 보이지만 낮은 부분으로 가면 감마 커브가 약간 부자연스러워진다. 전체적으로는 설정된 감마 옵션과 실제 감마 값이 잘 맞는 편이다. Auto IRIS를 채택하면 사실 감마 모드는 큰 의미는 없다. Auto IRIS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LOW와 MED 둘 중 한 가지를 사용하면 되겠다.

Color Saturation

화질 기본 조정 항목에 보면 COLOR와 TINT 두 개의 항목이 있다. 대개 이 항목은 중앙값에 두고 건드리지 않는다. TINT는 특히 컬러 좌표에 불균등한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웬만하면 건드리지 않아야 한다. 한편 COLOR는 좌표에는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고 각 컬러의 휘도 분포 비율에 영향을 준다.

디폴트 모드에서 COLOR를 50 으로 두었을 때, RED의 비율은 21.7%, GREEN은 68.1%, BLUE는 10.2%가 측정된다. SMPTE 296M 기준RED 21.3%, GREEN 71.5%, BLUE 7.2% 이다. 정확히 잘 맞은 편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acceptable 하다. RED는 정확한데, BLUE가 ITU 709(HD) 보다는 거의 ITU 601(SD)에 가까운 수준으로 다소 과하다. 하지만 RED 값이 맞기 때문에 Color Saturation 값을 조정해서는 안 된다. BLUE의 비율을 줄이려면 COLOR 값을 낮추거나 높여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RED의 비율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대로 디폴트 값 50 으로 두는 것이 최선이다.

"CINEMA MODE"가 아닌, 다른 픽처 모드에서는 COLOR 값이 50 이상으로 조정이 되어 있다. "GAME" 모드55, "STANDARD""SPORTS" 모드는 60 이고, "VIVID" 모드70 까지 설정되어 있다. COLOR 값이 높아지면 Fresh Contrast 에서 설명했던 것처럼 원색 계열이 다소 과장되게 나타난다. 특히 RED와 BLUE 두 대비되는 색상이 각기 튀어 보이기 때문에, 문자 그대로 Vivid 해 보일지는 모르지만, 색이 정확히 표현되어야 하는 영화, 드라마 또는 여행이나 음식 등에 대한 다큐물 등은 이렇게 보는 것이 좀 부담스럽다. 필자의 의견은 모든 픽처 모드에서 COLOR 값은 50 으로 두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강력하게 권하지는 않겠다. 단, 사용자 조정 모드나 시네마 모드는 반드시 50 을 유지해야 한다.

화질 조정 옵션 세팅 값

두서 없이 쓰다보니 무얼 다루고 무얼 다루지 않았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각 픽처 모드 별로 화질 조정 기본 세팅 값과 필자가 권장하는 추천값을 표로 정리해 보았다. 한 가지 정정의 말씀이 있다. 지난 1,2부에서 디폴트 값인 줄 알고 언급했던 AF115의 세팅 값 중 일부는 디폴트 값이 아니었다. 필자가 받은 기기가 공장모드로 초기화된 제품이 아닌 테스트 중인 제품이었던 관계로 세팅값이 변경된 부분이 더러 있었는데 필자가 꼼꼼히 확인하지 못했다.

아래 표는 필자가 추천하는 각 픽처별 세팅 값이다. 굵은 글씨는 디폴트 값을 변경한 것이다. 그 중 빨간색 글씨는 반드시 변경해야 할 사항이고, 파란색 글씨는 권장 하지만 필수적인 것은 아닌 사항이다. 그리고 초록색 상황에 따라 가변적인 것을 가리킨다.

 
영상모드
  Vivid  Standard  Cinema   Sports   Game  Expert
      항  목   한글명칭  선명한    편안한    영화   스포츠    게임  전문가
    Contrast     명암     50      45     45      45     45    45
   Brightness     밝기     50      50     50      50     50    50
   Sharpness    선명도      0       0      0       0     55     0
      Color    색농도     70      60     50      60     55    50
       Tint     색상      0       0      0       0      0     0
               
 Fresh Contrast   명암보정    OFF     OFF    OFF     OFF    OFF    OFF
   Fresh Color    색보정    OFF     OFF    OFF     OFF    OFF    OFF
  Color Temp    색온도   Warm    Warm   Warm  Medium  Medium   Warm
 Noise Reduc.  노이즈제거    OFF     OFF    OFF     OFF    OFF    OFF
    Gamma   감마조정   LOW     LOW   LOW     LOW   LOW   LOW
  Real Cinema   필름모드    OFF     OFF    ON     OFF    OFF    ON
   Black Level   블랙레벨   LOW    LOW   LOW     LOW   LOW   LOW
  Lamp Mode   램프모드   LOW    LOW   LOW     LOW   LOW   LOW
               
   R Contrast  명암 Red      -       -      -       -      -    +2
   G Contrast  명암 Green      -       -      -       -      -     0
   B Contrast  명암 Blue      -       -      -       -      -    -4
  R Brightness  밝기 Red      -       -      -       -      -    -1
  G Brightness.  밝기 Green      -       -      -       -      -     0
  B Brightness  밝기 Blue      -       -      -       -      -    -5
               
       IRIS   아이리스  Auto 1   Auto 1   Auto 1   Auto 1   Auto 1  Auto 1
    Overscan   화면크기   JUST    JUST   JUST    JUST    JUST   JUST

1) 전문가(Expert) 모드는 전 항목을 다 스스로 설정하는 것이므로 모든 항목에 굵은 색 표시를 했다.

2) "Sharpness"는 모든 모드에서 0 를 권장한다. 특히 "영화"/"전문가" 모드에서는 필수이다. AF115"Sharpness"0 으로 놓아도 충분할 만큼 포커싱 능력이 된다. 올릴 필요가 전혀 없다. 단, "게임" 모드는 직접 프로젝터로 게임을 해 보지 않아 그 특성을 잘 모르겠다.

3) "Color Temperature" (=White Balance, 색온도)는 "영화"/"전문가" 모드는 물론 필수이고 "선명한"/"편안한"에서도 "Warm"(따뜻함)을 권장한다. "Warm"으로 설정해도 7000K를 상회한다. "스포츠" 모드의 디폴트 값인 "Cool"(차가움)은 색온도가 너무 높다. 12000K 가량 나오는데, 어떤 농구장, 배구장, 야구장, 축구장도 12000K는 나오지 않는다. (아이스하키 링크는 혹시 모르겠다.) "Medium"으로 해도 8700K 정도 나온다.

4) "Noise Reduction"은 화질이 낙후된 오래된 테이프를 보지 않을거라면 OFF 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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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감마 조정"Auto IRIS를 선택한다면 사실 어떻게 설정하든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IRIS OFF 모드를 쓴다면 LOW, Medium 두 가지 중 한 가지를 쓰면 된다.

6) "Real Cinema"는 어차피 1080/24p 소스가 입력 되었을 때만 활성화 된다. 1080/24p 입력이란 곧 블루레이 또는 HD-DVD를 의미한다. 당연히 "영화"/"전문가" 모드로 보게 될 것이다. 두 모드에서는 당연히 ON 이다.

7) "블랙 레벨"은 1,2 부에서 설명을 드렸듯이 입력되는 신호의 Color Space에 따라 다르게 결정이 된다.
    a) 블루레이/DVD 등의 영상 신호를 HDMI를 통해 입력 받는다면 대부분이 YCbCr 컬러이다.
    b) 블루레이/DVD의 HDMI 출력이라고 하더라도 플레이어가 옵션 메뉴를 가지고 있으면 출력 컬러의 종류를 RGB로 바꿀 수 있다.(예: Playstation 3) 바꿀 수 있다면 RGB 컬러로 바꾸는 것이 괜찮다. 더불어 DVD/튜너 등이 DVI를 지원한다면 DVI를 통해 RGB로 출력할 수도 있다, (그러나 플레이어의 컬러 트랜스코더가 좋다는 보장은 없다.) 한편 블루레이는 RGB 출력이 되는 DVI 단자를 갖춘 플레이어가 있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 현재까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c) YCbCr 컬러 신호가 들어오면 "블랙 레벨"을 HIGH 로 놓아야 맞다. 이 것은 필수 사항이다.
    e) RGB 컬러 신호가 들어오면 "블랙 레벨"을 LOW 로 놓아야 맞다. 이 것은 필수 사항이다.

8) "램프 모드"는 전 항목을 모두 LOW 로 바꿀 것을 권장한다. "영화"/"전문가" 모드라면 필수이고, 다른 픽처 모드도 LOW 로 해도 충분하다. 램프 모드를 HIGH 로 하면 밝기가 15 fL 이상 증가하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을 정도로 AF115는 이미 충분히 밝다. 램프 모드를 LOW 로 하면 램프 수명도 길어지고, 소음이나 발열도 더욱 줄어든다. 그림도 더 나아진다.

9) IRIS"Auto IRIS 1"을 권장한다. 오토 아이리스는 표준적인 화질을 해치지만 암부가 너무 들뜨기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이다.

10) "스크린" 메뉴에 있는 "화면 크기"는 반드시 "JUST"를 선택해야 한다. 덧붙여서 한 가지 더. 혹시라도 '키스톤 보정' 기능은 건드리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프로젝터 기기 아래에 있는 다리의 높 낮이를 조절해서 화면을 사각형을 만들어야 한다. 마름모 꼴 영상을 "키스톤" 기능을 이용해 보정을 하면, 화질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

"스페셜 모드" 리뷰

앞서 2부에서 언급했던 "스페셜 모드"에 대한 소고(小考)이다. 이 파트에 대해서는 잠시 고민을 했다. 말씀 드렸듯이 "스페셜 모드"는 일반 사용자들이 구현할 수가 없다. LG 기술진의 도움을 얻어 내부 메뉴에 접근해서 조정한 모드이기 때문이다. 이 모드의 테스트 결과를 공개하면 일반 사용자들도 이 모드가 가능 하도록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스페셜 모드'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필자는 고민 끝에 세팅값의 공개 없이 '스페셜 모드'의 테스트 결과만 간략히 소개하기로 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두 가지 때문이다.
 
첫째, LG AF115는 이제까지 언급되었던 테스트 결과만 가지고 끝을 내기에는 좀 아까운 기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지라도, LG에서 만든 첫 작품이 일단 만들기는 참 잘 만들었다는 사실을 밝혀 두고 싶었다.

둘째, 살펴 본 "스페셜 모드"의 성능만 가지고도, LG AF115가 충분히 전용 시네마 프로젝터로 손색이 없다는 점을 밝히고 싶었다. 그래서 향후 LG 전자에서 후속기가 나오더라도 초기와 같은 약간의 방향성 혼돈 문제를 또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다시 한 번 밝혀 두지만 '스페셜 모드'는 일반 소비자들이 다음의 세 가지 이유로 인해 접근하거나 사용할 수 없다.

첫째, 기기 내부 모드에는 변경 가능한 옵션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잘못 만지면 큰일 나는 것들도 많은 '지뢰밭'이다. 그렇다고 바깥에 나와 있는 사용자 메뉴처럼 친절한 언어로 설명되어 있지도 않다. 또 잘못 만졌을 때 되돌리는 리셋 기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어리둥절 하다가 자칫 기기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이런 경우는 A/S도 안 된다.

둘째, 아주 조심성 있는 사용자라고 해도, 사실 서비스 모드에 접근해 봐야 별 소용이 없다. 조정 가능한 메뉴가 어떤 것인지 알 수도 없거니와 설령 알더라도 자신에게 알맞도록 세팅 할 수가 없다. Luminence나 Color Saturation 등은 고가(高價)의 전문적인 장비를 통해서 측정되어야 하고, 또 나타난 결과들은 수치들의 관계를 수식화하고 가설(價說)을 세워 검증할 수 있는 전문적 지식을 요구한다. 이런 일은 LG A/S 직원을 불러도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셋째, 전문장비와 지식을 이용해 '스페셜 모드'를 만들었다고 해도 그 모드를 계속 사용할 수 없다. 그 모드가 기기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기술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항이 많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아주 작은 요소 한 가지로도 제품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출시되는 모든 제품의 공개된 기능들은 사전에 철저한 기술적 검토와 안정성을 확보한 것들이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LG에서도 AF115에 이 기능을 넣지 못했고 정보를 주고 받아 테스트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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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모드"
는 Color Saturation을 RGBYCM 별로 75%와 100% Field를 오가며 다시 조정을 했고, IRIS를 수동으로 최대한 닫은 뒤에, 색온도를 다시 맞추고 감마 보정을 계조별로 다시 했다.

1) 명암비 : 최대 밝기가 13.9 fL(47.59 ㏅/㎡), 0% 블랙의 밝기가 0.0035 fL(0.012 ㏅/㎡)가 나왔다. 온/오프 고정 명암비는 약 4000:1 정도 된다. Peak White의 밝기는 SMPTE 스탠다드인 12~14 fL 안에 드는 적정한 수준이다. 최대 밝기가 외부 시네마 모드의 절반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고정 명암비가 훨씬 높은 것은 블랙의 밝기가 1/4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 정도 블랙은 소니 VW60 또는 VW200 과 비슷한 수준으로 AF115가 블랙이 들뜬 기기라는 느낌을 전혀 주지 않는다.

2) Gamma : 감마 값을 Medium (2.30 기준)에 일단 놓았다. 목표 값은 평균 감마 2.2 였고, 최대 밝기에 대한 보정값을 구해 계조별로 조정 했다. 결과는 아래표와 같다. 평균 감마 값은 목표했던 2.2 가 나와 주었다. 감마 값을 LOW로 놓고도 시도해 보았는데, 낮은 계조 쪽이 목표 감마 값보다 떨어지는 경향이 있어서 조정이 힘들었다.

   계조   밝기   보정값   감마값
   10%   0.086   0.006    2.21
   20%   0.404   0.029    2.20
   30%   0.963   0.069    2.22
   40%   1.730   0.125    2.27
   50%   3.020   0.217    2.20
   60%   4.400   0.317    2.25
   70%   6.270   0.451    2.23
   80%   8.570   0.617    2.16
   90%  11.130   0.801    2.10
  100%  13.890   1.000      -
※단위: fL 평균감마    2.20

3) 그레이스케일 유니포미티

● Grayscale Uniform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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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프와 수치표
  계 조  색온도  Delta E
  20 IRE   6059     8
  30 IRE   6352     3
  40 IRE   6492     1
  50 IRE   6544     1
  60 IRE   6585     1
  70 IRE   6560     1
  80 IRE   6492     1
  90 IRE   6417     2
 100 IRE   6606     2
앞서 소개 했었던 "AFTER MODE"도 색온도는 비교적 균일하게 조정이 되었었다. 이 모드도 비슷한 모습으로 약간 더 델타 에러 값이 적다. 단, 20 IRE 이하 부분의 색온도가 내려 가는 것은 이 모드로도 해결할 수가 없다. 따라서 딥 블랙 부분은 6000k 언더의 붉으스름한 톤을 보인다.

4) Color Saturation

   ITU.709       75% Field      100% Field
  Color     %     Y    %     Y     %
   Red   21.3%   1.614   21.3%   3.067   21.7%
  Green   71.5%   5.384   71.2%   10.03   70.9%
   Blue    7.2%   0.567    7.5%   1.054    7.4%
  White  100.0%   7.565  100.0%  14.151  100.0%
 
   ITU.709      75% Field     100% Field
  Color     %     Y    %     Y     %
  Cyan   78.7%   5.951   78.7%   11.084   78.3%
 Magenta   28.5%   2.181   28.8%    4.121   29.1%
  Yellow   92.8%   6.998   92.5%   13.097   92.6%
  White  200.0%   15.13  200.0%   28.302  200.0%
※ 단위 : foot-Lambert (fL)

Color Luminence는 100% Field에서 맞는다고 해도 75%에서 맞는다는 보장이 없다. 전체 광량이 변화할 때 파장이 각기 다른 컬러의 광량도 일정하게 비례해서 바뀐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는 그래야 하는데 대개 실제적으로는 램프 문제인지, 파장 문제인지 몰라도 항상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앞서 살펴 보았던 "시네마"/"전문가" 모드에서의 휘도 비율은 표준 값에 근접하되, 그린이 약간 모자르고 블루가 약간 높은 편이었다. '스페셜 모드"에서는 거의 퍼펙트하게 들어 맞는다. Yellow, Magenta, Cyan의 Secondary Color 도 잘 맞는다.

5) 종합 : "스페셜 모드"만 놓고 보면, AF115블랙이 차분하고 밝기가 적정하며, Saturation도 적정하고 감마도 2.2 기준에 잘 맞는다. 그레이스케일 유니포미티도 좋은 편이다. 색좌표가 다소 넓은 편이지만 LCOS 계열 치고는 그리 나쁜 편이 아니고, 포커싱과 필드 유니포미티도 괜찮다. 특히 48Hz True-Rate 기능이 탁월하고, Reon 칩이 수행하는 프로세서 성능도 수준급이다. 소음과 발열이 적은 것은 강하게 내세울만한 점이다. 한 마디로 정통 AV 시네마 프로젝터의 관점에서 보아도, 10년이상의 이력을 가진 여러 경쟁사 제품들과 비교할 때 전혀 밀리지 않는다.

에필로그

AV 기기나 오디오 기기는 만드는 사람과 파는 사람, 사는 사람 사이에 형성되는 공감대(共感帶)가 매우 중요하다. 서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어야지 다른 곳을 향하고 있으면 안 된다. AV 기기도 물론 가격의 지배를 받는다. 그러나 일반적인 매쓰 마켓과 비교하면 가격보다 성능이나 기능에 훨썬 더 비중을 두는 편이다. 그래서 성능만 좋다면 때로는 수천만원짜리 하이엔드 제품이 손쉽게 팔리기도 하는 것이다. 또 소비자들이 까다롭고 미래지향적이라는 점도 일반 매쓰 마켓과 다르다. 여러 차례 말씀 드린 바 있지만, 매쓰 마켓은 시장의 규모는 크지만, 방향성은 없는 곳이다. 방향성이 있으면 그건 '매쓰 마켓'이 아니다. 원래 대중은 정해진 특성이 없다. 사람마다 다르고 같은 사람도 시간이 흘러가면 또 달라진다. 결국은 큰 흐름을 따라 가게 되어 있다. 그래서 10년 전 패션이 지금은 평범한 것이 되어있고, 지금 첨단이라고 하는 것이 10년 뒤에는 대중적인 것들이 되는 것이다. Home Theater 시장에 발을 내딛은 LG 전자가 시행착오를 줄이고 빠른 시일에 좋은 제품들을 계속 만들어 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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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만들 것인가
를 생각해 주시기 바란다. 비유를 들자. 내가 지금 제공하려는 제품이 '시끄러운 장소에서도 잘 들리는 확성기'인지, '쿵쾅대는 락 음악, 확장된 저역, 갑작스런 피크 음역등에도 무리가 없는 대음량의 P.A용 스피커'인지, 아니면 "넓은 다이내믹레인지와 스테이징, 섬세한 디테일과 정확한 음을 요구하는 Hifi 스피커"인지 확실히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행해야 할 필수 조건이 있다.
 
'확성기'와 'P.A용 스피커'와 '하이파이용 스피커'가 어떻게 다른지 상품을 기획하는 쪽에서 명확히 알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 좋은 제품이 나올 것이다. AV용 시네마 프로젝터를 만들 것이라면, AV를 즐기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유지가 될만한 적극적인 층이 대상이 될 것이다. 예를 들자면 이렇다. 만일에, 앞서 1부에서 잠깐 언급했던 것과 같은 "밝은 환경에서 보는 프로젝터"의 엉뚱한 개념을 메인 컨셉으로 잡는다면, 그 제품은 시네마 프로젝터도 아니고, AV를 이제까지 즐겨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판매를 해서는 안되며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찾아야 할 것이다.

AF115에 대해서 결론을 내리자면, 1부 서두에 귀뜀 했듯이 "희망"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LG 전자의 첫 시네마 프로젝터라는 점에서, 이만하면 썩 훌륭한 론칭작이다. 또 앞서 살펴 보았듯이 자기 성능을 충분히 발휘하지는 못했지만, AF115잠재된 능력이 대단히 우수하며 기존에 나와 있는 제품들과 나란히 경쟁해도 밀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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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시행착오도 있었다. '밝기'에 지나치게 몰두했다. 여러 차례 말했듯이 사실 '밝은 영상'은 픽처 모드 한, 두개 만들어 선택 옵션 안에 그냥 심어 놓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제품의 알짜배기 진면목 '적절한 밝기'와 '색온도', '그레이스케일' 등의 요소가 믹스된 "시네마 모드"를 통해 발현이 되어야 한다. 그게 훌륭한 AV 프로젝터의 원래 모습이다. 샤프, 삼성, 마란츠, 소니, JVC, 엡손, 미츠비시... 기(旣) 시장에 진출한 유명 브랜드들도 다 그렇게 한다. 각각 정성을 들인 '영화 모드' 따로 있고, 30 fL 전후의 '밝은 모드' 따로 있다. 하지만 중심은 '영화 모드'이다. 지난 번에도 말했지만 극장 실내가 어둡다고, 또 스크린이 어둡다고 불평하는 사람은 없다. "Home Theater"란 "극장의 감동을 집으로 가져오는 것"이다. 따라서 집 역시 극장처럼 꾸며진다는 가정 하에 제품이 만들어져야 한다.

LG 전자가 보다 전문적인 Home Theater 제품들을 앞으로도 계속 발표해주기를 바란다. 제품 개발이나 상품 기획, 마케팅 등 측면에서도 LG 전자에게 나름 의미 있는 학습 시장이 될 것이다. 더불어 소비자 입장에서는 일본 제품을 능가하는, 우수한 국산 제품들이 AV 매니아 시장까지도 점령해 주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최 원 태)

LG AF115 SXRD 프로젝터 1부로 돌아가기
LG AF115 SXRD 프로젝터 2부로 돌아가기
Posted by hifinet
2008. 6. 29.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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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AF115 SXRD Projector (2부)
- 글 : 최 원 태

명암비

영상기기 리뷰를 쓸 때 마다 늘 하는 말 가운데 하나. "스펙에 나와 있는 명암비에는 신경 쓰지 마세요". 출력 크다고 좋은 앰프 아니듯이 명암비 높다고 좋은 기기 아니다. 명암비가 높은 것이 강점이 될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다른 것을 잃을 수도 있다.

명암비가 높다고 해도 다음의 두 가지 요소가 따르지 않으면, 그 수치는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

첫째, "블랙이 떨어져야 한다." 명암비가 5000:1 이고 블랙이 0.001cd(칸델라)인 기기가, 명암비가 50만:1 이고 블랙이 0.1cd 인 기기보다 훨씬 더 임팩트한 영상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명암비를 높이려면. '밝기'를 높이려 하지 말고, 블랙을 낮추어야 한다. 이게 우선 순위이다. 그 후 블랙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밝기'를 적절히 높여야 한다. 그런데 그 '적절한 수준'이란 것이 어떤 것을 말하는가? 바로 다음 조건과 연결이 된다.

둘째, "계조가 끊어지면 안 된다." 블랙에 영향을 주지만 않는다면 '밝기'는 높을수록 좋은 것일까? 그렇지 않다. 계조가 매끄러워야 한다. 그러려면 밝기가 적당해야 한다. 늘어진 고무줄을 생각하면 된다. 탄성이 썩 좋지 않은 고무줄을 무리하게 길게 늘여보자. 결국 중간 부분이 헐거워지거나 군데군데 금이 가거나 구멍이 날 수 있다. White와 Black의 간격이 감당할 능력보다 커지게 되면 (1) 감마가 잘 안 맞고 (2) 딥 블랙 부분이 너무 급하게 밝아져 암부의 디테일 묘사가 안 되며 (3) 색이 씻겨 나가기 쉽고 (4) 결국 계조의 매끄럽지 못함이 Banding Noise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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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nding Noise는 이럴 때 발생한다. 능력이 1000 단계 표현능력 밖에 없는 기기에게 1500단계를 표현하라고 강요하면 그 기기는 중간을 듬성 빼먹고 넘어가는 도리 밖에 없다. 이때 그 빼먹고 넘어가는 부분이, Grayscale Step Pattern을 이용해 보면 마치 나무의 '나이테'와 같은 모양으로 Banding이 생긴다. PC 화면에서 고해상도 그림을 8비트 컬러로 재현하려고 할 때 생기는 얼룩 모양 밴딩과 같은 이치이다. 그만큼 계조가 매끄럽지 않다는 뜻이다.

Banding Noise가 많으면 색계조가 부드럽게 연결되지 못해 그림이 품위가 없어진다. 멀리 대충 보면 처음에는 잘 못 느낀다. 그러나 장기간 시청하면 투박하고 거친 느낌을 알게 된다. Banding Noise는 '밝은 기기'에서는 거의 다 나타난다. (물론 기기에 따라 그 편차는 다양하다. Banding Noise가 꼭 '밝기' 때문에만 생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관계수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또 핫 스팟이 있거나 게인이 높은 스크린을 써도 심해진다. 프로젝터이든 스크린이든, 또 전체적으로든 국지적이로든 밝기가 과다하면 생기는 것이 Banding Noise 이다. 이치는 딱 한 가지이다. '고무줄을 너무 늘렸기 때문이다.'

AF115 역시 심한 편은 아니지만 Banding Noise가 일부 보인다. '밝기' 수준을 생각하면 오히려 양호한 편이다. 밝기를 낮추면 Banding Noise는 많이 줄어든다. 나중에 3부에서 살펴 보게 될 'Special Mode'에서는 밴딩 노이즈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아래는 AF115Full ON/OFF 명암비이다. 전체적으로 고정 명암비가 2000:1 안팎이다. 블랙만 잘 가라 앉아 있다면 시네마 프로젝터에서는 2000:1도 충분하다. 그런데 문제는 Black의 밝기가 너무 높다는 것이다.

    White   Black   명암비
   Vivid   48.42   0.022  2200 : 1
 Standard   45.68   0.022  2100 : 1
  Cinema   28.00   0.015  1900 : 1
  Sports   40.66   0.022  1900 : 1
  Game   45.53   0.022  2100 : 1
※ 단위 : fL(풋 램버트)

Ansi 명암비는 별로 좋지 않다. 4x4 100% 크로스 체커보드를 이용했을 때 100:1을 넘지 못한다. 이건 AF115만 그런 것이 아니다. LCD 계열 프로젝터들이 대개 그런 편이다. JVC의 DLA-HD100은 온/오프 명암비가 10000:1 이 넘는다. 홍보문구가 아니라 실제 실측 결과가 그렇다. (홍보문구로야 요즘 2~3만 대 1 안 되는 기기가 어디 있겠는가?) 필드 블랙이 낮게 나오기 때문이다. HD100도 크로스체커보드 방식으로는 안시 명암비가 100:1 조금 넘는 수준이다. LCD 계열은 빛 간섭이 커서, 온/오프 명암비와 안시 명암비가 동 떨어지게 나오는 경우가 흔하다.

블랙이 너무 뜬다

AF115의 Cinema 모드의 White 밝기는 28 fL, Black은 0.015 fL 이다. 같은 SXRD 패널을 사용한 소니 VW60는 램프를 High로 놓아도 White가 12.3 fL, Black은 0.004 fL 이다. JVC HD100은 Black이 0.001 fL까지 떨어진다. (White는 17.0 fL) DLP 프로젝터들은 빛 간섭이 적어 안시 명암비가 높고, 영상의 임팩트도 더 강하다. 그러나 온/오프 명암비를 가지고 따지더라도, 블랙 레벨이 높다고 말해지는 다크칩2 기종(삼성 A800B, 옵토마 HD80) 조차도 Black의 밝기가 0.006~0.008 fL 수준이다. (White 밝기는 12~16 fL 수준). 요즘 나오는 시네마 프로젝터들의 측정값이 대개 이렇다.
 
그러나 AF115는 블랙이 이들보다 월등 높다. 블랙이 높으면 그림이 차분해지지 못한다. "Se7en", "Descent", "Sweeny Todd" 처럼 암부 디테일이 영화에서 중요한 포인트를 차지하는 작품의 경우, 영상이 답답하게만 느껴진다. 재삼 말하지만 Cinema 모드 만큼은 IRIS를 사용했어야 했다. 최대 밝기를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블랙은 1/3 수준으로 낮추는 방법을 모색해야 했는데, 이는 '수동 IRIS' 외에는 방법이 없다.

그럼 전혀 대안(代案)은 없을까? 있다. "꿩 대신 닭"이라고. Auto IRIS 기능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Auto IRIS에 대해서는 다시 분석이 들어갈 것이다. 그 전에 기본적인 Contrast/Brightness와 적절한 "블랙레벨" 조정에 대해 먼저 짚고 들어가자.

Contrast, Brightness, Black Level 그리고 Color Matrix

이제 Cinema Mode를 기준으로 기본적인 화질 조정을 해보자. (입력 해상도는 1080/24p를 전제했다.) Cinema Mode의 Contrast 디폴트 값 45는 움직일 수 없다. Contrast와 Brightness를 가지고 White와 Black 레벨을 맞추려고 시도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건 안된다. Contrast를 크게 변화 시키면 감마가 틀어지기 쉽고 영상이 탁해진다. 막이 낀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Brightness를 낮추어 암부를 시커멓게 만드는 것은 AV 초보자들이 행하기 쉬운 가장 흔한 오류이다. 그렇게 해놓고 블랙이 차분하다고 자위(自慰)하곤 한다. 어떤 분들은 습관적으로 모든 디스플레이 기기의 Contrast를 높이고, Brightness를 낮추곤 하는데, 이는 그림을 단조롭고 깊이가 떨어지게 만드는 첩경(捷徑)이다. Contrast와 Brightness는 명암비가 아닌, "계조"를 보고 맞추어야 한다. White Clipping 이 일어나지 않도록, Deep Black 이 잘 구별이 되면서 충분히 어둡도록 조정을 해야 한다. 만일 Brightness을 낮췄을 때 계조가 희생되는 것 같다면, 지체없이 Black을 포기해야 한다. 정도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굳이 양분(兩分)해서 말한다면, "블랙이 차분하되 암부가 다 뭉개진 화면" 보다는 "약간 들뜬 느낌이 나더라도 암부 계조 구분이 정세하게 잘 되는 화면"이 더 좋은 화면이다.

AF115에서는 LAMP Mode는 LOW로 놓고, Contrast는 45 디폴트 대로 그냥 놓을 수 밖에 없다. Contrast를 30 정도로 낮추면 전체 밝기는 떨어지지만 투명도가 손상된다. 따라서 Contrast는 디폴트를 그대로 고집하자.

문제는 Brightness 이다. AF115는 두 개의 HDMI 입력 단자를 가지고 있다. HDMI를 통해서는 두 가지 형태의 컬러 스페이스를 입력 받을 수 있다. SXRD는 최종 출력단이 RGB 이기 때문에, RGB 컬러가 입력이 되면 따로 Color Transcoding을 할 일이 없다. 그러나 컬러를 YCbCr 4:2:2 (또는 4:4:4)를 그대로 읽어 들이게 되면 AF115는 받아들인 YCbCr을 RGB로 Color Transcoding(변환)을 해서 내보내게 되어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Transcoder 인데 AF115는 Reon 칩 안에 이 Transcoder를 갖추고 있다.

완벽히 컬러 디코딩을 풀 비트로 한다면 당연히 YCbCr 4:2:2 (4:4:4)가 RGB 보다 더 좋다. 색의 깊이가 좋아진다. 그러나 대부분 전달 과정에서 색해상도가 다운되기도 하고, 컬러 스페이스가 바뀌기도 한다. 컬러 트랜스코딩, 디코딩 과정에서 에러가 발생하는 경우가 워낙 잦다. AF115 도 그런 편인데, 입력 컬러가 YCbCr이냐 RGB 이냐에 따라 "블랙 레벨"이 크게 바뀐다. 아래 표를 참조하자.

 Color  Black Level  Cont.  Bright.  
 YCbCr     HIGH   45*   50*  추천 2
      LOW   45*   62  추천 3
  RGB     HIGH   45*   38  
      LOW   45*   50*  추천 1
*는 Default 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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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B가 입력되면 "블랙 레벨"을 LOW 로 설정하고, YCbCr 이 입력되면 "블랙 레벨"을 HIGH로 놓으면 된다. 테스트를 위해 소스기기와 프로젝터 사이에 영상 프로세서(DVDO VP50)을 집어 넣어 VP50의 Color Space를 자주 바꿔 보아 결과를 관찰했다.

AF115는 RGB 신호가 들어오다가 YCbCr 신호로 바뀌면 갑자기 영상이 칙칙해지고 어두워진다. 이때는 "블랙 레벨" 모드를 HIGH로 바꿔 주어야 한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컬러 스페이스의 종류에 따라 밝기가 변하기 때문인데, 필자는 이 것을 AF115 내부에 있는 Reon 칩의 버그 때문으로 보고 있다. 왜냐하면 YCbCr 컬러가 입력 되었을 때 AF115는 어떤 "블랙레벨" 모드에서도 -4% 블랙바를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LOW로 놓던 HIGH로 놓던 Brightness를 100으로 놓던 Blacker than Black 신호는 잡히지 않는다. 아마도 Level이 16~235 에서 0~255의 Extended PC Level 로 바뀌는 것 같다. (Realta에서는 이런 현상이 없었다.) 즉 레온 칩의 Transcoder가 YCbCr을 RGB 로 바꾸면서 멋대로 PC 레벨로 바꿔 버리는 바람에 Below Black 부분이 날아간 것으로 추측이 된다. (RGB 컬러 입력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다. "블랙레벨"을 LOW, HIGH 무엇으로 바꾸어도 Brightness를 높이면 below black 이 잘 잡힌다. "블랙 레벨"이 LOW 일 때는 디폴트 값인 50이 적당하고, HIGH로 놓게 되면 Brightness를 38까지 낮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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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다 보니 AF115의 YCbCr 컬러 입력 처리 능력은 RGB 입력에 비해 신뢰도가 다소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필자처럼 영상 프로세서를 따로 가지고 있는 사용자라면 변환에서 다소 껄끄러움이 있는 Reon 칩의 트랜스코더를 쓰지 않고, 영상 프로세서의 트랜스코더를 쓰면 된다. 또는 자신의 블루레이 플레이어 기기가 컬러 출력을 RGB로 바꾸는 기능을 제공하면 그렇게 해도 된다. (소니 PS3의 경우는 사용자 조정 메뉴에서 RGB를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PS3는 기기 자체가 이미 PC 레벨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는 부득이 PC Level의 YCbCr 신호를 받아 들일 수 밖에 없다. 이때 어드밴스 메뉴의 "블랙 레벨" 값을 HIGH로 바꾸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블랙 레벨"을 HIGH로 바꾸는 대신, LOW 상태에서 Brightness를 62로 높이는 방법도 있다. 그렇게 해야 2%, 4% 딥 블랙 바가 구별이 된다. 그러나 역시 가장 좋은 방법은 입력이 RGB 인 것이다. RGB 입력에 '블랙 레벨' LOW가 가장 추천할 모드이다.

Auto IRIS의 적극적인 사용

AF115는 3 개의 Auto IRIS 모드를 가지고 있다. Manual IRIS는 없으면서 Auto IRIS가 3개씩 된다는 것도 좀 특이하다. Auto IRIS는 APL이 밝은 화면에서는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이때에는 IRIS OFF 상태나 Auto IRIS 1, 2, 3 단계나 별 차이가 없다. Auto IRIS는 화면이 전체적으로 어두울 때 효과를 발휘한다.

원칙적으로는 Auto IRIS는 쓰지 않는 것이 정석이다. 화면의 전체 밝기 상황에 따라 색온도, 암부 조도, 유니포미티가 들쭉 날쭉 해지기 때문이다. 반응속도의 문제도 있다. (요즘은 반응속도가 빨라졌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0.5~1초씩 늦게 반응하는 Auto IRIS가 대부분이었다. 그림 잘 보고 있는데 갑자기 얼굴 색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은 코미디이다.) 따라서 Auto IRIS는 고급 화질을 구현 하고자 할 때에는 안 쓰는 것이 좋다. 그러나 그 것은 IRIS를 수동으로 조절하는 기능이 있거나, 또는 IRIS가 없어도 블랙을 충분히 안정 시킬 수 있는 제품(고정 화소 제품에서는 사실 그런 제품은 찾기 힘들다)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이다.

필자는 AF115에서는 오히려 Auto IRIS를 사용할 것을 적극 권장한다.

AF115는 블랙이 너무 뜬다. 계조의 통일성, 밝기의 통일성, 색온도의 통일성은 둘째 치고 일단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블랙을 낮추는 것이 우선 순위에서 더 앞선다. 계조만 뭉개지지 않는다면 말이다.

AF115는 사실 기기 내부적으로는 IRIS 조절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떄문에 Auto IRIS도 구동이 가능한 것이다. 즉 IRIS가 아예 없는 기기가 아니다. 그러나 기술적 검증 문제로 인해, 아쉽게도 IRIS 수동 조절 기능을 외부 메뉴로 빼 놓지 않았다. 따라서 일반인이 접근할 수는 없다. AF115의 기기 성능을 기술적으로 검토하고 최적화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필자는 LG 기술진의 도움을 얻어 AF115의 몇 가지 공장 모드에 접근해 "Special 모드"를 만들 수 있었다. "스페셜 모드"는 수동으로 IRIS를 최대한 조이고, Color Saturation을 SMPTE 296M에 거의 98% 이상 근접하도록 Color Luminence를 조정했으며, Color Temperature 또한 최대한 정밀하게 조정한, 말 그대로 스페셜한 모드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스페셜 모드"를 공개하거나 일반 소비자가 접근해서 사용 하도록 할 수는 없다. 아직 기술적으로 검토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은 '미완성 모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홈 시어터용 프로젝터로는 첫 시도임에도 불구하고, LG 개발진 기술력이나 AF115의 잠재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은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이 "스페셜 모드"는 AF115의 성능 테스트를 위한 레퍼런스로만 사용될 것이다.

언급해야 할 모드가 한 가지 더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Cinema Mode" 디폴트 값은 색온도가 너무 높다. 나중에 살펴 보겠지만 Grayscale Uniformity도 별로 좋은 편이 아니다. 따라서 Calibration이 필요하다. IRIS는 손대지 못하지만, Gain/Bias를 조정해 Grayscale Uniformity는 6500K에 어느 정도 맞출 수 있다. 이 조정 값을 필자는 "Expert 2" 모드에 저장 했는데, 이를 편의상 "조정 후 모드"라고 부르기로 하자. 이 '조정 후 모드'는 외부 메뉴를 가지고 한 것이기 때문에, 화면 사이즈와 스크린 게인(100인치 1.3 화이트-Stewart Studiotek HD130)이 일치하면 일반 유저들도 그대로 차용(借用)해서 쓸 수 있다.

앞으로 그레이스케일과 컨트라스트, 감마 등은 디폴트 값인 "시네마 모드", 색온도를 조정한 "조정 후 모드", 그리고 공장 모드에서 조정한 "스페셜 모드" 등을 비교하며 언급이 될 것이다.

먼저 Auto IRIS 1,2,3 간의 차이를 간단히 비교해 보았다. Cinema Mode 상태에서 두 가지 종류의 화면을 띄워 놓고 모드 간 밝기를 측정했다. (A)는 전체적으로 어두운, APL 30%가 안 되는 화면이고, (B)는 전체적으로 밝은, APL이 60% 이상 높게 잡히는 화면이다. A-1, B-1은 화면 내에서 가장 어두운 부분, A-2, B-2는 화면 내에서 가장 밝은 부분을 측정한 것이다.

    (A) 어두운 화면    (B) 밝은 화면
 IRIS    A-1    A-2    B-1    B-2
  OFF   0.080    3.49   0.653   50.90
 Auto 1   0.038    1.80   0.550   48.97
 Auto 2   0.058    2.54   0.577   49.95
 Auto 3   0.072    2.81   0.597   50.80
 Special*   0.035    1.46   0.304   24.12
※ 단위 : 칸델라. * Special Mode는 공장모드에서 Full IRIS를 넣은 것.

APL이 낮은 어둑한 화면에서 Auto 1 모드는 Full IRIS 모드에 근접한 밝기를 보여준다. IRIS OFF와 비교하면 현격한 차이가 난다. 한편 Auto 3 모드는 Full IRIS 보다는 OFF 모드에 근접한다. 한편 밝은 화면으로 오면 Auto 1~3와 IRIS OFF가, 밝은 부분이든 어두운 부분이든 서로 간에 별 차이가 없다. Full IRIS 모드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값이다. 밝은 부분, 어두운 부분 모두 두 배 이상 밝다. 우선 Auto IRIS 모드는 1번 이외에는 별 효용이 없다. 따라서 쓴다면 Auto IRIS 1 모드이다. 여러 차례 말씀 드렸듯이 Auto IRIS는 화면이 밝아지면 별 힘을 못 쓴다. 아주 어둑한 화면일 때에만 도움이 되며, 중간 계조 이상의 '실내 장면' 정도만 되어도 어두운 부분의 디테일을 표현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이번에는 스크린 샷을 통해 살펴 보자. <Pirates of the Caribbean : Dead Man's Chest> (Blu-ray USA)에서 세 개의 장면을 빌려 왔다. 그리고 각 장면에서 "어두운 부분"과 "밝은 부분" 포인트를 두 군데씩 골라 각각의 값을 측정 했다. 첫번째 장면은 <챕터 2> 어두운 밤, 배의 돛대 모습이다. (스크린 샷이 너무 어둡게 찍혀 사진에 대한 명암보정을 다소 가했다. 영화를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실제 이 장면은 이 보다 훨씬 더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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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에서 두 군데를 선정해 밝기를 측정했다. (Minolta LS-100 Luminence Meter 이용) A는 도르레와 밧줄의 사이로 매우 컴컴한 부분이고, B는 도르레 모서리의 밝게 빛나는 부분이다.

아래는 <챕터 3> 스완 총독의 방 모습으로, 위 사진보다는 밝은 실내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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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어두운 곳과 밝은 곳 두 군데를 선택했다. 지도를 그리고 있는 서기의 꽁지 머리를 묶은 검은 띠를 C, 지도에 나타난 인도 대륙 데칸 고원쯤 되는 곳을 D로 선정했다.

마지막으로 셋 중 가장 밝은 화면이다. <챕터 7> 잭 스패로우가 원주민들에게 잡혀 꽁꽁 묶여 있는 모습이다. 환한 대낮 장면이기 때문에 APL이 꽤 높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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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는 잭 스패로우의 검은 색 머리 늘어진 부분을 어두운 포인트(E)로, 그 옆에 서 있는 원주민의 뒤로 비춰지는 하얀 구름 배경을 밝은 포인트(F)로 설정했다.

       밤 장면    실내 장면     낮 장면
   Mode  IRIS    A    B    C    D    E    F
  Cinema (디폴트)  OFF  0.080  3.49  1.050  19.60  0.653  50.90
  조정 후 (No IRIS)  OFF  0.075  3.74  0.970  20.45  0.596  49.80
  조정 후 (IRIS)  Auto 1  0.390  1.78  0.850  19.70  0.550  48.97
Special (공장 모드) Full IRIS  0.034  1.44  0.488   9.77  0.304  24.12
※ 단위 : 칸델라

IRIS OFF 상태에서는 "조정 후 모드"와 "시네마 모드"가 거의 같다고 봐야 한다. 색온도를 조정하면서 생긴 오차 정도의 차이이다. Auto IRIS 1 모드 상태의 "조정 후 모드"를 살펴 보자. 필자가 권장하는 모드이기 때문이다. 밤 장면에서는 디폴트 값 보다는 Full IRIS의 "스페셜 모드" 값과 비슷하다. 그러나 조금 더 밝은 실내 장면으로 가면, 어두운 부분도 디폴트 값(IRIS OFF의 Cinema Mode)과 큰 차이가 없고, 밝은 부분은 IRIS OFF 상태와 똑 같다. '인도 데칸 고원' 지도 부분이 그렇게 밝은 편도 아닌데 말이다. 낮 장면도 양상은 비슷하다. 이게 Auto IRIS의 문제점이기는 하다. 감마, 그레이스케일, 밝기의 Continuity 등이 완전히 무시되기 때문이다. 캄캄한 방에서 쪽문을 통해 하늘을 바라 볼 때에는 밝기가 10 칸델라였는데, 카메라가 갑자기 포커스 줌 인을 해서 그 하늘을 클로즈로 잡으면 밝기가 갑자기 50 칸델라가 되어 버린다. 사실 이건 곤란하다.

하지만 AF115 의 IRIS OFF 모드를 쓰기에는 화면이 너무 들 뜬다. 한참 동안 꼼꼼히 화면을 살펴 본 뒤 내린 결론은, 화면의 균일성, 일관성을 다소 희생 하더라도 어찌 되었든 IRIS를 일부라도 사용해야 하고, 따라서 사용자 모드(Expert 1)에서 Cinema Mode와 동일한 값을 기초로 하여, 색온도 조정을 한 뒤 Auto IRIS 1 모드를 쓰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결론 내렸다.

Sharpness

필자가 자주 하는 말. "샤프니쓰는 노이즈이다," 사실 이제 'Sharpness' 라는 근사한 칭호도 버려야 한다. 이 명칭은 Composite 신호를 통해 들어오던 Analog NTSC 시절에 끝났어야 했다. 지금에 와서 Sharpness는 대부분 "윤곽선을 인위적으로 과장시켜 또렷해진 것처럼 눈속임을 쓰는 링잉 노이즈 제조기"일 뿐이다. 따라서 가치 중립적인 단어를 쓰더라도 "윤곽선 강조"라는 명칭이 더 어울린다.

Sharpness 기능은 사실 "잘 해야 본전"이다. Sharpness를 아무리 낮추어도 링잉이 없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다행이 AF115는 그렇지 않았다. Sharpness를 10 이하로 놓으면 링잉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물론 권장 값은 0 이다. 어떤 디스플레이 기기는 샤프니스를 너무 낮추면 윤곽선을 인위적으로 뭉개 멍청해지는 Undershooting 현상이 일어나기도 하는데(LG LCD TV가 그랬었다), AF115는 그렇지 않았다. 따라서 0로 놓아도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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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샤프니스를 0 로 둔 상태에서의 오버스캔 화면이고, 아래는 샤프니스가 50인 상태에서의 오버스캔 화면이다. 아래 사진을 보면 중앙 십자가를 비롯해 대부분의 수직선에 링잉 노이즈가 낀 것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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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렇게 설명 드려도 보통 정지 영상이 아닌 동영상을 보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윤곽선 노이즈의 문제점을 선뜻 깨닫지 못한다. 쉽게 비유 해보자. 윤곽선 링잉만이 아니라 이 자리에서 필자가 좋은 영상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말하는 내용 중의 상당 부분은 AV 경력이 많지 않으신 분, 그림을 그렇게 심각하게 보지 않으시는 분들에게는 피부로 잘 느껴지지 않는 내용들이다.
 
음식의 예를 들어보자. 염분 섭취가 많으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 누구나 다 안다. 그런데 도대체 어떤 이치로 건강을 해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뭐 어때?'하고 신경 안 쓰는 분도 있다. 하지만 건강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자제한다. 건강이 아니라, 음식의 깊은 맛을 즐기고자 하는 '미식가'(味食家)를 예로 들어도 마찬가지이다. 자극적인 조미료나 향신료들이 당장은 입에 즐거움을 줄 지 모르나 음식의 깊은 맛을 느끼게 하는 데에는 방해가 된다. 그냥 '난 평생 패스트 푸드만 먹고 살겠습니다' 라고 하는 분들에게, 음식의 깊은 맛 운운 하는 것도 코미디이다. 그러나 특급 호텔 일류 요리사가 소금과 설탕에 의존한다면 그 것도 코미디이다.

음악도 마찬가지이다. 현악은 현악대로, 관악은 관악대로 맛이 있다. 음향 기기가 해 주어야 할 일은 현악을 그대로 현장의 현악기 처럼, 관악은 그대로 현장의 관악기처럼 들려 주는 일이다. 자기가 중간에 나서서 바이올린 고역부분을 증폭 시키거나 튜바의 저역을 부밍 시켜서는 안 된다. 톡톡 쏘고 쿵쾅 거리는 소리가 Rock 음악에 익숙한 신세대에게는 오히려 당장 즐겁게 들릴 지 모른다. 그러나 그건 왜곡이다. 신세대들이 Rock을 좋아한다고 평생 그들에게 Classic을 Rock 처럼 왜곡시켜 들려줄 것인가? 처음에 접근이 어려워도 일단 그 깊이를 맛 보게 되면 Popular Music 에서는 도저히 느낄 수 없는 깊은 감동을 느끼게 되는 것이 Classic의 매력이다.

늘 하는 이야기이지만, 영상 기기의 제1의 목표는 "왜곡 하지 않는 것"이다. 무엇을 더하려고도 덜 하려고도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는 것" 이 것이 영상 기기의 제1과제이다. 입력된 영상 컨텐츠가 어떤 것이든, 디즈니 만화이든, 효도르 프라이드 경기이든 또는 타르코프스키의 미쟝셴으로 가득찬 예술 영화이든... 그 것은 모두가 고흐의 작품이요, 세잔느의 작품으로 여겨야 한다. 갤러리 주인이 할 일은 고흐의 작품을 잘 보존해서 있는 그대로 사람들에게 보여 주는 것이지, 작품이 낡아 보인다고 윤곽선을 덧칠하거나 붉은 색이 마음에 안 든다고 saturation을 잔뜩 높이거나 하는 것이 아니다.

A 가 가운데 큰 길로 갈 때 B는 오른쪽 샛길로, C는 왼쪽 샛길로 가서 A를 앞지르려고 한다. 무언가 빠른 길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끔 신호도 위반하고 과속도 하는 것이 똑똑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당장 5분 뒤, 10분 뒤만 내다 보았을 때이다. 그 길이 5년을 가야 할 길이고 10년을 가야 할 길이라면, 여기 저기 다른 길로 빠졌던 B도 C도 D도 결국은 다 가운데 큰 길로 돌아오게 마련이다. AV 쪽에서 오랫동안 지명도를 얻어 오고 있는 유명 브랜드들도 결국은 다 그 과정을 거쳤다.
 
독자 제위께서도 이런 점에 신경 써 주시면 좋겠다. 샤프니스를 낮추면 순간적으로는 그림이 밋밋해져 보인다. 그러나 그게 영상의 진짜 모습이다. 눈에 익기 시작하면 링잉이 약간만 있어도 거슬려 하는 자신을 곧 발견하게 된다. 아래의 두 그림을 보자. 수평 방향 해상도를 가늠할 때 쓰는 "멀티 버스트" 패턴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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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 사이즈로는 명확히 파악이 안 된다. 그림을 클릭해서 오리지널 사이즈로 확대해서 비교해 보시기 바란다. 멀티 버스트 패턴은 수평 방향으로 서로 다른 여러 단계의 픽셀 라인을 수직선으로 만들어 모아 놓은 것이다. 화면의 오른쪽으로 가면 굉장히 작은 픽셀 단위의 라인들이 연이어 지고, 그 것이 그대로 정상적으로 잘 표현이 되면 위 사진처럼 고운 나이테를 보듯 자연스럽게 표현이 된다. 위 사진은 샤프니스를 0 로 놓았을 때이다.

아래는 샤프니스가 70으로 되어 있는 비비드 모드이다. 사진을 확대해보면 오른쪽 부분의 라인이 위 사진보다 굵고 거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링잉이 심해 바로 옆 라인의 정보를 '잡아먹기' 때문이다. 샤프니스를 높이면 링잉이 많아지고 링잉이 많아지면, 정세한 해상도 표현을 망치고, 움직임을 따라 잡지 못해 무빙 아티팩트가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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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샤프니스는 모두 0 로 놓아야 옳다. AF115는 모든 픽처 모드에서 샤프니스의 디폴트 값을 50~70으로 설정해 놓고 있는데 모두 0 로 바꿔 줄 것을 권한다.

해상도 / 오버스캔

AF115는 포커싱도 괜찮고 해상도도 우수하다. 아래 Pixel Phasing 패턴을 살펴 보면 맨 우측 상단의 1 pixel Block을 비롯해 2 pixel Block, 3 phasing/3 pixel block 모두 깔끔하다. 픽셀 로스는 발견하지 못했다. 오버스캔도 없고 픽셀 크롭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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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화면을 보자. 인형 옷깃 라인 표현이 아주 깔끔하다. 샤프니스가 0 로 놓으면 라인 간섭도 뭉개짐도 일어나지 않고 샤프하게 표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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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차가 움직이면서 교각 밑을 지나는 장면인데,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데에도 교각 상판 그물의 라인 등이 흐트러지지 않고 정세하고 매끈하게 표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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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스캔도 전혀 없다. 상하 좌우 모두 100%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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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의 스크린 조정 항목에 가면 Aspect Ratio를 설정하는 기능이 있다. 여기서 Just Scan을 지정해야 Overscan을 하지 않는다. Overscan은 크던 작던 있게 되면, 해상도에 적잖은 손실을 주게 된다. 반드시 Just Scan으로 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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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인터레이싱 / 스케일링

이 부분은 사실 AF115의 성능이라기 보다는 사용된 Silicon OptixHQV Reon 칩의 성능 문제이다. 아시다시피 HQV 칩은 Gennum의 VXP, DVDO의 ABT 칩과 더불어 현재 가장 신뢰할 만하고 가장 우수한 성능을 자랑하는 영상 프로세서이다. HQV는 Realta와 Reon 두 가지가 있는데 Realta가 더 상위 제품이다. 필자는 다양한 제품에 사용된 HQV 칩들을 두루 사용해 보았기 때문에 이 칩의 장단점에 익숙한 편이다.
 
Realta와 Reon은 미세한 성능 차이가 있는데 핵심이 되는 1080 I/P De-Interlacing 성능은 두 칩이 동일하다. Scailing 기능과 480 I/P 변환 기능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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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 중 좌 하단과 우 하단에 Full 이라고 쓰인 부분이 1080p Scaling 패턴이다. 스크린 샷이 제대로 표현을 했을지는 모르겠다. 실제로는 아주 깔끔하고 완벽하게 처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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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은 DVD를 1080p로 스케일링 하면서 라인이 뭉개 지거나 크로스 컬러 노이즈가 발생 하는지 살펴 본 것인데 이 부분도 역시 아주 깔끔하다.

그러나 DVD의 480p 영상을 1080p로 Scaling 할 때는 완벽하지는 않다. 약간의 밴딩 라인이 보일 때가 있다. 그다지 신경 쓸 정도는 아니다. 원래 Reon 칩은 정상급 성능을 갖추었지만 480p→1080p 스케일링에서 유일한 약점을 보이는 편이다. Reon 칩을 사용한 제품들이 다 그렇다. 한편 720p→1080p 스케일링은 좋은 편이다. DVD를 시청할 때에는 720p 출력을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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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0 i/p, 1080 i/p 변환 모두 우수한 성능을 보인다. 위 화면의 경우 De-Interlacing 이 불안하면 관객석에 넓은 범위에 걸쳐 모아레가 나타나는데 Reon 칩은 이 면에서 아주 말끔하다. 특히 1080 I/P 디인터레이싱은 실리콘 옵틱스 칩이 위력을 많이 발휘하는 파트이다.

Moving Resolution Loss Test. 프레임이 바뀌며 움직일 때 해상도 손실이 얼마나 일어나는가를 보는 것인데 Video Resolution은 완벽한 수준이었고, Film Resolution은 Realta 만큼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역시 수준급 영상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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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필름 레이트로 카메라가 옆으로 패닝할 때 나타나는 라인 로스를 살펴 보는 것인데, AF115는 베스트는 아니다. LCD 계열이다 보니 반응이 다소 느리고 윤곽선 끝이 떨리면서 무너지는 면도 있었지만, 무시해도 좋을 정도이다. 전체적으로는 우수한 편의 Moving Resolution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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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즈 (모스키토, 디더링, 블록, 고스트, 크로스 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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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115는 모스키토 노이즈가 꽤 있는 편이다. '밤 하늘 속의 복잡하게 뻗어 있는 나무 가지'라던지, 어두운 배경을 뒤로 하고 꾸준히 흔들리며 움직이는 수 많은 꽃잎이라든지, 하는 식의 자잘한 움직임이 많고 특히 배경이 어두울 때 자잘한 모스키토 노이즈가 나타난다. 물론 일정 거리를 두면 잘 보이지 않는다. 모스키토 노이즈는 영상이 너무 밝아도 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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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MPEG-2 로 인코딩된 소스는 움직이는 영상에서 블록 아티팩트가 잘 나타나게 마련이다. AF115는 몇몇 장면에서 블록 노이즈가 발견되곤 했다.

옆 사진은 계곡물이 꾸준히 흘러 내려가는 모습을 담은 영상으로 물의 움직임과 굴절되어 나타나는 바위의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블록 노이즈가 옅게 형성이 된다.

그러나 무빙 아티팩트의 일종으로 피사체가 움직일 때 속도가 따라 잡지 못해 뒤꽁무니에 고스트 쉐이드(Ghost Shade)가 생기는 tailing 현상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아래 화면에서 보트는 꿈틀하면서 한 차례 방향을 트는데 대개 이 때 성능이 떨어지는 칩에서는 꼬리에 {{ 모양의 아티팩트가 따라 붙는다. 롤러 코스터가 움직일 때 그 꼬리 부분에 유령 같이 보이는 희미한 층이 생기는 것도 같은 종류이다. AF115는 이 부분에서는 아주 뛰어난 성능을 보여 준다. 샤프니스만 0으로 놓는다면 '링잉'류(類)의 아티팩트는 거의 발견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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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115는 Cross Color Noise 쪽에서도 상당히 우수한 성능을 발휘한다. 아래의 스크린 샷이 제대로 표현되었는지 알 수 없다. 촬영 카메라에서 또는 모니터에서 Cross Color 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눈으로 보면 AF115는 Red/Yellow Stripe 라인처럼 크로스 컬러가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영상에서도 Rainbow Noise(색 경계를 침범해 서로 어울리면서 무지개처럼 어른거리는 것)도 거의 없고, 경계가 분명한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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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 유니포미티, 패널 얼라인먼트

Field Uniformty (=Screen Uniformity)는 모든 LCD 계열 프로젝터들에게는 가장 큰 난제 중 하나이다. 스크린에 All White Field를 띄워 놓고 패널의 균일도를 테스트 해보면 어떤 LCD 이든 항상 어느 정도는 얼룩덜룩해 보인다. 왼쪽 한 무리는 약간 붉으스름하고 오른쪽 상단 한 귀퉁이는 약간 푸르스름하고... 하는 식이다. DLP도 Field Uniformity가 안 좋을 수 있다. 램프 파장이 불안한데 너무 밝으면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단판식 DLP는 대체적으로 필드 유니포미티 특성이 괜찮은 편이다. 그러나 LCD 계열 제품은 항상 유니포미티가 첨예한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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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재래식 LCD 프로젝터들은 대부분 필드 유니포미티가 매우 안 좋다. 반면 LCOS 계열은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LCOS 계열 제품들1도 초기에는 안 좋았다. 그러나 2006년 발표된 JVC DLA-HD1 부터 이 문제가 대폭 개선되기 시작했다. 최근의 D-ILA는 필드 유니포미티 문제를 거의 해결한 것으로 보인다. SXRD는 D-ILA 보다는 좀 떨어진다. 그래도 재래식 LCD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만큼 크게 개선이 되었다.

그런데 원래 Field Uniformity는 제품마다 편차가 심하다. 쉽게 말해 "뽑기 운"이다. 제조 과정에서 좀 더 정밀한 검수를 한다면 그 비율을 줄일 수도 있다. 3판식 고정화소 제품은 Panel Alignment 또한 제품에 따라 심한 편차를 보인다. 원래 3판식 LCD 제품은 약간씩은 Panel Alignment 문제가 다 있다. RGB 패널이 100% 깔끔하게 다 맞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소니 VW200 같은 하이엔드 제품들은 CRT 프로젝터의 컨버전스 조정 기능을 연상케 하는 미세 조정 패널 얼라인먼트 기능을 넣기도 했다.)

필자가 테스트한 AF115는 Field Uniformity가 꽤 좋은 편이었다. Alignment는 Red Panel이 약간 위쪽으로 벗어나 있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양호한 편이다. (그러나 말씀 드렸듯이 Field Uniformity와 Panel Alignment는 '제품 운(運)'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한번 더 말씀 드린다.)

Judder Free (True R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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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도 한 차례 언급했듯이 AF115는 24Hz 입력, 48Hz 출력이 대단히 매끄럽고 훌륭하다.

"Judder Free"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보통 가장 편하게 자주 쓰는 것이 'Ending Credit' 영상이다. True Rate로 출력이 되면 엔딩 크레딧이 아주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떨림"은 있을 수 있다. 혹자는 이 것을 Judder로 오해 하기도 한다. "떨림"은 프레임 주파수가 적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스크린에 가까이 서면 더 잘 보인다. 이 것은 Judder가 아니다. Judder는 움직이는 피사체가 아주 미세한 순간 '멈칫, 멈칫!'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최근 LCD TV 등에 사용되고 있는 "보간 모드"를 이용하면 True Rate 가 아니어도, 상하 방향으로 프레임이 보간이 들어가기 때문에 움직임을 매우 매끄럽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그 것만 가지고는 Judder Free를 100% 확신할 수 없다. (물론 AF115는 보간 모드가 없기 때문에 '엔딩 크레딧'만 가지고도 충분히 확인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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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ue Rate를 가장 확실하게 확인하는 방법은 우측 화면에서 나오는 것처럼 "대각선 방향으로 패닝하거나 줌 인 하는 카메라"의 피사체 모서리를 따라 가는 것이다.

옆 화면에서도 카메라는 도시의 모습을 퍼스펙트 뷰 앵글로 4시 방향에서 10시 방향으로 서서히 움직이며 잡는다. 그림 앞 쪽에는 뾰족한 첨탑을 가진 고층 건물들이 있고 중앙 뒤쪽 배경으로 포물선 타입의 사장교(橋)가, 그리고 좌측 구석으로 수직, 수평선이 바둑판처럼 어울려져 있는 건물이 비스듬히 서 있다. 카메라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이 화면 속 피사체들이 동시에 서서히 오른쪽 아래를 향해 움직인다. 위 그림은 <The Devil wears Prada> (Blu-ray, USA)에 삽입된 장면으로 필자가 True Rate 출력을 확인하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씬이다.

AF115는 '엔딩 크레딧' 화면은 물론 위와 같은 화면의 대각선 방향으로도 전혀 저더를 찾아 볼 수 없을만큼 깔끔하고 매끄러운 움직임을 보여준다. 48Hz 출력 성능은 대만족이다

이제 마지막 3부에서는 AF115의 색좌표와 색온도 및 캘리브레이션 후의 세팅치 등을 살펴 보기로 하자.

LG AF115 SXRD 프로젝터 1부로 돌아가기
Posted by hifinet
2008. 6. 27.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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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AF115 SXRD Projector (1부)
- 글 : 최 원 태


LG 전자가 홈시어터 시장을 겨냥한 프로젝터 모델을 발표했다. 모델명은 AF115. SXRD 패널을 사용한 Full HD급 제품이다.

'LG 전자'와 '프론트형 프로젝터'의 연결이 낯설게 느껴지는 분들도 더러 계실 것이다. 많이 알려진 편은 아니지만 그동안에도 LG는 꾸준히 프론트형 프로젝터를 개발해왔다. 다양한 소재를 사용해 여러가지 시도를 했었지만 그러나 사실 AV 쪽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LG 스스로도 AV 전용 시장을 겨냥한 제품을 의도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 모델은 좀 궤(軌)가 다르다. 이를테면 LG 전자로서는 AV 매니아를 대상으로 하는 선도 시장에 첫 론칭(Launching) 하는 제품이라 할 수 있다.

시기가 아주 적절하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LG전자의 AF115 프로젝터에 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제품의 성능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랜 기간 일본 업체들에 의해 주도되던 세계 AV 시장이 최근 삼성과 LG로 대표되는 한국 업체들에 의해 그 흐름이 크게 바뀌고 있다는 것은 다 아시는 사실이다. 이제 영상 기기 분야에서 한국 제품들은 더 이상 일본 제품을 흉내내고 쫓아가기에 바쁜 아류작(亞流作)들이 아니다. 오히려 요즘은 일본 업체들이 삼성, LG의 LCD와 PDP를 쫓아 오는 형편이다. 세월이 바뀐 것이다.

따라서 이제 시기가 되었다. 뒤따르는 업체들은, 앞선 업체의 뒷 모습과 매스 마켓(Mass Market)용 제품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빨리 쫓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서 가는 업체들은 한층 시야각이 넓어져야 한다. 시장을 선도하는 첨단의 또는 고품질의 플래그 쉽 모델에 관심을 갖고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홈 시어터 시장은 얼리 어댑터와 오피니언 리더, 그리고 매니아 층으로 구성된 시장이다. 그래서 굴지의 브랜드들은 제품 라인업의 최상위층을 이들 시장을 겨냥한 모델로 채워 넣는다. 홈 시어터 시장의 꽃은 역시 프론트 프로젝터이다. AV 시장에서는 일종의 '얼굴 마담' 같은 존재이다. 그래서 90년대 초반 샤프가 단판식 LCD 프로젝터를 처음 선 보인 이후, 지난 15년여간 샤프, 소니, JVC, 파나소닉, 엡손, 마란츠, 미츠비시, 산요 등 내노라하는 일본 업체들은 빠짐없이 프로젝터를 꾸준히 생산해왔고, 5년여전에는 국내 업체인 삼성도 이 부분에 뛰어 들어 뚜렷한 족적(足跡)을 남겨 왔다.

이제 LG도 그 차례가 된 것 같다. 매스 마켓의 단계를 넘어, AV 매니아 시장까지 일본 브랜드를 국내 브랜드가 갈음하는 '틀'을 갖추는 셈이랄까. LG가 AV 전용 프로젝터 모델을 본격 론칭한다는 것이 그런 의미가 아닐까 필자는 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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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SXRD 일까?

제품 메뉴얼을 보면 AF115가 'LCOS Projector'로 소개가 되어 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SXRD Projector'가 더 어울리는 명칭이다. SXRD(Silicon Cris(X)tal Reflective Display)는 소니가 만든 조어(造語)이다. 대표적인 LCoS(Liquid Crystal ON Silicon) 타입으로 소니의 SXRD와 JVC의 D-ILA(Digital direct drive Image Light Amplifier) 두 가지가 있다. 최초에는 대동소이한 기술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사뭇 다른 개성을 지닌 독립된 존재로 보아야 한다. 지난 5년여 동안 소니와 JVC가 각각 나름대로 발전을 시켜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두 뭉뚱그려 하나의 명칭으로 부르기는 다소 무리가 있다. AF115 홍보 자료에는 "SXRD는 DLP와 LCD의 장점을 결합한 방식"이라 되어 있지만 그냥 '하는 말'이고, 사실은 '개량형 LCD'라고 보는 것이 맞겠다.

사실 LG가 SXRD 프로젝터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좀 놀랐다. SXRD는 소니가 오랜 기간 정성을 들여 선 보인 기술이라, 타사(他社)와 공유할 것이라고는 생각치 않았다. 필자가 SXRD 프로젝터를 처음 본 것은 2004년 '퀄리아 004' 때 였다. 대단한 거구에, 가격도 엄청났고, 마케팅도 여간 열성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SXRD는 소니의 기대만큼 쭉쭉 뻗어나가지 못했다. '높은 블랙 레벨'과 'Field Uniformity의 불균등'이라는 두 가지 과제에 "높은 가격적 요인" 때문에, LCOS 계열은 한 동안 고전을 했다. 그러다가 작년 초 JVC와 Sony가 기존의 약점을 거의 완벽히 해결한 새 제품들을 발표하는 한편, 가격을 1/3 수준으로 낮추면서, LCOS 계열 프로젝터는 기존 LCD 제품을 대체하는 모델로 급격히 다시 각광을 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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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좌) JVC의 D-ILA 프로젝터 DLA-HD100,  (우) 소니의 SXRD 프로젝터 VPL-VW60

LG가 SXRD를 채택한 것은 괜찮은 선택이다. LCD를 선택 한다면 그건 완전 뒷북이다. 전투 참가도 늦었는데 무기까지 재래형을 사용하기는 좀 그렇다. DLP는 매력적인 소재이지만, 아무래도 경쟁사인 삼성이 신경 쓰였을 것이다. AV 프로젝터로만 보자면 삼성은 고참이고, LG는 신삥인데 같은 DLP로 경쟁하기는 다소 껄끄러웠을 것이다. 그래도 필자는 DLP를 예상했다. 소니가 SXRD를 오픈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소니로서도 괜찮은 결정이다. D-ILA, DLP 등과 준결승, 결승전을 치루려면 우군(友軍)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SXRD는 그 동안 너무 안 알려졌다.)

제품 기본 사양 살펴 보기

AF115는 0.61" 1920x1080 SXRD 패널을 3매를 사용하고 있고, 220W UHP 램프를 광원으로 채택하고 있다. 가격이 엇비슷한 소니의 VPL-VW60을 떠 올릴 수 있겠지만, 디바이스와 램프 종류만 같을 뿐 그 외에는 전혀 다른 LG 독자 개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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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 출처 : LG AF115 메뉴얼

투사 거리

설치 공간이 협소한 경우 투사 거리에 각별히 신경을 쓰게 된다. LG AF115의 투사거리는 16:9 타입 100인치 스크린을 기준으로 할 때 3.0~5.4m 이다. 소니, JVC 기종들과 비슷한 수준이고, DLP 기종보다는 짧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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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렌즈 쉬프트 범위가 매우 넓다.(±70%) 본체를 뒤집지도 않고 바로 세운 상태에서 키 높이의 엘리베이션에 올려 놓고 투사했는데도 쉬프트 키를 이용하면 화면이 바닥까지 충분히 닿을 정도이다. 렌즈 쉬프트 키는 상단에 큰 원형의 형태로 홀로 자리 잡고 있는데 좌측 사진에서 보듯이 한쪽 부분이 위로 올라와 있어 보지 않고 돌릴 떄에도 쉽게 감각을 잡을 수 있게 되어 있다.

아래는 AF115 메뉴얼에 수록된 상하/좌우 투사 범위 및 투사 거리 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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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 출처 : LG AF115 메뉴얼

디자인

디자인은 전통적인 박스형 타입이다. 얼핏보면 투박해 보이지만 마감이 블랙으로 글로시 처리가 되었고 모서리를 둥그렇게 처리해 꽤 세련된 느낌을 준다.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사물이 몸체에 거울처럼 환히 비쳐질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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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면 오른쪽에는 조정 버튼이 달려 있고 왼쪽에는 입출력 단자들이 있다. 1.3 규격의 HDMI가 2계통, 컴포넌트와 S-비디오, 컴포지트 단자가 각 1계통씩 있다. D-Sub 15핀 입력단도 있다. 후면 팬 그릴 위 쪽에 보면 자그마한 구멍이 하나 있다. 켄싱턴(Kensington) 도난방지 자물쇠 구멍이다. 들고 다니는 포터블 데이타용 제품에서는 유용하겠지만 고정 설치되는 홈 시어터용 기기에서 이런 장치를 본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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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 줌은 메뉴얼 방식이고 조절 링은 렌즈 밑에 부착되어 있다. 렌즈 성능은 꽤 좋은 편이다. 약간의 색수차가 보이기는 하지만, 그건 단거리에서 큰 화면을 보려고 하면 어느 정도 다 감수해야 할 사항이다. 까다롭게 따지자면 사실 렌즈는 줌을 하지 않을 수록 좋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투사 거리가 길어진다. 투사 거리를 좁히고 줌을 안 하면 화면 사이즈가 작아진다. 사실 필자는 지금도 고정패널 프로젝터의 적정거리는 80~100인치라고 생각한다. 최대 100인치는 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100~120인치 정도를 생각한다.

렌즈 포커싱도 꽤 좋다. 단 포커싱 포인트가 굉장히 작다. 즉, 아주 조심스럽게 정세하게 포커싱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포인트가 좁기 때문에 입력 주파수가 바뀌면 포커싱 레벨이 미세하게 변하게 된다. 다시 살펴 보아야 한다.

제품 전면 하단에 ISF, HQV, HDMI 등의 로고가 보인다. ISF 모드는 수출형 모델에 들어 있는 것으로 ISF 엔지니어가 세팅을 한 뒤 그 모드를 잠그도록 되어 있다. (同社의 LCD TV 인 스칼렛에도 채택된 기능이다.) 그러나 국내 모델에서는 그냥 EXPERT 1, 2 모드로 풀려 사용자가 직접 조정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HQV 마크는 AF115가 Silicon OptixHQV Reon 칩을 프로세서로 사용했다는 표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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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115는 필자가 테스트 해 보았던 그 어떤 고정화소 프로젝터보다도 조용하다.
조용하다는 것은 곧 발열이 적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테스트를 위해 7~8시간 연속으로 틀어 놓은 적도 있지만, 소음도 발열도 거의 신경이 쓰이지 않을 정도이다. 정말 박수 쳐 줄만 하다.
 
리모콘은 우측 사진처럼 버튼 조명 기능을 갖추고 있다. 리모콘의 반응도 괜찮은 편이다. 그러나 연속 키가 잘 안 먹는다. 즉 커서로 항목을 옮기면 버퍼링이 걸린 듯 몇 템포 늦게 반응이 이루어진다.
 
"밝기"에 대한 문제

이제 본격적인 제품 성능 평가에 들어가 보자. 결론부터 말하면 AF115는 잘 만들었지만, 아쉬움 또한 많이 남는 기기라 하겠다. LG의 첫 작품이라는 측면에서는 "희망"을 느낄 수 있었고, 또 그렇기에 시행착오에서 벗어나지 못한 면도 있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역시 "밝기"였다. AF115는 밝기가 확실히 지나치다. 100% Peak White를 기준으로 할 때 "Vivid Mode"의 디폴트 값이 48 fL, Cinema Mode의 밝기가 28 fL 였다. "Vivid Mode"는 별 문제 안 된다. 타사 제품들에 비해 30%쯤 더 밝은 편이기는 하지만, 어차피 Vivid 모드에서는 밝기에 엄격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Cinema 모드의 밝기는 확실히 지나치다. 고정화소용 프로젝터로 영화를 감상할 때 권장되는 피크 화이트의 밝기는 12~14 fL이다. 소니, 삼성, 샤프, 엡손 등 대부분의 시네마용 프로젝터들이 이 기준을 지키고 있다. 그에 비해 AF115는 두 배 가량이 더 밝은 편이다.

    Vivid  Standard  Cinema   Sports   Game
 PeakWhite   48.4    45.7    28.0    40.7    45.5
※ 단위 : fL (Foot-Lambert)

그런데 이건 사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업무용 제품을 주로 다루던 브랜드들이 홈 시어터용 제품을 처음 만들게 되면 대부분 이 과정을 거쳐간다. 업무용 프로젝터는 "밝기"에 목숨 건다. 밝기가 지나쳤을 때 문제가 되는 것은 (1) 블랙 (2) 계조표현력 (3) 색 정확도 (4) 영상의 투명도 (5) 안시 명암비의 손실 등인데 이들은 모두 영화를 고급 화질로 즐기고자 할 때 한 가지도 빠짐없이 꼼꼼히 고려 되어야 할 항목들이다. 이들을 위해 "밝기"는 어느 정도 희생이 되어야 한다. 이게 시네마용 프로젝터의 기본 개념이다.

그러나 업무용 데이타 프로젝터들은 그 반대이다. 이들 프로젝터는 넓은 회의실에서, 때로는 실내 조명등을 켜 놓거나 커튼이 젖혀진 상태에서도 영업 성과 실적을 보고할 수 있어야 하고, 막대 그래프와 전국 지도가 선명하게 보여야 한다. 이 때 가장 우선 시 되는 프로젝터의 자질은 "밝기"이다. 막대 그래프에 보이는 붉은 색이, 리얼 레드인지, 색좌표 값이 틀어진 레드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세계 지도가 화면에 보이고 전 세계 영업망을 레이저 포인트로 찍으며 설명을 하고 있을 때 바탕에 보이는 바다색이 덜 깊은 바다와 더 깊은 바다 간에 계조가 얼마나 섬세하게 그라디에이션 처리 되어 있는가는 전혀 중요한 부분이 아니다. 이런 종류의 그라디에이션이 정교하게 표현이 되려면 값비싼 영상 프로세서와 정교하고 일정한 광량 조절 기능, 그리고 적절한 밝기가 필요한데, 이런 부분에 돈을 투자하기 보다는, '더 밝은 램프 모드'에 투자하는 것이 백번 효율적이다.

이렇게 서로 제품 컨셉이 전혀 다른 것이 시네마용 프로젝터와 데이터용 프로젝터이다. 양자 간에 차이가 있다는 것은 데이타 프로젝터를 만들던 업체들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그래서 시네마용 프로젝터 제품을 만들게 되면 기존 제품과 무언가 다르게 만들려고 노력은 한다. 그러나 그게 한 번에 쉽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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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밝기에 대한 미련'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이미 오랜 세월 '밝은 프로젝터가 최고'라는 관점에서 일을 해 왔기 때문에, '어두운 프로젝터'에 쉽게 적응 하지 못하는 것이다. 마치 어두운 극장에 들어 섰을 때 눈이 금세 어둠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
 
30 fL 영상과 10 fL 영상을 번갈아 비쳐주면 누구나 다 10 fL가 너무 어둡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어서 30 fL 영상과 50 fL 영상을 번갈아 보여주면 그때에는 30 fL가 너무 어둡다고 생각한다. 원래 사람의 눈의 구조가 그렇게 되어 있다. 음식도 설탕이나 소금이 많이 들어가면 한, 두번은 입맛을 끌어 당기지만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 깊은 맛을 만드는 데에는 방해가 된다. 마찬가지로 "밝기"도 적당해야 한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인 것이다. 영화관이 왜 어두운지, 그리고 스크린에 반사되는 빛의 양은 왜 그렇게 엄격히 규제하는지 그 이치를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어두운 화면"과 '화질'의 관계를 깊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영화 모드'를 설계하다 보면 중간에 애매모호 할 때마다 자꾸 데이터 프로젝터적인 요소가 적용되게 마련이다. 사실 가장 좋은 방법은 상품을 기획하거나 개발하는 분들이 AV 매니아가 되면 간단하다. '상품'에 대한 생각을 잊고 '좋은 영상'을 찾아 나서는 여행자가 되면 된다. 잠깐동안 필요에 의해 보는 '관찰'이 아닌, 같은 영화, 같은 장면을 수십 번씩 반복해서 볼 만큼 영화 매니아가 되면 저절로 '좋은 영상'에 대한 감(感)이 잡히게 된다. 하지만 이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필자는 "지나치게 밝은 화면"은 시네마 프로젝터 시장에 론칭하는 업체들 대부분이 한번 쯤은 겪고 넘어가는 '통과 의례' 쯤으로 본다. 샤프, 소니, 엡손, 미츠비시, JVC, SIM2, 마란츠 등도 7~10여년 전 모두 겪었다. 돌이켜 보면 크리스티나 바코 같은 CRT 업체들도 초기 버전에서는 '밝기' 문제로 진통이 있었다. 최근에는 옵토마, 벤큐 등이 이 '통과 의례'를 막 거쳐 가고 있는 중이다. 야마하와 삼성의 경우는 이례적으로 처음부터 어두운(?) 프로젝터를 만들었는데, 이는 사전에 업무용 프로젝터를 전혀 만들어 보지 않고 곧바로 시네마용으로 직행 했었기 때문에 오히려 가능했을 것이다. 필자는 LG 역시 이 통과의례를 겪는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다음 번 모델에서는 지금보다 훨씬 안정된 밝기의 시네마 모드가 장착될 것이라고 믿는다.

영상 소스의 종류와 밝기의 관계

밝은 게 무조건 나쁜 영상은 아니다. 영상 소스에 따라서는 밝은 것이 좋을 때도 있다. AF115를 테스트 하던 무렵,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에서 한국과 북한의 월드컵 예선 최종전이 열렸다. 필자는 AF115의 Sports Mode를 통해 경기를 관람했다. AF115의 Sports Mode는 피크 화이트가 40.66 fL, 색온도는 무려 12500K나 된다. 색온도는 4000K쯤 낮추어야 한다. 그러나 밝기는 40 fL도 별 문제는 되지 않는다. 상암 경기장을 몇 차례 가 본 적이 있다. 엄청나게 밝다. (하지만 색온도는 그리 높지 않다.) AF115는 밝지만 화이트 클리핑도 없고, 샤프니스만 낮추면 윤곽선 에러도 거의 없다.

