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1.02 22:36

posted by 최 원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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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즈마와 LCD 진부한 대결
 

플라즈마 TV 문제는 이거다. 자꾸 LCD TV 뒤쫓으려고 하는가 말이다. 플라즈마 관련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필자가 늘 하는 말이다. 플라즈마 TV LCD TV 비교할 결코 열등한 존재가 아니다. 일장일단(一長一短) 있지만 종합적으로 따져보면 아직은 플라즈마 TV에 점수를 더 줄 만하다. 그런데 플라즈마 TV LCD TV보다 밝기 정지 영상의 포커싱에서 뒤진다. 가지 요소는 화면을 순간적으로 ~”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밝은 조명 하의 매장에 쭈욱 나열된 TV를 볼 때 사람들은 대개 LCD TV 부터 시선이 흘러간다. 하지만 눈에 띄는 옷이 세련된 옷이라는 보장은 없다. 화면의 밝기나 정지 영상에서의 포커싱은 그림을 만들어 주는 극히 일부 요소일 뿐이다. 오히려 지나친 밝기는 좋은 영상을 만드는 것에 방해가 된다는 점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물론 LCD TV 계속 진화하고 있다. 색상의 정확도도 높아졌고 계조 표현력도 좋아졌다. 최근에는-아직 미완(未完)이기는 하지만-LED 광원의 채택으로 인해 고질적 단점인 블랙 문제도 엄청난 진보를 이루었다. 더불어 요즘 한창 소구 포인트로 광고하고 있는 120Hz frame rate- 역시 결과적으로는 아직은 소문난 잔치에 먹을 없는 머물러 있지만- 구현도 LCD TV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꾸준환 노력의 일환이라 것이다.

 

하지만 플라즈마 TV 여전히 LCD TV 흉내내기 힘든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 LCD TV보다 응답속도가 빨라 동화상에서의 윤곽이 또렷하며, 시야각이 넓고 블랙이 대체적으로 차분하며 패널 특성 순간 컨트라스트 비가 높다. 그림의 질감에 영향을 미치는 계조 표현력도  좋은 편이다. (물론 '대체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사실 모델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LED 광원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미 LCD TV 중에도 샤프 아쿠어스 시리즈처럼 블랙이 탁월한 놈도 있고, 계조표현력에서 LCD 보다 형편없는 플라즈마도 많다.)

그러나 앞서 열거한 모두를 합쳐도 비교할 수 없는 무엇보다도 강력한 플라즈마 TV 강점은, CRT TV 가장 근접한 컬러의 발색(發色) 능력이다. 플라즈마 TV 형광체를 이용해 스스로 빛을 내고, 색상을 만들어 내는, CRT TV 컬러에 가장 근접할 수 있는 구조의 기기이다. 따라서 플라즈마 TV의 컬러는 심도가 깊고, 매우 풍부하다. 이게 가장 큰 강점이다.



CRT TV 물러선 이유는...

 

우리가 CRT TV 외면하게 것은 CRT TV 화질이 좋지 않아서가 아니다. 화질은 여전히 CRT 가장 좋다. 많은 분들이 혼동하고 있는 가지가 “LCD/플라즈마=DTV=고화질, CRT TV=아날로그 TV=저화질”라는 못된 공식이다. 아날로그 전송 방식이 디지털 전송 방식으로 바뀌던 시기와 CRT TV 플라즈마/LCD TV 세대교체 되던 무렵이 공교롭게도 시기적으로 맞물리는 바람에 혼동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1) 브라운관(CRT) - 플랫패널(LCD/PDP), (2) 아날로그 방식 - 디지털 방식(DTV), (3) SD급 또는 NTSC 화질 - HD 화질... 이 세 가지 항목은 완전히 독립적인 관계로 따로 따로 움직이는 것이다. 즉 브라운관 TV로 디지털 HD 화질 구현이 가능하며, 플랫패널로 아날로그 NTSC 영상이 구현될 수 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DTV라고 화질이 좋은 것이 아니다. DTV도 SD급 화질은, 아날로그 SD급-NTSC 영상과 해상도가 동일하다. 한편 드문 사례이지만 아날로그도 HD가 가능하다. 단지 지금은 사장(死藏)되었지만... (※ 필자는 1996년부터 2000년까지 5년간 일본 BSAT-1 위성을 통해 아날로그 HD 시험방송을 수신0했었고, 그보다 좀 더 앞서서는 아날로그 HD 영상 신호가 담긴 MUSE-LD를 구입해서 시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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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운관 TV 황금시대를 이끈 주역들. 좌로부터 소니 Wega, 파나소닉 Tau, 프린스턴 HD.03 TV

돌이켜 보면 CRT TV
절정기는 1996~2002년의 7 간이었다. 기간 동안 소니, 파나소닉, JVC, 미츠비시, 도시바 일본 업체들에 의해 주도 되었던 하이엔드 CRT TV 화질 경쟁은, 때마침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HDTV 태동기, DVD 중흥기와 맞물려 최고의 절정을 이루었다. 프로용 제품(소니 BVM, PVM 시리즈) 일부 제품(독일의 Loewe, 미국의 Princeton, 소니의 Profeel 모델) 한정되기는 했지만 표준영상에 대한 개념이 틀을 잡아가기 시작한 것도 무렵이었다. CRT TV 풍부한 색감과 투명한 영상은 이 무렵 만개(滿開) 하고 있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때만 해도 국내에는 고화질 브라운관 TV이라고 할 만한 모델이 없었다.)
 

