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4. 17. 00:25
posted by 최 원태

특정업체를 비난하려는 뜻은 아니다. 거론되는 업체들은 모두 견실하고 우수한 제품들을 만들어 온 중견업체들이다. 하지만, 기업은 기업이다.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윤을 위해서라면 종종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나가는 경우도 있게 마련이다. 범람하는 정보화 시대이지만, 그 가운데에서 옥석(玉石)의 구별을 기업 스스로 해서 소비자에게 제시하라고 하면 그건 무리이다. 어떤 것은 소비자가 직접 해야 한다.

HDMI 케이블에 대해 잠깐만 언급하고자 한다.

며칠 전 후루텍에서 HDMI Xv1.3 라는 명칭의 HD급(?) HDMI 케이블을 발표했다. 길이는 1~20m까지 다양하고 가격은 1m가 280불, 20m가 1400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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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D급 HDMI 따로 있고, SD급 HDMI 따로 있다?)

이 케이블이 1m에 280불이라고 해서 유감이 있다는 것은 아니다. HDMI 케이블도 케이블은 케이블인만큼 그 차이가 크던 작던 케이블마다 성능 차이는 있을 수 있다. (단, 그 차이라는 것이 가격대를 생각할 때 너무나도 미미하다고 느끼는 적이 대체적이기는 하다.)

후루텍이 아니라, 몬스터나 오디오퀘스트 등도 비싼 가격대의 HDMI 케이블을 만들어 냈다. 비싼 케이블은 그만큼의 성능을 내느냐 아니냐는 것을 떠나, 일단 원가 차원에서 24K 골드 플레이트도 들어가고 은선도 듬뿍 집어 넣고, 쉴드 마감도 장난이 아니고... 아무튼 다르기는 뭔가 다르게는 만든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그런 식의 차별화 전략도 충분히 높은 가격대를 받을 만한 자격으로 간주될 수 있다. 이게 못 마땅한 사람은 안 사면 된다.

문제는 이거다. 단순히 음질 운운하고, 화질 운운하는 정도면, 고개를 갸웃갸웃하면서 살 수도 있고, 안 살수도 있는 것인데... 그 것이 아니라 HDMI 케이블에 따라 별도의 사용해야 하는 어떤 규격들이 따로 있고, 어떤 조건에서는 반드시 어떤 케이블을 쓰지 않으면 안 되는 기술적인 이유가 있고 하는 식으로... 이런 식으로 나가면 정말 곤란하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순진하게 그 말을 그대로 믿을 수도 있고, 또 100% 다 믿지는 않더라도 내심 의심하는 마음을 항상 갖게 될 수도 있다.

위에 언급한 후루텍 케이블의 경우 이름(HDMI-XV1.3)이 암시하듯이 후루텍 측은 이 케이블은 HDMI 1.3 규격에 적합하며, 특히 120Hz LCD TV와 플라즈마 화면에 적합한 제품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게 무슨 나뭇꾼, 금강경 낭독하는 소리인가. (못 알아 듣겠다는 뜻이다.) 하기는 케이블 제목 부터가 심상치 않다. HDMI Xv1.3이라... XV는 필경 HDMI 1.3 규격에 포함된 딥 컬러 범주의 XvColor를 겨냥한 것인듯 하다. XvColor가 기존 먼셀 좌표보다 월등 넓은 범위의 색영역을 갖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것이 HDMI의 케이블 종류에 따라 접근성에 차이가 가려질리는 만무하다.
 
뭐랄까? 마치 태양까지 날아가기로 한 로케트가 두 대가 있는데, 그 중 한 대가 조금이라도 더 빨리 가기 위해 발사대를 10층짜리 빌딩 옥상에 설치했다면, 정말 더 빨리 도착하게 될까? 이건 넌센스이다. 삼국시대 풍속에 대해 90세 할머니가 70세 할머니보다 더 많이 아신다? 20년 더 오래 사셨으니까? 이 또한 코미디이다.

HDMI 케이블에 원가 높은 자재를 좀 더 많이 사용했다고, xvColor에 더 적합하다느니, 120Hz TV에 더 적합하다느니 하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차라리 기능적으로는 똑 같지만 실제 음질적으로 차이가 있다라고 감성적으로 접근하면 그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

영상/오디오 관련 신제품 대부분이 HDMI를 채택하게 되면서, 최근 아주 급격히 그 수요가 늘어난 것이 HDMI 케이블, 스위처, 리피터 시장이다. 게다가 HDMI 버전이 여러 개 존재하는 바람에 실 사용자들이 HDMI는 골치 아프고 복잡한 것이라는 인식을 가진 면도 있다. 그래서일까. 요즘 HDMI 관련 제품 시장은 아주 복마전(殿)이다. 검증되지 않은 이론과 사이비 주장이 난무한다.

HDMI 스위처를 비교 테스트 하면서, "저역이 더 풍부해지고, 음색이 화사해지며...", "더 박진감 있는 소리와 빠른 응답성을 보이고 있는..." 등의 해괴한 평론이 등장하기도 하고 (※ HDMI 스위처를 가지고 이러한 차이를 구별해 낼 수 있다면 이건 황금귀도 박쥐귀도 아닌, '혀로 만든 귀'임에 틀림없다.), 심지어는 영상이 1080i 일 때와 1080p 일 때의 음질 차이가 있다, 영상 출력이 24Hz일 때와 60Hz 일 때도 역시 음질 차이가 있다는 식의 허무맹랑한 주장들이 난무하고 있다. (그러고보니 120Hz TV에 알맞는 케이블과 24Hz, 60Hz 음질 차이론은 일맥상통하는 바도 있다. 그런데 왜 요즘들어 갑작스레 케이블에 프레쉬 레이트 타령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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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루텍은 그 동안 좋은 제품 많이 만든 업체이다. 후루텍만 탓할 것도 없다. 얼마 전에 몬스터도 사장까지 나서 비슷한 주장을 한 바 있다. 모두 좋은 제품을 만들어 주었던 회사들이지만, 일단 현재 크게 펼쳐져 나가고 있는 HDMI 케이블 시장에서 고가의 마진이 보장되는 하이엔드 제품을 팔기 위해서는, 이런 식의 마케팅 기법을 사용할 수 밖에 없다고 강변할 지도 모른다.

어쨌든 독자들은 기능이나 기술적 스펙에서 등급이 다르다고 주장하는 HDMI 케이블에 대해서는 일단 경계하는 자세, 신중한 접근을 유지해주시기 바란다. HDMI 스위처라면 EDID의 호환성 문제가 정작 더 중요한 문제이고, HDMI 케이블이라면 장거리 시 리피터의 적용여부가 더 기능적으로 우선할 일이다. "120Hz 용 케이블", "더 따뜻한 음색의 HDMI 스위처", "영상 해상도에 따라 달라지는 음질을 보여주는 케이블" 등등의 이야기들은, 그저 세상이란 원래 다양한 사람들, 다양한 주장들로 섞여 있게 마련이라 그런 것이려니 하고 적당히 소화해서 들어 주시기 부탁드린다.

물론 이 말씀이 이 세상의 모든 HDMI 케이블이 모두 다 똑같은 성능을 낸다고 말씀드리는 것은 아니다. 그런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단지 최근 난무하고 있는 HDMI에 대한 허황된 '기술적 주장'에 현혹되지는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최 원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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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ransparent의 Premium Video DVI 케이블 : 1500불 정도 했었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Posted by hif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