영상 소스에 따라서는 밝은 것이 필요할 때도 있다. 안정환의 피부색 보자는 것도 아니고, 경기장의 잔듸 색깔이 얼마나 정확하게 표현되는가를 보자는 것도 아니다. 물론 이런 부분까지 잘 표현이 되면 금상첨화(花)이겠지만, 다소 색상이나 색온도가 틀리더라도 일단 스포츠 경기는 시원하게 보는 것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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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경우에도 어느 정도 선(線)은 있다. 3~4천 안시루멘을 자랑하는 데이터용 프로젝터로 스포츠 중계를 보면 밝기는 하지만, 클리핑이 일어나 박주영이 피부 매끈한 친구로 보이고, 색이 씻겨 내려가 앙리가 라틴계 선수처럼 보일 수도 있다. 특히 끔찍한 것은 어떤 프로젝터는-사실 대부분의 프로젝터들은-'샤프니스'를 과다하게 설정해, 선수들의 머리를 백발로 만들고, 관중석을 백색 윤곽선의 물결로 뒤덮이게 만들기도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스포츠 모드에서도 고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본기는 있어야 하는데, AF115는 그런 면에서 별로 아쉬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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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의 연예 오락물이나 뉴스 등은 어떨까? 나는 '1박 2일"이나 "개그 콘서트" 같은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역시 색좌표나 색온도, 블랙 레벨 등의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싶지 않다. 기준에 맞아주면 좋은 것이고, 좀 틀리더라도 아주 생뚱 맞지만 않으면 된다. 물론 "스포츠 모드"보다는 조금 더 엄격해야 한다. "스포츠"는 행위의 결과에 집중하지만, 오락물이나 뉴스는 카메라 피사체의 모습에 더 집중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녀들의 수다"나 "놀러와" 같은 프로그램도 15 fL 이하의 밝기와 적절한 블랙레벨, 6500K의 색온도를 잘 맞춰 놓고 보면, 훨씬 더 출연자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꼭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드라마"는 경우가 다르다. 요즘 TV 드라마는 거의 "영화 수준"이다. 실제로 24프레임 필름 카메라나 XDCAM을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최종 편집 단계에서 엉망으로 바뀔 때도 있지만, 대부분 촬영이나 사후 제작 과정에서 사용되는 장비들은 6500K의 색온도를 기준으로 한 필름용 장비가 많다. 따라서 "드라마"는 "영화"에 준하는 기준으로 감상해야 옳다. 단, '드라마'는 특성 상 '영화'에 비해 암부 장면의 비중이 적고, '영상'과 '음성'에 대한 예술적 측면이 약한 편이다. 대개 시리즈물이고 내러티브에 더 무게를 두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드라마는 '시네마 모드'로 감상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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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115는 편하게 스포츠나 TV 연예물, 뉴스 등을 볼 때에는 아쉬움이 없는 좋은 그림을 보여준다. 그러나 여기까지만 하면 "시네마 프로젝터"의 타이틀을 얻기에는 애로가 있다. 블루레이, DVD, D-VHS, HD 드라마 등 필름 소스들이 감독의 의도에 맞게 그대로 사용자들에게 영상이 전달되어야 한다. 그 부분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크다. 메카닉 문제는 아니다. SXRD는 3~4년 전만 해도 대책없이 밝아서 문제였다. 그러나 최근 모델들은 밝기와 블랙이 매우 안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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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장 크게 발전한 파트가 IRIS(조리개) 조절 기능이다. 최근의 프로젝터들은, DLP, LCOS, LCD 가릴 것 없이 대부분 IRIS 조절 기능을 갖추고 있다. 대개 (1) 밝은 모드 몇 가지에서는 IRIS를 완전 OFF 시켜 밝기를 증가 시키고, 여기에 램프 모드의 강/약을 통해 더 세분화를 한다. 그리고 (2) 어두운 모드 몇 가지에서는 IRIS를 몇 단계로 나누어 닫을 수 있게 한다. (3) 사용자 조정 모드에서 아예 자유자재로 사용자가 IRIS를 조절하도록 해 놓는 제품들도 여럿 있다. 아무튼 운영 방식과 형태는 약간씩 달라도, 대부분의 시네마용 프로젝터에서, 밝기의 조절은 IRIS와 램프 모드 두 가지가 주로 맡으며, 그 중 IRIS의 비중이 더 크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수동으로 IRIS를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이 LG AF115의 가장 큰 단점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Auto IRIS는 있다. 그러나 Auto IRIS는 특정한 경우의 편의기능일 뿐, 원칙적으로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맞다. (앵무새 처럼 되풀이 하는 그 '이유'에 대해서는 이번만은 좀 생략하기로 하자.) 마땅히 "시네마 모드"에서는 IRIS 조정 기능을 넣었어야 했다. 소니나 옵토마처럼 아예 사용자가 100단계로 자유자재 조정할 수 있도록 하던지, 아니면 JVC나 삼성처럼 3~4 단계의 선택 옵션을 넣던지 했었어야 했는데 아쉽게도 AF115는 '시네마 모드"를 포함한 모든 모드가 다 IRIS OFF 상태였다.

AF115는 원래부터 조리개가 없는 것일까? 그럴 리가 없다. Auto IRIS 기능이 있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확인 결과 AF115 도 사실 수동으로 조정할 수 있는 IRIS 모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단, 그 기능을 일반인은 사용하지 못한다. 서비스 모드 안에서만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이렇다. 박지성, 안정환, 이영표가 모두 부상 중인가? 아니다. 멀쩡하다. 컨디션도 좋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벤치에만 앉히고 경기에는 출전 시키지 않은 것이다. 왜 그랬을까? 감독이 구사하려는 전략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떤 전략일까? 무엇이 잘 못 된 것일까?

LG AF115는 '고품질의 시네마 영상'을 구현하는 것을 첫번째 목표로 삼았어야 했다. 그런데 그 보다 '밝고 환한 영상'을 만드는 데에 더 우선 순위를 두었다. 생각해보자. 후자(後者)는 제품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개의 픽쳐 모드 중 몇 개만 선택해서 IRIS 풀고, 램프 모드 최대로 높이고, Brightness 높여 놓으면 될 일이었다. 아주 간단하다. 어차피 화질 따지는 모드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AF115는 모든 모드가 IRIS OFF이다. 적어도 Cinema Mode 하나만이라도 살려 두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기획 쪽에서 어떤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 사실 경쟁사 제품들의 시네마 모드를 꼼꼼히 살펴보기만 했어도 될 문제인데 말이다.

밝은 환경에서 즐길 수 있는 프로젝터?

어디서 유래가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LG에서 시네마 프로젝터를 곧 발표한다는 소문이 떠돌 무렵, 그 제품은 '밝은 환경에서도 TV처럼 대화면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프로젝터' 라는 이야기가 들려 왔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소리이다. 그런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가 상당히 오랫동안 회자(膾炙) 되었다. 실제로 AF115가 이러한 제품 컨셉을 가지고 개발 되었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워낙 '밝기'에 치중하다 보니 이런 오해도 생긴다.

차제에 AF115 제품 이야기는 잠시 제쳐 놓고, 딴길로 새어 나가 보자. 프로젝터와 시청 환경의 관계에 대해 잠시 짚고 들어갈까 한다. 너무나 뻔한 이야기들이니까, 제품 이야기가 급하신 분들은 쭈욱 아래로 내려가 "화질조정 메뉴 탐색" 쪽으로 훌쩍 뛰어 넘어 가시기 바란다.

결론부터 말하자. "명실(明室)-즉 외광이 들어 오거나 실내 조명이 켜져 있는 상황에서도 좋은 화질을 내 주는 프로젝터"란 존재하지 않는다. 이건 길게 말할 필요도 없는 진술 명제이다. 프로젝터 제품의 본질적 특성이 그렇고, 물리적 자연법칙이 그렇다. 프로젝터는 당연히 암실(暗室)에서 가장 좋은 화질을 내도록 되어 있고, 그렇게 설계된 기기를 "프로젝터"라고 한다.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그러니까 새로운 개념의 제품 아니겠느냐?"고 혹시 누군가 말한다면, 그건 "내 친구는 남자인데 아기를 낳았으며, 그러니 새로운 개념의 남자가 아니냐"고 말하는 것과 같다.

고급 하이파이 오디오 시스템을 구매하려고 한다고 가정하자. 제품을 평가하는 여러 요소가 있다. 음량이 크다고 다이내믹 레인지가 좋은 것이 아니다. 작은 소리를 얼마나 섬세하게 표현하는가가 오히려 다이내믹레인지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Rock 음악이 Classic 보다 훨씬 다이내믹레인지가 작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또 스테이징은 어떤지, 토널 밸런스는 잘 잡혀 있는지, 소리에 과장됨은 없는지, 음상이 찌그러지거나 탈색된 음조는 없는지 등등 따져봐야 할 요소들이 많다. 이럴 때 어떤 상인이 난데없이 "우리 시스템은 시끄러운 야외에서도 소리가 잘 들리는 기기입니다"라고 한다면 그건 코미디다. 하이파이 스피커에 확성기적 특성을 요구하는 사람은 없다.
 
마찬가지이다. 외광이 들어오면, 빛의 특성상 (1) 블랙이 뜨고, (2) 계조가 무너지며 (3) 색상이 씻겨 내려가고 (4) 색 범위가  좁아지고 (5) 밝기가 손실되며 (6) 영상이 흐려져 투명도가 사라지며 (7) 이에 따라 포커싱도 해상도도 사라져 버린다.

사실 '밝은 환경'이라는 말도, 도대체 어느 정도의 환경을 말하는 것인지 그 기준이 모호하다. 어쌨든 '밝은 환경'에서 프로젝터가 소화할 수 있는 화질적 요인은 단 한 가지, 피사체가 희미해지지 않게 하는 것, 즉 밝기를 어마하게 높이는 것, 오로지 그 한 가지 밖에 없다.

블랙 레벨을 맞출 때 흔히 사용하는 Pluge 패턴이라는 것이 있다. 대개 평균 APL 40% IRE를 기준으로 한다. 최대 밝기를 15 fL로 잡는다면 감마 2.2를 기준으로 할 때 대략 2 fL가 채 안 되는 밝기이다. 그 수준에서 2%와 4% 블랙바가 보이도록 설정을 해도, 막상  APL이 70% 수준-밝기로 따져 6.5 fL 정도가 되면 2% 블랙은 보이지 않게 된다. 그리고 다시 APL이 10 fL 정도로 밝아지면 4% 블랙도 손실된다. 즉, 올바르게 세팅이 된 영상에서는 4~8 fL 정도의 그다지 높지 않은 수치의 밝기만 가지고도, 암부 표현력이 좌우 될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래서 눈대중으로 블랙 레벨을 맞출 때에도 절대 밝은 장면을 기준으로 하면 안 된다. 블랙이 다 떠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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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Pluge Pattern 화면이다. ▲ 위는 40% 밝기의 윈도우 패턴과 Pluge 가 섞인 것이고 ▼ 아래는 80% 밝기의 윈도우 패턴과 Pluge가 섞인 것이다. (스크린 샷을 모니터로 보면 생각만큼 잘 나타나지 않는다.) 위 그림을 클릭해 보면 윈도우 옆에 있는 +2%와 +4% 블랙바가 희미하게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똑 같은 세팅에서도 아래 그림처럼 80% 윈도우가 뜨면 그 ambient light 때문에 2%는 물론이고 4% 블랙바도 거의 보이지 않게 된다. 윈도우의 밝기는 절대값으로 6 fL를 약간 넘는 수준이다. 이 정도만 해도 블랙에 끼치는 영향을 대단하다. 그래서 블랙을 안정시키고 정밀하게 세팅하는 일은 시네마 프로젝터에서 가장 힘든 작업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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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115를 가지고 실험을 해 보자. AF115의 "시네마 모드"는 100% White 밝기가 28 fL이다. 동일한 시청환경에서 커튼을 젖히고 실내조명을 켜니 41 fL가 측정된다. 앞서 언급했었다. 암부의 표현력은 단 몇 풋램버트 가지고도 큰 차이가 난다고. 그러니 이 상황에서 더 무얼 말하겠는가.
 
대부분의 AV 앰프, 프로세서, 소스 기기들은 LED 창의 밝기를 줄이거나 아예 끄는 선택 메뉴를 가지고 있다. 왜 그럴까? 그 까짓 것 얼마나 될까 싶은 정도의 밝기라도 프로젝터 영상의 품질에는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스크린에서 블랙 매스킹의 중요성을 예전부터 여러 차례 말씀 드린 바 있다. 16:9 스크린에서 2.35:1 영상을 투사하면 위 아래로 블랙바가 생긴다. 그 블랙바를 가리기 위해 또 다른 블랙 마감 스크린을 사용하는 것을 듀얼 매스킹이라고 한다. 블랙바에 반사된 간접광이 다시 화면 속으로 흘러 들어갈까 염려해서이다. 듀얼 매스킹을 하면 화질이 매우 좋아진다. 도대체 블랙바에서 화면으로 흘러들어가는 간접광이 얼마나 되길래 유난일까? 하고 생각하시겠지만, 잘 꾸며진 암실 모드에서는 단 0.001 fL가 끼치는 영향도 무시 못한다. 스크린 주위의 전면 벽과 코너부의 천정과 바닥을 블랙으로 마감해도 화질에 영향을 준다. 이 또한 '0.001의 미학'에 속하는 행위이다. 이게 본격 시네마용 프로젝터가 갖추어야 할 진면목이고, 지향점이다. 그런데 불을 켜고 화면을 본다니...

나중에 다시 살펴 보겠지만 AF115는 블랙 필드의 밝기가 0.015~0.022 fL이다. 시네마 프로젝터로서는 높은 수치이다. 그런데 커튼을 제치거나 실내 조명을 켜고 측정을 해봤더니 무려 15.8 fL가 나온다. 이 정도면 잘 세팅된 암실 환경이라면 100% 화이트에서나 볼 수 있는 수준의 밝기이다. 시청실 조건에 따라 측정치는 다르게 나오겠지만, 그래봐야 얼마나 다르겠는가? 블랙이 0.005 fL 라던지, 0.008 fL 라던지 하는 식으로 소숫점 세째 자리 단위로 나오게 되면, 0.001 fL라도 줄이기 위해 예로 든 여러 가지 방법을 쓴다. 하지만 소숫점 세째 자리는 고사하고 십단위 급으로 나오면 어떤 방법을 써도 블랙은 낮춰지지 않는다. 불가능하다. 더구나 계조 표현이니 블랙 디테일이니 하는 단어를 쓰는 것 자체가 황당해진다.

색상도 마찬가지이다. 외광이 강해지면 색 영역은 좁아지게 마련이다. Red만 투사되어야 할 포인트에, 온갖 잡성분이 다 섞인 외광이 다 비춰지니 '물 탄 막걸리'가 될 수 밖에 없다. 아래 CIE 차트에서 보자. 우측은 불을 완전히 끈 상태에서 측정한 오리지널 AF115 CIE(1931) 차트이고, 왼쪽은 밝은 환경에서 불 켜고 측정한 AF115의 CIE 차트이다. 컬러 개멋이 형편없이 좁아진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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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언급된 측정 자료들은 아주 작은 포인트를 잡아내는 고가의 장비를 이용한 것이다. 실제로 우리 눈이 보는 영상과는 조금 다르다. 외광이 들어오면 우선 스크린 상의 필드 유니포미티가 무너지게 된다. 우리 눈은 장비처럼 중앙의 특정 포인트만 보는 것이 아니라, 흐려진 전체 화면을 보게 된다. 따라서 우리가 보는 그림은 더 '한심한 영상'이 될 것이다.

'외광이 존재하는 환경'에서의 영상이란, 블랙, 계조, 색상, 컨트라스트 모두 다 포기하고, 오로지 사물의 윤곽이 잘 보이도록 '더욱 더 밝게' 하는 것 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려면 엄청난 광량이 필요하다. 그러나 설령 1만안시 급의 엄청난 광량을 투사하고, 게인 20.0 짜리 고휘도 스크린을 사용한다고 해도 색좌표가 제 모습을 갖추지는 못한다. 블랙이 들뜨고 계조가 끊어지는 문제점은 제쳐 두더라도 말이다. 이건 우리들이 추구하는 홈 시어터의 세계가 아니다. 1080p/24Hz로 오소링된 초당 30mbps의 블루레이 고화질 컨텐츠를, 피사체의 표정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고 정세하고, 정확한 컬러 재현으로 잡아 내자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다. 가로등이 환하게 켜져 있는 광장에 300~400인치 스크린에 펼쳐 놓고, 수 많은 인파에 섞여 월드컵 경기를 관람하려는 목적으로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AV 애호가들에게는, "새삼 당연한 소리를 왜 이렇게 길게 하지?" 하실만한 장광설(長廣舌)이었다. 맞다. 기초적인 상식을 가지고 너무 길게 이야기 했다. 하지만 때때로 이런 기초적인 것이 헷갈리는 분들도 있다. 그래서 "밝은 환경에서 보는 프로젝터"라는 말이 들렸다고 본다. 한 가지만 아시면 된다. "프로젝터는 무조건 환경을 최대한 어둡게 하고 보는 것이 가장 좋다."

이제 다시 AF115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 가자.

화질 조정 메뉴 탐색

AF115에 알맞는 화질 모드와 기본적인 세팅치부터 살펴보자. 모두 7개의 화질모드를 제공한다. Vivid, Standard, Cinema, Sport, Game, Expert 1, Expert 2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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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질 조정 메뉴는 위 사진에서 보듯이 Contrast, Brightness, Sharpness, Color, Tint 를 조정할 수 있는 기본 페이지가 있다. 그리고 Advanced Control 페이지에 들어가면 Fresh Contrast(명암 보정), Fresh Color(색보정), Color Temperature(색온도), Noise Reduction, Gamma, Real Cinema, Black Level, Lamp Mode 등을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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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sh Contrast (명암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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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sh Contrast
는 OFF, LOW, HIGH를 선택할 수 있는데 그냥 OFF 로 놓으면 된다.

Fresh Contrast는 밝은 쪽과 어두운 쪽을 과장하기 위해 감마 커브를 트는 기능이다.

보통 감마 커브는 옆 그래프의 푸른색 처럼 지수 함수 형태를 띤다. (이를 허터-드리필드 커브라고 부른다)

이를 인위적으로 틀어 밝은 쪽은 더 밝게 보이고 어두운 쪽은 더 어둡게 만들면 감마 커브가 자연스러운 지수 그래프가 아닌 S자로 꺾어진 모습을 보인다.

좌측 그래프에 각 모드별 감마 커브 모습이 나타나 있다. 그래프에는 밝은 쪽만 많이 꺾어진 것으로 보이지만 어두운 쪽도 왜곡이 심하다. 아래는 Fresh Contrast를 OFF, LOW, HIGH 로 놓았을 때의 각 계조별 밝기에 대한 감마 지수 값을 역산해서 그래프로 나타낸 것이다. 이 테스트는 감마 2.1을 기준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정상적인 감마 커브는 아래 그래프의 푸른색 라인(OFF) 처럼 2.10을 전후로 라인이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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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Fresh Contrast를 LOW(레드 라인)로 놓으면 어두운 쪽은 비슷하나 밝은 쪽에 가서 80% 이상이 심하게 왜곡되는 것을 알 수 있고, HIGH(그린 라인)로 놓으면 암부와 밝은 쪽 모두 심하게 왜곡이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Fresh Contrast는  색온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색온도를 6500K에 정확히 맞춘 뒤 Fresh Contrast를 LOW와 HIGH로 바꾸어 측정을 해보면, 75% 밝기에서는 LOW가 7200K, HIGH가 7500K로 약 1000K 정도가 올라간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25% 밝기에서는 LOW가 8900K, HIGH가 10300K로 엄청난 수준으로 색온도가 올라간다. 즉, 암부가 푸르딩딩 해지는 것이다. 당연히 그레이스케일도 나빠진다. 따라서 당연히 Fresh Contrast는 OFF 로 놓아야 한다. 간단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왜 이 간단한 이야기를 길게 하는 것일까? 말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이다. 밝기 분포의 특정 영역대를 부스트 시켜 감마 커브를 왜곡 시키는 작업은 사실 아주 간단한 트릭이다. 사람의 눈은 '순간적인 밝기 차이'에 민감하다고 말씀 드렸다. 밝기가 순간적으로 변하면 그 것에 쏠려서 계조가 왜곡 된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마치 음량이 큰 오디오 기기가 좋은 기기인것 처럼 느껴지는 것과 비슷하다.
 
실제로 영상 쪽에서 이런 '잔재주'를 가지고 무슨 대단한 기술이요, 화질의 혁신이라도 이룬 것처럼 광고 하는 프로세서나 영상 악세사리들이 종종 등장한다. 그 광고 문구에 속아서 서둘러 해외 주문을 불사하는 매니아들도 심심찮게 본다. 거의 90% 이상이 이런 식의 잔재주요, 눈속임이다. 오디오 쪽에서는 '이 걸 사용하면 음질이 크게 개선된다'는 온갖 악세사리들이 일년에 수십 가지도 더 쏟아진다. 그만큼 잘 속으니까 그런 것일게다. 영상 쪽은 좀 덜한 편이다. 그래도 바로 이런 식의 감마를 튼다거나, 윤곽선을 과장한다거나 하는 식의 왜곡된 기술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독자들은 속지 않으시기 바란다.

AF115에 이 기능이 들어간 것 자체가 잘 못된 것은 없다. 그냥 '보너스'로 넣은 셈 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일 Fresh Contrast 기능이 Default 로 활성화 되어 있다면? 이건 천만의 말씀, 안 될 이야기이다. 필자가 받은 제품은 디폴트 값이 OFF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메뉴얼을 보니 LOW가 디폴트로 설정되어 있었다. 큰 일 날 이야기이다. 이게 무슨 PC 모니터 보는 것도 아니고, S 자 커브 감마를 디폴트로 하다니.

게다가 언제나 하는 이야기이지만 메뉴얼 문구가 참 어이 없다. 아래는 메뉴얼을 그대로 복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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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sh Contrast를 "명암보정"으로 번역을 했다. '보정' 아니다. "명암강조"가 옳은 표현이다. "영상의 밝기에 따라 명암을 최적의 상태로 보정하는 기능" 아니다. "영상의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을 정상보다 강조하는 기능으로, 주위가 밝을 때에 한정적으로 쓰는 기능"이다.

삼성 전자 제품 리뷰할 때에도 빼 놓지 않고 메뉴얼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 했었다. 삼성과 LG의 제품 메뉴얼을 보면 모든 기능이 다 "최고의 기술"이고 다 "ON" 시키면 좋은 것처럼 문구를 적어 놓는다. 밝고 계조가 날아간 모드가 "선명한"이 되고, 심지어 아직 표준으로 채택되지 않은 xvYCC 컬러 모드를 설정해 놓고, "최상의 컬러"라고 적어 놓기도 한다.

LG AF115도 오십보소백보(五十步笑百步)이다. "색온도 설정"을 '화면의 색상 느낌'으로 표현했는가 하면, 다음에 나올 "색보정"을 '자연색에 가깝도록 색상을 보정하는 기능'으로 표현했다. 색온도와 색상은 전혀 다르다. 색보정은 자연색에 가까운 것이 아니라 정 반대로 부자연스럽지만 튀어 보이려고 하는 보정이다. "노이즈 제거"에 대해서는 '영상의 손실이 없는 범위에서 제거하는 기술'이라고 했는데, 손실이 있기 때문에 대개 디폴트를 OFF 시키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대개 메뉴얼을 만드는 쪽에서 제품의 기능과 영상에 대한 지식이 제대로 쌓이지 않은 채 수박 겉핥기로 무슨 "광고 카피" 만들 듯 작업하기 때문이다. 메뉴얼은 홍보물이 아니다. 아무튼 이 제품을 구입하시게 되면 누구든지 우선 이 Fresh Contrast (명암보정) 기능을 확인해 보시고 디폴트가 LOW 로 되어 있으면 반드시 OFF 로 바꾸시기 바란다.

Fresh Color (색보정)

Fresh Color는 Primary 및 Secondary Color의 Luminence를 의도적으로 높이는 기능이다. 색은 가장 기본이 되는 Red, Green, Blue를 Primary Color 라고 한다. 또 이들 Primary Color끼리 조합을 이루어 Secondary Color인 Yellow, Cyan, Magenta를 만들어 낸다. 물론 이 후로 이런 식으로 계속 3차 색상(Tertiary Color), 4차 색상, 5차 색상... 등이 만들어져 나가 수억, 수조개의 컬러가 생기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가 보는 영상 속에는 수 많은 1차, 2차, 3차, 4차 색상들이 랜덤하게 섞여 있다. 그러나 사람의 눈에 가장 잘 띄는 것은 1, 2차 색상이다.

Fresh Color 또한 OFF, LOW, HIGH의 세 가지 옵션이 있다. Fresh Color를 LOW 로 설정하면 R,G,B,Y,C,M의 1,2차 색상에 한해서 밝기 값이 증폭된다. 즉 OFF 모드에서 Yellow의 밝기가 24 cd 였다면, LOW를 시키면 약 두 배인 48 cd 가 된다. 다른 색상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1,2차 색상이 아닌 3차 이상의 간접색상에는 이러한 부스트가 적용되지 않는다. White 나 Gray도 밝아지지 않는다. 이들까지 다 밝아지면 그건 화면 전체가 두 배 밝아지는 것이 된다. 이 기능은 전체가 아닌 특정 컬러만 더 밝게 해서 돋보이게 하려는 의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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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하면 원색 계열이 확 튀어 보인다. 위 사진 두 장 중 위쪽은 Fresh Color 가 OFF, 아래는 HIGH로 선택된 상태의 것이다. 다른 대부분의 색은 변화가 없다. 그러나 딸기, 장미, 장미 앞의 노란색 과일 쪽을 유의해서 보면 컬러의 밝기가 부스트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래 그림은 좀 더 구별이 쉬울 것이다. 여인의 얼굴, 흰색 필드, 머리색 등은 전혀 변화가 없다. 그러나 컬러 블록을 보면 윗단에 자리하고 있는 1,2차 색상들이 모두 boost 된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아랫단의 Gray Box 들은 변화가 없다. Fresh Color HIGH와 LOW는 미세하게 차이가 있기는 한데 잘 구별은 안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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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sh Color 역시 혹세무민(民) 하는 기능이다. 그렇지 않아도 색좌표가 넓은 AF115인데 부스트까지 시키면 정말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워진다. 애니메이션에 쓰면 부자연스러움이 덜할 지 혹 모르겠다. 그러나 요즘 출시되는 고화질 애니메이션은 색 해상도도 높고, 색 계조도 깊다. 섣불리 쓰기 힘들다. 꼬맹이가 있는 집에서는 똑같은 비디오 테이프를 수백, 수천번 틀어주어 완전히 너덜해지게 마련이다. S/N비가 안 좋아져 색이 바래 보일 때 이 기능을 사용하면 혹 효과적일 수 있겠다.

색 온도


Color TempWarm, Med, Natural, Cool 네 가지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각 화질 모드에 따라, 램프 밝기에 따라 실제 나타나는 값은 동일한 색온도 모드에서도 차이가 있다. 어드밴스 조정 메뉴 맨 아래에는 LAMP MODE 조정 항목이 있다. Cinema 모드만 Low 이고, 나머지는 모두 High로 설정 되어 있다. 특별한 목적이 있지 않다면 램프 모드는 모든 화질 모드에서 모두 Low 로 하는 것이 좋겠다. 램프의 수명도 연장 시키거니와, AF115는 램프 모드를 Low 로 해도 30 fL 이상 나오기 때문에 충분하고도 남는다는 생각이다. (집 안에 꼬맹이가 있어 캄캄하다고 울고불고 하면 그때는 불 켜고 램프모드는 High로 해도 좋다.)
    실     디폴트 설정 값
    색온도   색온도 램프모드
   Vivid   6943K   Warm   High
 Standard   8794K    Med   High
  Cinema   7617K   Warm   Low
  Sports  12489K   Cool   High
  Game   8817K    Med   High
 
위 표에서 보듯 색온도가 제 각각이다. Vivid 모드와 Cinema 모드는 똑같이 색온도 디폴트 값이 Warm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색온도 차이가 꽤 난다. 색온도 디폴트 값은 Sports 모드만 Med로 조정하도록 하자. 12000K는 잠실 야구장도, 상암 축구장도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상암과 잠실 구장 모두 색온도가 Warm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 정정합니다 : VIVID 모드의 디폴트 색온도는 WARM이 아니라 NATURAL이며, NATURAL의 색온도는 10500K 전후입니다.]

Cinema 모드가 홈 시어터용 프로젝터에서는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AF115가 이 부분에서 다소 아쉽다는 말씀을 여러 차례 드렸다. Cinema 모드의 색온도가 위에서 보듯 100 IRE 기준으로 7617K이다. 너무 높다. 전문가라면 "전문가 모드"에 들어가 색온도 조정을 시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인은 주어진 항목 중에서 고르는 수 밖에 없다. 다음 번 모델부터는 이 색온도 선택 항목을 좀 더 늘려 주던지, 아니면 값이 좀 더 정확하게 나오도록 튜닝을 해 줄 필요가 있다. 바람직한 것은 9300K, 7500K, 6500K에 맞게 정확하게 튜닝을 하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스크린과 램프 밝기 변화(고정 화소 제품은 램프의 잔존 수명에 따라 밝기와 색온도가 영향을 크게 받는다)를 감안해서 '보험용'으로 5500K 모드를 추가할 수도 있다. (※ 흑백 영화 시대가 아닌 요즘 5500K 이하를 사용할 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샤프의 경우는 램프의 밝기가 떨어졌을 때 색온도가 다소 올라가는 것을 감안해 6000K 모드를 마련해 놓기도 한다.)

감마 모드

Gamma 는 감마 보정 값을 선택하는 항목으로 Low, Med, High 세 가지 모드가 있다. Low가 감마 2.1, Med가 2.3, High가 2.5이다. 왜 2.2 가 빠졌는지 잘 모르겠다. 시네마 프로젝터라면 당연히 감마 선택 항목에 2.2가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2.6 도 들어가는 것이 좋다. 모두 0.1 씩만 높여서 Low-Med-High를 2.2 - 2.4 - 2.6 으로 가져갔으면 어떠 했을까.

감마 보정 값의 실제 수치는 어떻게 되는지 직접 실측해서 도표로 만들어 보았다.

             밝기 (cd/㎡)             감마 지수
   계조   LOW    MED   HIGH    LOW   MED   HIGH
   10%   0.440   0.279   0.187    2.04   2.23   2.40
   20%   1.686   1.186   0.885    2.08   2.29   2.47
   30%   3.808   2.908   2.324    2.10   2.31   2.50
   40%   6.875   5.533   4.642    2.12   2.34   2.53
   50%  10.910   9.145   8.076    2.14   2.36   2.54
   60%  15.880  13.786  12.580    2.16   2.40   2.58
   70%  22.180  19.957  18.710    2.16   2.40   2.58
   80%  29.700  27.562  26.520    2.15   2.40   2.56
   90%  38.300  36.347  35.740    2.14   2.45   2.60
  100%  47.970  47.048  47.000      -     -     -
 평균감마    2.12    2.35    2.53

평균 감마 값이 LOW는 2.12, MED는 2.35, HIGH는 2.53 이 나온다. 물론 픽처 모드에 따라, 스크린에 따라 약간씩 다를 수는 있다. 대체적으로 설계값에 거의 근접하나, 어두운 쪽은 좀 뜨고 밝은 쪽은 가라 앉은 편이다. 추천할 만한 모드를 고르기가 쉽지 않다. LOW와 MED의 중간값이 있었으면 싶다. 디폴트는 LOW로 되어 있다.

대단히 우수한 48Hz True Rate 출력 기능

Real Cinema는 48Hz 출력 기능이다. 이 기능은 24Hz 입력 신호가 들어 왔을 때만 활성화 된다. 따라서 주로 블루레이로 1080/24P 영상을 즐길 때 사용하게 된다. 48Hz 출력이란 True Rate Frame 출력을 말한다. 필름 소스의 24Hz 오리지널 프레임 레이트를, 인버스 텔레시네 같은 작업없이 그대로 2 배수로 보여주는 것으로, Judder가 100% 사라지기 때문에 매우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인다. 고품질 화질을 위한 고급 모드 기능이라 할 수 있다. AF115의 True Rate Frame 성능은 대단히 훌륭하다. 칭찬할 만하다. 이 기능은 24Hz 소스를 볼 때 반드시 ON 시켜 놓아야 한다.

블랙 레벨 설정

Black Level
은 Low와 High 두 가지로 설정할 수 있는데 둘은 레벨 절대 값의 차이일 뿐 감마 특성이 다르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설정에 좀 주의를 요한다. 이 부분은 Contrast, Brightness 및 입력 Color Space 와 관련된 부분이므로 2부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일단 여기서는 블루레이를 볼 때에는 Black Level을 HIGH 로, 다른 경우에는 Low 로 놓으라는 말씀만 일단 드리도록 하겠다.

사용자 모드의 추가 조정 메뉴

사용자 모드(Expert Mode)에 들어가면 어드밴스 화질 조정 메뉴에서 좀 더 많은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감마 값 조정색온도 조정 두 가지 기능이 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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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화면은 감마 값 조정 메뉴인데, 최초의 Preset 값은 Low 이다. 감마 값을 조정하고 싶으면 우선 기본 감마 설정을 Adjustment 에서 선택한 뒤, 아래 나와 있는 각 Level 을 참조해 각각의 감마 값을 맞추면 된다. 앞서 소개한 표를 기준으로 하면 기본 감마 값을 Medium으로 했을 때 실제 평균 감마 값은 2.35 정도가 나온다. 이를 2.2 를 목표로 해서 값을 조정하겠다고 생각을 했으면, 100 IRE, 50 IRE 등 각각의 레벨에 해당되는 패턴을 띄우고 R,G,B 를 이용해 밝기와 색온도 값을 맞추면 된다.
 
그런데 일반인은 물론이고 전문가들도 이 메뉴를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왜 그렇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레벨 조정이 일반적인 10 point 방식이 아닌 8 point 방식이다. 10 point 방식이라면 각 10 IRE 단위 패턴을 이용할 수 있다. 20 point 라도 가능하다. 최근 발매된 조 케인의 Video Essentials HD BASIC 블루레이 디스크에는 5% 단위 윈도우 패턴이 수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난데 없이 8 point 이다. IRE 로 환산하면 12.5 IRE, 25 IRE, 37.5 IRE, 50 IRE, 62.5 IRE, 75 IRE, 87.5 IRE, 100 IRE 순이다. 난감한 일이다. 동료 평론가 이종식님은 8 포인트 방식이 아무래도 PC 베이스 레벨에서 유래된 것 같다고 추리한다. 0~255의 256 단계가 8 단계로 나누어 떨어지기 알맞은 숫자이기 때문이다. 필자 생각에도 그런 것 같다. 그렇다면 고려해야 할 점이 많아진다. 결론적으로 감마 세부 조정은 건드리지 않는 것이 정신 건강 상 이롭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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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온도 값 조정은 그림에서처럼 Contrast (Gain)Brightness (Bias) 2 포인트로 조정하는 전통적인 방식이다. 최근 출시되어 호평을 받고 있는 LG 스칼렛 LCD TV는 "10 포인트 조정 기능"을 가지고 있다. 전통적인 2 포인트 방식은 30-80 IRE 또는 40-80 IRE 를 기준으로 게인/바이어스를 조정하지만, 10 포인트 방식이 되면 10 IRE 부터 100 IRE 값 까지를 모두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어 Grayscale Unifoimity가 크게 좋아질 수 있다. 더구나 스칼렛 슬림 TV의 경우는, 한술 더 떠 감마 값까지도 10 포인트로 조정할 수 있다. (두 모델 모두 이종식님의 리뷰를 참조하시기 바란다.) 실제로 조정한 결과도 매우 impressive 하다. 딥 블랙 쪽을 제외하고는 아주 잘 맞는다. 올 들어 LG 디스플레이 기기들의 화질 조정 성능이 심상치 않다. 그래서 필자는 AF115도 그에 준하는 메뉴가 혹시 채택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랬다면 프로젝터로서는 최초의 일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아직은 좀 이른 모양이다.

2부에서는 기본적인 화면 설정 및 Cinema Mode 디폴트 값에서 측정한 AF115의 특성들을 살펴 보기로 하자.

LG AF115 SXRD 프로젝터 3부로 건너 뛰기

Posted by hifinet
2008. 4. 29. 23:49

베일을 벗은 마크 레빈슨 No.502 미디어 콘솔 :

지난 4월 18~20일 코엑스에서 열렸던 2008 EYER SHOW. 많은 업체에서 다양한 종류의 관심이 가는 제품들을 발표했지만, 그 중 유독 눈에 뜨였던 제품이 하나 있었다. Mark Levinson No.502 Media Console. 하이엔드 AV 애호가라면 누구나 한 번쯤 궁금해하고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을 그 제품이다. 출시된다는 소식이 이전부터 들리기는 했었는데, 정작 제품 실물이 그렇게 빨리 국내에 공개될 줄은 몰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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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MI를 주 매개로 하는 새로운 포맷의 AV 오디오 시대가 열리면서 요즘 AV 앰프 시장이 굉장히 분주하다. 야마하, 데논, 파이오니아, 소니, 온쿄, 마란츠 등으로 대표되는 일본제(製) AV 리시버 시장은 이미 수개월 전부터 본격적인 HDMI 지원 앰프들을 앞 다투어 내 놓기 시작했다. 하이엔드 제품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국, 영국 제품들은 항상 한 박자가 늦는다. 제품의 가격이나 성능면에서는 일본제 리시버보다 몇 단계 위이지만, 회사 규모 면에서, 그리고 양적인 시장 수요 측면에서는 하이엔드 브랜드들은 마이너급이다. 항상 시장이 흘러가는 것을 한참 지켜본 뒤에 서서히 움직이는 버릇이 있다. 그래서 하이엔드 AV 기기 사용자들은 항상 갑갑증을 앓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제 시장의 흐름이 어느 정도 방향을 잡아 나가는 것처럼 보이자, 하이엔드 명가(名家)들도 서서히 기지개를 켜기 시작하고 있다. 할크로, 클라세, 메리디안, 마크 레빈슨, 크렐, 코드, 렉시콘 등등 잘 알려진 하이엔드 업체들이 현재 HDMI를 지원하는 AV 프로세서를 열심히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하이엔드 브랜드 중 하나인 마크 레빈슨이 이렇게 일찌감치 HDMI 지원 AV 프로세서를 발표하게 된 것은 참으로 이례적인 일이다. 전례(前禮)를 보면 마크 레빈슨은 항상 타사(他社) 제품들보다 반박자 늦게 제품을 발표하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용어 정리 : AV 프로세서, 사운드 컨트롤러, 미디어 콘솔...

여기서 잠깐 용어(用語)를 정리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겠다. 지금 소개하는 제품의 명칭은 마크레빈슨 No.502 미디어 콘솔(이하 ML502)이다. 미디어 콘솔(Media Console)이란 명칭은 보통 방송장비에 사용되는 것으로 ML40ML502에서만 유독 사용될 뿐, 일반적인 통용어가 아니다. 그냥 일상적인 용어로 바꿔 표현하면 ML 502는 "AV 프로세서"이다.

AV Processor를 지칭하는 또 다른 용어들이 많다. Sound Controller, AV Controller라고 칭하는 브랜드도 있다. 어떤 업체는 아예 AV Pre-Amplifier라고 하기도 한다. 사실 그렇다. 2채널 개념으로 따지면 AV 프로세서는 프리앰프에 해당된다. 2채널이 아닌 멀티 채널 프리앰프인 셈이다. 그런데 사실은 일반적인 프리앰프보다는 조금 더 복잡하다. 멀티채널도 멀티채널이지만, 압축/비압축 DSP 디코더와 다양한 종류의 음장 프로세서를 갖추고 있어야 하고, 게다가 영상 스위처 또는 업스케일러 역할도 해야 한다. 그래서 Processor라는 용어를 쓰는 것이다. 흔히 비디오 프로세서라고 하면 업스케일링, 스위칭, 트랜스코딩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파루자, DVDO, 루마겐 같은 제품을 가리킨다. 하지만 오디오 프로세서라는 명칭의 독립형(Stand Alone) 제품은 없다. 어떤 제품 안에 오디오 프로세서 파트가 있는 포함되어 들어 있는 타입이다. 모든 AV 프로세서들은 오디오+비디오 프로세서 두 가지 기능을 다 갖추고 있다. 따라서 Sound Controller도 바른 명칭이 아니다. AV Processor가 가장 적당한 용어인 것이다.

그런데 "Media Console"은 또 뭔가? 마크 레빈슨은 ML 40 시절에도 이 명칭을 썼었다. 비디오 파트도 오디오 파트 못지 않게 신경을 써서 만들었으니 알아달라는 뜻일까? 아무튼 마크 레빈슨만이 이런 호칭을 쓴다.  하지만 독자들은 헷갈리지 않으시기 바란다. 그냥 흔히 우리가 말하는 AV Processor이다. 미디어 콘솔이라는 새로운 종류의 제품군(群)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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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502와 ML 40
 
ML502의 전신(前作)은 잘 알려져 있는 ML40이다.(좌측 사진) 멀티채널, 2채널 프리앰프 모두 탁월한 성능을 보였던 제품이지만 대신 가격 또한 최고가(最高價)였다. 얼마였던가 3만불이었던가? 더 되었던가?

ML40에 대한 불만 중 가장 큰 것이 비디오 부의 기능이 구태의연하고 제한적이라는 점과, 굳이 덩치 큰 두덩어리 제품으로 만들 필요가 있었는가 하는 것이었다. 반면 발빠르게 HDMI 에 대응했던 점과 동종 제품 중 최초로 LCD 모니터 창을 사용한 것은 크게 호평을 받은 요소였다. 물론 음질은 명성에 어울리는 최상의 퀄러티를 보여 주었다.

이번 출시되는 ML502는 두 덩어리를 한 덩어리로 묶었고, LCD 모니터 창을 7인치로 사이즈를 대폭 키웠다. HDMI 입력을 6개, 출력을 2개를 장착했다. ML40의 장단점을 고루 수렴한 셈이다.

ML502는 5월 중순 경 정식 출시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제품의 MSRP가 얼마인지는 아직 모른다. 물론 국내에 출시가격 역시 미정(未定)인 모양이다. 아마도 비쌀거다. 어림짐작으로도 어마하게 비싸지 않을까 예측된다. 아니었으면 좋겠지만 말이다. 전작인 ML40은 필자가 아는 범위에서, "가장 가격이 비쌌던 AV 프로세서"였다. 따라서 ML502도 그 대를 이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 이건 Harman이 짐짓 노리고 들어가는 고의적인 제품 포지셔닝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높은 가격대를 붙임으로서 일종의 황제 이미지, 최고급 명품 이미지를 만들려고 하는 하이엔드 업체들의 전략이, 사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무척 얄밉다. 사실 비싸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또 비싼 만큼 성능이 꼭 비례하는 것도 아니다. 허울좋은 제품들도 많다. 하지만 그 주체가 "마크 레빈슨" 쯤 되고보면 일단 비난만 할 수는 없게 된다. 이 브랜드를 달고 나온 제품들 대부분이, 가격 부분에서는 고개를 젓게 만들다가도, 막상 성능에서는 어쩔 수 없이 다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고 만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ML 40이 바로 그랬다. 가격도 비쌌고, 기능도 갖추지 못한 것이 더러 있었지만, 기기의 가장 본질적인 요소라 할 수 있는 "음질적 특성" 부분에 들어가면 불평을 계속하기 멋적어 질 만큼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 이런 점 때문에 마크 레빈슨을 비롯해 오디오파일들이 공인(共認)하고 있는 몇몇의 하이엔드 브랜드들이, 말도 안 되는 가격을 제품에 붙이면서도 여전히 콧대를 세우게 되는 것이다. (사실 세상에는 가격만 비싸고 성능은 턱이 없는 허울좋은 제품들도 많기는 하다.)
 
반쪽 자리가 된 '제품 살펴보기'

아무튼 오디오/AV 파일들이 ML502에 관심을 갖게 되는 이유 중 하나는 분명히 이 제품이 가장 비싼 AV 프로세서가 될 것이고, 그렇다면 '마크 레빈슨'이라는 브랜드의 신뢰도를 등에 업은 이 초고가의 제품이 어떤 성능을 내 줄 지 궁금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유감스럽게도 정작 ML502의 오디오적 성능을 평가할 기회를 잡을 수 없었다. 낭패였다. "아이어쇼"에 전시되었던 제품은 미국 본사에서 잠시 빌려준 제품이었던 모양이다. 수일 내로 반환 시켜야 할 물건인데 짧은 틈을 타서 하이파이넷 필진에게 제품을 공개해 주었다. 그런데 제품의 전압 정보가 잘못 전달되어 그만 밸런스 출력 부분에 이상이 생겨 버렸다. 낮은 볼륨으로는 구동이 되지만, 80dB 이상은 청취가 불가능했다. 결국 음질 테스트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비디오 부를 비롯해 ML502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기능과 외관은 찬찬히 오랫동안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내부 기판도 살펴 볼 수 있었다.

디자인과 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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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부 외관부터 살펴보자.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전면의 LCD 창이다. ML40보다 훨씬 커졌다. 7인치 액정이다. 그런데 전체적으로는 마크 레빈슨의 기존 디자인과 형태는 같아 보이는데, 뭔가 느낌이 좀 다르다. 유심히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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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 패널의 질감과 색상이 약간 바뀌었다. 기존 제품과 동일한 그레이 톤이지만 더 밝은 편이고, 패널의 질감도 조금 더 단순해졌다. 어찌보면 새 모델이 더 세련되어 보이고 어찌보면 예전 모델이 더 품위 있어 보이기도 한다. 새시의 두께가 꽤 두껍다. Harman社의 설명에 의하면 ML502의 새시는 RF 노이즈를 차단하기 위해 이중 차폐 구조로 만들어 졌다고 한다.

전원을 켜면 전면 하단의 Mark Levinson 로고에 불이 들어온다. (아래 사진 좌측) 전면 상판 모서리 부분을 보자. 여러 가지 로고가 보인다. 돌비사와 DTS 사의 로고가 있고 HDMI 로고도 보이는데, 엇, 저건... Logic 7 로고네? 좀 뜻 밖이다. 마크 레빈슨에 웬 Logic 7 로고? 하지만 생각해보니 뜻 밖일 것도 없다. 아시다시피 Logic 7은 렉시콘을 유명 제품으로 이끄는 데 큰 역할을 했던 전매특허 음장모드이다. 렉시콘과 마크 레빈슨은 예전에는 소속 회사가 달랐다. 물론 모(母) 회사는 똑같은 하만 그룹이었지만, 소속 계열사가 달랐던 것이다. 그래서 ML 40에는 로직 7이 없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지금은 두 브랜드가 같은 회사(Harman International) 소속이다. 따라서 스스럼 없이 Lexicon의 전용 음장모드를 채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없어진 것도 있다. THX Logo이다. ML40은 THX 모드가 매 음장마다 붙어 있었고 효과도 확실했다. 그런데 ML502는 THX Logo도 없고 실제로 음장 모드에서 THX 모드가 빠져있었다. 아마도 THX 인증을 받지 않은 것 같다. 아쉬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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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드렸듯이 로직 7은 렉시콘의 전성 시대(DC-1, DC-2, MC-1, MC-12 등)를 이끌었던 핵심 기술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로직 7과 마크 레빈슨 프로세서는 쉽게 연결이 지어지지 않는다. 로직 7이 가미되어 나쁠 것은 없겠지만, 그로 인한 득(得)보다는 THX 모드가 사라진 실(失)이 어쩐지 더 커 보인다. ML40의 음질적 특성을 예로 들어 따진다면, 마크 레빈슨 앰프는 로직 7 처럼 화려한, 폭 넓게 펼쳐지는 스테이지 능력보다는, 농밀하고 무게감 있게 조여오는 THX 가미 모드가 더 어울리기 때문이다.

입출력 단자

제품 뒷면 사진을 보자. 사진을 클릭하면 더 확대된 화면으로 단자들을 살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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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복잡해 보인다. 맨 윗줄을 1행이라고 하자. 모두 5행으로 되어 있다. 1행 좌측부터. 컴포지트 영상 입력단 3계통, S-Video 영상 입력단 3계통, 컴포넌트 영상 입력단 4계통이 있다. 마지막 4번 컴포넌트는 BNC 단자이다.

다음 2행. HDMI 입력 6계통, 출력 2계통이 있다. 출력 2개는 각기 독립적인 세팅이 가능하다. 하지만 동시출력은 안 된다. 그 옆에 모니터 아웃(컴포지트)이 있고, 컴포넌트/RGBHV 겸용 아웃 단자가 있다. 그 옆에 RJ 형태의 RS-232 포트와 Ethernet 단자가 있다. Ethernet 단자를 통해 마크 레빈슨이 새로 구축할 예정인 ML.COM에 다이렉트 접속해 업데이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3행 좌측부터. 디지털 오디오 입력 부이다. Coaxial 6개, Optical 3개. 그리고 Balanced 2개. 총 11개이다. Optical 단자 수가 좀 더 있었으면 좋았겠다. 그 옆으로는 마크 레빈슨 제품 간의 연동을 위한 Link 단자와 트리거 출력단이 있다.

4열 좌측부터. Mic 입력이 4계통이나 있다. 다음은 아날로그 단. Balanced Stereo가 2계통있고, Unbalanced 단자가 4계통이 있다. 맨 우측은 7.1채널 아날로그 아웃 단자다. 필요하면 5.1채널만 쓸 수도 있다.

마지막 5행은 파워 앰프와 연결되는 아날로그 출력단. Balanced 및 Unbalanced는 동시 출력이 가능하다. 그런데 출력 단자가 뭐 이렇게 많은가? 모두 11개이다. 10.1 채널인가? 아니다. 7.4채널이다. 최대 4대까지의 서브우퍼를 채택할 수 있다. 또 서브우퍼를 모노와 스테레오로 선택할 수도 있다. 서브우퍼의 경우 원래 THX가 권장하는 것은 0.2채널까지이다. 현실적으로 0.1채널을 주로 사용하지만 THX는 0.2채널을 권장한다. 하지만 ML502는 한 술 더 떠서 0.4채널을 지원하는 셈이다. 국내에서 서브우퍼를 4개까지 장착해야 할 공간이 얼마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입출력 커넥터를 보면 새시와 맞닿지 않게 모두 독립적으로 설계가 되어 있다. 새시에 직접 연결된 입출력단자는 RF 노이즈를 비롯한 잡신호들에게 길을 제공해주는 역할을 종종 한다. 그런 점까지 배려한 설계라고 할 수 있다.

내부 디자인 탐색

이제 기기 내부 여행을 잠깐 해보자. 유명한 하이엔드 업체들 제품을 보면 항상 내부가 잘 정돈이 되어 있고 PCB 보드 설계가 훌륭하다. 그 중에서도 마크 레빈슨 모델들은 유난히 PCB 설계가 장난 아닌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ML502 역시 마찬가지였다. 노이즈 차단에 효과가 크다는 장장 18층 설계의 PCB 보드는 보는 순간 '정말 돈 꽤 들였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만했다. 물량도 엄청 투입된 것 같고, 치밀하게 설계 또한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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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보드는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HDMI 입출력 및 RGBHV 출력단이 있는 영상 보드이다. 포인트는 두 군데이다. 가운데에 VXP라고 쓰인 커다란 칩 두 개가 보일 것이다. ML502의 영상 프로세서를 총괄하는 핵심 칩인 Genum GF9351 칩이다. 칩을 세밀히 살펴보면 VXP 로고 밑에 by Gennum 이라는 회사 명칭이 붙어 있다. 2007년 설계 제품이라 그렇다. Gennum은 지난 2월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VXP 프로세서 칩을 Sigma Design에 매각한 바 있다. 그래서 지금은 지넘 VXP라고 하지 않고, 시그마 디자인 VXP 칩 또는 GF 칩이라고 부른다.

지넘의 VXP 칩은 잘 알려져 있듯이 Silicon Optix의 HQV 칩, DVDO의 ABT 칩 시리즈 등과 더불어 현재 가장 성능이 우수하고 기능이 다양한 칩으로 꼽히는, 소위 말하는 "탑 클래스" 영상 프로세서이다. VXP 칩을 인수한 시그마 디자인은 원래 대중적으로 가장 널리 사랑 받고 있는 원칩형 디코더 겸용 프로세서인 SMP 시리즈로 매쓰 마켓에서 꽤 성가(聲價)가 높은 회사이다. 이 회사가 VXP를 인수한 것은 기존의 자신들 칩과는 별도로, 고가의 제품을 겨냥한 이중 정책을 펼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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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502에 채택된 VXP 칩은 GF9351 칩이다. 작년에 출시된 10비트 이미지 프로세서로, 디인터레이싱, 스케일링, 프레임 레이트 변환, 이미지 인핸스드먼트 등등 여러가지 영상 관련 기능을 구사하는 칩이다.

이 칩을 채택한 대표적인 제품이 바로 마란츠 VP-11S2VP-15S1이다. 옵토마HD-81도 이 칩을 채택했다. 2007년 한 해 가장 인기가 좋았던 칩이 아닌가 싶다.

ML502가 설계될 무렵을 작년 여름 쯤으로 잡으면 당시로는 이 칩이 최선의 선택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후 GennumGF9351을 개량한 GF9450GF9452 두 개의 칩을 추가로 발표했다. GF9450GF9351과 동일한 성능에 3D NR, 모스키토 NR, 블록 아티팩트 감소 등의 노이즈 리덕션 관련 회로를 덧 붙인 것인데 실제로 별 차이는 나지 않는다. 한편 GF9452는 9351, 9450과 다른 12비트 채널의 듀얼 프로세싱 듀얼 아웃 칩으로 X, Y, Z 축으로 선택이 가능한 컬러 코렉션 기능까지 가진 가장 첨단 칩으로 크게 각광 받고 있는 칩이다.

사실 상 ML502의 비디오 파트는 온전히 이 GF9351 칩 두 개가 다 맡아서 하고 있다고 봐도 된다. 두 개가 채택된 것은 하나는 외부 영상 출력, 다른 하나는 내장 모니터용으로 쓰였기 때문이다. GF9351의 좌하단에 보면 8개의 금색 단자가 보이고 그 앞에 칩이 나란히 8개가 배치되어 있다. HDMI 입출력단이다. 사용된 칩은 물론 모두 실리콘 이미지 사 것이다. 여기서 ML502의 가장 큰 문제점이 발견된다. HDMI는 버전 1.1 칩이었고, 그렇다고 향후에 칩이 교환 가능하도록 설계 된 것 같지도 않다. HDMI 1.1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별도로 하겠지만, 일단 ML502는 나중에 HDMI 1.3으로 업그레이드를 시도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위의 HDMI 보드를 통째로 바꾸는 방식이어야 하지, 칩을 교환하는 방식은 안 될 듯 싶다. 무엇보다도 HDMI Loseless Audio를 위한 디코더 칩 자체가 없다.

아래는 디지털 오디오 입력 보드이다. 아날로그 디바이스의 샤크칩 두 개가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도 어디서도 Loseless Audio를 위한 칩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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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 비디오 영상 도드, 아날로그 오디오 입력 보드 등이 각각 있다. 아래는 아날로그 밸런스드/언밸런스드 출력 보드이다. 각 출력단이 모듈 형태로 엄격하게 분리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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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파워부이다. 사진 위 쪽에 있는 것은 디지털 신호를 위한 스위칭 파워로 보이고, 사진 아래쪽은 대형 토로이달 트랜스가 별도로 보이는데 이는 아날로그 신호를 위한 것이다. ML502는 이런 식으로 AC 파워를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엄격하게 구분해서 상호 노이즈 간섭이 있지 않도록 설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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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된 비디오 파트

ML502의 비디오 파트는 확실히 전작인 ML40에 비해 크게 개선이 되었다. ML40은 고가에도 불구하고 1080p 영상을 출력하지 못하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었는데, ML502는 이 부분을 말끔히 개선했다.

ML40도 그랬지만 ML502도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대단히 훌륭하다. 매우 직관적으로 되어 있어 처음 사용하는 사람도 메뉴얼 없이 접근하기가 용이한 편이다.

앞서 언급했던 대로 비디오 파트는 VXP GF9351 10비트 프로세서가 거의 대부분의 작업을 주도한다. 아래 화면에서 보듯이 해상도프레임 레이트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 (그림이 작은 분들은 클릭해 보시기를) 프레임 레이트의 경우, 유럽형 50Hz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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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 스페이스 포맷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 RGB Normal(16~235)인지, RGB Extend (0~255)인지 고를 수 있고, YCbCr 색영역 포맷을 선택할 수도 있는데 이 또한 4:4:4로 할 것인지 4:2:2로 할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아래 사진에서 보듯 디인터레이싱필드 방식으로 할 것인지, 모션 어댑티브 방식으로 할 것인지를 묻는 메뉴가 있고, 어댑티브 방식일 경우 그 레벨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를 선택할 수도 있다. 이런 건 사실 꽤 전문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보통 사용자 메뉴에 채택 안 하기도 쉬운데 ML502에서는 모두 액티브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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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위에 언급한 디인터레이싱 방식이나 어댑티브 레벨은 메뉴 상에서만 선택이 가능한 것이 아니고, 실제로 직접 영상을 보면서 리얼타임으로 레벨을 선택할 수도 있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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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필름 디텍션, 크로마 버그 수정, Noise Reduction의 레벨 등도 사용자가 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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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GF9351 칩을 이용한 디스플레이 기기들을 몇 가지 살펴 본 경험이 있는데, 그 중에서는 ML502GF9351이 가지고 있는 기능을 가장 많이 끌어낸 셈 아닌가 싶다. 살펴보면서 다소 놀랐던 것 중 한 가지가 "Any Input, Any Output"(AIAO)의 개념이 적용되었다는 점이다. 즉, 어떤 해상도가, 어떤 프레임 주파수가, 어떤 컬러 스페이스 포맷이 들어오든, 사용자가 지정하는 해상도, 프레임 주파수, 컬러 포맷으로 바꿀 수가 있는 것이다. 즉, 일반적인 업스케일링, 다운 스케일링 수준이 아니라, 60Hz 입력을 24Hz로, 24Hz 입력을 50Hz로 바꿀 수도 있고, RGB 입력을 YCbCr 4:2:2로, 또는 그 반대의 수순으로 마음대로 변환을 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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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view  기능이라는 것도 있다. 입력이 6개가 있는데, 각각의 입력을 다 각기 다르게 세팅을 할 수가 있다. 현재 1번 입력이 출력되고 있는 상황에서 2번 입력을 세팅하고, 세팅한 결과를 1번이 출력되는 도중에 잠깐 Preview 할 수 있는 기능이다. 상당히 사용자의 입장을 많이 배려한 메뉴이다.

HDMI 출력은 두 개를 지원하는데 두개가 동시에 출력되지는 않는다. HDCP 규약 때문인데,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스위처나 디스트리뷰터의 경우 규모가 있는 회사 제품들은 모두 이 규약에 걸려, 두 개 이상의 출력이 있어도 동시 출력이 안 된다. 그러나 차라리 이름없는 중소기업 제품의 경우는 간혹 동일한 신호가 서로 다른 출력포트로 동시에 출력되는 스플릿 기능이 종종 발견되기도 한다. ML502의 HDMI 아웃은, 입력과 마찬가지로 각기 다르게 세팅이 될 수도 있다.
HDMI로 오디오를 출력할 경우에는 멀티채널 PCM은 무조건 2채널로 다운믹스된다.

새로 추가된 로직 7

앞서도 언급한 적이 있다. Logic 7은 렉시콘의 전성시대를 이끈 일등공신이다. 무대를 화려하고 넓게 꾸며준다. ML40 시절 단단하고 밀도가 높은 힘 있는 사운드를 들려 주었던 요소에 로직 7의 화려하고 폭 넓게 퍼지는 음장 모드가 가미된 것이 ML502라고 한다면 그 구현되는 수준이 어떨지 자못 궁금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제대로 들어볼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로직 7로직 7이고 필자는 THX 인증을 받지 않아 빠진 것이 더 아쉽게만 느껴진다.

음장 모드는 2채널의 경우 아래와 같이 모두 11개의 음장모드를 제공하고 있는데, 기본 음장 종류는 Stereo, Dolby Pro Logic, dts NEO, Surround 4가지이고, 여기에 Music, Movie, Logic 7 등등의 부가 음장 기술이 덧붙여져 11개를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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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멀티채널로 사운드가 입력될 경우는 아래처럼 음장모드가 아주 단순해진다. 음장 모드가 많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고급 기종의 경우 대부분 음장 모드가 그리 화려하지 않다. 하이엔드 프로세서 중에서 유독 음장모드와 음장모드를 뒤 섞어 새로운 음장모드를 만드는 방식을 즐겨 썼던 것이 렉시콘인데, 사실 ML502 메뉴를 여기 저기 살피다 보니 예전에 렉시콘 MC-12B를 사용했던 시절과 비슷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 혹시 이번 ML502는 렉시콘을 담당했던 직원이 메뉴 구성에 깊숙히 관여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Auto Azimuth 기능이 들어 있다. 일반인들에게 낯선 용어이다. 그러나 렉시콘 사용자들에게는 익숙하다. 리스닝 모드의 출력 정확도를 높여 주는 기능이다. 이걸 On으로 놓으면 ML502는 계속 끊이지 않고 2채널 입력 신호를 모니터링한다. 그리고 자동적으로 입력 신호에 따른 상대적인 레벨과 타임 옵셋을 측정해서 최대한 정확하게 분리가 되도록 각 채널의 신호를 보정한다. 한편 이 기능을 off 시키면 리스닝 모드의 출력 정확도는 온전히 입력되는 소스에 따라 좌우된다. 보통 필름과 TV 소스에서는 On으로 하고, 음악에서는 Off로 놓는 것이 좋다. 로직 7만큼은 아니지만 렉시콘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기능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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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502도 요즘 유행하는 트렌드를 따라 가지 않을 수 없었던 듯 하다.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Automatic Calibration 기능을 넣었다. 테스트 제품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아마도 마이크가 제품에 같이 제공될 듯 하다. 제공된 마이크를 이용해 스스로 적정 음압 레벨을 결정하는 것인데, 이렇게 하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 이 보다는 10만원 전후하는 SPL 음압 레벨메터를 차라리 한 개 구입해서 수동으로 직접 측정해서 설정하는 것이 더 낫다. 하지만 대부분 음압 레벨 메터를 갖추고 있는 가정은 없으므로 오토 캘러브레이션 기능이 필요하기는 하다. 단, 조심할 점은 오토 캘러브레이션의 경우, 항상 서브우퍼의 레벨은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반드시 서브우퍼는 귀를 통한 판단을 병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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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서브우퍼 갯수를 늘이는 것이 하이엔드 제품들의 트렌드인 것 같다. 그런데 여기에 덧 붙여 ML502는 서브우퍼에 대해 상당히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1) 서브우퍼의 이미지를 Mono와 Stereo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미리 밝혀둘 것은 원래 0.1 채널의 이미지는 모노이다. 서브우퍼가 두 개더라도 이미지를 모노로 선택하면 음성정보는 두 개가 동일하게 나간다. 간혹 0.2 채널 정보가 들어 있는 경우도 있지만 매우 드물다. 0.1 채널 정보를 "스테레오"를 선택해 임의로 좌우로 나누게 되면, 리스너 위치에서 때로 서브우퍼 음압만 떨어질 뿐, 별 효과를 보지 못하는 수가 있다. 어지간하면 이는 "모노"로 두는 것이 맞다.
(2) 서브우퍼의 기능을 Complementary와 Full Range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서브우퍼는 원래 두 가지 역할을 한다. 하나는 오리지널 사운드에 들어 있는 0.1채널 정보(LFE 신호)를 내보내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원래 자기가 할 일이 아닌, 프론트나 센터, 서라운드가 처리해야 할 정보 중 음역대가 낮아 잘 표현하기 힘든 것을 대신 나서서 도와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프론트나 센터 스피커가 Full Range 타입이면 굳이 서브우퍼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없다. 이 경우는 Full Range를 선택하면 된다. 그렇지 않다면 Complementary를 선택해야 하는데, 사실 여기서는 Full Range를 선택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 후 각 스피커 별로 크로스오버를 선택할 떄 다시 조정을 해도 된다.
(3) 뭐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서브우퍼의 Slope를 결정하는 기능까지 던져 주고 있다. Octave 당 24dB와 48dB를 양자 택일 할 수 있다. 서브우퍼는 크로스오버 대역의 처리가 꽤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크로스오버에서 중요한 패러미터 중 하나가 바로 Slope(기울기)이다. 크로스오버 주파수의 필터 성능만 따진다면 기울기가 큰 것이 일단 좋기는 하다. (48dB/Oct 란 주파수가 한 옥타브 높아질 때 마다 게인이 48dB씩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대신 크로스오버 포인트에서 리플이 생길 소지가 있다. 이 부분은 세밀하게 사용자가 직접 들어보고 선택을 할 문제이다. 이를테면 LPF의 저역 특성까지도 세심하게 신경쓰게 메뉴를 만들어 주었다 이 이야기인데, 솔직히 비싼 물건이라는 티 내려고(^^) 좀 과잉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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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서브우퍼만 이렇게 까다로운 것은 아니고 실제로 ML502는 각 스피커 별로 크로스오버를 선택하는 메뉴를 꽤 복잡하게 주는 편이다. 또 오토 캘러브레이션을 한 뒤에 스스로 계산한 "시청실 보정수치"(Room Correction)를 이용해 나름대로 여러 가지 세팅치를 제시해주기도 하는데 꽤 신뢰할 만하다.

ML502Bass Management System 이라는 보정 시스템을 또 가지고 있는데, 이 것도 약간 컨트롤 수치와 개념이 비슷하다. 저역의 경우, 특히 여러 대의 서브우퍼를 사용할 경우, Phasing을 잘 맞춰 주지 않으면 소리가 서로 상쇄되어 오히려 맹숭해지기 쉽다. 이걸 보정해서 신호의 상쇄가 생기는 것을 막는다는 개념이다.

이해 못할 선택 - HDMI 1.1

살펴 보았듯이 ML502는 최고가의 AV 프로세서 답게 비디오나 오디오의 기능, 설계 등은 역시 최고 수준이다. 비디오 성능의 경우 투명도와 반응속도 등에서 아주 우수한 성능을 발휘해 주고 있었고, 오디오의 성능도 제대로 평가할 기회는 갖지 못했지만, ML40을 미루어 볼 때 뭐 별로 의심은 안 된다.

그런데... 참 난데없다. 완벽할 것 같던 ML502에게 정말 봉창 두들기는 난데없는 큼직한 약점이 하나 나타났다. HDMI 버전이 1.1 인 것이다. 이게 웬일?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는 모르겠다. 짐작 가는 것은 있는데, 개인적 추리이니까 그냥 담아 두겠다. 어쩌면 서둘러 출시해야 한다는 과욕 때문에 생긴 해프닝인지도 모른다. 앞서 살펴 보았듯이 ML502의 HDMI 보드, 디지털 입력 보드 어디에도 DTS-HD Master와 Dolby TrueHD를 처리할 수 있는 Loseless Audio Decoder가 없다.

이런 점은 있다. 하이엔드 프로세서가 돈 값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괜시리 편 들어서 이런 말을 하는 건 아니다. 오해 마시기 바란다. 필자는 하이엔드 AV 프로세서, 보급형 리시버 타입 모두를 두루 갖추고 심심하면 이렇게 저렇게 테스트를 해 보는데, 보급형 리시버를 통해 듣는 DTS-HD MA (3.5Mpbs)보다 하이엔드 AV 프로세서를 통해 듣는 DTS (1.5Mbps)가 소리의 투명도, 밀도감 심지어 다이내믹 레인지까지도 더 좋다. (DTS-HD MA가 DTS에 비해 가장 큰 강점을 갖는 것이 사실 다이내믹 레인지이다. 하지만 다이내믹 레인지는, 프리 앰프의 성능에 따라 받는 영향력도 대단히 크다. 대개는 후자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편이다.) 순전히 음질적 이유만 생각하면 HDMI 가 지원되지 않는 구형 AV 프로세서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하이엔드 유저들이 서둘러 기기를 교체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트렌드라는 것이 있다. 이 것도 무시 못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절대적인 정보량에서 Loseless HD-Audio는 우위를 점한다. 비록 Core Code는 같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현존 최고가(最高價) AV 프로세서가 될 것이 분명한, 그리고 HDMI 버전을 제외한 대부분의 요소에서 대단히 화려한 만듬새를 보였던 마크 레빈슨 신 모델이, HDMI 1.3이 아닌 1.1 버전을 달고 나왔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간다. 물론 7.1 채널 아날로그 입력이 있다. 데논 3800 같은 5.1 채널 아웃 출력이 있는 블루레이 플레이어를 연결하면 ML502도 DTS-HD MA나 DOLBY THD 같은 HDMI 1.3 오디오를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이 경우 음질의 상당한 부분을 소스 플레이어가 갖고 있는 디코더와 DAC 능력, 그리고 아날로그 출력단의 능력에 맡겨야 한다. 2~300만원 대 미만의 프로세서만 되더라도 이런 식의 조합에 동의할 수도 있다. 그런데 ML502는 그 가격대의 제품이 아니다. 수천만원대 오디오 프로세서를 구입해 놓고 음질을 좌우하는 요소의 절반을, 수십만원대의 소스 플레이어에 맡겨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게다가 블루레이 플레이어를 만드는 대부분의 업체들이 한국, 일본 브랜드인데 실제로 하이엔드 제품과 겨룰만큼 음질에 신경 쓰지도 않고 또 별로 그 쪽 방면에 노하우도 없다. 파나소닉, 삼성 등은 화질을 좋은 평가를 받지만 음질은 별로 미덥지 않은 편이고, 굳이 따지자면 데논 3800 정도가 어느 정도 신뢰가 가지만, 데논 3800을 아직 보지 못한 필자는 이 제품 속의 음성 부분에서도 시그마 디자인이 어디까지 개입했는지 확인을 못한 처지라 뭐라 말 할 수가 없다.

ML502에서 HD-Audio를 구현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3

하지만 답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엉뚱한 곳에서 해답이 나온다. 차세대 AV 기기의 기린아요, 총아(^^)인 소니 플레이스테이션3(이하 PS3)가 바로 그 해답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소니 PS3HDMI 1.3에 해당되는 HD-Audio 즉, DTS-HD Master와 Dolby TrueHD를 완벽하게 멀티채널 PCM으로 변환시켜 HDMI 단자를 통해 디지털로 출력 시켜 주기 때문이다. 이런 기능을 완벽하게 갖춘 기기는 현재까지는 PS3가 유일하다.

PS3가 출력 시켜준 신호는 멀티채널 PCM 이기 때문에, HDMI 1.1 규격으로 소화가 가능하고 ML502가 100% 제대로 받아 들일 수 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 HDMI 1.3 규격에 준하는 HD-Audio 디코더를 갖추지 못한 ML502를 위해, 소니 PS3가 대신 전용 디코더 역할을 해 주는 셈이다. 소니 PS3의 디코더 성능은 일전에 필자가 한 번 살펴, 보고 드린 바 있다. 훌륭한 편이다. ML502가 자체적으로 디코더를 갖췄다고 했었도 뭐 PS3 보다 특별히 더 우수한 성능을 보이지는 못 했을 것이다. 물론 디코딩-to-PCM 과정에서의 노이즈 문제나, PCM(PS3)-to-PCM(ML502) 과정에서 경로가 길어짐에 따른 간섭 문제도 있을 수는 있다. 그렇게 보면 자기 스스로 HDMI 1.3을 만족하는 것이 퍼펙트하기는 하다. 그러나 전달되는 신호가 아날로그가 아닌 PCM, 특히 HDMI 경로를 통해 전달되는 PCM 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여기서 생기는 노이즈 간섭 문제는 그다지 신경 쓸 만한 요소는 되지 못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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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측면에서 소니 PS3가 상당히 우수한 블루레이 플레이어라는 점 또한 ML502에게는 아주 큰 요소이다. 어차피 HD Audio가 구현되려면 Blu-Ray Player는 필수이다. ML502를 DVDP에 주로 물려 들으실 분들이라면 이제까지 한 이야기는 다 신경 안 써도 된다. 그냥 대충 연결해도 좋은 소리를 내 줄테니 말이다. 하지만 블루레이 플레이어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보면 ML502가 선택할 수 있는 최적의 블루레이 플레이어는 소니 PS3 뿐이다. 마크 레빈슨하고 소니하고 사전에 어떤 교감 같은 것이 있었을리는 만무하고, 어찌하다보니 그렇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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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소니 PS3가 마크 레빈슨의 은인이다. 이런 처지인 걸 Harman International이 알고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원래 좀 하이엔드 업체들이 둔하기 때문이다. 하기는 이런 류의 조합이 가능해진 것도 PS3가 펌웨어를 2.30으로 업그레이드한 4월 15일 이후부터이다. 따라서 ML502와 조합을 이룰 PS3는 반드시 펌웨어 2.30 이상인 것을 확인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LAN을 통해 업데이트를 해야 한다. 아무튼 좀 뜻 밖의 조합이지만, 향후 마크 레빈슨이 ML502의 HDMI 영상 보드를 통째로 업그레이드 해 주지 않는 이상, ML502의 가치를 100% 살려 줄 수 있는 제품은, ML502 보다 가격이 1/100 수준 밖에 되지 않을 소니 PS3 뿐이라는 결론을 재삼 말씀드린다.

PS3가 아닌 다른 블루레이 플레이어를 사용하겠다고 굳이 고집하시는 분의 경우라면, ML502를 통해 DTS-HD MA나 Dolby THD는 들을 수 없지만, 그래도 음악 소프트웨어에서 많이 사용하는 멀티채널 LPCM은 들을 수 있다. HDMI 1.3 규격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DVD, CD의 PCM이나 돌비 디지털, DTS 신호 등은 전혀 문제가 없으므로 블루레이를 사용 하실 분이 아니라면 HDMI 버전 같은 것은 전혀 개의치 않아도 된다. 특히 하이파이와 AV를 겸용하려고 하는 분의 경우는, ML502의 프리 앰프 기능을 잘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 하이엔드 AV 프로세서들이 서서히 새 모델들을 하나, 둘 시장에 론칭 시킬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과거의 예로 볼 때 그 움직임이 별로 재빠르지는 않을 것 같다. 느릿 느릿, 속 뒤집어질 만큼 천천히 가물에 콩 나기 식으로 출시가 될 것이다. 그런데 그 가운데에서도 비교적 덩치가 제일 큰 편인 마크 레빈슨 ML502가 이렇게 '재빠르게' 시장에 출시 선언을 한 것은 정말 뜻 밖이다. 앞서 살펴 보았듯이 서두름에 따른 어설픈 요소도 있다. 하지만 어쨌거나 이런 중량급 기기들이 자꾸 나와 주어야 말 못하고 속만 끙끙 않고 있던 하이엔드 유저들도 웃음꽃이 활짝 필 수 있을 것이다.  (최 원 태)
Posted by hifinet
2008. 4. 23. 22:33

지난 CES 2008 때 선 보였던 슬림형 제품들이 갑작스럽게 생각이 나 이미지 사진을 모아 보았다.

작년 12월 출시되었던 소니의 XEL-1. 유기형 띠 패널을 채용한 제품으로 11인치짜리 소형 TV 였지만 두께가 3mm에 불과해 놀라움을 자아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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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소닉의 VIERA 2009 패널 모델. 50인치 화면인데 두께가 불과 1인치, 25mm. 무게도 25kg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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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소개한 바 있는 파이오니아의 9세대 뉴 쿠로 모델. 두께가 9mm, 무게도 18kg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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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샤프의 AQUOS 65인치 모델. LCD TV 중에서는 가장 얇은 제품 아닌가 싶다. 샤프는 두께 얇은 TV에 전부터 굉장히 신경을 써 왔던 편인데, 2007년에는 두께 29mm짜리 50인치 모델을 발표하더니, 올해는 이를 65인치 모델에까지 적용시켰다. 무게도 40kg 수준이고 소비전력도 기존 제품의 절반 수준인 250W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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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삼성, LG의 급성장 이후 일본 디스플레이 업체를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졌다. 어떤 이는 좀 애처로워 보인다고 말씀도 한다. 디스플레이 기기의 두께를 줄이는 노력을 그런 차원으로까지 볼 필요는 없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끊임없는 경쟁은 반드시 발전을 낳고 만다" 는 평범한 진리이다.
Posted by hifinet
2008. 4. 17. 00:25
posted by 최 원태

특정업체를 비난하려는 뜻은 아니다. 거론되는 업체들은 모두 견실하고 우수한 제품들을 만들어 온 중견업체들이다. 하지만, 기업은 기업이다.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윤을 위해서라면 종종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나가는 경우도 있게 마련이다. 범람하는 정보화 시대이지만, 그 가운데에서 옥석(玉石)의 구별을 기업 스스로 해서 소비자에게 제시하라고 하면 그건 무리이다. 어떤 것은 소비자가 직접 해야 한다.

HDMI 케이블에 대해 잠깐만 언급하고자 한다.

며칠 전 후루텍에서 HDMI Xv1.3 라는 명칭의 HD급(?) HDMI 케이블을 발표했다. 길이는 1~20m까지 다양하고 가격은 1m가 280불, 20m가 1400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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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D급 HDMI 따로 있고, SD급 HDMI 따로 있다?)

이 케이블이 1m에 280불이라고 해서 유감이 있다는 것은 아니다. HDMI 케이블도 케이블은 케이블인만큼 그 차이가 크던 작던 케이블마다 성능 차이는 있을 수 있다. (단, 그 차이라는 것이 가격대를 생각할 때 너무나도 미미하다고 느끼는 적이 대체적이기는 하다.)

후루텍이 아니라, 몬스터나 오디오퀘스트 등도 비싼 가격대의 HDMI 케이블을 만들어 냈다. 비싼 케이블은 그만큼의 성능을 내느냐 아니냐는 것을 떠나, 일단 원가 차원에서 24K 골드 플레이트도 들어가고 은선도 듬뿍 집어 넣고, 쉴드 마감도 장난이 아니고... 아무튼 다르기는 뭔가 다르게는 만든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그런 식의 차별화 전략도 충분히 높은 가격대를 받을 만한 자격으로 간주될 수 있다. 이게 못 마땅한 사람은 안 사면 된다.

문제는 이거다. 단순히 음질 운운하고, 화질 운운하는 정도면, 고개를 갸웃갸웃하면서 살 수도 있고, 안 살수도 있는 것인데... 그 것이 아니라 HDMI 케이블에 따라 별도의 사용해야 하는 어떤 규격들이 따로 있고, 어떤 조건에서는 반드시 어떤 케이블을 쓰지 않으면 안 되는 기술적인 이유가 있고 하는 식으로... 이런 식으로 나가면 정말 곤란하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순진하게 그 말을 그대로 믿을 수도 있고, 또 100% 다 믿지는 않더라도 내심 의심하는 마음을 항상 갖게 될 수도 있다.

위에 언급한 후루텍 케이블의 경우 이름(HDMI-XV1.3)이 암시하듯이 후루텍 측은 이 케이블은 HDMI 1.3 규격에 적합하며, 특히 120Hz LCD TV와 플라즈마 화면에 적합한 제품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게 무슨 나뭇꾼, 금강경 낭독하는 소리인가. (못 알아 듣겠다는 뜻이다.) 하기는 케이블 제목 부터가 심상치 않다. HDMI Xv1.3이라... XV는 필경 HDMI 1.3 규격에 포함된 딥 컬러 범주의 XvColor를 겨냥한 것인듯 하다. XvColor가 기존 먼셀 좌표보다 월등 넓은 범위의 색영역을 갖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것이 HDMI의 케이블 종류에 따라 접근성에 차이가 가려질리는 만무하다.
 
뭐랄까? 마치 태양까지 날아가기로 한 로케트가 두 대가 있는데, 그 중 한 대가 조금이라도 더 빨리 가기 위해 발사대를 10층짜리 빌딩 옥상에 설치했다면, 정말 더 빨리 도착하게 될까? 이건 넌센스이다. 삼국시대 풍속에 대해 90세 할머니가 70세 할머니보다 더 많이 아신다? 20년 더 오래 사셨으니까? 이 또한 코미디이다.

HDMI 케이블에 원가 높은 자재를 좀 더 많이 사용했다고, xvColor에 더 적합하다느니, 120Hz TV에 더 적합하다느니 하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차라리 기능적으로는 똑 같지만 실제 음질적으로 차이가 있다라고 감성적으로 접근하면 그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

영상/오디오 관련 신제품 대부분이 HDMI를 채택하게 되면서, 최근 아주 급격히 그 수요가 늘어난 것이 HDMI 케이블, 스위처, 리피터 시장이다. 게다가 HDMI 버전이 여러 개 존재하는 바람에 실 사용자들이 HDMI는 골치 아프고 복잡한 것이라는 인식을 가진 면도 있다. 그래서일까. 요즘 HDMI 관련 제품 시장은 아주 복마전(殿)이다. 검증되지 않은 이론과 사이비 주장이 난무한다.

HDMI 스위처를 비교 테스트 하면서, "저역이 더 풍부해지고, 음색이 화사해지며...", "더 박진감 있는 소리와 빠른 응답성을 보이고 있는..." 등의 해괴한 평론이 등장하기도 하고 (※ HDMI 스위처를 가지고 이러한 차이를 구별해 낼 수 있다면 이건 황금귀도 박쥐귀도 아닌, '혀로 만든 귀'임에 틀림없다.), 심지어는 영상이 1080i 일 때와 1080p 일 때의 음질 차이가 있다, 영상 출력이 24Hz일 때와 60Hz 일 때도 역시 음질 차이가 있다는 식의 허무맹랑한 주장들이 난무하고 있다. (그러고보니 120Hz TV에 알맞는 케이블과 24Hz, 60Hz 음질 차이론은 일맥상통하는 바도 있다. 그런데 왜 요즘들어 갑작스레 케이블에 프레쉬 레이트 타령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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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루텍은 그 동안 좋은 제품 많이 만든 업체이다. 후루텍만 탓할 것도 없다. 얼마 전에 몬스터도 사장까지 나서 비슷한 주장을 한 바 있다. 모두 좋은 제품을 만들어 주었던 회사들이지만, 일단 현재 크게 펼쳐져 나가고 있는 HDMI 케이블 시장에서 고가의 마진이 보장되는 하이엔드 제품을 팔기 위해서는, 이런 식의 마케팅 기법을 사용할 수 밖에 없다고 강변할 지도 모른다.

어쨌든 독자들은 기능이나 기술적 스펙에서 등급이 다르다고 주장하는 HDMI 케이블에 대해서는 일단 경계하는 자세, 신중한 접근을 유지해주시기 바란다. HDMI 스위처라면 EDID의 호환성 문제가 정작 더 중요한 문제이고, HDMI 케이블이라면 장거리 시 리피터의 적용여부가 더 기능적으로 우선할 일이다. "120Hz 용 케이블", "더 따뜻한 음색의 HDMI 스위처", "영상 해상도에 따라 달라지는 음질을 보여주는 케이블" 등등의 이야기들은, 그저 세상이란 원래 다양한 사람들, 다양한 주장들로 섞여 있게 마련이라 그런 것이려니 하고 적당히 소화해서 들어 주시기 부탁드린다.