문제는 사이즈였다. CRT 40인치를 넘어선다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다. (사이즈 문제만 해결했다면 어떻게든 해상도 구현은 가능했을 것이다.) 이때 플라즈마 TV 등장했다. CRT TV 퇴진시킨 일등공신은 플라즈마 TV이다. 하지만 단순히 벽걸이 TV라는 인테리어적 요소때문만은 아니었다. 초기의 플라즈마 TV 가능성이 보였다. 자체 발광하는 방식이라 화질 또한 브라운관과 비슷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되었다. 필자도 그렇게 장담하던 사람 중의 하나였다.

 

사과 장수, 장수

 

문제는 이거다. LCD TV 판매량에서 플라즈마 TV 앞서기 시작하면서부터 플라즈마 TV 평정심 잃었다. 자신의 장점을 자진반납하고 LCD TV 장점인 밝은 영상 흉내내기 시작했다. 사과를 먹는 사람도 있고, 배를 먹는 사람도 있다. 사과가  팔리던 배가 팔리던, 사과는 언제나 사과다워야 하고 배는 언제나 배다워야 한다. 사과보다 배가 팔린다고 사과의 맛을 변질시켜 어정쩡한 만들어 놓는다? 이건 아니다. 이때 사과를 팔리게 하는 방법이 뭘까? 간단하다. 배에서는 못 느끼는 사과만의 고유한 맛을 살려내면 된다. 사과다운 사과를 만들라는 것이다.

 

플라즈마 TV LCD TV처럼 만드는 데에 앞장 회사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이다. 밝은 화면, 명암비에 연연하는 마케팅, 링잉을 불사하더라도 포커싱이 좋은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화면... (그럴 바에는 LCD 플라즈마 체제로 가는지 이해가 간다) LCD TV 훨씬 앞서 트루 필름 레이트인 72Hz 구현할 수도 있었지만 무관심했고, 플라즈마 고유의 컬러의 깊은 맛을 느끼기도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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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소닉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리는 플라즈마 대표 브랜드이다. 특히 파나소닉의 Viera 시리즈는 안정된 블랙이 돋보인다. 여전히 LCD TV에서 찾을 수 없는 플라즈마 고유의 강점을 많이 보여준다.(그건 국내 제품들도 아직은 그렇다.) 그러나 이전 시리즈와 비교하면 방향이 참 어지럽다. 밝기와 명암비, 포커싱, 그리고 대형 사이즈 등은 크게 강조되지만 컬러의 심도나 발색 능력은 일정부분 희생당한 느낌이 있다.

이제 주요 플라즈마 TV 제조업체들은 더 이상 브라운관 영상을 레퍼런스로 삼지 않는 듯 하다. 대신 그 자리를 LCD TV가 채우고 있는 인상이다.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LCD TV와의 거리 간격을 너무 멀리도 너무 가까이도 하지 못하는 어정쩡한 동행(同行)의 수준이랄까?



파이오니아
플라즈마 TV 컨셉
 

이제 남은 것은 파이오니아 뿐이다. 다행스럽게도 파이오니아는 아직도 CRT다운 플라즈마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거의 유일한 플랫 패널 제조업체이다. 파이오니아 플라즈마 TV 많이 팔리는 제품은 아니지만,  브랜드 로이얼티(Brand Loyalty)가 가장 높다. "파이오니아 TV = 비싸고 좋은 화질"이라는 인식이 소비자들에게 널리 퍼져 있다. 이게 파이오니아의 처신법이다. 플랫 패널 TV 시장의 그 치열한 경쟁자들 속에서-게다가 대부분 자신보다 덩치가 훨씬 큰 거인들 속에서-스스로를 구별해내는 파이오니아 나름의 차별화 전략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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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오니아의 기술 개발팀장인 사토 요이치(佐藤陽一)씨가 말을 들어 보자.

  “자동차도 탄다 것에 중점을 대중적인 차가 필요한 반면, 한편으로는 오감에 호소하는 프리미엄 필요하게 마련이다. HD 영상을 단순히 보여 준다 차원에서만 따진다면 LCD TV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며 필요한 제품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 영상 세계에 투입할 있는 모든 것을 투입해 정성껏 만든, 그래서 누구나 동경심을 갖게 되고 영상에 감동을 받을 있는 그런 높은 수준의 화질을 갖춘 제품도 필요하다. 우리가 플라즈마 TV에서 구현하고 싶은 것이 그것이다.”