물론 이 말씀이 이 세상의 모든 HDMI 케이블이 모두 다 똑같은 성능을 낸다고 말씀드리는 것은 아니다. 그런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단지 최근 난무하고 있는 HDMI에 대한 허황된 '기술적 주장'에 현혹되지는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최 원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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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ransparent의 Premium Video DVI 케이블 : 1500불 정도 했었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Posted by hifinet
2008. 4. 16. 17:42

posted by 최 원태

"생존자"는 결국 XDCAM HD?


바다 건너 미국의 CBS 방송국 이야기이다. "Survivor"라는 프로그램 아실 것이다. 고립무원의 장소에 떨어 뜨려 놓은 남녀노소의 군상들이 최후의 생존자가 되기 위해 야단법석하는 것을 보여주는 리얼리티 쇼이다. 미국 내에서 대단히 높은 인기를 얻고 있고 요즘은 비슷한 아류작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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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그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촬영 시스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Survior"가 벌써 열일곱번째 시즌이라고 한다. 그런데 Survivor의 시즌 17은 소니의 XDCAM HD 시스템으로 촬영이 된다고 한다. 촬영은 올 여름에 시작되고, 프리미어 에피소드는 가을에 보여질 예정이라고 한다.

프로그램의 성격 상 이동성이 좋은 카메라가 필요할텐데, 이제까지는 기존 장비-소니 베타캠 시스템을 사용해 왔던 모양이다. 그런데 이번부터 XDCAM HD를 이용해 리얼 HD로 촬영하고 또 현장 데크 시스템도 동일 시스템으로 간다고 한다.

HD 영상 보급의 견인차, 소니 HDR-FX1

소니에서 HDR-FX1을 발표한 것이 아마도 2005년 봄 쯤 아니었나 싶다. 당시 FX1이야말로 HD 영상의 보급화를 이끌 견인차라고 평하면서 자못 들떴었던 필자의 모습이 기억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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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FX1과 영상부는 동일하지만 여러 부가 기능을 탑재해 프로용에 조금 더 가깝게 만든 Z1이 출시되었다. 말이 프로용이지 사실 가격대는 일반 민수용 기기로 감안해도 충분할 만큼의 낮은 가격대였다. 이게 시작이었다. 그 후 파나소닉, 캐넌 등이 합류해서 "가정용인지 프로용인지 구분이 애매한 수준"의 비디오 카메라가 붐을 이루기 시작했다.

FX1은 방송용으로도 적잖이 사용되었다. 산악지방 다큐를 찍을 때 무거운 ENG 카메라 대신 가볍고 쉽게 들고 다니면서 HD급 고화질의 영상을 촬영할 수도 있고, 메인 카메라에 덧붙여 보조 카메라 역할도 충분히 할 수 있다. FX1은 가볍고 싸고 화질이 좋다는 이유로 급속히 사람들 사이에 퍼져 나갔고, 필자는 2000년은 "보는 HD 영상"의 기점으로, 2005년을 "찍는 HD 영상"의 기점으로 언급하기도 했었다. (※ 물론 FX1의 HD 영상은 방송용 HD 카메라의 HD 영상과는 동급은 아니다. 암부 해상도, 동화상 윤곽, 디더링 노이즈 등등 세부적인 사항으로 가면 비교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밝은 야외에서 움직임이 적은 장면만 가지고 따지면 가격대가 상상이 안 갈 만큼 놀라운 화질 성능을 보여준다. 방금 전 언급한 성격의 화면으로 주로 구성된, KBS의 "걸어서 세계로" 시리즈가 FX1을 자주 사용한 점을 참고해두자.)

생각해보라. 1080p 해상도의 HD급 영상을 구경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개무량하던 것이 엊그제인데, 이제는 내가 마음대로 무한량 내 주변의 모습을 HD급으로 촬영할 수 있다고 하니...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HD 컨텐츠는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이고, 우리는 자신이 찍은 가정용 영상보다도 화질이 떨어지는 방송 프로그램을 보면서 코웃음을 치게 될 것이다. HD 컨텐츠들이 늘어나면 자연히 영상과 관련된 전자제품들도 수준이 높아질 것이고, 방송 컨텐츠의 HD화(化)도 보다 박차를 가하게 될 것이다. 한 마디로 사람들이 전보다 훨씬 더 "화질에 민감해지는 현상"이 강화될 것이다. 이건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시청자가 까다로와져야 기술이 발전한다.)

그게 벌써 3년 전 일이다. 최근 소니는 FX1의 후속기종으로 FX7을 새로 발표했다. 가격대가 좀 높아지기는 했지만, 놀랍게도 렌즈 컨버터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전송률이 다소 떨어지기는 하지만 디지털 메모리 미디어에 저장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물론 아직도 주요 저장매체는 6mm짜리 Mini DV이다.

소니의 CineAlta 제품들

이쪽 분야의 선두주자인 소니가 XDCAM 방식을 선보인 것은 비단 근자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 동안은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먼 당신'이었다. 비쌌고 실력에 대한 검증도 아직 미지수였다.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소니가 적극적으로 밀기로 한 것 같다. 앞으로 프로용은 물론이고 고품격 방송용 장비도 모두 XDCAM HD시대로 돌입할 가능성이 꽤 커보인다. 조금 더 과평가하자면 어쩌면 가정용 비디오 카메라 시장까지도 XDCAM으로 대체될 지 모르겠다. 그만큼 소니가 XDCAM에 걸고 있는 기대가 크고, 또 실제로 XDCAM HD는 그만큼의 뛰어난 장점들을 여럿 가지고 있다.

아래 사진을 보자. 그 유명한 소니의 F900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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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 모델명은 Sony CineAlta HDW-F900R이다. 스타워즈 에피소드를 비롯해 우리가 알고 있는 상당수의 디지털 영화들이 이 카메라로 촬영이 되었다. 24p 촬영이 가능하고 1920x1080 해상도 촬영이 가능하다. 이런 류의, 기존의 35mm 카메라를 대체하여 영화 촬영에 사용될 수 있는 카메라를 소니에서는 자체적으로 CineAlta 시리즈로 통칭한다.

위의 HDW-F900R은 명기(名器)이다. 가격대도 본체만 8만불이고, 보조장비까지 갖추면 10만불도 훌쩍 넘어간다. 조지 루카스는 스타워즈 프리퀄 트릴로지를 이 제품과 후속 모델 HDC-950을 이용해 촬영했다. 아래 사진에 보이는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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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900과 F950은 일장일단이 있다. F900은 8만불, F950은 12만불인가 한다.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10만불짜리 HDC-1000W/1500L 모델도 추가 되었다. 이들 모두가 소니의 CineAlta 계열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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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일단 CineAlta 로고가 붙으면 일단 그건 "최상(最上)"이고 "최고(最高)"이며 넘볼 수 없는 가격대의 "그림의 떡"으로 간주되어 왔다.

그런데 XDCAM HD가 보편화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CineAlta 시리즈가 분화(分化)하기 시작했다. F900, F950 등과 같은 기존 제품을 CineAlta HDCAM이라고 부르고, 이와 별도로 PDW-F355, PDW-F335, PMW-EX1 과 같은 제품을 CineAlta XDCAM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둘 다 1920x1080, 디지털 방식의 HD 영상으로 기록이 가능하지만 전자(前者)는 테이프를 저장 미디어로, 후자(後者)는 SxS 같은 플래쉬 메모리를 저장미디어로 사용한다. 카메라로서의 완성도는 전자가 앞서지만, 후자는 새로운 기술이고, 가격이 훨씬 저렴하며 또 사용하기가 편하다.

XDCAM 시대의 도래

앞서 예로 든 "Survivor"가 XDCAM 중 어느 모델을 사용하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지금 XDCAM HD의 선봉장은 단연 작년 말에 출시된 PMW-EX1이다. 2005년에 FX1이 프로용 장비에서 했던 역할을, 2008년에 EX1이 방송용 장비 분야에서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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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W-EX1은 가격대가 700~800만원대이다. (가격은 수시로 바뀌니 정확히는 알 수 없다.) 민수용 제품으로는 꽤 비싼 금액이지만, F900처럼 1억원 전후의 "그림의 떡" 수준은 결코 아니다. 이 정도면 성능을 감안할 때 파격적인 금액이다. 오디오나 AV 매니아 중에는 다소 좀 비싼 프로젝터나 파워 앰프 하나 사는 셈 치고 욕심을 내볼만도 하다. 하지만 성능은 앞서 말한대로 CineAlta 로 분류될 수준이다. 기존 FX1, Z1 급 보다는 일단 화질에서 훨씬 앞선다. 어두운 장면에서는 전문 조명 기구의 도움이 필요 하겠지만, 전체적으로 어지간한 전문 영화를 촬영해도 그다지 아쉬울 것이 없겠다. 밝은 장면으로만 따지면 억(億) 소리나는 HDCAM과도 비교해도 그다지 뒤지는 느낌이 들지 않을 만큼 우수한 화질이다.

우리가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MiniDV 기록 방식의 캠코더들은 해상도가 1440x1080이다. 가정용 캠코더 중 HD급이라고 하는 것들이 다 1920x1080의 16:9 방식이 아닌 1440x1080의 4:3 포맷이다. 이 것을 1920x1080으로 잡아 늘려 표현하는 것이다. 그러나 XDCAM은 그럴 필요가 없다. 1920x1080 리얼 HD 해상도이며, 24p 필름 프레임을 지원한다.

그러나 XDCAM의 진수는 저장 미디어로 SxS 플래쉬 램을 사용한다는 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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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xS 플래쉬 램은 Express Card 형태의 메모리이다. (노트북 중에는 Express Card를 꽂을 수 있는 슬롯을 가진 기종들이 더러 있다.) Express Card는 PCMCIA 와 비슷한 크기로, SxS 플래쉬 램을 노트북의 Express Card Slot에 넣으면 그대로 데이타를 옮길 수 있다.

SxS 메모리는 넌리니어 방식의 저장방식이기 때문에, 방금 촬영한 영상을 그 자리에서 즉시 확인하고 또 그 자리에서 즉시 편집, 삭제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테이프 방식이라면 앞으로 돌리고, 뒤로 돌리고 성가신 작업이 따르기 때문에 대부분 그냥 여러 번 반복 테이크를 가져가고 나중에 일괄편집을 하지만, SxS 방식은 메모리 방식이기 때문에 방금 촬영한 영상을 그 자리에서 직접 확인한 뒤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샷만 선택해서 즉시 지워버릴 수 있다.(메모리에는 샷 단위로 저장이 된다. 즉, 레코드 스타트 버튼을 누르고 그 다음 스탑 버튼을 누를 때까지가 한 샷이다.) 이 방식을 쓰게 되면 필요없는 장면을 그 자리에서 지우고 다시 찍게 되니까, 촬영의 완성도 높일 수가 있게 되고, 메모리의 저장 공간도 크게 줄일 수 있게 된다.

또한 SxS 메모리 방식은 디지털 넌리니어 형태로 저장이 되기 때문에, 테이프를 사용하는 HD 캠코더 처럼 촬영한 것을 실시간으로 캡쳐를 받는 번거로움이 없다. 그냥 곧바로 편집 프로그램에서 불러내 쓸 수가 있는 것이다.

PMW-EX1을 예로 들 때, 촬영 해상도는 1920x1080 24p로 초당 35Mbps의 MPEG-2 화질 저장이 된다. 상당히 높은 고화질 스펙이다. MPEG-2 방식이라는 점이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35Mbps 고정 전송률은 대단한 수준의 고화질급이다. 전송률이 높다 보니 움직임도 상당히 자연스럽다. 해상도도 아주 좋다. 소니가 자신들 고유의 Memory Stick 방식을 채택하지 않은 이유는, 그 방식으로는 35Mbps의 고용량 HD를 전송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XDCAM 도 아직 과제가 많이 남아 있다. 우선 아직은 부속 장비가 너무 비싸다. 특히 SxS 카드의 경우, 16GB라고 해야 1시간 남짓 촬영할 수 있는 분량인데 메모리 가격은 100만원에 육박한다. 아직 리니어 CineAlta 시리즈 만큼의 제품 완성도를 갖추고 있지도 못하다. 아직은 태동 단계에 불과하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결국 흐름은 이쪽이다. 단지 남은 문제는 "시간"일 뿐이다. 가격대 역시 마찬가지이다. 필자는 이런 생각을 한다. 어쩌면 XDCAM HD 카메라의 보급화가, 민수용 가정용 캠코더와 극장/방송용 비지니스 카메라의 경계를 허물고 일체화 시키는 교두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어째 꼭 그럴 것만 같다.

(최 원 태)

Posted by hifinet
2008. 4. 16. 17:24
Sony Playstation 3 : Firmware 2.30의 위력
posted by 최 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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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laystation 3는 지금도 진화한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3(이하 PS3)를 바라보는 시각 두 가지.

하나, PS3는 게임기로는 "꽝"이다. 성능, 기능은 우수하지만, 기존 PS1, PS2가 경쟁사 제품을 앞설 수 있었던 가장 큰 장점 "풍부한 소프트웨어의 지원성" 차원에서 보면 완전 실패작이다. 차라리 닌텐도가 더 속 편하다. 아니면 하드웨어적으로 애물단지이기는 하지만 XBOX360으로 기어 오브 워라도 하던지...

다른 하나, PS3는 만능 엔터테이너요, 마법사 같은 기기이다. 이제까지 출시된 그 어떤 블루레이 플레이어에게도 화질에서 뒤지지 않으며, 가격 대비 효율면에서는 단연 탑이다. 우수한 블루레이 화질에 비해, 다소 실망감을 주는 화질이기는 해도 DVD 플레이어로서의 역할도 하고, SACD 플레이어(※초기 출시작에 한함)로서의 성능도 이만하면 괜찮은 편이다. 게다가 앨범, MP3 심지어 디빅 파일 재생까지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결국 HD-DVD 진영을 굴복 시킨 힘도 따지고 보면 PS3에서 시작된 것 아닌가?

아마도 PS3를 보유하고 있는 사용자들은 위 두 가지 중 최소한 한 가지의 입장에 분명 서 계시리라. 도대체 PS3는 콘솔 게임기인가, 아니면 AV 기기인가? 이제까지만 보면 참 아리송하다. 왜냐하면 현재까지는 "뛰어난 AV 기기"로서의 역할이 더 부각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PS3에 그란투리스모를 1920x1080p 해상도로 플레이 시키고, 100인치 이상의 프로젝터와 7.1채널의 오디오 프로세서로 게임을 즐겨보라. 해상도 문제 때문에 대화면에서의 재생이 꺼려 지던 기존 PS2와는 차원이 다른, 기가 막힌 영상과 음향이 방 안에 울려퍼진다. 게다가 멀티플 CPU가 서포트 하는 처리 속도 또한 일품이다. (물론 LCD, CRT 프로젝터라면 버닝이나 리텐션 문제를 잊고 게임에만 몰두하면 안 된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필자에게 PS3는 AV 기기이다. 그거야 필자가 PS3에서 게임을 왕성히 즐기기에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나이인 탓도 있겠지만(그래도 유난히 좋아하는 게임 "레밍스"는 예외다.), 사실 PS3는 정말 사기 잘했다는 생각이 순간순간 들만큼 효자 노릇 하는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PS3가 주는 커다란 즐거움 중 하나가 바로 잦은 "펌웨어 업데이트 서비스"이다. PS3는 그 동안 여러 차례의 펌웨어 업데이트를 제공해 주었다. 그리고 그 때마다 '이름 뿐인 업데이트'가 아닌, 아주 굵직굵직한 새로운 기능을 한, 두 가지씩 턱턱 안겨 주었다. 필자를 비롯한 PS3 사용자들은 그때마다 마치 새로 발표된 기기로 옛날 기기를 무상 업그레이드한 기쁨을 느낄 수 있었는데, 이제까지 PS3 만큼 유의미한 업그레이드를 자주 해 준 AV 기기들이 무엇이 있었나 곰곰 생각해보면 떠오르는 것이 거의 없다.

● 펌웨어 2.30

PS3가 어제 4월 15일자로 펌웨어 2.30을 새로 발표했다. 이번 펌웨어 2.30의 핵심 포인트는 DTS MASTER 오디오의 지원이다. 이것 역시 아주 굵직한 기능 업그레이드이다. 필자도 어제 밤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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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접속한 것은 밤 10시 무렵. 새로운 펌웨어에 대한 기대가 커서 그런 것일까, 트래픽이 엄청 심하다. 아마도 한꺼번에 사용자들이 몰린 모양이다. 펌웨어를 다운 받고 업데이트하는데 소요된 시간이 1시간 이상이다. 며칠 지나면 더 빨라지겠지만, 혹시 업데이트 할 때 시간이 이전보다 지체되더라도 에러로 생각하고 서둘러 끄지 않으시길 바란다.

업데이트가 정상적으로 되었는지 확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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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펌웨어 업데이트를 하기 전에 Kingdom of Heaven을 재생한 화면이다. Kingdom of Heaven은 dts Master 트랙 밖에 없다. 기존 PS3는 당연히 dts Master를 디코딩하지 못하므로, 화면에 표시되었듯이 자동으로 dts Master의 Core 부만 따서 1.5Mbps의 고정 전송률로 음성을 내 보냈다. 화면에도 DTS라고 표시가 되어 있다.

아래는 펌웨어 업데이트 한 뒤의 Kingdom of Heaven의 화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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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서 보듯이 화면 표시가 DTS-HD MA로 바뀌었다. 뿐만 아니라 전송률로 4.4Mbps로 표시가 된다. 기존 DTS는 1.5Mbps 고정 레이트이지만, DTS Master는 가변 레이트이다. 위 화면에는 4.4Mbps가 적혀 있지만, 실제로 Kingdom of Heaven은 4~5.5Mbps 에서 빈번히 전송률이 바뀐다. 여기서 독자들이 유의하실 점 한 가지.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DTS Master나 Dolby Tru-HD 같은 자칭(?) Loseless Compression 코덱들은 가변레이트이기 때문에 그 포맷을 지원한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다. 그 안에서도 전송률이 높고 양자화 수치가 높은 놈이 진짜로 좋은 놈이다.

아래 사진은 PS3와 연결된 온쿄 인테그라 리서치 DTC 9.8 프로세서의 화면창 사진이다. 사진 좌측은 업데이트 전 화면창이고, 사진 우측은 업데이트 된 뒤의 화면 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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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3의 설정 메뉴를 Linear PCM으로 바꿔야

위 사진 좌측을 보면 화면창이 "Multich" (=Multi Channel)로 되어 있다. PS3는 대역 문제 때문에 직접적으로, 즉 bitstream으로 dts HD Master나 Dolby THD(True-HD)를 전송하지 못한다. 따라서 이들 HD-Audio 포맷을 디코딩해서 PCM으로 변환해서 내보내는 방식을 쓴다.

따라서

(1) HDMI 1.3 미만 버전을 지원하는, 즉 HDMI 1.1 또는 HDMI 1.2를 지원하는 AV 리시버에서도 PCM으로 변환된 상태의 HD-Audio를 즐길 수 있고,

(2) PS3의 [설정] 메뉴에 들어가서 [BD 설정] 부분에서 음성을 bitstream이 아닌 Linear PCM으로 설정을 해야 한다.

(3) 이렇게 하면 HDMI 1.3을 지원하는 AV 리시버라고 하더라도 입력이 LPCM으로 들어오므로 화면창에는 Multi Channel 또는 LPCM 등으로 뜨는 것이 당연하다. DTS MASTER라고 뜨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 PS3 펌웨어 2.30의 오디오 성능 검증

PS3는 이미 이전 버전에서도 Dolby THD를 위와 같은 방식으로 지원한 바 있다. 직접 비트스트림으로 집어 넣는 경우와 PCM으로 변환 했을 때, 이 두 가지 사이에 음질 차이가 존재할까? 당연히 존재한다.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 세상의 모든 리시버와 AV 프로세서가 대부분 비슷한 음질의 디지털 출력을 내 주어야 하는데, 아시다시피 그렇지 않다는 것은 새삼 말할 필요가 없다.

어느 쪽이 좋은 가는 플레이어와 리시버(또는 프로세서)와의 조합에서 어느 쪽이 더 우수한 디코딩 칩을 가지고 있는지, 어느 쪽이 더 우수한 포스트-디코딩 전송단을 갖추고 있는지에 따라 다르다. 혹시 여기에 덧붙여 아날로그 출력으로의 변환 문제까지 가미된다면 경우의 수는 더욱 복잡해진다. 대부분 AV 리시버들은 오디오 전용기기이기 때문에 음질 부분에서 플레이어 쪽보다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는 편이다. 그러나 좋은 음성처리단을 갖춘 플레이어도 많으니 꼭 한 쪽으로 단정지을 일은 아니다.

우선 PS3의 DTS HD Master 4.5Mbps 전후의 음질을 기존의 DTS 1.5Mbps 고정 음질과 비교했다. 비교 대상이 아니다. 아주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저역 익스텐션과 밀도감, 해상도, 다이내믹레인지, 무대감까지 차이가 아주 많다. 따라서 일단 업데이트 효과가 확실한 것은 증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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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다른 플레이어를 이용해서 음질 비교를 해 보기로 했다. 비교 기종은 파나소닉의 DMR-BW900 이다. 튜너, PVR, BD-R 복합기종이지만 BD 플레이어로 따지면 동사(同社)의 BD50과 같은 급으로 보면 되겠다.

(A) 코스는 DMR-BW900을 온쿄 인테그라 리서치 DTC 9.8의 HDMI 입력 1에 넣어, 비트스트림으로 HD-Audio를 출력하는 것이다. 따라서 디코더는 DTC 9.8이 담당하게 된다.

(B) 코스는 PS3를 DTC 9.8의 HDMI 입력 2에 넣어, LPCM으로 변환시킨 HD-Audio를 출력하는 것이다. 따라서 디코더는 PS3가 담당하게 된다.

참고로 두 가지 코스 모두 최종 밸런스 출력은 DTC 9.8와 아날로그 입출력으로 연결된 Mark Levinson No.40이 담당하였다. ML 40을 거쳐 밸런스 출력이 되면 우선 투명감에서 많은 잇점이 있기 때문에 음질을 평가하기가 조금 더 쉬워진다.

아래 사진은 비교 테스트에 사용된 온쿄 인테그라 리서치 DTC 9.8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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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3는 이전 버전에서도 Dolby THD를 같은 방식으로 지원했다고 말씀 드렸다. 그 때에도 비슷한 방식의 테스트를 했었다. 당시 비교 기종은 파나소닉 BD30이었다.

● 돌비 트루 HD : 음압만 높이면 일반적인 수준.

돌비 THD는 지난 번과 동일한 결과이다. 우선 반드시 동호인들이 알아 두실 점.

(1) PS3는 BW900보다 Dolby THD의 음압이 4dB 낮다. 이 것은 지난 번 BD 30과의 비교에서도 그랬다. 음압이 낮으면 일단 비교 테스트가 되지 않는다. 청음 상으로 일단 의심이 가서 레벨미터로 측정을 해 보았다. 아래 사진 좌측이 (A) 코스-BW900 이고, 사진 우측이 (B) 코스-PS3의 음압레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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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PS3의 dts HD Master의 PCM 변환 출력은 음압 레벨이 타 기종보다 낮지 않다. 즉, PS3는 돌비 THD와 DTS HD Master를 차별대우(?)하는 것이다. 따라서 PS3로 돌비 트루 레이트를 감상할 때에는 일상적인 기준보다 볼륨을 4dB를 일단 높인 후 세부 조정하시기 바란다.

(2) PS3는 BW900보다 무대를 좁게 쓴다. 잔향감의 두께는 비슷한데 음장이 퍼지는 정도가 작다. 더불어 소리가 상대적으로 가운데로 몰려 뭉치는 느낌이 있다.

(3) PS3는 BW900보다 저역의 양이 많다. 저역의 양이 많은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양이 많은 점이 단점으로 작용할 만큼 BW900보다 벙벙대거나 톤 밸런스를 꺠는 것은 결코 아니다. 따라서 이 점은 단점보다는 장점일 수 있겠다.

전체적으로 돌비 트루 HD 사운드의 경우는, 음압 레벨만 맞춰준다면 비슷한 레벨의 소리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사람에 따라서는 파나소닉에 조금 더 호감을 갖는 분이 있을 듯 싶지만, 그렇게 큰 차이는 아니다. 사실 전통적으로 파나소닉 플레이어들은 화질에서는 장점이 있지만, 음질에서는 그다지 좋은 평가를 못 받아 왔다. 그런 측면에서만 본다면 PS3의 돌비 트루 HD도 그다지 돋보이는 수준은 아니다.

DTS-HD Master : 기대 이상의 우수한 성능

예상을 훨씬 뛰어 넘는 것은 바로 PS3 의 DTS-HA Master 수준이었다. 파나소닉과의 비교에서는 별로 어렵지 않게 PS3의 음질이 더 우수하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Clarity에서 우선 차이가 많이 난다. 공간 상의 Layering이 우수해, 디테일과 사운드스테이지 모두 확실히 앞선다. 밀도감도 좋고, Bass Extension도 매우 인상적이다. Dolby True HD의 경우와 달리 음압 레벨의 차이는 거의 없다. 실측해보면 0.5dB 안팎의 차이가 나오지만 이는 고정 사인웨이브가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생길 수 있는 오차범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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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PS3의 PCM 변환 성능에 대해 반신반의 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결과는 그 것이 기우(杞憂)라는 것이 밝혀졌다. 기대 보다는 훨씬 좋았다. 물론 음질적으로 파나소닉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상위 기종과도 비교해 봐야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HD-Audio의 디지털 출력은 기종 간에 보여주는 음질적 차이가 그다지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다고 하면, PS3의 펌웨어 2.30 업그레이드는 기존 사용자들에게 아주 큰 만족을 줄만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더구나 간과해서는 안 될 포인트는 두 가지는 PS3의 가격대는 가장 낮은 가격대의 BD 플레이어 수준이라는 점, 그리고 PS3는 앞으로도 계속 업그레이드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저 다른 AV 하드웨어들도 PS3만 같았으면 좋겠다. 업그레이드 기능 말이다.
Posted by hifinet
2008. 1. 9. 02:50
posted by 최 원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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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및 인터페이스

디자인 살펴 보는 것을 잊었다. 디자인이 아주 단순하다. 하지만 꽤 세련되어 보인다. 위 사진은 스탠드에 설치된 모습인데, 미국형은 스탠드가 판매가격에 포함되어 있는 한편, 일본형은 스탠드가 별매이다. 블랙 무광 마감에 스피커도 블랙이어서 베젤로 인한 빛 간섭을 줄였다. 파이오니아는 예전 모델에서 블랙 광택 피니쉬 마감에 사이드 스피커도 생뚱맞게 실버 마감으로 처리해 고개를 갸우뚱 하게 만든 적도 있었다. 사이드 스피커는 착탈식인데 붙인 것이 훨씬 '폼'이 난다. 전체적으로 군더더기 없는 깨끗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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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 왼쪽은 측면 단자의 모습이다. 맨 위로 USB 단자가 있고 그 아래로 D4단자와 S-Video, Composite 및 Stereo(음성) 입력 단자가 나란히 붙어 있다. (입력 4) 

위 사진의 우 상/하단은 뒷면 패널 사진이다. 상단은 뒷면의 좌측에, 하단은 뒷면의 우측에 붙어 있는데 레이아웃이 별로 좋지 않다. 우 상단 사진부터 살펴보자. 입력 1은 D4+S 비디오+컴포지트+Stereo(음성), 입력 2는 S 비디오+컴포지트+Stereo(음성), 입력 3은 D4+Stereo(음성) 입력을 받는다. 디지털 방송 출력단으로 S 비디오+컴포지트+Stereo(음성) 단자가 준비되어 있고, 디지털 광 출력단자도 있다. 그 아래로는 스피커 케이블 연결 커넥터가 보인다.

우 하단 사진을 보면, 맨 아래 좌측부터 HDMI 단자가 세 개 나란히 있는 것이 보인다.(입력 1, 입력 5, 입력 6), 그 옆에 D-Sub 15핀 PC 입력단이 있고, 그 우측으로 i-Link 단자 2개LAN 입력단이 자리 잡고 있다. 그 오른쪽으로 가면 BS/CS 안테나와 지상파 디지털 안테나, 그리고 VHF/UHF(지상파 아날로그) 안테나 등이 순서대로 자리잡고 있다. BS/CS 안테나는 국내에서도 110도 파라볼라 안테나를 설치하면 CS는 전 지역에서, BS는 대구 이남 지역에서 시청을 할 수 있다. 일본 지상파 디지털 방송이야 당연히 국내에서는 무용지물이고, VHF 아날로그 안테나는 몇 개 채널에 한해서 국내 방송과도 호환이 된다.(그러나 사용할 사람이 과연 있을까?) 전원은 100V 고정 전압이다.

그런데 쿠로 일본형과 미국형은 입출력 단자와 스피커의 설치 위치가 다소 다르다. 고급 사용자들은 입출력 단자에 민감하다. 일본형과 미국형의 입출력 단자를 비교 해보자. (미국형 "파이오니아 쿠로"와 "엘리트 쿠로"는 입출력 단자가 99% 동일하다. 단지 엘리트 쿠로 모델은 IR 리피터 아웃 단자가 하나 더 추가 되었다는 점과 스피커가 기본 장착되지 않는다는 점이 다르다.)

    일본형       미국형  
       입   력         단    자        입    력       단     자
       입력 1   HDMI, D4, S, C, L/R      INPUT 1     S, C, L/R
       입력 2     S, C, L/R      INPUT 2     YCbCr, C, L/R
       입력 3     D4, L/R   INPUT 3 (측면)     YCbCr, C, L/R
      입력 4 (측면)     D4, S, C, L/R      INPUT 4     HDMI, L/R
       입력 5     HDMI      INPUT 5     HDMI, L/R
       입력 6     HDMI      INPUT 6     HDMI
     기타 입/출력     LAN, i-Link(2개)      INPUT 7     HDMI
       
      PC 입력     D-SUB, L/R(●)     PC INPUT     D-SUB, L/R(●)
      안테나    BS/CS, DTV, ATV      안테나     DTV, ATV
       
   디지털 음성출력     Optical   디지털 음성출력     Optical
   디지털 방송출력     S, C, L/R  아날로그 음성출력     L/R, Subwoofer
S : S-Video YCbCr : Component
C : Composite L/R : 음성 스테레오(2선)
DTV, ATV : 지상파 DTV, VHF/UHF TV L/R(●) : 음성 스테레오(1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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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는 전면은 깨끗한데 사실 입출력 단자 레이아웃이 좀 난삽하다. 단자를 바꿔 끼우기도 쉽지 않고, 별로 직관적이지 않아 소스 기기를 바꿀 때마다 메뉴얼을 꺼내 들어야 한다. 미리 소스 기기와 입력 단자를 치밀히 계산해두지 않으면 설치 할 때 짜증 나기 쉽다.
 
일본형과 미국형 입출력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꽤 다르다. 일본형은 HDMI 단자가 3개인데, 미국형은 4개로 하나가 더 많다. HDMI는 단자 하나로 영상과 음성이 모두 입출력 되지만, DVI 출력 소스 기기와 연결할 경우에는 별도의 아날로그 음성(L/R) 입력이 필요하다. 사용하다보면 이런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일본형은 이에 대비한 단자가 1개(입력 1) 뿐이고 미국형은 2개(Input 4, 5)이다. 일본형이 D4 단자를, 미국형이 컴포넌트(YCbCr) 단자를 쓴 것은 당연히 다를 일이다. 일본형 입력 1처럼 하나의 단자에 HDMI, D4, S-Video, Composite 등의 서로 다른 영상 입력단자가 있을 때에는 리모콘의 <입력 1> 버튼을 한 번 누를때마다 순서대로 영상 입력단이 선택이 된다.

일본형은 디지털 위성 튜너가 내장되어 있기 때문에 이에 대비해 디지털 방송 출력단이 따로 있고, i-Link단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형은 이런 것들이 없고 대신 그 자리에 아날로그 음성과 서브우퍼 출력단이 자리잡고 있다. 한편 LAN 단자는 일본형과 미국형 엘리트 모델만 가지고 있다.

스피커의 경우 일본형은 좌우측에 착탈하게 되어 있으나 미국형은 하단에 붙이게 되어 있고, 엘리트 모델은 기본 장착이 아니다. 일본형이 '폼'은 더 나 보이고, 미국형은 컴팩트 해 보인다. 리모트 컨트롤러도 일본형은 흑색, 미국형은 백색인데 일본형은 디지털 튜너가 있기 때문에 조작 버튼이 좀 더 많고 복잡하다.

전기는 일본형은 100V, 미국형은 117V(~120V) 고정 지원이다. 따라서 국내에서는 다운트랜스를 사용해야 한다. 나중에 다시 언급하겠지만 파이오니아 플라즈마 TV의 큰 단점 중 하나가 전기에 너무 민감하다는 것이다. 용량이 큰 다운 트랜스를 사용하되, 험과 노이즈가 생기지 않도록 가급적 고급 기종을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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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모드

제 쿠로 5010의 주요 OSD 메뉴를 살펴 보면서 본격적인 셋업에 들어가 보기로 하자. 기본 화면 모드는 모두 7개이다. <리빙>, <표준>, <다이나믹>, <영화>, <스포츠>, <게임>, <AV 메모리>. 모든 화면 모드를 다 점검할 수는 없다. 가장 핵심이 되는 모드는 <영화> 모드이다. 쿠로 5010의 고화질 영상이 가장 완벽히 구사되는 모드이다.
 
<리빙> 모드가 맨 앞에 나와 있다. <리빙> 모드는 전면에 부착된 센서가 시청 환경의 조도를 감지해서 알아서 적절히 화면을 조정해준다는 세칭 Intelligent Mode로 파이오니아가 공을 들여 광고하는 부분이다. 결론부터 말해서 별로 큰 기대를 걸 필요 없다. 그냥 부담없이 기존의 <다이나믹> 모드 대신 사용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리빙>, <표준>, <다이나믹> 등의 모드들은 모두 색온도가 높고 링잉이 많이 들어가 있어 "정확한 영상"을 구현하지 못한다. 그나마 <리빙><다이나믹>보다는 그림을 덜 망친다.

모든 시청자가 항상 고화질 컨텐츠만 보는 것은 아니다. 필자도 외광(外光)이 많이 들어오는 대낮 시간에 거실에서 오락 프로그램이나 스포츠 중계를 볼 일이 있으면 <다이나믹> 모드를 사용한다. 박지성의 얼굴색이 정확한 컬러로 구현 되는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움직임이 잘 보이는 것이 더 우선 순위이다. 이런 경우에는 <리빙> 모드가 권장된다. 각 모드들은 세부적으로 다섯 단계의 색온도 모드를 갖는다. 아래는 화면모드 <표준>, <다이나믹>, <영화>에서의 각각의 색온도 모드에 진입해 80 IRE를 기준으로 실제 색온도 값을 측정한 결과이다. (※ <다이나믹> 모드는 색온도 모드가 따로 없다. 한 가지 뿐이다.)

    화면모드    색온도   실제 색온도
      고(高)       11336 K
      고-중       10215 K
     표      중(中)         9063 K
      중-저         8215 K
      저(低)         6387 K
   다이나믹       -       10871 K
      고(高)       10021 K
      고-중         9087 K
     영      중(中)         8139 K
      중-저         7306 K
      저(低)         6425 K


위 표에서 보듯이 <영화>-<색온도: 저><표준>-<색온도: 저> 만이 6500K에 근접하다. (예전에 필자가 사용하던 파이오니아 4세대 모델은 <색온도: 저>가 6200K 정도였다.) 사실 공중파 방송을 볼 때에도 필자는 <영화>-<색온도: 저> 모드를 권장하고 싶다. 여러가지 다양한 화질 조정 기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외광 때문에 화면이 잘 안 보일 때에만 <리빙>이나 <표준>을 선택하되 이때에도 <색온도: 저> 또는 <색온도: 중-저>를 권하고 싶다.

<영화> 모드를 제외한 모든 화면 모드에서 링잉이 꽤 심하다.(<다이나믹> 모드는 아예 세부 조정조차도 안 된다.) 필자가 늘 말하는 "밝날라" 모드이다. 아래 사진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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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다이나믹> 모드에서 크로스 라인 패턴을 띄운 것이다. 한 눈에 상당히 심한 링잉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라인 주변이 온통 흰색 링잉으로 가득차 있다. 이게 다 노이즈이다. 시청자의 눈을 혹세무민(惑世誣民) 윤곽선이 또렷한 척 속이기 위한 술책이다. 이 상태로 정세한 표현이 요구되는, 즉 섬세한 라인들이 나란히 배열되는 고대역 영상을 나타내야 한다고 가정해보자. 아래의 고주파 버스트 패턴과 같이 되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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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에서 주목할 부분은 맨 오른 쪽에 있는 37.1MHz 버스트 라인 부분이다. 그 왼쪽 편에 있는 라인들은 촬영한 카메라의 해상도와의 픽셀 매칭 때문에 존재하지 않는 모아레가 보이는 것이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맨 오른 쪽의 37.1MHz 라인 밴드를 보면 검은색 띠가 흰색 띠 사이에 세 가닥 쳐져 있는 것이 보인다. 사실은 검은색띠가 진짜 라인이다. 그런데 링잉을 하도 많이 집어 넣어 한 개의 라인의 링잉이 그 옆 라인의 경계를 침범하면서, 링잉과 링잉이 만나 검은 색이 흰색처럼 보이는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아래는 <영화> 모드에서 본 동일한 버스트 패턴 상태이다. <영화> 모드는 샤프니스가 전혀 과장되게 들어있지 않아 링잉이 없다. 아래 사진을 보면 37.1MHz 부분이 링잉이 없이 아주 깨끗하게 나타나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래야 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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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사진은 <영화> 모드에서 크로스 라인 패턴을 띄운 것인데 역시 <다이나믹> 모드와 달리 라인 근처에 전혀 링잉이 없다. 아주 꺠끗하다. <표준> 모드도 <다이나믹> 모드보다는 적지만 역시 마찬가지로 링잉이 꽤 있다. <영화> 모드를 제외한 나머지 화면 모드는 모두 과도한 링잉을 보여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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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모드 : 기본 조정 메뉴

이제 <영화> 모드를 기준으로 삼아 그 하부의 메뉴 트리들을 하나씩 살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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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 그림은 <영화> 모드에서의 기본적인 화질 조정 메뉴이다. 일본어에 익숙하지 못한 사용자들을 위해 위에서부터 읽어 내려오면, <콘트라스트>(명암), <밝기>(brightness), <색농도>(tint), <색상>(Hue), <샤프니스> 순(順)이며 그 아래로 <프로 설정><초기 상태 되돌아 가기>가 있다. <프로 설정>에 들어가면 다시 서브 메뉴가 펼쳐진다.

우선 기본 화질 조정 메뉴부터 살펴 보자. 그 뒤에 프로 설정 메뉴를 더듬어 보기로 하자. 기본 설정 디폴트 값이 매우 정확하다. 쿠로 5010은 기본적으로 디폴트 값을 전혀 손 댈 필요가 없다. 예를 하나 들자. 아래에 두 장의 사진이 있다. 위는 컨트라스트가 디폴트 값인 "+40"일 때이고 아래는 "+45"까지 높였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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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 5010가 계조 유니포미티가 좋다는 것은 위 사진을 통해서 짐작 할 수 있다. 그런데 컨트라스트를 "+45"로 높이면 90 IRE 부분이 붉으스름 해진 것을 볼 수 있다. 실제로 면밀히 비교해보면 디폴트인 40에서 ±2 정도가 조정 한계치이다.
 
<밝기>(Brightness) 역시 디폴트 값인 0이 가장 무난하다. DVE의 Pluge 패턴을 이용해 살펴보면 "+1"이 오히려 더 적절하지 않나 생각되기도 한다. "0"도 무난하고 "+1"도 괜찮다. 그런데 "+1"로 조정하면 -4%바는 사라지지만 그 사라진 자리 언저리에 아주 미세한 화이트 노이즈가 생긴다. 이 노이즈는 아주 깊은 딥 블랙 상태에서의 수직 밴드 언저리에서만 보이기 떄문에 실제 영상에서 보일 확률은 거의 없다. 하지만 <밝기>를 아예 디폴트인 "0"에 놓으면 이 화이트 노이즈도 깨끗이 사라진다. 대신 0~2% 블랙이 아주 약간 뭉쳐지는데 이 또한 실제 영상에서는 '귀신도 알아 차리지 못할 만큼' 보이지 않는 요소이다. 따라서 권장치는 디폴트 값인 "0" 이다. Tint, Hue, Sharpness 모두 디폴트 치가 맞다. 특히 <샤프니스>는 "-13"이 적정하고, 혹시 다른 화면 모드를 보게 되더라도 최대 "-7" 이하로 조정 하시기 바란다.

 
72Hz 모드와 프로세싱 성능

기본 화질 조정 메뉴에 맨 아래에 있는 <프로 설정> 모드에 들어가면 다시 아래와 같이 세부적인 전문가 조정 모드들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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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부터 차례대로 <퓨어 시네마>, <인텔리전트 시스템>, <픽처 디테일>, <컬러 디테일>, <노이즈 리덕션>, <움직임 보정> 순(順)이다. 이 중 중요한 것은 <퓨어 시네마><컬러 디테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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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어 시네마>
안에 들어가면 <필름 모드><자막 적응> 모드 메뉴가 있다. <자막 적응> 모드는 뭔지 잘 모르겠다. 자막을 아름답게 보여준다는데 무슨 소리인지. 혹시라도 텍스트를 잘 보이게 하기 위해 윤곽선을 서투르게 보정하는 것은 아닌가 싶어, 일단 "하지 않음"을 선택했다.

"필름 모드" 선택은 쿠로 5010의 중요 특징 중 하나이다. 안에 들어가면 네 가지 옵션이 있다. <하지 않음>, <표준>, <스무스>, <어드밴스>.

이 중 <어드밴스>가 바로 72Hz 출력 모드이다. 최근 블루레이, HD-DVD 디스크가 확대되면서 1080/24p 출력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영화는 원래 24프레임으로 24Hz이다. 그러나 우리가 보는 기존 NTSC, ATSC 포맷이 60Hz 였기 때문에 영화는 24Hz를 60Hz로 변환하기 위해 2-3 풀다운이 되는 텔레시네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 속에서 저더가 생긴다는 사실은 아마도 그 동안 많이 접하신 이야기일 것이다. 또 그래서 최근 저더가 없는 "트루 필름 레이트"(True Film Rate)가 최신 디스플레이 기술의 화두로 떠 오르고 있는 것도 다들 알고 계실 것이다. "트루 필름 레이트"는 24Hz의 배수(倍數)이어야 한다. 즉 24Hz, 48Hz, 72Hz, 96Hz, 120Hz... 등등이다. 블루레이와 HD-DVD는 원본 자체가 1080p/24Hz로 수록이 된다. 트루 필름 레이트를 지원하는 1080p 디스플레이 기기에 연결하면, 별도의 디인터레이싱이나 프로세싱, 스케일링이 필요 없이 원본 필름 영상을 저더 없이 깨끗하고 자연스럽게 볼 수 있다. 이 것이 프레임 레이트에서는 제일 행복한 시나리오이다.

문제는 디스플레이 기기가 트루 필름 레이트를 지원해야 하는 것인데 다행이 최근에 와서 그 수가 확대 되고 있다. 우선 LCD TV 들이 120Hz를 지원하고 있고, 48Hz를 지원하는 DLP 프로젝터(삼성, 마란츠), D-ILA 프로젝터(JVC), 120Hz를 지원하는 SXRD 프로젝터(소니) 등이 있다. LCD, 플라즈마, DLP 등은 각기 패널 특성에 맞는 최적 프레임레이트가 따로 있다. LCD TV는 120Hz의 고주파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데 아쉽게도 아직은 트루 레이트 성능이 많이 뒤떨어진다. 관련 프로세서들이 아직 미완(未完)인데다가 LCD의 반응속도가 느려 아직까지는 별로 큰 메리트를 주고 있지 않다. 반면 프로젝터들은 트루 필름 레이트의 구현을 통해 과거에 비해 현격히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영상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저더가 사라짐에 따라 동적 윤곽선이 또렷해지는 "가시적 해상도"의 증가 효과도 톡톡히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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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파이오니아 플라즈마는 이미 이전 768 화소 제품 때부터 72Hz를 지원해 왔었다. DVD에서 입력된 60Hz 영상을 디인터레이싱 해서 72Hz로 변환해주는 기능도 있었다. 그러나 원본이 60Hz임에도 프로세서 성능이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패널 해상도가 Full HD가 아니었기 때문에 HD 영화의 경우는 어차피 다운스케일링 을 한 영상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전 모델에서도 퓨어 시네마 모드가 피사체의 움직임을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만들었던 것을 사용자들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은 환경이 훨씬 더 좋아졌다. 블루레이, HD-DVD에서 HDMI 입력을 통해 1080/24p 원본 입력을 받아 필름 모드 <어드밴스>로 출력시키면 퍼펙트한 필름 트루 레이트 모드가 된다. 저더가 전혀 없고, 반응속도도 LCD 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에 윤곽선의 뭉개짐도 상대적으로 작은 자연스러운 그림이 나온다. 물론 빠른 움직임에서 꾸물대는 Motion Lag이 아주 없지는 않다. 아무래도 브라운관 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LCD TV와는 확실히 차별이 되는 무빙이다. 쿠로 5010의 72Hz 출력 능력은 블랙의 개선 효과만큼은 아니지만, 이 기기의 대표적인 강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외의 <필름 모드> 선택 메뉴인 <하지 않음>, <표준>, <스무스>는 모두 60Hz 출력 모드이다. 간단히 설명해보자. "하지 않음"은 일체의 프로세싱 작업을 하지 않되, interlaced 신호가 들어오면 progressive 신호로 바꾸는 역할은 한다. <어드밴스> 모드 다음으로 많이 쓰일 선택 메뉴로, 일반적인 방송 소스는 모두 "하지 않음"을 선택하면 된다. 대부분의 방송 소스는 2-3 풀다운도 하지 않고, 원본 자체도 60Hz이다. 단지 주사선이 대부분 1080i이다. 이런 소스는 받아서 그냥 i→p로 바꾸기만 하면 된다. 따라서 "하지 않음"을 선택하면 된다.
 
입력 소스가 1080p/60Hz일 때에는 <필름 모드> 선택이 활성화 되지 않는다. 그냥 들어온 그대로 내보낼 뿐이기 때문이다. 1080i/60Hz로 들어오게 되면 <하지 않음>을 선택할 경우, Bobbing으로 1080p로 바꾸는 셈이 된다. 그냥 편하게 이렇게 봐도 되지만, 좀 더 정확한 프로세싱을 원하면 다음의 <표준>모드를 선택하면 된다.

<표준> 모드는 480p, 720p, 1080p 등의 프로그레시브 60Hz 입력에서는 활성화 되지 않는다. 480i 입력을 받아 자체적으로 2-3 풀다운 프로세싱을 해서 60Hz로 내보낸다. 1080i/60Hz도 받아서 1080p/60Hz로 변환해준다. "HQV 테스트 디스크"를 통해 검증해보니 성능이 무난하다. 그러나 간혹 아티팩트도 나타나는 것이 썩 믿을만한 수준은 아니다. 이 모드는 1080/24p에서는 활성화 된다. 그러나 굳이 1080p/24Hz 소스에서는 이 모드를 사용할 이유가 없다.

파이오니아 쿠로 모델의 약점 중 하나가 바로 "Scaling" 성능이다. 어떤 칩을 사용했는지 모르겠는데 영 미덥지가 못하다. HD 컨텐츠의 영상과 열악한 케이블 방송 컨텐츠의 화질 차이를 100과 30 쯤이라고 가정하면, 쿠로가 내 보내주는 화질은 100과 10 수준이다. DVD 480p 소스도 가급적 DVD에서 1080p로 출력 시키는 것이 무난하다. 전체적으로 아날로그 방송 소스나 해상도가 떨어지는 컨텐츠는 경쟁 제품보다도 훨씬 더 "꽝"으로 나온다.

<스무스> 모드는 재주 있는 기능을 보여준다. 이 모드는 1080p/60Hz 입력을 제외한 모든 소스에 대해 적용이 된다. <스무스> 모드는 <표준> 모드가 단순히 2-3 풀다운만을 하는 것에 반해, 2-2 풀다운을 한 뒤 중간에 삽입되게 될 "저더 프레임" 대신 "동작 보간 프레임"을 하나씩 끼워 넣는 역할을 한다. 이를테면 120Hz LCD TV에 나오는 보간 모드와 같은 것이다. (※ '저더 프레임'은 공식 용어가 아니다. Judder를 발생 시키는 프레임이라는 뜻에서 그저 통칭적으로 사용될 뿐이다.)

다시 설명하면 이렇다. 원본 필름 프레임이 (1), (2), (3), (4)... 이렇게 네 개의 프레임이 있다고 하자. <어드밴스> 72Hz 모드라면 원본이 그대로 3배가 된다. (1) (1) (1) (2) (2) (2) (3) (3) (3)... 이런 식이 되는 것이다.  

<표준> 모드라면 (1) (1) (1) (2) (2) (3) (3) (3) (4) (4)... 처럼 된다. 2-3 풀다운이 되는 것이다. 이때 밑줄 친 프레임이 바로 "저더 프레임"이다. 원래 들어가지 말아야 프레임을 숫자를 맞추기 위해(24Hz→60Hz) 억지로 다섯 개 당 한개 씩 더 끼운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스무스> 모드는 (1) (1) (1.5) (2) (2) (3) (3) (3.5) (4) (4)... 처럼 되는 것이다. 이때의 밑줄 친 프레임은 "저더 프레임"이 아닌 "보간 프레임"이다. 이 프레임 또한 숫자를 맞추기 위해 억지로 더 끼운 것은 같은데 그 형태가 좀 다르다. 앞과 뒤의 정보, 즉 (1) (2)를 분석해 그 중간치인 (1.5)를 만들어 넣는다.

"저더 프레임"이 더 좋을까? "보간 프레임"이 더 좋을까? 물론 둘 다 안 좋다. 좋기는 "트루 필름 레이트"가 제일 좋다. 그러나 "트루 필름 레이트"가 가능하지 않을 때는? 결론부터 말하면 원칙적으로 "저더 프레임"이 더 낫다. "보간 프레임"은 "저더 프레임" 보다 더 매끄럽다. 위의 예에서 보듯이 프레임을 분석해서 (1) (2)중간인 (1.5)
를 추출해내기 때문에 언뜻 보면 꽤 자연스러워 보인다. 저더도 72Hz 어드밴스 모드와 비교해도 구별이 가지 않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작은 부분의 디테일한 표현만 보면, 72Hz 트루 레이트 때에 나타나는 윤곽이 끌리는 점이 <스무스> 모드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아주 매끄럽다. (그래서 이종식님은 '보간 모드'를 "미끄덩 모드"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프레임을 분석하고 보간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아주 작은 부분의 변화에는 민감하게 적응하지만 큰 스케일의 변화에는 당연히 분석과 반응이 느리고, 대응도 과감하게 할 수 없다. 자칫 잘 못 분석이 되면 그림 전체가 망가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간 프레임'은 대개 작고 디테일한 부분에서만 효과가 있고, 그림을 전체적으로 통괄해서 보면 역시 "트루 필름 레이트"보다 부자연스럽고 동작 시의 윤곽선 끌림도 어색 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감(遺憾), 보간 프레임
 
한 마디로 '보간 프레임'은 "잔머리 프레임"이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영상 정보를 잔머리를 굴려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시청자가 그 정보에 속아 영상이 자연스럽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기술인 셈이다. 물론 잔머리라도 100% 다 들어 맞으면 관계 없다. 하지만 그렇게 될 리가 없다.

말 나온 김에 이 "잔머리 프레임"의 문제점에 대해 좀 더 살펴 보자. 어차피 한번은 다뤄야 할 내용이다. 요즘 120Hz LCD TV들은 아예 이 "잔머리 프레임"을 엄청 좋은 기술인듯 제품 광고의 핵심 소구 포인트로 삼고 있다. 이게 먹혀 들면 곧 플라즈마와 프로젝터까지도 이 "잔머리 프레임" 경쟁에 열렬하게 될 지 모를 일이다. 최근 1~2년은 컬러 개멋 넓게 쓴 것 가지고 제조업체들과 갑론을박 씨름을 해 왔는데, 개멋이 표준에 알맞게 자리 잡히는가 싶더니 이제는 또 "보간 모드"라는 적(敵)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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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의 사진 세 장을 보자. 편의 상 위에서 부터 (A), (B), (C)라고 하자. 이 사진들은 실제 영상 프레임들이다. 이들을 예로 들어 보자. 만일 프레임이 (A)와 (C) 두 장만 있었다고 가정하자. "보간 프레임"이란 이때 프로세서가 앞 뒤 (A), (C)를 분석해서 그 중간에 해당되는 (B) 프레임을 만들어 집어 넣은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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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번 생각해보자.
 과연 옆 사진에서 (B) 프레임의 공의 위치가 (A)와 (C)의 정확히 중간인 것이 맞을까? '보간'을 했다면 계산 상 중간을 택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실제는 안 그럴 수 있다. 공이 가속이 붙어 (A)와 (C)의 50% 지점이 아니라 60% 지점에 가 있을 수도 있고 또는 스핀이 걸려 40% 지점에 가 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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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건 실제 영상을 볼 때 별로 문제가 안 된다. 실제로 이 공이 어느 정도의 속도로 굴러 갔는지 1/30초까지 일일이 따지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약간의 오차가 있더라도 이 상황에서의 공의 움직임에 대해 어색한지 자연스러운지를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우리는 갖고 있지 않다. 즉, 60% 지점에 있어야 할 것이 50% 지점으로 표시가 되더라도, "아마 그 공이 원래 50% 그 위치였나보지."하고 생각할 뿐 가타부타 할 판단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는 "보간 프레임"이 제법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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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경우는 어떨까? 축구 선수가 공을 차는 장면이다. 역시 편의 상 (가) (나) (다) 라고 부르자. 이 경우도 (가)와 (다) 프레임만 원본에 있다면 프로세서가 (나)를 계산해서 넣을 것이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자. 과연 선수의 발 위치가 어디에 있는 것이 맞는가? 세게 찰 것처럼 하다가 한 템포 멈칫하고 톡 찰 수도 있고, 또는 달려오던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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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내찰 수도 있다. 후자(後者)의 경우라면 계산하기가 쉽다. 그런데 전자(前者)의 경우라면? 이건 프로세서가 계산할 수 있는 범주가 아니다.
 
한 템포를 멈칫할지 반 템포를 멈칫할 지 이건 순전히 차는 선수 마음이다. 그리고 인간은 참 신기하게도 그 공 차는 선수의 아주 미묘한 템포나 움직임을 예리하게 잡아내는 "눈썰미"를 가지고 있다. 왜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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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우리는 사람이 공을 차는 여러 가지 형태의 모습을 태어나서 지금까지 엄청나게 많이 보아 왔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는 사람의 다리가 '휘둘러지는' 여러 가지 형태의 모습을 거의 매일 수 없이 봐왔기 때문에 조금만 어색해도 그 어색한 것을 금세 알아 차린다.

이 '뭔가 어색한 프레임'은 5/30초 간격으로 1/30초 동안 지속적으로 나타난다. 120Hz LCD TV의 "보간 프레임" 기능을 보시던 분들이, 처음에는 이음새가 부드럽고 좋다고 감탄하다가, 조금 뒤에 "어? 쟤 왜 저렇게 움직이지? 뭔가 좀 이상하지 않아? 꼭 마이클 잭슨 '빌리 진' 춤추는 것 같아!"하고 이상함을 느끼게 되는 이유가 바로 그 것이다. 이종식님의 표현 그대로 "미끄덩" 거린다.

보간 프로세싱은 다음 같은 경우에는 나름 효과가 꽤 있다.

(1) 움직임을 보간하는 대상이 사물이면 어색함이 덜 하다. (삼성의 광고 : 사람은 그냥 앉아 있고 회전목마가 움직인다. 게다가 회전목마의 회전속도가 불규칙 하겠는가?)

(2) 보간하는 움직임이 작은 범위에서 일어나면 어색함을 눈치 채기 어렵다. (LG의 광고 : 아일랜드 리버댄스의 탭댄스 동작. 몸은 별로 안 움직이고 발만, 그 것도 아주 작은 스케일로 움직인다.)

(3) 피사체의 움직임보다 카메라의 움직임(패닝, 틸팅, 줌잉) 반경이 더 크면 눈치 채지 못한다. (사람이 뛰는 모습을 카메라가 잡는데 카메라 움직임이 더 빨라, 사람의 뒷쪽에서 시작한 앵글이 어느 사이 앞쬭으로 옮겨 갔다. 앵글이 바뀌면 움직임을 관찰하는 각도가 계속 바뀐다. 바뀐 앵글에 사람의 눈이 적응하는 사이에 벌써 다음 움직임으로 넘어간다. 그 틈 속에서 어색함을 느낄 게재가 아니다.)

(4) 피사체가 무지하게 빨리 움직이면 모른다. 시청자는 피사체를 쫓아가기 빠르다. 움직임이 격렬하기 때문에 프레임 간에 정보 격차가 크다. 앞 프레임과 뒷 프레임에 대한 시각 정보가 크게 다를 때 우리는 "움직임이 많다"는 판단 인식을 하게 된다. 워낙 정보 격차가 크기 때문에 와중에 왜곡된 정보가 있어도 어느 정도 용납이 된다.

그러나 위의 경우가 아닌, 대부분의 영상에서 "보간 프레임"은 영상 정보를 왜곡 시키고 원본 소스에 해(害)를 입히는 역할을 하게 된다. 스피커 구입에 대한 조언을 부탁 받을 때 마다 필자가 늘 하는 말이 있다. "왜곡된 정보보다는 차라리 정보가 없는 것이 더 낫다." 여러분들은 어떠하신지. 잔머리는 가끔씩 필요할 때만 써야 보기 좋지, 너무 자주 쓰면 그 사람이 싫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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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eeing and Hearing like never before"... 파이오니아 쿠로가 내 세우는 캣치 프레이즈이다.

"저더 프레임"도 사실은 원본에는 없는 정보를 프레임 레이트를 맞추기 위해 억지로 끼워 넣은 것이다. 따라서 "저더 프레임"도 인공적이지 않을 뿐이지, "왜곡된 정보"이기는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저더 프레임"은 영상을 "덜 자연스럽게" 만들 뿐, "보간 프레임"처럼 대놓고 "부자연스럽게" 만들지는 않는다. 게다가 우리들은 수십년 간 60Hz 영상에 익숙해져 있어 웬만한 "저더 프레임"에는 그저 그런가 할 뿐 별로 저항감이 없다. 저더가 전혀 없는 "트루 필름 레이트"와 A/B 비교 테스트를 해 본 뒤에야, 자신이 '수십년 간 속아 살아 왔음'(?)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수십 년'이라는 표현... 과장 아니다. 세살 무렵 TV를 통해 미키 마우스와 도널드 덕을 보던 시절부터 이미 우리는 초당 6 프레임, 시간당 2만 프레임의 가짜 정보(저더 프레임)에 속아 살아 온 셈이다. ^^)

결론적으로 "저더 프레임", "보간 프레임" 다 옳지 않다. "트루 필름 레이트"가 정답이다. 그러나 차선책을 고르라고 하면 "저더 프레임"이 차라리 낫다. "미끄덩 모드"에 익숙해지는 것을 경계하시기 바란다. 눈에 익숙해지면 나중에는 '정상적인 움직임'까지도 다 답답하게 느껴질 지 모른다. 우리는 오디오 시스템에서 이미 그런 예를 너무도 많이 보아 왔다.

다시 원래의 쿠로 이야기로 돌아가자. 결론적으로 쿠로에서 추천되는 필름 모드는 <어드밴스> 모드이다. <어드밴스>는 동작만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다. 실제로 계조의 표현과 색감까지도 <표준>, <스무스>보다 월등 우수하다. 1080p/24Hz 소스에서는 100% <어드밴스>를 선택하면 된다. 다른 주사선에서 소스가 영화라면 가급적 <어드밴스>를 선택하면 된다.

한편 DVD 480i 일 때는 <표준>을 선택할 수도 있다. 또 1080i/60Hz로 된 영화 소스, 예를 들어 D-VHS 라던가, 방송사에서 내보내는 영화/드라마(24프레임 드라마)의 경우에도 <표준>을 선택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스무스> 모드를 선택할 수도 있다. 애니메이션이라면 어쩌면 <스무스>가 더 좋을 수도 있다. DVD를 480p로 입력 받게 되면 <표준> 모드는 활성화 되지 않는다. 그러나 <표준>, <스무스>는 모두 다 <어드밴스>보다 차순위(次順位)라는 점을 염두에 두시기 바란다. (최근에는 드라마도 24프레임으로 촬영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런데 제작사 문제인지 방송사 문제인지 이런 작품들 보면 실제 방송 시에 상당히 잦은 프레임 에러가 발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원본이 이러면 사실 디인터레이싱도 제대로 될 것 같지는 않다.)

영화 소스가 아닌 일반 방송 소스의 경우는 해상도에 관계 없이 모두 <필름 모드><하지 않음>으로 놓으면 된다. 1080p/60Hz 입력에서는 필름 모드는 모두 <하지 않음>이 된다. 설령 입력되는 소스가 DVD 플레이어에서 1080p로 업스케일링 된 경우라고 해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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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이오니아의 8세대 쿠로 5010HD 모델(좌측)과 7세대 구 모델인 507HX(우측)를 비교한 자료 사진(출처: 파이오니아). 제품 발표회 장소의 홍보 자료이니까 100% 사진을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 단, 사진에서도 나타나듯이 실제로 8세대 제품이 암부에서의 발광이 확실히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필자의 생각은 이렇다. 결국 발광(發光)의 요점은 이 것이다. (1) 암부에서 얼마나 밝은 부분의 lit가 명확하게 이루어지느냐, (2) 밝게 빛나는 주변의 lit 속에서 흑색이 얼마나 명확하게 대비되어 표현되느냐... 이 두 가지가 제대로 충족되려면 기본적으로 "딥 블랙" 표현 능력이 받쳐 주어야 한다. 여기에 블랙 쉐이딩, 암부의 계조력까지 살아 주면 금상첨화(錦上添花)이다. 위 사진에서도 새 모델이 발광 능력이 더 좋아졌음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다.

픽처 디테일, 노이즈 리덕션

아래 사진은 <픽처 디테일>의 선택 OSD이다. 여러가지가 많은데 사실 별로 깊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DRE 픽처>는 Dynamic Range Enhancement, <흑신장>은 Black Stretch 기능으로 두 가지 모두 작위적으로 피크 화이트와 피크 블랙 부근을 잡아 끌어 순간적으로 다이내믹레인지가 좋아지고 블랙이 좋아진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꼼수"이다. 사실은 계조만 뭉개버린다. 둘 다 그림처럼 <하지 않음>으로 놓으면 된다. ACL은 Automatic Contrast Limmiter의 약자로 자동적으로 영화에 맞춰 콘트라스트를 맞춰 준다고 하는데 뭔 소리인지 모르겠다. Auto Iris 같은 개념으로 보이는데 사실 플라즈마 패널에서 이런 게 효용성이 있는지도 잘 모르겠고. 이런 종류의 정체불명성 잡기능들은 일단 "하지 않음"이 제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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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칸의 <인핸서 모드>는 엣지 인핸스 정도를 선택하는 것인데 "픽처 디테일"에서 유일하게 신경 써야 할 메뉴이다. 결론적으로 디폴트 값인 "2"가 맞다. 그런데 사실 "2"도 엣지 인핸스가 좀 들어간 편이다. 그러나 최저 모드인 "3"으로 하면 undershoot이 되어 버려 그림이 아주 흐리멍텅해진다. "1"은 심하게 왜곡이 된다. 따라서 "2"가 적절하다.

<감마> 모드는 디폴트가 "2"인데 "1"과 사실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1"이 필름 감마인 것은 테스트 결과 짐작이 가는데 "2"는 잘 모르겠다. <컬러 디테일> 메뉴는 가장 언급할 내용이 많은 파트이다. 나중에 색온도 및 색좌표를 논할 때 다루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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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즈 리덕션>
파트에는 "3DNR", "필름 NR", "블록 NR", "모스키토 NR" 등의 온갖 종류의 NR(Noise Reduction) 들이 다 모여 있다. 그러나 모두 "하지 않음"을 선택하시기 바란다. 잘못 하면 그림이 멍청해지기 쉽다. 단 한 가지 아주 옛날 영화를 볼 때 노이즈가 유난히 신경이 쓰이면 "3DNR"만 켜시기 바란다. (영화가 끝나면 도로 꺼 놓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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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 보정> 또한 별로 필요한 기능이 아니다. 3D YC 선택은 Composite 영상에만 적용되는 것이고, IP 변환은 480/1080i가 들어갔을 때 어떻게 I/P 변환을 하느냐 하는 것인데 그냥 "중"으로 놓으면 된다. 사실 이런 것들은 군더더기 기능이다. 메뉴얼에는 I/P 변환을 "1"로 놓으면 "동화상"에 "3"으로 놓으면 "정지화상"에 알맞는다고 주장하지만 근거가 뭔지 알 수도 없고 솔직히 믿을 수도 없다. 또 실제 시청 상으로도 구분에 별 의미가 없다.

색 정확도

이제까지 쿠로 5010에 대해 칭찬을 많이 해 온 편이지만 색 정확도 부분에 가면 쿠로도 별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다. 기본적으로 발색이 좋기 떄문에 색감이 풍부하고 깊어 보인다. 아주 매력적인 컬러이다. 그러나 표현된 색상이 얼마나 정확한가를 따지면 "납득할 만한 수준"이기는 하나, "훌륭한 수준"은 결코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아래는 쿠로 5010의 CIE Chart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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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는 정확한 편이고 레드는 살짝 어긋났다. 과포화가 심한 것은 그린이다. 원래 그린은 색 영역이 넓어 사실 약간 Oversaturated 되어도 실제 영상에서 별로 어색하지 않다. 그러나 쿠로 5010의 경우 그린이 좀 많이 벗어난 편이다.(플라즈마는 대개 다 그렇다. 하긴 LCD도 예전에는 다 이랬다.) u'v' 차트(아래 그림) 상으로 보더라도 그린이 꽤 벗어났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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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정도면 필자는 쿠로가 상당히 성공한 편이라고 평가하겠다. 왜냐하면 5세대 모델까지만 해도 파이오니아 플라즈마 TV는 그린만 빠지는 것이 아니라 블루와 레드도 많이 과포화되어 있어 중간색들이 제각각 살짝 틀어져 있었다. 그냥 파이오니아만 보면 맞는 색상인지 아닌지 모르니까 그러려니 하는데, 표준 컬러와 비교하게 되면 많이 틀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7세대 패널부터 색좌표가 꽤 정확해졌다. 그리고 지금은 더 좋아진 편에 속한다. 특히 위 차트에서 보시듯이 세컨더리 컬러가 별로 많이 어긋나지 않은 편이다. 이렇게 되면 중간색 표현이 좋아진다. (※ 어떤 디스플레이가 색상이 틀어져 있어도, 오로지 그 기기만 늘상 보고 있으면 색상이 틀어진 것인지 원래 그 소스가 그렇게 생긴 것인지 알 도리가 없다. 그래서 누가 색상이 틀어진 사실을 적시해주더라도 '좋기만 하던데... 뭘?'하고 반문하게 된다. 비디오나 오디오나 다 마찬가지이다. 기준이 뚜렷하지 않으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것은 손바닥 뒤집기이다. 사실 이 것은 사용자의 몫이 아니다. 표준을 지키는 노력은 제조사들이 해 주어야 할 몫이다.)

사실 플라즈마 TV는 색좌표가 정확한 제품이 별로 없다. 경쟁제품인 파나소닉 비에라 50인치의 경우도 CIE 차트가 거의 쿠로 5010과 유사하다. 관련 그래프가 어디 있었는데 지금 찾을 수가 없다. 색좌표 값은 찾을 수가 있었다. 한 번 비교해보자. 이 참에 지금 사용하고 있는 삼성 칸느 50인치(91FHD)의 측정 값도 같이 비교해보자.

   BT.709 CIE(표준)           Kuro 5010         Viera Z700U        Canne FHD
      X      Y       X      Y       X      Y       X     Y
  Red   0.640    0.330      0.656    0.330      0.661    0.330      0.656    0.335
 Green   0.300    0.600      0.269    0.638      0.277    0.654      0.269    0.664
  Blue   0.150    0.060      0.149    0.063      0.153    0.069      0.150    0.060

표에서 보듯이 플라즈마 TV를 대표하는 세 제품 모두 709 좌표보다 큰 와이드 스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다. 모양이 비슷하다. 레드만 놓고 보면 X 값이 벗어난 정도가 비슷비슷 한데, 아주 약간 쿠로가 표준에 근접해 있다. 블루는 칸느가 아주 정확하고 쿠로도 오차 범위(±0.003) 안이므로 정확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비에라는 약간 얕은 편으로 나타난다. 그린은 세 제품 모두 오차가 크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쿠로가 그래도 가장 벗어난 범위가 작다. 이런 식으로 상대 비교를 해 보면 쿠로 5010의 색좌표 정확도에 대해 높은 점수를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절대적 기준으로 보면 결코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이 부분은 파이오니아가 향후 더 개선 시켜야 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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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 <프로 설정> 메뉴의 <컬러 디테일> 서브 메뉴에 들어가면 <색역>(색영역)을 정하는 옵션이 나온다. (좌측 그림) 메뉴얼에 보면 "1"은 '플라즈마에 최적인 범위라고 나온다. 다시 말해 와이드라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2"는 표준이라고 써 있다. 그런데 틀렸다. "1"은 와이드이고 "2"는 내로우(narrow)이다. 둘 다 표준이 아니다.

위에서 살펴 보았던 좌표와 그래프는 "1"로 설정하고 측정한 것이다. 이게 디폴트 값이다. "2"로 설정하고 측정하면 CIE 1931 차트가 아래와 같이 색 영역이 좁게 나온다. 얼핏 보면 "1"보다 더 정확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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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블루가 잘 맞아 보이고, 그린은 약간 모자르기는 하나 그래도 꽤 가까워 보인다. 세컨더리 컬러를 보면 색역 "1"이 더 정확해 보이지만, 프라이머리 컬러의 오차값만 보면 얼핏 이게 더 좋아보인다. 필자도 속았다. 이게 진짜 표준에 가까운 줄 알았다. 이 상태에서 컬러 매니지먼트(Color Management) 조정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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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 매니지먼트>(CMS)
기능 역시 프로 설정의 <컬러 디테일> 파트 안에 있다. RGB의 프라이머리 컬러와 YCM의 세컨더리 컬러의 값을 다 각각 맞출 수 있게 되어 있는데 모두 독립적으로 작동하게 되어 있다. 실제 조정을 해보면 값이 참 기가 막히게 잘 맞는다. 워낙 범위가 동 떨어진 그린은 정확히 맞출 수 없다. 그러나 다른 다섯 가지 컬러는 자기 값을 정확히 맞출 수 있다. 처음에는 감탄했다. 컬러매니지먼트 기능을 채택한 기기들이 더러 있지만 대부분 조정이 쉽지 않고, 경우의 수가 복잡해 잘 안 맞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완전히 속았다. 다 맞춘 컬러 좌표를 가지고 실제 영상을 돌려 보면 완전히 엉터리 색상의 그림이 나온다. 측정기를 써서 확인하고 말고 할 것도 없이 육안으로 보아도 말도 안 되는 컬러이다. 다시 CMS 모드에 들어가 값을 바꾸면서 바뀌는 모습을 유심히 살펴 보았다. '색 휘도'가 바뀐다. 같은 휘도 레벨에서 X, Y로만 값이 오가는 것이 아니라 휘도가 제 멋대로 낮아졌다 높아졌다 한다. 그러니까 명목 상으로 컬러 색좌표가 맞게 나오더라도, Tint 바를 움직인 것처럼 되어 전체적으로 컬러가 마치 물에 한번 빤 것처럼 이상하게 나오는 것이다. 쉽게 비유하자면 "손가락 수술은 잘 되었는데 대신 팔을 부러뜨린 셈"이랄까? 결론적으로 쿠로의 CMS 조정 기능은 명색만 있을 뿐 사실 상 무용지물(無用之物)이다. (※ 필자의 섣부른 짐작이므로 그냥 한 쪽 귀로 흘려 들으시기 바란다. 왜 실제로는 엉터리 결과물이 나오는 CMS 기능을, 아주 그럴 듯 하게 실제 색상이 정확히 맞는 것처럼 보이도록 만들어 넣었을까? 필자는 "엘리트" 모델과 ISF 전문가 모드에 그 답이 있는 것이 아닌가 추리한다. ISF 캘러브레이터까지 부른 하이엔드 유저에게, 값 비싼 측정기기 속 표시 그래프 수치가 정확히 들어맞는 것을 보여주어야 '엘리트' 모델이 뭔가 특별하게 보일테니까... 그러니까 일종의 마케팅성 메뉴?... 그냥 해 본 말이다.)

색온도 - 레벨 유니포미티

쿠로의 색온도 및 계조별 유니포미티 성능은 한 마디로 "예술 수준"이다. 대단히 우수하다. 사실 플라즈마는 패널의 특성 상 그 어떤 형태의 디스플레이 기기보다도 계조별 색온도의 균일성이 중요하다. 화면을 구성하는 그림의 종류에 따라 같은 IRE라고 해도 밝기가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계조별 색온도가 일정하지 않을 경우 전체적으로 그림이 일정한 색온도를 유지하지 못하고 수시로 높은 색온도와 낮은 색온도를 오가는 불안정한 그림이 된다. 그래서 플라즈마 TV는 레벨 유니포미티가 굉장히 중요하다.

아래는 쿠로의 색온도 레벨이다. 중앙이 6500K인데 20~100 IRE 내에서 거의 변화가 없이 일정하게 6500K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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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RGB 레벨 차트이다. 역시 마찬가지로 R,G,B 모두가 어떤 계조이든 상관 없이 삐죽 벗어나 있는 지점이 전혀 없다. 아주 나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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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쿠로 5010의 계조별 색온도 데이터이다. 쿠로는 캘러브레이션 이전, 디폴트 상태에서도 이미 우수한 상태였다. ∂ E(deviation)가 각 계조별로 1~2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다. (※ ∂ E도 기본적으로는 6500K 근접도와 관련이 된다. 그러나 6500K라고 하더라도 블루와 레드가 모두 틀린 값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에 사실 "색온도가 6500K에 얼마나 근접한가?" 보다는 "∂ E 수치가 얼마나 작은가?"가 훨씬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 E 값이 캘러브레이션 이전에 5 이하로 나오면 디폴트 값이 꽤 잘 세팅된 제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쿠로는 이를 훨씬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조정 전       조정 후
     계조    색온도  ∂ E    색온도  ∂ E
    20 IRE     6455 1        6590 2   
    30 IRE     6388 2        6533 1   
    40 IRE     6507 2        6634 2   
    50 IRE     6450 1        6565 1   
    60 IRE     6398 2        6543 1   
    70 IRE     6484 1        6587 1   
    80 IRE     6433 2        6519 0   
    90 IRE     6427 2        6482 1   
  100 IRE     6394 2        6532 0   

아래 사진 좌측은 색온도 설정 메뉴인데 맨 아래 수동을 선택하고 엔터를 3초 이상 누르면 아래 사진 우측과 같은 RGB Gain, Bias를 조정하는 메뉴에 진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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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동 설정으로 들어가면 디폴트 상태(각 수치가 중간 값인 상태)가 이미 제일 낮은 색온도 저(低) 모드이다. 위에서 보듯이 디폴트 값이 정확한 편이라 값을 많이 움직이지 않았다. 사실 조정이라고 할 것도 없다. 모든 값을 그대로 두고 R Gain 만 "+1" 한 상태에서 끝냈다. 그리고 측정한 색온도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 E 값이 거의 전 영역에서 0~2 범위 안에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 칸느의 경우 레벨 유니포미티가 평탄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단점으로 지적 되었었다. 파나소닉 비에라도 중간 계조 값이 너무 높아(삼성 칸느와 반대의 경우이다.) 평론가들에게 늘 지적을 받고 있다. 쿠로 5010은 이 부분에서는 경쟁 제품들을 완전히 압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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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형 "파이오니아 쿠로"에 없고 "엘리트 쿠로"에 있는 가장 큰 차이점은 다음의 세 가지 화질 조정 기능이라고 말씀 드린 바 있다. (1) 색온도 RGB Gain/Bias  조정 기능 (2) CMS 컬러 매니지먼트 조정 기능 (3) ISFccc 캘러브레이션 전문 조정 기능. 이 세 가지이다. 결론적으로 일반 쿠로 모델을 놔두고 값 비싼 "엘리트" 모델을 구입할 필요는 전혀 없다. 그 이유는 이렇다.

우선 (1) 색온도 조정 기능. 앞서 살펴 보았듯이 쿠로는 기본 디폴트 값 자체가 매우 정확하다. 따라서 엘리트 모델의 게인/바이어스 조정 기능에 들어 가봐야 고작 R 게인 한 단계 높여서 몇십 K 정도 조정 하는 정도가 전부다. 가격차이가 도대체 얼마인데... 전혀 그만한 가치가 없다.

둘째, (2) CMS 컬러 매니지먼트 조정 기능. 역시 앞에서 살펴 보았듯이 이 기능을 사용해도 '속임수'일 뿐, 실제로 컬러가 정확해지지 않는다. 즉 (1)의 경우 조정할 필요가 없어, 없어도 되고, (2)는 조정해 봤자 효과가 없어, 없어도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3) ISFccc(ISF Certified Calibration Configuration) 는 어차피 한국에서는 큰 소용이 없다. (그러고보니 국내에도 ISF 캘러브레이터가 있기는 하다.) 그런데 ISF 전문 모드에 진입하더라도 주요 차이점은 "컬러 포인트 조정 기능"과 "10 포인트 색온도 조정 기능"인데, 전자는 역시 위의 (2)의 이유로, 후자는 (1)의 이유로 역시 필요가 없다.

따라서 "엘리트" 모델은 전혀 구입 가치가 없다. 일본형 모델도 마찬가지이다. 미국형 "파이오니아 쿠로" 모델보다 조정 기능에서는 나은 점이 하나도 없다. 그래도 일본형은 튜너, i-Link, 좌/우측 스피커 등의 차이점은 있다. 결국 미국형 "파이오니아 쿠로" 시리즈가 베스트 바이라고 판단이 된다.

계조별 유니포미티도 좋지만 쿠로는 화이트 필드를 전체에 띄우거나 블랙 필드를 전체에 띄워 균일성을 살펴보는 필드 유니포미티 성능도 꽤 우수하다. 전체적으로 영상이 매우 깨끗하고 투명하다. 플랫 패널 제품 중에서는 샤프 LCD TV가 투명성에서 단연 앞서는 편인데 쿠로 5010도 호형호제(呼兄呼弟) 할 만하다. 같이 나란히 놓고 비교한 것은 아니지만 기억을 더듬어 짐작해 보면, 투명도는 샤프가 약간 더 앞서고, 영상의 깊이와 부드러움은 쿠로가 더 앞서지 않나 생각된다.

암부 계조력이 꽤 우수하다. 암부의 계조가 살아야 블랙의 깊이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딥 블랙 패턴을 아주 가까이서 보면 디더링 노이즈가 약간 보이는 정도이다. 이 정도면 양반이다. 파나소닉 비에라는 블랙이 꽤 좋았지만 필드 유니포미티가 안 좋았다. 전체적으로 블랙 필드의 군데군데가 멍이 든 것처럼 균등하게 나타나지 않았었다. 이 점에서는 쿠로가 압도적으로 좋은 성과를 보여준다.

감마, 루미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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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마는 옵션을 "1"로 설정했을 때 필름 감마에 정확하게 들어 맞는다.
40~100 IRE를 기준을 할 때 오차 궤도가 0.01~0.03% 이내 수준으로 정확하게 들어 맞는다. 그런데 옵션을 "2"로 해도 감마 값이 조금 낮아지기는 하나(중간 계조가 조금 더 밝아지나) 그다지 큰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쿠로의 감마 모드는 기본적으로 필름 모드에 맞추어 캘러브레이션이 된 것으로 보여진다.

픽셀 매칭과 해상도

1920x1080을 지원하는 Full HD 모델이므로 당연히 해상도야 우수하다. 그러나 흠이 보인다. 37.5MHz 쯤 되는 대단히 정세한 디테일 표현에 들어가면 픽셀이 서로 뭉개진다. 가장 큰 단점이다. 물론 30MHz 이하만 되어도 전혀 구별이 안 갈 만큼 해상도가 잘 표현된다. 스피커 시스템으로 따지자면 대부분의 악기 음역대인 10KHz 까지는 우수하나, 10~20KHz의 자주 쓰이지 않는 대역대가 롤 오프되는 셈이라고 비유할 수 있겠다. 그러나 쿠로 쯤 되는 기종이라면 이는 옹색한 변명이 되고 만다. 당연히 고대역까지도 깨끗하게 풀어 줄 수 있을 만큼 정세한 픽셀 매칭이 이루어져야 했다. 고대역 해상도에서는 삼성 칸느가 미세하지만 좀 더 이점이 있다. 단, 쿠로보다 투명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짐짓 정세함이 잘 안 보이는 측면은 있다. 그러나 삼성 칸느는 근본적으로 픽셀 매칭이 안 된다. 오비트 기능 때문에 강제 오버스캔이 된 화면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쿠로가 고대역 해상도를 높이려면 픽셀 크기를 조정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보여진다. 쿠로가 안고 있는 가장 큰 과제이다. 비록 일반적인 Full HD 영상 99%에서 정세하고 해상도가 높은 우수한 영상을 보여주고 있지만 단 1%의 아쉬움도 허용하지 않는 높은 완성도의 하이엔드 제품을 만들겠다면 조금 더 고민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소비 전력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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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져 있듯이 플라즈마 TV는 소비전력이 꽤 높다. 플라즈마 TV 구입을 망설이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이기도 하다. 물론 세상에 알려져 있듯이 일방적으로 플라즈마 TV의 소비전력이 높은 것은 아니다. 평균적으로 따졌을 때 브라운관 TV의 소비전력을 100이라고 하면 LCD TV가 130 정도, 플라즈마 TV가 160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플라즈마 TV는 자체 발광 식이기 때문에 화면의 종류에 따라 전력 소모량이 차이가 많이 난다. LCD TV는 고정적인 광원을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영상의 종류에 따른 전력 소모량 변화가 거의 없지만, 플라즈마 TV는 밝은 장면이 많은 영상과 어두운 장면이 많은 영상에서의 전력 소모량이 큰 차이를 보인다. 전력 소모량이 가장 큰 피크 화이트 상태에서의 전력 소모는 플라즈마 TV가 크다. 그러나 "다크 시티" 처럼 어두운 씬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영화를 본다고 하면, 모르긴 몰라도 플라즈마 TV의 전체 전력 소모량이 LCD TV보다 더 적지 않을까 싶다.

플라즈마 TV가 전기를 많이 먹는다는 것은, 열이 많이 나던 초창기 제품 시절의 이미지가 그대로 굳어졌기 때문이다. 또 스펙에 나타나는 최대 소모 전력량 수치 때문에 그런 편견을 갖게 된 것이다. 플라즈마 TV가 전기 소모량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소모 전기량은 LCD TV와 별 차이가 없다.

쿠로 5010의 최대 소비 전력은 441W이다. 실제 상시 소비전력은 300KW 대이겠지만 그래도 적지 않은 소모량이다. 쿠로는 세 가지의 전력 모드를 제공한다. <오프>, <모드 1>, <모드 2>. <오프>가 표준이다. <모드 1>, <모드 2>를 선택하면 소모 전기량이 적어진다. 그런데 조심해야 한다. 전력 모드가 바뀌면 영상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블랙 레벨의 경우는 세 모드 모두 차이가 없다. 그러나 화이트는 달라진다. Full Field White의 경우 "오프" 모드에서는 54.7 cd가 나왔지만, <모드 1><모드 2>에서는 44.5 cd가 측정된다. ON/OFF 고정 명암비를 계산해보면 <오프> 모드에서는 9117:1이 나오지만 <모드 1>과 <모드 2>에서는 7417:1이 나온다. 10~20% 정도 밝기가 줄어드는 셈인데, <모드 1> <모드 2>는 밝기가 별 차이가 없다. 두 모드는 전력을 소비량 보다는 어떤 방식 상의 차이가 있는 것 아닌가 싶다. 자세한 설명이 없어 알 도리가 없다. 또 절약되는 양이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겠다.

색좌표는 전력 모드에 따라 바뀌지 않는다. 색온도도 일단은 비슷하다. 그러나 비슷하기는 하지만 동일하지는 않다. <오프> 값에서 측정한 자료와 <모드 2>에서 측정한 자료 모두 기본 6500K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 그러나 전 계조에 걸쳐 분명히 다른 값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니까 전력모드가 색온도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어느 쪽이 더 정확한가는 따질 수 없다. 이게 아주 알쏭달쏭한 일인데, 한 마디로 "자기 맘대로"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필자는 쿠로 모델 세 제품을 각기 테스트 했었는데 각각 마다 경우가 다 달랐다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오프><모드 2>보다 색온도가 더 정확하고 다른 경우는 그 반대이다. 어떤 경우는 <모드 2>가 더 노이즈가 적은 깨끗한 그림을 보여주는가 하면, 어떤 경우는 <모드 2>에서 지글지글 거리거나 "전원 노이즈"가 발생한다. 아래 사진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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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모드 2>에서 수평 라인 패턴 사진이고, 아래 사진은 <오프> 모드에서의 같은 사진이다. 필자는 스크린 샷 찍는 작업에 아마추어이다. 선의 굵기가 다른 것은 촬영 상의 에러로 간주해 주시기 바란다. 포인트는 라인 사이 사이에 있는 전기 노이즈이다. 아래 <오프> 모드에서는 꺠끗한데, <모드 2>에서는 사진에서 보듯 수평선 밴드의 좌상단을 비롯 군데군데에 하얗게 점이 찍힌 것 같은 노이즈가 보인다. 실제로 육안으로도 쉽게 구별이 되는 노이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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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드 2>
를 선택하면 고대역에서는 때로 컬러 크로스 노이즈가 발생해 붉으스름하거나 푸르스름한 띠가 나타나기도 한다. 절전 모드라고 해서 덜컥 <모드 2>를 선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굳이 절전을 하려면 <모드 1>이 나아 보인다. 그런데 안 그런 경우도 있다. 어떤 제품에서는 <모드 2>보다 <오프>가 더 많은 노이즈를 보이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게 제품에 따른 편차가 아니라, 제품이 놓여있는 장소의 전기 상황에 따른 차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이런 결론이 되는 것이다. (1) 기본적으로는 <오프> 모드를 권장한다. (2) 절전 모드를 쓰려면 <모드 1>이 낫다 (3) 그러나 장소에 따라, 또는 제품에 따라 <모드 2>가 가장 나은 경우도 있다.

따라서 제품을 들여 놓게 되면 우선 각 전기 모드 별로 자신의 환경에서는 어떤 모드가 노이즈가 가장 적은 지 꼼꼼히 살펴보고 주 사용 모드를 설정하는 것이 우선이다. 더불어 쿠로가 전기에 상당히 민감한 기기라는 이야기도 되므로, 가급적 "고급 성능"을 가진 파워 컨디셔너를 붙이는 방법을 신중히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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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이오니아 쿠로 PDP-6010HD 60인치 제품과 파이오니아 홈 엔터테인먼트 비지니스 그룹의 본부장인 야스다 신지 상무 (자료 출처 : 파이오니아 재팬)

오비트(Orbit) 기능과 번인(Burn-In) 문제

쿠로는 플래그쉽 모델답게 필자가 바라던 다양한 오비트 기능을 갖추고 있었다. 궤도(軌道)라는 의미의 오비트 기능은 플라즈마 TV에는 필수적으로 있어야 할 기능이다. 플라즈마 TV가 번인에 약한 것은 모두 다 아실 것이다. 변화가 없는 고정된 영상을 화면에 장시간 띄울 경우, 장면이 바뀌어도 화면에 그 자국이 남는 것을 번인이라고 한다. 플라즈마는 번인에 매우 약하다. 브라운관 보다도 더 하다.

번인을 유도하는 대표적인 소스는 케이블 게임 채널이다. 화면의 대부분이 고정된 상태이고 움직이고 있는 영역이 극히 드물다. 쇼핑 채널의 경우는 좌측과 하단의 L 자(字) 모양의 상품 소개 창이 하루 종일 떠 있다. 만일 어느 가정이 쿠로 5010을 구입해서 그 다음날 부터 하루 종일 쇼핑 채널을 틀어 놓는다면, 아마도 1주일 뒤에는 TV를 꺼도 즐겨 보는 쇼핑 채널의 이름이 화면 위에 희미하게 찍혀 있는 것을 금세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정도이다.

쿠로 5010의 경우, 삼성 칸느 50인치에 비해 이미지 리텐션이 훨씬 심했다. 화면에 자국이 남는다고 해서 모두가 번인이 된 것은 아니다. 잠시 화면에 남지만 곧 사라지는, 일시적인 번인을 Image Retention이라고 한다. 쿠로 기종은 이미지 리텐션이 꽤 심한 편이다. 화면 조정을 위해 블랙 바를 5분 정도만 띄워 놓아도 그 블랙바 모습이 화면에 자국으로 남는다. 물론 이미지 리텐션 자국이기 때문에 1분만 다른 영상을 돌리면 금세 없어진다. 플라즈마를 처음 쓰시는 사용자 중에는 이미지 리텐션 자국을 번인으로 생각하고 당황하시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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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마음에 걸리면 좌측에 보이는 "전용 제거 패턴"을 돌리면 된다. 쿠로 OSD 메뉴의 <여러가지 기능> 항목에 가면 이 패턴을 선택하는 메뉴가 있다. 선택을 하면 좌측에 보이는 흰색 바가 좌측에서 우측으로 일정한 속도로 반복해서 지나간다. 이 패턴을 멈추려면 TV의 전원을 꺼야만 한다. 어지간한 이미지 리텐션도 이 패턴을 20~30분만 돌리면 말끔히 해결이 된다.

그러나 지나치게 장시간 리텐션이 계속되면 복구가 불가능한 번인이 되고 만다. 동일한 영상을 7~8시간 이상 틀어 놓았을 때 그렇게 되기 쉽다. 번인이 되면 아주 골치가 아프다. 플라즈마 패널은 공장에서 출하되어 처음 200시간 정도가 중요하다. 이때 가급적 밝지 않게 봐야 하고 앞서 언급한 쇼핑 채널 같은 것을 삼가해야 한다. 바둑 채널, 게임 채널도 마찬가지이다. 플레이스테이션 3 같은 게임기를 한다던가, PC 화면을 띄우는 것도 금물이다. 스포츠 경기의 경우 한쪽 구석에 몇 시간 동안 스코어 박스가 계속 존재하는 경우를 생각해야 한다. 게다가 국내 방송사들은 화면 한쪽에 방송사 로고, 다른 쪽에 프로그램 명칭을 습관처럼 넣는데, 플라즈마나 CRT를 배려하지 않고 아주 진하게 넣는 경우도 많다.

4:3 화면이나 2.35:1 화면을 띄울 경우 좌/우측 또는 위/아래에 나타나는 블랙바도 번인의 재료가 된다. 블랙바를 회색으로 하면 번인이 거의 안 생긴다. 그러나 블랙은 영향을 준다. 기본적으로 게임 화면이나 PC 화면 같이 움직임이 거의 없는 영상은 구입 초창기에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다이나믹 모드도 자제해야 한다.

그러나 방송사 로고 정도는 오비트 기능을 쓰면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비트 기능을 쓰면 화면이 계속 수초 간격으로 몇 픽셀씩 꾸준히 상하좌우로 움직인다. 처음에는 좌측으로 다음에는 아래로, 그 다음에는 우측으로, 그 다음에는 위로... 이런 식으로 꾸준히 움직이기 때문에 화소가 한 곳에 고정되지 않게 된다. (그러나 쇼핑채널처럼 워낙 큰 덩치의 박스가 화면을 가리고 있을 때에는 오비트 기능이 잘 안 먹힌다.) 화면이 지속적으로 움직이지만 시청자는 화면이 움직이는 것을 잘 모른다. 전체 수백만 화소 중 극히 일부의 몇 픽셀 정도만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눈을 부릅뜨고 한 곳을 노려보기 전에는 움직였는지 말았는지 못 느낀다.

그런데 오비트 기능에는 근본적인 문제점이 하나 있다. 예전에 삼성 칸느에 대해 이 부분이 언급 되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바로 "오버스캔" 문제이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Full HD는 가로 픽셀 수가 1920개이다. 편의 상 1번, 2번, 3번... 1920번 픽셀이라고 이름을 붙이자. 오비트 기능이 작동되어 화면이 우측으로 4 픽셀 가량 이동했다고 가정하자. 1번 픽셀이 5번 픽셀 자리로 이동했다. 2번→6번, 3번→7번, 4번→8번 자리로 움직였고 1916번 픽셀은 1920번 자리로 이동했다. 그럼 1917번~1920번 픽셀은 어디로 갔을까? 화면에서 사라진다. (베젤 속으로 숨는 셈이다.) 사라지는 건 차라리 문제가 안 된다. 화면에 보이는 해상도가 1920개가 아니라, 1916개가 되는 셈이지만 대세에 지장은 없다. 문제가 되는 것은 5번~8번 자리로 이동한 1번~4번 픽셀이 있었던 옛 자리에는 도대체 무엇이 대신 가서 자리를 차지 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설마 0번, -1번, -2번 픽셀이 있을리야 없다.

원칙적으로 이 자리는 그냥 "비워두면" 된다. 원래 그 자리에는 보여서는 안 될 블랭킹 정보가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그 자리는 검게 매스킹을 해서 보이지 않게 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전혀 화면이 왜곡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오비트가 이루어진다. 이 오비트 기능이 바로 <모드 2>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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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드 2> 와 같은 Dot by Dot 에서 작동되는 오비트 기능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다. 반면 <모드 1>은 "오버 스캔"을 요구하는 왜곡된 방식이다. 앞서 설명한 것을 계속 예로 들자. <모드 1>은 1번~4번의 옛자리가 블랙으로 마스킹 되는 것을 용납할 수가 없을 때 사용된다. 비싼 돈 주고 TV를 샀는데, 한참 있다가 보니까 한쪽 귀퉁이가 검게 마스킹이 되어 화면이 가려지더라...  그러더니 잠시 후에는 가려진 부분은 펼쳐지고 반대편이 또 가려지더라... 이거 고장난 TV 아니야? 당장 수화기를 집어 드는 소비자가 있을 수 있다. 당연히 제조사측에서는 이러한 컴플레인에 대비해야 한다. 그래서 만든 오비트 기능이 <모드 1>과 같은 것이다.

즉, 화면 한쪽 구석을 마스킹 하지 않고 전체를 다 쓰는 것이다. 그런데 1번~4번의 옛자리에 올 픽셀이 없다. 0번이나 -1번 픽셀이 존재할 리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드 1>에서는 처음부터 소스의 영상 정보 1920x1080를 다 쓰지 않는다. 그 중 1912x1072 정도만 도려낸다. 그리고 이를 1920x1080 화면에 맞게 "오버스캔"을 한다. 즉 처음 스타트를 1번~1920번 픽셀을 가지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5번~1916번 가지고 시작 한다. 단지 이게 좌우로 늘어나(오버스캔) 화면을 가득 채워 1~1920번을 다 쓰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이렇게 되면 오비트가 되더라도 5번~8번이 시작번호였기 때문에, 이 5번~8번이 9번~12번 자리로 옮겨 간 뒤에 이 놈들이 있던 옛자리에 그 동안 베젤 뒤에 짱 박고 숨어 있던 1번~4번 픽셀이 냉큼 튀어나와 자리 잡을 수가 있다. 이렇게 하면 소비자들의 전화는 안 받겠지만 이 <모드 1>은 분명하게 왜곡된 영상을 만든다. 화면을 전체 다 Dot by Dot 로 쓰지 못하고, 일정 부분만 떼어 오버스캔을 한 것이기 때문이다. 오버스캔은 1%를 하던 5%를 하던 한 것과 안 한것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 왜곡된 영상인 것이다. (※ 오비트로 인해 움직이는 픽셀의 규모는 모델마다 다 다르다. 위의 1912x1072는 단지 예(例)일 뿐이다.)

따라서 <모드 1>은 Dot by Dot 화면에서는 작동이 안 된다. 일반적인 줌, 와이드 등의 오버스캔 된 영상에서만 작동이 된다. 반면 <모드 2>는 Dot by Dot 에서도 작동이 된다. (단, <모드 2>를 선택했으면 베젤 옆에 블랙 마스킹이 생겼다고 수화기를 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 ^^) 가장 이상적인 오비트 모드라고 할 수 있는데 지난 번 테스트 한 삼성 칸느에는 오로지 <모드 1>에 해당되는 기능만 있었다. 그렇게 되면 완벽한 Full HDTV가 아니게 된다. 오버스캔을 시도한 2% 부족한 Full HDTV가 되어 버린다.

파이오니아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모드 2> 기능을 넣은 것이다. 아래 사진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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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은 <모드 2>를 선택한 뒤 1분이 지난 뒤의 화면 좌하단 모습이고, 우측 사진은 그 뒤 30초 후 모습이다. 구석에 가려져 있던 정보가 나타난 것이 보인다. 약 30초가 지나면 더 움직여 맨 끝 코너 사각형이 있던 자리가 블랙 마스킹이 될 것이다. 하지만 <모드 2>는 유용한 기능이기는 하나 사실 권장할 기능은 아니다. 굳이 오비트 기능을 써야 한다면 "모드 2"가 좋다. 화면은 Dot by Dot로 보는 것이 옳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좋은 것은, 오비트 기능을 아예 안 쓰는 것이 제일 좋다. 오비트 기능을 쓰게 되면 화면이 수시로 움직인다. 움직이는 것을 사람은 못 느낀다. 그러나 화면 속 고해상도 영역은 스스로 알아 차린다. 무슨 말인가 하면 이렇다. 화면이 움직일 때 플라즈마는 구조 상 RGB 셀이 동시에 움직이지 못한다. RGB 셀이 나란히 이어져 있어 먼저 R이 움직이고 G가 뒤따르고... 하는 식이다. 그렇다보니 아주 정세한 고대역 부분에서는 이 셀이 움직이면서 끌리는 것이 색상으로 드러나게 된다. 즉, 울긋불긋한 컬러들이 라인 사이에 끼게 되는 것이다. 이 또한 왜곡이다.

따라서 원칙적으로는 오비트 기능을 안 쓰는 것이 가장 좋다. 할 수 있다면 말이다. 2.35:1 영화 화면의 경우, 위 아래 블랙바를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1~2편 정도 연이어서 보는 것은 문제 없다. 혹시나 영화 세 편 쯤을 연거푸 보실 계획이라면 두 편 보신 뒤에 잠시 10~20분 쉬는 시간에 전용 패턴을 돌려 주면 된다. (어차피 블랙바 쯤 되는 크기는 오비트 기능으로 커버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 쿠로는 입력을 바꾼다던지 소스가 바뀌면 여차직 자동으로 다른 '화면 사이즈'가 된다. Dot by Dot 이 아닌 Zoom, Full... 등으로 말이다. Dot by Dot 만이 1920x1080 Full HD를 지원한다. 지금의 화면이 이 사이즈 모드인지 아닌지 꼭 확인할 필요가 있다. Dot by Dot 화면모드는 리모콘 버튼을 통해서만 진입할 수 있다.)

시야각

번인 문제가 플라즈마 TV의 고질적 문제점이라고 한다면, 시야각의 이점은 플라즈마 TV의 타고난 장점이다. 특히 쿠로는 더욱 그렇다. 매우 넓은 시야각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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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에서 약 10˚쯤 빠져서 찍은 스크린 샷이다. 정면과 밝기 및 색상에서 전혀 차이가 없다. 아래 사진을 보자. 거의 180˚ 가까운 약 160˚ 가량 빠져서 찍은 사진이다. 놀라울 정도로 시야각이 넓게 확보가 된다. 밝기나 색상의 변화가 별로 없어 전혀 시청에 지장을 받지 않는다. 삼성 칸느도 시야각이 좋은 편이지만 쿠로는 훨씬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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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

일본형 쿠로 5010과 미국형 파이오니아 쿠로 5010은 스피커 위치가 다르다. 미국형은 한 개의 피스를 화면 아래에 다는 형태이지만 일본형은 좌우에 두 개의 피스를 착탈하는 형태이다. 구성이 다르니까 스펙도 다를 것 같은데 이는 자세히는 잘 모르겠다. 일본형 스피커의 경우 스펙이 자못 정성스럽다. 17W 앰프가 내장된 2웨이 시스템으로 우퍼와 1인치 돔 타입 트위터가 내장되어 있다. 화면 사이즈가 50인치쯤 되면 시청 공간의 넓이도 어느 정도 되게 마련이다. TV 스피커의 역할이 점점 커지는 편이다. 전에 삼성 칸느의 스피커 성능이 기대 이상이어서 꽤 좋은 인상을 받았는데 쿠로 역시 그랬다. 그러나 시청 환경 상 큰 음량으로 소리를 키워 놓고 테스트 할 기회는 갖지 못해, 성능에 대해 자세히 언급하지 못함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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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피커에 사용된 저왜율 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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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퍼와 돔 트위터 유닛


결  론

파이오니아 쿠로는 필자가 이제까지 만나 보았던 컨슈머용 플랫 패널 제품 중에서, 화질면에서 가장 앞선 제품이다. 개인적으로 참 반가운 경험이었다. 플라즈마 TV의 장점이 십분 발휘된 전형적인 제품이라고나 할까? 양적 팽창은 놀라우나 질적 팽창에서는 답답한 수준이었던 직시형 TV 시장에, 특히 방향성을 잃은 듯 어정쩡한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플라즈마 TV 시장에 신선한 활력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파이오니아를 향해 말하자면, 블랙과 발광은 이제 해결이 되었다. 트루 필름 레이트 모드도 훌륭하다. 이제 픽셀이 조금 더 정세해지고, 그린의 색 재현범위를 좁혀 색 정확도를 높이는 과제만 남은 것 같다. 바라는 바는 쿠로 시리즈를 계기로 각 업체들이 플라즈마 TV 본연의 장점을 잘 살려, 좀 열렬한 경쟁 구도를 펼쳐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아직도 플라즈마 TV는 가능성이 가장 큰 포맷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 원 태)


Review Equipment

● Color Spectro Radiometer : Photo Research PR-650
● Luminance Measuring Meter : Minolta LS-100
● Test Pattern Generator : AccuPel HDG-3000
● Analysis Program : Datacolor Colorfacts Professional 6.0
● Source Component : Playstation 3, Samsung P1400, Toshiba XA2, LG 3430 Tuner
Posted by hifinet
2008. 1. 2. 22:36

posted by 최 원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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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즈마와 LCD 진부한 대결
 

플라즈마 TV 문제는 이거다. 자꾸 LCD TV 뒤쫓으려고 하는가 말이다. 플라즈마 관련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필자가 늘 하는 말이다. 플라즈마 TV LCD TV 비교할 결코 열등한 존재가 아니다. 일장일단(一長一短) 있지만 종합적으로 따져보면 아직은 플라즈마 TV에 점수를 더 줄 만하다. 그런데 플라즈마 TV LCD TV보다 밝기 정지 영상의 포커싱에서 뒤진다. 가지 요소는 화면을 순간적으로 ~”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밝은 조명 하의 매장에 쭈욱 나열된 TV를 볼 때 사람들은 대개 LCD TV 부터 시선이 흘러간다. 하지만 눈에 띄는 옷이 세련된 옷이라는 보장은 없다. 화면의 밝기나 정지 영상에서의 포커싱은 그림을 만들어 주는 극히 일부 요소일 뿐이다. 오히려 지나친 밝기는 좋은 영상을 만드는 것에 방해가 된다는 점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물론 LCD TV 계속 진화하고 있다. 색상의 정확도도 높아졌고 계조 표현력도 좋아졌다. 최근에는-아직 미완(未完)이기는 하지만-LED 광원의 채택으로 인해 고질적 단점인 블랙 문제도 엄청난 진보를 이루었다. 더불어 요즘 한창 소구 포인트로 광고하고 있는 120Hz frame rate- 역시 결과적으로는 아직은 소문난 잔치에 먹을 없는 머물러 있지만- 구현도 LCD TV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꾸준환 노력의 일환이라 것이다.

 

하지만 플라즈마 TV 여전히 LCD TV 흉내내기 힘든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 LCD TV보다 응답속도가 빨라 동화상에서의 윤곽이 또렷하며, 시야각이 넓고 블랙이 대체적으로 차분하며 패널 특성 순간 컨트라스트 비가 높다. 그림의 질감에 영향을 미치는 계조 표현력도  좋은 편이다. (물론 '대체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사실 모델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LED 광원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미 LCD TV 중에도 샤프 아쿠어스 시리즈처럼 블랙이 탁월한 놈도 있고, 계조표현력에서 LCD 보다 형편없는 플라즈마도 많다.)

그러나 앞서 열거한 모두를 합쳐도 비교할 수 없는 무엇보다도 강력한 플라즈마 TV 강점은, CRT TV 가장 근접한 컬러의 발색(發色) 능력이다. 플라즈마 TV 형광체를 이용해 스스로 빛을 내고, 색상을 만들어 내는, CRT TV 컬러에 가장 근접할 수 있는 구조의 기기이다. 따라서 플라즈마 TV의 컬러는 심도가 깊고, 매우 풍부하다. 이게 가장 큰 강점이다.



CRT TV 물러선 이유는...

 

우리가 CRT TV 외면하게 것은 CRT TV 화질이 좋지 않아서가 아니다. 화질은 여전히 CRT 가장 좋다. 많은 분들이 혼동하고 있는 가지가 “LCD/플라즈마=DTV=고화질, CRT TV=아날로그 TV=저화질”라는 못된 공식이다. 아날로그 전송 방식이 디지털 전송 방식으로 바뀌던 시기와 CRT TV 플라즈마/LCD TV 세대교체 되던 무렵이 공교롭게도 시기적으로 맞물리는 바람에 혼동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1) 브라운관(CRT) - 플랫패널(LCD/PDP), (2) 아날로그 방식 - 디지털 방식(DTV), (3) SD급 또는 NTSC 화질 - HD 화질... 이 세 가지 항목은 완전히 독립적인 관계로 따로 따로 움직이는 것이다. 즉 브라운관 TV로 디지털 HD 화질 구현이 가능하며, 플랫패널로 아날로그 NTSC 영상이 구현될 수 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DTV라고 화질이 좋은 것이 아니다. DTV도 SD급 화질은, 아날로그 SD급-NTSC 영상과 해상도가 동일하다. 한편 드문 사례이지만 아날로그도 HD가 가능하다. 단지 지금은 사장(死藏)되었지만... (※ 필자는 1996년부터 2000년까지 5년간 일본 BSAT-1 위성을 통해 아날로그 HD 시험방송을 수신0했었고, 그보다 좀 더 앞서서는 아날로그 HD 영상 신호가 담긴 MUSE-LD를 구입해서 시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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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운관 TV 황금시대를 이끈 주역들. 좌로부터 소니 Wega, 파나소닉 Tau, 프린스턴 HD.03 TV

돌이켜 보면 CRT TV
절정기는 1996~2002년의 7 간이었다. 기간 동안 소니, 파나소닉, JVC, 미츠비시, 도시바 일본 업체들에 의해 주도 되었던 하이엔드 CRT TV 화질 경쟁은, 때마침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HDTV 태동기, DVD 중흥기와 맞물려 최고의 절정을 이루었다. 프로용 제품(소니 BVM, PVM 시리즈) 일부 제품(독일의 Loewe, 미국의 Princeton, 소니의 Profeel 모델) 한정되기는 했지만 표준영상에 대한 개념이 틀을 잡아가기 시작한 것도 무렵이었다. CRT TV 풍부한 색감과 투명한 영상은 이 무렵 만개(滿開) 하고 있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때만 해도 국내에는 고화질 브라운관 TV이라고 할 만한 모델이 없었다.)
 

문제는 사이즈였다. CRT 40인치를 넘어선다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다. (사이즈 문제만 해결했다면 어떻게든 해상도 구현은 가능했을 것이다.) 이때 플라즈마 TV 등장했다. CRT TV 퇴진시킨 일등공신은 플라즈마 TV이다. 하지만 단순히 벽걸이 TV라는 인테리어적 요소때문만은 아니었다. 초기의 플라즈마 TV 가능성이 보였다. 자체 발광하는 방식이라 화질 또한 브라운관과 비슷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되었다. 필자도 그렇게 장담하던 사람 중의 하나였다.

 

사과 장수, 장수

 

문제는 이거다. LCD TV 판매량에서 플라즈마 TV 앞서기 시작하면서부터 플라즈마 TV 평정심 잃었다. 자신의 장점을 자진반납하고 LCD TV 장점인 밝은 영상 흉내내기 시작했다. 사과를 먹는 사람도 있고, 배를 먹는 사람도 있다. 사과가  팔리던 배가 팔리던, 사과는 언제나 사과다워야 하고 배는 언제나 배다워야 한다. 사과보다 배가 팔린다고 사과의 맛을 변질시켜 어정쩡한 만들어 놓는다? 이건 아니다. 이때 사과를 팔리게 하는 방법이 뭘까? 간단하다. 배에서는 못 느끼는 사과만의 고유한 맛을 살려내면 된다. 사과다운 사과를 만들라는 것이다.

 

플라즈마 TV LCD TV처럼 만드는 데에 앞장 회사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이다. 밝은 화면, 명암비에 연연하는 마케팅, 링잉을 불사하더라도 포커싱이 좋은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화면... (그럴 바에는 LCD 플라즈마 체제로 가는지 이해가 간다) LCD TV 훨씬 앞서 트루 필름 레이트인 72Hz 구현할 수도 있었지만 무관심했고, 플라즈마 고유의 컬러의 깊은 맛을 느끼기도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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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소닉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리는 플라즈마 대표 브랜드이다. 특히 파나소닉의 Viera 시리즈는 안정된 블랙이 돋보인다. 여전히 LCD TV에서 찾을 수 없는 플라즈마 고유의 강점을 많이 보여준다.(그건 국내 제품들도 아직은 그렇다.) 그러나 이전 시리즈와 비교하면 방향이 참 어지럽다. 밝기와 명암비, 포커싱, 그리고 대형 사이즈 등은 크게 강조되지만 컬러의 심도나 발색 능력은 일정부분 희생당한 느낌이 있다.

이제 주요 플라즈마 TV 제조업체들은 더 이상 브라운관 영상을 레퍼런스로 삼지 않는 듯 하다. 대신 그 자리를 LCD TV가 채우고 있는 인상이다.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LCD TV와의 거리 간격을 너무 멀리도 너무 가까이도 하지 못하는 어정쩡한 동행(同行)의 수준이랄까?



파이오니아
플라즈마 TV 컨셉
 

이제 남은 것은 파이오니아 뿐이다. 다행스럽게도 파이오니아는 아직도 CRT다운 플라즈마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거의 유일한 플랫 패널 제조업체이다. 파이오니아 플라즈마 TV 많이 팔리는 제품은 아니지만,  브랜드 로이얼티(Brand Loyalty)가 가장 높다. "파이오니아 TV = 비싸고 좋은 화질"이라는 인식이 소비자들에게 널리 퍼져 있다. 이게 파이오니아의 처신법이다. 플랫 패널 TV 시장의 그 치열한 경쟁자들 속에서-게다가 대부분 자신보다 덩치가 훨씬 큰 거인들 속에서-스스로를 구별해내는 파이오니아 나름의 차별화 전략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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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오니아의 기술 개발팀장인 사토 요이치(佐藤陽一)씨가 말을 들어 보자.

  “자동차도 탄다 것에 중점을 대중적인 차가 필요한 반면, 한편으로는 오감에 호소하는 프리미엄 필요하게 마련이다. HD 영상을 단순히 보여 준다 차원에서만 따진다면 LCD TV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며 필요한 제품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 영상 세계에 투입할 있는 모든 것을 투입해 정성껏 만든, 그래서 누구나 동경심을 갖게 되고 영상에 감동을 받을 있는 그런 높은 수준의 화질을 갖춘 제품도 필요하다. 우리가 플라즈마 TV에서 구현하고 싶은 것이 그것이다.”



파이오니아
 
플라즈마 TV의 오래된 과제

2001 경으로 기억된다. 필자는 파이오니아의 3세대 제품인 PDP-503HD 수출형 모델을 리뷰 의뢰 받은 적이 있었다. 이전 모델인 PDP-502HD까지 필자는 파이오니아 플라즈마 TV 회사 제품보다 특별히 뛰어나다고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503HD 확실히 달랐다. 공교롭게도 당시 필자는 2~3 간격으로 국내 제품 개와 일본의 회사 제품 개를 순차적으로 리뷰 의뢰 받은 적이 있었는데, 다른 요소들은 차치하고 오로지 풍부한 색감, 뛰어난 발색 능력 가지만으로 경쟁 제품을 대번에 압도하고 있었다. 파이오니아 3세대 모델은 국내 하이엔드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상당히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수입 라인의 문제로 인해 4세대 이후부터는 국내에서 찾아 보기가 힘들어졌다. 그러나 3세대 제품 이후 파이오니아의 플라즈마 TV 비싸지만 화질은 제일 좋은 직시형 TV”라는 인식을 확실히 있었고, 인식은 2006 1920x1080 Full HD 모델인 PDP-5000EX(7세대 제품) 출시될 때까지 지속될 있었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화질이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헛점도 많다. 자잘힌 헛점이야 어떤 기기이든 다 있게 마련이니 제쳐 놓는다 하겠지만, "블랙이 들뜨는 문제"는 자잘한 수준은 아니었다. 화질을 크게 폄훼시킬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파이오니아 플라즈마 TV 근본적으로 블랙이 들뜬 편이었다. 블랙이 강점인 파나소닉 비에라는 물론이고 삼성 칸느 보다도 들뜬 편이다. 이게 가장 아쉬운 점이다.

물론 더 큰 단점도 있다. 값이 비싼 것이다. 프리미엄 제품을 겨냥했다고는 하지만, 그 것도 플라즈마 TV가 환대 받을 때의 이야기이지, 지금처럼 LCD TV에 수세로 몰리는 상황이 되면 값 비싼 제품은 더욱 곤궁해진다. "블랙"과 "가격". 이 두 가지가 파이오니아 플라즈마 TV의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KURO 시리즈의 등장

 

맥을 집었다. 파이오니아의 쿠로(Kuro) 시리즈는 시장의 상황과 자신들의 제품 포지셔닝을 정확하게 진단해서 개발한 제품으로 보여진다. 쿠로는 파이오니아의 8세대 제품이다. 7세대 제품인 PDP-5000EX와의 가장 차별점은 가지. 바로 앞에서 거론되었던 가지이다.
 
첫째, “블랙 대단히 깊어졌다. 블랙에서 항상 약점을 보여왔던 파이오니아가 오히려 가장 블랙이 좋은 제품으로 일약 바뀌었다. 가장 약점이 가장 장점이 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얼마나 자신이 있었는지 제품 시리즈의 이름까지로 검을 ()자의 일본식 발음인 쿠로 정했다. 수출형 모델에도 영문명 Kuro 그대로 들어간다. 이 블랙에 대해서는 앞으로 지겹도록 반복해서 이야기가 될 것이다.
 
두번째 가격이 낮아졌다. 파격적인 수준은 아니다. 여전히 파이오니아 플라즈마 TV 비싸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차이가 많이 줄었다. 예전에는 사다리를 놓고 올라서야 겨우 잡을 수 있는 높이에 있었는데, 지금은 발꿈치를 높이 세우고 팔을 쭈욱 뻗으면 아슬아슬 닿을 것 같은 높이이다. 성능이 향상 되었는데도 가격이 떨어졌다... 소비자들이야 반가울 수 밖에 없다.



쿠로 시리즈 미국/일본 모델 열람하기


쿠로 시리즈는 미국형과 일본형의 모델명이 다르고 시리즈도 여러개다. 사실 제품은 모두 같은데 소비자들이 많이 혼동하게 라인업을 만들어 놓았다. 아래의 표와 설명이 도움이 될 것이다.

   출시국  시리즈명  모델명   Size     해 상 도
   Pioneer Kuro  PDP-4280HD    42"   1024 x 768
     PDP-5080HD    50"   1366 x 768
     PDP-5010FD    50"   1920 x 1080
  미국형    PDP-6010FD    60"   1920 x 1080
   Elite Kuro  PRO-950HD    42"   1024 x 768
     PRO-1150HD    50"   1366 x 768
     PRO-110FD    50"   1920 x 1080
     PRO-150FD    60"   1920 x 1080
  일본형  Kuro  PDP-428HX    42"   1024 x 768
     PDP-508HX    50"   1366 x 768
     PDP-5010HD    50"   1920 x 1080
     PDP-6010HD    60"   1920 x 1080

일본 출시 제품은 시리즈 명이 그냥 쿠로 가지이다. 그런데 미국형은 시리즈가 가지이다. 하나는 “Pioneer Kuro”이고, 다른 하나는 “Elite Kuro”이다. “Elite” 파이오니아가 미국 시장에서 오랫동안 사용해오고 있는 하이엔드 브랜드’로, 미국에서는 품질은 좋지만 값이 비싼 제품으로 알려져 있다. 7세대 제품인 일본형 PDP-5000EX 경우, 미국에서는 Elite PRO-FD1이라는 모델 하나로만 출시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Elite 시리즈 외에 “Pioneer Kuro” 시리즈가 하나 생겼다. 기존 엘리트 브랜드의 품위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제품의 가격대를 낮추려는 전략의 하나로 보여진다.

시리즈마다 속한 선수들은 동일하다. 42인치 1024x768 모델 하나, 50인치 1366x768 모델 하나, 그리고 1920x1080 패널을 가진 50인치와 60인치 개씩 모두 명의 선수들을 거느리고 있다.

 

미국형과 일본형의 가장 차이점은 튜너에 있다.  미국형은 ATSC 튜너이고, 일본은 BS/CS/일본 지상파 튜너이다. 미국형은 ATSC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수가 있다. 반면 일본형은 지상파 튜너는 국내에서 무용지물이지만 BS/CS 방송은 안테나가 설치된 가정에 한해 시청이 가능하다.(, BS SAT-1 위성 채널은 대전 이남권에서만 수신이 가능하다.)

 

미국형 “Pioneer Kuro” “Elite Kuro” 차이는 후자(後者) 전문적인 세팅 메뉴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 있. 대신 전자(前者) 가격이 훨씬 싸다. “Elite Kuro” 제품은  “Pioneer Kuro” 제품이 가지고 있지 않은 기능을 가지 추가로 가지고 있다. 별로 유용할 같지 않은 자잘한 것들을 제외하고 굵직한 것들만 살펴보면, (1) ISF Calibrator들을 위한 전문 세팅 메뉴 모드를 제공한다. 전부터 파이오니아는 자신들의 Elite 모델에 전문적 권위를 부여하기 위해 ISF 제휴하여 ISF 캘러브레이터 자격을 가진 사람들만이 접근할 있는 전문가 조정용 모드를 따로 만들어 놓았다. (2) 색온도 기본 디폴트 값이 Pioneer Kuro 시리즈는 -- 가지 뿐이나 Elite Kuro 시리즈는 -중고--중저- 다섯 가지 색온도 모드가 있다. (3) 색온도 수동 조절이 Elite Kuro에서는 가능하다. Pioneer Kuro 기능이 없다. (4) 컬러 매니지먼트(CMS) 기능이 Elite Kuro에서는 가능하다. Pioneer Kuro 역시 기능도 없다.
 
이게 전부다. 나머지는 무시해도 된다. 그럼 제품 자체도 시리즈가 다른가? 천만에. 같다. 제품 자체는 전혀 다르지 않다. 같은 패널, 같은 엔진, 같은 회로를 썼다. 단지 위에 열거한 가지 기능만 다를 뿐이다. 그런데 어차피 사항 (2)~(4) 내용은 전문가가 아니면 없는 항목이다. 미국이라면 결국 ISF 캘러브레이터를 불러야 한다. 그렇다고 ISF 모드에 들어가면 (2)~(4) 외에 특별히 다른 것이 있느냐 하면 것도 아니다. 단지 조정하기 쉽게 메뉴를 단순화 놓은 뿐이다. 따라서 일반인이라면 굳이 “Elite Kuro” 모델을 구입할 이유가 없다. “Pioneer Kuro”라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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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미리 귀뜀을 드린다. 일반인 수준을 넘어 전문적인 캘러브레이션의 시도를 꾀하고자 하는 사용자도 사실 “Elite Kuro” 모델을 필요가 없다고 본다. 그냥 심리적으로 ISF 캘러브레이터가 조정했으니까 뭔가 달라졌을거라고 믿는 분에게라면 모를까, 실제로는 “Elite Kuro” 모델은 전혀 이점이 없다. 필자는 최근 1~2개월 사이에 미국형과 일본형 쿠로 모델을 3종을 두루 살펴 기회가 있었다. 나중에 자세히 쓰겠지만 결론적으로 “Elite Kuro” 전문적인 조정 기능은 실제적으로 별로 효용성이 없었다. 그래서 “Pioneer Kuro” 시리즈라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모델명만으로 보면 일본형 Kuro 시리즈와 미국형 “Pioneer Kuro”가 같은 제품 같아 보인다. 그런데 아니다. 일본형 Kuro 시리즈는 오히려 미국형 “Elite Kuro” 시리즈, 즉 프로용 모델과 동일하다. 즉 미국 150FD가 일본 6010HD이고, 미국 110FD가 일본 5010HD 모델이다. 일본에는 미국형 “Pioneer Kuro” 해당하는 모델이 없다. (일본형은 예전 모델도 색온도나 CMS 조정 기능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그런데 가지, 일본형에는 당연히 “ISF Calibrator” 모드는 없다. 위에 언급한 (2)~(4) 기능은 모두 바깥 메뉴로 뽑혀 있다. 앞서도 말씀 드렸듯이 (2)~(4) 능숙히 다룰 있는 지식과 장비를 갖춘 사람이라면 굳이 ISF 모드는 필요하지 않다. 그러고보니 가지가 있다. 일본형에는 D4 단자가 하나 추가되어 있고, i-Link 지원한다. i-Link 통해 D-VHS 등에 프로그램을 EPG 녹화할 수도 있다. 미국형에는 없다.

 

미국형은 모델명이 FD 끝나면 Full HD 제품이고, HD 끝나면 768 라인 패널 제품이다. Full HD 50인치와 60인치 사이즈가 있는데, 50인치는 파이오니아 패널이고 60인치는 NEC 패널이다. NEC 플라즈마는 얼마 파이오니아에 흡수 되었다. NEC 좋은 패널을 만들었지만 워낙 플라즈마 패널을 파이오니아가 유명하기 때문에, 혹시 50인치와 60인치 간에 화질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닐까 은근히 궁금했었다. 50인치와 60인치 제품을 모두 살펴 결과, 그런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색좌표, 색온도를 비롯 모든 패널 특성이 동일했다. , 영상의 투명도와 블랙에서 50인치 제품이 60인치보다 미세하게 조금 나아 보이기는 했지만, 이는 패널 제조사의 차이라기 보다는 50인치와 60인치의 사이즈 차이에서 오는 영향이 훨씬 크다고 봐야 한다. 대신 60인치는 사이즈가 주는 스케일감이 있다.


필자가 살펴 보았던 쿠로 제품은 미국형 Pioneer Kuro PDP-5010FD, 일본형 Kuro PDP-5010HD, 일본형 Kuro PDP-6010HD 등 세개의 제품이다. 세 제품은 같은 패널,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고 실제로 성능도 동일하다. 리뷰는 일본형 쿠로 5010HD 모델을 기준으로 적어 보기로 하겠다.
 


첫 인상- 블랙이 "정말" 좋아졌다.
 
쿠로 플라즈마 TV의 핵심 포인트는 역시 "블랙"이다. 필자는 파이오니아 플라즈마 TV의 화면에 익숙한 편이기 때문에 쿠로 5010을 처음 보았을 때에도 컬러나 영상의 투명성에 새삼 감탄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파이오니아 플라즈마 TV를 처음 보시는 분들은 필경 첫 대면에서 꽤 강렬한 첫 인상을 받게 될 것이다. 기존의 플랫패널 TV에서 볼 수 없는, 고유의 풍부하고 윤기있는 컬러에 일단 놀란다. 고급 CRT TV가 연상되는 컬러 톤이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CRT 보다 윤기는 약간 떨어지나 유니포미티가 좋아 더 곱고 깨끗하게 느껴진다. 발광(發光), 발색(發色) 능력에서 경쟁 제품들과는 확실하게 구별이 된다.

그러나 파이오니아 제품을 익숙한 편인 필자에게는 가장 궁금한 것은 컬러보다는 역시 "블랙"이었다. 필자는 예전부터 "파이오니아는 블랙만 잡으면 아쉬울 것이 없겠는데..." 라는 말을 늘 해왔었다. 그런데 8세대 제품이 명칭부터 "쿠로"(黑)이니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첫 인상은... 자못 놀라운 것이었다.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블랙이 탄탄하고 안정적으로 내려가 있었다. 색감을 보면 파이오니아 플라즈마 TV가 분명한데, 블랙을 보면 과연 이 회사 제품이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이전의 파이오니아 플라즈마 TV와는 완전히 '궤'(軌)를 달리하는 블랙이다. 블랙 레벨은 떨어졌지만 암부의 계조력은 그대로 살아 있다. 암부 계조(shading detail)은 매우 중요하다. 암부 계조가 살아 있지 못하면, 블랙은 다른 컬러를 받쳐 주는 역할을 하지 못한다. 블랙의 레벨이 내려가 있다고 해서 화면이 안정적으로 보이는 것은 아니다. 블랙이 탄탄하고 암부 디테일이 살아 있어야 다른 컬러들이 잘 살아나고 전체적으로 화면이 안정적으로 보이게 마련인데 이 점에서 쿠로 5010은 훌륭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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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오니아 고유의 깊고 풍부한 색감이 고스란히 잘 살아난다. 예전보다 더 컬러풀하고 발색이 더 우수하게 느껴진다. 첫 인상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이젠 됐구나" 하는 것이었다. CRT TV의 퇴조야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받아 들여야 하지만, 그 이후 최근의 직시형 TV들이 보여주는 플랫한 영상을 보면서, 필자는 이제 직시형 TV에서는 더 이상 깊고 풍부한 컬러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인가 항상 아쉬워 하고 있었다. 파이오니아 플라즈마 TV가 그나마 그 가능성에 가장 근접한 편이었지만, 무언가 부족한 10%가 있었다. 그런데 이제 8세대 제품을 보니 부족했던 10%가 거의 가득히 잘 채워진 느낌이 든다. 쿠로 5010은 플랫패널 TV에 별로 후(厚)한 편이 아닌 필자에게도 아주 인상적인 기기였다. 결론부터 서두르자면 파이오니아의 쿠로 5010은, 샤프의 AQUAS 1080p(메가 컨트라스트)와 소니의 BVM-L 시리즈를 제외한다면, 필자가 이제까지 본 플랫 패널 제품 중 가장 뛰어난 화질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아직 가격 부분에서는 타협할 수 없는 여지가 많이 남아 있지만,  그래도 어쨌든 파이오니아 쿠로 5010은 화질 측면에서는 "고화질 직시형 시대"를 다시 여는 단초(端初)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파이오니아는 아직 플라즈마 TV 시장에서 수적(數的)으로 마이너리티이다. 화질에서 오는 차별점이 가격 상의 핸디캡을 커버해주지 못한다면 시장은 다시 "밝날라 모드"(※밝기만 하고 색은 다 날라간 모드의 속칭)로 열심히 향할 것이다. 계속 파이오니아 혼자 고군분투(孤軍奮鬪)할 지, 삼성, LG, 파나소닉 등으로부터 원군(援軍)을 얻어 플라즈마의 전성시대(全盛時代)를 다시 재연(再演)할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명암비와 블랙

관심 사항인 Full Black의 밝기와 명암비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우선 <영화모드>에서 ON/OFF 명암비 부터 측정해 보았다. 파이오니아 쿠로는 세 개의 전력모드를 가지고 있다. OFF, MODE 1, MODE 2... 일종의 절전(節電)모드인 셈인데 이 것들이 단순히 energy saving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화질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짐작컨대 파이오니아도 처음부터 이렇게 될 것을 짐작하고 설계한 것 같지는 않다. 소모 전력 문제가 플라즈마 TV의 큰 골치꺼리이니까 나름대로 이를 줄이겠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만들어 놓은 모드인데, 이 것이 실제로 화면에 노이즈도 만들었다가 또 뭉쳐진 라인을 부드럽게 풀어주기도 하는 등 끼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그래서 일단 전력 모드부터 잘 짚고 들어가야 한다. 아래의 측정은 일단 OFF 모드에서 시도했다. (디폴트인 OFF를 쓰면서 왜 이렇게 길게 설명을 달까?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어떤 기기는 OFF에서 보다 MODE 2에서 더 좋은 화면이 나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게 기기에 따라 다른지 장소에 따라 다른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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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칸느 SPD-50P91FHD

Full Field White, 화면 전체를 화이트로 가득 채웠을 때의 밝기는 54.7cd(칸델라). 풋램버트로는 16.0 fL이다. 경쟁 제품들에 비해 비슷하거나 약간 낮은 수치이다. 삼성 칸느 50인치가 19.0 fL 였고, 파나소닉 비에라는 42인치가 20.2 fL, 50인치가 16.47 fL 였다. 그런데 플라즈마의 특성 상 화이트의 밝기 수치는 그다지 중요한 의미를 갖지 못한다. 플라즈마는 면적에 따라 밝기가 가변적으로 바뀌는 특성이 있음을 전에도 여러 차례 말씀 드린 바 있다. 실제 예(例)를 들어 설명하면 이렇다. 파이오니아 쿠로 5010은 (1) 화면 전체에 100 IRE 화이트(가장 밝은 화이트)를 가득 채우고 밝기를 측정했을 때 밝기가 16.0 fL로 나타나지만, (2) 화면의 75%가 블랙이고 25%가 100 IRE 화이트로 채워진(Window 패턴) 상태에서의 화이트의 밝기를 측정해보면 36.8 fL가 나온다. 똑 같은 100 IRE 이지만 밝기가 2.3배 증가한 것이다. 만일 화이트 윈도우의 크기가 25%가 아니라 더 작아지면 밝기는 더 높게 나올 것이다. 이 것은 플라즈마의 특성이다.

나타내는 영상의 밝기 구성에 따라 각 계조별 밝기가 수시로 바뀐다. 어두운 부분이 많으면 그로 인해 남는 전압을 다른 밝은 쪽으로 돌리기 때문이다. (물론 비례적인 것은 아니다.) 브라운관이나 LCD는 안 그렇다. LCD TV는 100 IRE 화이트를 화면 가득히 100%를 채우던, 25%만 채우던 관계 없이 그 화이트가 100 IRE라면 100 IRE에 맞는 고정된 밝기를 그대로 유지한다. 플라즈마와는 다르다. 이 점은 플라즈마 TV가 표준 영상을 구현함에 있어 한계점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것을 보여주는 한 예이다.

따라서 Full Field White가 쿠로는 16 fL이고, 칸느는 19 fL라고 해서 어느 것이 옳고 그르고를 말할 수는 없다. A라는 프로젝터가 Full Field White가 20 fL이고, B라는 프로젝터가 14 fL라면 우리는 A는 밝기가 과다하고 B가 적절하다고 말할 수 있다. 프로젝터에서는 12~14fL 정도가 적절한 밝기라는 기준이 있고 또 기기들의 Full Field White의 밝기는 잘 바뀌지 않는 고정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램프의 사용연한에 따라 바뀌기는 한다.) 그러나 플라즈마 TV는 이런 기준을 세울 수가 없다.  하지만 아주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플라즈마 TV의 Full Field White 밝기와 그에 따른 고정 명암비 수치는 서로 다른 모델들을 비교할 때의 상대적 수치로 사용이 된다. 물론 동일 조건 하에서 측정되었을 때 이야기이다.
 
한 가지 더 밝혀 둘 것은 앞서 제시했던 수치들이 모두 "영화 모드"에서 캘러브레이션 한 이후의 상태를 기준으로 했다는 것이다. 모든 고정화소 TV들이 다 그렇지만, 플라즈마 TV는 특히 마음 먹기에 따라 명암비가 얼마든지 늘었다 줄었다 할 수 있다. 가장 밝은 화면 모드(예를 들어 '다이내믹 모드' 같은)에서 컨트라스트를 최대한 높이고, 100 IRE White를 1% 아래의 극소면적으로 띄우고 그 밝기를 측정한다면 어마어마한 수치가 나올 수 있다. 이런 수치가 무슨 의미를 갖겠는가? 정말 유의미한 수치는 우리가 실제로 "영화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조건"에서 측정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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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나소닉 VIERA TH-50PZ750U

파이오니아 쿠로 5010을 예로 든다면 가장 이상적인 화면 모드는 "영화 모드"이다. "다이내믹 모드"는 색온도나 밝기가 과다하다. 대낮에 외광에 의해 화면이 잘 안 보일 때 사용할 만한 모드이다. "리빙 모드"는 센서가 작동되어 화면 상태가 고정적이지 않다. "영화 모드"를 선택하더라도 디폴트로 설정된 명암 값이 적절하다는 보장이 없다. 따라서 이 것도 알맞게 맞추어야 한다. 쿠로 5010의 경우는 명암 40이 디폴트 값인데 36보다 낮거나 42보다 높이면 계조 균일성이 떨어져 밝은 쪽 색온도가 변한다. 따라서 디폴트 값인 40이 맞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파나소닉 비에라 같은 경우는 또 그렇지도 않다. 42인치 형의 경우 Full Filed White의 밝기가 디폴트로는 27.77 fL인데 그레이스케일을 고려하면 과도한 밝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수치가 20.24 fL가 나올 때까지 낮추어야 밝기가 제대로 잡힌 것을 알 수 있다. 디폴트 설정이 정세하지 못했던 예(例)이다.

따라서 위에 제시된 수치, 또는 앞으로 제시될 수치들도 모두 특별한 언급이 없으면, 캘러브레이션을 한 뒤의 가장 적절한 영화 시청 상태를 기준으로 한 것임을 밝혀둔다. 또 그렇기 때문에 제조사 측에서 제시하는 "마케팅 용 수치"와 여기서 제시하는 "실제 시청 시의 수치"가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것도 양지(量知)해 주시기 바란다.

파이오니아 쿠로 5010는 파나소닉 비에라나 삼성 칸느보다 Full Field White의 밝기는 낮게 나오지만 실제 시청 시에는 오히려 더 밝게 느껴진다. 그 것은 안시 컨트라스트 비를 비롯한 전반적인 컨트라스트 비가 높게 나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밝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실제 영상에서는 진짜로 더 밝다.

실제로 명암비를 따질 때 중요한 것은 화이트가 아니라 블랙이다. 명암비가 높아지는 경우는 세 가지가 있다. (1) 화이트가 더 밝아졌거나, (2) 블랙이 더 어두워 졌거나, (3) 둘 다 작용했거나이다. (1)의 경우는 대개 명암비가 높다고 주장해도 대개 그림이 형편없을 가능성이 크다. 밝기에 치중해 블랙이 덩달아 올라간 경우가 많기 떄문이다. (2)가 가장 이상적이다. (3)이 더 좋은 것이 아닌가 의아해 하실 수도 있다. 사실은 (3)의 경우보다 (2)의 경우가 대개 더 좋다. 이치는 간단하다. 블랙은 낮으면 낮을 수록 좋다. 그러나 화이트는 밝다고 좋은 것이 결코 아니다. 화이트는 적정한 수준을 넘으면 안 된다. 지나치게 과다하면 색온도와 색상에 악영향을 끼치기도 하며, 무엇보다도 계조를 크게 해친다. 명암비는 높다고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다. 반드시 계조 표현력이 뒤따라 와야 한다. 명암비가 높으면 다시 말해 피크 화이트와 피크 블랙의 간격이 넓어지면 그 만큼 섬세한 계조 표현이 이루어져야 한다. 전쟁터에서 적을 포위하는 경우를 가정하자. 군사의 숫자만 따라온다면 넓은 범위를 두루 포위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군사 숫자는 몇 안 되는데 포위 범위만 무리하게 넓게 잡으면, 자연히 중간이 듬성 듬성 해지고 자연히 헛점이 생길 것이다. 따라서 군사의 숫자를 넓히던지 보다 치밀한 배치 전략을 짜던지 해야 할 것이다. 마찬가지이다. 명암비는 높되 계조 표현력이 따라오지 못하면 소위 말하는 컨투어링 노이즈(Contouring Noise)가 생기기 쉽고 색상도 단조롭게 표현되기 쉽다. 따라서 위의 든 세 가지 경우 중에서는 (2) (피크 화이트는 적정 수준에서 멈추고) 블랙이 최대한 어둡게 표현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으로 명암비를 높이는 방법이다.
 
이제 가장 중요한 Full Field Black, 즉 화면을 0% 블랙으로 채웠을 때의 밝기를 측정해보자. 쿠로 5010 피크 블랙의 밝기는 처음 측정했을 때에 0.013 칸델라(cd)가 나왔다. 대단히 놀라운 수치이다. 풋램버트로 환산하면 0.004fL이다. 대단히 낮은 수치이다. 그런데 잠시 후 측정값이 변하더니 점점 내려간다. 그리고 0.006 cd에서 멈추었다. 풋램버트로는 0.002 fL. 더 정확하게 계산하면 0.0017 fL이다. 필자가 측정했던 플랫패널 제품 중 이 보다 더 낮은 값을 보인 제품은 없었다. 

블랙이 좋다고 하는 파나소닉 비에라의 경우도 42인치가 0.015 fL, 50인치 모델이 0.017 fL였다. 대개 이 정도면 플랫형 TV에서는 안정된 블랙으로 평가된다. 삼성 칸느 50인치 모델의 피크 블랙도 0.025 fL 였다. LCD TV도 브라비아, 보르도 등도 대부분 0.03~0.06 fL 등의 수준이다. (※ 고정 명암비 기준이다. 다이내믹 컨트라스트 비는 기준이 될 수 없다.) 원래 샤프의 LCD TV는 블랙이 플라즈마 보다도 훨씬 깊다. 얼마 전 측정했던 샤프 아쿠오스 GX 모델의 경우 0.007 fL가 나왔다. 쿠로 5010은 이 보다도 더 낮은 블랙 레벨이다. 파이오니아의 직전 모델인 7세대 패널의 5000EX 50인치의 피크 블랙 밝기가 0.032 fL 였다. 비에라는 물론이고 칸느보다도 높은 블랙 레벨이다. 그래서 파이오니아 플라즈마 TV가 색감과 계조는 좋으나 오로지 블랙이 문제였다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0.032 fL가 0.002 fL가 되었다. 산술적으로 보면 1/16이 된 것이다. 상전벽해(桑田碧海)라고 하면 좀 과장된 표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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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프 AQUOS PRO 전시모습

필자가 본 플랫 패널 제품 중에 블랙이 가장 안정된 제품은 프로용 방송 모니터인 샤프의 "메가컨트라스트" Aquos Pro와 소니의 BVM-L 시리즈이다. 약 3000~6000만원 대에 이르는 이들 제품을 제외하고 필자는 쿠로 5010보다 더 깊은 블랙의 플랫 패널 직시형 TV를 본 적이 없다. (※ 유감스럽게도 이종식님의 전언(傳言)에 의할 때 블랙이 0.000 fL가 나온다는 삼성의 LED 보르도는 필자가 아직 시청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고정 ON/OFF 명암비를 대충 계산해보자. 전술(前述)한 바 제조사 측이 제시하는 스펙 상의 명암비와는 거리가 먼, 보다 더 실효적인 고정 명암비 수치이다. 삼성 칸느 50인치가 약 750:1, 파나소닉 비에라 50인치가 약 970:1, 그리고 비에라 42인치가 1350:1 정도 나온다. (비에라 42인치의 경우 1366x768 패널 제품인데 캘러브레이션 이전에는 2314:1 (27.77 fL/0.012 fL) 까지 나오기도 했다.) 한편 파이오니아 5000EX는 고정 ON/OFF 명암비가 640:1 정도였다. 이에 비해 쿠로 5010의 고정 ON/OFF 명암비는 무려 9117:1가 나온다. 정말 이례적인 수치이다. 수치가 곧 영상의 품질을 결정해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누누히 설명해온 필자이지만, 일단 이 정도의 격차가 난다면 쿠로 5010이 경쟁제품에 비해 월등히 블랙이 깊고 안정적으로 나타나는 이유의 방증자료로 수치를 인용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파이오니아 측에서는 이전 7세대 제품(5000EX)의 명암비를 4000:1, 새로운 8세대 제품(쿠로)의 명암비를 5배인 20000:1이라고 밝힌바 있다. 제시된 수치는 실험실 수치이니까 믿을 수 없지만 명암비가 5배 이상 높아진 것은 사실로 봐야 할 것 같다. (일단 위 고정 명암비만 놓고 보면 5배가 아니라 15배 가량 좋아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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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니 BVM-L230 LCD 모니터

여기서 잠시 옆으로 빠져 고정명암비 측정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해 보자. 모든 디스플레이 기기들은 동일한 화면 하에서도 시간이 지나면 계속 밝기가 조금씩 바뀐다. 예를 들어 100 IRE Full Field White 패턴을 띄우면 브라운관 TV의 경우 변동폭은 작지만 거의 끊임없이 밝기가 수시로 바뀐다. 반면 고정 화소 플랫 패널 TV의 경우는 밝기가 일정한 방향으로 변하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고정이 되는데, LCD TV는 처음보다 나중이 더 밝아지고 플라즈마 TV는 반대로 처음이 더 밝고 시간이 지날 수록 밝기가 떨어진다. 그리고 고정화 될 때까지 경과되는 시간이 LCD TV는 긴 편이고 플라즈마 TV는 상대적으로 짧은 편이다. 0 IRE Full Field Black 영상을 띄울 경우 브라운관은 당연히 밝기가 가장 안정적으로 변화가 없게 마련이고, 고정화소는 LCD, 플라즈마 모두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밝기가 떨어지는 추세로 나가는데 이 때에도 역시 플라즈마는 안정화되는 시간이 짧다.

쿠로 5010 역시 풀 필드 화이트는 처음에 19.18 fL (65.7 cd)가 측정 되었지만 1~2초 후에는 16.0 fL로 내려갔다. 블랙도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0.004 fL (0.013 cd)가 나왔다가 1~2초가 지난 뒤 0.002 fL (0.006 cd)까지 떨어진다. 이런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성급하게 데이터를 얻으려고 할 때 오(誤) 측정 자료가 나오기 쉽다. 1~2초를 더 기다리지 않고 측정한 자료에 의하면 쿠로 5010의 고정 ON/OFF 명암비는 5054:1 (65.7cd/0.013cd)가 나온다. 이 수치도 대단한 것이지만 위에 언급된 9117:1 과는 또 느끼는 정도가 다르다.

이 현상에 대해 UAV의 편집장인 토마스 J 노턴은 "영상은 TV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화면 속 그림은 지속적으로 계속 바뀌게 마련이니까, 처음 1~2초의 '순간 측정 자료'가 더 유효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필자는 의견을 달리한다. LCD TV나 고정화소 프로젝터처럼 램프를 이용하는 디스플레이 기기의 경우, 광원의 밝기가 안정되려면 화면이 바뀐 뒤 길게는 10여분 이상이 걸리기도 한다. 이 경우라면 TJ 노턴의 말이 맞다. 인디아나 존스가 TV의 화면 밝기가 안정될 때까지 달리는 것을 멈추지는 않을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플라즈마는 경우가 좀 다르다. 플라즈마 TV는 밝기가 수초 안에 안정이 된다. 그런데 대부분의 영상의 샷(Shot)은 광고(CF) 영상이 아닌 이상, 대개 수 초 이상은 유지된다. 따라서 CRT나 플라즈마 같은 자기 발광식 디스플레이 기기는 측정을 좀 더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

다시 기기 이야기로 돌아가자. 보통 고정 명암비보다 더 유의미(有意味)한 자료로 인용되는 것이 안시 명암비이다. 보다 더 실제 영상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것은 LCD TV나 프로젝터에 한해서 그렇다. 플라즈마 TV는 그렇지 않다. 앞서 말씀 드렸듯이 화면 전체에서 밝은 부분이 차지하는 면적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화이트의 밝기가 널을 뛰기 때문에 안시 명암비는 전혀 쓸모없는 수치일 뿐이다. 따라서 쿠로 5010 역시 안시 명암비는 거론하지 않기로 하겠다.


블랙을 낮춘 힘

파이오니아 쿠로 5010이 단점이던 블랙을 일거에 강점으로 바꾼 것을 앞서 살펴 보았다. 그렇다면 궁금증이 생긴다. 도대체 파이오니아의 8세대 패널이 7세대 패널과 어떻게 다른 것이길래 그렇게 큰 변화를 끌어낼 수 있었던 것일까?

플라즈마 기술은 방전(放電)과 발광효율에 대한 것이 핵심이다. 발광효율을 높이기 위해 방전 방식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또 패널 구조를 어떻게 뜯어 고칠지 그 동안 부단한 연구가 있었다. 파이오니아는 그 동안 세대가 바뀔 때마다 크고 작은 선도적 기술을 선 보였다. 지금은 대부분의 업체들이 채택하고 있는, 전극을 T자(字)형으로 만들어 발광효율을 증대 시키는 방식도 파이오니아에서 처음 사용한 것이다. 또 파이오니아는 와플 타입의 Cell 구조를 처음 개발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기존의 Cell은 주로 스트라이프(Stripe) 타입 일색이었다. 이 것을 립(Rib) 타입, 즉 셀 사이의 격벽을 우물 정(井)자(字) 모양의 Waffle 형태로 바꾼 것이다. 와플 형태가 되니까 위, 아래의 셀에서 빛이 새던 것을 크게 막을 수 있어 발광효율이 크게 증가되었다. 이렇듯 파이오니아가 보여준 그 동안의 업적은 만만치 않은 것이었다.

파이오니아는 8세대 패널이 블랙을 크게 낮출 수 있었던 이유를 다음의 두 가지로 요약해 설명한다. (1) 하나는 미소방전(微小放電)을 크게 억제 시키는데 성공한 새로운 전압방식 때문이고, (2) 다른 하나는 새로운 다이렉트 컬러 필터의 적용 했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가 핵심기술이다.

우선 미소방전(微小放電)에 부터 살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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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세대 패널의 미소방전 억제 구조 (자료제공: 파이오니아)

위 그림 중 좌측은 이전 7세대 패널, 우측은 8세대 패널이다. 이전 패널은 발광이 되지 않는 Black 상태에서도 미소방전으로 인한 빛이 약간 남아 있었다. 물론 위 그림에는 안 그런 것처럼 그려졌지만 8세대 새 제품에도 미소방전은 여전히 있다. 그런데 그 빛의 양이 7세대에 비해 엄청나게 줄어든 것이다. 이게 블랙을 가라 앉힌 일등공신이다.

그런데 '미소방전'(微小放電)이란 게 도대체 뭘까? 한자(漢字)를 그래도 뜻 풀이하면 "극히 작은 방전"이란 뜻이 된다. 독자들도 아시다시피 플라즈마는 방전을 통해 자체 발광을 한다. 각각의 방전은 같은 밝기를 갖는다. 단, 이 방전이 초당 몇 번 이루어지는지 그 횟수에 따라 각 픽셀의 그 순간의 밝기가 결정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0% 블랙 신호가 들어오면 모든 픽셀은 방전을 완전히 멈추어야 한다. 브라운관 TV는 블랙 신호 때 아예 주사(査)를 안 한다. 플라즈마도 그렇게 하면 깨끗할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플라즈마는 브라운관 보다 반응이 느리다. 언제 어느 정도의 시그널이 떨어질 지 알 수가 없다. 방전을 완전히 멈춘 상태였다가는 시그널이 들어오면 재빨리 반응해 방전 상태로 돌아설 수가 없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플라즈마는 0% 블랙 신호라 하더라도 방전을 완전히 멈출 수는 없고, 최소한이라도 꾸준히 방전을 하고 있어야 한다. 일종의 "준비상태"인 것이다. 이 최소한의 준비 상태의 방전이 바로 '미소방전'(微小放電)이다.

미소(微小)한 양이라고 해도 방전은 방전이므로 당연히 이 때에도 빛이 생긴다. 즉, 블랙이 진짜 블랙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이때 생기는 조도(照度)를 영어로 idle luminance 라고 한다. (idle luminance로 인해 백 그라운드 블랙이 마치 검은 색 바닥에 빛이 반사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세칭 "black floor" 라고 부르기도 한다.) 결국 idle luminance를 줄이는 것, 미소방전을 줄이는 것이 포인트이다.

파이오니아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8세대 패널에 쓴 방법은 두 가지이다. 우선 (1) 전자발생원을 Cell 내부에 하나 더 두었다. 위 그림에서 보듯이 R,G,B 각각의 Cell 마다 전자발생원이 Cell 외부(위쪽)에 하나, Cell 내부(아래쪽)에 하나씩 두 개를 둔 것이다. 그 다음에 (2) 고순도의 클리스털층을 에미션 재료로 해서 윗면 기판(Front Plate)의 맨 아래층에 하나 덧 대었다. 아래 그림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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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오니아 쿠로 플라즈마 패널의 구조도이다. 플라즈마 패널은 크게 앞면과 뒷면으로 공정이 크게 나뉘어 따로 따로 제작이 된 뒤 마지막에 합치는 식으로 진행이 된다.(모든 회사가 다 그렇다.) 위 그림에서 윗 쪽에 해당되는 부분이 앞면으로 우리가 TV를 볼 때 마주하게 되는 부분이다. 앞면은 유리기판 위에 금속막을 씌우고 다시 그 위에 Photo Resist와 Mask를 덧대어 유전체(誘電體)층을 만들고 다시 그 위에 산화 마그네슘(MgO)으로 된 보호막을 씌우는 식으로 여러 겹이 덧대어진다. 앞 면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은 모두 전극을 형성하는 작업(보통 우리가 Photo Lithography라고 부르는)에 소용이 된다. 그 맨 마지막 보호층에 고순도 크리스털층을 하나 더 붙인 것이 파이오니아 8세대 패널의 특징이다. 공정 상으로는 Front Plate의 맨 위에 붙이는 것이지만, Cell이 있는 Back Plate와 서로 맞 붙이기 위해 Front Plate를 뒤집게 되면 이 크리스털 층은 Cell 바로 위의 천정부분이 된다.(그림 참조)
 
Cell 내부에 전자발생원을 하나 더 두고 이 전자발생원에 대응하여 고순도 크리스털 층을 추가시킨 방법은 종전에 비해 압도적인 수준으로 방전 속도를 빠르게 만들어 주었다. 다시 말해 전보다 idle luminance의 양이 적어도 시그널이 들어왔을 때 재빠르게 대응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감독이 도루 싸인을 냈을 때 달리기가 느린 주자(走者)는 리드를 크게 잡아야 한다. 그만큼 견제구에 죽을 확률도 높다. 달리기가 빠른 주자는 굳이 리드를 크게 할 필요가 없다. 마찬가지로 쿠로 5010도 방전 속도가 빨라졌으니 굳이 예비용 방전의 양이 많을 필요가 없다. 이를테면 방전의 질(質)을 개선시켜 양(量)을 대처 시킨 셈이다. 파이오니아 측에서는 미소방전(微小放電)의 양이 종전의 1/5 수준으로 줄었다고 밝히고 있다.

8세대 패널의 두 번째 특징은 새로운 다이렉트 컬러 필터의 적용이다. 앞서 살펴 본 미소방전(微小放電)을 줄이는 방식은 블랙을 내부에서 구조적으로 억제 시키는 방법인 셈이다. 이에 반해 다이렉트 컬러 필터외부에서 들어오는 반사광을 걸러내어 사용자가 가시적으로 블랙을 더 안정적으로 느끼게 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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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에서 보듯이 기존 패널은 유리식 전면 필터를 사용해왔다. 유리와 공기층으로 형성된 유리식 전면필터는 외광(外光)을 받아서 반사 시키는 양이 꽤 많은 편이었지만, 새로 채택된 다이렉트 컬러 필터는 외광을 상당량 커트 시켜 반사되는 양이 크게 줄었다. 또 외부에서 오는 빛 말고 내부의 셀에서 나오는 빛(영상 신호에 의한 발광)에 대해서도, 기존의 유리식 전면 필터는 빛이 나오면서 공기층에서 산란이 되어 안쪽으로 한 번 역반사가 되고, 다시 바깥유리를 통과할 때 한 번 더 일부가 역반사가 되어 버린다. 이들 역반사되는 잡광들도 블랙을 들뜨게 만드는 주 요인 중 하나가 된다. 반면 새로 채택된 다이렉트 컬러 필터는 내부에서 나오는 발광에 대한 통과율을 크게 높여 역반사 되는 빛을 거의 다 잡았다.

지금까지 파이오니아 쿠로 5010의 핵심 포인트인 블랙과 새로운 패널의 구조에 대해 살펴 보았다. 2부에서는 쿠로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기능들을 살펴보고 각각의 성능에 대해 평가해보기로 하자.

(2부에서 계속)
Posted by hifinet
2007. 12. 19. 18:05
posted by 최 원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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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듀서(Transducers)

레벨 울티마 2 시리즈에 사용된 트랜스듀서들은 모두 레벨이 자체적인 CAD와 FEA 프로그램을 통해 고안한 독자 디자인이다. 살롱 2는 3개의 8인치 우퍼와 6.5인치 미드우퍼, 4인치 미드레인지 그리고 1인치 트위터를 장착하고 있다. 오리지널 살롱 모델은 뒷 쪽에 리어 트위터를 하나 더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빠졌다. 1인치 베릴륨 트위터의 분산 특성이 워낙 좋기 때문이다.

우퍼, 미드우퍼, 미드레인지 등은 모두 inverted dome 디자인이고 티타늄 진동판을 사용하고 있다. 티타늄 진동판은 신장력이 좋아 요즘 많이 사용되는 소재이다. (inverted dome 모양이 좀 특이한 편이다.)

구리선을 사용한 플랫 와이어(리본 와이어)로 감겨 있는 대형 보이스 코일을 사용하고 있다. 대출력을 요구하는 스피커에서는 큰 전류에 견딜 수 있게 대형 보이스 코일을 쓰기도 한다. 대형 보이스 코일은 파워를 핸들링하는 힘이 좋아 대출력에도 좋고, 왜곡도 적다. 그러나 보이스 코일이 커지면 밀도와 열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데, 플랫 리본 와이어를 사용하는 것도 밀도가 높아지고, 열 전달 능력과 효율성이 좋기 때문이다.
 
Invert 형태의 마그넷 모터가 돔 바로 뒤에 붙어 있다. 듀얼 타입으로 둘 다 네오디뮴 자석이다. 네오디뮴은 가장 강력한 영구 자석이지만 가격이 비싼 편이다. 폴 피스 너머로 전도성 copper ring, 알루미늄 flux stabilization ring 등이 있다. (아래 사진을 클릭해보면 살롱 2의 우퍼와 미드우퍼, 미드레인지 트랜스듀서의 구성 내역을 자세히 살펴 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오리지널 울티마 시리즈와 비교해 유닛도 그렇지만 모터 어셈블러도 구조나 구성 내용이 많이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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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2 역시 오리지널 살롱과 똑 같이 여러 개의 우퍼를 사용하는 멀티플 우퍼 시스템이다. 세 개의 8인치 우퍼를 사용하고 있다. 우퍼라고 하면 우리는 일단 막연히 큰 구경을 생각하게 된다. "크면 좋지 않을까?" 물론 크면 좋은 점도 있다. 음량이 커지려면 일단 우퍼 구경이 커야 유리하다. 하지만 음량이 큰 것과 대역별 특성이 좋은 것, 반응이 빠른 것, 해상도가 좋은 것 등은 또 별개이다. 게다가 저역은 공진 문제도 항상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인클로저 형태도 중요하다. 하이엔드 스피커들이 공통적으로 고민하는 부분 중 하나가 큰 구경의 우퍼를 사용하면 캐비닛도 따라서 커져야 한다는 바로 그 점이다.

레벨도 동일한 고민에 빠졌던 것 같다. 작은 우퍼를 쓰면 캐비닛을 좁게 만들 수 있고 따라서 회절음을 막는데 큰 도움이 된다. 포커싱이나 사운드 스테이징 능력에서 "폭이 좁은 스피커"는 상대적으로 잇점이 있다. 그러나 bass extension은 큰 구경 우퍼가 당연히 더 우수하다. 그래서 멀티플 우퍼를 쓰게 된 것이다. 계산해보면 8인치 우퍼 3개는 14인치 우퍼 한 개와 비슷한 진동값을 갖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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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티플 우퍼는 양감과 질감을 동시에 추구하려는 방법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살롱 2를 처음 봤을 때 뒤쪽에 당연히 있을 줄 알았던 포트가 보이지 않아 좀 놀랐다. 밀폐형이란 말인가? 아니면 하방형(下方型)? 손을 밑으로 넣어 만져보니 역시나 벤딩 포트의 끝 플레어 부분이 손에 잡힌다.

하방형 포트는 보이지 않으니 모양을 짐작할 수 없다. 그렇다고 스피커를 거꾸로 뒤집어 놓고 밑을 들여다 볼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사진을 봐도 겉 모습만 볼 수 있을 뿐, 속의 프로파일은 알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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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롱 2는 위 사진에 보이는 벤딩 포트를 좌측 그림에서 보듯이 하방형으로 장착을 했다. 하방형 포트는 깊이를 증가시키지만 컨트롤이 쉽지 않다는 장단점이 있다.

포트는 저역의 효율성을 높이는 큰 역할을 한다. 딥 베이스 사운드를 고르게 처리하는데에 아주 유용하다. 하지만 출력이 너무 높아져 포트 속에 있는 공기 흐름이 균일하게 응답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게 되면 포트는 애물단지가 되버린다. 각종 노이즈가 생기고, 압축이 일어나며 소리가 많이 왜곡된다. 보통 포트의 입구와 출구 끝단을 둥그렇게 라운드 타입으로 만드는 것도 이러한 왜곡과 노이즈를 줄이려는 시도 중 하나이다.

레벨 살롱 2는 가장 최근에 발표된 벤딩 포트 기술을 채택했다. 더 높은 출력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포트 속에 더 많은 aerodynamic profile을 만들어 주는 것이 우선 중요하다는 것이다. 포트 속의 aerodynamic profile은 이를테면 헬리콥터의 날개처럼 공기의 흐름을 균일하게 컨트롤 하는 역할을 한다. 더불어 포트의 출구와 입구 쪽 끝에 휘어지는 부분(flare)을 세밀하게 튜닝하는 것도 매우 큰 역할을 한다. 오리지널 살롱도 저역이 꽤 튼실했다. 아마도 레벨이 가지고 있는 SLA 기기가 이 부분에서 매우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수 많은 반복 시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살롱 2의 경우 좀 더 낮은 주파수 대역에서도 음량이 균일하게 유지된다는 점에서 확실히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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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릴륨 트위터(우측 사진)에 대한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살롱 2는 1인치 퓨어 베릴륨 트위터를 사용하고 있다. 또 트위터의 waveguide(導波管)는 새로운 형태의 3세대 제품을 쓰고 있다.

베릴륨과 다이아몬드는 요즘 가장 인기가 좋은 트위터 소재이다. 베릴륨 트위터는 분산력이 굉장히 좋다. 살롱 2는 오리지널 살롱에서 채택했던 리어 트위터를 이번에는 쓰지 않았다. 베릴륨 트위터의 분산 특성이 워낙 좋아 리어 트위터가 오히려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또 베릴륨 트위터는 초고대역의 응답 특성이 매우 고르다. 또 워낙 높은 초고대역까지 커버하기 때문에 슈퍼 트위터를 채택할 필요가 없다. 살롱 2의 투명하고 착색이 적은 사운드 경향도 베릴륨 트위터의 영향력이 적지 않다고 보아야 한다.

베릴륨 트위터는 워낙 비싼 드라이버라 사용하는 모델이 많지 않다. 게다가 깨지기 쉽고 오염도 잘 된다. 필자는 가급적 그릴을 벗겨 놓고 음악을 듣는 편인데 음악을 다 듣고 그릴을 도로 씌우는 것을 가끔 깜박한다. 출근한 뒤 생각이 나서 깜짝 놀라 집에 전화를 걸고는 한다. 청소한다고 베릴륨 돔을 닦다가 고장난 사례를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살롱 2를 리뷰하기 전에 베릴륨 트위터는 JBL의 K2 9800과 JM Lab의 유토피아 Be를 통해 익히 그 위력을 알고 있었다. 두 제품 모두 들어 볼 기회가 넉넉했지만, 이번 살롱 2처럼 방 안에 들여 놓고 오랜 기간 검증 할 정도는 아니었다. 여러 날을 듣게 되면서 새삼 계속 감탄하게 되는 것이 바로 베릴륨 돔 트위터이다. 높은 음에서 이렇게 평탄하게 나와주니 전체적인 음의 조화(Coherence)며 음조간 균형(Tonal Balance)이 좋지 않을 수가 없다. 색온도와 화이트 유니포미티가 기가 막히게 들어맞은 아름다운 영상을 보는 느낌이랄까...

기술적인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엉뚱하게 빠져 버렸다. 빠진 김에 개인적인 단상 한 가지 더. 살롱 2의 드라이버나 적용 기술들을 이야기 하다보면-필자의 개인적인 느낌이지만-묘하게도 필자는 B&W와 JM Lab의 느낌 또한 많이 느껴진다. 베릴륨 또는 다이아몬드 트위터, 하방형 포트, 네오디뮴 모터 어셈블러... 비슷한 것도 있고 다른 것도 있고 또 완전히 새로운 것도 있고... 전체적으로는 물론 서로 다른 스피커들이고 소리도 다르지만, 살롱 2만 하더라도 채택한 기술이나 소재 중 상당 부분이 B&W와 JM Lab의 플래그 쉽들을 골라내고 뒤집어 본 느낌이 든다.(JBL의 경우야 어차피 레벨에게는 아군(我軍)인 셈이니 차치하기로 하자)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Revel, JM Lab, B&W 등은 자신들의 모델에 대해 꾸준히 연구 개발하고 새로운 개선방향을 제시하는 대표적인 업체들이다. 서로를 의식하고 경쟁하면서 장단점을 취사선택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다. 단상이지만 현대 하이엔드 스피커의 성능 개선은 이들 선도 업체들 간의 경쟁이 심화될 수록 더 많이 이루어지는 것 아닌가 싶다.

다시 베릴륨 트위터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트위터의 소재로 사용되는 재료들은 다양하다. 알루미늄, 마그네슘, 티타늄, 화학증착식(CVD) 다이아몬드, 베릴륨, 베릴륨+알루미늄 합금, 알루미늄+마그네슘 합금 등등... 돔 트위터 소재의 성능을 가늠하는 지표로 소리의 속도(Velocity), 밀도(density), 탄성(elasticity)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속도에서는 CVD 다이아몬드가 가장 우수하다. 그러나 CVD 다이아몬드는 밀도나 탄성은 마그네슘이나 알루미늄에 비해 별 차이가 없다. 마그네슘은 밀도 특성은 베릴륨에 버금갈 만큼 좋지만 속도와 탄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알루미늄은 세 가지 특성 모두 고만고만한 편이고, 티타늄은 밀도의 특성이 좋지 않은 편이다. 한편 베릴륨은 탄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압도적으로 우수하고 밀도도 마그네슘과 더불어 가장 우수한 편이다. 소리의 스피드도 CVD 다이아몬드에게만 뒤질 뿐 타 재질에 비해서는 월등 뛰어난 편이다. 20kHz 이상의 초고역 부분에 대해서도 베릴륨 트위터는 피스톤 움직임이 매우 정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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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살롱 2는 3세대 트위터 Waveguide를 사용하고 있다. 웨이브가이드는 트위터와 미드레인지가 지름이 달라 발생하게되는 지향성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수단이기는 하지만 기존 방식은 9kHz 이상의 고대역에서는 여전히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살롱 2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좀 더 가느다란 새로운 웨이브 가드를 채택해 트위터를 미드레인지의 크로스오버 부분과 고르게 매칭을 시켜 주었다고 한다. 레벨의 설명에 의하면 또 이 3세대 웨이브가이드는 크로스오버 되는 지역에서의 게인을 3~7dB 증가시켜 준다고 한다. 참고로 살롱 2의 크로스오버 포인트는 150Hz, 575Hz, 2.3kHz이다.

▲ 크로스오버 포인트 그래프(레벨 자체 자료)


셋 업 (Set up)

스피커의 설치는 항상 오래 걸리고 신경이 많이 쓰이는 작업이다. 스피커 뒤쪽 연결부를 먼저 살펴보자. 앞서 2부에서 사진으로 보았듯이 뒷면 연결부는 도어로 가릴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러나 바나나 단자를 연결하면 대개 도어를 떼어야 한다. 말굽일 경우는 케이블을 밑으로 내리면 도어 아래 쪽 빈 공간으로 빠져 나올 수 있어 도어를 닫아 놓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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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자부는 바이 와이어링을 위해 고대역과 저대역 두 조가 준비되어 있다. (좌측 사진 참조) 두 조의 단자를 연결해주는 점퍼 스트랩(Jumper Strap)은 WBT사 것이다.
 
오리지널 살롱과 동일하게 살롱 2에도 두 개의 조정 스위치가 있다. 하나는 트위터 레벨 조정 스위치이고, 다른 하나는 저역 보정 스위치이다. 트위터 레벨 조정은 모두 다섯 단계로 0.5dB 단위로 조정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 실제로도 꽤 비슷하게 들어 맞는다. 저역 보정은 세 가지가 선택 조건이 있다. 보통은 Normal에 놓으면 된다. 스피커가 벽에서(또는 다른 큰 물건에서) 90cm 이상 떨어져 있으면 이 모드를 선택하면 된다. Contour는 방 구조 상 정재파(Standing Wave)가 심할 때 선택하면 되고, Boundary 모드는 벽면이나 큰 물건에 스피커가 60cm 이내로 바짝 붙어 있을 경우에 대비한 모드이다. Normal > Contour > Boundary 로 갈 수록 저역의 양이 감소된다.

살롱2는 다리 부분이 베이스 플레이트 타입이고 포트가 아래쪽을 향하는 하방형임을 말씀 드린 바 있다. 베이스 플레이트는 위 아래가 모두 단단하고 평평하게 되어 있지만 커다란 포트에서 360도로 퍼지는 에너지를 받기 때문에 플레이트가 위치한 바닥이 어떠한가에 따라 저역 콘트롤이 차이가 꽤 나는 편이다. 필자의 경우 처음에는 오디오펜스 위에 올렸었다. 오디오펜스는 음질적으로 별로 도움은 주지 않지만 공동주택 사용자에게는 심리적인 방어막(?)이다. 그러다가 오디오펜스를 뺐다. 높이가 너무 높아져서이다. 스피커가 위치한 공간이 카페트 끝 자락이라 플레이트의 일부가 카페트를 벗어나 마루바닥에 닿게 된다. 바닥 높이를 맞추기 위해 부득이 임시로 방진고무를 받쳐 놓았는데 오디오펜스 때에는 깔끔했던 저역이 갑자기 어지러워졌다. 시청실의 의자가 낮기 때문에 살롱 2의 높은 키가 영 신경이 쓰인다. 어쩔 수 없이 플레이트 밑에 스파이크와 슈를 맞춰 끼우고, 높은 의자를 구입해 들여 놓기로 작정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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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크는 위 사진처럼 두 가지 방식으로 끼울 수가 있다. 한 쪽 끝은 스파이크 타입이고 다른 한 쪽 끝은 글라이드 타입이다. 사진처럼 뒤집어 끼우면 바뀐다. 자신의 환경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스파이크를 사용할 경우에는 바닥에 동그란 스파이크 슈(Shoe)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바닥이 상하게 된다.(스파이크 슈는 제공하지 않는다. 각자 알아서 구해야 한다.) 스파이크는 돌리는 정도에 따라 높이가 조절된다. 측정해보니 30~65mm 사이에서 조절이 가능했다.

처음 살롱 2를 설치할 때에는 서둘러 스파이크를 달지 않는 것이 낫다. 베이스 플레이트 타입의 좋은 점이 스피커를 쉽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예전 오리지널 살롱은 무게가 98kg이었다. 게다가 움직이려고 할 때 마땅히 잡을만한 곳도 없다. 대부분의 대형 스피커들이 다 그렇듯이 사용자는 스피커 위치를 바꿀 때 씨름하듯이 스피커를 안고 조심스레 뒤뚱거리며 옮겨야 한다. 그렇게 해도 내 마음처럼 정확하게 위치가 맞아지지 않는다. 필자의 경우 스피커 자리를 잡기 위해 보통 20~30여차례 위치를 바꾸거나 토인/아웃을 시키는 편인데 대형 스피커의 경우는 옮기다가 지쳐 버린다. 살롱 2는 그런 문제가 없었다. 무게가 줄었다고는 해도 80kg인데, 전혀 움직이는데 문제가 없다. 베이스 플레이트 타입의 장점이었다. 손으로 약간만 밀어도 쉽게 움직여져 혼자서도 비교적 정밀하게 위치를 잡을 수 있었다. 자리를 완전히 잡은 후 스파이크를 다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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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2의 제원은 높이 1352mm(베이스 플레이트 포함), 폭 279mm, 깊이 504mm(플레이트 제외)이다. 트위터 중앙에서 바닥까지의 높이는 1220mm 전후이다. 스파이크를 쓰니 40mm 가량 높아진다.(총 126cm) 이 높이에 귀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 의자 높이와 리스너의 앉은 키에 따라 다르겠지만 약간 높은 편이다. 필자가 주 시청 위치에서 측정한 귀 높이는 118cm. 8cm 가량 트위터가 더 높다. 계산해보자. 스피커까지의 거리는 300cm. 오차/거리=8/300=0.027=tan(θ). 엑셀에 입력 시켜보면 θ은 1.5˚가 나온다. 별로 신경 쓸 만한 off-axis가 아니다.

지금 계산한 것은 귀 높이와 트위터 중앙 간의 수직 방향 off-axis 각도이다. 스피커는 대개 수평 방향으로는 직진방향의 on-axis 소리 값과 각도가 옆으로 벗어난 off-axis 소리 값이 차이가 확실히 나는 편이지만 수직 방향은 스피커에 따라 돔 트위터의 소재에 따라 차이가 나기도 하고 적기도 하다. 살롱 2의 경우 후자(後者)에 속한다. 돔 트위터의 속성 상 ±5˚까지는 on-axis 특성과 별 치아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필자처럼 스피커와 주 시청위치(sweet spot) 간의 거리를 3m 이상 길게 놓으면 시청 위치가 좀 낮더라도 off-axis 각도가 작아져서 괜찮다. 그러나 거리가 짧으면 그만큼 트위터와 귀 높이 간의 오차에 대한 각도가 커지기 때문에 의자 높이에 신경을 써야 한다.


살롱 2의 무향실 측정은 리스닝 포인트까지의 거리 2~3m 지점에서 수평 0˚ 수직 0˚를 기준 측정 축(on-axis)으로, 다시 기준에서 벗어난 각도(비축, off-axis)에서 총 72개 지점에서 측정이 시행된다. 보통 off-axis는 15˚ 상하 좌우 틸트 각도에서 측정해서 통합된 Listening Window 값을 뽑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살롱 2의 경우 무향실에 별도 시설을 갖춰 매 10˚ 단위의 off-axis 측정을 한다.(360˚를 10˚ 단위로 나누면 총 36개 지점이 설정되고, 이를 수평, 수직으로 나누어 계산하면 72개의 지점이 설정된다.) 이렇게 해서 얻은 값을 하나의 싱글 커브 주파수로 설정한다.
 
실제 사용자들의 시청환경은 무향실과 달리 반사음, 방사음에 의한 변수가 상당히 크다. off-axis 값을 복잡하게 산정하여 튜닝을 할 수록 실제 환경과 유사한 측정값(in-room response)이 나온다. 반사음은 리스닝 환경마다 다 다르기 때문에 엔지니어들이 사전 예측을 할 수 없다. 그러나 비축방향의 방사음의 특성은 튜닝 하기에 따라 평탄성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다. 이 때 캐비닛의 재질이나 크기, 모양도 영향을 많이 끼친다는 말씀은 이미 드린 바 있다. 아주 오래 전에는 어마하게 큰 덩치의 스피커를 좁은 공간에 나란히 놓고 스테레오 사운드를 듣는 것이 하이엔드 문화로 유행한 적도 있었다. 그 시절에는 스피커 유닛의 직진 특성만 오로지 신경을 썼을 뿐이다. 사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대음량과 매크로 다이내믹 사운드에 주로 압도되던 시절이었다. 요즘 현대 스피커를 디자인하는 엔지니어들 입장에서 보면 기절할 일일것이다. 최신 하이엔드 스피커들은 소리의 균일성과 응답속도에 주로 초점을 맞춘다. 영상기기도 중저가형에서는 "밝은 것"과 링잉에 의한 왜곡을 불사하더라도 무조건 "윤곽이 선명한 것"에 집착하지만 고급 기기로 올라갈 수록 "계조표현력"과 "정확한 색상, 색온도"에 비중을 두게 마련인데,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영상이나 사운드나 결국은 오십보소백보(五十步笑百步)더라는 것이다.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천문학적 금액의 스피커를 구입해놓고 제대로 된 세팅을 못하고 듣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노릇이다. 레벨 살롱 2만이 아니라 잘 알려진 값 비싼 스피커들은 앞서 언급했듯이 수평 또는 수직 방향으로 on-axis, off-axis 데이터 측정을 하고 이를 토대로 스피커를 세팅한다. 따라서 사용자도 이 기준에 맞춰서 세팅을 하는 것이 좋다. 수직 방향은 될 수 있는대로 귀 높이와 트위터 높이를 맞춰 오차를 5˚ 이내로 좁혀주는 것이 좋다. 수평 방향은 고급 스피커들은 대개 on-axis를 기준으로 ±30˚ 지역 내에서 균등한 사운드가 나오도록 세팅을 한다. 스피커와 사용자가 이루는 삼각형이 정사각형을 이룰 때 한 개의 각은 60˚가 된다. 스피커를 전혀 토인(Toe-in, 사용자쪽으로 방향을 돌려 놓는 것) 시키지 않고 정면을 보게 했다고 가정했을 때 엇각은 30˚가 된다. 리스닝 룸의 환경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정삼각형을 이루는 것이 가장 좋다. 만일 스피커와 스피커 사이가 이 보다 더 벌어지게 되면 스피커 트위터와 사용자 간의 각도는 30˚보다 더 벌어지게 된다. 이때는 적절한 토인으로 보완이 되어야 한다. 룸 환경에 따라 편차가 있겠지만 아무튼 리스닝 포인트가 30˚ 범위 안에서 설정이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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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제조업체의 측정치는 ±30˚ 안에서 고르게 나오지만 실제 in-room response는 당연히 다르게 나온다. 집집마다 환경이 다 달라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겠지만 대체적으로 오차 각도 범위가 무향실보다 훨씬 좁게 나온다. 또 룸에 있는 여러 구조물 때문에 특정 주파수에 대해 피크/딥이 이루어 질 수 밖에 없다. 필자의 시청실의 경우 45Hz와 100Hz에서 피크가 일어나는 편이다. 경험 상 고른 대역이 나오도록 최적의 스피커 각도와 거리를 잡을 때에는 일단 이렇게 '튀는 응답'은 제쳐놓고 설정해야 하며 실제로 설정해보면 ±30˚보다 훨씬 좁은 각도 내에서 세밀히 조정을 해야함을 알 수 있다. 간단하게 0Hz~20kHz 노이즈 시그널 CD와 사운드 레벨미터만 가지고 측정해보아도 ±30˚와 ±15˚ 가 실제 방에서는 꽤 큰 차이를 나타내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 차이는 주로 8kHz 이상 초고역 부분에서 드러난다.

살롱2와 같은 대형기는 일단 스피커 간의 거리가 최소 2~3m 이상은 되어야 한다. 리스닝 포인트와의 거리도 가급적 동일하게 맞춰 주는 것이 좋다. 사실 대형기들은 이 것이 문제다. 스피커 간의 거리, 옆벽 및 앞벽과의 거리(1미터 전후)를 감안하면 고른 응답과 광대한 스테이지를 확보하기 위해서 10평 이상의 공간이 필요하다. 룸 튜닝하기에 따라 7~8평도 설치가 가능은 하겠지만 그 이하는 곤란할 것 같다. 가로 길이가 긴 룸일 경우 무대를 넓힌다고 스피커 간 거리를 길게 만드는 것은 삼가해야 한다. 시청 위치와의 각도가 커지게 된다. 각도가 넓어질 경우 무대에 빈 공간이 많이 생기고 깊이가 떨어진다. 더불어 고역대에서의 롤오프가 빨리 일어난다. 유의해야 할 점 중 하나는 스피커 간 거리와 각도의 차는, 살롱 2 쯤 되는 고급 대형기에서는 대개 5~6kHz 이내에서는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남성 보컬이나 락 음악을 틀어 놓고 위치 조정을 하는 것은 부정확 할 확률이 높다. 노이즈 시그널이나 대편성곡, 바이올린, 피아노 소품 등이 더 적절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토널 밸런스

평자(評者)라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스피커의 가장 기초적인 성능 지표는 음조(音調)의 균형이다. 살롱 2의 대역별 밸런스는 별로 더 바랄 것이 없을 만큼 훌륭했다. 회사 측 자료에 의하면 23Hz~45kHz에서 -3dB, 29Hz~18kHz 범위에서는 ±0.5dB인 것으로 나타난다. 이 자료도 무향실이 아닌 In-room response 데이터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당연히 실제 시청 공간에서는 이렇게 안 나온다. 약 2~3시간의 오랜 셋업 과정을 거쳐 필자의 시청 공간에서 대역별 음압을 측정해 보았다. 필자의 룸은 측정을 위한 전용 공간이 아니지만, 같은 방에서 많은 종류의 스피커들을 테스트 했었기 때문에 비교 자료로서의 의미가 있다.

주파수  20㎐   25㎐   31.5㎐   40㎐   50㎐   63㎐   80㎐   100㎐ 
음압 -2.2 -4.0 -2.6 -0.1 -1.5 0.5 1.7 2.9
주파수  125㎐   160㎐   200㎐   250㎐   315㎐   400㎐   500㎐   630㎐ 
음압 -0.4 -0.2 -1.0 -1.5 0.8 0.9 -0.1 1.5
주파수  800㎐   1㎑   1.25㎑   1.6㎑   2㎑   2.5㎑   3.15㎑   4㎑ 
음압 1.2 0.0 1.0 0.5 0.0 -0.7 0.9 1.3
주파수  5㎑   6.3㎑   8㎑   10㎑   12.5㎑   16㎑   20㎑   
음압 1.7 2.2 -0.2 -2.7 -3.6 -3.5 -5.7  
(1㎑ @ ⅓Octave at -20㏈ 기준)

대역별 밸런스는 필자가 이제까지 테스트 했던 것 중에서는 가장 균일했다.
1㎑ 측정 음압(80.5㏈)을 0.0으로 놓고 20Hz~20KHz까지 측정했다. 20Hz~8kHz까지 ±3.0dB 수준이다. 필자의 룸이-비록 룸 튜닝을 상당히 했다고 하더라도-일반 가정임을 생각하면 놀라운 수준이다. 40Hz~8kHz 범위는 거의 ±1.0dB 수준이다.(필자의 룸은 원래 100Hz에서 피크가 있다.) 레벨의 in-room response 제공 수치와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10kHz부터는 3dB 이상 떨어진다. 필자의 룸에서는 레벨측 자료처럼 18kHz까지 ±1.0dB 수준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16kHz에서도 1kHz 음압과의 차이가 불과 3.5dB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타사 제품은 일단 제쳐놓고, 대역별 특성이 꽤 좋다고 했던 이전 오리지널 살롱 모델만 하더라도 10kHz가 넘어서면 보통 10dB~15dB 이상, 16kHz 쯤 되면 보통 20dB 이상 감쇄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살롱 2의 경우는 20kHz 노이즈 시그널에서도 1kHz와의 차이가 불과 5dB 수준이었다. 베릴륨 트위터의 특성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이제까지 테스트 했던 스피커 중에서는 가장 고른 대역 특성을 보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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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장비들을 치우고 음악을 들었다. Gary Karr의 콘트라바스 연주곡, 도니체티 "사랑의 묘약" 중 "남 몰래 흘리는 눈물". 개인적 애청곡이다. Karr의 불분명한 듯 흐리면서도 어둡게 느껴지는 연주. 하지만 깊숙하고도 농도 짙은 저음의 떨림이 심금(心琴)을 울려 저절로 슬퍼지는 곡이다. 이 곡을 선택한 것은 저역이 좋은 오디오 시스템을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통렬한 감상(感傷)이 있기 때문이다. 아, 대단히 멋지다. 곧바로 로스트로포비치의 바하 무반주로 교체했다. 저역의 해상도가 좋아 현(弦) 하나 하나가 퉁기듯 라이브하게 구별이 된다. 반응이 빠르고 잔향감이 좋아 소리 어울림이 좋은데 행여 뭉치거나 롤 오프 되는 지점은 없나 세심히 귀를 귀울여 보았지만 느끼지 못했다. 다시 Revel LFO Bass Test Signal CD를 넣고 이 번에는 20Hz~67Hz의 저역을 집중 측정했다.

주파수  20㎐   25㎐   31.5㎐   36㎐   40㎐   45㎐ 
음압 -2.2 -4.2 -2.8 -2.0 -0.1 2.2
주파수  50㎐   56㎐   60㎐   63㎐   67㎐   80㎐ 
음압 -2.0 -2.9 -0.2 0.5 2.3 0.9
(1㎑ @ ⅓Octave at -20㏈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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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1㎑ 음압(80.5dB)을 0 으로 놓고 상대적인 감쇄 정도를 비교했다. 전체적으로 20Hz까지 꽤 매끄럽고 연결이 된다. 60Hz 언더에서는 1kHz 보다 전체적으로 감쇄가 되는 편이기는 하지만 그 차이가 오차 범위 미만이다. 실제로 음악을 듣더라도 30Hz 언더, 10kHz 오버 사운드는 배음(Overtone)으로서의 역할은 있지만 순음(純音)으로서는 큰 역할을 하지 못한다. 사용자가 별로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하는 주파수이기 때문이다. 레벨의 측정 자료에 따르면 저역은 17Hz까지 -10dB 이내에서, 20Hz 부근에서 -6dB 이내에서 표현이 가능 하다고 되어 있는데, 필자의 시청실에서는 오히려 20Hz 부근에서 더 좋은 특성을 보였다. 이 것은 룸 게인(Room Gain) 때문이다. 방의 구조에 따라 얻어지는 음압 상승치가 있기 때문에 저역으로 갈 수록 개별적 편차가 커지게 마련이다. 결론적으로 살롱 2는 실제 시청 공간에서도 20~16kHz에 이르기까지 어떤 종류의 음(音)이든 피크나 딥 없이 고른 특성을 보였고, 가청 주파수의 양 끝단에서도 롤 오프되는 것이 없었다. 대역별 밸런스는 최상급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개인적으로 더욱 주목한 것은 살롱 2의 저역 해상도이다. 흔히 딥 베이스 파트로 가면, 저역이 꽤 강하다고 하는 스피커 시스템도 저역의 양감(量感)을 보이는 것에 집착할 뿐, 음색의 구별이 사라진 단조로운 소리가 나오기 십상이다. 그런데 사실 저역의 양감은 그다지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초저역에서도 섬세한 질감 표현이 잘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다시 표현하면 다이내믹레인지가 넓고 디테일이 좋아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특히 작은 음량의 저음이 큰 음량의 중/고음에 섞여 나올 때, 과장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음색과 음량이 세밀하고 또렷하게 표현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전체적인 사운드가 조화를 이루게 된다. 그런데 실제로 이런 스피커 찾기가 쉽지 않다. 저음의 음량이 작아지면 베이스인지 킥 드럼인지 구별이 안 가게 그냥 둥둥대는 소리만 들리곤 한다. 때로는 필요 이상으로 소리가 부스트되어 음색 구분이 잘 안 될 때도 있다.

저역의 해상도가 잘 살아 있으면, 마치 블랙이 착 가라 앉은 영상을 볼 때처럼, 소리가 안정감이 있으면서 더불어 아주 시원한 느낌을 받는다. 생생하게 톡톡 튀는 느낌이랄까?  이 부분에서 살롱 2는 확실히 강점이 있는 사운드이다. 하지만 독자들도 아시다시피 저역의 성향은 앰프의 영향이 적지 않다. 또 룸 튜닝은 특정 주파수에 대해 큰 영향을 미친다. 살롱 2의 강점이 모든 환경에서 다 빛을 발한다는 보장은 없다. 프리/파워는 질감 표현이 잘 드러나게, 역시 투명하고 중립적인 성향을 택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된다. 룸 게인이 크거나 프리 또는 파워가 저역을 다소 피크 시키는 경향이 있으면 살롱 2의 뒷면에 있는 저역 보정 스위치를 바꿔 출력량을 줄이더라도 질감의 표현력을 확보해야 한다. 아무튼 저역이 풍부하다고 알려진 앰프는 자칫 살롱 2의 저역 해상도를 무너뜨릴 소지가 있다.

필자의 경우 AV 사운드를 위해 15인치 서브우퍼 두 대를 사용하고 있다. 의외로 많은 유저들이 AV 사운드에서 저역의 리미트를 설정하는 부분을 많이 헷갈려 한다. 대개의 AV 프로세서들은 "THX Mode"를 권장 디폴트 옵션으로 사용한다. THX Mode는 5.1채널을 기준할 때 서브우퍼를 제외한 모든 채널의 저역을 80Hz에서 잘라내고 그 이하의 정보는 서브우퍼가 담당하는 방식이다. 80Hz 이하 저역을 구동할 때에는 힘이나 반응 속도에서 전용 서브우퍼가 앞서기 때문이다. 즉, 프론트 채널의 소리이든, 센터 채널의 소리이든, 서라운드 채널의 소리이든 80Hz 이하 소리는 모두 서브 우퍼가 담당한다. 물론 이들 타 채널 말고 서브우퍼가 원래부터 담당하기 한 LFE 성분(보통 0.1채널이라고 말할 때의 그 채널 성분이다) 또한 서브우퍼가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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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프론트 채널에서 나야 할 80Hz 이하의 저역을 서브우퍼가 낼 경우 정위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저역은 지향성이 약하니까 괜찮다고 보기 때문에 THX Mode는 이 부분에 너그럽다. 그러나 실제로 40~50Hz만 해도 음량이 어느 정도 되면 지향성 문제가 생긴다. 예를 들어 탱크가 쿠르릉 대며 전면을 가로 질러 가는 장면의 경우, 그 진동음이 탱크와 같이 움직이는지 아닌지에 따라 느껴지는 입체감이 전혀 다르다. 저역 성분 하나만 들으면 이동감이 강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다른 고역 성분과 섞여 들릴 때에는 고역 성분의 이동감과 호흡을 이뤄(대개 시간축에 따른 음량의 고저가 고역/저역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움직이는 것이 확실하게 느껴진다. 물론 이런 문제점을 감안하더라도 프론트 라인의 저역 재생 능력이 서브우퍼보다 떨어질 경우는 어쩔 수 없이 사운드 임팩트를 위해 THX Mode를 선택해야 한다.

그러나 살롱 2의 경우는 그렇게 설정하면 안 된다. THX Mode를 해제하고 프론트 채널의 저역 성분은 그대로 살롱 2로 보내는 것이 훨씬 더 디테일하고 생동감 있는 소리가 전개된다. 필자의 듀얼 15인치 서브우퍼 시스템은 성능이 꽤 좋다. 패씨브 타입인데 전용 앰프인 LE-1이 저역의 구동력과 반응이 매우 좋다. 그러나 살롱 2의 8인치 트리플 우퍼와 비교해보니 음량의 크기와 플랫함(살롱 2 보다 저역의 주파수 응답이 훨씬 더 고르다)은 더 우수하지만, 해상력은 살롱 2 보다 뒤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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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음의 해상력을 테스트 해보기 위해 일본 킹 레코드 발매 "저음왕 2"를 들어보자. 제목만큼 멋진 음반은 아니다. 녹음도 그렇고. 하지만 베이스 연주곡이 이렇게 연거푸 모인 컴필레이션은 흔치 않다. 테스트용으로 자주 쓰는 음악은 론 카터와 다카시 야마구치의 듀얼 기타/베이스 연주 "Someday My Prince Will Come". 두 사람의 연주가 교차되지만 악기의 정위감과 연주 대역이 명확히 잘 구별된다. 앞으로 튀어 나오는 다카시의 기타소리 뒤로 자연스럽게 깔리는 론 카터의 베이스 기타의 기교와 현을 퉁기는 힘이 느껴진다. 헨델의 "울게 하소서"는 Stefano Sciascia의 베이스와 David Leonardi의 피아노 조화를 잘 들어봐야 한다. 피아노에 대한 섬세함만큼 베이스가 섬세하게 표현되어야 하고, 결코 베이스가 피아노보다 과장되어서는 안 된다. 두 악기가 조화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 베이스의 활이 움직이는 소리, 현(絃)을 거스르는 소리, 연주자의 숨소리 등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두 곡 모두 살롱 2의 저역 해상력을 보여주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저역 셋업은 항상 어렵다. 실제 시청실에서 저역은 항상 어느 정도의 룸 게인(Room Gain)을 갖는다. 방 안의 어디선가 소리가 증폭되어 음량이 커지는 경우이다. 저역은 지향성이 약해 룸 환경의 영향을 꽤 많이 받는다. 대개 저역은 일정 수준 이하에서는 음압이 급격히 떨어진다. 이때 약해지는 부분을 룸 게인이 어느 정도 보상한다. 그러나 살롱 2 같이 저역 응답성이 좋은 기기들은 룸 게인이 '보상'이 아니라 '과도음량'으로 작용하기가 쉽다. 그래서 대형기기일 수록 저역에 대한 룸 튜닝이 더 절실해진다. 저역 보정 스위치로는 한계가 있다. 적절한 룸 튜닝재를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 (룸 튜닝재는 덩치가 큰 것은 불편하다. 작은 쿠션 하나와 사운드 레벨미터를 가지고 우선 방의 공진점들을 알아낸 뒤에 튜닝재를 선택하는 것이 정석이다.)

굳이 저역이 아니라도 룸 튜닝재는 잘만 사용하면 방의 음질을 개선하는 데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 룸의 벽면 재질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피크나 딥이 ±10dB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한다. 10dB이면 대단한 음량 차이다. 룸 튜닝에 대한 이야기는 주제를 벗어난 이야기라 지금은 생략하겠다. 단지 한 가지 부탁하고 싶은 것은, 지나치게 라이브한 것도 좋지 않지만, 지나치게 소리를 흡수하는 것도 좋지 않다는 점인데, 기실 하이엔드 하이파이 유저들 룸에서는 전자보다는 후자로 인한 문제점이 더 자주 발견된다. 특히 전면 무대에 대한 흡음재 사용은 소리에 대단히 큰 영향을 미치므로 신중할 필요가 있다. 저역의 부밍은 적극적으로 잡아야 하지만, 중고역의 경우는 변수가 많기 때문에 판단히 안 설 때에는 흡수하기 보다는 차라리 그냥 단순히 난분산(亂分散) 시키는 것이 훨씬 더 좋다.


투명함과 디테일 - 초 고역의 평탄성과 하모닉스

혹자는 10kHz 이상의 초고역 악기가 얼마나 있겠느냐고 하실지 모르겠다. 중저가형 스피커라면 사실 문제 될 것이 없다. 10kHz 이상의 주파수는 사실 시그널로 들으면 우리 귀에 '틱틱'하는 기계조작음 수준으로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살롱 2나 800D, 유토피아 BE 같은 기기들은 수만불하는 대형 고급기종이다. 이런 스피커들이라면 초고역 응답성이 중요하다. 값 비싼 기기라서 하이엔드가 아니다. 실제로 하이엔드 사운드를 들어보면 가슴이 확 트이는 듯한, 소리에 파묻혀 시간을 잃어버린 듯한 감동(感動)과 희열(喜悅)을 느끼게 된다. 이런 종류의 사운드는 중/저가 기종에서 간과했던 수 많은 요소들을 고가 기종에서는 중요하게 다뤄 점차 제자리를 잡아감에 따라 생기는 것인데 그 중 하나가 초고역의 응답성으로 인한 음색의 균형이다.

실제로 기본음(根音 또는 純音)만을 기준으로 한다고 하면 파이프 오르간의 가장 높은 음역대를 연주하지 않는 이상 10kHz를 넘어서는 악기는 거의 없다. 보컬은 대개 2kHz 이하이고, 치찰음을 포함해도 5kHz를 넘지 못한다. 하지만 Harmonics(배음, 倍音)는 다르다. 우리가 듣는 소리의 음색은 기본음만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기본음의 정배수가 되는 배음이 비록 그 음량은 높아질 수록 기하급수의 역수만큼 크게 감쇠하지만, 분명하고 확실하고 지속적으로 파생하면서 기본음과 어울려 우리에게 특정한 음색을 인지 시켜 준다. 따라서 스피커의 하모닉스의 형성 능력에 따라 우리는 같은 음원에서도 미묘하게 다른 음색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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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모닉스의 정교한 표현은 (1) 초고역으로 올라가더라도 얼마나 플랫한 특성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느냐 (2) 음량이 작고 세기가 여려지더라도 스피커와 앰프가 얼마나 그 미세한 정보를 디테일하게 잘 잡아 낼 수 있느냐 (3) 리스닝 룸의 환경이 어떠한가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이 중 세번째는 일단 제쳐 놓고 앞의 두 가지 내용을 다시 한 걸음 더 들어가 살펴 보면, 초고역 응답성의 평탄함은 트위터의 능력에 절대적으로 좌우된다고 말할 수 있고, 미세한 정보의 표현은 스피커의 정교한 반응속도 영향이 매우 크다. 반응 속도가 빠르고 정확하면 자연히 섬세한 표현이 가능해진다. 각각의 배음이 훌륭한 조화를 이룰 수 있게 된다. 스피커의 반응 속도는 물리적으로 측정될 수 있는 것이지만, 그 결과로 인한 배음 및 잔향의 어울림은 귀를 통해서만 알 수 있다.
 
살롱 2 소리의 특징을 한, 두마디로 요약하라고 하면 필자는 "투명함""디테일" 두 단어를 꼽을 것 같다. 디테일이 뛰어나면 음장의 형성이나 하모닉스의 자연스러운 형성에서 십분 그 위력이 발휘된다. 퓨어 베릴륨 트위터는 초고역에서도 평탄성을 잃지 않는다. 고역으로 올라가도 소리가 좀체 밝아지거나 두꺼워지는 현상이 없다. 높낮이의 오르고 내림이 매끄럽고 셈, 여림이 높이에 따라 바뀌지 않는다. 이러한 디테일은 살롱 2의 반응속도가 빠르고 고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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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에는 다양한 종류의 피아노 연주곡을 들어 보는 것이 제일 좋다.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예브게니 키신의 연주이다. 피아노는 25Hz에서 5kHz까지 넓은 음역대를 자유자재로 빠르게 넘나드는 매력이 있는 악기이다. C0~C1 옥타브의 낮은 반주음과 C6~C7의 높은 옥타브를 비바체와 프레스토를 오가며 두드리는 타음(打音)들이 하나 하나 생동감 있게 전해져온다. 소리의 이음새가 빠르고 매끄럽다. 고역으로 움직이더라도 잔향음이 컷 되거나 찌그러지는 현상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고역의 피아노 음이 롤 오프 될 때 흔히 발생하는 "땡땡거리는" 현상도 전혀 없다. 종합적으로 상당히 경쾌하고 명료하다. 살롱 2에게 정(情)이 가기 시작한다. 이제까지는 잘 만든 스피커라고만 생각했는데 경쾌한 피아노를 듣고 나니 '신통하고 기특하다'는 인정(人情)이 넌지시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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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레드 브란델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4번"(월광). 곡도 좋아하지만 노장의 부드럽고 진지한 연주가 좋아 즐겨 듣는다. 브란델의 부드러운 감성이 명확하게 전해진다.(그런데 왜 브란델은 쇼팽을 연주하지 않았을까?) 내친 김에 하나 더 들어보기로 했다. 호로비츠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황제). 호로비츠는 강하다. (필자만의 느낌인지 모른다.) 호로비츠의 강렬하고 다이내믹한 연주가 이렇게 실감나게 들렸던 적이 별로 없다. 거침없이 튀어오르는 건반의 탄력이 생생하게 들린다. 살롱 2를 계속 듣는다면 피아노 음반을 많이 구입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투명함(Transparancy)에 대해 잠시 살펴보자. 가끔 "투명한 소리"와 "의도적인 착색"이 혼동되는 경우가 있다. 저역을 강하고 비대하게 울리고, 고역을 매우 밝게 만들면 사용자는 그 강렬함에 매료되어 소리가 명료하게 들린다고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 것은 귀를 자극하여 쉽게 인지하도록 만드는 것일 뿐, 실제 음 자체를 명료하게 구분하여 들려주는 것이 아니다. (수천만원짜리 하이엔드 스피커 중에도 이런 착색음을 들려주는 기종이 적지 않다.) 투명한 음은 일단 소리가 스피커에서 확실하게 떨어져 나와 앞 공간에 자연스럽게 펼쳐져야 한다. 확 트인 느낌을 주지만 이미지는 또렷하게 자기 위치를 확실히 지켜야 한다. 음의 높 낮이에 따라 포커싱이 맺히는 위치가 바뀌면 투명한 음이 나올 수가 없다. 살롱 2는 착색이 적다.(적은 것이지 없는 것은 아니다. 사실 착색이 전혀 없는 스피커는 없다. 결국은 적고 많음의 문제이다.) 착색이 적다는 것은 곧 중립적이라는 뜻이다. 음조의 높낮이에 관계 없이 전체적으로 소리가 투명하고 그레인이 없다. 음량이 커진다고 해서 소리가 거칠어지거나 부서지는 현상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필자의 시청실에서는 룸 게인으로 인해 저역의 특정 주파수에서 공진이 일어 났는데 이를 잡기 위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갔다. (아직도 다 잡히지는 않았다.)


사운드 스테이지 (Soundstage)

유명 하이엔드 대형기들은 사운드 스테이지가 기본적으로 상당히 넓은 편이다. 음조의 균형을 통해 스피커의 기본기를 점검한다고 하면, 사운드 스테이지는 스피커가 들려주는 소리의 모습을 가늠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대체적으로 시청 공간이 넓지 않은 한국적 가옥구조 때문에, 우리들은 무대의 깊이보다는 넓이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음장의 넓이와 깊이는 스피커의 위치에 큰 영향을 받는다. 필자의 시청실은 비교적 넓은 편이어서 살롱2 두 스피커 간의 거리를 3m까지 넓힐 수 있었다. 무리하면 조금 더 넓게 벌릴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양 벽면과의 거리가 가까워진다. 스피커 간의 거리를 다소 좁히더라도 양 사이드 벽면 및 앞벽과의 거리는 넉넉히 유지해주는 편이 좋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용자가 거리 확보에 애 먹는 것은 앞벽과 스피커 사이의 거리이다. 앞 벽과의 거리 확보는 저역의 과도한 증폭을 막아주고, 무대의 깊이를 키워준다. 그러나 스피커가 앞으로 충분히 나오려면 가로보다 세로가 긴, 방 구조를 가져야 한다. 우리나라의 가옥구조, 특히 아파트 거실의 경우는 대개 가로가 세로보다 더 길다. 그래서 참 쉽지가 않다. 좋은 스피커를 가지고도 무대를 넓히기만 할 뿐 깊이는 잘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댁은 설상가상 무대 가운데에 지나치게 많은 흡음요소들을 배치해 그나마도 소리가 공간의 깊이를 통 반영하지 못하기도 한다. 이는 정숙성과 중앙에 포커싱이 맺히는 것에 너무 많이 치중한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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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와 벽면의 거리를 일정 수준만 확보해주면 살롱 2는 오리지널 살롱이 그랬듯이 상당히 넓은 사운드 스테이지를 펼쳐준다. 이전 모델보다 개선된 점은 스테이지의 깊이가 훨씬 더 좋아졌다는 점이다. 음장은, 스피커가 입력되는 수 많은 소리 정보 각각에 대해, 시간과 증폭도의 차이를 세밀하게 표현함으로써 형성이 된다. 그런데 시간과 증폭도의 차이는 곧 잔향음으로 드러난다. 반사음을 포함한 잔향음은 소리가 지속적으로 감쇠될 때 그 감쇠되는 정도-즉 그라데이션을 정교하게 표현하는 디테일이 생명이다. 흔히 디지털 프로세서 등에서 볼 수 있는 음장모드는 의도적으로 잔향음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런 류의 잔향음은 부풀려진 음장을 만드는데는 도움을 주지만 그 두께가 얇고 자연스럽지 않아 음악적인 통일감을 유지하기 힘들고, 음색이 부조화 스럽기 쉽다. 자연스럽게 음장이 형성되려면 잔향음이 기본 이미징과 분리되어 표현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이를 좌우하는 것도 반응속도와 디테일이다. 앞서 말했듯이 살롱 2는 이 부분에서 강점이 있기 때문에 음장을 비롯해 여러 가지 음질적 특성들을 양호하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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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드렸듯이 앞벽과의 거리만 어느 정도 확보해주면 살롱 2는 비교적 짧은 거리에서도 무대의 깊이를 꽤 길게 잡아주는 편이다. 음장의 깊이는 악기들이 얼마나 다양한 층을 이루어 배치되어 있는지 그 각각의 이미징에 대한 계층감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대편성, 이왕이면 합창이 들어간 베토벤 9번의 4악장 같은 곡이 안성맞춤이다. 들어보자. 앞과 뒤의 공간을 암시해주는 미묘한 단서들이 잘 캐치되는 편이다. 재즈 보컬의 경우 앞 쪽 무대를 점하고 있는 보이스와 별개로 무대 뒤쪽에 넓게 자리잡고 있는 세션 뮤직들이 선명하게 보인다. 무대의 앞 뒤가 명료하게 구별될 때 보통 사용자들은 소리가 투명하다는 느낌을 받기 마련이다.


포커싱 (Focusing)


음장도 그렇지만 현대 고급형 스피커들은 이미징을 형성하는 능력에서 특히 중/저가 제품들과 확연히 구별되는 강점을 보이는 편이다. 800D, 윌슨 시스템 8, 유토피아 Be, 메르디언 8000 등에서 느낄 수 있었듯이 살롱 2 역시 상당히 또렷하고 입체적인 이미징 능력을 보여준다. 원체 하모닉스 능력이 좋기 때문에 또렷히 포커싱된 소리에 덧붙여 악기 주위에 공기감(air)이 잘 형성 된다. 살집 있는 소리가 잡히는 이유이다. 그런데 이렇게 되기까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의 번인(Burn In)이 필요하다. 약 100여시간 이상 번인 된 후에야 전후좌우의 이미지들이 잘 어울러지면서 소리가 자연스럽게 펼쳐지기 시작했고, 소리가 생생해지기 시작했다.
 
토인(Toe-in) 각도, 즉 스피커를 얼마나 안쪽으로 기울일 것인지에 따라 포커싱과 스테레오 음장감이 영향을 많이 받는다. 포커싱을 더 또렷히 하려고 하면 토인 각도를 많이 주어야 하지만 이 경우 스윗 스팟(Sweet Spot)이라고 하는 주 시청 위치의 범위가 좁아지고, 좌우 입체감이 약화될 수도 있다. 토인 각도를 넓혀 스피커가 정면을 바라보게 하면 반대의 상황이 염려된다. 그런데 살롱 2는 이 요소에 대해서는 그다지 민감하지 않았다. 토인 여부와 음장/포커싱 관계가 밀접히 연결되어 움직이지 않았다. 분산 특성 때문인지는 혹 모르겠다.


다이내믹레인지와 과도 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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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레인지를 가늠하기 위해 좋아하는 소니의 베토벤 컴플릿 마스터피스 박스 CD를 꺼내 무작위로 많이도 들었다. 지난 번 2008 디지털 AV쇼에 가서 구입한 것인데, 처음 발매되었을 때 구하지 못해서 참 안타까워 했던 박스였다. 말러 2번 SACD도 좋다. 마이클 틸슨 토마스 지휘작으로 음질도 최고이지만 소리의 강약이 명확해 다이내믹 레인지를 살펴보기에도 최고이다. (락이나 재즈는 강한 소리가 많지만 여린 소리가 적다. 소리의 임팩트를 살필 때에는 좋지만 팝 음악을 놓고 다이내믹레인지를 살피는 것은 좀 무리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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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필자는 다이내믹레인지에 대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 얼마나 임팩트한 강한 소리를 내는가? 큰 소리와 작은 소리를 명료하게 구별해내는가? 하는 점을 따지는 것은 다이내믹레인지의 기본 체크 포인트이다. 그러나 이런 것으로는 하이엔드 스피커의 성능을 분석하기 좀 밋밋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고 본다. 하이엔드 스피커의 다이내믹레인지 성능은 큰 소리보다는 작은 소리의 섬세한 재생 능력으로 평가되어야 한다고 본다.(당연히 이 때의 '작은 소리'란 '낮은 볼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빠른 응답성(transient response)과 섬세한 음량 조절 능력이다. 음량이 급격히 바뀔 때에 그 속도를 민첩하게 따라가지 못하면 소리가 생생해지지 못한다. 음량의 변화를 빠르고, 섬세하게 그리고 매끄럽게 표현해낼 때 청취자는 "소리가 생생하다(vivid)"는 느낌을 갖게 된다. 살롱 2에서 필자가 기대한 것도 바로 이 점이었다. 예전 오리지널 레벨 살롱도 이 부분이 주 특기였기 때문이다. 앞서 디테일을 말하고 지금 다이내믹레인지를 말하지만 결국 따지고 보면 모두 동일한 특징에서 기인한 장점들이다. 살롱 2의 과도 응답 성능이 괄목하다는 점이다. 갑작스럽게 전달되는 신호를 놓치지 않고 정확하게 재생 해낸다. 특히 갑작스럽게 큰 소리가 등장하게 되더라도 순간적으로 소리가 두꺼워진다거나 악기의 정위(正位)가 무너지지 않는다. 과도 응답력이 떨어지면 장시간 음악을 들을 때 피곤함을 느끼기 쉽고 소리가 생동감있게 튀어 오르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


"AV 스피커" 용어에 대한 오해-하이파이와 AV 스피커는 영역이 다른가?

과도응답 이야기를 하다보니 문득 'AV용 스피커'라는 국적 불명의 용어에 대해 잠시 언급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필자는 살롱 2를 "AV용 스피커", "AV 마니아들이 좋아하는 스피커" 등으로 설명한 리뷰를 읽은 적이 있다. 그 전에는 메리디언 DSP8000에 대해 비슷한 류의 언급을 본 적도 있다. 레벨 울티마나 메리디언 DSP 모두 해외에서 많이 리뷰가 되었지만 이런 류의 분류는 들어 본 적이 없다. 왜 이런 오해가 생겼는지 짐작가는 바가 있다. 잠시 짚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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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해 고급 스피커 시스템에서 "AV용 스피커"와 "하이파이용 스피커"의 분류는 있을 수 없다. AV 사운드와 하이파이 사운드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 근간은 똑 같다. 단지 AV 사운드가 하이파이 사운드보다 범위가 더 넓다고 보면 된다. 하이파이 사운드는 음악이 주종이다. 한편 AV 사운드는 음악이나 대사와 더불어 자연음(또는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자연음)을 주로 다룬다. 다이나마이트가 터지는 소리, 벌레가 우는 소리, 말 달리는 소리, 자동차가 쌩쌩 달리는 소리, 탱크가 그르르 굴러가는 소리.. 사람이 만든 악기가 주를 이루는 음악과 달리 자연음은 (1) 음역대가 훨씬 더 넓고 (2) 더 빠른 순간 응답성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큰 차별점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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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다시피 동물의 울음 소리는 인간의 가청 주파수 대역인 20Hz~20kHz를 넘어선다. 대포 소리나 탱크가 지나갈 때 울리는 진동음, 로케트가 발사될 때의 소리 등등도 일반 하이파이 사운드의 주파수 대역을 넘어선다. 음의 세기도 큰 북을 힘껏 두드리는 수준, 파이프 오르간의 건반 여러 개를 힘껏 내리 누르는 그 수준이 아니다. 따라서 AV 효과음을 제대로 전달하려면 커버할 수 있는 음역대가 매우 넓어야 한다. (그래서 AV에서는 서브 우퍼를 필수적으로 권장한다) 또 폭발음이나 지하철 내의 소음, 열차가 지나가는 소리 같은 것은 음량이 갑자기 커졌다가 작아졌다 예측불허로 나타나기 때문에 즉각적으로 반응을 하지 않으면 소리가 생생하게 표현되지 못한다.

따라서 넓은 대역폭을 오가며 빠른 응답성으로 움직일 수 있는 스피커라면 AV에서만 좋을 턱이 없다. 하이파이에서도 당연히 여러가지 우수한 특성이 발휘되게 마련이다. (예외가 있다면 진공관 앰프로 운용되는 시스템이나 넌-하이브리드 정전형 스피커는 AV용으로 일정한 제약이 있다.) 따라서 고급 스피커 시스템에서 AV용과 하이파이용으로 나눈다는 것은 전혀 의미가 없다. 하이파이 스피커로 좋은 평가를 받지만 AV용으로는 대역이나 응답이 적절치 않은 경우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즉 AV용으로 좋은 평가를 받지만 하이파이용으로는 성능이 떨어지는 경우는 없다. AV 사운드를 잘 표현하기 위해 희생 되어야 할 하이파이적 성능이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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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용 스피커"라는 용어는 원래 저가형 올인원(All-in-One) 시스템에서 쓰던 관용어이다. AV 스피커 시스템은 기본이 5.1채널이다. 제한된 예산으로 시스템을 장만하려고 할 때, 예를 들어 200만원으로 5.1채널의 스피커를 구입했다고 가정하면 프론트 2채널 스피커는 100만원 남짓하는 제품을 선택하게 된다. 반면 같은 돈으로 하이파이 시스템을 구성하게 되면 200만원짜리 스피커를 프론트로 쓸 수 있다. 같은 예산이지만 AV 시스템의 메인 스피커가 더 성능이 떨어지는 제품을 쓰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AV 시스템은 센터 채널로 이미징 형성에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서라운드 사운드를 통해 입체적 음장감을 형성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그래서 "AV용 스피커"라고 하면 하이파이적 성능은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서브우퍼의 도움을 받고, 음장 형성 능력을 갖춘 AV 사운드 전용 스피커를 칭하는 말로 사용되곤 한다. 그러나 이는 중저가용 스피커 시스템, 하이파이와 AV를 겸용하기 벅찬 예산의 범주에서 적용되는 이야기이지, 스피커의 특성이 다른 것이 아니다.

레벨 울티마2 뿐이 아니라 B&W나 윌슨, JM Lab, 메리디언 등 유명 제조업체의 탑 모델들 모두가 AV 5.1채널로 구성되는 경우를 대비해 센터 및 서라운드 스피커 모델을 가지고 있다. 지금은 스스럼 없지만 10년 전만 해도 하이엔드 스피커는 AV 시스템 구성을 제안하는 경우가 없었다. 그냥 사도 몇천만원인데, 5.1 채널이 되면 자칫 억대가 훌쩍 넘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도를 처음 시도한 것이 1997년 레벨 초창기 울티마 시리즈였다. 그 무렵 일본의 어느 평론가가 레벨 울티마를 "AV에 적합한 스피커"로 평한 기억이 있기는 하다. (JBL을 최고라고 생각하는 그 평론가는, JBL을 만드는 회사가 만든다는 다른 이름의 '하이엔드 스피커'가 영 이해가 가지 않았다. "JBL이 있는데 하이엔드 브랜드가 왜 필요하지? 아... 이건 AV용 브랜드인가 보다." 아마 이쯤 생각했을 것이다. 그만큼 일본에서는 JBL의 인기가 좋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레벨 스피커가 제대로 론칭조차도 안 되었고, 또 아직도 컨셉도 제대로 잡혀 있지 않다.) 레벨 울티마 2 시리즈나 B&W 다이아몬드 시리즈 같은 경우 과도 응답 성능이 빠르고 정확하기 때문에 하이파이 사운드와 AV 사운드를 모두 고품격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오히려 이 제품들의 강점으로 꼽히고 있는데, 이는 저가형 올인원 시스템에서 말하는 AV용 스피커의 의미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코히런스 (Coherence)

음조의 균형, 사운드 스테이지의 폭과 너비, 이미징 능력, 넓고 매끄러운 다이내믹레인지. 좋은 스피커가 가져야 할 요소는 많다. 그러나 필자는 결국 스피커의 소리를 평가하는 최종적인 기준은, 동시에 다양한 음량과 음색, 위상으로 전해져 오는 수 많은 음악적 정보들이 얼마나 정확하고 아름답게 조화되는가 하는 코히런스(coherence)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대편성은 대편성대로, 실내악과 재즈는 또 그 나름대로, 락은 락의 풍김으로 충실히 그 느낌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한데 어울려 조화를 이루데 하나 하나의 정보가 명료히 존재해야 한다. 아무리 스피커의 특성 개개가 좋다고 해도 이들이 통일성을 갖고 최종적으로 하나의 음악 속에 녹아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오디오파일들이 충분히 만족할 만한 통일감과 음악적 밀도감을 살롱 2는 충분히 가지고 있다. 별개로 움직이는 정보들이 서로 일관성을 갖고 잘 결합되어져 나타난다. 그러나 그 결합도는 단번에 나타나지 않았다. 번인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난다. 처음 스피커를 울렸을 때에는 정보량은 많고 똑똑하게 들리는데 이 것들이 한데 어울러 지지 못해 정신이 산만한 상태가 한 동안 유지되었다. 약 70~80 시간 지나면서 소리가 한데 모이기 시작했고, 150여시간 정도 지나니까 비로소 자리가 확실히 잡히기 시작했다. 그 후로 얼마나 더 진화할지 또는 머무를지는 아직 모르겠다.


보이스2 센터 스피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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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2와 더불어 사용해 본 기종은 보이스 2(Voice 2) 센터 스피커였다. 보이스 2는 8인치 우퍼 두개를 양 쪽에 배치했고 가운데에 2인치 지름의 플랫 리본 와이어 보이스 코일을 사용한 5.25인치 미드레인지와 1인치 베릴륨 돔 트위터를 아래 위로 배치했다. 보이스 2의 유닛 특성이나 사운드 경향을 새삼 말할 필요는 없겠다. 왜냐하면 기존 살롱 2와 거의 똑 같기 때문이다. 단지 아래쪽 대역이 60Hz 이하로 가면 많이 감쇠되는 점만 다를 뿐이다.

모양이 역시 다소 바뀌었다.  이전 오리지널 보이스(아래 사진 좌측)보다 폭이 10cm 가량 줄었다. 대신 앞뒤로는 더 깊어졌다. 키도 약간 더 낮아졌다.(스탠드가 낮아졌다.) 디자인은 살롱 2처럼 엣지를 라운드처리 했고 뒤쪽 인클로저도 둥그렇게 아크 타입으로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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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는 나오지 않지만 스탠드가 특이한 점이 한 가지 있다. 전작(前作)은 스탠드에 한 번 고정하면 움직이기가 힘들었는데 새 모델은 양 쪽 밑에 있는 큰 볼트 하나만 손으로 풀면 스피커가 스탠드에서 떨어지지 않은 채 위 아래로 슬라이딩이 된다. 즉 스피커를 뒤로 물러나면서 약간 고개를 숙이게 틸트 다운 시킬 수도 있고, 앞으로 당기면서 고개를 사용자 쪽을 향하게 살짝 들게 틸트 업 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이건 아주 좋은 아이디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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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면 패널을 보면 두 개의 조정 스위치가 있는데, 살롱 2와 동일하게 우측은 트위터 레벨 스위치, 좌측은 저역 조정 스위치이다. 단 저역 조정에 대한 위치 설정은 프론트 스피커와는 약간 다르다.

Flush는 Voice 2를 스탠드 없이 선반에 올려 놓거나 벽면에 고정 시키거나 할 때(저역이 부밍될 염려가 있을 때) 설정한다. Stand-는 보이스 2가 역시 스탠드 없이 영상 기기의 위 쪽에 높게 배치될 때 선택한다. Stand+는 가장 일반적인 경우로 스탠드에 설치되어 디스플레이 기기 아래쪽에 자리 잡을 때이다.

센터 스피커는 대사(Dialogue) 전달 능력만 가지고 평가하면 안 된다. 실제로 소리의 이동감, 포위감 등 AV 특수효과음을 감당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센터 스피커이다. 프론트 스피커와 음색이 같아야 함(Timber Matching)은 물론이고, 반응속도도 빨라야 한다. 혹자는 센터 스피커의 역할을 프론트 스피커가 대신하는 팬텀모드(Phantom Mode)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이는 방의 크기에 비해 지나치게 큰 프론트 스피커를 사용하는 일부 일본의 평론가들의 주장으로, AV 사운드는 처음 디자인 될 당시부터 센터 스피커의 정위감에 큰 비중을 두고 소리의 이동효과나 확산효과를 계산하고 만들어 졌다는 것을 잘 모르고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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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뮤직 타이틀의 비중이 많아지면서 센터 스피커에 보컬이나 기타(Guitar) 등을 맡기는 경우가 많아졌다. 따라서 음악적 성능도 중요하다. 보이스 2는 울티마 2의 또 다른 플로어스탠딩형인 스튜디오 2와 거의 흡사한 성능을 보이고 있다. 보이스 2의 경우 이전 모델도 그랬듯이 트위터와 미드레인지 드라이버를 위 아래로 나란히 배치했다. 센터 스피커는 모양이 가로가 긴 타입이라 우퍼, 미드레인지, 트위터가 나란히 가로로 배치되는 경우가 많다. 센터 스피커는 페어가 아니기 때문에 가로 배열은 위상차를 가져오기 쉽다. 특히 미드레인지와 트위터가 가로로 나란히 있게 되면 소리가 서로 휩쓸리는(suck out) 현상이 일부 일어난다고 알려져있다.

센터 스피커와 프론트 스피커의 팀버 매칭은 매우 중요하다. 위치나 공간 문제가 아니다. 심지어 같은 회사의 서로 다른 등급의 스피커들을 서로 연결해도 부자연스러움이 금방 드러난다. 팀버 매칭을 점검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대부분의 AV(사운드) 프로세서 또는 AV 리시버에는 "팬텀 모드"가 있다. 센터 스피커가 없는 것으로 설정하는 것이다. 그 유명한 타이틀 이글스의 "Hell Freezed Over"의 "호텔 캘리포니아"를 dts로 들어보자. 보컬 돈 헨리의 목소리는 센터 스피커를 통해 나오도록 디자인 되어 있다. 팬텀 모드로 한 번 들어보고, 센터 스피커가 있는 것으로 다시 설정하여 들어본다. A/B/A/B/A 로 반복해서 몇 번 들어보면 소리가 어느 쪽이 자연스러운지 파악이 된다. 서로 다른 시리즈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 용납이 될 만하면 관계없다. 그러나 경험 상 대부분 타사 제품 간에는 잘 안 맞는다. 그냥 대사만 들을 때에는 별 차이가 있을까 싶은데, 멀티채널 음악이나 총격 장면처럼 짧게 끊어치는 효과음이 많은 장면에서는 어색함이 많이 드러난다. 오히려 이럴 수는 있다. 프론트 좌우 스피커보다 센터 스피커가 같은 회사의 더 상급의 제품일 경우는 어색함이 덜 하기는 하다. 예산이 안 되면 센터부터 미리 마련해두라고 하는 말도 있다. 그러나 원칙은 모든 채널이 동일한 급의 스피커일 때 AV 사운드는 최상의 효과를 낸다.

글을 쓰는 도중에 저장 작업 중의 실수로 인해 다시 2~3부를 두 번씩 써야 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그 때문에 본의 아니게 글이 끊어진 채 상당한 시간을 두고 올라가게 된 점에 대해 사과 드리고자 한다.        (최 원 태)


Specifications

Salon2: 6-driver, 4-way, ported-box
Drivers: 1" pure-Beryllium dome tweeter with 3rd generation waveguide, 4" titanium cone midrange, 6.5" titanium cone midwoofer, three 8" titanium cone woofers
Frequency range: 23Hz-45kHz, -3dB
Low-frequency extension: -3dB at 23Hz; -6dB at 20Hz; -10dB at 17Hz
Impedance: 6 ohms nominal, 3.7ohms minimum at 90Hz
Crossovers: high-order @ 1500Hz & 575Hz & 2.3kHz
Sensitivity: 86.4dB/2.83V/m (4pi anechoic)
Dimensions: 53.25" x 14" x 23" (HxWxD, with base)
Weight: 80.7kg. (shipping)

Voice2
: 4-driver, 3-way, sealed-box
Drivers: 1" pure-Beryllium dome tweeter with 3rd generation waveguide, 5.25" titanium cone midrange, two 8" titanium cone woofers
Frequency range: 60Hz-45kHz, -3dB
Low-frequency extension: -3dB at 60Hz; -10dB at 36Hz
Impedance: 6ohms nominal, 3.6ohms minimum at 90Hz
Crossovers: high-order @ 235Hz & 2kHz
Sensitivity: 89dB/2.83V/m (4pi anechoic)
Dimensions (on cradle with feet): 25.5" x 14.2" x 15.8" (WxHxD)
Dimensions (on stand): 28" x 24.2" x 16.8" (WxHxD)
Weight: 33.8kg (shipping)


Review System

Digital Source: Mark Levinson No.31.5 CD Transport, Mark Levinson No.30.6 DAC, Sony XA9000ES SACD Player, Samsung BD-P1400 Blu-ray Player, Samsung UP500 Duo Blu-ray & HD-DVD Player, Sony Playstation 3
Preamplification: Mark Levinson No.32 Refernce
AV Controller(Preamplification): Mark Levinson No.40 Media Controller
Poweramplication: Halcro DM88 mono+mono
Multi-Channel Poweramplication: BAT VK-6200 6-channel amplication
Cables: Interconnect-Transparent Reference XL, Speaker-Transparent Reference XL, Digital-Nordost Valhalla
Accessories: PS Audio Power Plant P500, RPG Diffractal, RPG SkyLine

Posted by hifinet
2007. 12. 19. 11:28

posted by 최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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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 인터내셔널과 노스릿지

레벨 스피커의 모(母) 그룹은 하만 인터내셔널(Harman International)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하만 인터내셔널은 세계 최대의 오디오 전문 그룹이다. JBL, Mark Levinson, Infinity, Studer, AKG, Revel, Audioaccess, Becker, Lexicon, Harman Kardon 등 홈 오디오, 카 오디오, 프로용 장비를 통털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관련 20여개의 유명한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다. 개발, 생산, 영업 모든 면에서 가장 큰 규모를 가진 오디오 회사이다. 보유 브랜드들을 훑어보면 쟁쟁한 것들이 많다. 이들 브랜드가 한 회사 소속이었다는 사실이 다소 생경한 분들도 계실 것이다. (※ 이런 하만도 최근에는 유동성 부족에 따른 자금난을 겪고 있는 모양이다. 얼마 전 골드만 삭스가 하만 인터내셔널 주식 일부 80억불을 환매해주려다 취소한 일도 있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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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만 인터내셔널 소속 브랜드들

하만 인터내셔널은 자사 보유 브랜드 중 하이엔드를 대표하는 상표 세개-마크 레빈슨, 렉시콘, 레벨-를 묶어 Harman Specialty Group 이라는 회사를 통해 관리하고 있다. 이를테면 예전의 매드리걸 랩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러나 매사추세츠 베드포드에 있는 하만 스페셜티는 총괄 기획과 영업을 맡고 있을 뿐, 제품의 개발과 생산은 모두 하만 인터내셔널 본사가 있는 캘리포니아 노스릿지(Northridge)에서 진행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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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L과 Infinity는 프로용, 컨슈머용, 카 오디오용 제품을 모두 생산하며 Revel은 홈 오디오용 제품만을 취급하고 있다. 세 브랜드는 소리의 경향이 많이 다른 편인데, 같은 곳에서 만들어도 컨셉이 다르면 이렇게 달라지는 것이다.

레벨은 미국 노스릿지와 멕시코, 중국에 각기 생산 시설을 가지고 있는데, 울티마 2 시리즈와 퍼포마 시리즈는 미국 노스릿지에서 제작이 되고, 콘체르타 시리즈는 멕시코에서, 벽면용 제품들과 스탠드 등은 중국에서 생산한다.

레벨이 대외적으로 항상 빠지지 않고 자랑하는 것이 바로 자신들의 개발, 생산 시설이다. 울티마 2의 경우 레벨은 유닛부터 배플, 포트, 캐비닛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품을 자체 개발하고 자체 생산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품질 보장은 될 지 몰라도 원가 상승 요인이 어지간할 것 같다)


레벨의 스피커 개발 및 제작 과정

레벨이 울티마 2 스피커에 대해 추구하는 최우선의 가치가 "정확성"(accuracy)라는 점은 일찍이 말씀 드렸다. 이 것은 결코 좋은 스피커가 책 속의 이론과 측정 그래프만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예술적인 결과물들과 과학적인 유의미한 데이터들 간의 관계를 물리학적으로, 음향학적으로 찾아, 최대한 객관적으로 컨트롤 할 수 있는 기기를 만들자는 이야기이다. 항상 일관적일 수는 없는 감성과 주관적 청감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결국 포인트는 이 것이다. 스피커 속에 숨어 있는 "예술"(art)과 "과학"(science), 이 두 요소 간의 관계를 얼마나 정밀하게 규명해내는가? 하는 것이다. 울티마 2를 발표하면서 케빈 뵉스가 "art 와 accuracy는 결코 분리될 수 없는 것"이라고 한 말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레벨의 울티마 2 개발 시스템을 한 번 살펴 볼 필요도 있겠다. 모든 스피커 제조업체가 동일한 개발 공정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레벨의 예를 보아 최신 하이엔드 스피커들이 설계되는 과정을 잠깐 들여다 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1) 스피커 디자인은 음향적 요소와 인테리어적 요소를 모두 겸비해야 한다. 인테리어적 요소는 주관적 판단에 의한 것이지만 음향적 요소는 철저히 계산과 모델링, 반복된 테스트를 통해 검증된다. 레벨은 유닛의 반지름, 캐비닛의 엣지 형태와 커브, 배플의 두께 등과 소리의 diffraction(회절), 분산, 응답과의 관계를 계산해서 설계를 한다. 이때 Laser Interferometer Scanner(LIS)를 이용한다. LIS가 설계된 캐비닛과 유닛의 형태를 고해상도로 스캐닝하여 그 구조를 세밀하게 분석한다. 이를 관련 프로그램에 넣어 캐비닛 구성물의 위치나 유닛의 형태를 초정밀하게 조정을 할 수가 있다. 특히 LIS는 트랜스듀서를 정밀하게 제작할 때에 매우 요긴하게 사용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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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저 간섭 스캐너(Laser Interferometer Scanner)가 트랜스듀서 진동판을 스캐닝하고 있는 모습






(2) 레벨은 울티마 2 시리즈에 사용된 transducer를 모두 자체 설계 제작했다. 이 때에는 LIS와 더불어 전용 CAD 프로그램, 그리고 FEA(Finite Element Alanysis)라고 부르는 유한요소 분석 툴이 사용된다. 직접 하드웨어를 만들지 않더라도 그물망 같이 짜여진 수 많은 유한 요소들을 분석해, 각각의 팩터들이 변경될 때 마다 스피커가 실제로 어떤 영향을 받게 되는지 가상 시뮬레이션을 하는 것이다.

(3) 시뮬레이션을 통해 결점을 수정하는 과정은, SLA(Stereo Lithography Apparatus)를 통해 프로토 제품을 형상화하는 작업과 어울려 수 백번 반복이 된다. SLA는 레이저를 이용해 설계 대상을 3차원으로 빠르게 형상화 시키는 제작 도구로 프로토 타입을 만들 때 대단히 유용하다. 설계, 시뮬레이션, 수정, 형상화, 테스트... 그리고 다시 스캐닝, 분석, 재 설계, 또 시뮬레이션, 수정, 형상화, 테스트, 평가... 이 과정을 무한하게 반복한다. 이 과정들은 많이 되풀이 될 수록 더 정밀하고 아주 작은 결점까지도 수정이 된다. 절차탁마(切磋琢磨)라고 할까. 지속적으로 갈고 닦아 연마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 과정은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리며 아주 치밀함을 요구하는 과정이다. 레벨은 CAD, FEA, LIS, SLA 등의 툴과 장비들을 사용해 이 과정을 쉽고 정확하고 빠르게 반복 진행 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들의 제품이 더 정밀해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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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자어(漢字語)로 "시제품 쾌속성형기"라고 불리우기도 하는 SLA(Stereo Lithography Apparatus)는 RP(Rapid Prototyping) 기술로 이를테면 3D Print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3차원 모델을 2차원 단면화를 통해 재료를 한 층 한 층 쌓아나가 실제의 3차원 모델을 매우 빠른 시간 내에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이다.
제작하고자 하는 입체 구조의 CAD 데이터를 넣어주면 레이저 빔이 수지를 스캐닝하여 자동으로 프로토타입(시제품)을 만들어준다.




(4)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프로토 타입은 실제 무향실에서 여러 단계의 측정 및 평가 테스트 과정을 받게 된다. 레벨은 여러 개의 무향실 시설을 갖추고 있다. 무향실에서 기준이 되는 on-axis 측정값을 비롯해 총 72개의 off-axis 측정값을 얻는다. 보통 15˚, 30˚ 정도의 off-axis 측정이 되는 것에 비해 레벨은 10˚ 단위로 전방향을 다 측정한다. 10˚씩 쪼개면 수평 방향으로 36개, 수직 방향으로 36개. 총 72개 방향의 off-axis 값이 나온다. 개발 때만 이 과정을 거치는 것이 아니다. 실제 생산되는 제품 하나 하나가 모두 이 과정을 거쳐 값이 측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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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스릿지에 있는 무향실. 이 곳에서 레벨, JBL, Infinity의 스피커들의 여러가지 특성이 측정된다.

(5) 그 다음 단계는 레벨에서 MRM(Musically Relevant Measurments)이라는 명칭을 붙인 단계를 거치게 된다. 앞서 언급한 "예술과 정확성의 일치"를 추구하는 단계라고 할까. "심포닉을 테스트 장비로 판단할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레벨에서는 말한다. 과학적 단계를 거치더라도 결국 최종적으로는 가장 신비하고 깊이있는 측정도구라고 하는 "인간의 귀"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이 때 레벨은 주관적이고 일관성을 유지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인간의 귀에 막연하게 의존하는 형식은 안 되며, 엄격하고 반복적인 오리지널 리스닝 테스트를 통해 얻은 결과와 측정 자료를 연결시켜서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말한다. 즉 종이 위의 그래프나 측정값들이 의미하는 것을 실제 체감해 얻은 소리들과 정확하게 매칭 시키는 작업을 하는데 이 과정을 통털어 MRM이라고 칭하는 것이다.

(6) MRM의 핵심 시설은 레벨이 자랑하는 Multichannel Listening Lab(MLL)이다. 여기는 무향실이 아니다. 실제 가정을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장치가 있다. 룸 사이즈나 형태, 가구 등 간섭팩터들 등을 그때 그때 시뮬레이션 해서 다양한 형태의 실제 가정에서 듣는 소리를 테스트 해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여기서 측정한 값을 In-Room 측정값이라고 하는데, 무향실에서 측정한 객관적 실험 측정치와 여러 가지로 시뮬레이션 한 In-Room의 음향 특성과의 관계를 세밀히 분석해서 그 상관 관계를 따진다.

더불어 훈련된 패널리스트들이 정해진 엄격한 규칙 하에서 더블 블라인드 방식으로 스피커들을 비교하는 작업을 한다. 이 작업은 필자를 비롯해 흔히 평론가들이 하는 방식과 비슷하다. A/B/A/B/A + B/A/B/A/B 방식의 변경, 친숙한 음악을 길지 않은 소절에 한해 반복 감상하되, 소스를 다양하게 갖고 가는 것 등이 다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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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스릿지에 있는 레벨의 Multichannel Listening Lab. 오토 스위칭, 룸 컨디션 변환 등이 가능하다.

레벨의 MLL에는 더블 블라인드 테스트와 스피커 비교 시청을 위해 자동화된 스피커 스위칭 스테이지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컴퓨터에 의해 컨트롤되는 플랫폼 위에 스테이지가 자리를 잡고 있고 있는데, 스위칭 명령이 떨어지면 압축식 컨베이어 시스템이 움직여 단 몇 초 만에 스피커가 정확히 동일한 위치에 다른 스피커로 바뀌게 된다. 대단히 정교한 리스닝 능력과 기억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감성적인 기억을 생생하게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은 불과 몇 초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 안에 빠르게, 반복적으로 들을 수 있어야 정확한 판단이 된다. MLL은 멀티채널 서라운드 테스트 시설도 갖추고 있어, 2채널 뿐만 아니라 멀티채널도 진행 된다고 한다.
 
(7) 위 과정을 거쳐 수정할 사항이 있으면 다시 트랜스듀서 등 각 부품을 핸드 튜닝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오차가 한결 더 줄어든다. 같은 방식으로 제작한 유닛이라고 해도 막상 생산된 것을 보면 약간씩 서로 다른 특성을 보이게 마련이다. 하이엔드 제품에서는 작은 오차도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유닛의 통일성은 결국 '하이테크 기술'과 '고전적 테스트 측정', 두 가지 방식이 조합한 핸드 튜닝을 통해 마무리되는 셈이다.

이제까지 소개한 여러 단계들을 여러 차례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 레벨 울티마 2의 오리지널 레퍼런스 프토토 타입이 완성된다. 최종적인 레퍼런스 프로토 타입이 완성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총 4년이었다고 한다. 케빈 뵉스는 처음부터 개발 기간을 언제까지라고 한정하지 않고, 동급의 경쟁 제품들과 거의 매일, 매주 비교 테스트를 거쳐 더 이상 경쟁자가 없다고 판단되었을 때 개발을 마치기로 했었다고 스스로 자신하는 말을 하는데, 실제로 그렇게 되었는지는 아닌지는 케빈 뵉스 말만 듣고서야 알 수 없는 노릇이다.

(8) 레벨 울티마2는 최종적으로 생산되는 제품 하나 하나를 모두 레퍼런스 프로토 타입과 비교하여 튜닝하는 과정을 거친다. 소개한 여러 첨단 장비들과 시설들이 사용되겠지만 최종적으로는 정밀한 핸드 튜닝이 큰 역할을 한다. 최종 튜닝은 레퍼런스 프로토 제품과 실(實) 생산품이 1dB의 오차 범위에 이를 때까지 반복적으로 시행이 된다. 그리고 조정 결과와 그 생산품의 세밀한 스펙, 시리얼 넘버를 각각 따로 기록하여 보관을 한다. 사용자는 나중에 제품의 특정 트랜스듀서에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자기 제품의 시리얼 번호를 레벨에 알려줘야 한다. 레벨은 자신들의 자료를 뒤져 그 고장난 트랜스듀서의 특성 및 측정 수치를 파악한 뒤, 새로 교체할 부품을 오리지널과 최대한 맞도록 다시 튜닝을 해서 보내준다.


레벨 스피커의 제품 라인 업
 
 Series  Model  Type  Series  Model  Type
 Ultima 2  Salon 2  Floorstanding  Concerta   F12  Floorstanding
   Studio 2  Floorstanding     M12  Monitor
   Voice 2  Center    C12  Center
   Gem 2   Monitor    S12  Surround
 Performa  F52  Floorstanding    B12  Subwoofer
   F32  Floorstanding  In-Wall  IC80  In-Ceiling
    M22   Monitor    IC65  In-Ceiling
   C52  Center    IC15  In-Ceiling
   C32  Center    IW65  In-Wall
   S30  Surround    I20  In-Wall
   B15a  Subwoofer    I30  In-Wall

레벨 스피커는 울티마 시리즈로 시작한 하이엔드 전문 업체였으나 5~6년 전부터 전략을 바꿔 가격대를 다양화하기 시작했다. (B&W의 영향 아닐까?) 퍼포마 시리즈는 가격대의 폭이 매우 넓다. 메인 스피커로 사용될 수 있는 세 모델(F52, F32, M22)을 기준으로 할 때 $2,000(M22)~$7,000(F52)에 이르기까지 Mid-Price 상하를 폭 넓게 두르고 있다. 콘체르타 시리즈는 저가 시장을 염두에 두고 레벨 브랜드로서는 이례적인 낮은 가격으로 내놓은 제품으로 $650(M12)~$1,300(F12) 사이에 제품들이 포진하고 있다. (죄송스럽게도 국내 판매 가격은 알아 보지 못했다. 대략 이 가격에 운송비와 관세가 추가된 수준 아닐까? 이 것도 어림이다.) 벽면용 제품은 최근에 출시된 것 같은데 아는 바가 전혀 없다. 울티마 2와 퍼포마 시리즈는 미국에서 생산이 되고, 콘체르타 시리즈는 멕시코에서 생산된다.

이 리뷰의 주인공인 울티마 2 시리즈는 Salon 2와 Studio 2 두 모델이 플로어 스탠딩 방식이고, Gem 2는 모니터 타입(스탠드 사용)으로 경우에 따라 벽면에 부착할 수도 있다. (이러한 모니터 타입의 스피커를 보통 북쉘프 타입이라고도 하지만 실제로 북쉘프나 그와 유사한 환경에 올려 놓고 사용하면 제 소리가 나지 않는다.) Voice 2는 센터 전용 스피커이다. 미국 내 가격은 Voice 2는 $8,000/single(스탠드 제외), Gem 2는 $10,000/pair(스탠드 제외) 수준이며, Studio 2는 $16,000/pair, Salon 2는 $23,000/pair 수준이다. (※ 이 가격 정보는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미국 내 가격도 수시로 변하기 때문이다. 또 옵션에 따라서도 가격은 바뀔 수 있다. 국내 가격은 역시 알아 보지 못했다.)

오리지널 울티마는 서라운드 전용 스피커(Embrace)와 서브우퍼 모델 두 종류(패씨브: LE-1 전용앰프+Sub-15, 액티브: Sub-30)가 있었다. 이들 모델은 지금 더 생산하지 않지만 레벨에서는 새로운 울티마 2 모델에 서라운드와 서브우퍼 모델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서라운드 모델은 추가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퍼포마와 콘체르타 시리즈도 모두 서브우퍼 모델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더라도 울티마 2 시리즈에서도 곧 액티브 타입의 서브우퍼 모델이 출시되지 않을까 예상이 된다.


디자인(Design)

새로운 울티마 살롱 2는 디자인이 종전 모델과 완전히 달라졌다. 예전 울티마 살롱은 활 모양의 고정형 그릴을 부착하고 사이드 패널로 로즈우드 또는 화이트 크롬을 덧 대는 형태의 꽤 엘레강스한 스타일의 모델이었다. 컬러도 블랙, 화이트, 레드 등 다양했고 사이드 패널 마감도 로즈 우드, 크롬, 블랙 매트 세 가지나 되었다. 하지만 좀 둔탁해 보이고 폭이 넓어 차지하는 공간이 많다는 단점도 지적되었다.

이에 비해 새 모델은 키가 더 커졌고 폭은 약 10cm 가량 줄었다. 폭이 줄어든 것은 보이스 2 스피커도 마찬가지인데 프론트 라인에 센터 스피커를 포함 스피커 세 피스(piece)를 놓는다고 가정하면 예전 모델보다 약 30cm 정도의 공간을 더 확보할 수 있다. 이 것은 실제로 시각적으로, 또 음향적으로 꽤 영향을 줄만한 크기이다. 무게도 전작(前作)이 100kg 가량 이었던 것에 비해 훨씬 가벼워진 80kg에 불과(?)하다.

오리지널 레벨 살롱처럼 유니크한 디자인은 아니다. 그러나 그릴을 씌워 놓으면 아주 단정하고 깔끔한 장년의 강건한 신사 같다는 느낌이 든다. 사이드의 마호가니 MDF 마감이 꽤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디자인 옵션은 하이글로시 블랙 피니쉬 본체를 그대로 쓰던지 아니면 그 위에 마호가니 사이드 패널을 덧대던지 딱 두 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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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로운 Ultima Salon 2 스피커                        ▲ 오리지널 Ultima Salon 스피커


잠시 또 옆으로 새서 디자인 옵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하이엔드 스피커는 성능도 신경 써야 하지만 디자인에도 각별히 비중을 두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 정도의 값 비싼 스피커를 구입하는 사용자라면 대개 집 인테리어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기 때문이다. 또 대개 이 급의 스피커들은 집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위치하기 쉽다. 그렇다보니 업체들도 디자인 외관에 적지 않은 비용을 들인다. 그 돈을 음향적 요소에 좀 더 투입했으면 하는 생각을 하면 좀 답답하기도 하다.
 
그런데 한 술 더 떠 하나의 모델에 여러 종류의 디자인 옵션을 적용하는 것은 정말 낭비라는 생각이다. 각각의 디자인에 대해 별도의 생산/재고 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원가 부담이 훨씬 더 커지게 된다. 워낙 가격이 비싼 제품들이다 보니 적은 수의 재고라 해도 그 부담율이 만만치 않다. 정말 쓸데없는 낭비 요소이다. 그런 의미에서 울티마 2가 디자인의 옵션을 적게 가져가기로 한 것은 참 잘한 일이다. 디자인에 대한 선택권을 넓히기보다는 제품의 성능을 올리는데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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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로운 울티마 보이스 2                                              ▲ 오리지널 울미타 보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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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ducer의 재질이나 스피커 내부 구성 내용물은 많이 바뀌었지만 외형 상의 유닛 구성 숫자나 레이 아웃 등은 동일하다. 살롱 2는 4-Way 6-Driver의 배열을 가지고 있다. 8인치 우퍼가 아래에 세 개 자리잡고 있고, 그 위로 6.5인치 미드 우퍼와 4인치 미드 레인지가 나란히 배열되어 있다. 맨 위에는 1인치 트위터가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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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 상단 부분을 보면 엣지가 둥그럽게 라운드로 마감된 아크(arc)형 디자인인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옆 좌측 사진) 상단 뿐만 아니라 측면도 엣지 부분을 둥그렇게 마감처리 했다. (한 문단 아래 사진)

레벨은 자신들의 cutting edge 기술에 대해 자랑을 많이 한다. 그러면서 edge를 라운드 아크형으로 설계한 이유에 대해 긴 설명을 붙인다.

트랜스듀서에서 방사(射) 된 소리가 인클로저 모서리의 날카로운 엣지 부분과 부딪히게 되면 소리의 회절(diffraction)이 일어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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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된다. 회절은 소리가 날카롭거나 모서리진 방해물을 만나게 되면 항상 일어난다. 빛이나 입자는 직진성이 있어 방해물을 만나면 방해물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서라도 그냥 직진을 하지만, 소리 같은 파동은 직진하는 것 이외에 방해물의 옆으로 휘어져 돌아가 버린다. (그래서 스피커와 리스닝 포인트 사이에 티 테이블 등을 놓는 것은 제대로 된 감상을 할 때에는 금기 할 사항이다.)

휘어진 회절음, Secondary diffraction wave는 당연히 휘어져 돌아오기 때문에 감상자 위치까지 time delay가 될 수 밖에 없다. 스피커는 신기하면서도 아주 정밀한 기기이다. 수 많은 소리가 각각 세밀하게 시간축과 음량의 정보를 전달하고 그 것이 재현될 때 정확한 공간감과 정위감이 형성되고 음색도 정확하게 전달이 된다. 회절이 생기면 그 만큼 타임 딜레이가 생기게 되고 이 것은 곧 주파수 응답을 부정확하게 만든다. 이러한 주파수 응답의 미세한 오류는 곧 음색과 이미지 형성에도 영향을 준다. 자기 음색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고 포커싱도 흐트러진다. 사운드 스테이지는 각기 따로 노는 음들의 난삽함 때문에 어지럽고 전혀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상태가 될 수도 있다. 회절 효과는 사용자가 청취 환경을 잘 정돈하는 것만으로도 크게 감소를 시킬 수가 있다. 또 회절 효과는 스피커와 가까운 위치에서 생길 수록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따라서 스피커 프론트 배플의 주변은 물론 배플 자체의 형상도 회절을 발생시키는 큰 변수가 된다.

레벨은 diffraction을 없애는 모양에 대해 상당히 긴 시간 동안 연구를 했다고 자신들은 말하고 있다. CAD 프로그램과 값비싼 Stereo Lithography 및 LIS 기기를 이용해 설계된 것을 그 즉시 모델링해서 형상화 시키고 테스트 하는 작업을 반복해 현재의 디자인을 만들었다는 이야기이다.

배플을 좁게 설계한 것도 음향적인 요소를 계산해 최적화 시킨 것이라고 한다. 유닛의 반지름과 엣지의 디테일을 바꾸었을 때의 상관 관계는 상당히 복잡한 계산식이라고 한다. 엣지의 라운드 커브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른 회절 효과 차이가 on-axis와 off-axis 별로 각기 다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계산하고 설계하는 데에는 Laser Interferometer Scanner가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diffraction을 낮추고 분산 특성을 높였으며 주파수 별 응답이 매끄럽게 되도록 캐비닛을 부드럽게 설계한 것이 최종적으로 나타난 현재의 디자인이라는 이야기이다.

필자로서는 인클로저와 회절음과의 음향학적 역학 관계까지는 알지 못하므로 레벨의 설명을 그대로 전달하는 수준에 머무를 수 밖에 없다. 들어보면 그럴 듯 하기는 한데 말 그대로 결과가 그렇게 추출되었는지는 솔직히 누가 알겠는가? 동일한 수준의 장비를 사서 따져 보기 전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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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2는 살롱 2와 유사한 모양으로 사이즈가 좀 작다. 3-Way 4-Driver 형식으로 8인치 우퍼를 두 개 장착하고 있고, 5.25인치 미드레인지와 1인치 트위터가 그 위에 배열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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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2와 스튜디오 2는 다리가 특이하게 베이스 플레이트(Base Plate) 타입(위 사진 참조)으로 되어 있다.  베이스 플레이트는 고정되어 있어 분리가 되지 않는다. 스파이크(글라이드)를 추가로 부착할 수 있다. 베이스 플레이트 바닥에 스파이크를 부착하도록 구멍이 만들어져 있다.
 
그러나 레벨 울티마 살롱 2는 키가 꽤 큰 편에 속하기 때문에 스파이크까지 부착하면 키가 3~5cm 가량 더 커지게 된다. 전체 높이를 감안해야 한다. 스피커 몸체는 폭이 279mm, 깊이가 477mm이고, 키는 베이스를 포함 1353mm이다. 스파이크를 붙이면 30~50mm 더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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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티마 젬 2는 모니터 타입으로 3-Way 3-Driver로 되어 있다. 2인치짜리 오버사이즈 보이스 코일을 쓴 8인치 짜리 우퍼와 1.25인치짜리 보이스 코일의 4인치 미드 레인지, 그리고 1인치 트위터를 각 한 개씩 가지고 있다.

살롱 2와 스튜디오 2, 젬 2에 사용된 유닛들은 동일한 특성을 가진 수공 제품이고, 세 모델 모두 1인치 트위터는 퓨어 베릴륨 트위터이다. 각 트랜스듀서에 대한 설명은 다음 회에 좀 더 자세히 살펴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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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모델 모두 피니쉬는 동일한 재질을 사용했다. 피아노 하이글로시 마감으로 마호가니를 사용하고 있다.
마호가니 마감재는 이음새가 없는 전체가 한 장짜리로 좌측 사진에서 보듯 싱글 커브 형태로 된 MDF 이다. MDF의 압축 내면은 총 9개의 층으로 되어 있다. 한편 배플의 두께는 2.5인치인데, 이는 유닛과의 공진 관계를 CAD를 이용해 계산한 결과로 판단된 최적의 두께라고 한다.

그릴은 자석식으로 아주 손쉽게 붙였다 떼었다를 할 수 있다. 이전 모델은 그릴을 쉽게 뗄 수 없게 고정 시켜 놓았었다. 그릴이 음향에 미치는 긍/부정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도 말이 많다. 케빈 뵉스는 음질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원칙적으로 CAD와 FEA를 통해 스피커를 설계할 때에는 그릴이 제거된 상태를 전제로 설계가 되기 때문에 그릴를 제거하고 듣는 것이 원칙이라는 입장이다. 그래서 손 쉽게 그릴을 떼고 붙일 수 있게 자석식으로 설계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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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살롱 2의 앞 뒤 모습이다. 뒷 모습이 깔끔해 보인다. 베이스 리플렉트 포트가 사라졌다. 사실은 사라진 것이 아니고 밑면으로 향하게 숨어 있어 겉으로 보이지 않을 뿐이다. 리어 트위터는 진짜로 없어졌다. 리어 패널 조정함은 알루미늄 캐스트로 만들어졌는데(아래 오른쪽 사진) 플라스틱 리어 도어가 달려 있어 보통 때는 닫아 놓으면(아래 왼쪽 사진) 먼지도 안 들어가고 아주 깔끔하다. 하지만 길이가 긴 바나나 단자를 연결할 경우에는 문이 잘 안 닫힌다. 이때는 문을 떼어 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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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루미늄 캐스트 리어 패널에서는 전방 트위터 조정 스위치와 저 주파수 보정 스위치가 각 한 개씩 부착되어 있다. 채택된 트랜스듀서와 셋업, 그리고 살롱 2의 음질적 특성에 대해서는 3부에서 살펴 보기로 하자.

(3부에 계속)

Posted by hifinet
2007. 12. 10. 22:49

posted by 최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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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울티마, 10년 만의 새 모습


대표적인 하이엔드 스피커 중 하나인 레벨(Revel) 스피커가 최상위 라인업인 울티마 시리즈의 모델 체인지를 감행했다. 거의 10년 만이다. 시제품을 작년 9월 CEDIA에 처음 선 보인 후 꼭 1년 만이다. 레벨 뿐만이 아니라 B&W나 윌슨, 메리디언, JM Lab 등 유명 하이엔드 회사들이 새 모델을 발표하게 되라치면 언제나 오디오파일들은 그 제품에 대한 정보와 평가가 어떤지 이목을 집중하게 마련이다. 특히 발표되는 제품이 그 회사의 최상위 플래그 쉽 모델일 때에는 더더욱 그렇다. 업체마다 편차가 있지만, 대개 유명 하이엔드 브랜드들은 평균 2~3년에 한 번, 느리다고 해도 5년에 한 번꼴은 새 모델로 바꿔 주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레벨은 1998년 울티마(Ultima) 시리즈를 처음 발표한 후 지금까지 10여년 동안 전혀 새로운 모델을 발표하지 않았다. 사실 이건 좀 이례적인 일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레벨은 미국에서 꽤 인기 있는 하이엔드 스피커이다. 매년 2회 발표되는 스테레오파일(Stereophile)의 Recommended Component 풀레인지 스피커 부분에서 지난 10년동안 한 번도 A 클래스 리스트에서 빠진 적이 없다. 게다가 레벨은 세계 최대의 오디오 그룹인 하만 인터내셔널(Harman International) 소속 브랜드이다. 한 마디로 배경이 매우 든든하다. 따라서 레벨은 인기, 명성, 배경 세 가지를 다 갖추고 있는 브랜드인 셈이다. 그런데도 10여년동안 모델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은 까닭이 자못 궁금하다. 혹자는 레벨 오디오가 매드리걸 랩(Madrigal Lab)에서 하만 스페셜티 그룹(Harman Specialty Group)으로 옮겨 가면서 생긴 공백 때문이 아닐까 추론하기도 하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닌 것이 레벨은 이 시기에도 퍼포마(Performa), 콘체르타(Concerta) 등 1000불~10000불 가격대의 제품들을 꾸준히 발표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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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레벨이 가지고 있는 울티마 시리즈에 대한 제품 포지셔닝 컨셉을 알면 간단히 이해가 된다. 레벨은 스스로 울티마 스피커를 "The True Reference Caliber Speaker"라고 부른다. 필자는 2000년 오디오 페어&디지털 AV쇼를 참관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케빈 뵉스(Kevin Voeks)를 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케빈 뵉스는 레벨의 모든 제품을 개발하고 총괄하는 Director로 사실 상의 대표라고 할 수 있다. 당시 그가 울티마 스피커를 마크 레빈슨 No.32 프리 앰프에 비교했던 것이 기억 난다. 즉 매드리걸이 마크 레빈슨 32를 레퍼런스(Reference) 모델로 개발했듯이, 자신도 울티마 살롱을 명실상부한 레퍼런스 스피커로 개발했다는 것이다. (레퍼런스 모델을 칭한다면 적어도 5~10년 이상 꾸준히 타 제품의 기준 좌표 역할을 할 만한 역량이 되어야 할 것이다.) 당시에는 그냥 자기네 제품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하는 홍보성 멘트 문구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실제로 레벨은 울티마 시리즈가 첨단 과학 기술과 이론을 집약시킨, 최신형 하이엔드 스피커들의 기준점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그들은 이번에도 새로운 울티마 2에 대해 같은 명칭을 사용한다. Reference Caliber Speaker란 명칭에는 자신들의 기술력과 제품의 성능에 대한 자신감이 배어 있다.

어떤 이유이든 일단 울티마 시리즈의 롱-텀(long-term) 방침은 사용자들 입장에서는 매우 반길 일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참 억울한 노릇이다. 이 급(級)의 스피커라면 보통 몇 만불대이다. 몇 만불을 지불하고 제품을 구입했으면 상당기간 그 제품의 노블리티가 유지될 수 있도록 배려되어야 한다. 그러나 불과 2~3년 만에 몇 만불짜리 제품이 흐지부지 구(舊) 모델이 되어 버리고, 사용자는 새 모델로 업그레이드 하는 문제를 또 고민해야 한다. (사실 음악을 자주 듣지 않는 사용자라면 2~3년은 겨우 간신히 스피커가 제 소리를 내 주기 시작할 무렵이다.)

이런 상황이 정상은 아니다. 수천만원 짜리 스피커는 유행품이 아니다. 제조사는 자신들의 제품을 선택한 사용자에게 믿음을 주고 자긍심을 주어야 한다. 잘 안 팔리거나 평(評)이 안 좋은 제품이라면 또 모르겠는데, 오히려 잘 팔리고 평이 좋을수록 모델 체인지가 더 잦은 편이다. 이건 사용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한 번 모델을 업그레이드 할 때 자신들의 기술과 역량을 총 집약시키되, 일단 한 번 바꾸었으면 오랫동안 그 모델을 유지해 주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사실 대부분의 하이엔드 업체들이 의외로 영세한 편이다. 몇 년에 한 번씩 새 모델을 내놓지 않으면 유지할 수가 없다. 이게 결국 딜레마이다.

이야기가 잠시 옆으로 새었다. 아무튼 오리지널 레벨 울티마 사용자의 경우 10여년간 업그레이드에 대한 부담없이 제품을 사용해 온 셈이다. 감가상각비가 낮은 셈이랄까? 앞으로도 이런 정책은 계속 유지될 것 같다.


좋은 스피커의 기준은...

새로 등장한 레벨 울티마의 새 시리즈 명칭은 간단하게 "울티마 2"이다. 각 모델명도 마찬가지이다. 살롱 2, 스튜디오 2, 젬 2, 보이스 2... 이런 식이다.
레벨 울티마 2의 컨셉은 명료하고 간결하다. "정확한 소리의 재현"이다. 이를 다르게 표현하면 착색이 전혀 없는 가장 중립적인(neutral) 소리, 두드러지지 않는 소리를 들려주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정확한 소리"가 제품 컨셉이라는 것 자체가 사실 좀 우습다. 그럼 어느 스피커는 "정확하지 않은 소리"를 제품 컨셉으로 한단 말인가? 그런데... 사실이다. 꽤 많은 스피커 제조업체들이 "정확하지 않은 소리의 재생"을 자랑스럽게 자기 제품의 컨셉으로 내세운다. '정확한 소리의 재현'보다는 '두드러진 소리를 창조하는 일'에 더 치중한다. 제조사만 그런 것이 아니다. 사용자들도 그렇다. 혹시 이런 식의 대화를 들어보신 적이 있는가. "저 스피커의 음색은 이러이러한 맛이 있어 좋고, 저 스피커의 음색은 저러저러해서 또 나름의 맛이 있다", "이 스피커는 소리가 정말 부드럽고 따뜻해 어떤 소스도 감미로운 소리로 바꿔준다.", "이 스피커는 재즈는 별로지만 락(Rock)은 소화를 잘 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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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스피커는 재현되는 소리의 음색이 다르고, 대역 특성이 다르며, 밸런스도 응답속도도 다 다르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그 스피커의 개성 때문이 아니다. 좋은 스피커와 그렇지 않은 스피커의 기준점은 한 가지이다. 정확한 음(音)을 정직하게 전달했는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이게 전부다. 전달 과정에서 음색이 바뀔 수도 있고, 대역 밸런스가 안 맞을 수도 있으며, 특정 부분이 부스트 될 수도 있다. 이는 모두 다 왜곡이다. 엄밀하게 말해 왜곡이 없는 스피커는 없다. 대형 콘서트 홀의 소리를 고작 2~3m 간격으로 배치된 단 두 개의 스피커를 통해 100% 재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신기할 정도로 현대 음향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일정한 수준의 왜곡은 피할 도리가 없다.

중요한 것은 왜곡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제조업체와 사용자들이 이 왜곡의 정도(程度)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오히려 왜곡을 왜곡이라고 여기지 않고, 그 제품의 특색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특정 대역을 임의로 과장시키는 제품들, 예를 들어 고역을 부풀려 밝고 화사하게 만든 것을 "고역대가 좋은 스피커"라고 여기고, 해상도가 다 뭉개진, 그러나 양감이 좋은 통 소리 나는 베이스를 들으며 "저역이 풍부한 스피커"라고 여기면 안 된다. 각 대역의 밸런스(balance), 하모닉스(harmonics), 코히런스(coherence)보다 특정 대역의 강조에 집착해서도 안 되며, 디테일이 뭉개지고 잔향음과 이미지가 뒤섞어 버린 스피커를 부드럽다라고 오해해서도 안 된다. 그런데 우리는 의외로 주변에서 여러 종류의 이러한 왜곡들을 그 스피커를 대표하는 '특징'인 것처럼 말하는 것을 듣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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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 밖인 것은 하이엔드 사용자 중에도 비싼 스피커일 수록 고유의 특색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가격이 낮은 스피커라면 원가 문제 때문에 알면서도 왜곡되는 것을 막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하이엔드 스피커라면 적어도 기본적인 대역별 밸런스나 스테이지의 크기와 포커싱과의 조화, 넓은 다이내믹 레인지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꽤 비싸다고 하는, '천문학적인 금액'의 스피커가 이런 기초적인 부분에서 실망을 주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가장 큰 오류는 대개 토널 밸런스(Tonal Balance), 즉 저역, 중역, 고역 간의 밸런스를 상실하는데에서 온다. 이렇게 되면 자연히 음량이 높아질 경우 특정 대역이 과도하게 되어 자연스럽고 탄력있는 다이내믹스를 추구할 수 없게 되고, 음악적인 조화도 깨져 버린다. 그런가 하면, 디테일이 뭉개진 소리를 "정숙하고 부드러운 소리'라고 강변하는 값 비싼 기기들도 있다.
 
좋은 스피커는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어 내는 스피커'가 아니라, "정확한 소리를 전달해주는 스피커"이다. 좋은 스피커는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이 없어야 한다. 음악을 아름답게 또는 서투르게 만드는 것은 지휘자요, 뮤지션이며, 레코딩 디렉터이지 오디오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가장 많이 오해되는 부분이다. 오디오 시스템을 어떤 회화적(繪畵的) 또는 창조적 도구로 오해하는 것 말이다. 오디오 시스템의 창조적 능력은 음(音)을 전기 신호로, 다시 전기 신호를 음(音)으로 정확하게 바꾸는 물리적 창조이지, 예술적 창조가 아니다. 오디오 시스템을 통해 나오는 최종 결과물, 즉 빈 오케스트라의 교향곡 연주나 마리아 칼라스의 아리아 같은 것은 모두 예술적 창조물들이다. 그렇다보니 오디오 시스템 자체도 그 "예술적 창조"에 한 몫 거드는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오디오 시스템은 예술적 창조에 끼어들면 안 된다. 들어온 신호를 정직하게 내 보내고, 콘서트 홀의 음향을 현장음에 가깝게 시청실에 재현시키는 음향적, 과학적 기술에 철저히 충실해야 할 뿐이며, 예술적 창조는 빈 필과 칼라스에게 맡겨야 한다. 따라서 오디오 시스템에 대한 평가는 이성(理性)에 의존해야 하며 감성(感性)에 의존하면 곤란하다. 감성에 의존한 제품 튜닝은 마치 기껏 고급 오디오를 사 놓고 맨 끝에 이퀄라이저와 믹서를 연결해 놓고 사용자가 그때 그때 조절해 듣는 것과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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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스피커의 성능을 소리의 정확도나 정직한 전달에 두기 보다는 "얼마나 따뜻한가", "심금을 울리는가", "공기를 훈훈하게 감싸는가"... 식으로 감성적 수사(修辭)에 치중해 평가하는 일본의 일부 고전전 평론이 아직도 국내에는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최근의 하이엔드 스피커들이 지향하는 방향에 선뜻 동의하지 못하고 여전히 7~80년대식 모델의 음 경향에 치중하기도 한다. 이들에게 "중립적인 소리"란, '자기 색깔이 없는 맹숭맹숭한 소리", "건조하고 분석적인 소리" 쯤으로 오도(誤導) 되기도 한다. 안타까운 노릇이다.

중립적인 소리는 사실 전혀 딱딱하지도 건조하지도 않다. 부드러운 소리는 부드럽게, 딱딱한 소리는 딱딱하게 내줘야 중립적인 소리이다. 부드러움은 소리가 공격적으로 표현되어 듣는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 것을 막아준다. 그러나 자칫 끝이 뭉툭해진 저해상도의 소리를 부드럽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정직한 스피커는 자기 색깔이 없는 것이 당연하다. 음악적 조화가 깨지지 않고, 토널 밸런스가 잘 유지된다면 분석적인 것은 전혀 흠이 아니다. (때로 '분석적'이라는 말은 특정 대역이 오버 피킹되어 소리가 공격적(aggressive)이게 되는 경우를 뜻하기도 한다. 잘 못 쓰인 경우이다. 분석적인 소리는 대역별 조화가 깨지지 않으면서 디테일이 묘사되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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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신 하이엔드 스피커들은 on-axis(수평 축 0˚의 직진 방향의 소리에 대한 측정) 성능 뿐이 아니라, 여러 각도의 다양한 각도, 방향의 소리, 즉 off-axis 성능까지도 고루 고려하여 치밀하게 설계한다. 실제 룸에서의 반사음까지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옆 도표 그래프의 맨 위 검은 선은 on-axis, 아래 여러 컬러의 선은 off-axis 스피커 성능이다. 도표(혼 트위터)에서 보듯 예전 스피커들은 off-axis의 응답 성능이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

특정 제품에 대한 리뷰에 앞서 위와 같은 일반론을 길게 언급한 이유는 이렇다. 어떤 오디오 시스템이 "좋은 소리"의 기준을 어느 정도 충족 했는지 살펴 보는 것이 오디오 리뷰의 본질이다. 그런데 '좋은 소리'에 대한 기준이 제각각 다르고 애매모호 하다면 테스트도 리뷰도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 영상 표준 색온도를 6500K로 하자고 협회에서 설정하고 관련 모든 업종이 따르기로 했는데, 난데 없이 혼자서 "난 9000K가 더 좋아 보이니 이 제품보다 저 제품이 더 좋은 제품이요"라고 말한다면 그 사람에게는 어떤 리뷰도 필요가 없다.


울티마 2 스피커의 달라진 점

최근 미국, 유럽 쪽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하이엔드 스피커들을 보면 대개 방향이 비슷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레벨 스피커는 가장 적극적으로 제품의 컨셉을 '중립적인 사운드", "레퍼런스 사운드"로 홍보하는 편이다. 오리지널 울티마 때에도 그랬고 이번 울티마 2 시리즈에서는 그 주장이 더 강화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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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중립적인 사운드"라는 측면에서는 레벨 울티마는 가장 정평이 나 있는 제품이다. 레벨 울티마에 대해 자주 언급되는 별칭이 "평론가들의 스피커"라는 것인데, 실제로 꽤 유명한 해외 평론가들 중 상당수가 울티마 시리즈를 개인적으로 보유하고 있거나 보유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6년 전에 한국을 방문했던 TPV의 편집장 로버트 할리(Robert Harley)씨도 당시 레벨 울티마 스튜디오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 이유에 대해 로버트 할리는 "중립적인 스피커들은 다른 오디오 시스템의 장단점을 가감없이 그대로 전달해주기 때문"이라고 대답했었다. 스테레오파일의 편집장인 존 앳킨스(John Atkins)도 언젠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형편없는 레코딩의 음반을 가장 적나라하게 나쁜 소리로 들려주기 때문에 레벨 울티마 살롱을 사용하게 되었다고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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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티마 살롱 2에 와서 중립적인 성향이 특별히 더 강화된 것 같지는 않다. 그 보다는 소리가 좀 더 디테일해졌고, 투명해졌다. 스테이지의 넓이는 비슷하나 깊이가 더 깊어졌고 응답속도는 확실히 더 빨라졌다. 그 결과 소리가 더 입체적이고 생생하다. off-axis 측정 성능을 중시하는 태도나 저역의 과장에 너그럽지 않은 자세는 10여년동안 케빈 뵉스가 지속적으로 보여왔던 모습이다.

외관은 완전히 다른 디자인으로 바뀌었다. 물론 배플도 다시 디자인 되었고, 포트의 위치도 바뀌었다. 대역폭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스펙에는 나타나지만, 실제 청감상으로는 대역 폭의 확대 보다는, 대역 간 밸런스가 훨씬 더 안정적이고 고르게 되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하만 인터내셔널 소속 스피커 고유의 SLA, MRM, Laser Interferometer, CAD, MLL 등 과학적인 Tool을 이용한 R&D 개발 방식은 전작(前作)과 같고 역시 이번에도 California의 Northridge에서 전량 직접 수공으로 제작되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시간에 좀 더 자세히 다룰 기회가 있을 것이다.

(2부에서 계속)

Posted by hifinet
2007. 11. 17.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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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deo Processor

 

Full HD 영상 디스플레이 시대에 접어들면서 부쩍 그 비중이 줄어든 것이 비디오 프로세서이다. 720p 또는 768p 출력 기기가 범람하던 시절에는 우수한 스케일링 기능이 필수였다. 480p 출력은 720p로 업스케일을 해주고, 1080i 소스는 720p로 트랜스 스케일을 해 주어야 했다. 특히 후자가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사실 지금도 여전히 쉽지 않은 과정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 비중이 많이 줄어들었다. DVD의 경우를 보자, 풀 HD급 프로젝터가 등장하기 이전부터 이미 많은 DVD 플레이어들이 스케일러 칩을 내장해왔다. 이 중에는 상당히 우수한 프로세서를 장착한 제품들도 많다. 서로 다른 종류의 스케일러들이 중복될 때 사용자는 도대체 어떤 순서로 어떻게 스케일러를 작동해야 할 지 몰라한다.

DVD에서 최선의 스케일링 옵션을 선택하기 위한 원칙 몇 가지.
첫째, 무조건 "듀얼 스케일링"은 피하라. 이건 철칙이다. 480p→720p→1080p 라던가 480p→1080p→720p 같은 듀얼 스케일링은 어떤 경우에도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아주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쓰지 말아야 한다.
둘째, 부지(不知)간에 듀얼 스케일링을 야기하는 것이 바로 오버스캔이다. 영상 기기는 물론 소스 기기도 혹시라도 오버스캔이 들어가 있지 않은지 세심히 살펴야 한다.
셋째, 480p→1080i→720p는 어떤 경우에도 엉망인 결과를 초래한다. 프로그레시브는 프로그레시브로 스케일링을 해야 한다. 프로그레시브를 인터레이스드로 바꾸지 말라.

1080p 프로젝터를 사용할 경우 480p 출력의 DVD 영상은 프로젝터에 곧바로 480p로 입력하던지 또는 플레이어의 업스케일링 기능을 이용해 1080p로 변환해서 입력하는 것이 좋다. 전자의 경우는 여전히 프로젝터의 비디오 프로세서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일 720p 프로젝터라면 당연히 720p로 바꾸어 입력하는 것이 좋다.)

삼성 A800B에 쓰인 비디오 프로세서 이름도 생소한 STP10. 삼성 내부에서 정한 명칭이니 당연히 생소할 수 밖에 없다. 대만계 미국 회사인 Trident Microsystems의 플래그쉽 모델인 SVP-EX 계열의 칩으로 짐작이 된다. Trident 라고 하면 귀에 낯선 이름이 아니다. 독자들 중에는 80년대 후반~90년대 중반까지 크게 활약하던 Trident의 PC용 그래픽 카드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지금은 그래픽 카드는 만들지 않고 DTV용 시스템 온 칩을 개발하는 회사로 변신을 했다. 소니, 삼성, 샤프, 도시바의 DTV에 자사(自社)의 SVP칩을 대량 공급 하는 등 꽤 규모 있는 중견 회사로 성장했지만 비디오 프로세서로서의 명성은 아직 없다. 삼성이 STP10을 사용한 것은 자신들의 DTV에 들어가는 범용적인 칩이기 때문에 그냥 '별 생각 없이' 채택한 것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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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1] 트라이덴트社의 SVP 칩. 삼성 A800B에 탑재된 STP10으로 추정된다.
 
물론 네임밸류만 가지고 칩셋의 성능을 평가할 생각은 없다. 기술의 발전이 급격한 것이 이 분야이기 때문에, 픽셀웍스의 DNX 칩에서 보듯이 뜻 밖에 성능이 돋보이는 저가형 칩도 자주 등장한다. 따지고 보면 지금 고급형 칩으로 높이 평가 받고 있는 실리콘 옵틱스의 HQV 칩도 테라넥스라는 초고가형 프로세서 회사를 인수하면서 벤치마킹한 제품을 파격적인 가격으로 발표하면서 비로소 유명해진 것이다. 최근 ABT의 스케일러 칩이 Faroudja 보다 더 높이 평가 되는 실정이지만,  ABT의 전신(前身)인 DVDO는 10년 전 아예 "Faroudja에 가장 근접한 프로세서를 만들어보자"는 모토를 공식적으로 내걸고 만들어졌던 회사이다.

Trident 의 SVP 칩도 프레임레이트 컨버전 기능, 10비트 비디오 프로세싱, 필름 모드 기능 등 갖출만한 기능은 다 갖췄다. 실제로 스케일링 기능도 꽤 우수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rident 칩의 사용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것으로 조 케인씨 조차도 이 칩에 대한 사전 정보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그저 삼성 TV에서 사용되던 범용칩 정도로만 생각하고 성능 평가만 했을 뿐, 그 출처가 어디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1080p 프로젝터 개발 작업이 처음 시작될 무렵, 삼성은 조 케인의 자문을 얻어 탑 그레이드의 비디오 프로세서를 직접 제작하는 것을 고려했던 적이 있었을 것이다. 테라넥스, 파루자와 더불어 최고의 프로세서로 알려진 스넬&윌콕스와의 협력관계설도 있었다. 그렇게 되었으면 참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사실 그렇게까지 비용을 들일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 다크칩3까지 접어둔 상황에서 고가의 비디오 프로세서 칩 개발에 열중한다는 것은 사실 좀 넌센스이다. 24p 소스와 풀 HD의 보급은 비디오 프로세서의 중요한 두 축인 디인터레이싱(De-Interlacing)과 스케일링(Scaling)의 역할을 크게 줄였다. 그 보다 나중에 살펴 볼 48Hz 출력 기능에 조 케인은 보다 더 열중했다. 48Hz 출력을 쓸 때는 사실 상 스케일러는 완전 작동정지이다. 그래서 그냥 부담없이 기존에 쓰던 칩이 그대로 적용한 것 같다.

그런데 STP10은 그런대로 스케일러 성능은 꽤 괜찮은 편이다. 720p HD 소스를 1080p로 스케일링하는 능력도 뛰어나고 480p DVD 소스를 1080p로 만드는 재주도 괜찮다. 그러나 DVD 플레이어의 720p나 1080i 출력을 1080p로 바꾸면 화질이 많이 저하된다. 이 조합은 어떤 기기에서든 원래부터 피해야 하는 "듀얼 스케일링" 조합이라고 앞서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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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720p HD 패턴을 1080p로 스케일링 한 장면. 디지털 카메라와 실 화면의 차이, 촬영 사진의 해상도 제한 등으로 그림 속 주사선이 제대로 표현되지 못했다. 실제로는 깔끔하고 중간 오버랩이나 밴딩 에러 등이 일어나지 않았다.

따라서 DVD나 720p HD 소스는 그런대로 무난한 셈이다. 단, DVD의 경우 유의해야 할 점이 있는데, 업스케일링 기능을 갖춘 DVD 플레이어들 중 상당수가 480p 출력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주사선의 문제가 아니라 480p 출력단이 부실하게 설계된 것에 기인한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DVD 플레이어에서 1080p로 A800B로 보내는 것이 제일 좋다. 그리고 또 한 가지. DVD는 720p로 시청하는 것에 비해 1080p로 시청하는 것이 결코 더 좋은 화질을 보여준다고 말할 수 없다. 그 것은 프로젝터의 성능과 관계없는 라인 해상도의 문제이다. DVD는 기본적으로 필드 당 240 라인의 정보에서 프로세싱을 시작한다. 따라서 480, 720, 960 등 240의 배수가 컨버팅 에러를 적게 낸다. 그래서 필자는 예전부터 업스케일링 기능을 가지고 있는 DVD 플레이어의 경우 대부분 720p 출력이 1080i/p 출력보다 좋다는 점을 강조해왔었다.

따라서 DVD 출력 영상만 놓고 따지면 DVD 플레이어에서 480p→720p로 출력해서 720p 프로젝터에 그대로 입력해서 보는 영상이, DVD 플레이어에서 480p→1080p로 보내 1080p 프로젝터에서 보는 영상보다 더 깔끔하고 에러 없는 영상을 볼 확률이 높다. 이 보다 더 안 좋은 케이스는 480p 출력이 그다지 신통치 않은 DVD 플레이어에서 곧장 480p로 프로젝터에 연결하는 경우이다.

1080p라고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DVD를 1080p로 본다고 720p보다 더 정보량이 많아지는 것이 아니다. 전체 화면에서 "원본 정보"에 비해 "만들어진 정보"가 차지하는 비율이 1080p가 되면 오히려 더 많아지게 된다. 물론 삼성 프로젝터만 놓고 보면 A800B는 720p 모델인 H800BK 보다 렌즈 포커싱이 좋아졌기 때문에 디테일이 더 살아날 수 있다. 그러나 그 것은 렌즈 때문이지 해상도 때문이 아니다. 1080p는 대개 720p 화면보다 더 부드럽고 색감을 풍부하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그러나 해상도의 증가는 절대 없다. 오히려 앞서 말했듯이 "인위적 정보"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면서, 720p 프로젝터에 비해 투명성이나 깔끔함은 좋지 않게 나타날 수 밖에 없다. 이 점은 Full HD 프로젝터를 구입하기 전에 사용자들이 필히 숙지하고 계실 사항이다.

STP10은 스케일링 성능은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
그러나 I/P 변환 성능은 그다지 좋은 성능을 보여주지 못했다. STP10 이 주로 담당하게 될 I/P 변환은 1080i→1080p 변환이다. 480i/p 변환은 소스 기기의 몫이다. 그러나 방송 소스 또는 (대개 뮤직 소스가 대부분인) 일부 차세대 비디오 소스는 1080i가 대부분이다. 이 것은 부득불 1080p로 컨버팅을 해야 한다. 이때에도 비디오 소스는 쉽다. 문제는 1080i 필름 소스이다. 사실 TV에서 방영되는 필름 소스가 얼마 안 된다. 명절 때 보내주는 특선 영화 정도? 하지만 요즘 TV 드라마들이 심상치 않다. 24p 필름 카메라로 촬영하는 드라마가 계속 늘고 있다. 물론 '태왕사신기'나 '로비스트' 등을 보면 이미 촬영 당시에 어마어마한 저더링을 비롯해 여러 레이트 변환 에러가 발생하는 상황이니 프로세서 뒷단에서 디인터레이싱 한 가지 깔끔하게 한다고 해서 그림이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 (이 것도 다 과도기라고 본다. 시간이 지나면 HD 카메라 촬영 기술이나 특성 및 레이트 변환에 대해 친숙해지고 능숙해질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어쨌든 앞으로는 24p 촬영 소스를 방송에서 1080i/60Hz로 내보내는 빈도수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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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1080i 화면 스크린 샷 (HDNet, Video Source)

또 아직도 많은 매니아들이 일본 BS/CS 방송물이나 미국의 ATSC 또는 D-Theater와 같은 1080i HD 소스들을 보유하고 있다. 물론 이 또한 앞으로 비중이 줄어들 것이고, 디인터레이싱이 필요없는 1080p/24Hz 차세대 소스들로 대체되어질 것이라는 점에서 디인터레이서의 역할은 많이 줄어들 것이다. STP10 이 I/P 변환 시 일부 데이터 로스가 있고 재기드 엣지가 많이 발생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모션 어댑티브 성능이 아주 수준 이하인 것도 아닌데, 앞으로 비중이 많이 줄어들 부분에 무리하게 큰 투자를 할 필요가 없었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그런 점에서 조 케인 역시 삼성 A800B에 대만제 칩이 사용되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던 것 같다. 단지 스케일링 테스트만 통과한다면 말이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한번 해 보는 '철 없는 훈수' 한 마디. 거의 똑 같은 원자재를 사용한 핸드백이 두 종류가 있는데 하나가 다른 하나의 두 배 가격을 받는단다. 왜 일까? 자크를 더 좋은 것을 썼고 핸드백 안 쪽 요긴한 지점에 포켓을 하나 더 만들었기 때문이란다. 소비자들은 영악한 것 같지만 때로는 자그마한 것 하나에도 감동 받아 맹목적이기도 잘 한다. 가격 정책은 전적으로 제조사의 몫이다. 그에 맞춰 원가를 맞추는 것도 제조사가 할 일이고.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항상 구석구석 조금 더 신경 써 주기를 바라게 된다.

24Hz 입력 / 48Hz 출력 모드

 

삼성 A800B의 특장점 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 바로 이 기능 24Hz 입력, 48Hz 출력 지원 부분이다. 차세대 미디어가 등장하면서 24Hz Film Frame Rate에 대한 지원여부가 주요 관심사가 되고 있다. Film Rate 지원 여부는 HD 오디오와 더불어 최근 가장 유행하는 AV 트렌드이다. Film Rate이 왜 좋은 지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차례 지면 상으로 설명한 바 있으므로 지금은 긴 설명을 생략하겠다.

필름레이트 지원 여부를 따질 때 혼돈하기 쉬운 점이 하나 있다. 24p 입력을 지원 한다고 모두 필름레이트를 지원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24p 입력을 받더라도 24의 배수인 48, 72, 96, 120Hz로 출력이 되지 않으면 필름 레이트를 지원한 것이 아니다. 즉 24Hz 입력을 받아 60Hz로 내 보내게 되면 어차피 프로젝터가 24p→60p 변환을 위해 2-3 풀다운을 하게 된다. 이건 처음부터 소스 기기가 60p 정보를 보내주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그러나 실험을 해보니, 대부분의 경우 이 때에도 24p로 보내는 것이 60p으로 보내는 경우보다 화질이 더 좋았다. 그 원인은 나중에 분석할 기회를 따로 만들자.) 예를 들어 샤프 Z21000이나 옵토마 HD80 등은 모두 24p 입력을 받는다. 그러나 이를 모두 프로젝터 자체 내애서 60p로 바꾸어 출력을 한다. 따라서 필름레이트 출력 시에 받을 수 있는 혜택, 곧 저더 프리(Judder Free)가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삼성 A800B는 아주 깔끔하게 이 부분을 마스터 했다. 완벽하게 48Hz 출력이 지원된다. 현재까지 필름 레이트 입/출력이 완벽하게 지원되는 프로젝터는 JVC의 HD1/HD100, 소니의 VW200, 삼성의 A800B 정도이다. 그나마 JVC와 소니는 LCD 계열 제품이라 Judder Free 효과가 많이 감쇄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후속으로 이어질 소니 VW200 리뷰에서 다시 자세히 언급하기로 하겠다.) 앞으로 필름 레이트 입/출력을 지원하는 기종들이 속속 등장 하겠지만 아직까지는 삼성 A800B가 그 혜택을 가장 크게 입고 있는 기종이 아닌가 싶다. 삼성 A800B 만큼 필름 레이트 입/출력 지원으로 인한 화질 상승 효과를 크게 보고 있는 제품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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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삼성 A800B의 스크린 샷 : 디스커버리 출발 장면

용어 이야기 잠깐. 엄밀히 말하면 24Hz 입력은 "필름 레이트" 입력이지만, 48Hz 출력은 "필름 레이트" 출력이 아니다. 48Hz는 필름 레이트가 아니기 때문이다. 단지 24Hz의 배수라서 사실 상 필름 레이트와 같은 효과가 나올 뿐이다. 그래서 이러한 24Hz의 배수 주파수 출력을 통칭하여 예전에는 "트루 레이트" 지원이라고 이름하였다. 공식용어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평론가들은 5~6년 전부터 사용해왔던 말이다.

'트루 레이트', 즉 Judder Free가 직접적으로 영상 화질에 끼치는 이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

첫째는 영상이 자연스러우진다는 점이다. 이제까지 우리가 보아왔던 영화 소스들은 99% 저더가 있는 상태였다. 고가의 프로세서와 CRT 프로젝터를 소유한 사람이 아니라면 트루레이트를 지원하는 디스플레이 기기를 구경조차도 못 해 봤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도대체 저더가 뭐야? 내가 무슨 저더를 보고 살아왔다고 그러는거지?' 하고 의문을 갖기 쉽다. 그러나 저더가 없어진 영상과 저더가 있던 종래의 영상을 비교해서 보여주면 대부분 "아!"하고 무릎을 탁 치게 된다. 예전 크로마버그 소동, DLP의 컬러 브레이킹 소동 등을 기억하실 것이다. 모르고 볼 때에는 그냥 그런가 하지만, 일단 알고 나면 영상을 볼 때 마다 내내 신경이 안 쓰일 수 없는 것들이다. '트루 레이트' 영상은 그 파급력이 훨씬 더 크다. 60Hz 디스플레이 기기에서는 카메라가 무빙하는 동안에는 크고 작은 저더가 언제나 존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아무 신경 안 쓰고 잘 보아왔던 소스도, 저더의 존재를 인식하고 나면 괜히 부자연스러워 보이기 시작한다.

둘째, 가시적 해상도가 증가한다. 이 점은 디지털 프로젝터의 특성과 맞물려 있는 점이다. 저더가 사라진다고 실제 해상도가 증가할 리는 없다. 그러나 저더가 사라지면서 영상 기기의 반응 속도가 빨라지고 그만큼 윤곽선을 처리가 확실하게 된다. 그 결과 실제로 우리가 눈으로 보는 가시적 해상도는 전에 비해 상당히 증가하게 된다. 평론가 이종식님은 1080p HD 소스를 720p로 보다가 1080p로 보았을 때 느끼는 해상도의 변화도 엇비슷한 수준으로 느껴질 때도 있다고 표현한 바 있다. 물론 이런 효과는 모든 기기에서 항상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필자의 레퍼런스 기기인 9인치 CRT에서는 영상이 자연스러워진 측면은 강하나 해상도가 증가하는 느낌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단지 그림이 부드러우면서도 시원해졌다는 생각이 드는 정도이다. DLP 프로젝터가 LCD보다는 반응이 빠르다고는 하지만 CRT에 비해서는 역시 카메라가 움직일 때 윤곽선이 뭉개지는 현상이 두드러지는 편이다. 그래서 해상도의 증가 효과는 DLP가 CRT보다 더 좋다. 삼성 A800B의 경우, 이러한 가시적 해상도 증가 효과가 아주 확연하게 드러나는 전형적인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블루레이/HD-DVD 소프트 등을 1080p/24Hz 출력에 놓고, 삼성 A800B의 필름 레이트 출력 기능을 작동시켜서 시청하는 것은 삼성 A800B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한 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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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6] 좌측은 PS3에서 24 프레임을 "켜기"로 설정한 화면, 소스 기기에서 24 프레임 출력이 가능해지면 우측 사진에서 보듯 A800B 메뉴 안에 [1080P 24 프레임 모드] 메뉴가 액티브 되어 선택을 할 수가 있다. 24Hz 입력이 되었더라도 사용자가 "동작"이 아닌 "해제"를 선택할 수도 있다. 물론 "해제"를 선택하면 24Hz 입력이 되었더라도 60Hz로 출력되는 것이니까 기존의 60Hz 입력과 별 차이가 없다. 이 메뉴에서 "동작"/"해제"를 번갈아 선택하면 트루레이트 기능이 영상에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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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7, 8] PS3의 24 프레임 출력을 "끄기"로 선택하면 (사진 좌) 아예 A800B의 해당 메뉴가 활성화 되지를 않는다. (사진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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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9] 현재의 Fresh(Frame) Rate가 얼마인지 알고 싶으면 리모콘에서 [INFO] 버튼을 눌러 정보표시 화면을 띄우면 된다. 정보화면 우 화단에 해상도와 수평 주파수, 수직 주파수가 나타난다. 위 화면은 1080p/60Hz 상태를 가리킨다. 1080p/48Hz가 되면, 위 화면에서 수평 주파수는 27KHz, 수직 주파수는 48Hz라고 표기가 된다. 부가로 맨 아래 [비디오 타입]은 색 입력 포맷이 RGB라는 것을 의미하는데 1080p/24Hz 차세대 미디어는 대부분 YCbCr 4:4:4 컬러 입력이 된다. 그 때에는 위 정보로 YCbCr로 바뀐다. 두 컬러 입력 포맷은 프라이머리 컬러의 심도에서 다른 차이를 보여준다.

그렇다면 트루 레이트 지원은 모든 영상 기기에서 다 이득이 되는 것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반응 속도이다.  반응이 느릴 경우 저더는 좋아지지만 오히려 모션 블러는 여전히 그대로 유지된다. 출력 주파수가 높아지면 오히려 증가할 소지도 있다. 그 예가 바로 LCD 영상 기기에서 드러단다. LCD는 DLP보다 반응 속도가 많이 느리다. 그래서 윤곽선을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 붙잡아 두게 되고 그로 인해 필드 간 전환이 자연스럽지 않아 모션 블러(경계 부분이 뭉개지는 현상)가 많이 생긴다. 완벽하게 저더가 사라졌다고 하더라도, 최근의 120Hz LCD TV처럼 출력 프레쉬 레이트가 증가하게 되면 블러는 오히려 더 심해질 수도 있다. 블러는 LCD가 영상을 빠르게 전달하지 못하고 오랫동안 홀딩하면서 내보내기 때문에 발생한다. 120Hz가 되었다고 해서 전체 홀딩 타임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원래의 필름 소스에서 균등하게 A-B-C-D 프레임이 같은 시간대로 배분되어 있다고 하자. 60Hz 출력이라면 AA-B-CC-D 식으로 불균등하게 되어 있을 수 있지만, 120Hz라면 AAA-BBB-CCC-DDD 식으로 균등하게 표현이 되기 때문에 일단 저더는 없다. 영상이 자연스러워진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A와 B, B와 C 사이의 전환 시간이 여유가 생기고, LCD가 A에서 B로 전환할 때 A를 붙잡고 있는 시간이 단축된 것은 아니다. 이건 똑 같다. 따라서 이 홀딩 타임이 개선되지 않으면 블러는 똑 같다. 오히려 프레쉬 레이트가 주어지면서 프레임 전환 간격이 짧아지게 되면 블러는 더 증가할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LCD의 경우 DLP 보다 트루 레이트로 인한 장점이 그렇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결국 반응 속도의 문제인데, 나중에 리뷰하게 될 소니의 VW200의 경우는 같은 LCD 계열이지만 방식이 다른, 즉 반응속도가 더 빠른 SXRD 방식이라 같은 120Hz 트루레이트 출력을 했을 때에도 일반적인 LCD TV보다 더 효과가 컸다. 또 CRT의 경우는 원래 반응 속도가 별로 신경 쓰이지 않던 기기이기 때문에 앞서 말한대로 영상이 자연스러워진 것 이외에 가시적인 해상도가 늘어나는 것은 없다. 결국 여러 기기를 다뤄보면서 내린 작은 결론은 현재까지 트루레이트의 혜택을 가장 많이 입은 기기는 DLP 프로젝터라는 것이다. 삼성 A800B가 지금 그 대표적인 수혜자이다.

트루 레이트에 대한 딴지를 하나 더 걸고 들어가 보자. 트루 레이트, 즉 필름 레이트의 배수란 24Hz, 48Hz, 72Hz, 96Hz, 120Hz, 240Hz ... 등등이다. 이 중 DLP 프로젝터는 48Hz를, LCD 계열 TV와 프로젝터들은 120Hz를 트루 레이트로 설정했다. PDP는 72Hz가 주요 트루레이트 출력 레이트이다. 다 각기 다르다. 이렇게 출력 프레쉬 레이트(Fresh Rate)가 다른 이유는 디지털 프로젝터마다 다 전극 및 패널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 예로 LCD TV는 72Hz 출력을 하지 못한다. VW60 같은 SXRD는 96Hz 출력까지만 가능하게 만들었지만 VW200에서는 아예 240Hz 출력까지 가능하도록 만들었다.(실제 출력은 120Hz이다.) PDP는 120Hz로 올리기 쉽지 않고 또 굳이 그렇게 올릴 필요도 없다. 주파수가 높아지면 높아질 수록 메모리도 많이 먹고 할 일이 많아진다. 반면 주파수가 낮으면 낮을 수록 flickering이 증가한다. 낮은 프레쉬 레이트로 인한 플리커링을 비공식 용어로 paging이라고도 부른다. 주사선 하나 하나가 떨리는 것이 아니라 책장이 통채로 넘어가듯 떨리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공식용어로는 전자는 line flickering, 후자는 frame flickering이라고 한다. TV를 디지털 카메라나 캠코더로 촬영하려고 했을 때 캠코더 뷰 파인더에 나타난 TV 화면이 눈으로 보는 것과 달랐던 것을 모두 알고 계실 것이다. 화면에 거무스름한 밴드가 마치 물결처럼 아래에서 위로 흘러 들어가는 것이 바로 line flickering이다. 브라운관 인터레이스드 화면에서 나타난다. 한편 그런 물결 현상은 없는데 화면이 자꾸 깜박 깜박 거리면서 수명 다 된 형광등처럼 요동치는 현상이 보일 때가 있는데 이게 바로 frame flickering이다. 영화관에서 상영되고 있는 화면을 TV 카메라가 찍었을 때 그런 현상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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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0] 삼성 A800B의 스크린 샷. 영화 "괴물"(Host) Blu-Ray Disc의 1080p/24Hz 영상. 위와 같이 정보량이 많고 컬러가 다양한 장면에서 특히 삼성 A800B가 진가(眞價)를 발휘한다.

사실 할 수 있다면 film rate는 가급적 낮은 것이 제일 좋다. 원본에 가장 출실하고 영상 기기에 부하도 덜 준다. 그렇지 않아도 해상도가 증가하면서 디지털 영상기기는 할 일이 몇 배 증가했다. 프레임 레이트라도 낮으면 참 편하다. 그런데 사용자의 "눈"이 안 따라준다. LCD TV를 48Hz로 보여주었다가는 난리가 날 것이다. 프레임 플리커링이 두드러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프로젝터에서는? 가능하다. 왜 프로젝터에서는 되고 TV에서는 안 될까? 비결(?)은 밝기에 있다. 페이징, 즉 프레임 플리커링은 밝으면 밝을 수록 더 눈에 잘 띈다. 만일 영화관 스크린에 비쳐주는 화면의 조도를 엄청나게 높이면 우리는 플리커링 때문에 눈이 아파서 영화를 볼 수 없을 것이다. 영화관의 화면은 항상 어둡다. 그렇기 때문에 플리커링이 일어나도 우리 눈은 별로 알아채지 못한다. 영화관이 캄캄한 이유는 화면이 어두워도 관객의 눈이 모두 그쪽으로만 몰리게 해 어둡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똑 같은 논리가 홈 시어터에도 적용된다.

삼성 A800B의 48Hz 모드를 스크린 가까이에 가서 자세히 보면 60Hz 모드보다 '타다다닥~'(※의태어다. 표현하자니 이렇게 억지로 표현했다. 의성어 아니다. ^^) 화면이 불안정하게 떨리는 것을 알 수 있다. 스크린 코 앞에서 한참 들여다 보고 있으면 눈이 아프다.

유추할 수 있는 사실이 무엇일까? ① 48Hz 모드 영상은 매우 훌륭하고 반드시 권장하고 싶다. → ③ 그러나 가급적 어둡게 하고 봐야 문제가 없다. 물론 표준 밝기(최대 12fL) 이하로 보라는 뜻은 아니다. 밝기를 높여 놓이면 48Hz 모드가 단점을 보일 수 있다. → ③ 화면이 커져도 프레임 플리커링은 더 잘 보일 수 있다. 따라서 일정 거리를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 60Hz 모드 때에는 거리에 비해 좀 무리하다 싶은 크기의 스크린을 설치해서 볼 수도 있었지만 48Hz 모드로 이 화면을 보면 눈이 좀 아플 수도 있다는 이치를 생각해 주시기 바란다.

트루 레이트에 대해 일반적인 참고 사항들을 간단히 살펴 보았다. 아직 이쪽 관련 정보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으셨을 것이라고 짐작되서이다. 아무튼 삼성 A800B의 24Hz 입력 48Hz 출력 모드는 아주 훌륭하다. 패널 해상도의 증가 효과에 버금가는 멋진 특장점을 보유한 셈이다. 타사(他社)의 DLP 프로젝터들도 아마 이제 속속 이 기능을 탑재할 것이다.

 

끝 맺으며

 

삼성 A800B는 색상, 계조, 색온도 등 컬러 튜닝과 유니포미티에 관한 부분에서는 역시 예전에 보았던 그대로의 정확성과 치밀함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그리고 1920x1080p의 Full HD를 지원하는 명목상의 해상도에 덧붙여 24Hz 입력 / 48Hz 출력 모드의 지원을 통한 가시적 해상도 증가 효과가 가미되었다. 또 렌즈부의 개선을 통해 포커싱도 크게 나아졌다.

그러나 다크칩2로 인한 블랙레벨의 컨트롤 문제는 여전히 숙제이다. 물론 IRIS 조정과 스크린 선택, 때로는 전문가의 인스톨 세팅을 통해 이 단점을 부분적으로 극복할 만한 여지는 분명히 있다. 그러나 사용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아쉬움이 있다. 특히 블랙바의 레벨을 가라앉히는 방안은 삼성 측에서 심각하게 연구해봐야 할 과제가 아닌가 싶다.

가격대가 파격적으로 떨어진 것은 참 다행이다. 블랙 레벨과의 흥정의 댓가라고 가정하더라도 일단 이 정도 수준의 고급 화질을 지닌 Full HD DLP 프로젝터를 이 수준까지 낮출 수 있다는 것은 720p 프로젝터 시절의 가격대를 생각하면 참 다행인 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바라는 바가 남아 있다. 가격대가 좀 더 높아지더라도 신형 다크칩4를 채택해서 한결 완성도를 더 높인 매니아용 제품을 추가로 개발해 제품을 이원화 해 준다면 어떨까

졌다. 블랙과 가격의 흥정이랄까? 그렇다고 블랙이 LCD 수준까지 높아진 것도 아닌데 이만하면 일단 가격의 대중화에 더 높은 점수를 줘야 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전히 한편으로는 다소 가격대가 높더라도 다크칩3 또는 다크칩4를 채용해서 한결 완성도를 더 높인 매니아용 제품을 추가로 개발해 주면 어떨까 한번 운을 떼어 본다.                                                                                        (최 원 태)

Posted by hifinet
2007. 11. 16. 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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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블랙바, 감마의 관계

우리는 앞서서 삼성 A800B가 비록 다크칩2를 사용했지만 IRIS와 명암/밝기를 적절히 조정하면 게인 1.3 스크린에서 2500:1까지도 명암비를 이끌어 낼 수 있음을 살펴 보았다. 물론 게인 1.0 이하의 잘 세팅된 그레이호크를 사용한다면 그 이상의 명암비도 가능하다. 다크칩2가 다크칩3에 비해 명암비가 낮고 블랙이 뜨는 것은 사실이지만, 삼성 A800B의 블랙 문제를 온전히 다크칩2에 돌릴 수는 없다는 이야기이다.

앞서 살펴 보았던대로 온/오프 명암비를 2000:1 이상 수준으로 만들어 놓고 실제 영상을 보면 영상 화면 속에서는 블랙이 뜬다는 느낌을 거의 받지 못한다. 우리는 실제 영화를 보면서 수 많은 포인트의 블랙을 접하게 되지만 그 블랙들은 대개 독립적으로 우리 눈에 지각이 되는 것이 아니고, 주변에 같이 어울려 있는 다른 계조 포인트들과 어울려 우리 눈에 지각이 된다. 화면 전체에서 블랙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으면 어느 정도 들떠 있어도 어둡게 느껴지거나 무시될 수 있고, 화면 전체에서 블랙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면 자연히 블랙 레벨에 민감해지게 마련이다. (오토 아이리스도 이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이렇듯 실제 우리가 접하게 되는 블랙은 주변광에 밀접한 영향을 받는데 우리 눈이 지각 작용 때문이 아니라 실제로 화면 상에서도 밝은 부분이 어두운 부분에 빛 간섭을 일으켜 블랙 레벨을 뜨게 만든다. 따라서 앞서 우리가 살펴 보았던 온/오프 명암비에서의 블랙의 밝기는 올바른 아이리스 모드를 선택하고 기기의 성능을 파악하기 위한 방편일 뿐이지 결코 실제 화면에서 나타나는 레벨의 밝기가 아니다. 실제 시청 시의 명암비와 유사한 값을 얻기 위해 제시되는 명암비 측정 방법이 바로 "안시 명암비"이다. 화면을 가로, 세로 4x4의 체커보드 패턴(또는 6x6, 8x8을 쓰기도 한다)으로 나누어 각각의 블록에 대한 밝기를 측정하여 평균값을 구하는 방식인데 온/오프 명암비에 비하면 훨씬 더 실제적이다. 그러나 안시 명암비 역시 실제 영상과는 조건이 많이 다르다. 실제 영상은 그렇게 피크 화이트/피크 블랙으로만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계조별 밝기의 점층, 즉 감마에 따른 변수를 안시 명암비는 또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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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1] 4X4 Checkerboard Pattern

어느 것이든 완벽한 방법은 없다. 그래도 일단 안시 명암비는 온/오프 명암비보다 실제 영상에 많이 근사한 편인데, 이 또한 프로젝터 방식에 따라 판단에 가감(加減)을 두어야 한다. 똑 같은 안시 명암비라고 해도, LCD와 DLP 그리고 CRT가 각기 느끼는 정도가 다르다. 또 프로젝터 방식에 따라 온/오프 명암비에 비해 안시 명암비가 높게 나오는 정도가 각기 다 다른데, 광원 차단이 가장 어려운 LCD 방식은 온/오프 명암비가 높더라도 실제 안시 명암비는 낮게 나오며, 상대적으로 DLP는 안시 명암비가 더 높게 나오는 편이다. 한편 CRT의 경우 온/오프와 안시 명암비의 차이가 가장 작은 편이며, 아주 작은 수치의 안시 명암비라고 해도, 암부 계조가 섬세한 탓에 실제로 시청자가 느끼는 명암비는 같은 수치의 LCD나 DLP 보다 훨씬 더 큰 편이다. 이렇듯 프로젝터 방식에 따라 블랙에 대해 느끼는 감(感)이 또 각각이다.

이렇기 떄문에 우리가 실제 영상에서 블랙을 체감하고 평가하는 과정은 상당히 복잡하며 결코 일률적인 수치로 단편화 시킬 수가 없다. 따라서 온/오프 명암비만 가지고 평가 할 수는 없다. A800B의 안시 명암비는 약 110:1 정도로 같은 다크칩2를 사용한 옵토마 HD80의 150:1과 비교 해서도 다소 낮다. 그러나 이 정도면 실제 영상을 볼 떄 그다지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위, 아래의 블랙바이다.

16x9 즉 1.78:1 스크린에서 2.35:1 화면비의 영화를 보려고 하면 스크린 상하단에 블랙바가 생기게 된다. 이 블랙바가 말 그대로 0%짜리의 리얼 블랙이면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런데 그렇게 될 수가 없다. 이 부분에서도 역시 미소량의 광 레벨이 존재한다. 이 레벨이 문제다. 삼성 A800B는 이 블랙바 부분의 레벨이 타 기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그건 비단 이번 A800B 때만이 아니다. 예전 H800BK 때에도 그랬고, 그 이전 모델인 H700AK 때에도 역시 그랬다. 이 블랙바의 레벨은 DLP가 LCD와 확실한 차별점을 보이는 포인트이다. LCD 프로젝터는 DLP에 비해 상대적으로 광원 컨트롤이 용이하지 않다. 그래서 LCD 계열 프로젝터는 실제로 블랙바가 상당히 많이 들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삼성 A800B의 블랙바의 레벨이 LCD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LCD 계열 중에서도 블랙이 안정되었다고 알려져 있는 JVC의 HD1 같은 모델은 블랙바가 A800B 보다 더 가라 앉아 있다. 아무튼
블랙바 부분의 레벨이 높은 것은 삼성 프로젝터가 해결해야 할 숙원 과제 중 하나이다.

그렇다 보니 이렇게 된다. 삼성 A800B로 16:9 (1.78:1) 화면비율의 영화를 보게 되면 사실 상 전혀 블랙이 들떴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 온/오프 기준으로 안정된 레벨로 평가받는 0.015 칸델라 안팎으로 블랙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실제 영화를 볼 때에는 전혀 들떴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 그러나 2.35:1 영화 소스를 볼 때에는 블랙이 꽤 신경이 쓰인다. 바로 위, 아래로 포진한 블랙바 때문이다. 지금부터 이 부분을 좀 더 분석해보자. 차제에 스크린 또는 스크린 주변에 대한 매스킹이 화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겸사해서 설명해보고자 한다.

비단 삼성 A800B이 아니라 하더라도, 심지어 블랙이 가장 안정되었다고 하는 CRT 프로젝터 조차도 블랙바는 신경이 쓰이는 존재다. 일전에 필자가 2.35:1 아나몰픽 영상이 최근 해외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소개한 바 있는데, 2.35:1 아나몰픽 렌즈의 강점 중 하나가 블랙바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블랙바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대처 방법은 필자처럼 "듀얼 매스킹 스크린"을 설치하는 방법이다. (※ 사실 필자는 4:3 소스까지 감안해 듀얼이 아닌 트리플 매스킹 스크린을 설치했다) 듀얼 매스킹 스크린이란 기존의 스크린 앞에, 매스킹용 블랙 스크린을 하나 더 장착해 2.35:1 화면을 볼 때에는 이 블랙 스크린이 앞으로 내려와 기존 스크린의 블랙바 부분을 가려주는 방식을 말한다. 아래 사진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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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2] 매스킹을 하지 않아 1.78:1 화면비가 그대로 나타나 있는 상태

위 사진은 일반적인 16:9 화면이다.(PS3의 초기 화면이다) 이 상태에서 듀얼 매스킹을 작동시키면 스크린 롤 박스에서 검은 색 천이 화면 앞으로 내려와 2.35:1 화면일 때 상단에 블랙바가 형성될 부위를 가려준다. 아래 화면이 매스킹이 내려온 상태이다. 그림의 상단과 하단이 가려진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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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3] 매스킹을 해 2.35:1 화면의 블랙바에 해당될 부분이 가려진 상태

매스킹 스크린은 위에서 내려온다. 따라서 듀얼 매스킹을 할 경우 아랫 부분은 어떻게 처리되는지 궁금하신 독자도 계실 것이다. 아래 부분은 원본 스크린 자체가 위로 올라가 아랫단 블랙바의 경계선에서 멈춘다. 따라서 아랫쪽 블랙바는 스크린 바깥으로 벗어나게 된다. 이 때 스크린의 뒷 배경이 밝은 색이면 하단의 블랙바 부분은 그대로 밝은 색으로 노출이 된다. 그러나 위 사진에서 보듯이 필자의 스크린은 스크린이 위로 약간 올라가도 아랫쪽 블랙바 부분이 전혀 알아차릴 수 없을 만큼 새까맣게 보인다. 그 이유는 스크린의 뒷 배경을 블랙으로 마감 처리 했기 때문이다.

필자처럼 스크린의 주위를 모두 블랙으로 처리하는 것이 사실은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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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4] 상하좌우가 모두 블랙으로 마감처리 되었다.

위 화면을 보자. 스크린의 상하좌우가 모두 블랙으로 마감처리가 되었다. 아래 확대 사진처럼 상단, 하단, 좌우단 모두가 블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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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5, 6] 스크린 상단 주위, 하단 주위 모두 블랙으로 매스킹 처리가 되어 있다.

필자의 경우는 전동 스크린이 위로 올라가면 그 자리에 RPG Defractal 음향판이 전면에 6개가 배치되어 자리하고 있다. RPG 음향판은 블랙 컬러가 아니기 때문에 매스킹에 방해가 된다. 그래서 필자는 스피커에 사용하는 검은색 그릴 천을 구해 음향판 앞을 가렸다. 그 외에도 벽 부분도 검은색 도장을 했고 천정의 RPG 스카이도 검은 도료를 사용해 매스킹 처리를 했다. 심지어 앞 쪽에 설치된 스피커나 앰프의 마감재까지도 가급적 블랙을 사용했다.

사실 필자처럼 하는 것은 결코 용이한 일이 아니다. 우선 전용 룸이 있어야 하고 AV에 올인하는 과감한 마음도 가져야 한다. 듀얼 매스킹 스크린 또한 간단치가 않다. 스크린 롤 박스 안에 두 개의 롤(본래의 화이트 스크린과 매스킹용 블랙 스크린)이 들어가기 때문에 제작 비용이 많이 든다. 해외의 완성품을 구입하려면 금액이 엄청나고, 국내에서 제작하더라도 1.5배는 감안해야한다. 그나마 제작할 수 있는 업체도 몇 군데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례를 소개하는 이유는 영상에서 "블랙 매스킹"이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강조하고 싶어서이다. 위와 같은 극단적인 매스킹이 아니더라도 바라건대 독자들은 가급적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스크린 주변을 매스킹 해 주기를 부탁한다. 영상의 품질에 적잖이 큰 영향을 미친다. 우선 순위는 스크린 상단 천정부분 → 스크린 하단 전면 벽면 → 스크린 하단 바닥면 → 스크린 좌우의 전면 벽면 순(順)이다. 열렬한 AV 동호인 중 한 분은 벽면에 벨크로를 붙여 놓고 2.35:1 영상을 볼 때 마다 검은 색 천으로 블랙바 부분을 가렸다가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떼어서 말아 놓는 정성을 보이기도 한다. 오디오에서 기기의 성능 못지 않게 룸 환경을 중요시 여기듯, 비주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비주얼에서의 룸 튜닝은 단 한 가지 "블랙 매스킹"이다.

블루레이 타이틀 두 편을 준비했다. 한 편은 2.35:1의 "킹덤 오브 헤븐", 다른 하나는 1.78:1의 "괴물". 전자는 블랙바가 있고 후자는 블랙바가 없다. 두 편 다 블랙이 영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편이다. 먼저 "킹덤 오브 헤븐"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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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7] 킹덤 오브 헤븐 : 블랙바가 노출된 일반적인 2.35:1 스크린

위 화면은 "킹덤 오브 헤븐"의 한 장면을 일시 정지 시킨 뒤 찍은 스크린 샷이다. 이 샷에서 필자는 A, B, C 세 포인트를 임의로 지정했다. 모두 블랙 포인트 부분이다. A는 화면의 중앙이고, B는 블랙바와 맞닿은 부분이며 C는 블랙바 부분이다. 매스킹을 하지 않은 상태라 C 부분은 A800B가 내보내는 주는 블랙바 그대로의 상태이다. 이 상태에서 필자는 A, B, C의 세 포인트의 블랙 레벨을 측정했다. (위 스크린 샷은 독자들의 가독성을 위해 보조등을 켜고 촬영을 했다. 그러나 실제 측정은 암전 상태에서 했다.)

그 다음 듀얼 매스킹 스크린을 작동 시켜 블랙바 부분이 매스킹 된 상태의 화면, 즉 아래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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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8] 킹덤 오브 헤븐 : 블랙바를 매스킹해 감춘 상태의 2.35:1 스크린

이 상태에서 역시 동일한 A, B, C 세 포인트의 조도를 측정했다. ([그림 8]의 화면 좌하단에 있는 일시정지 아이콘을 유심히 살펴보면 [그림 7]의 아이콘과 달리 2/3 정도가 매스킹 되어 가려져 있음을 알 수 있다.)

    포인트   논 매스킹     매스킹
       A      0.112     0.112
       B      0.075     0.055
       C      0.023     0.004
[표 1]                               (단위: cd/㎡)

필자가 지적했던 내용이 [표 1]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매스킹이 되었던 안 되었던 중앙의 A 포인트는 별 영향을 받지 않는다. 사람들은 매스킹이 되었을 때에는 블랙이 뜬다는 느낌을 못 받다가 매스킹이 되지 않은 블랙바가 노출되면 블랙이 뜬다는 느낌을 받는데, 실제로 중앙 부분은 밝기에 차이가 없다. 즉, 언급한 느낌의 변화는 중앙 부분 때문이 아니라는 뜻이 된다.

블랙바에 해당되는 C 포인트의 밝기를 보면 매스킹이 안 된 블랙바 상태[그림 7]에서는 0.023 cd/㎡이 측정된 반면, 매스킹을 한 상태[그림 8]의 C 포인트는 불과 0.004 cd/㎡의 밝기만을 보여준다. 0.004 cd/㎡는 풋램버트로 하면 0.001fL에 불과한 딥 블랙 수치로 [그림 7]의 노출된 블랙바에 비해 밝기 레벨이 85% 이상 줄어 든 상태이다. 그 영향은 고스란히 영상과 블랙바가 만나는 경계면인 B 포인트에 영향을 미친다. [그림 7]의 B 포인트 밝기는 [그림 8]의 B 포인트 밝기보다 무려 35%나 더 밝았다. 블랙바가 영상의 블랙레벨이 미치는 영향이 꽤 크다는 증거이다.

비단 이 수치 때문이 아니다. 흔히 많이 쓰는 1.78:1 스크린에서 2.35:1의 영화를 볼 때 스크린 전체에서 블랙바가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25%이다. 전체 화면의 25%에 해당되는 부분이 영화 시작부터 영화 끝날 때까지 내내 0.023 cd/㎡ 수준을 유지한다고 하면 신경이 안 쓰일 수 없다. (물론 블랙바 부분이 항상  0.023 cd/㎡은 아니다. 수시로 변한다. 그러나 위 [그림 7]이 전체적으로 어두운 화면이었음을 감안하면 아마도 대개는 이 보다 더 높은 수치일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16x9의 1.78:1 영상을 보면 A800B의 블랙에 대해 전혀 불만을 갖지 않고, 2.35:1의 영상을 보면 블랙이 거슬린다고 말하는 것이다. 실제로 A800B를 통해 "이산"이나 "태왕사신기" 같은 방송 소스를 보면 "블랙이 칠흑같다"고 종종 느낄 때도 있다. 온/오프 명암비 2000:1, 안시 명암비 100:1 이상만 되어도 블랙바만 없으면 소스에 따라서 칠흑같은 블랙을 얼마든지 느낄 수도 있다.

아래는 영화 "괴물"의 한 장면이다. 현서가 갇혀 있는 괴물의 은신처를 아래에서 위쪽으로 잡은 장면이다. 이 영화는 1.78:1의 화면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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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9] 괴물 : 블랙바가 없는 1.78:1 화면비의 영화로 블랙이 강조되는 장면이 많다.


좌하단의 일시정지 아이콘을 보면 그림이 블랙바가 없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샷에서도 중앙부(A)와 하단 경계부(B) 그리고 화면 바깥(C)을 각각 임의로 지정하여 조도를 측정했다. [그림 7, 8]과 달리 [그림 9]에서의 C 포인트는 스크린 내부가 아닌 완전히 스크린 바깥 부분이다. 이 C 포인트의 밝기는 0.004 cd/㎡. [그림 8]에서 매스킹을 한 블랙바 부분과 동일하다. A 포인트는 0.032 cd/㎡, 경계부분인 B는 0.025 cd/㎡. 육안으로 보아도 아주 시원하게 느껴질 정도로 착 가라 앉은 화면이다. 전혀 블랙이 거슬리지 않는다. 영화 "괴물"은 현서가 갇혀 있는 괴물의 아지트 부분, 괴물이 주로 활동하는 원효대교 아래 등 어두운 장소가 영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데, 블랙이 뜬다고 생각한 A800B에서 오히려 블랙이 아주 세밀하게 표현이 된다. 블랙바가 없기 때문이다. 만일 위 [그림 9]에서의 C 포인트가 노출된 블랙바였다면, "킹덤 오브 헤븐"의 앞 장면을 감안할 때 그 부분만 벌써 0.023 cd/㎡ 정도가 나왔을텐데, 경계면이 B 포인트가 0.025 cd/㎡가 나왔을리가 없다. 어쩌면 중앙부보다 더 레벨이 높아졌을 수도 있다.

이렇다면 과제는 정해졌다. 사용자와 제조사 양 측의 과제이다. 사용자들은 가급적 블랙바 부분의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스크린 주변을 매스킹 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비단 삼성 프로젝터가 아니더라도 이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일단 어설프더라도 또 임시 방편이더라도 매스킹 작업을 시작해보자. 시각적으로 과연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직접 느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매스킹의 위력을 한번 느끼게 되면, 필연 예전에 없던 용기(?)가 솟아 오르게 될 것이다. (사실 전면 벽면에 검은 색 마감을 시도한다는 것은 우리네 생활 관념에서는 상당히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매스킹 작업은 스크린이 화이트 소재일 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그레이 계열의 스크린이라면 더 더욱 매스킹이 효과적이다.

한편 제조사, 즉 삼성 전자 입장에서는 예전 720p 모델 때부터 이어져온 "블랙바의 레벨"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명암비 특성이 아무리 높아져도 이 문제를 개선하지 않으면 효과가 반감되고 만다. 광학 설계 상의 문제인지, 아니면 소프트웨어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문제인지 알 수 없으나 아무튼 차기 버전에서는 "그림이 나오는 부분"만 신경을 쓸 것이 아니라, "그림이 나오지 않는 부분" 또한 크게 신경을 써야 할 필요가 있다.

색 정확도

삼성 프로젝터는 전통적으로 색상/색 포화도 및 색온도, 유니포미티 등 색 밸런스에 관한한 일체의 항목에서는 그 어느 경쟁 제품에도 뒤지지 않는 강점을 보여 왔다. 그 강점은 1080p 프로젝터에도 그대로 이어져 내려왔다.

아래 도표는 A800B의 Primary/Secondary Color CIE 색 차트이다. 검은색 실선은 ITU BT.709에 규정된 표준 좌표 선이고, 흰색 실선은 삼성 A800B의 측정 좌표를 이은 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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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0] 삼성 A800B의 CIE 1931 차트 (1080p REC 709 기준)

역시 예상대로 대단히 정확한 색 좌표를 보여주고 있다. 표준 좌표를 이은 검은색 실선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삼성 A800B의 측정치(흰색 실선)와 거의 일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레드와 블루는 거의 100% 일치하고 있고, 그린만 Y 값에서 미세한 차이를 보일 뿐이다. 그나마 그린 영역이 작은 u'v' 차트로 보면 그 조차도 전혀 드러나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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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1] 삼성 A800B의 CIE 1976 u'v' 차트 (1080p REC 709 기준)

특히 놀라운 것은 Yellow, Cyan, Margenta의 세컨더리 컬러가 표준 좌표에 거의 그대로 부합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전에도 설명한 바 있거니와 컬러 좌표의 정확도는 중심 색상 값이 자기로 부터 파생되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중간 색상의 정확도를 프랙탈처럼 연쇄적으로 책임지기 때문에 프라이머리와 세컨더리 컬러의 정확도 및 상관도가 굉장히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삼성 A800B는 거의 나무랄데 없는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삼성 A800B        표준 좌표(709)
        X       Y       X       Y
      Red    0.638    0.331    0.640    0.330
     Green    0.298    0.595    0.300    0.600
      Blue    0.151    0.061    0.150    0.060
    Yellow     0.419     0.507     0.419     0.505
     Cyan     0.225     0.331     0.225     0.329
  Margenta     0.324     0.154     0.321     0.154
[표 2] 1080p HDMI 입력 기준

[표 2]에서 보듯 실제 좌표값 또한 표준 좌표 값에 대부분 0.000~0.002 범위 안에서 일치하고 있다. 거의 대부분이 측정오차(±0.003) 안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전문적 Calibration을 실시한 후의 색좌표

대부분의 영상 기기들은 색온도를 조정하는 기능은 탑재해도, 기기 본류의 색좌표를 수정하는 기능은 제공하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 부분까지도 출시 후에 조정하여 다시 색 좌표를 맞출 수 있도록 설계된 제품들도 등장하고 있다. 이는 영상장비에 대한 평가 기준이 엄격해지고, 미국의 ISF 처럼 전문적으로 세팅을 담당하는 전문가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다른 한편 영상 기기들이 디지털화 되면서 소프트웨어적으로 통제가 쉬워지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다.

삼성 프로젝터는 720p 시절 부터 이 기능을 탑재하고 있었다. 그러나 물론 이 기능은 일반인들이 접근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서비스 모드" 안에 숨어 있다. 2005년에 출시되었던 야마하의 DPX1300과 2006년 출시된 샤프의 XV21000도 색 좌표를 수정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들 기종은 모두 관련 메뉴를 바깥으로 오픈 시켜 놓았다. 그러나 오픈이 되어 있어도 어차피 전문적인 장비를 갖추지 않으면 이들 메뉴는 단 한 치도 제대로 조정을 할 수 없다. 경험에 의하면 야마하의 DPX1300은 비교적 컨트롤이 용이하게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구성해 놓았으나, 정확성이 다소 떨어지는 편이었고, 샤프 XV21000은 CMS(Color Management System) 메뉴를 통해 이 기능을 제공하는데 변수가 많아 조정이 상당히 어렵다. 전문 장비와 지식을 동원해 한 시간 넘게 작업을 해야 한다.

이에 비해 삼성 프로젝터는 조정 기능은 서비스 모드 안에 숨어 있지만, 실제 사용방법이 굉장히 쉽고 간단하다. 제공되는 패널 컬러 패턴을 컬러 어널라이저라는 전문 장비로 읽어 얻은 X, Y 좌표 및 조도를 기록해 두었다가 서비스 모드에 진입해서 관련 항목에 그대로 기입하기만 하면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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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2] A800B 서비스 모드 안에 있는 컬러 좌표 조정 메뉴. RGB와 화이트 패턴 화면의 X, Y 좌표와 밝기(L)를 전문장비로 읽어 들인 후 위 메뉴에 그대로 기입만 해주면 끝난다.

기입된 수치를 A800B가 알아서 계산해 자신의 색 좌표 값을 조정하는데 그 결과물이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다. 위에서 살펴 보았듯이 삼성 A800B는 디폴트에서도 색 정확도가 매우 우수해 사실 굳이 서비스 모드를 통한 세팅을 시도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이 색좌표 조정 서비스 메뉴의 정확도를 가늠해 보기 위해 일부러 조정을 다시 시도해 보았다. 그 결과 얻어진 색 좌표 및 측정 수치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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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3] 삼성 A800B의 서비스 모드 조정 후의 CIE 1931 차트 (1080p REC 709 기준)

마치 미리 프로그램을 조작이라도 해 놓은 듯 아주 정확하게 색 좌표가 일치하고 있다. 실제 수치 상으로도 그렇다. 오차범위(±0.003) 안에 들어 있던 수치 조차도 더 오차 한도가 줄어 들었고 0.005 정도 틀려 있던 Green의 y 값도 정확하게 조정이 되었다.

     삼성 A800B(조정 후)        표준 좌표(709)
        X       Y       X       Y
      Red    0.640    0.331    0.640    0.330
     Green    0.300    0.600    0.300    0.600
      Blue    0.150    0.062    0.150    0.060
    Yellow     0.419     0.506     0.419     0.505
     Cyan     0.225     0.328     0.225     0.329
  Margenta     0.321     0.156     0.321     0.154
[표 3] 1080p HDMI 입력 기준

삼성 프로젝터의 정확한 색 정확도는 정평이 나있던 것이지만 이번 A800B는 그 중에서도 압권이라고 할 만큼 색 정확도의 표본을 보여 주고 있다. 대단히 인상적이다. 색 좌표는 밝기나 스크린에 따라 약간씩 범위가 달라지기는 하지만 그 편차가 그다지 크지 않다. 삼성 A800B는 기본적인 디폴트 색 좌표 값이 정확한 편이라는 점도 장점 중 하나이다.

색온도 및 그레이스케일 유니포미티

삼성 프로젝터의 또 다른 전통적인 강점 중 하나가 바로 정확한 색온도와 그레이스케일 유니포미티의 균일성이다. 삼성 A800B는 모두 네 가지의 화면 모드를 가지고 있다. [선명한 화면], [표준 화면], [부드러운 화면 1], [부드러운 화면 2]가 각각 그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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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4] 화면 모드를 모두 4가지가 제공되며 사용자는 3개까지 메모리를 사용할 수 있다.

말 나온 김에 명칭(Naming) 이야기 잠깐. 필자가 장난끼 섞인 뜻으로 곧잘 "밝날라 모드"(밝기만 하고 계조가 다 날아가 버린 화면 모드)라고 부르는 화면 모드를 "선명한 모드"라고 삼성은 항상 칭한다. 뭐,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아래 [표 4]에서 보듯 9300K에 그래픽 감마를 기준으로 설정한 화면을 왜 "선명하다"고 생각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선(鮮) 하지는 않고 명(明)하기만 하다. 아래에 보듯 8000K 색온도에 비디오 감마를 사용한 모드를 삼성에서는 "표준 화면"이라고 또 칭한다. 이 또한 하루, 이틀된 것이 아니니 그냥 넘어가자. 그런데 "부드러운 화면 1", "부드러운 화면 2"는 또 무엇인가? 전에 "영화 모드 1", "영화 모드 2"라고 부르던 것을 굳이 "부드러운..."으로 바꾸었다. 괜히 바꾸었다. "선명한"도 잘 모르겠지만, "부드러운"이라는 말도 잘 모르겠다. 기기는 조 케인씨 까지 동원해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기준 아래 맞춘다고 야단하면서 정작 이름 붙이는 일은 기준도 없고 주관적이기 짝이 없다. 그냥 "영화 모드"로 되돌렸으면 좋겠다.

   설정 색온도  설정 감마  실제 색온도
    선명한 화면      9300K    그래픽     9058K
      표준 화면      8000K    비디오     7940K
  부드러운 화면 1      6500K     필름     6463K
  부드러운 화면 2      5500K     필름     5530K
[표 4] 측정 색 온도는 80 IRE Window 기준.

위 [표 4]에서 보듯 A800B는 디폴트 치에서 설정해 놓은 색온도가 실제 측정 값과 ±50K 오차범위 내애서 모두 일치했다. 단 "선명한 화면"만 9300K이 디폴트 값으로 설정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9100K를 넘지 못했다. 따라서 디폴트 상태에서 화면 모드를 선택할 때에는 "부드러운 화면 1"을 선택하는 것이 옳다.

이제 Grayscale Uniformity 측정과 조정을 시도해보자. "부드러운 화면 1", 색온도 6500K 모드를 기준으로 계조별 색온도를 측정했고 이어 R,G,B 게인과 바이어스를 이용해 조금 더 정밀한 캘러브레이션을 실시한 후 다시 Grayscale 색온도를 측정했다.

 

Before

After

IRE

색온도

δE

색온도

δE

30

6445

2

6491

1

40

6474

3

6502

0

50

6503

2

6486

1

60

6429

2

6561

1

70

6428

2

6475

1

80

6463

2

6501

0

90

6423

1

6487

1

100

6479

1

6412

1

            [표 5] 캘러브레이션 전과 후의 계조별 색온도 (부드러운 화면 1, 6500K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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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15] 캘러브레이션 전 계조별 색온도

[표 5]에서 나타나듯 A800B는 계조별로 상당히 균일한 색온도를 나타내 주었다. 유니포미티의 평탄성은 H800BK와 비슷한 수준이다. 캘러브레이션 조정 전 델타 에러값은 계조별로 1~2 수준인데 이는 상당히 우수한 값이다. 일반적으로 델타 에러 값이 5 이내에 들면 캘러브레이션을 통해 꽤 정밀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삼성 A800B는 캘러브레이션을 거친 후 델타 에러 값을 0~1 수준으로 줄일 수가 있었다. 이 정도면 그레이스케일 유니포미티는 충분히 만족할 만하다. [그림 15, 16]에서 보듯이 계조별 색온도는 캘러브레이션 전, 후를 가리지 않고 모두 6500K 근처에 평탄하게 퍼져 있는 특성을 보여 주었고 캘러브레이션을 통해 RGB의 밸런스가 좀 더 세밀히 들어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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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16] 캘러브레이션 후 계조별 색온도

20 Step Lamp Pattern 역시 상당히 고른 분포를 보여주고 있다. 계조에 따라 색온도가 급격히 바뀌거나 특정 계조에서 레드 푸쉬 혹은 Blush 해지는 현상 등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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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17] 20 Step Horizontal Cross Lamp 패턴

감마

디지털 프로젝터는 CRT에 비해 암부 계조가 섬세하지 못하다. 부드럽게 계조가 이어지지 못하고 어느 단계에서 갑자기 비약적으로 밝기가 증가하는 현상이 있다. 이 것은 어쩔 수 없는 메카니즘 상의 한계이다. DLP의 경우 3판식이 등장하게 되면 아마도 감마 트랙킹을 좀 더 세밀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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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18] A800B의 Gamma Tracking (30~100 IRE)

이런 관계로 종종 디지털 프로젝터는 표준 감마인 2.2를 준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보면 0~40 IRE 부분이 자연스럽지 못하게 약간 지나치게 밝기가 증가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조 케인은 감마 2.2는 CRT 영상 기기를 기준으로 한 것이므로 디지털 프로젝터는 이에 대해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디지털 프로젝터의 경우라면 2.2를 고수하는 것이 자칫 깊은 암부 쪽을 Graysh 하게 만들 소지가 있기 때문에 깊은 암부 쪽을 차분히 가라 앉히기 위해서는 감마 값을 조금 더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삼성 A800B는 2.6을 기준으로 감마 값이 튜닝이 되었다.
 
일리 있는 주장이지만 필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 필자는 어쨌든 2.2~2.4 범위 내에서 루미넌스 트랙킹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CRT 시절, SMPTE에서 2.2 감마를 앞장 서서 주창하던 인물이 조 케인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이러한 주장이 시대 변화에 맞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영상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권위를 가지고 있는 조 케인이라고 하더라도, 또 그의 지론이 아무리 옳다고 하더라도, 오랫동안 표준으로 여겨져 온 값을 조정하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공감대를 얻어 공통적인 약속을 이끌어 내야 하지 않나 싶다.

위 [그림 18]에서 보듯 실제로 삼성 A800B는 감마 값은 2.6 수준으로 나타난다.(노란 실선). 흰색 점선은 감마 값 2.4로 삼성 A800B의 톤 커브는 이 보다 약간 더 밑으로 내려가 있다. 일단 설정된 감마 값은 정확히 그대로 구현되었다고 볼 수 있다. 감마 값이 높기 때문에 블랙 부분의 움직임은 둔하고 화이트 쪽으로 갈 수록 밝기가 빠르게 변하게 된다. 자칫 계조력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 암부는 뭉개지고 피크 화이트 쪽은 클리핑이 일어나기도 쉽다. 대신 계조력이 뒷받침 되면 그림이 더 섬세해지고 깊이 있는 영상을 만들어낸다. 전체 밝기를 과도하게 높이지 않는다면 일단 후자(後者)에 해당되는 섬세한 그림을 얻을 수 있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감마 값이 높은 A800B의 기기 특성 상 밝기를 과도하게 높이면 암부가 섬세한 것이 아니라 모두 들떠버리게 되고 피크 화이트 쪽도 뭉개져 버리기 쉽다. 따라서 A800B 같은 기기는 밝기가 과도하면 안 된다.

(3부에서 계속)

Posted by hifinet
2007. 11. 13.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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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터의 부흥(復興)

프로젝터는 홈 시어터의 꽃이요, 완성이다. 최근 플랫형 TV가 판매량도 늘고 사이즈도 대형화 되어 가고 있지만 프로젝터의 자리를 대신하기에는 역시 중량감이 좀 떨어진다. 흔히 이렇게들 말한다. 홈 시어터라는 열차는 AV 앰프에서 시작해, 그 종착역은 프로젝터이며, 달리게 해주는 연료는 소프트웨어라고. 서라운드 시스템, 대형 화면, 고화질 콘텐츠... 이 세 가지는 AV를 이끄는 힘이요, 어느 것 하나도 빠질 수 없는 필수 요소이다. 큰 사이즈의 제법 좋은 화질이라고 자랑하는 플랫 패널 TV라 하더라도 역시 프로젝터로 대화면을 보는 것과는 영화에 대한 몰입도가 전혀 다르다.

한 동안 침체했던 프로젝터 시장이 최근 다시 부흥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올들어 좋은 제품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최근 필자가 리뷰했던 프로젝터들을 되돌아 보면 모두 나름대로 의미를 갖춘 제품들이었다. JVC의 D-ILA HD1은 Advanced-LCD 프로젝터의 대중화와 영상 완성도를 한 단계 앞당긴 제품이었고, Sharp의 XV-Z21000은 Full HD DLP 프로젝터의 진수를 보여 주었다. 옵토마의 DLP HD80 프로젝터는 파격적인 가격 제안을 통해 Full HD 프로젝터 시장에 활기를 불어 넣었고, 소니의 VW200은 오랜만에 하이엔드 대형기의 품위를 접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제 소개하는 삼성의 SP-A800B은 전 모델들이 보여 주었던 정확하고 세밀한 표준적인 영상을 그대로 Full HD에 이식한 완성도 높은 그림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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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니 VPL-VW200 (사진 좌)과 JVC DLA-HD1 (사진 우)

720p 시절, 삼성 프로젝터는 샤프, 야마하, 미츠비시, 마란츠 등과 더불어 최고급 수준의 화질을 보여주었었다. 하지만 샤프가 1080p 프로젝터를 발표한 것이 2006년 가을, 그 뒤를 마란츠가 뒤 이었고 삼성은 무려 거의 1년 가까이 늦게 출시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의 늦장을 탓할 수도 없게 된,  아니 오히려 삼성 입장에서는 '절묘한 늦장'이라고 즐거워 해야 할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문제는 삼성이 아니라 경쟁자들에게 있다. 야마하와 미츠비시는 DLP 프로젝터 시장에서 손을 떼었고, 샤프와 마란츠는 국내 수입이 중단 된 것이다. 물론 그 자리를 벤큐, 옵토마 등이 임시로 대체하기도 했지만, 아직 제품의 완성도 면에서 상기 브랜드들과 나란히 자리잡기 위해서는 시간을 좀 필요로 한다. 대신 이들 제품들은 시장 가격을 끌어 내리는 견인차의 역할을 해 주었으니 우리 소비자들로서는 고맙기 그지 없는 노릇이다.

우수한 성능의 A800B, 그러나 경쟁 구도가 아쉽다.

어찌되었든 상황이 이렇다보니 AV 동호인들은 삼성의 이번 1080p DLP 프로젝터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영상의 품질이라는 측면에서 삼성의 프로젝터에서 정면으로 맞서 자웅을 겨룰만한 모델은 역시 샤프의 XV21000이 제격이다. 지금 필자는 두 모델을 AV 룸 한켠에 나란히 이웃한 시킨채 틈날 때 마다 번갈아 감상을 하고 있는데, 두 모델 다 기본기가 아주 탄탄하고 뿜어내는 영상의 수준이 매우 높다. 그런 한편 각자의 개성 또한 뚜렷하다. 샤프는 영상이 임팩트하고 삼성은 계조가 섬세하다. 색상은 두 제품 모두 표준 좌표를 준수하고 있되,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샤프는 좀 복잡해 전문적인 세팅 작업이 필요하고 삼성은 디폴트 치를 그대로 적용해도 쉽게 색상이 맞추어진다. 그러나 샤프는 삼성이 흉내내기 곤란한 인상적인 블랙과 온/오프 및 안시 명암비를 보여준다. 그런 한편 삼성이 완벽히 지원해내는 48Hz 필름 프레임을 소화해내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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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샤프 XV-Z21000

샤프 21000이 다시 국내 수입이 된다면 삼성과 더불어, 국내 매니아들에게는 아주 좋은 선택 구도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게 생각처럼 수월치 않다. 현재로는 힘들어 보인다. 최초의 다크칩4 모델인 마란츠의 11S2도 곧 출시 될 예정이지만, 11S1의 예를 생각해보면 국내에 널리 보급 될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물론 출시가 되더라도 이 제품은 1000만원대 중반의 하이엔드 마켓을 겨냥하게 될 것이다. 곧 국내에 선 보일 소니의 VW200 역시 1000만원대 하이엔드 제품이다. 또 하나 기대되는 제품이 JVC의 HD100인데, 이 역시 JVC 코리아의 해체로 인해 국내 반입이 어떻게 될지 불투명한 상태이다. 분명 좋은 프로젝터 모델들이 하나, 둘 등장은 하고 있는데 이런 저런 이유로 인해 막상 소비자들 옆에 와 닿는 제품이 별반 없는 것이다. 삼성 A800B가 좋은 제품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선택의 폭이 좁아지는 것은 좀 답답한 일이다. 그러나 삼성 입장에서 보면 '늦장 출시'가 만시지탄(嘆)이 아닌 만시지환(嘆)이 되버린 셈이다. 매니아들이 삼성의 A800B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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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VC DLA-HD100 (사진 좌)과  마란츠 VP-11S2 (사진 우)

다행인 점도 있다. 만만한 경쟁자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의 A800B는 여전히 우수한 영상 품질을 갖추고 있고, 제반의 표준적, 기본적 화질 요소들을 대부분 잘 충족 시켜 주고 있다. 몇 가지 단점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영상의 완성도가 돋보이는 잘 만든 제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영상의 완성도"가 "제품 만듬새의 완성도"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스크린에 투사된 그림이 좋다는 뜻일 뿐이다.)

사족(蛇足) : 네이밍(Naming)에 대하여


삼성의 720p 마지막 제품 모델명이 SP-H800BK이었다. 이번 1080p 제품의 모델명은 SP-A800B이다. 속 사정은 모르겠다. 도대체 왜 동일한 숫자로 넘버링이 되었을까? 이전 모델이 800 이었으면 이번 모델은 900 이던지 1000 이던지 정 아니면 최소한 850 이라도 되던지... 왜 하필 또 800 일까? 이 숫자가 삼성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마케팅 담당자만 알 일이지만 아무튼 소비자 입장에서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 다음 번 모델이 나온다면 그때에도 800 이 되는건가?


A800B와 H800BK, 무엇이 달라졌나? 무엇이 같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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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의 신작 A800B (사진 좌)와 전작인 H800BK (사진 우)

삼성의 720p 모델인 SP-H800BK를 사용했거나 또는 그 제품의 특징을 잘 알고 있는 독자라면 이번 새 모델 A800B의 성격을 보다 쉽게 파악 할 수 있을 것이다. 색상의 정확도, 레벨 유니포미티의 평탄성, 색온도 레벨의 적절함, 전문가를 위한 인스톨러 메뉴, 섬세한 계조 표현력 등등 H800BK가 가지고 있던 특장점들을 모두 물려 받았다.

더 좋아진 점은 (1) 당연히 Full HD 프로젝터이므로 화소수가 크게 늘어났고, (2) 렌즈부가 크게 개선되어 포커싱이 좋아졌으며, (3) 24Hz 입력, 48Hz 출력의 필름 레이트를 완벽하게 지원한다. (4) 더불어 최대 밝기가 더 늘어났고, 아이리스 모드가 새로 지원되어 명암비를 조절할 수 있는 선택이 커졌다. (5) 그리고 한 가지 더 있다. 디자인이 좋아졌다.

더 나빠진 점은 다크칩2의 사용으로 인해 블랙 레벨이 H800BK 보다 높아졌다는 점을 우선 들 수 있다. 온/오프 명암비만 놓고 따지면 H800BK보다 뒤질 건 없다. 밝기가 더 좋아졌고 아이리스 모드를 통해 명암비를 조절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명암비 수치를 평가할 때 반드시 유의해야 할 것이 한 가지 있다. 명암비는 높다고 다 좋은 것이 아니다. 명암비는 "블랙"이 낮으면서 전체 수치는 높아져야 이상적(理想的)이다. 블랙은 여전히 높으나 피크 화이트, 즉 최대 밝기가 높아짐에 따라 명암비가 따라서 증가한다면 이건 별로 반길 일이 아니다. 비지니스용 기기들 중에는 이런 제품들이 꽤 많다. 밝은 것을 장점으로 내세우는 제품들은 대부분 다 그렇다. 물론 삼성 A800B는 밝기에 치중한 제품이 아니다. 그러나 전작보다 밝기가 좋아진 것은 사실이고 그런 까닭에 전체 온/오프 명암비 수치는 어느 정도 나오는 편이다. 명암비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자세히 살펴 볼 기회가 있을 것이다.
 
문제는 블랙이다. 사실 H800BK와의 장단 비교를 하면서 더 나빠진 점을 꼽으라고 하면 이 점 한 가지 외에는 딱히 생각나는 것이 없다. 하지만 AV 애호가들에는 "블랙 레벨"은 대단히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 요소이다. 삼성 A800B는 다크칩2를 사용한다. H800BK는 다크칩3를 사용했다. A800B의 블랙이 H800BK보다 약간 뜨게 된 주 이유다.
 
그런데 난데 없이 왜 다크칩2일까? 오랜 기간 삼성 1080p 프로젝터를 기다려왔던 소비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점이다. 삼성이 Full HD 새 모델에 철 지난 다크칩2를 사용하기로 결정한 것이 언제쯤인지는 잘 모르겠다. 필자 역시 A800B의 첫 품평회 때까지도 이 제품이 다크칩2를 쓰고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몰랐다기보다 너무나도 당연히 다크칩3를 사용할 것으로 철썩같이 믿고 있었다. 다크칩2가 언젯적 칩인데... 이전 모델인 H800BK도 다크칩3이고 경쟁 제품인 샤프 21000, 마란츠 11S1 모두 다 다크칩3 인데 행여 다크칩2를 사용할까 의심조차도 안 했었다. 그러다 출시 전 시제품을 처음 받아든 직후에야 비로소 다크칩2를 사용했다는 것을 알았다. 이유가 뭘까? 삼성 측에 질문을 던졌다. 돌아온 답변은 아주 간단했다. 가격 때문이라고 한다. 할 말이 없다. 질문을 던지기 전에는 따질 것이 많을 줄 알았는데, 가격 때문이라는 답변에는 딱히 뭐라고 더 따지기도 힘들다.

가격


자연히 가격 이야기로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삼성 A800B의 가격대는 400만원대 초반. 실제 시장 가격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예상보다는 대단히 저렴해진 가격이다. 처음 삼성 A800B의 책정 가격을 들었을 때 내심 꽤 놀랐다. 모든 면에서 스펙이 크게 향상이 되었는데 가격은 오히려 이전 제품 보다 크게 떨어진 점은 반가우면서도 의아한 일이었다. 이때 까지만 해도 가격이 낮아진 이유를 외적 조건, 즉 시장 상황에서만 찾으려고 했다. 아마도 시작은 그렇게 되었을 것이다.

전통적으로 DLP 프로젝터는 500만원대 이상의 중/고가 및 1000만원대의 하이엔드 시장에 포진해 있고, LCD 프로젝터는 200~300만원대의 중/저가 시장에 포진해 있어 왔다. DLP가 LCD 보다 포맷상에서 우위에 있기 때문에 이 구도는 그런대로 수 년간 잘 이어져 왔다. 이 가격 구도를 처음 허문 것은 소니 SXRD, JVC D-ILA 등의 Advanced LCD 계열 제품들이었다. 이들 제품들은 화질의 완성도에서 DLP에 버금가는 수준이면서도 가격대를 500만원대 수준으로 낮추는 시도를 해서 꽤 성공을 거두었다. 뒤를 이어 옵토마, 벤큐 등의 저가형 DLP 제품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물론 비지니스용 제품에 주력하던, 아직은 데이타급 화질의 틀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제품들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명색이 DLP인데 300만원대의 경계를 허무는 파격적인 가격이 제시되니, 시장이 흔들릴 수 밖에 없었다.

더욱이 삼성으로서는 전작 720p 제품들이 우수한 영상 품질에도 불구하고 초기에 가격 정책을 잘 못 펼쳐 적당한 대접을 받지 못했던 기억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일단 가격대를 낮추어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엉뚱하게 다크칩3가 다크칩2로 바뀌게 된 것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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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exas Instruments 의 DLP 칩셋

가격이 낮아진 것은 환영할 일이다. 제품의 원가구조는 잘 모른다. 그건 전적으로 제조사의 영역이니까 외부인이 알려고 하는 것부터가 실례이다. 단지 추리컨대 샤프를 보고, 마란츠를 보면 삼성 A800B 역시 다크칩3를 썼다면 가격이 지금보다 두, 세곱절 늘어났을 지도 혹 모르겠다. 높아진 블랙과 낮아진 가격... 아주 명확한 트레이드-오프이다. 바른 선택일까? 일단은 그렇게 봐야 한다. 블랙, 블랙 하고 말은 하지만 다크칩2와 다크칩3의 블랙 레벨의 차이가 가격대를 두, 세곱절 벌어지게 할 만큼 파격적인 것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다크칩3가 다크칩2보다 힌지와 셀 간격이 개선되어 더 높은 명암비와 낮은 블랙 레벨을 제공해 주는 것은 사실이다. A800B가 H800BK보다 블랙이 높아진 것도 다크칩 버전 때문이 맞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혼동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DLP는 LCD 계열 제품보다 기본적으로 블랙이 차분하다. 다크칩2라고 하더라도 잘만 세팅하면-아무래도 광학부 설계가 주 포인트가 되겠지만-얼마든지 블랙 레벨은 더 차분하게 내릴 수가 있다. 또 사용하는 스크린이나 주변 환경, 소스 기기나 소프트웨어에 따라 얼마든지 "뜬다는 느낌이 전혀 안 들 정도로" 블랙을 가라 앉힐 수 있는 수준이다. 결코 칩의 버전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가 된다. 삼성 A800B가 다크칩3를 달고 나왔다고 해서 샤프 XV21000 만큼의 블랙 레벨을 보이지는 못할 것이다. 한편 다크칩2를 쓴 샤프 12000이 다크칩3를 쓴 삼성 H800BK보다 블랙이 더 좋았는가 하면 또 그 것도 아니다. 블랙 레벨은 온전히 칩의 성능에 의해서만 좌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이 문제를 좀 더 복합적으로 살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명암비와 블랙 레벨 파트에서 다시 다루게 될 것이다.

조 케인과 삼성 프로젝터

이 번에도 조 케인(Joe Kane)씨가 튜닝 작업에 참여했다. 조 케인이 영상 기술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명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이미 다 아는 사실이다. 조 케인의 영상 철학은 아주 확실 명료하다.  "원칙에 충실한 그림". 이 것이 조 케인의 영상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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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K Production의 조 케인 (Joe Kane)

원래 조 케인은 무척 까다로운 평가 기준을 가진 사람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영상 컨설턴트로서의 자신의 역할을 명확히 규정하고 일을 하는 편이다. 흔히 영상을 튜닝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영상을 예쁘게, 아름답게 만드는 것을 우선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조 케인은 이런 식의 영상 튜닝은 아주 질색이다. 자, 영상 튜닝이라는 것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보자.

기실 우리 주위에는, "영상 아티스트" 역할을 자임하는 기술자나 평론가가 의외로 많다. 한 마디로 그들은 얼마나 예쁜 화질, 얼마나 내 마음에 드는 화질을 만드느냐에 주력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일본의 '작가주의적 영상 평론'이다. 영상을 보는 사람에 따라, 영상 소스에 따라, 영상 디스플레이 기기에 따라 다 각각 다른 그림이 존재하고 그 모든 그림들이 다 개인의 취향과 개성으로 독립적으로 인정을 받는다.
 
내가 좋으면 스필버그의 색상을 타르콥스키처럼 보이게 할 수도 있고, 잉마르 베리만의 영화가 구로사와 아키라 톤으로 나와도 관계 없다. 똑같은 기기에서 물랑루즈(Moulin Rouge)를 볼 때의 레드와 세븐(Se7en)을 볼 때의 레드가 각기 다른 값을 갖기도 한다. 그래서 적잖은 기기들이 "내 맘대로 색상 뜯어 고치기" 기능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 솔직히 코미디다. 이런 류의 "감성 화질"을 추구한다면 사실 굳이 조 케인의 튜닝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이 경우라면 삼성 A800B 역시 제품이 가진 특장점이 별 위력을 발휘하지 못 할 것이다. 그냥 한 눈에 좋아 보이는 제품을 선택하면 그만이다.

SMPTE 초기 시절부터, 현재 통용되고 있는 수 많은 영상 표준 규격들을 제창하는 일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기 때문에 더욱 그런 점도 있겠지만, 아무튼 조 케인은 초지일관 영상은 정확한 이론과 표준에 근거하여 맞추어야 한다고 늘 강조한다. "얼마나 예쁘게 나오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정확하게 만들었는가"가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게 참 쉽고도 어려운 이야기이다. 정확한 이론과 표준에 맞춘다... 결국 원칙대로 하자는 것인데. 세상 일 모든 것이 다 그렇듯이, 원래 원칙대로 하는 것이 제일 어려운 일이다. 영상 기기라고 예외일까. 원칙대로 하는 것이 제일 어렵다. 하지만 어렵다고는 해도 제품에 대한 컨셉과 지향하는 목표만큼은 이쪽으로 확실하게 잡아야 한다. 정해진 바른 길을 아직 다 가지 못한 것과 아예 엉뚱한 틀린 길로 가는 것은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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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드리걸 이미징 MP-9 (좌), Stewart Film Screen (가운데), 스넬&윌콕스 G2  프로세서 (우)

이런 까닭에 조 케인이 컨설팅에 참여했던 제품들은 모두 "원칙에 충실하다"는 개성 아닌 개성을 갖는다. 스넬 앤 윌콕스가 그랬고, 스튜어트 스크린이 그랬으며, 매드리걸 이미징과 프린스턴의 CRT 제품들이 그랬었다. 이를테면 삼성의 DLP 프로젝터가 그 뒤를 이은 셈인데, 프로젝터 개발 에 대한 역사도 경험도 없던 삼성이 단기간에 지금 수준의 화질을 구현할 수 있게 된 것은 결코 조 케인을 빼 놓고는 설명하기 힘들다.
 
 

디자인과 외관

 

2006년 삼성의 LCD TV "보르도"는 아주 큰 일을 하나 해 내었다. 삼성이 TV 왕국 소니를 제치는데 견인차 역할을 한 것이다. 그런데 보르도의 그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 "화질"은 분명 아니고... 그렇다. 보르도가 가진 가장 큰 힘은 바로 디자인이었다. 한때 우리가 일본 가전제품을 보면서 가장 부러워 했던 것이 바로 제품 디자인이었다. 특히 소니는 그 중에서도 손꼽히는 스타일리쉬 브랜드였다. 그런데 "보르도" 이후 양상이 바뀌었다. 요즘은 국내 가전제품의 디자인 수준이 일취월장(日就月將), 세계 시장을 리드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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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의 보르도 LCD TV (사진 좌)와 LG전자의 Flatron Fantasy 모니터 (사진 우)

삼성의 A800B 프로젝터 역시 한 몫하는 디자인이다. 어떤 이는 A800B의 가장 혁신적인 장점은 다른 무엇보다도 단연 디자인이라고 꼽기도 한다. 원래 디자인이란 미적 가치이기 때문에 사람마다 평가가 다를 수 있는 주관적 요소이다. 그러나 삼성의 A800B의 디자인이 우수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구동성(異口同聲) 거의 이견이 없다. 아래는 A800B의 스틸 컷 몇 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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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4~5년 전이었던가. 이태리 브랜드인 Seleco에서 발표했던 SIM2 HT 시리즈가 생각난다. 빨간 색 혹은 검은 색 컬러를 지닌 무척이나 세련된 디자인을 보고 매료되었던 기억이 새록한데, 삼성 A800B를 보니 그때 생각이 난다. 개인적으로는 A800B 디자인이 좀 더 멋있어 보인다. 디자인 컨셉은 "돌고래"라고 한다. 정말 돌고래 느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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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IM2 HT300 plus RED finish 제품

리모콘도 상당히 세련된 디자인이다. 본체와 컨셉을 맞추어 검은색의 곡선형으로 만들어 놓았는데 디자인도 예쁘지만 실용성도 꽤 뛰어나다. 우선 그립감이 상당히 좋다. 둘째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그림에서처럼 엎어놓으면 공간도 적게 차지하고 잘 밀리지도 않는다. 그런데 리모콘이 시커멓다 보니까 캄캄한 데서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또 리모콘 위, 아래가 똑같이 생겨 거꾸로 쥐기 십상이었다. 그러나 가장 불편한 점은 리모콘 신호 전송각도 문제였다. 리모콘을 본체를 향하게 하면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프로젝터는 대개 리모콘을 스크린을 향하게 하여 사용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스크린에 반사되는 각(角)이 너무 좁다. 중앙부를 향해 꽤 좁게 각을 형성해 조작을 해야만 본체가 인식을 했다. 좀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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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800B의 리모트 컨트롤러. 아래는 뒤집어 놓은 모습

본체 디자인에도 흠결이 한 가지 있다. 아래 사진에서 보듯 한쪽 옆으로 빛이 새는 현상이다. 전면에서 볼 때 오른쪽 옆에 있는 배기구인데 그릴의 각도를 너무 밋밋하게 주어 안 쪽 램프의 빛이 구멍을 통해 새어 나오는 것이다. 천정에 부착할 경우 굳이 위를 쳐다보지 않는 이상 크게 문제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시청 공간의 길이가 4미터 이상 될 경우, 시청자가 프로젝터 뒤 쪽에서 시청을 하게 된다면 영화에 집중하는 데에 방해가 될 소지가 있다. 좀 더 세심한 배려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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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800B의 우측 그릴로 빛이 새어 나오고 있다. 그릴의 각도가 조금 더 커야 했다.

요즘 프로젝터들이 대개 그런 추세지만 A800B도 "파워 스위치"가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A800B는 파워 스위치가 사실 필요하다. 기기 상판에 터치식 조작 버튼들이 있다. 리모콘이 없어도 이 버튼들을 터치해서 파워를 켜고 끌 수 있다. 문제는 이 터치 버튼들이 너무 센시티브하다는 점이다. 소니 PS3 사용자들은, PS3가 보기는 예쁘지만 표면에 먼지가 워낙 많이 달라 붙어 "먼지 측정기"라고 불러야 한다고 말한다. 삼성 A800B도 마찬가지이다. 열을 많이 발산하기 때문에 먼지가 더 잘 달라붙는다. 표면이 검은 색 광택이기 때문에 하루, 이틀만 지나도 쌓인 먼지가 뽀얗다. 청소를 안 할 수 없는데, 상판을 스치기만 해도 터치 버튼이 작동하면서 덜컹 파워가 켜진다. 프로젝터는 끌 때도 맘대로 못 끈다. 스크린 내리고 화면 보고 버튼을 순서대로 세 번 누른 후 30초를 기다려야 꺼진다. 청소하다가 똑같은 일을 두 번 겪었다. 자연히 그 다음에는 파워 케이블을 뽑아 놓고 청소를 하게 된다. 그래서 파워 스위치가 있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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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단자는 HDMI 및 컴포넌트 단자가 각 2개, 컴포지트 및 D-Sub 15핀 단자가 각 1개씩 있다. 소음 래벨이 꽤 낮다. 소음이 적기로 유명한 미츠비시나 소니 수준은 아니지만, 제법 버금갈 정도로 소음 레벨을 낮은 편이다.

 

램프, 렌즈

 

A800B는 300W 필립스 UHP 램프를 채택하고 있다. 기존의 250W UHP는 한 100시간쯤 사용하고 나면 30% 가량 밝기가 떨어지는 현상이 있었다. 사실 한 30여시간만 사용해도 처음과는 차이가 난다. 이번 300W 램프는 특주제품으로 이 문제를 개선했다고 한다. 밝기가 떨어지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어서, 때때로 최대 밝기가 과다하고 블랙이 뜨는 제품은 일정 시간 램프를 사용하고 나면 오히려 블랙이 안정될 때도 있다. (이 것도 일종의 Aging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런데 A800B는 이런 방법이 통하지 않았다. H800BK와 달리 30~40여시간이 지나도 처음과 차이가 없다. 플랫 필드 화이트 필드 유니포미티도 꽤 우수하다. 아이리스가 오프된 상태에서는 나무랄데 없다. 그러나 아이리스가 조여지면 상대적으로 평탄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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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립스 300W UHP 메탈 할라이드 램프

하드웨어 측면에서 삼성 A800B에게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새로 채택된 삼성제(製) 슈나이더 렌즈이다. 포커싱이 대단히 좋아졌다. 중앙과 코너가 거의 차이가 나지 않으며 색수차도 잘 보이지 않는다. 색수차는 초점거리가 길어져서 그럴 것이다. 그러나 포커싱이 좋아진 것은 순전히 렌즈부가 크게 개선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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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800B의 오버스캔 패턴의 중앙부. 중앙의 원 주위가 아주 깨끗하다.
▼ 중앙부를 확대한 사진. 중앙 크로스 포인트 주위로 링잉이나 할로 등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포커싱은 1080p임에도 불구하고 도트 피치를 하나 하나 셀 수 있을 만큼 또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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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DLP는 LCD 계열보다 포커싱이 뛰어나다. 그러나 DLP 프로젝터도 렌즈의 종류에 따라, 광학 설계에 따라 포커싱 수준차가 꽤 난다. 렌즈가 좋고 포커싱이 뛰어난 제품이라고 하면 보통 마란츠 DLP 프로젝터가 생각이 난다. 그런데 이번에 보니 A800B도 만만치 않다. 마란츠 11S1과 겨루어도 별로 빠지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아무튼 렌즈/포커싱 부분에서는 확실히 큰 발전을 이루었다. 링잉이나 할로가 없는 것은 예전 모델과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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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MPTE RP-133 패턴의 사이드(좌측 끝) 부분을 확대한 사진이다. 가장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포커싱이 상당히 정밀하다. 중앙과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픽셀 도트 하나 하나가 모두 선명히 잡히는 편이다.

그런데 한 가지 유의할 점. 삼성 A800B를 80인치 크기로 화면을 줄였더니 포커싱이 100인치 때 보다 꽤 안 좋아진다. 720p 모델 때와는 다른 양상인데, 처음부터 1080p 프로젝터는 100인치 이상의 큰 사이즈에 맞추어 설계가 되었기 때문에 그렇다. 가급적 스크린 사이즈는 100인치 이상으로 할 것을 권한다.

렌즈 쉬프트 기능을 갖추고 있다. 렌즈 쉬프트 기능은 설치 시 대단히 큰 편의를 제공해준다. 그러나 유의할 점 한 가지. 렌즈 쉬프트를 큰 범위로 사용하게 되면 영상이 맺히는 부분(래스터)이 렌즈의 중앙이 아닌 위 또는 아래의 끝부분에 가까이 가게 된다. 당연히 렌즈는 가운데가 굴곡도가 가장 완만하며 포커싱도 우수하다. 렌즈 쉬프트를 한다고 해서 포커싱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급적 설치 위치를 정확하게 잡아 렌즈 쉬프트를 최소화 하는 것이 좋다.

삼성 A800B의 투사 거리 테이블을 아직 구하지 못했다. 메뉴얼도 입수하지 못했다. 필자의 스크린은 100인치인데 렌즈까지 최소 360cm의 거리를 필요로 했다. 80인치의 경우는 최소 300cm의 거리가 확보되어야 했다. 공식 투사거리 테이블을 구하는데로 추가 편집해 놓을 예정이다.

 

명암비와 아이리스

 

A800B의 스펙 상의 명암비는 10000:1 이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이 이번에도 스펙에 표기된 명암비는 무시하기로 하자. 하지만 온/오프 정적 명암비는 측정해야 한다. 요즘 출시되는 대부분의 디스플레이 기기들이 다 갖추고 있듯이 삼성 A800B도 이번에는 IRIS 모드를 갖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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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설정 메뉴]에서 [화면 모드]를 선택한 뒤 화면 조정 메뉴에 진입하면 위 좌측 사진과 같은 메뉴를 만날 수 있는데, 이 중 [Dynamic Black]이 IRIS 조정 메뉴에 해당된다. 선택 모드는 위 그림 우측에서 보듯 "자동", "깊음", "중간", "얕음", "해제" 5 단계이다.
 
"자동"은 Auto IRIS를 뜻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화면의 밝기 상태에 따라 그때 그때 기기가 IRIS를 알아서 바꾸는 것이다. 늘 말하지만 Auto IRIS는  가급적 쓰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여러 영상 기기들을 테스트 하다보면 정말 이 Auto IRIS 기능을 도저히 쓰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느끼는 기기들도 있다. 이런 경우는 대개 명암 특성이나 계조별 유니포미티가 너무 좋지 않아 도저히 정상적으로 세팅을 한다는 것이 무의미 하다고 느껴질 만큼 특성이 안 좋을 때, 이 기기로는 그림에 큰 기대 걸지 말고 그냥 대충 보는 것으로 하자 하고 마음을  먹고 Auto IRIS를 선택하게 된다. 그렇지 않다면, 가급적 Auto IRIS를 쓰지 않는 것이 옳다. 사실 삼성 A800B 같은 기기는 계조별 유니포미티가 좋은 편이고, Auto IRIS 모드에서 사용하는 적용범위도 타 기기에 비해 작은 폭에서 움직이는 편이어서, Auto IRIS를 선택했을 때의 문제점이 상대적으로 덜 한 편이기는 하다. 그러나 반대로 보자면 원칙 따지고 표준 영상에 대한 준수를 컨셉으로 하는 기기에서 굳이 Auto IRIS를 선택한다는 것 또한 "과수원에서 고기 찾는격"이다.

"자동" 모드를 제외하면 실제로 IRIS 선택 모드는 네 가지이다. "해제"라고 하면 당연히 IRIS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OFF 모드를 생각하기 쉬운데, 아래 [표1]에도 나오듯이 실제 측정해보면 "얕음"이 "해제"보다 더 밝게 나타난다. "해제"가 "해제"가 아닌 셈인데 사실 상 "얕음"과 별 차이가 없다. 아무튼 밝기 순서로 따지면 "얕음">"해제">"중간">"깊음" 순(順)으로 보면 된다.

램프 모드는 "고휘도"와 "극장"(저휘도)의 두 가지가 있다. 고휘도 모드를 선택하면 극장 모드보다 밝기가 약 25% 가량 높아진다. 물론 고휘도 모드를 선택하면 Fan 소음도 같이 증가한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극장 모드를 기본으로 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삼성 A800B는 아이리스 조정 메뉴가 단순하고 블랙 레벨이 높은 편이어서 적절한 명암모드를 선택하는 일이 매우 까다롭다. 따라서 고휘도 모드라는 옵션까지도 사용해 선택의 폭을 넓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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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모드/고휘도 모드의 두 광원 모드와 아이리스 모드 네 가지를 서로 조합하면 모두 여덟 가지의 선택 옵션이 생긴다. 아래는 이 여덟가지 모드에 대해 각각 정적(온/오프) 명암비를 측정한 결과이다. 우선 [표1]은 프로젝터를 박스에 막 뜯어 낸 직후의 디폴트 값(명암 50/밝기 50)의 상태에서 측정한 것이다. (※ 지금부터 제시되는 모든 명암비는 게인 1.3의 Stewart Studiotek HD130 Screen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게인이 다른 스크린에서는 상이한 결과가 나올 수 있음을 미리 밝힌다.)

(표1) 모드 별 온/오프 명암            (단위: cd/㎡)

   휘도    IRIS    White    Black   명암비
   극장    해제     68.2    0.045  1516 : 1
     얕음     69.0    0.047  1468 : 1
     중간     53.7    0.033  1627 : 1
     깊음     24.8    0.017  1459 : 1
  고휘도    해제     84.6    0.054  1567 : 1
     얕음     85.8    0.058  1479 : 1
     중간     67.7    0.038  1782 : 1
     깊음     31.2    0.020  1560 : 1
Stewart Studiotek HD130 Screen (명암50/밝기50)

위 표에 의하면 전체적인 명암비는 대략 1500:1 정도이다. 그러나 IRIS를 "중간"에 놓았을 때에는 평균보다 명암비가 다소 더 높게 나온다. 이는 디폴트 치가 아닌 사용자 조정, 또는 서비스 모드를 통한 조정을 거친 뒤에 측정한 수치(※아래에 나올 표들 참조)에서도 역시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항상 "중간"이 명암비가 제일 높게 나타난다. 따라서 단순히 명암비만을 놓고 따지면 삼성 A800B는 IRIS를 "중간"에 놓는 것이 제일 좋다. 그러나 명암비만 가지고 판단할 수는 없다. 블랙과 화이트 레벨의 절대 값을 따져 봐야 한다.

위 표에서 본 고정 명암비는, 물론 LCD 계열보다는 우수한 편이지만, DLP로서는 그다지 내세울 만하지 않다. 같은 다크칩2를 사용했지만 옵토마의 HD80은 IRIS 각 모드마다 평균 2500:1 안팎의 정적 명암비를 보여 주었다. 위 표에 의거하면 IRIS "중간" 모드가 명암비가 가장 높지만 선택하기 곤란하다. 너무 밝다.
 
적절한 화이트 밝기는 40~50 칸델라이다. 너무 지나쳐도 너무 모자라도 곤란하다. 적절한 블랙의 밝기는? 그런 건 없다. 블랙은 무조건 제일 낮은 것이 좋다. 단, 밝기가 한계까지 달할 경우, 예를 들어 최대로 밝아진다거나 최소로 어두워지게 되면 혹 어떤 기기들은 컬러가 크게 틀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런 기기라면 블랙을 무조건 내릴 수 없다. 그렇지만 않다면 블랙은 무조건 낮은 것이 좋다.

사용자에 따라, 환경에 따라 느끼는 정도가 각기 다르기는 하겠지만,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대략 사람들은 블랙필드 밝기가 0.025 칸델라를 넘으면 "블랙이 들떴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한다. 그리고 0.040 칸델라를 초과하면 거의 만장일치로 "블랙"을 성토(?)하는 수준이 된다. 반면 0.007 칸델라 이하로 블랙 필드 밝기가 나오면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칠흑 같다", "대단히 차분한 블랙 레벨이다"라는 찬사를 내놓는다. 물론 이는 경험에 의한 것이므로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또 안시 명암비가 DLP보다 떨어지는 LCD에서는 또 좀 더 기준이 엄격해진다.
 
(※ 영상 기기의 조도를 따질 때 보통은 풋램버트-fL를 더 많이 사용한다. 그러나 칸델라-cd/㎡ 또한 병용해서 많이 쓴다. 풋램버트보다 칸델라의 수치 범위가 크기 때문에 정밀하게 표현할 때에는 칸델라를, 보편적으로 사용할 때에는 더 자주 쓰는 풋램버트를 사용하는 편이다. 필자는 상황에 따라 두 단위를 적절히 혼용하여 사용하는 편이다. 참고로 1fL는 3.426 cd/㎡ 이다)

최대 밝기의 경우는 좀 더 명확하다. 12~14 풋램버트, 대략 칸델라로는 40~50 칸델라가 "표준"으로 권장되고 있다. 이를 기준으로 할 때 삼성 A800B의 디폴트 값은 그 어느 것도 명료히 선택할 수가 없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삼성은 A800B에서 처음 아이리스 방식을 채택했는데 밝기에 대한 세팅을 130~150인치의 대형 스크린(게인 1.3)에서 IRIS "해제"를 기준으로 처음 맞추었다. 스크린이 커지면 밝기가 떨어진다. 이 기준에서 세팅이 된 밝기를 100인치 정도로 낮추면 최대 밝기 및 블랙 레벨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H800BK 때와 달리 유난히 큰 스크린(Stewart Studiotek HD130 150인치)을 이용해 A800B 튜닝을 한 조 케인은 그렇게 한 것에 대해 사석에서 나름대로의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첫째, 조 케인은 영화/방송/포스트 프로덕션 쪽에 소속되어 있던 자신의 경험에 기초해 현재의 영화 포스트 프로덕션 작업이 조그마한 방송용 모니터를 통해 이루어 지고 있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는 대형 사이즈로 관객에게 보여질 것이기 때문에 영화의 후반 작업에 사용될 모니터는 당연히 대형 스크린을 사용하는 프로젝터가 적격인데, 이제까지 그렇게 하지 못했던 것은 Post Production 작업에서 필수로 요구되는 "표준 영상", "표준 규격"에 대한 준수 차원에서 기준에 합당한 프로젝터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조 케인은 삼성 프로젝터가 이 기준에 합당한 "표준 영상"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단순한 홈 시어터용 프로젝터를 넘어 프로용 장비로서의 활용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그런 까닭에 대형 스크린을 사용한 튜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과연 삼성 프로젝터가 소니 BVM 시리즈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프로용 모니터를 대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일리는 있는 주장이다. 둘째 조 케인은 A800B가 해상도가 증가했고 포커싱이 좋아 더 큰 스크린에 투사해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고 오히려 120인치 이상의 대형 스크린이 더 어울린다고 보았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의 주거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좀 더 고려했어야 했다. 하지만 조 케인은 A800B가 아이리스 모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작은 사이즈 영상 또한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나름의 중간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다. (1) 게인 1.3 화이트 매트 스크린을 기준으로 할 때 삼성 A800B는 기본적으로 130인치 이상의 대형 스크린 사이즈에서 사용할 경우 IRIS를 "해제"로 놓는 것이 적절하다. (2) 만일 100인치 전후의 스크린을 사용한다면 IRIS는 "깊음"에 놓아야만 과도한 밝기를 막을 수 있다. (3) 100인치 스크린에서 IRIS를 "해제"로 놓고 사용할 수 있는 경우는 게인 1.0 이하의 그레이 계열 스크린이어야 한다.

이를 토대로 다시 A800B에 대한 세팅으로 돌아가보자. 이제 디폴트 치(명암 50, 밝기 50)를 벗어나 A800B에 알맞는 Contrast와 Brightness를 설정해보자. Pluge 패턴 등을 사용하여 명암 67, 밝기 47을 적절한 밝기로 설정한 후 다시 각 모드별 온/오프 명암비를 측정해 보았다.

(표2) 화면 조정 뒤 온/오프 명암     (단위: cd/㎡)

   휘도    IRIS   White   Black   명암비
   극장    해제    86.1   0.040  2153 : 1
     얕음    87.8   0.043  2042 : 1
     중간    68.4   0.029  2359 : 1
     깊음    31.4   0.015  2093 : 1
  고휘도    해제   107.3   0.050  2146 : 1
     얕음   108.9   0.053  2055 : 1
     중간    84.9   0.035  2426 : 1
     깊음    38.9   0.019  2047 : 1
Stewart Studiotek HD130 Screen (명암67/밝기47)

모드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전체적인 평균 명암비가 2000:1 정도로 디폴트 치보다 크게 상승한다. "중간" 모드가 역시 명암비가 가장 높지만, 언급했던대로 밝기가 과도하다. 한편 "깊음"은 밝기가 다소 부족하지만 고휘도 모드를 쓰면 밝기를 2~3 풋램버트 정도 더 높일 수 있다. [표 2]에 따르면 "깊음"-고휘도 모드의 White Field 밝기는 38.9 cd/㎡. 이 정도면 약간 어두운 편이기는 하지만 기준치에 그렇게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Black Field는 0.019 cd/㎡, 이 정도면 "가라 앉았다"는 느낌도 "들떠있다"는 느낌도 주지 않는 평균적인 수준이다. 따라서 게인 1.3의 화이트 타입 스크린을 쓸 경우, IRIS는 "깊음", 광원은 "고휘도"에 놓고 Contrast와 Brightness를 적절히 조정하는 것을 가장 권장할 만한 모드라고 할 수 있다.

스크린 게인이 낮을 경우는 어떻게 될까? 게인 0.95의 Stewart Grayhawk 100인치를 기준으로 할 때 디폴트 상태에서는 IRIS는 "해제", 광원은 "극장"에 놓는 것이 옳다. 그러나 Contrast와 Brightness를 Pluge 패턴 등을 통해 적절히 맞추면, 전체 밝기가 크게 증가해 아이리스를 조여 주어야 한다. 이 때의 선택이 또 애매해진다. IRIS를 "중간"으로 하면 너무 밝고, "깊음"으로 하면 너무 어둡다. 굳이 선택해야 한다면 "중간"을 선택해야 한다. 이 경우 밝기는 60 cd/㎡ 가까이 되기 때문에 좀 과도한 편이다. 그러나 블랙은 0.016 cd/㎡로 상당히 차분해진다. 명암비도 3500:1 정도 나온다.

전문적 Calibration을 시도한 후의 명암비와 아이리스

이제 한 걸음 더 나가보자. 어떤 기기들이든 "서비스 모드"를 가지고 있다. 흔히 "서비스 모드"라고 하면 일반 사용자가 접근 할 수 없는 조정 항목에 접근하여 좀 더 정밀한 화면 세팅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꼭 그렇지는 않다. 그런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서비스 모드"는 바깥에 오픈된 메뉴에서 제공하는 것을 중탕하는 것이 보통이며 제품이 고장 났을 경우에 대비해 진단을 하는데 필요한 항목들이 포함되어 있는 수준이다.

삼성 프로젝터의 경우는 명확히 전자(前者)에 속한다. 삼성 전자의 다른 제품들과 달리 프로젝터는 처음부터 전문적인 매니아를 타깃으로 한 플래그 쉽 타입이었다. 그래서 고도로 훈련된 전문 인스톨러에 한해 "서비스 모드"에 접근해 항목을 조정함으로써 제품의 성능을 개선 시킬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놓았다. 이때의 전문 인스톨러란 영상 세팅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을 받았고 캘러브레이션 장비를 능숙히 다루는 한편 그 의미를 분석할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물론 일반인은 접근할 수 없고 또 접근하더라도 잘못 세팅을 시도할 경우, 기기에 치명적인 손해를 끼칠 수 있다. 일반적인 삼성 A/S 서비스 엔지니어의 경우, 서비스 모드에 진입해서 제품의 결함 여부를 진단할 수는 있겠지만, 화질 항목에 대한 세부 조정은 하지 못한다. 그들은 표준 영상에 대해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비스 모드에 접근한다고 해서 개벽천지할 만큼의 개선효과를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문적인 장비를 갖추었을 경우, A800B는 서비스 모드를 통해 명암비와 색 조정 두 가지 항목에서 보다 정밀한 조정을 꾀할 수 있다. 단, 재삼 말하지만 서비스 모드는 전문 장비와 지식을 갖춘 인스톨러가 아니라면 접근 할 수도 없고, 접근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섣부른 조정은 기기에 악영향만을 남길 수 있다.

필자가 A800B에 대해 갖는 대표적인 불만 사항 중 하나가 왜 아이리스 모드를 3개만 만들어 단계간 간격을 크게 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제공된 모드는 5개이지만 "자동"은 의미가 없고 "해제"와 "얕음"은 사실 상 비슷하기 때문에 실제 사용할 수 있는 모드는 3개 뿐인 셈이다. 특히 "중간"과 "깊음"이 너무 간격이 크다. "중간"과 "깊음" 사이에 몇 개의 스텝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 최근 테스트한 기기 중 옵토마 HD80은 0~16의 17단계로 아이리스 모드를 제공하고 있었고, 소니의 VW200은 0~100까지 모두 101 단계로 아이리스 모드를 조정할 수 있었다. 삼성 A800B도 사실은 0~255까지 총 256 단계로 아이리스를 조정할 수 있다. 이 중 세 가지 단계만 선택해 바깥의 오픈 메뉴에 꺼내 놓은 것이다. 이걸 아예 0~255까지 총 256단계로 소비자가 조정할 수 있게 하면 어떨까? 단, OSD 메뉴나 사용자 메뉴얼에 권장 기준치를 자세히 적어주면 되지 않을까? 다음 번 제품을 개발할 때 한번 고려해 보실 일이다.

A800B의 서비스 메뉴에 접근해 IRIS "깊음"의 값을 조정했다. A800B의 IRIS 값은 "깊음"이 230, "중간"이 130, "얕음"이 30이다. "깊음"의 값을 220으로 조정했다. 더불어 Contrast와 Brightness를 바깥 오픈 메뉴가 아닌 서비스 모드 안에서 조정 했다. 일련의 작업을 마친 뒤 각 모드별로 온/오프 명암비를 다시 측정해 보았다.

(표3) 캘리브레이션 후 온/오프 명암   (단위: cd/㎡)
   휘도    IRIS   White   Black   명암비
   극장    해제   102.4   0.041  2498 : 1
     얕음   103.7   0.044  2357 : 1
     중간    80.3   0.030  2677 : 1
     깊음    40.8   0.016  2550 : 1
  고휘도    해제   127.0   0.050  2540 : 1
     얕음   128.8   0.052  2477 : 1
     중간   100.6   0.036  2794 : 1
     깊음    51.2   0.021  2438 : 1
Stewart Studiotek HD130 Screen

[표3]을 [표1], [표2]과 비교해서 보면 평균 명암비가 또 한 단계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표1]이 평균 1500:1, [표2]가 평균 2000:1 안팎의 명암비를 보인 것에 반해 [표3]은 평균 2500:1 안팎의 명암비를 나타내 주고 있다. [표3]을 기준으로 하면 IRIS를 "깊음"으로 해도 밝기가 어느 정도 보장이 된다. 광원을 극장모드와 고휘도모드 어느 쪽을 선택해도 화이트의 밝기도 무난하고 블랙도 괜찮다. "깊음"-극장모드를 선택할 경우 블랙의 밝기가 0.016 cd/㎡ (0.005 fL)로 이 정도면 블랙이 뜬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않을 정도로, 같은 다크칩2를 사용한 옵토마 HD80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이번에는 게인 0.95의 Stewart Grayhawk 100인치 스크린을 대상으로 명암과 밝기, 아이리스 수치를 캘리브레이션 해 보자. 그레이 스크린을 쓰면 확실히 블랙이 더 내려 가고 명암비는 더 높아진다. 그레이호크에서는 아이리스 "중간" 항목을 조정해야 한다. 기본값 130을 185로 바꾸면 화이트가 41.3 cd/㎡, 블랙이 0.011 cd/㎡가 나온다. 명암비가 무려 3750:1이 나온다. 명암비도 명암비이거니와 블랙 레벨도 상당히 가라앉아 차분한 느낌을 준다. 그레이 스크린을 쓰면 확실히 A800B의 블랙은 두드러지게 가라앉는다. 하지만 A800B는 게인 1.3 스크린을 기준으로 튜닝이 되어 색감 차원에서는 게인 1.3이 확실히 더 이득이 있다. 이 또한 트레이드-오프의 대상이다.

이제까지 살펴 본 것을 용약하면 A800B는 Contrast와 Brightness를 적정히 조정한 후 게인 1.3 스크린 경우는 IRIS "깊음"-고휘도, 게인 0.95일 경우는 IRIS "중간"-극장모드를 선택하는 것이 좋으며, 이 정도까지만 해도 명암비를 2000:1~3500:1 수준까지 높일 수 있다. 이에 덧붙여 전문 인스톨러를 통해 서비스 모드에 접근하여 보다 정밀한 캘러브레이션을 할 경우, 게인 1.3 스크린에서는 2500:1, 게인 1.0 이하 그레이 스크린에서는 3700:1 까지도 명암비를 더 높일 수 있다. 즉, A800B의 단점으로 이제까지 지적해왔던 블랙 레벨도 기실 보다 정밀한 조정을 거치면 그렇게 문제가 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이제까지 우리들은 온/오프 명암비에 의한 수치만을 고려해서 A800B의 블랙 레벨을 따져왔다. 물론 이 수치는 실제 블랙 레벨을 평가하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우리가 체감하는 블랙 레벨의 문제는 이 것만이 아니다. 삼성 A800B에는 고려해야 할 또 다른 중요한 요소들이 있다.

(2부에서 계속)

Posted by hifinet
2007. 11. 6. 01:09

옵토마 HD80 DLP 프로젝터 (3)


사용자 삽입 이미지
색온도

 

이전 모델인 HD81은 기본 색온도가 7000K를 훌쩍 넘었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HD80이 국내에 론칭 될 때 옵토마 임원진에게 HD80은 색온도를 6500K(Warm 기준)에 잘 맞추었는지 물었었고, 6500K는 아니고 아마 6800K 정도에 맞추어졌을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었다. 그러나 실제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아래는 Cinema모드를 기준으로 색온도 설정을 모두 바꿔가며 측정한 기본 색온도 값이다.(모두 디폴트 상태에서 측정 되었다)

 

IRE

Warm

Mid

Cold

User

100

8896

9317

10310

9749

80

7603

8628

9163

10035

60

7080

8193

8856

10101

40

7369

8501

9419

10381

(단위:K)

 

대개 색온도 기준 값은 80 IRE에서 측정해서 평가한다. 그러나 HD80은 계조별 유니포미티가 좋은 편이 아니어서 100, 80, 60, 40 IRE를 모두 측정해 표로 만들었다. 위 표에서 보듯 HD80은 색온도가 표준 6500K에 맞는 색온도 모드가 전혀 없었으며, 같은 색온도 모드 안에서도 계조별로 색온도의 편차가 무척 크다. Warm의 경우 가장 낮다고 하는 60 IRE 조차도 7000K가 넘었고, 100 IRE는 거의 9000K에 가까웠다. MID는 8200~9300K, Cold는 8800~10300K에 수준이다. 사용자가 색온도 조정을 할 수 있는 User 모드는 디폴트 값이 대부분의 대역에서 10000K를 넘는 대단히 높은 수준이었다.

일단 80 IRE를 기준으로 구별을 하자면 Warm, Mid, Cold를 7500, 8500, 9300K 수준으로 분류를 할 수 있으나 동일 색온도 모드 내에서도 1500K 이상의 오차가 있어 딱히 그렇게 분류하기도 애매하다. 아무튼 결론적으로 표준인 6500K에 근접한 색온도 모드는 전혀 없었다. 참으로 난감한 일이다. 전문적 측정장비를 갖춘 경우라면 유저모드에 접근해 색온도 조정을 시도해 볼 수 있지만, 일반 사용자는 제조사측에서 제공해주는 모드 가운데에서 적당한 것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옵토마 HD80에는 6500K에 비슷하게 맞아 떨어지는 모드가 전혀 없었다.
이 것은 Cinema가 아닌 다른 화면 모드를 선택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사용자는 어떤 모드를 선택해야 할까? 그나마 60 IRE를 기준할 때 7000K 정도를 나타내주는 Warm 모드를 선택하는 것이 차선일까? 그건 아니다. 홈 시어터용 디스플레이 기기를 조정할 때 대개는 6500K에 가장 근접한 모드를 찾아, 그 모드를 기준점으로 삼아 여러가지 장비 측정도 하고 캘러브레이션도 시도하게 마련이다. 당연히 HD80도 Cinema-Warm 모드를 기준으로 이러한 시도를 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HD80에서 색온도로 Warm을 선택하는 것은 어떤 조건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HD80은 Warm 모드로 갈 수록 계조별 유니포미티가 심각하게 나빠지기 때문이다.
아래는 Cinema 모드에서 색온도를 Warm으로 놓고 계조별로 측정한 색온도 수치와 그래프이다.

 

IRE

색온도

E

20

6879

9

30

7447

13

40

7364

12

50

7276

11

60

7089

8

70

7249

10

80

7609

14

90

8114

21

100

8893

30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림에서 보듯이 그레이스케일이 일자(一字)를 이루지 못하고 완만한 U자 커브를 그리고 있다. 딥 블랙-어두운 암부-중간대역-밝은 대역으로 이어지면서 색온도가 높아졌다가 낮아졌다가 다시 급격히 높아지는 불균일성을 보이고 있다. 측정 수치표에서도 보듯이 델타 에러값이 8~30까지 들쭉 날쭉하다. 델타 에러값은 표준 색온도 6500K를 기준으로 하되, 색온도 값이 블루와 레드의 상대값만 가지고 계산을 할 경우 생기는 오차를 보정하기 위해, 그린을 포함한 광량의 상대값을 함께 계산한 절대 비율에 대한 오차값으로 보다 정밀한 색온도 값을 측정할 때 사용한다.(그래서 색온도가 6500K가 정확하게 떨어져 나옴에도 불구하고 종종 델타 에러값은 0 이 아닌 1~2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 델타 에러값은 물론 전대역에서 0이 나오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하드웨어들이 아주 기본 세팅이 잘 되어있다고 가정을 하더라도 캘러브레이션 이전에 0~2 수준을 보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개 에러값 5 이내에 들어 있으면 무난한 편으로 간주하고 3 이내의 균일한 수치를 보이면 상당히 기본 세팅이 잘 된 편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HD80은 유감스럽게도 전반적으로 에러값이 10 이상이었고 그나마 대역별로 균일하지 못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좀 더 구체적으로 RGB 레벨을 살펴보면 가장 큰 문제는 레드 값이 불안정한데 있음을 알 수 있다. 레드 값이 밝기에 따라 너무 자주 바뀐다. 특히 밝기가 높아질 수록 레드값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따라서 같은 화면 안에서도 피사체의 밝기에 따라 색온도 차이가 두드러지게 되어 불안하다.
 
아래는 그레이스텝 스케일링 패턴의 중간대역쪽을 색온도별로 구분하여 촬영한 스크린 샷이다. 왼쪽은 색온도 MID, 오른쪽은 Warm이다. 카메라를 거친 것이라 정확하지는 않지만 일단 사진 상으로도 MID→WARM이 되었을 때 밝은 쪽 대역은 큰 변화가 없으나 유독 중간대역만 레드 푸쉬가 심하게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래는 색온도 WARM에서의 그레이스텝 전체 사진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역시 위 측정수치표에서 보여주듯 계조별 유니포미티가 좋지 않다는 것을 나타내주고 있다. 따라서 일단 색온도 Warm은 제쳐 놓아야 할 것 같다.

필자가 다음 번에 주목한 것은 User 모드였다. User 모드는 기본 디폴트치가 10000K 안팎이었지만 그래도 그레이스케일이 어느 정도도 균일성을 갖추고 있었다. 따라서 User 모드를 통해 캘러브레이션을 시도해 전체 색온도 값은 나란히 낮춰볼 생각을 했다. 물론 이런 식의 접근을 일반 유저들은 할 수 없다. 그러나 필자가 시도해서 얻은 결과를 독자들과는 공유 할 수는 있을 것이다. 물론 캘러브레이션 결과는 사용 환경, 특히 스크린의 종류에 따라 차이가 적지 않다. 그러나 어차피 Warm의 디폴트 값을 채택할 수 없다면 차선의 방안은 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무리였다. Gain과 Bias를 일정 수준으로 조정하면 다시 여지없이 앞서 Warm 모드에서 나타났던 현상이 그대로 나타난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HD80은 Gain/Bias를 조정해서 색온도를 낮추려고 시도할 때 8800K 까지는 어느 정도 일정하게 그레이스케일이 조정이 되나 그 이하로 색온도를 낮추려고 하면 화이트와 블랙 양쪽 끝에 해당되는 대역은 색온도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가운데 중간 대역만 값이 떨어지는 불균일성이 나타난다. 또 대응 특성만 그런 것이 아니라 컨트롤 자체도 쉽지 않다. Gain은 주로 밝은 쪽 대역을, Bias는 주로 어두운 쪽 대역을 컨트롤 하는 역할을 하는데, HD80의 경우 Gain이 영향을 뻗치는 범위가 너무 넓어 특정 계조대역에서 색온도가 떨어지는 것을 미세하게 컨트롤 할 수 없고, 한편 Bias는 정작 짙은 암부 쪽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해 암부 또한 방치(?)할 수 밖에 없었다. 결론적으로 일정 수준 독립적으로 작용해야 할(※ 완전히 독립적일 수는 없다) 두 컨트롤러 간에 상호 간섭이 너무 심해 색온도 조정 미터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 하지 못했다.
 
필자는 HD80의 특성을 좀 더 자세히 파악하면 어떤 방법을 찾아지지 않을까 싶어 측정기기 여러개를 조합해 약 2~3시간에 걸쳐 이 모드 저 모드 돌아가며 레벨 측정을 해 보고 나름대로 분석을 해 보았다. 그 결과 내린 결론은 HD80은 8500K 이하로는 균일한 색온도 레벨을 결코 구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화이트 유니포미티도 마찬가지이고 그레이스케일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경우이든 유니포미티를 좋게 하려면 컬러 휠을 컨트롤 하는 기술이 정밀해야 하고 밝기에 대한 컨트롤이 자유로와야 한다. 데이터용과 달리 홈 시어터용의 비디오 프로젝터는 텍스트 가독성보다는 계조의 부드러운 연결을, 높은 밝기보다는 적절한 어두움의 표현을 더 중요시 여기기 때문에 기존의 비지니스 모델과는 다른 차원에서 "계조"에 중심을 둔 튜닝이 이루어져야 한다.

추리될 수 있는 결론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옵토마의 DLP 프로젝터가 계조보다는 밝기에 치중한, 그리고 6500K의 낮은 색온도보다는 8500K 이상의 높은 색온도에 최적화된 비지니스용 모델을 주로 생산해왔기 때문에, 밝은 쪽의 높은 색온도에 알맞도록 기기가 세팅되어 있다는 점이고, 또 다른 추리는 컬러 개멋에 대한 컨셉을 다르게 갖고 있듯이 색온도에 대한 마인드도 혹시 처음부터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다.

HD80은 최초의 디폴트 색온도가 MID로 설정이 되어 있다. MID 역시 계조별 유니포미티가 좋은 편은 아니지만 Warm 보다는 그래도 낫다. 예전에 HD81이 국내에 론칭될 당시 방한한 옵토마 엔지니어는 옵토마의 기본 색온도를 짐짓 7300K 정도로 맞추었다고 언급한 바도 있다. 필자의 추리로는 기본적으로 옵토마의 제품들은 높은 색온도에 맞추어 튜닝이 되어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메카니즘을 손대기 전에는 아무리 소프트웨어적으로 낮은 색온도에 접합을 시도하려고 해도 일정 부분 한계가 나타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즉, 홈 시어터용 프로젝터 시장에 본격적으로 침투하려면 옵토마는 근본적으로 새로운 메커니즘과 새로운 소프트웨어가 수반된 새로운 튜닝작업에 좀 더 많은 비중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적의 모드 선택하기

결론적으로 HD80은 색온도를 낮추면 계조별 유니포미티가 아주 안 좋아지고, 감마 특성도 나빠진다. 거의 그래픽 감마에 가까운 중간계조가 지나치게 빠르게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HD80은 기기의 특성을 고려할 때 과감히 Cinema(화면모드)-Warm(색온도)-Film(감마) 모드를 배제하고, Bright(화면모드)-Mid(색온도)-Video(감마)를 선택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된다. (※이때의 비디오 감마란 Film 감마에 대비되어 더 가파르고 수치를 낮춘 감마 모드를 일컫는다)


필자는 항상 표준영상의 준수를 주장하는 편이지만, 그 보다 더 융통성 있게 생각해야 할 것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기의 고유 특성이다. HD80에서는 색온도를 6500K에 맞추는 일보다는 계조별 유니포미티를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과제로 생각되어진다. 이 기기의 특성이 그렇다. 원본 컬러 톤의 왜곡없는 재생이라는 측면, 필름의 맛을 감상하는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겠지만, 적어도 같은 영상 안에서 각기 판이하게 다른 톤의 영상이 뒤섞이는 어색함은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Video 감마를 선택하면 Film 감마를 선택했을 때 보다 오히려 더 평균 감마 값은 떨어지겠지만 그 것도 현재 논할 만한 일은 아니라고 판단이 된다. Bright 모드로 8500K를 맞추는 상황이라면 감마도 HD80의 고유 특성을 따르는 것이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다. 따라서 Bright의 모든 디폴트 수치를 그대로 사용하였다. 심지어는 True Vivid라는 인위적인 색조정 기능까지 그대로 살려 두었다. 단, 앞서 언급한대로 Color(Saturation) 값은 50에, 샤프니스 값은 0로 조정을 했다. 측정한 그레이스케일 값은 다음과 같다.


IRE

색온도

E

20

8722

27

30

8384

25

40

8308

22

50

8415

23

60

8424

23

70

8245

23

80

8538

24

90

8535

24

100

8775

27

 

Cinema-Warm에서는 7000~9000K로 편차가 심했던 계조별 유니포미티가 Bright-Mid 모드에서는 8300~8800K 수준으로 대단히 좋아졌다. 평균 감마는 예상했듯이 1.7 정도로 낮아졌고 커브는 여전히 빠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30IRE 이하는 유효값이 아님. 40~100 IRE만 참조 요망)
그레이스케일은 아래와 같이 이전 그래프에 비해 크게 평탄해졌음을 알 수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평균 색온도가 8500K에 이르기는 하지만 일단 계조별로 들쭉날쭉한 모습은 없다. 이렇게 해서라도 일단 계조별 유니포미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HD80의 화면 및 색온도 모드는 Bright-Mid-Video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필자의 결론이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옵토마는 가격이 저렴하다는 측면에서 일단 어느 정도 단점이 있어도 접어들어 갈 수 있다. 그러나 옵토마가 앞으로 화질에서도 기존 주류 브랜드에 버금가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필름 모드를 기준으로 하는 표준 영상을 지키기 위한 연구를 앞으로 좀 더 열심히 하는 것이 필수적인 과제일 것 같다. 이는 옵토마가 현재 발매된 자신들의 제품에 대해 얼마나 객관적인 평가를 스스로 내릴 수 있느냐에서 우선 시작이 된다. 기본적으로 많은 제품, 많은 모델을 핸들링 했던 업체이기 때문에, 방향 설정만 잘 잡혀 나간다면 곧 괄목상대할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안시 명암비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HD80에 적절한 모드로 Bright-Mid-Video(감마) 모드를 선택했으므로 이를 기준으로 다시 풀 온/오프 명암비와 안시 명암비를 측정해 보았다.

 

IRIS

14

15

16

White

46.6

44.3

43.7

Black

0.019

0.017

0.017

명암비

2451:1

2606:1

2571:1

 

아이리스의 밝기가 수시로 바뀐다는 점은 앞서 언급한 바 있다. (따라서 적절한 아이리스 모드는 상황에 따라 또 바뀔 소지도 있다. 일단은 IRIS 14를 기준으로 설정했다. 블랙 레벨은 약 0.005fL 수준인데 피크 화이트를 13fL 이상 유지한다. 꽤 우수한 편이다. 풀 온/오프 명암비는 대략 2500:1 전후가 나온다. 이 정도면 명암비로는 역시 괜찮은 수치이다. 정적 명암비가 2000:1을 넘으면 일단 영상에는 힘이 어느 정도 실린다. 평면적인 그림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4x4 Cross Checker 패턴을 이용한 안시 컨트라스트 비에서는 43.7cd(White) / 0.277cd(Black)이 나온다. 안시 명암비는 158:1 정도이다. 탁월한 수치는 아니지만 그리 나쁜 수치도 아니다. 일반적으로 이 정도면 실제 영상에 몰입했을 때에 블랙 레벨에 대한 붊만은 거의 느끼지 못한다.

 

48Hz Film Rate 지원에 대한 오해

 

HD80의 기능 중에서 가장 논란이 많았던 부분이다. 여러 차례 말한 바 있지만 앞으로 Film Rate의 지원여부는 AV 관련 소스 기기, 리시버, 디스플레이 기기 및 소프트웨어를 구입할 때까지도 아주 중요한 고려 요인으로 대두될 것이다. 차세대 미디어가 본격화되면서 최근 True Film Rate를 지원하는 디스플레이 기기가 하나, 둘씩 등장하고 있다. True Film Rate는 저더를 근본적으로 없애 주기 때문에, 반응 속도가 느린 디지털 디스플레이 기기에서는 체감 상으로 괄목할 만한 해상도와 포커싱의 증가를 가져온다.

옵토마 HD80이 출시될 때까지 디지털 프로젝터 중에서 True Film Rate를 지원한다고(48Hz 출력) 알려진 기기는, 마란츠의 11S1 DLP 프로젝터와 JVC의 HD1 D-ILA 프로젝터 단 두 종류였는데, 그 중 마란츠는 48Hz가 완벽히 구현되지 않은 것으로 판별이 되었고, JVC만이 유일하게 True Rate가 지원되고 있었다. 마침 옵토마의 HD80이 막 론칭할 무렵에, 그때까지 시제품 제작에 머물러 있던 삼성의 A800B가 공식적으로 48Hz True Film Rate를 지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필자로서는 옵토마도 같은 스펙의 칩을 쓰는 만큼 어쩌면 True Film Rate를 지원할 지도 모른다고 판단했다.


론칭 무렵 배포된 스펙 자료에는 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방한한 옵토마의 임원진에게 확인해 본 결과 옵토마 HD80이 True Film Rate를 지원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같은 자리에 있었던 평론가들 대부분이 HD80이 그런 줄 알고 있었고 일부 타지(他誌)의 리뷰에는 이 사실이 그대로 알려진 바도 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것은 커뮤니케이션 상의 오해였다. 결론적으로 HD80은 48Hz True Rate를 지원하지 못한다. 단, 24Hz 입력을 받아 들이기는 한다. 24Hz 입력을 받더라도 48Hz 출력을 지원하지 못하면, 결국 24Hz Film Rate를 다시 60Hz의 Video Rate로 바꿔서 내 보내는 셈이 된다. 이렇게 되면 True Film Rate를 입력 받지 않는 것과 결과는 별반 차이가 없다. 옵토마 임원들은 "24Hz 입력을 받는 기능"이 곧 Film Rate를 지원하는 기능인 것으로 이해한 것 같다. 어쩌면 24Hz 입력을 받으면 48Hz 출력은 당연히 되는 것으로 생각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HD80은 48Hz 출력은 하지 않았다. 혹시나 해서 십여차례 이상 반복하여 눈으로 확인하였지만 24Hz 입력에서도 HD80은 60Hz 입력 때와 동일한 플리커링, 동일한 저더, 동일한 계조(※ Film Rate에서는 계조가 약간 바뀌기도 한다.)의 동일한 영상을 보여 주었다. 이 점은 옵토마 임원진과의 커뮤니케이션 오해일 뿐이다. 스펙에 오기(誤記)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프로세서 성능

 

1080p/24Hz를 지원하는 차세대 미디어와 1080p Full HD 디스플레이 기기가 보급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예전에 비해 프로세서의 비중이 많이 줄기는 했다. 그래도 여전히 비디오용 소스 기기나 디스플레이 기기에서 비디오 프로세서가 담당하는 역할은 막중하다.


옵티마는 전작 HD81을 프로세서 분리형으로 발표한 적이 있었다. 보통 초하이엔드 기종들이 추구하는 방식이다. HD81의 프로세서는 지넘의 VXP 칩을 사용한 것으로 얼마 전 옵티마는 이를 HD3000이라는 모델명으로 별도의 비디오 프로세서 제품으로 분류해서 출시까지 했다. 그만큼 비디오 프로세서에는 옵토마가 가지는 자신감이 배여 있는 셈인데, 결론적으로 그렇게 자신감을 가져도 전혀 지나치지 않다. 실제로 HD81의 비디오 프로세서는 상당히 우수한 성능을 보여 주었다.


그런데 이번에 파격적인 가격대로 일체형 제품인 HD80을 내 놓으면서 옵토마는 프로세서를 픽셀웍스의 dnx로 교체를 하였다. 첨단 분야인 비디오 프로세서 시장에서는 가끔 저가형 신형 칩이 의외로 훌륭한 성능을 보여주는 경우가 있다. 이번이 바로 그런 경우이다. 맞비교를 해보지는 않았지만, 얼핏 지넘 칩에 비교해도 그리 손색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픽셀웍스의 브랜드 컨셉이나 칩의 지명도 등에서 지넘의 그것과는 많이 밀리는 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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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디인터레이싱과 비디오 프로세싱 양 부분 모두 흠결없이 깔끔한 프로세싱 성능을 보여주었다. 1080i Video 소스를 1080p로 바꾸는 능력이 매우 좋다. 재기드 엣지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아래 사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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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를 시청할 때에도 DVD Player에서 720p 출력된 신호를 1080p로 스케일링 함에 있어 떨림이나 오버랩이 일어나는 바가 전혀 없다. 아주 깔끔하다. 픽셀웍스는 많이 알려진 회사이지만 고급 브랜드는 아니다. 그러나 최근 발표하여 옵토마, 인포커스 등에 많이 채용되어 사용되는 DNX 칩 계열은 가격을 월등 뛰어 넘는 아주 우수한 성능을 보여주는 프로세서임이 틀림없다.

스크린 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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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보았듯이 HD80은 색온도를 높이고 감마 값을 낮춘 브라이트 모드(위 사진 좌측)를 택할 경우 전체적으로 필름 영상과는 거리가 있는 색조와 톤을 갖게 된다. 그러나 억지로 색온도를 6500K에 맞추고 감마 값을 높일 경우(위 사진 우측) 오히려 중간대역의 레드 푸쉬가 어색하고 암부가 뭉개지며 밝은 대역과의 톤이 어긋나는
불안함을 준다.

대신 HD80은 다크칩2 답지 않게(?) 염암비가 좋고, 암부 표현이 튼실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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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Hz를 지원하지 못해 차세대 미디어의 1080/24p 소스를 감상할 때는 다소 아쉬움이 있지만, 비디오 프로세서가 좋아 1080i나 DVD 소스를 감상할 때는 꽤 좋은 성능을 발휘한다는 잇점도 있다.

전체적으로는 표준영상에 대한 컨셉을 좀 더 확실히 하고 튜닝을 철저히 해서 좀 더 표준적인 색온도와 색좌표 계를 확보하고 유니포미티 성능을 개선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나 여러 번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 요소. Full HD DLP 프로젝터로서는 좀처럼 상상할 수 없는 파격적인 가격대를 시장에 제시했다는 점. 이 것은 HD80이 올해 홈 시어터 시장에 끼친 가장 큰 업적이라고 크게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Posted by hifinet
2007. 10. 31. 21:53

옵토마 HD80 DLP 프로젝터 (2)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프 명암비

 

HD80은 0~16까지 모두 17단계의 IRIS(조리개) 조절 모드를 가지고 있다. 0이 IRIS OFF이고, 16이 IRIS를 최대한 조인 상태이다. 최적의 모드가 어느 것인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우선 각 모드별로 온/오프(W/B) 밝기를 측정해 보았다.
 
우선 옵토마의 모든 화면 모드를 리셋하여 디폴트 상태로 되돌린 후“시네마 모드”를 기준으로 측정을 했다. "시네마 모드"는 명암42, 밝기50, 색상52, 틴트50, 샤프니스7의 값에 색온도 MID, 감마 FILM의 디폴트 값을 갖는다.(※ 측정 필드 패턴은 HDG-3000 Generator를, 조도 측정은 미놀타 LS100 전용 Luminence Meter를 사용하였다. 스크린은 게인 1.3의 스튜어트 스튜디오텍 HD130 100인치 16:9 타입을 사용했다.)

 

IRIS

0

5

10

13

14

15

16

White Field

79.7

76.4

57.2

43.1

41.3

35.9

34.0

Black Field

0.042

0.035

0.023

0.017

0.016

0.015

0.015

명암비

1898:1

2183:1

2487:1

2535:1

2581:1

2393:1

2267:1

                                                                       (단위: cd/㎡)


전체적으로 2500:1 전후의 양호한 온/오프 명암비를 보여주고 있다. 이 정도면 HD80이 다크칩2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상당히 우수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블랙 필드는 아이리스 13~16 단계에서 0.015~0.017cd의 수준으로 풋램버트로 환산할 경우 0.004~0.005fL에 해당이 된다. 0.004라면 다크칩2에서는 내려갈 수 있는 최저 단계라고 할 수 있으며, 적절한 안시 명암비만 유지된다면 시청 시 블랙은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준이다. 게인 1.3 스크린을 기준으로 할 때 다크칩2에서 블랙을 0.004fL로 유지하려면 대신 밝기가 많이 떨어질 염려가 있는데 HD80은 밝기도 그렇게 떨어지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명암비는 좋은 점수를 줄 수 있겠다. 다크칩2를 사용한 이상, 어차피 탁월한 수준의 명암비를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러나 HD80 수준이면 16x9 영상은 물론이고, 2.35:1 영상에서도 블랙바가 크게 신경 쓰이지 않을 듯 싶다.

 

광량의 불균일성


그런데 측정 도중에 이상한 점이 발견되었다. 아이리스 값이 일정치 않은 것이다. 즉 상황에 따라, 시간에 따라 동일한 아이리스 내에서도 계속 밝기가 변하는 것이다.
 
원래 광원을 통한 밝기의 제어는 생각만큼 그렇게 정밀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필자가 테스트한 모든 디지털 기기에서 광량을 제어하는 기능-프로젝터라면 아이리스, LCD TV라면 백 라이트가 이 역할을 한다-이 즉석에서 빨리 빨리 대응하는 것을 경험한 적이 없다. 광원의 특성 상 투과되는 빛의 강도는 어느 정도 불안정 할 수 밖에 없다.
필자를 비롯한 일단의 평론가들이 오토 아이리스라던가, 다이내믹 컨트라스트 조절 기능 등을 가급적 사용하지 말라고 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제 옵토마 HD80의 예를 들어보자. 아이리스 14 모드에서 처음 측정한 화이트 필드 조도 값은 41.3cd이었다. 그런데 잠시 뒤 다시 측정했더니 두번째에는 37.5cd가 나왔다. 첫번째 측정은 아이리스를 0에서 시작해 한 단계씩 높여 나가, 14에 이르렀을 때 측정한 것이고, 두번째 측정은 아이리스를 16에서 시작해 한 단계씩 낮추어 나가다가 14에 이르렀을 때 측정한 것이다.
 
광원과 조리개가 아이리스 조절 메뉴보다 늦게 반응을 한다고 생각해보자. 사용자가 값을 14로 바꾸었어도 기기는 아직 이전단계의 밝기에서 채 벗어나지 못한 상태인 것이다. 그렇다보니 이전 모드가 더 밝은 13이었다면 실제 14보다 더 밝게 나올 것이고, 이전 모드가 더 어두운 15였다면 실제 14보다 더 어둡게 나올 수 밖에 없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아이리스를 0 까지 쭉 내렸다가 다시 14로 올린 후 밝기를 측정해 보았다. 첫번 측정한 값과 비슷한 42.4cd가 다시 나왔다. 증명이 된 셈이다.

앞서 말했듯이 이 것은 HD80만 그런 것은 아니고 광원을 가진 대부분의 기기들이 다 이런 요소가 있다. 일전에 필자는 보르도 Full HD TV를 리뷰하면서 백라이트의 단계를 바꿨을 경우 상당한 시간이 지날 때까지 밝기가 계속 꾸준히 변한다는 것을 지적한 바도 있다. 그런데 그렇다 하더라도 옵토마 HD80은 그 정도가 좀 과한 편이다. 값의 차이가 너무 크다.
 
단순히 아이리스의 단계를 바꾸었을 때만 조도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도 광량이 변하는데 역시 그 변하는 정도가 좀 크다. 앞서 예를 들었던 아이리스 14의 경우, 약 30분이 지난 뒤 측정을 해 보니 화이트 필드의 조도가 46.0cd까지 올라간 것으로 나타난다. 첫번 측정 때보다는 4.5cd, 두번째 측정 수치보다는 무려 8.5cd나 높은 수치이다. 8.5cd라면 2fL(foot Lambert)가 훨씬 넘는 수치이다. 이건 좀 곤란하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조차도 어떤 일관성을 갖고 바뀌는 것도 아니었다. 아래 표를 보자.

 

IRIS

0

5

10

13

14

15

16

작동 직후

79.7

76.4

57.2

43.1

41.3

35.9

34.0

30분 후

63.5

62.0

51.9

49.9

46.0

42.8

41.1

편 차

-16.2

-14.4

-5.3

+6.8

+4.7

+6.9

+7.1

                                                                    (단위: cd/㎡)


30분 뒤에 측정한 것이 아이리스 13 이상에서는 밝기가 10~20% 가량 증가했지만, 아이리스 10 이하에서는 오히려 밝기가 감소했다. 아이리스 0의 경우 작동 직후보다 30분이 지난 뒤에의 밝기가 무려 16.2 cd나 어두웠다. 5fL에 해당되는 대단히 큰 편차이다. 이런 상태라면 적절한 아이리스 모드를 설정하는 일은 결코 쉽지가 않다.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오토 아이리스의 위험성

 

이야기 나온 김에 Auto IRIS, 혹은 어떤 기기에서는 Auto Dynamic Mode라고 불리우는, 기능들에 대해 잠시 언급해본다. 위와 같이 광량이 unstable한 상황에서 오토 아이리스 기능을 사용한다고 생각해보자. 화면은 순간순간 계속 바뀐다. 추격자들에게 쫓기고 있는 인디아나 존스가 화면이 일정한 안정된 밝기에 도달할 시간까지 화면의 같은 포인트에서 정지상태로 서 있겠는가? 화면 속 그림은 무수히 많은 포인트가, 각기 다 각각의 계조값을 갖고, 굉장히 빠른 속도계속 바뀐다. 오토 아이리스를 선택하면 전체 화면의 밝기에 대한 평균값을 추리해서 그에 맞게 아이리스 모드를 바꾸게 되는 데... 첫째, 평균값을 구하는 과정 자체가 비논리적이고, 둘째, 설령 그 값이 합당 하더라도 방금 바뀐 아이리스 모드가 소프트웨어가 계산했던 그 값을 정확히 즉석에서 내주지를 못한다. 그렇게 정밀하게 재빠르게 바뀌지 못하는 것이다.


게다가 한 가지가 더 있다. 계조별로 그 기기의 색온도 값이 균일하지 못하다고 가정해보자. 즉 밝기에 따라 색온도 값이 들쑥날쑥 하는 경우이다. 특정한 한 개의 아이리스를 선택한 경우라면 그 아이리스의 밝기에 따른 일정한 수준의 계조별 색온도 값을 일관되게 표현할 것이다. 그러나 오토 아이리스를 사용하게 되면 기준이 되는 밝기가 수시로 바뀌면서 동일해야 할 계조의 밝기 또한 수시로 바뀐다. 그런데 색온도 유니포미티가 좋지 않은 기기라면, 이때 밝기가 바뀔 때마다 색온도 값이 계속 바뀌게 된다. 간단히 말해 화면 속 주인공의 얼굴이 오토 아이리스 조정 값에 따라 수시로 붉어졌다 푸르러졌다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1) 계조별 색온도 유니포미티가 좋지 않고, (2) 램프의 아이리스 반응 속도가 느린 기기에서라면 더더욱 오토 아이리스 기능의 사용은 금해야 한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옵토마의 HD80이 이 두 가지에 모두 해당되는 기기였다. (계조별 유니포미티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언급하기로 하자)


앞서 기술한 옵토마 HD80의 특징을 감안할 때, HD80에서 아이리스 모드를 바꿀 때에는 (1) 반드시 아이리스를 0까지 내렸다가 천천히 해당 모드 값으로 올리도록 할 것 (2) 모드를 바꾼 뒤 약 30분 정도가 지나야 밝기가 안정화 된다는 것, 이 두 가지를 반드시 염두에 두기를 바란다.


한편 화이트 필드와 달리 블랙 필드의 밝기는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은 편차는 발견되지 않았다. 블랙에서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주변 간접광에 대한 철저한 매스킹 작업이다. HD80의 측정치를 통해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HD80은 아이리스15에서 블랙 필드의 밝기가 0.015cd였다. 그후 아이리스를 선택하는 "메뉴 바"를 화면의 하단에 띄워 놓고 다시 화면의 중앙부의 블랙을 측정해보면 0.021cd가 나온다. "메뉴 바"가 요란스럽게 밝은 편도 아니었는데 그 영향을 화면 중앙부가 받았다는 뜻이다. 다이내믹 명암비보다 풀 온/오프 명암비가 더 의미가 있고, 풀 온/오프 명암비보다 안시 명암비가 더 의미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예이다. 블랙은 0.001fL조차도 무시해서는 안 될 만큼 기기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민감하다. 그런데 실제로 여러 가정을 다녀보면서 느끼는 점은, 화면의 블랙이 뜨는 가장 큰 원인은 하드웨어보다는 시청환경에 있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더라는 점이다. 전용룸이 아니라도 관계 없다. 스크린 주변과 바로 위 천정 부분에 대한 매스킹은, 블랙 레벨을 비약적으로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적절한 아이리스 값 찾기

 

결론부터 말해서 HD80의 적절한 아이리스 값은 14~16 이다. 디폴트 상태에서는 14, 명암 값을 조정한 후에는 15가 적절해 보인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램프의 밝기가 계속 바뀌기 때문에 30분 이상이 경과된 뒤의 밝기를 측정해보면 오히려 16이 맞을 때도 있다.
 
플루지(Pluge) 패턴을 통해 명암과 밝기 값을 조정해보자. 80% B/W HPL 패턴을 통해 볼 때 적절한 명암비는 49 정도이다. 그러나 이는 피크 화이트의 클리핑 정도만 고려한 경우이다. HD80은 밝기가 변하면 색상이 틀어지는 경향이 있어 무리하게 밝기를 높일 수가 없다. 적절한 명암(Contrast) 값은 44~47 정도로 판단이 된다. 아이리스 15에서 명암 값을 47로 조정을 했더니 약 1시간이 경과하자 램프의 밝기가 증가했다. 측정해보니 49.5cd 가 나왔는데 이는 1시간 전에 측정 46.5보다 6%나 증가한 밝기이다. 이때 아이리스를 16에 놓고 측정하면 48.0cd가 나온다.


디지털 프로젝터의 적정한 권장 밝기 값은 42~48cd(12~14fL)수준이다. 당장은 이 기준을 충족하는 것은 아이리스를 16 이었다.
밝기(Brightness) 값은 디폴트 50이 적정해 보인다. 40% B/W LPL 패턴을 통해 적정값을 찾으려 했으나 실패했다. "Blacker than Black Bar"가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옵토마 HD80에서는 -4% 블랙 바가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PC 레벨에 근거해 Setup을 했기 때문이 아닌가 보여진다. 이 부분은 옵토마나 벤큐 같은, PC용 프로그램에 익숙한 업체들에게는, 향후 비디오 프로젝터를 만들때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이다. -4% 블랙바가 없는 상태에서 대략 눈으로만 판단을 해 보았다. 디폴트 값 50이 가장 무난해 보인다.
 

샤프니스, 컬러, 틴트 조정

 

일단 화면 모드를 "시네마", 감마 모드를 "Film"에 놓고 명암 44, 밝기 50을 선택한 후 다른 화면조정 메뉴를 살펴 보았다. 크로스해치 패턴을 띄워 보니 링잉이 꽤 있다. 샤프니스는 디폴트 값이 7 인데 이 것은 반드시 0 으로 최소화 해야 한다. 그리고 샤프니스 컨트롤 부분 프로그램에 버그가 있는 듯 하다. 값에 대한 조정 결과치가 항상 일정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수시로 바뀐다. 예를 들어 처음 디폴트 값 7 때의 링잉의 수준을 100 이라고 가정을 하면 값을 6으로 바꿨다가 7로 다시 돌아오면 똑 같은 100 이 아닌 50 정도로 표시가 되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값을 7에서 8로 바꾸면 링잉이 증가해야 하는데 거꾸로 8이 되면 링잉이 감소했다가 다시 9가 되면 링잉이 대폭 증가하는 식으로 종 잡을 수 없게 바뀌었다. 버그인 것 같다. 그런데 별로 신경 쓸 필요는 없다. HD80은 샤프니스를 무조건 0에 놓는 것이 제일 좋기 때문이다. (사실 0으로 놓아도 약간의 링잉이 있다.)

틴트 값은 바꿀 필요가 없지만 색상 값은 52에서 50으로 바꾸는 것이 낫다.
HD80은 Cinema, Bright, TV, sRGB의 네 가지 화면 모드를 가지고 있다. 이들 각 모드는 색온도, 감마 모드, 명암, 밝기 등에 대해 서로 다른 디폴트 값을 가지고 있다. 흔히 컬러라고 칭해지는 색농도(Saturation) 값까지도 서로 다르게 설정되어 있다.(틴트 값은 50으로 일정하다.) Cinema는 52, Bright 55, TV 54, sRGB 52 식이다. 물론 유니포미티가 일정하지 못할 경우 밝기나 색온도를 바꿀 경우, 색농도 값도 일부 변화가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HD80은 그런 정황은 전혀 없었고, 화면 모드를 만든 측이 “자의적인 기준으로” 색농도 값을 바꾼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블루 필터를 이용해서 살펴 보았더니 모든 화면 모드에서 색농도 값은 동일한 범위 내에서 움직였다. 결론적으로 화면 모드에 따라 색농도 값을 바꿀 이유는 적어도 "기술적"으로는 전혀 없었다. 물론 자의적인 판단에 의한 세팅이라면 할 말 없다. 즉 TV 화면은 좀 진하게 보고 싶고, 영화는 연하게 보고 싶고... 하는 식의 임의적 설정말이다. 옵토마 뿐만 아니라 많은 업체들이 화면 모드를 정하면서 색농도 값을 건드린다.(심지어 틴트 값까지 바꾸는 업체도 있다.) 이건 옳은 방식이 아니다. 사용자가 사용하는 소스기기의 특성(소스 기기가 색정보를 왜곡시키는 경우가 적잖이 있다.)이나 스크린의 특성 때문에 직접 이를 조작할 수는 있다. 그러나 취향 때문에 색농도를 바꾸는 것은 옳은 세팅 방법이 아니다.
 
옵토마 HD80의 색농도 값을 면밀히 검증해 보았다. Bright 모드의 디폴트 색농도 값인 55는 그린의 밝기를 지나치게 증가시킨다. 곤란한 수치이다. Cinema, Bright, TV 모두 동일하게 50~52 범위 내에서 색농도 값이 설정되는 것이 옳으며, 필자는 공히 50으로 값을 설정했다.

색 농도값의 자의적인 설정, 이 것도 많은 업체들이 아직도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과도기적 과정 중 하나이다. 즉 "감성의 의한 화질 튜닝"을 지양하고 "표준에 의거한 화질 튜닝"으로 방향을 바꾸는 이행과정 중의 과도기 말이다. 이는 색좌표, 색온도, 그레이스케일, 감마, 피크화이트 값 등등에 모두 해당되는 부분이다. 옵토마 또한 이 과도기를 빨리 벗어나서 본격적으로 표준영상 경쟁에 뛰어드는 일이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색상의 정확도

 


Spectroradiometer 방식의 Color Analyser PR650을 이용하여 HD80의 색 정확도를 측정해 보았다. 기본적으로 CIE 좌표값은 RGB 모두 BT709 표준값에 다소 어긋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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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느슨한 잣대를 가지고 평가하자면 과포화 되었기는 하지만 Hue 값 자체가 심하게 틀어진 것은 아니니(그러나 Blue는 포화도보다 Hue가 더 문제이다.), 이 정도면 "신인"치고는 괜찮은 편 아니냐고 볼 수도 있다. 사실 삼성, 소니, 샤프 같은 베테랑 업체들도 색좌표를 표준에 근접하게 만들기 시작한 것도 비교적 최근에 와서이다. 게다가 똑 같은 샤프 제품이라도 프로젝터는 색좌표가 맞고 TV는 잘 안 맞는다던가, 똑같은 소니 프로젝터라도 앞 모델은 잘 맞는데 최근 모델은 잘 안 맞는다던가.. 하는 식으로 이 작업이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그러나 반드시 거쳐야 하고 지켜야 할 사항이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최근 정상급 업체들은 색좌표에 대한 규준을 지키려고 굉장히 노력하고 있다. 재작년이 다르고, 작년이 다르며, 또 올해가 다르다. 그래서 지금 발표되는 제품들은 그렇게 엉뚱하게 표시되는 경우가 별로 없다.

이에 비해 옵토마 HD80은 Saturation과 Hue 두 가지 측면, 그리고 R,G,B 각각의 컬러 모두에 대해 아직 바른 컬러 튜닝 프로그램을 갖추지 못한 듯 하다. 위 좌표에서 보듯이 기본적으로 HD80의 CIE 좌표는 RGB 모두 기준값과 X,Y 좌표 모두 맞지 않는다. (※ 검은색은 REC 709 HD 표준 좌표이며, 흰색 선은 HD80의 컬러 좌표 값이다.) 우선 블루의 Hue가 틀어져 있다. 실제의 체감적 느낌에 조금 더 비중을 두어 시뮬레이션을 한 u'v' 그래프의 경우, 좌표 영역이 넓은 그린에 비해 영역이 좁은 블루는 약간만 틀어져도 지각되는 색감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커다랗다는 것은 보여주고 있다. 아래는 CIE 1976 u'v' 차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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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와 레드가 모두 기준 값(검은선)에서 많이 빠져 있다. 레드의 경우 과포화된 정도가 적은 편이 아닌데, 실제로 피부톤에서 레드 푸쉬 되는 느낌이 적지 않다. 색상의 포화도가 지나치면 대개 색상이 단조롭고 풍부한 맛이 줄어든다. 전체적인 컬러가 다소 자극적이고 경박한 느낌을 준다. 원색 계열의 단색 컬러를 지닌 물체, 예를 들어 빨간 페라리 자동차 같은 사물에서는 진한 컬러가 선명하고 강렬한 인상을 주어 오히려 시원하게 느껴지게 되지만, 색계조가 다양한 사물, 질감 표현이 섬세해야 할 피사체의 색 표현에 이르면 색 편차가 커지고 어색한 컬러 톤이 되어 버린다. 특히 피부색의 경우는 색조화장이 잘 못 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사실 바로 이 점이다. 색좌표 차트는 대개 Primary Color를 중심으로 그 오차의 정도를 판단하는데, 원래의 대의적(大義的) 목적은 사실 그 것이 아니다. 대의(大義)는 "모든 컬러, 모든 색계조가 다 들어 맞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컬러를 다 맞출 수 없기 때문에 그 대표적 존재로 R.G.B의 Primary Color를 우선 기준 잡아 평가하는 것인데, Primary Color의 오차는 다시 Secondary Color로 옮겨져 더 큰 오차를 낳는다. 세칭 어려운 용어로 "등화색"(等和色)이라고도 불리우는 Secondary Color는 R,G,B 각 세 포인트들 간의 중간에 위치한 Y(Yellow),C(Cyan),M(Margenta)의 세 컬러를 말하는데 위 차트를 보면 이 세 포인트의 정확한 좌표 값이 어디인지 검은색 선 안에 + 마크가 있는 위치로 정확히 표시가 되어 있다.

HD80의 경우 보시듯이 Secondary Color 좌표가 Y,C,M 모두 다 값이 많이 틀려 있는데 그 오차가 Primary Color의 경우보다 더 크다. 왜 그렇게 될까 잠깐 설명을 해보자. Secondary Color 중 가장 오차가 큰 것은 Margenta이다. 보라색이 거의 군청색에 가깝게 표시가 된다. 상대적으로 Yellow의 오차는 그 보다 작다. Margenta의 오차가 큰 것은 양 극점인 레드와 블루가 Hue와 Saturation 모두 서로 다른 경향으로 오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Saturation의 오차보다 Hue의 오차가 훨씬 더 위험하다. Hue가 틀어질 경우는 거의 90% 이상 Secondary Color에 가서는 Hue가 훨씬 더 크게 틀어지게 된다. 둘 다 과포화되기는 했지만, 역시 둘 다 Hue는 그렇게 크게 바뀌지 않았던, 오차의 경향이 같은 Red와 Green의 경우, 그 가운데 있는 Secondary Color인 Yellow가 Margenta보다 훨씬 오차의 정도가 작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렇게 장황하게 색좌표계에 대해 부연 설명을 하는 까닭은, 독자들 중에 혹 "색좌표가 중요하다고는 하는데 왜 꼭 지켜져야만 하는지 잘 이해가 안 간다"고 생각하는 분이 계시던지, 또는 "색좌표는 R,G,B만 보면 되는 것 아닌지", "색좌표의 오차가 약간 있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게 도대체 실제로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잘 모르겠다" 등의 생각을 가지신 분들이 계실지 모르기 때문이다. 근본은 바로 이 점이다. Primary Color의 오차는 곧 Secondary Color에 더 큰 오차로 전달이 되고, 이 것은 다시 제3색인 Tertiary Color에 또 더 큰 편차로 전달이 된다. 아시다시피 우리가 보는 색상은 엄청나게 많은 중간색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간색들은 기본적으로 Primary Color에서 출발해서 2차, 3차, 4차, 5차...로 무한하게-마치 Fractal처럼-분기해서 만들어진다. 따라서 색 좌표의 정확도 문제는 단순히 Primary Color 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표현될 수 있는 모든 색에 대한 문제가 되는 것이다. 레드와 블루가 아주 약간 틀어져도 마젠타는 훨씬 더 크게 틀어질 수 있다. 마젠타가 크게 틀어지면 마젠타와 다른 색상들과의 중간색은 또 더 틀어지게 된다. 색상계는 이렇듯 거미줄보다도 더 복잡하게 서로 복잡하게 그리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근본인 Primary Color는 아주 작은 오차조차도 큰 의미를 둘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Hue가 틀어지는 것에는 더더욱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이야기가 지류(支流)로 너무 많이 빠져 버렸다. 색좌표에 대한 해석을 주로 RGB 위주로 하다보니까 간혹 이에 대한 오해가 있어 차제에 부가 설명을 붙여 보았다. 다시 HD80으로 돌아가자. 앞서 살펴 보았듯이 HD80은 Secondary Color가 특히 많이 틀어져 있다. 전체적으로 중간색에 대한 정확도에 영향을 많이 미치게 된다.
 
그런데 문득 한 가지 의심스러운 점이 있다. 색좌표는 오리지널 패널에 의한 좌표계가 있고, 이걸 업체에서 나름의 소신과 철학, 또는 기술에 근거하여 튜닝을 하여 만드는 에뮬레이션 결과물이 있다. 오리지널 패널 좌표는 당연히 DLP의 제조업체인 Texas Instrument社에서 결정한다. 그런데 T.I의 패널 색좌표는 원래 그다지 정확하지가 않다. 이는 DLP 초기시절부터 익히 알려진 사실이고, T.I도 자인하고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 필자는 720p 다크칩2 모델을 많이 접했었기 때문에 오리지널 색좌표계가 형상을 기억하고 있으며, 이는 HD80의 색좌표 결과와는 다르다. 즉, 옵토마 HD80은 튜닝없이 오리지널 패널좌표를 그대로 사용하는 대부분의 비지니스 제품들과 달리 나름대로 색 튜닝을 한 것으로 짐작이 간다는 뜻이다. 일단 이는 매우 고무적인 사실로 받아 들일 수 있다. 다음의 그림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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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CIE 좌표 사진은 옵토마측이 HD80을 홍보하기 위해 만든 책자에 나와 있는 차트이다. 필자가 측정한 CIE(1931) 차트와 비교하면 거의 흡사하다. 블루의 Hue가 제시된 사진처럼 정확히 맞지 않았다는 점만 빼 놓으면 거의 흡사하다. 레드가 Hue는 맞는데 Saturation이 과한 것, Green이 Hue가 약간 왼쪽으로 틀리면서 Over Saturated 된 것 등등이 신기하게 그대로 표시가 된다. 이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걸까? 이는 옵토마 HD80가 보여주는 현재의 색상이, 튜닝 기술의 부족에서 온 것이 아니라, 옵토마의 '소신'에 따른 것임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위 차트 바로 옆에 옵토마는 아래와 같은 설명을 붙여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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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하면 HD80은 ITU 709 기준 스펙을 초과하는 (넓은) 컬러 개멋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더 brilliant하고 natural lifelike한 컬러를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이는 틀린 말이다. ITU 709 표준은 "초과하라고 만들어 놓은 기준"이 아니라, "그대로 딱 맞춰 놓으라고 만든 기준"이다. 따라서 컬러 개멋은 삼각형에 정확히 맞아야지 넓다고 좋은 것이 아니고, 좁다고 나쁜 것이 아니다. 넓은 것이나 좁은 것이나 마찬가지로 다 안 좋다. 말 그대로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따라서 옵토마는 잘 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옵토마의 착각이 결코 낯설지가 않다. 우리는 근래 수년 동안 발표된 수 많은 디스플레이 기기들을 살펴보면서 옵토마와 같은 주장을 광고문안에 써 넣었던 제품들을 너무나도 많이 보아왔다. 디스플레이 기기에서 색좌표의 중요성을 업체측이 인지하고 강조하기 시작한 건 사실 몇 년 안 된다. 참 반가운 일이기는 했으나, 정작 몇 년 간은 개멋의 크기 문제로 소모전을 벌이지 않을 수 없었다. 한 업체가 컬러 개멋이 넓은 것을 자랑하니까, 다른 업체들도 앞장 서서 자신들의 개멋이 넓다고 자랑하기에 급급했다. 설탕 많이 넣는다고 맛있는 음식 아니고, 산삼이 몸에 좋다고 밥 대신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소고기 한 근을 600g이라고 정했으면 어디서든 한근은 항상 600g이어야 한다. 중뿔나게 한 저울회사가 "우리 저울은 한근이 700g입니다. 우리집 저울을 사십시요" 한다면 그건 틀린 것이다. 디스플레이 기기를 만드는 업체들이 흔히 하기 쉬운 착각이 바로 이 점이다. 자신들이 만드는 것은 "저울"이어야 하는데, 자꾸 "소고기"인줄 착각하는 것이다. 소고기의 양은 정육점 아저씨가 정할 일이지, 저울 회사가 가타부타 할 일이 아니다. ITU에서 정한 709조 기준은 "최소한 이 것을 넘으시오"하고 정해놓은 "합격선"이 아니라, "이게 바로 레드와 블루와 그린의 HDTV 표준 좌표입니다"하고 정해놓은 표준규격선이다. 위의 차트를 가만히 생각해보자. 만일 그 라인이 '합격선'이라면 이 세상에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종류의 "서로 다른 블루"와 "서로 다른 레드"와 "서로 다른 그린"이 존재한다는 말인가. 업체마다 디스플레이 기기마다 모두 그린이 달라도 그 모두가 다 맞는 색상이라고 가정한다면, 도대체 감독들은, 컬러 엔지니어들은, 필름 제작자들은, 물감 만드는 사람들은, 화가들은, 디자이너들은... 뭘 기준으로 '의사소통'을 할 것인가. 이 사람이 생각하는 레드와 저 사람이 생각하는 레드가 다 다른데 말이다.

다행이 최근 와서 많은 업체들이 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디스플레이 판매량이 가장 큰 소니와 삼성이 대표적인 경우인데 올 들어서부터 "넓은 색좌표"가 아닌 "정확한 색좌표"를 강조하고 있으며, 다른 업체들도 이를 따를 것으로 보여진다. 옵토마가 홈 시어터 시장에서 주류업체 중 하나로 발 돋움 하려면 빨리 이 대열에 동참해야 한다. 즉, 색좌표에 대한 이해를 바로 해서 하루빨리 수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색좌표가 정확하지 못할 경우 2,3차의 중간색들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는 앞서 설명한 바 있다.) 일단 컨셉이 틀려서 그렇지 옵토마의 색 튜닝 기술이 좋은 편이라는 것은 증명이 된 셈이다. 그렇다면 색상 문제는 앞으로 기대를 해봐도 좋지 않을까 싶은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중간에 가지 치는 경우가 많아져 자꾸 이야기가 두서 없이 장황해지고 있다. 남은 부분들은 가급적 정리해서 언급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널리 양해해주시기를 바라 마지 않는다.

Posted by hifinet
2007. 10. 30. 14:39

옵토마 HD80 DLP 프로젝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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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포지셔닝

 

연중 지속되는 프로 스포츠를 생각해보자. 한 시즌을 진행하다 보면 주전멤버 모두가 항상 좋은 성적을 내지는 못한다. 부상이든 성적 부진이든 중간에 교체되는 멤버가 생기게 마련이고 그 자리를 대체하는 멤버가 있게 마련이다. 이때 그 대체 멤버가 좋은 성적을 내 주게 되면 그 팀은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게 된다.

이를테면 옵토마(Optoma)와 홈 시어터 프로젝터 시장이 바야흐로 비슷한 관계이다. 물론 옵토마는 신인은 아니다. 비즈니스 시장에서는 판매 순위 1,2위를 다투고 있는 강호이다. 하지만 2천루멘이니 3천루멘이니 하는 무지막지한 수준의 밝기를 최고의 미덕으로 여기고, 치열한 단가경쟁에 전력을 거는 비즈니스 시장의 제품 컨셉과 홈 시어터 시장의 제품 컨셉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싼 것을 마다하는 소비자야 어디 있겠는가만, AV 매니아들은 가격 못지 않게 기기의 성능에 대한 요구가 굉장히 까다롭다. 대개는 후자에 더 가치를 두는 편이다. 가격이 엄청나게 비싸더라도 성능이 좋으면 때때로 대박이 나는 제품도 심심찮다. 일반 시장에서 상상하기 힘든 "하이엔드 시장"이 오롯히 존재하는 이유가 다 있는 것이다. 너무 밝아도 너무 어두워도 안 되고, 계조 표현력이나 그레이스케일의 유니포미티, 색상의 정확도, 색온도, 프로세싱의 정확도 등등 지켜야 할 표준 사양들이 너무 많다. 기본적으로 화질에 대한 컨셉이나 영상을 만들 때의 마인드 자체가 데이터 시장과 홈 시어터 시장을 많이 다르다. 그런 면에서 아직 홈 시어터 시장에서 옵토마는 신인이다. 그렇다면 신인 선수 옵토마는 지금 주전 멤버 자리를 꿰찰 기회를 잡고 있는가? 적어도 국내 시장에 한해서는 분명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치열했던 720p DLP 프로젝터 시장을 기억해보자. 샤프, 마란츠, 삼성, 야마하, 미츠비시, 심투, 룬코, 인포커스… 내노라 하는 강자들이 저 나름 우수한 제품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러나 720p에서 1080p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휴지기를 잠시 거친 뒤의 2007년 여름. 국내 시장에서 이들 제품들은 그 어느 것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야마하와 미츠비시는 1080p DLP 제품 개발을 중단했고, 인포커스는 사라졌으며, OEM 중심의 룬코도 새 제품을 수배하지 못하고 있다. SIM2는 1080p 제품을 국내에 선 보이기는 했으나 여전히 1000만원대의 고가제품이고 비슷한 가격대의 마란츠는 아예 국내 시장을 비관적으로 보고 수입 자체를 중단해 버렸다. 유일한 국내 브랜드 삼성은 1년이 넘도록 제품 출시를 늦추고 있고(※HD80 도입시점 기준의 얘기다. 삼성은 최근에 제품 출시를 했다.), 샤프는 초반 의욕적으로 론칭하는 듯 하더니 “프로젝터의 형식인증 제도 도입” 이야기가 나돌 무렵, 갑자기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앞으로도 샤프가 재 수입이 될 지는 미지수이다. (※형식인증, 형식인증, 형식인증... 정말 할 말이 많은 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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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여름. 문득 주위를 돌아다보니 1080p DLP 프로젝터들이 모두 숨어 버렸다. 날리던 주전 멤버들이 한꺼번에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 때 등장한 새로운 신인이 바로 대만산 데이터 프로젝터 브랜드인 옵토마와 벤큐다. 분명 기회를 잡은 것은 확실하다. 홈 시어터 시장에서의 지명도는 아직 뒤떨어지지만 DLP 경쟁 상대가 전멸한데다가, 다른 포맷인 LCD에게는 일단 DLP가 한 수 쌓고 들어갈 수가 있다.
이 시기에 AV 영상 기기로서의 실력도 손색이 없음을 보여준다면 이들은 앞으로 소니, 샤프, JVC, 미츠비시, 삼성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는 것이다. 기회를 잡은 것은 확실했다.
 
그런데 기회를 성공으로 이끌었는가? AV 기기로서도 손색이 없는 성능을 보여 주류의 대열에 합류했다고 봐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은 아니다”. 유감스럽게도 아직은 그렇다. 그러나 가능성은 충분히 보여주었다. 벤큐와 옵토마를 같이 버무려서 말할 수는 없겠다. 솔직히 벤큐는 데이터용 제품을 모델명만 바꿔 달아 홈 시어터 시장에 내 놓은 듯한 느낌이 있다. 반면 옵토마는 홈 시어터 시장을 겨냥한 전용제품을 별도로 개발했고, 제품에 대한 마케팅 컨셉도 기존 모델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제품 발표회 때의 설명이나 제시된 안내책자 등이 이를 보여 주고 있었다.


하지만 마케팅 컨셉은 그랬는데 정작 제품 개발 쪽의 컨셉은 아직도 의향이 좀 다른 모양이다. 아직도 걸어 가야 할 길이 꽤 많이 남아 보인다. 과도기적인 상태라고 할까. 제품의 일부 특성은 홈 시어터용 프로젝터로서도 아주 우수한 편에 들어 있지만, 또 다른 어떤 특성은 데이터 프로젝터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성급하게 판단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데이터 시장에서 비디오 시장으로 넘어오는 과정에 필연적으로 거치는 과도기적 상황이라고 보여진다. 중요한 것은 자신들의 제품에 대해 정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 방향 설정이 명확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보다 미래에 더 좋은 제품을 만들 생각이 있다면 이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바라건대 필자의 리뷰가 이 과정에 일호(一毫)라도 조력할 수 있는 역할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필자는 옵토마와 같은 잠재력이 풍부한 회사들이 계속 AV 시장의 주류로 편입되어 시장에 활기를 불어 넣어주기를 바라고 있다. 일반 상업용 비즈니스 시장에서 치열한 가격 전쟁을 겪은 이런 업체들은 첫째 시장 상황에 대한 반응이 빠르다. 둘째 후발업체이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이고 때로 과감한 방식의 접근법을 쓰는 경우도 있다. 셋째, 가격 싸움에 강하기 때문에 제품에 서려 있는 거품을 제거하는 선봉 역할을 해 주기도 한다. 따라서 이들 제품이 괄목상대하게 되면 자연히 기존 브랜드들도 더욱 긴장해서 제품 개발과 가격 인하에 더욱 힘을 쓰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런 구도가 형성이 되려면 일단 옵토마, 벤큐 등은 홈 시어터 제품에서 요구되는 “표준 영상”에 대한 컨셉을 확실히 잡아 다져 나가는 과정이 필수이다. 이 점에서 벤큐는 아직 시작선에도 서지 않은 것 같고, 옵토마는 이제 막 시작선을 넘어 출발한 단계라고 보여진다.
 

제품 기본 스펙

 

옵토마 HD80은 0.95” 1920x1080 DMD를 장착하고 있다. 다크칩2를 사용했다. 회사측이 발표한 최대 다이내믹 명암비는 10000:1, 안시 명암비는 550:1이다. 늘 이 부분만 나오면 꼬리를 붙이게 되지만 “실험실 수치”로서의 명암비 수치는, 파워 앰프의 출력 표시만큼이나 고무줄 수치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그냥 넘기시기 바란다.

램프는 300W 필립스 UHP를 사용했고, 7분할 6배속 컬러 휠을 사용하고 있다. RGB 각각 2조의 휠이 있고 그 사이에 ND(Green) 필터를 끼워 있는 식이다. ND 필터가 들어가면 암부에서의 디더링 노이즈가 감소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대신 컬러 휠 컨트롤이 더욱 정세해져야 하는 부담도 있다.
 
특이하게도 “공기 정화” 기능을 갖추고 있다.(옵토마의 다른 모델에도 이런 기능이 있다) 좀 생뚱맞지 않은가? 프로젝터에 웬 공기정화 기능? 하지만 참신한 아이디어이다. 램프의 열로 인해 뜨거운 공기의 흡배기가 상시 일어남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터 시청은 대개 밀폐 된 공간에서 진행 된다. 공기 정화 기능이 정말 필요한 상황이다. 필자가 앞서 언급했던, 후발 업체들에게 기대하는 새로움이란 바로 이런 종류의 기지(奇智)이다. (단, 제품과 관련된 기지였으면 더욱 좋았을텐데 말이다.)
그런데 “공기 정화기능"이 효험이 있는지는 없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건 필자가 판단할 범위의 일이 아니다.

 

가격에 대하여

 
옵토마 HD80은 1080p Full HD DLP 프로젝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만원대라는 파격적인 가격대로 출시가 되었다. 옵토마가 원래 저가형 시장을 주로 공략해 온 업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 정도 가격은 정말 놀라운 수준이다. 그 동안 중저가(中低價) 시장제품을 대변하던 LCD 프로젝터들의 가격경쟁력을 일시에 무너뜨렸다. 제품에 따른 개별차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LCD는 DLP에 비해 약점이 많다. 그 약점을 LCD는 패널 해상도나 저렴한 가격 등으로 극복해 왔었다. 그런데 옵토마 HD80이 이 구도를 깨버린 것이다. LCD 제품들만이 아니다. 같은 DLP 업체들도 기존 가격대를 고수하기 힘들게 된다.


옵토마 HD80의 파격적인 가격제안은, 제품의 성능 평가는 일단 제쳐 두더라도, 가격 정책 그 자체만으로도 프로젝터 시장에 몰고 올 파고(波高)가 꽤 높을 것 같다. 옵토마 HD80가 큰 역할을 하나 해 낸 셈이다.사실 이 정도의 파격적인 가격제안이라면 HD80이 어지간하기만 해도 무조건 “BEST BUY”로 추천할 만하다. 차차 살펴보겠지만 HD80은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꽤 많이 눈에 뜨이는 제품이다. 하지만 가격대를 생각하면 어지간한 단점도 너그럽게 넘겨진다. 이런 점이 바로 HD80이 가진 가장 큰 강점인 셈이다.

 

많은 독자들이 지난 2월 발표된 옵토마 HD81 모델을 기억하실 것이다. 옵토마 HD81은 다크칩3을 사용했다. 이에 반해 HD80은 다크칩2를 사용하고 있다. 다크칩2를 채택한 것은 물론 가격 때문이다. HD80은 HD81보다 가격이 절반 수준이다. 다크칩3와 다크칩2의 가장 큰 차이는 당연히 명암비에 있다. HD81이 HD80보다 좀 더 블랙이 차분하다. 그 이외의 차이점은 거의 없다.

HD81은 지넘(Genum)의 VXP칩을 장착한 외장 프로세서를 수반한 분리형 제품이었다. 한편HD80은 픽셀 웍스(Pixel Works)의 DNX칩을 내장한 일체형 제품이다. 지넘의 VXP 칩은 필자가 높이 평가하고 있는 몇 몇 프로세서들 중의 하나이다. 실제로도 HD81의 프로세서 성능은 상당히 우수했었고, 최근에는 옵토마 HD3000이라는 모델명을 가지고 Stand Alone 타입으로 출시도 되었다. HD80은 일체형이기 때문에 일단 이 부분에서 원가 절감의 요인이 발생했을 것이다. HD80이 사용한 픽셀웍스 DNX칩은 지넘 칩보다 아마 훨씬 더 저렴한 칩일 것이다. 그러나 프로세서의 실제 성능은 그다지 뒤지지 않는다. 이 부분은 나중에 다시 언급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렌즈

 

HD80은 HD81과 동일한 1.2배 줌 렌즈를 장착하고 있다. 렌즈는 기기에 따라 편차가 심한 부품이기 때문에 필자가 테스트한 제품에 한정된 것일 수 있지만, 일단 렌즈 포커싱이 썩 우수한 편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중앙에 링잉이 나타나는 것은 소프트웨어적인 문제로 볼 수 있지만 라인 할로(Halo)가 보이는 것은 포커싱이 정밀하게 맺혀지지 못해 빛이 번지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아래 사진은 크로스 해치 패턴(B/W)을 띄워 포커싱 상태를 살펴본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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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직라인 주변에 보이는 링잉은 소프트웨어적인 문제로 보여진다.

스크린 우측 끝으로 갈수록 할로가 심하게 나타난다. 좌측은 번짐이 전혀 없으나 중앙부도 약간 번진다. 어떤 기기이든 포커싱은 스크린 전체에 걸쳐 고르게 나타나지 않는다. 우측이든 좌측이든 약간씩 편차는 있게 마련이다. 약간의 편차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라인 할로는 그림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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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인 바로 우측으로 빛무리를 이루는 할로 현상이 나타난다.

물론 할로보다 더 안 좋은 것이 링잉이다. 링잉은 대부분 그림을 더 또렷한 척 보이게 하기 위해 제조사측에서 소프트웨어적으로 조작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이 것은-특히 반응속도가 느린 디지털 프로젝터에서는- 그림을 나쁘게 만드는 매우 큰 요소가 된다. 그러나 어떤 사용자는 이 것도 모자라다고 느껴 화질 조정 메뉴에서 샤프니스 조정을 더 높이기까지 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된다. 화질 조정 메뉴에 있는 샤프니스는 노이즈이다. 이 조정 기능은 아주 열악한 컴포지트 영상 신호 또는 낡은 렌탈 비디오 등을 볼 때만 사용하면 된다. 링잉이 대개 소프트웨어적인 문제라고 하면, 라인 할로는 대개 광학부 또는 렌즈부의 문제로 생긴다. 렌즈부는 앞으로 좀 더 강화되어야 할 것 같다.
 

아나몰픽 렌즈

 

HD80은 아나몰픽 렌즈를 옵션으로 지원한다. 이 기능은 HD80이 가지고 있는 보석 같은 특장점 중의 하나임에 불구하고 의외로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잘 모르고 지나가고 있다. HD80은 BX-AL133(아래 사진 참조)이라는 전동형 아나몰픽 렌즈를 옵션으로 장착할 수 있다. 이 렌즈는 미국에서는 약 4000불 정도에 판매가 된다. HD80 본체 값보다 더 비싼 금액이다. HD80의 유저들에게 외면당할 만도 하다. 그러나 아나몰픽 렌즈를 사용한 영상의 의미를 잘 아는 사용자라면 4000불이 아깝지 않다고 생각할 분도 분명 계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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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독자들이 “아나몰픽”(Anamorphic)이라는 용어는 이미 익숙할 것이다. LD에서 DVD 시대로 넘어오던 초기에 많이 사용 되었던 단어이다. 하지만 “아나몰픽 렌즈”가 어떤 것인지는 좀 낯설 듯 싶다. 아나몰픽 렌즈는, 16:9 패널에 투사된 영상을, 패널 해상도의 손실을 최소화 시키면서, 2.35:1 화면비로 바꿔 주는 역할을 한다.

아시다시피 대부분의 영화는 2.35:1이다. 그런데 HD 포맷은 1920x1080, 즉 1.78:1이다. 일반 HD 방송을 볼 때에는 화면이 꽉 차지만, 영화를 볼 때에는 위 아래 블랙바가 생기고 가운데 부분의 1920x817(2.35:1)만 사용하게 된다.  실제 패널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총 화소수(207만개)의 75%(156만개)만 사용하는 셈이다.

이때 가운데에 자리잡은 2.35:1 화면을 크게 확대해서 세로의 높이를 1080에 맞춘다고 생각해보자. 위, 아래 블랙바는 없어질 것이다. 그러나 대신 가로 비가 맞지 않아 양쪽 옆으로 화면이 삐져 나간 부분들이 많게 된다. 다시 말해 2.35:1 화면의 세로 높이를 1080에 맞추게 되면 가로 길이는 2538이 되는데 패널 최대 가로 화소수는 1920개이므로 좌우로 309개씩 약 618개의 화소가 화면 밖으로 벗어나게 된다.
 
이 것을 특수한 화면비 조정 메뉴를 이용해 좌우를 눌러 가운데로 모아보자. 즉 2538 화소를 1920 화소 안에 다 표현하는 것이다. 당연히 화면비가 다르니까 그림이 이상해진다. 둥그런 원이 위 아래로 길쭉한 타원 모양이 될 것이다. 강호동이 갑자기 이윤석처럼 날씬해지는 것이다. (DVD 초창기 시절, Anamorphic 영상을 Letterbox 타입으로 본 기억이 있는 독자라면 어떤 그림인지 기억하실 것이다. 또는 일반 와이드 TV에서 16:9의 HD 화면을 TV에 있는 4:3 버튼을 눌러 좌우 여백이 있는 4:3 영상으로 만들어서 볼 때 나타나는 그림을 생각하셔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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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9 스크린(좌측)에서의 2.35:1 영상과 2.35:1(우측)에서의 아나몰픽 2.35:1 영상(사진 제공 GLVKOREA)

그림은 이상해졌지만 일단 패널 해상도는 1920x1080을 다 쓴 셈이니까 손해 본 건 없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윤석을 다시 강호동으로 만들어 주는 일이다. 이 역할을 하는 것이 아나몰픽 렌즈이다. 아나몰픽 렌즈를 기존 렌즈 앞에 설치하면 그림을 양쪽으로 쭈욱 잡아당겨 1.78:1 화면을 2.35:1로 펼쳐준다. 단, 이때 스크린은 당연히 2.35:1짜리여야만 제격이다. 따라서 아나몰픽 2.35:1 화면을 보려면 다음의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아나몰픽 렌즈, 둘째, 화면비 조정 기능, 셋째, 2.35:1 스크린. 이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번째 아나몰픽 렌즈는 2~3천불의 저가형부터 8~10만불의 고가형 렌즈까지 천차만별이다. HD80에서 제공하는 렌즈는 그리 고급형은 아니다. 그러나 맞춤형 렌즈라는 점이 중요하다. 기존 렌즈 위에 장착하기 때문에 서로 궁합이 잘 맞아야 한다. 두번째, 화면비 조정 기능은 관련 프로세서의 문제이다. HD80은 메뉴 안에 이 기능이 내장되어 있다. 이 기능이 없는 다른 프로젝터에서 아나몰픽 2.35:1을 구현하려면 DVDO, Vantage, Lumagen 등의 외장 프로세서를 사용해야 한다. HD80은 이 비용을 절감시켜 준다. 세번째 2.35:1 스크린은 특주를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흔한 비율이 아니기 때문이다. 2.35:1 스크린을 쓰게 되면 1.78:1 HD 영상을 볼 경우에는, 와이드 TV에서 4:3 영상을 볼 때 처럼 좌우에 블랙바가 생기게 된다.

그런데 아나몰픽 렌즈를 이용한 그림이 좋은 점은 무엇일까? 앞서 말씀 드린대로 패널 해상도를 75%가 아닌 100% 모두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2.35:1 비율의 130인치 스크린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아나몰픽 렌즈를 이용하게 되면 1.78:1 비율 104인치의 화면 크기로 앞서 언급한대로 화면을 길쭉하게 찌부러트린 뒤에 아나몰픽 렌즈를 써서 좌우로 잡아당기면(Stretching)하면 130인치의 그림이 나온다. 따라서 실제로 HD80은 (A) 1920x1080 풀 패널 해상도를 다 사용해서 104인치로 투사한 그림을 늘려서 보내주는 셈이다. 그러나 아나몰픽 렌즈를 쓰지 않고 2.35:1 비율의 130인치 스크린을 다 채우려고 하면 일단 130인치 보다 훨씬 큰 137인치 1.78:1 크기로 화면을 투사해서 그 중 위, 아래 바를 제외한 가운데 부분 2.35:1만 취하는 방식을 써야 한다. 이 경우는 (B) 1920x817의 75% 패널 해상도를 130인치로 확대해서 쓰는 셈이 된다. 이 양자를 비교해보면 (A)가 (B)보다 훨씬 더 좋은 그림이 나온다.


또 아나몰픽을 쓰면 2.35:1 스크린을 사용하게 되면 위, 아래 블랙바가 전혀 없이 곧바로 스크린 맨 위-천정 바로 아래부터 화면이 나오기 때문에 시청자가 보는 화각((畵角)이 굉장히 커져 훨씬 더 임장감 있는 그림을 제공해준다. 그래서 해외의 AV 매니아 중에는 아나몰픽 렌즈와 2.35:1 스크린을 장착하는 분들이 꽤 있다. (국내에도 아나몰픽 렌즈와 2.35:1 스크린을 설치해 놓은 시연실이 있다.)


그러나 아나몰픽 화면은 단점도 있다. 첫째 2.35:1 스크린을 설치할 공간이 있어야 한다. 2.35:1은 가로가 길기 때문에 스크린을 달기 위해서는 더 넓은 공간을 요구한다. 만일 기존 벽면의 가로 사이즈를 그대로 둔 채 2.35:1 스크린을 달게 되면 화면 사이즈가 75% 가량 줄게 될 것이다. 또 가로가 긴 스크린은 전면의 메인 스피커 위치와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다. 둘째, 2.35:1 스크린은 한글 자막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대개의 한글자막은 다 그림 안에 표시가 된다. 그러나 컬럼비아의 일부 타이틀은 두 줄 대사일 때 한 줄은 그림 안에 한 줄은 그림 밑으로 표시하기 때문에 2.35:1 스크린에서는 자막 한 줄이 스크린 바깥으로 벗어나는 문제점이 생긴다.
또 한 가지, 아나몰픽 렌즈를 사용할 경우, 패널 해상도를 Full로 사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Zoom 기능을 쓴 그림보다 밝기와 투명성에 잇점을 갖기는 하지만, 실질 해상도가 증가한 것은 아니라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이 부분까지 설명하자면 정작 HD80 이야기보다는 아나몰픽 화면비에 대한 이야기로만 지면이 채워지는 것 같아 생략하기로 하겠다. (어쨌든 아나몰픽 화면은 패널 해상도는 다 쓰지만, 실제 영상 원본의 데이터를 1920x1080의 풀 HD 해상도로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아나몰픽 렌즈를 사용한 2.35:1 스크린 설치는 최근 해외 AV 매니아들 사이에서 은근히 퍼져나가는 추세이다. 단점도 분명 있으나, 무엇보다도 일단 앞면 벽을 가득 채운 2.35:1의 화각 넓은 그림을 보면 체감 상으로 대단히 높은 임장감을 얻을 수 있다. 마치 옛날 대한극장 대화면을 바로 앞줄 좌석에서 보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 물론 다른 프로젝터도 아나몰픽 렌즈를 별도로 구입해서 착용 할 수는 있다. 그러나 HD80을 이용하면 보다 저렴하고 간편한 컨트롤을 통해 이를 구현할 수 있다. 어떤 분들은 넌센스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다. "200만원대 프로젝터에 4000불짜리 렌즈라고요?" 하고 말이다. 그러나 필자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오히려 기존 홈 시어터 전용 프로젝터들도 고려하지 못했던 요소를 신진업체가 이렇게 배려하고 있으니 반가울 따름이다.

 

외관, 하드웨어 인스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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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80은 HD81과 똑 같은 외관을 가지고 있다. 앞 부분의 리모콘 수신부가 검은색이고, 전면 우측에 “Full HD”라는 박스 로고가 부착되었다는 점만 빼면 HD81과 똑같다. 높이가 낮고 컴팩트한 사이즈라 천정에 붙이면 그다지 눈에 잘 띄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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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HDMI 단자와 1개의 DVI 단자가 있다. (HD81는 HDMI가 3개였고 입력단이 좀 더 풍부했었다) 시청 하다 보면 가끔 HDMI 신호를 못 찾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HDMI 입력을 다른 곳으로 한 번 옮겼다가 다시 돌아오면 곧 정상화된다. 이런 현상은 Frame Rate가 바뀔 때 가끔 발생한다. 소음 레벨은 배기구 방향에서 60dB가 측정되는 거리는 약 80mm로 양호한 편이다. 기기 상판 중앙부를 기준할 때에는 57dB의 소음 레벨이 측정된다. 정숙한 편은 아니지만 무난한 수준이다. 기기 상판의 스위치에는 푸른색 등이 켜져 있는데, 파워를 오프 시키고 냉각팬이 돌아가고 있는 stand-by 모드 때에는 이 불이 점멸이 된다. 따라서 파워를 뽑을 때에는 이 점멸등이 완전히 소멸된 뒤에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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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80은 장초점 렌즈를 사용하고 있어 투사거리가 길고, 렌즈 쉬프트 기능이 없어 높이를 맞추기가 어렵다. HD80을 인스톨 할 때 겪는 가장 큰 애로점이다. 100인치 1.78:1 화면을 기준으로 4.1~4.9m의 거리가 필요한데 어지간한 크기의 방안에서는 곤란하다. 길이가 긴 거실을 이용하거나, 아니면 화면 사이즈를 줄여야 한다.


  스크린       투사 거리  (cm)
  (인치)     최소     최대
    70      287      344
    80      329      393
    90      369      442
   100      411      491
   106      451      539
   120      491      588

렌즈 쉬프트가 없다는 점은 HD80 사용자들이 느낄 가장 큰 애로점이다. 왜 이 기능을 넣지 않았는지 좀 의아하다. 렌즈 쉬프트가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프로젝터의 높이를 직접 조작해서 높이를 맞출 수 밖에 없다. 기우(杞憂)이겠지만, 혹시라도 이 때 프로젝터를 기울여서 화면의 높이를 맞춘 뒤, 사다리꼴이 되어 있는 화면을 키스톤 보정을 통해 조정하는 일은 결코 해서는 안 된다. 디지털 프로젝터에서 키스톤 보정이란 곧 해상도 저하를 의미한다. 이 것은 데이터 프로젝터로 사용할 때 쓰는 기능이다.
 
직접 높이를 조정해 보니 100인치 와이드 화면을 기준으로 할 때 바닥에서 약 40cm 정도의 높이가 필요하다. 꽤 낮은 편인데, 천정에 뒤집어서 설치한다고 가정하면 반대로 천정 쪽에 바짝 붙는 셈이 된다. 설치하기 전에 스크린 위치와의 관계를 잘 고려해서 브라켓의 높이를 새로 맞추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화면 메뉴에 보면 V Image Shift 라는 기능이 있다. 얼핏 이 기능이 렌즈 쉬프트를 일부 대체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이 기능은 Active Picture의 높이를 조정하는 기능으로 화면이 Overscan 되거나 상하 Position이 한 쪽으로 쏠려 있을 떄 이를 바로 잡는 기능일 뿐 화면 쉬프트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아래의 사진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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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이 V Image Shift가 0인 상태의 "바른 지오메트리"이다. V Image Shift를 -1로 하면 화면 전체가 밑으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Active Zone의 위치만 아래로 내려오는 것이 보인다. (아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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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느끼기에 화면이 아래로 쉬프트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게 아니라 화면이 아래로 쉬프트 됨과 동시에 아래쪽 그림의 일정부분은 화면 바깥으로 사라져 안 보이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기능은 사용하면 안 된다. 혹시라도 디폴트 상태로 이 V Image Shift 수치가 0이 아닌 다른 수치로 되어 있는지 꼭 확인하시기 바란다.

(2부로 연결)

Posted by hifinet
2007. 9. 13. 02:33

Meridian G95 DVD Receiver

- posted by 최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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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하이엔드 명가(名家) 메리디언(Meridian)에서 특이하면서도 의미 있는 제품 한 종류를 출시했다. 모델명 G95 DVD Receiver System. 메리디언의 G 시리즈에 속하는 소스 기기이지만 5채널 멀티채널 파워를 수반한 AV 리시버가 내장된, 명칭이 알려주는 바 그대로 DVD Receiver다.
그러고보니 태동(胎動)의 기미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메리디언의 얼마 전 발표한 G91A AV Player Controller Tuner가 생각난다. DVDP에 AV 컨트롤러(프리앰프)가 장착된 형태였는데, 이번 G95에서는 이에 더해 클래스 D급의 디지털 5채널 멀티앰프까지 아예 내장시켜 버린 것이다.
좋게 말하자면 "만능(萬能)"이요, 안 좋게 말하자면 "잡탕(雜湯)"이다. 만능일지, 잡탕일지는 순전히 기기의 순수한 성능에 따라 좌우된다. 성능이 좋으면 일석이조, 일석삼조의 기쁨을 주는 효율적인 기기가 되는 것이고, 성능이 안 좋으면 한 가지나 잘 하지 괜히 뒤죽박죽 뒤섞어 뭐가 뭔지 모르게 만들어 놓았다고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래도 후자보다는 전자(前者) 쪽 명칭이 더 어울릴 것처럼 얼핏 느껴지는 건, 역시 메리디언이라는 하이엔드 브랜드가 주는 무게감을 가벼이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디자인 및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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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메리디언의 세련된 몸체이다. 얼핏 보면 그냥 평범한 DVD 플레이어 정도의 크기이다. 그러나 보기에 비해 무게가 꽤 나간다. 인티앰프가 안에 내장되어 있다는 것을 깜박하기 쉽다. 외관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 점은 단아하고 세련된 오디오 인테리어를 추구하는 분들께는 꽤 매력적인 요소가 될 수 있겠다. 저 정도의 알맞은 크기로 CD/DVD 트랜스포트, AV 컨트롤러 및 인티 앰프 역할을 모두 맡길 수 있다면 가볍게 시스템을 구성하려고 하는 분들에게, 또는 다른 방에 세컨더리 시스템을 하나 더 갖추려고 하는 분들께 어필할 만 하다.

개인적으로는 하이엔드 오디오 파일들을 대상으로 한  AV 전용 세컨더리 시스템으로 가장 설득력을 갖는 제품으로 판단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니어 리스너를 위한 데스크 탑용 소스로 쓸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하이엔드 오디오 파일들은 자신들의 좋은 시스템 설계를 변경하지 않는 범위에서 AV 기기들을 접합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대개 고민거리들을 안고 있다. 이들에게 이러한 올인원 타입 제품은 꽤 유용한 물건이 될 수 있다. 그러고보면 메리디언은 하이엔드 브랜드이면서도 참 유난히 사용자 친화적인 제품들을 많이 내 놓는다. 기존의 DSP 시스템즈들이나 일련의 G 시리즈 제품에서 보듯이 사용자들이 쉽고 편하게 시스템을 구성할 수 있도록 많이 배려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기능들이 매우 다양하고 복잡해서 제대로 된 세팅을 위해서는 전문가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측면에서 또 다른 아이러니가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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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면의 단자 부분을 확대해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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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면 우측 모습이다. 아래로 5채널 스피커 단자가 있고 그 위로 RS232C, Trigger, IR 단자, 메리디언 통신 포트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스피커 바인딩 포스트는 골드 프레이트로 꽤 모양있는 모습이다. 디지털 파워 앰프는 각 채널 당 100W(8옴 기준)의 출력을 가지고 있으며, 액티브 타입 서브우퍼에 대한 라인 출력을 지원하므로 5.1 채널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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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면 좌측의 모습이다. 맨 좌측에 AM/FM 안테나 커넥터가 있다. G95는 AM/FM 튜너부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 노이즈 감쇄와 음장 모드를 위한 DSP 프로세서를 갖추고 있으며 96kHz/24bit AD 컨버터까지 내장하고 있다.

상단에는 영상단자들이, 하단에 음성단자들이 위치하고 있다. 영상 단자 부터 살펴보자. S-Video가 3:1, Composite가 2:1의 입출력 단자를 갖추고 있고 컴포넌트 YPbPr는 각기 1개씩의 입출력단을 출력단은 BNC 단자로 되어 있다. BNC 단자 바로 옆에는 1개의 HDMI 출력단자가 있다. HDMI 입력단은 없다.
영상 입력단을 가지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제품은 외부의 영상 입력을 받아 내장된 파루자 프로세서를  이용, 프로세싱을 해서 출력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HDMI 출력은 480/576p, 720p, 1080i, 1080p를 지원하고, S-Video/Composite는 당연히 480/576i로만 출력이 된다. 컴포넌트는 480/576p 출력을 기본으로 1080i 입력은 패쓰 스루 시킬 수 있다.
파루자 DCDi 프로세서에 의해 업/다운 스케일링이 조절된다. 컴포넌트로 입력된 1080i 영상을 HDMI를 통해 1080p로 출력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경우 True De-Interlacing을 행하는 것은 아니다. Bobbing을 통해 보간하는 형식을 빌린다. DLP, LCD, PDP 등의 디지털 디스플레이 기기를 사용하는 유저들의 경우 1080i HD 출력 소스 기기(ATSC/BS 튜너, D-VHS 등)들은 G95의 내장 스케일러를 써서 1080p로 출력하기 보다는 1080i 패쓰스루를 시킨 후(이 경우 G95는 영상 DAC 역할만 수행한다.) 디스플레이 기기에서 알맞는 해상도로 컨버팅하는 것이 좋다.
S-Video 등의 입력을 이용하려는 유저들은 파루자에 의해 디인터레이싱을 한 후 480p로 출력 시키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 480i 입력에 1080p 출력은 어느 기기에서나 다 무리이다.
HDMI 입력을 가지고 있지 않기 떄문에 블루레이/HD-DVD 플레이어 등의 1080p 출력은 입력 받을 수 없다.
모든 영상 출력은 동시 출력이 가능하다. 즉, HDMI와 컴포넌트 출력이 동시에 가능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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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콘은 전형적인 메리디언 타입 보드형이다.

하단에 있는 음성단자를 살펴보자. 아날로그 입력이 3조 자리잡고 있다. 이를 통해 G95의 프리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오디오 라인 출력은 5.1채널(RCA)이 지원된다. 액티브 서브우퍼는 여기서 출력을 뽑아 연결해야 한다. 5.1채널 프리 아웃 옆에는 디지털 입력단자가 Coaxial, Optical 각 2개씩 자리잡고 있다. 재미 있는 점이 있다. 아날로그 음성 출력은 가능하나, 디지털 음성 출력은 불가하다. 즉, 아날로그 음성신호에 대한 프리앰프 역할은 하지만, 디지털 음성 신호에 대한 단순 트랜스포트 역할은 하지 않는 것이다. 다시 말해 G95의 내장 DVD/CD 리더부를 통해 읽어 들인 신호는 오로지 G95의 인티부를 통해서만 출력이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런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HDMI 음성출력을 통해 G95를 디지털 트랜스포트로 사용할 수가 있다. HDMI 커넥터는 영상과 음성 모두 지원하기 때문이다. HDMI 입력단을 갖춘 프리앰프/리시버 등에 연결할 경우 G95를 트랜스포트로 사용하게 된다.

HDMI 출력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G95의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영상에서는 1080p까지의 해상도 출력을 담당하고, 음성에서는 96kHz/24bit로 6채널, 192kHz/24bit로 2채널까지의 업샘플링을 담당한다. 44.1kHz의 CD 포맷은 88.2, 176.4kHz으로의 업샘플링이 가능하다. HDMI 커넥터는 DVI 커넥터와 영상 호환이 된다. DVI 입력을 받는 영상 기기와 연결이 가능하다. HDCP도 호환된다. 그러나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DVI 입력은 음성 신호는 받지 못한다.

삼관식 프로젝터 또는 브라운관 TV를 주 디스플레이 기기로 사용하는 유저들의 경우, HDMI-to-RGBHV 컨버터 기능을 갖춘 프로세서나 전용 컨버터를 쓰지 않으면 HDMI 출력을 사용할 수 없다. Componet 입력으로 영상을 출력할 경우에는 해상도가 480p로 제한이 된다. 내장 프로세서가 1080p까지 지원한다고 하더라도, HDCP 카피 프로텍션 규약을 갖지 않는 컴포넌트 같은 아날로그 단자는 480p 이상은 출력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HDMI 입력이 전혀 없다는 것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린다. 최근 HDMI 출력단을 갖춘 소스 기기들이 부쩍 늘고 있다. 이들을 위해 HDMI 영상/음성 입력단을 3~4개 준비할 필요가 있었다. 메리디언 측에서는 스위칭 기능을 사용할 경우, 노이즈로 인해 영상 품질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스위처를 내장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메리디언에서는 HDMax421이라는 4:1 전용 스위처 모델을 가지고 있다. 아쉬우면 이 HDMax421을 사용하라는 이야기인데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스위처가 노이즈를 만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건 만들기 나름이다. 게펜이나 엑스트론 같은 회사들이 만드는 스위처는 대단히 완벽한 isolated 설계에 별도의 EDID를 갖추고 있어 6~8개의 입출력단을 갖추어도 영상 품질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는다. 물론 가격은 비싸진다. 그러나 메리디언 같은 하이엔드 브랜드라면 충분히 독립형 HDMI 스위처를 장착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외부 HDMI 스위처를 사용할 경우에는 G95의 내장 비디오/오디오 프로세서 기능을 사용할 수가 없다. 따라서 자체 내에 HDMI 스위처를 내장하는 것이 확실히 좋았다. 하지만 사실 이도 쉬운 일은 아니다. 최근 HDMI 규격이 1.3 이상으로 나가면서 요구하는 사양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영상 및 프로세서 전문업체가 아닌 메리디언으로서는 이런 골치 아픈 문제를 굳이 끌어 안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메뉴 셋업

G95는 디스크가 없는 상태에서 전면 패널의 More 버튼을 여러 차례 누름으로써 셋업메뉴에 진입할 수 있다. 기본적인 셋업 메뉴의 구성은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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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비디오/오디오/소스에 대해 각각 기본 셋업을 할 수 있으며, 메리디언 시스템과의 연결을 위한 메리디언 셋업, 재생 옵션 등이 따로 준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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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셋업 화면은 위와 같이 구성되어 있다. 블랙레벨은 0 IRE와 7.5 IRE를 선택할 수 있으나 HDMI 입력일 경우는 적용이 되지 않는다. 캡션 기능은 실제로 사용 용도가 없다.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셋업은 하단에 있는 Scaler와 HDMI 셋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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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일러 셋업에서는 스케일러 해상도 설정 외에 감마와 샤프니스 등을 설정할 수 있다. 감마 코렉션은 건드리지 않는 것이 제일 좋다. 1.0을 기준으로 어두운 계조를 살리려면 0.8, 0.9 등을 설정하고 반대로 밝은 계조가 뭉개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1.1을 선택하면 된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감마 보정하는 건 좀 위험하다. 원래 감마 커브는 기기들이 나올 때 특성에 맞추어 최적화 시켜서 나온다. 감마 커브는 단순히 밝기 하나만 조정이 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움직이기 때문에, 단순히 그때 그때의 장면만 바라보고 셋업치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 더우기 감마 보정은 만일 하게 된다면 G95 같은 소스 보다는 디스플레이 기기 쪽에서 하는 것이 이치상 더 옳다.

샤프니스는 HDMI 출력에서는 적용이 안 된다. 아날로그에서만 유효하다. MED도 무난하지만 그 보다 한 단계 더 낮춘 LOW가 더 권장되는데, HDMI 모드에서는 MED 상태로 고정이 된다. 아래 사진은 RP187 패턴인데 중앙에서는 크로스 링잉 노이즈를 주변의 원의 둘레에서는 수평방향의 엣지 인핸스 링잉 노이즈를 체킹할 수 있다. 링잉 수준은 꽤 양호하다. 아주 없는 편은 아니지만 고대역(高帶域)에서 약간 오버랩을 유도할 뿐 일반적인 그림에서는 거의 느끼기 힘들다. 영상이 꽤 샤프한 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샤프니쓰 모드를 통한 링잉이 강하지 않기 때문에 영상 왜곡이 크지 않아 꽤 깔끔한 인상을 준다. 메리디언이 파루자의 덕을 많이 보고 있다는 증거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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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디언 G95에 파루자의 어떤 칩이 사용되었는지는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 단지 추정할 수 있는 것은 FLI2300번대 이후의 신형 칩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FLI2200, FLI2300번대의 파루자 칩은 파루자가 제너시스에 합병된 후 대중적인 제품들에 적용되어 큰 인기를 모은 대중적 모델이지만, 제품 초기 설계 상의 실수로 올 블랙 화면에서 디더링 노이즈 형태의 작은 사각형 모양의 스팟이 군데군데 생기는 "매크로 블락 노이즈"라는 버그 때문에 곤경을 치루었다. 그 후 파루자는 DVP1080 프로세서 출시 이후, 고급형 비디오 제품(주로 메리디언과 JVC 브랜드)에는 별개의 FPGA를 사용한 칩을 쓰거나 모델명을 밝히지 않은 신세대 칩을 사용했는데 이들은 상기 언급한 매크로 블락 노이즈가 전혀 없다. 이번 메리디언 G95 역시 매크로 블락 노이즈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로 미루어 중저가의 대중적 칩이었던 FLI2300 계열을 사용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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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일러 출력은 네 가지 모드를 지원하는데 Deinterlace라고 되어 있는 것은 480p 출력을 의미한다. Auto 모드를 선택하면 디스플레이 기기로부터 EDID 신호를 읽어와 스스로 최대 해상도를 선택하는데 G95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EDID 호환 기종들의 Auto Reading 성능이 에러가 많다. 각 기종들마다 아직 HDMI 신호 레벨에 대한 완벽한 호환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급적 메뉴얼로 직접 설정해 주는 것이 좋다. G95는 720p 또는 1080p를 선택해야 가장 우수한 성능이 나온다.

HDMI 스위치 기능은 메리디언의 HDMax421 스위처와의 연결 시 유기적으로 작동이 되게 하는 옵션이다. 컬러 스페이스는 YCbCr을 선택하면 된다. HDMI 출력은 YUV-YCbCr이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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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관련 셋업메뉴는 비디오보다 간단하다.
어플리케이션은 아날로그 및 HDMI(디지털)의 출력을 2채널/멀티채널 중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지 묻는 것으로 HDMI 입력이 있는 리시버/프리앰프를 가지고 있는 유저는 HDMI Mch를 선택하면 된다. DD Compression은 야간 등에 주위에 대한 소음을 고려해 다이내믹레인지의 폭을 줄이도록 압축을 한 모드로 가급적 쓰지 않는 것오 좋다. HDMI Out 옵션은 HDMI 출력을 통해 비트스트림을 G95가 디코딩해서 내 보낼 것인지 결정하는 것으로 HDMI 출력을 HDMI 오디오 신호를 입력 받는 리시버/AV 컨트롤러 등에 연결할 때에는 No로 선택해 G95의 인터널 디코더를 작동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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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 타입을 결정하고 각 6채널별 스피커의 거리 및 게인을 조정하는 메뉴도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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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 중 가장 유연성이 독보이는 것이 "소스 셋업" 부분이다. 아래 좌측 화면에서 보듯 사용자가 자유자재로 특정 소스에 대해 오디오 및 비디오 입력 단자를 지정할 수 있고 HDMI 스위처와 연계할 경우를 고려해 스위치 넘버도 설정할 수 있다. 한편 아래 우측 화면은 "메리디언 셋업" 화면으로 메리디언의 타 시스템과의 유기적인 연결을 위한 몇 가지 옵션 및 화면 OSD 기본 설정 및 튜너의 지역 등을 설정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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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얼 성능 평가

이제 DVD를 중심으로 G95의 비주얼 성능을 살펴보자. G95는 HDMI 단자를 통해 네 가지 종류의 업스케일 모드를 지원한다. 어떤 소스 기기든 마찬가지지만 일단 자신에게 가장 알맞는 출력 해상도가 무엇인지부터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G95는 480p, 720p, 1080i, 1080p의 네 가지 모드를 지원하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480p와 1080i 모드는 선택하지 않는 것이 좋다.

업스케일링의 특성 상 일단 오리지널 수직 해상도를 상승 시킬 때에는 크던 작던 무조건 화질 열화가 생긴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좋은 스케일러 일 수록 열화를 줄어드는데,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모든 해상도에 대해 다 완벽할 수는 없다. 업스케일링은 Decoder-DeInterlacer-Scaler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이루어 내는 종합적인 산물이기 때문에 스케일러 칩 하나만 좋다고 해서 또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DVD 스케일러에 대한 한 가지 팁이 있다. 어떤 해상도가 가장 좋은 것인지, 나는 막눈이라서 잘 모르겠다 싶은 사용자가 계시다면 일단 720p를 선택하도록 한다. 가장 좋은 선택이 될 확률이 70%는 넘는다. 이건 필자가 숱한 기기들을 테스트 해보면서 얻은 결론이다. 대부분의 플레이어에서 720p가 가장 우수한 성능을 발휘한다. 그러나 예외도 있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3 같은 제품은 다른 스케일링은 다 무난한데, 유독 720p 출력은 버그가 많다.

일단 G95는 720p와 1080p 두 가지 모드에서 안정된 화면을 보여준다. 자신의 디스플레이 기기가 무엇인가에 따라 이 중 한 가지를 선택하기 바란다. 일단 이중으로 스케일링을 하는 더블 스케일링은 무조건 안 좋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즉, 자신의 디스플레이 기기가 1080p 패널이라면, 아무리 G95의 720p 성능이 우수해도 720p를 선택하면 안 된다. 720p→1080p의 더블 스케일링이 일어나기 떄문이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의 디스플레이 기기가 720p 패널임에도 불구하고, G95를 1080p 출력으로 하면 곤란하다. 사용자 중에는 혹 이런 분들이 계시다. 무조건 "숫자가 크면 좋은 거 아니야?"하는 편견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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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0p 출력은 어떤 방식으로도 가장 안 좋은 화면을 보인다. 최근에는 480p 출력의 디스플레이 기기를 찾기 힘들다. 480p를 선택하게 되면 자연히 "더블 스케일링"이 일어나게 된다. 게다가 480p 출력은 밝기가 떨어지고 화면의 윤곽선이 뭉개지는 문제점이 있다. 좌측에서 보듯이 상당 부분 라인이 뭉개져 가장 안 좋은 그림을 보여 주었고, 1080i의 경우는 2/5 라인꼴로 오버랩이 일어났다. 1080i의 경우는 대부분의 업스케일러 내장 DVD 플레이어에서 동일한 현상을 보인다. DVDO나 실리콘 옵틱스, 지넘의 칩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치 상 480i→480p를 거친 것을 1080p로 다시 높였다가 1080i로 잘라낸 것이기 때문에 필요없이 많은 단계를 거치게 된다. 특히 interlaced와 progressive를 두 번씩이나 왕복하는 비효율성 때문에 가장 열악한 스케일링 결과를 보이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유저들이 1080i가 720p보다 더 낫지 않은가 막연히 생각하는데 결코 그렇지 않음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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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720p 및 1080p 업스케일링은 매우 우수하다. 굳이 따지자면 1080p는 전혀 흠 잡을 데가 없는 깔끔한 화면을 보여 주었고 720p는 엄격하게 따져서 보면 작은 영상 정보들이 여럿 줄을 이어서 표현될 때 희미하게 밴드를 부분 이루는 현상을 보여주기는 하나,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우수한 화면이라 평가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두 해상도 중 자신의 디스플레이 기기에 알맞는 것을 골라서 선택하면 좋을 듯 싶다. 물론 1080p를 선택해서 자신의 720p 디스플레이 기기에 물리는 방법을 썼을 때에도 파루자의 다운스케일링 솜씨가 괜찮아 큰 무리는 없다. 그러나 이왕이면 자기 해상도를 찾아 쓰는 것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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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스캔은 전혀 없었다. 100% 정확하게 보여주었고 크롭 라인도 눈에 뜨이지 않았다. 최근에야 소스 기기들이 오버스캔 없는 영상에 대한 마인드를 제대로 갖추는 편이지만, 불과 2~3년 전만 해도 3~5% 가량씩 오버스캔이 이루어지는 소스 기기들이 허다했다. 특히 일본제품이 그런 편이었는데, 이에 비해 영미쪽은 오버스캔에 좀 엄격한 편이었다. 메리디언은 800 레퍼런스 시절부터 오버스캔이 전혀 없는 영상을 줄곧 보여 주었다. 오버스캔은 단 1%라도 존재하게 되면, 화면 해상도가 무조건 리스케일링 되는셈이기 때문에 화면을 크게 왜곡시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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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일반적인 RP133 패턴인데 사진이 작아 독자들은 잘 보이지 않을 듯 싶다. 좌우측의 문자 가독성, 계조에 따른 유니포미티, 대역별 박스 해상도 등 모든 요소에서 투명하고 섬세한 수준급의 영상을 보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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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 버스트 특성 역시 무난하다. 대략 5MHz(맨 우측 흰선) 대역부터 약간씩 왜곡이 일어나기 시작하지만 6.75MHz에 이르러서도 오버랩은 그다지 심하지 않았다. 버스트 패턴에서는 720p 보다는 1080p에서 조금 더 좋은 특성을 보였다. 개인적으로 에어(Ayre) D1x SDI와 데논 A1XV를 제외하고 고대역 주파수 대역에 완벽히 대응하는 DVDP를 본 적이 없다. 메리디언 G95는 완벽한 수준은 아니지만 평균 고급기 수준의 무난한 주파수 특성을 보여주었다.

섬세한 라인의 정지화 묘사에서는 1080p 출력이 더 좋은 특성을 보였지만 동화상(動畵像)에서 알 수 있는 저더는 1080p 출력보다 720p 출력이 더 깔끔하고 나은 성능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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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넬 앤 윌콕스 테스트를 통해 본 I/P 변환 능력은 파루자의 명성에 걸맞게 썩 훌륭하게 나타났다. DCDi 회로를 썼기 때문에 당연히 재기드 엣지 에러는 보이지 않았다. 재기드 엣지 에러를 보정하면 대개 윤곽이 희미해지는 단점이 있기도 쉬운데 전혀 그런 면이 보이지 않았다. 상당히 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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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화면은 블랙 레벨을 설정하는 Pluge Pattern이고 아래는 화이트 레벨을 설정하는 Cross Step Lamp 패턴인데 두 패턴 모두에서 -4%와 104%의 Blacker than Black과 Whiter than White 영역이 보이지 않았다. 특히 Pluge 패턴은 일부러 디스플레이 기기의 Brightness를 100%까지 올려서 살펴 보았지만 여전히 -4% 블랙바는 보이지 않았다. 많은 소스 기기들이 HDMI 출력에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더 흔한데 이렇게 되면 피크 블랙과 피크 화이트 부분에서의 섬세한 계조 표현에 한계가 있게 된다. 다소 아쉬운 점이다. 그러나 가장 낮은 레벨에서는 블랙이 다소 뜨고 뭉치지만 10% 이후에서는 계조 표현력이 꽤 섬세하고 디테일하게 전개된다. 전반적으로 계조 표현력은 피크 부분을 제외하고는 꽤 좋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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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앞서 말했듯이 올 블랙 상태에서 매크로 블락 노이즈는 생기지 않았지만, 대신 디더링 노이즈는 꽤 보이는 편이었다. 전체적으로 720p 출력이 1080p 출력보다 더 선명하고 투명한 그림을 보여준다. 720p 출력의 또 다른 장점은 Y/C 딜레이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아래 사진을 보자. RGB 모두 아주 깔끔하게 떨어진다. 딜레이가 전혀 없다. 오른쪽 사진의 Y/R 플루지 바 역시 레드 바 좌우로 색상이 크로스 되는 경우 없이 아주 깔끔하다. 최근 이렇게 Y/C 딜레이가 완벽한 그림을 본 것도 꽤 드문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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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스넬/윌콕스 패턴 중 레드/블루 서클 박스인데 색상이 서로 번짐이 전혀 없다. 여기서 색상이 번지는 경우는 두 가지이다. 한 가지는 Y/C 딜레이가 맞지 않을 때이고, 다른 한 가지는 크로마 버그가 있을 경우이다.
아래는 1080p 출력 모드에서 살펴 본 같은 패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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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C 딜레이가 꽤 일어나는 편이다. 레드와 옐로우가 만날 때 레드 색차 신호가 딜레이 되어 번져 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서클 박스 역시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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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블루 모두 Cross Color Noise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것은 Y/C 딜레이 떄문이지 크로마 버그 때문은 아니다. 720p, 1080p 출력 모두 크로마 버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크로마 버그는 기기의 특성이기 때문에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나타난다. Y/C 딜레이는 보정이 가능하지만 크로마 버그는 디코더의 문제라서 안 된다. 메리디언은 종전에 파이오니어 디코더를 사용해 크로마 버그가 나타났었는데 G95는 패치가 되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최종적으로 한 가지 출력 해상도를 고르라고 하면 G95는 720p 출력 모드를 통해 영상을 보는 것이 가장 깔끔하고 색차 에러도 전혀 없으며 동작이 자연스럽고 부드러웠다.

오디오 성능 평가

G95의 진가(眞價)는 오디오 성능을 통해서 사실 평가 되어야 옳다. G95를 구입하는 유저라면 DVD가 보여주는 영상의 품질보다는 CD/DVD 재생 능력에 훨씬 더 큰 기대를 걸 것이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G95는 하이엔드 하이파이 유저들을 대상으로 한 AV 전용 세컨더리 시스템으로 적합하다는 생각이다. 또는 AV와 하이파이를 통합해서 간편하게 시스템을 꾸미려고 하는 하이엔드 엔트리 레벨 유저들에게도 충분히 어필이 되는  제품이다.
 
G95는 일단 AV 프로세서로서 기본적인 DSP 모드들을 두루 갖추고 있다. 일반적인 Dolby Digital, DTS 사운드를 위한 Cinema 모드부터 시작해서 돌비 프로로직 II Movie 모드도 갖추고 있고, 멀티채널 Music을 위해 Discrete 모드도 가지고 있다. 여기에 보태어 메리디언 고유의 Trifield 모드 또한 가지고 있다. 트라이필드 모드는 센터 채널이 없이 프론트 채널만으로 전방 음장을 형성하려고 하는 유저들에게 효과적이다. 프론트 센터 시그널을 만들어내어 포커싱을 또렷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데 2채널 CD나 FM 사운드를 좀 더 Stable하고 또렷하게 듣고자 할 때 도움이 된다. 그러나 너무 자주 쓰면 안 좋다. 정위감이 흐리고 스테이지가 잘 잡히지 않는 좋지 않은 소스에서는 꽤 효과적이나 과용하면 스테레오 감을 떨어뜨려 평면적이 될 수도 있다. AV 사운드의 경우 센터 스피커를 가지고 있으면 굳이 채택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2채널 시스템을 가진 유저에게는 꽤 효과적인 음장 모드이다. G95는 응답이 빠르고 음장이 넓어 AV 사운드에서도 꽤 우수한 포위감과 이동감을 전달해준다. 소리 하나 하나를 명세하게 전달해 주는 스타일이기 보다는 전체적으로 융화시켜 폭 넓게, 청취자의 주변을 감싸 흐르며 밀어 부치는 스타일이다.

한편 하이파이 2채널 사운드 성능에서는 AV에 비해 좀 더 디테일이 늘어난 느낌이다. AV, 하이파이 모두 G95는 기본적으로 매끄럽고 깔끔한 중역과 약간 밝기는 하지만 결코 가늘지 않은 고역을 갖추고 있다. 또한 저역은 메리디언 소스 기기들의 특성을 그대로 이어받아 양감이 많고 단단한 편이다. 저역의 경우 약간 피크치가 높아 에너지가 과다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AV 사운드에서는 폭발음이나 전투씬 등에서 풍부하고 단단한 저역이 압도적인 포위감을 형성하는데 큰 도움을 주는 편이다.

G95는 프리앰프/파워앰프/트랜스포트가 통합된 기기이다. G95의 소리를 좀 더 자세히 분석하기 위해 프리/파워/소스의 각 부분을 따로 따로 테스트 하기로 했다. 먼저 프리 앰프부의 성능을 파악하기 위해 별개의 외부 트랜스포트(ML#31.5)를 소스 기기로 사용하여 G95의 프리 앰프 부를 거친 뒤 프리 아웃으로 BAT VK-6200 파워 앰프에 연결했다. 물론 비교 시청을 위해 별도의 레퍼런스용 프리앰프(ML #40) 또한 사용하였다.

메리디언의 특성이 그대로 나타난다.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역시 "음장감"이다. 저역은 단단하고 고역은 화사하다. 디테일 하다거나 섬세한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소리가 매끄럽고 잘 짜여진 공간을 청취자에게 제공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메리디언의 레퍼런스 AV 컨트롤러인 861 레퍼런스와 비교하면 음의 경향은 똑같이 일치하되 스테이지의 깊이와 그에 따른 입체감에서 가장 큰 차이가 느껴진다. ML#40과 비교하면 대편성 등에서의 악기별로 음색을 잘 구별해 주는 팀버 매칭에서는 ML40이 다소 앞서는 편이지만 저역의 풍부함이나 스테이지의 크기는 오히려 G95가 앞서는 편이었다. 그러나 메리디언 861이나 마크 레빈슨 ML40 등은 AV 프리앰프 전용기들로 가격이 G95의 세 곱절에 이르는 제품들이다. 오디오 성능에서 G95와 이들 제품을 동일한 레벨로 볼 수는 없다. 다이내믹레인지나 악기 간의 톤 밸런스 능력은 차이가 있다. 그러나 기본적인 음 특성들, 스테이징과 대역별 밸런스, 소리의 왜곡도 등에서는 이들 제품과 동일한 수준의 하이엔드 레벨의 기본기를 보여주고 있다.

트랜스포트 성능을 비교하기 위해 G95를 스피커에 직결한 후, ML No.31.5을 G95와 디지털 입력(Coaxial) 시켜 자체 트랜스포트 출력과 비교해 보았다. 디테일이나 음장감은 비슷한 수준이고 다이내믹레인지의 폭이 조금 줄어든다. ML31.5에 비해 입체감은 다소 떨어진다. 그러나 전반적인 대역 밸런스는 꽤 균형이 잡혀 있다. 프리앰프 부 테스트에 비교하면 저역의 양감이 좀 떨어지는 편이다. G95의 단단하고 풍부한 저역은 프리/파워 앰프부가 주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혹자는 G95의 트랜스포트 성능을 800 레퍼런스와 비교하여 버금가는 수준이라고도 하나 그 정도는 아니다. 음장은 여전히 넓고 우수한 중역 특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800 레퍼런스와 비교하면 고역과 저역에서 에너지가 다소 모자르고 다이내믹레인지의 폭이 조금 좁다. 버금가는 수준은 아니고, 똑같은 경향을 가진 수준급의 적자(嫡子)라고 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이번에는 G95의 트랜스포트/프리 앰프부를 이용하되 자체의 디지털 앰프를 이용하는 경우와 프리 아웃으로 외부의 BAT 파워 앰프와 연결한 것을 비교하는 식으로 G95의 파워부 특성을 살펴 보았다. 뜻 밖에도 파워부가 꽤 우수하다. 결코 디지털 파워앰프가 빈약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여러가지 기능을 고루 갖춘 복합기인만큼 아무래도 파워앰프 부가 가장 취약하지 않을까 짐작했을 뿐이다. 그런데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파워부 또한 G95의 특징인 단단한 저역과 넓은 스테이지 특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고 고역 또한 결코 날거나 밝게 표백되지 않았다. (저역보다는 고역 쪽으로 업틸트 된 음의 특성을 가지고 있지 않나 의심 받는 것이 디지털 앰프이다. 그러나 실제로 몇몇의 디지털 앰프를 테스트 해 본 결과 이런 생각은 편견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다.)

종합적으로 볼 때 G95의 사운드 경향은 동사(同社)의 레퍼런스 하이엔드 제품들과 같되, 등급은 레퍼런스보다는 섬세함이나 다이내믹레인지, 소리의 깊이 등에서는 다소 떨어진다. 그러나 전체적인 소리의 균형감이나 단단한 저역과 넓은 스테이지 등을 감안하면 대략 하이엔드 엔트리급 또는 그 보다는 다소 윗쪽으로 평가받을 만한 수준이 아닐까 조심스레 짐작된다. G95의 각 부분을 굳이 상대 평가하자면 프리앰프 파트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파워 앰프부도 의외로 뛰어나다. 향후 메리디언이 디지털 앰프 관련 제품을 계속 출시하지 않을까 짐작되는 근거이다. 상대적으로 트랜스포트부는 다소 평이한 편이었지만, 그래도 영상부는 과거에 비해 훨씬 더 개선된 모습을 보여 주었다.

에필로그

여러 가지 기능을 갖춘 올인원 타입의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각 부분 모두 수준급의 완성도를 보여 주었다는 점이 G95의 가장 큰 특징이요, 대표적인 컨셉 포인트이다.  메리디언은 영상 전문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영상 파트는 처음부터 크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HDMI 단자를 채택하고 크로마 버그를 패치 했으며 파루자 최신형 스케일러를 사용하는 등 꽤 개선된 성능을 보여주었다. 사운드 측면에서는 트랜스포트, 프리앰프, 파워앰프 부 모두 공히 수준급의 사운드를 구현해 주었다. 특이한 컨셉의 제품이기 때문에 구매 타겟이 넓을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해당 타겟에 속하는 유저들에게만은 아주 확실하게 어필이 될만한, 고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G95의 가장 큰 장점이라 여겨진다.     (최 원 태)
Posted by hif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