파이오니아
 
플라즈마 TV의 오래된 과제

2001 경으로 기억된다. 필자는 파이오니아의 3세대 제품인 PDP-503HD 수출형 모델을 리뷰 의뢰 받은 적이 있었다. 이전 모델인 PDP-502HD까지 필자는 파이오니아 플라즈마 TV 회사 제품보다 특별히 뛰어나다고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503HD 확실히 달랐다. 공교롭게도 당시 필자는 2~3 간격으로 국내 제품 개와 일본의 회사 제품 개를 순차적으로 리뷰 의뢰 받은 적이 있었는데, 다른 요소들은 차치하고 오로지 풍부한 색감, 뛰어난 발색 능력 가지만으로 경쟁 제품을 대번에 압도하고 있었다. 파이오니아 3세대 모델은 국내 하이엔드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상당히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수입 라인의 문제로 인해 4세대 이후부터는 국내에서 찾아 보기가 힘들어졌다. 그러나 3세대 제품 이후 파이오니아의 플라즈마 TV 비싸지만 화질은 제일 좋은 직시형 TV”라는 인식을 확실히 있었고, 인식은 2006 1920x1080 Full HD 모델인 PDP-5000EX(7세대 제품) 출시될 때까지 지속될 있었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화질이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헛점도 많다. 자잘힌 헛점이야 어떤 기기이든 다 있게 마련이니 제쳐 놓는다 하겠지만, "블랙이 들뜨는 문제"는 자잘한 수준은 아니었다. 화질을 크게 폄훼시킬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파이오니아 플라즈마 TV 근본적으로 블랙이 들뜬 편이었다. 블랙이 강점인 파나소닉 비에라는 물론이고 삼성 칸느 보다도 들뜬 편이다. 이게 가장 아쉬운 점이다.

물론 더 큰 단점도 있다. 값이 비싼 것이다. 프리미엄 제품을 겨냥했다고는 하지만, 그 것도 플라즈마 TV가 환대 받을 때의 이야기이지, 지금처럼 LCD TV에 수세로 몰리는 상황이 되면 값 비싼 제품은 더욱 곤궁해진다. "블랙"과 "가격". 이 두 가지가 파이오니아 플라즈마 TV의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KURO 시리즈의 등장

 

맥을 집었다. 파이오니아의 쿠로(Kuro) 시리즈는 시장의 상황과 자신들의 제품 포지셔닝을 정확하게 진단해서 개발한 제품으로 보여진다. 쿠로는 파이오니아의 8세대 제품이다. 7세대 제품인 PDP-5000EX와의 가장 차별점은 가지. 바로 앞에서 거론되었던 가지이다.
 
첫째, “블랙 대단히 깊어졌다. 블랙에서 항상 약점을 보여왔던 파이오니아가 오히려 가장 블랙이 좋은 제품으로 일약 바뀌었다. 가장 약점이 가장 장점이 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얼마나 자신이 있었는지 제품 시리즈의 이름까지로 검을 ()자의 일본식 발음인 쿠로 정했다. 수출형 모델에도 영문명 Kuro 그대로 들어간다. 이 블랙에 대해서는 앞으로 지겹도록 반복해서 이야기가 될 것이다.
 
두번째 가격이 낮아졌다. 파격적인 수준은 아니다. 여전히 파이오니아 플라즈마 TV 비싸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차이가 많이 줄었다. 예전에는 사다리를 놓고 올라서야 겨우 잡을 수 있는 높이에 있었는데, 지금은 발꿈치를 높이 세우고 팔을 쭈욱 뻗으면 아슬아슬 닿을 것 같은 높이이다. 성능이 향상 되었는데도 가격이 떨어졌다... 소비자들이야 반가울 수 밖에 없다.



쿠로 시리즈 미국/일본 모델 열람하기


쿠로 시리즈는 미국형과 일본형의 모델명이 다르고 시리즈도 여러개다. 사실 제품은 모두 같은데 소비자들이 많이 혼동하게 라인업을 만들어 놓았다. 아래의 표와 설명이 도움이 될 것이다.

   출시국  시리즈명  모델명   Size     해 상 도
   Pioneer Kuro  PDP-4280HD    42"   1024 x 768
     PDP-5080HD    50"   1366 x 768
     PDP-5010FD    50"   1920 x 1080
  미국형    PDP-6010FD    60"   1920 x 1080
   Elite Kuro  PRO-950HD    42"   1024 x 768
     PRO-1150HD    50"   1366 x 768
     PRO-110FD    50"   1920 x 1080
     PRO-150FD    60"   1920 x 1080
  일본형  Kuro  PDP-428HX    42"   1024 x 768
     PDP-508HX    50"   1366 x 768
     PDP-5010HD    50"   1920 x 1080
     PDP-6010HD    60"   1920 x 1080

일본 출시 제품은 시리즈 명이 그냥 쿠로 가지이다. 그런데 미국형은 시리즈가 가지이다. 하나는 “Pioneer Kuro”이고, 다른 하나는 “Elite Kuro”이다. “Elite” 파이오니아가 미국 시장에서 오랫동안 사용해오고 있는 하이엔드 브랜드’로, 미국에서는 품질은 좋지만 값이 비싼 제품으로 알려져 있다. 7세대 제품인 일본형 PDP-5000EX 경우, 미국에서는 Elite PRO-FD1이라는 모델 하나로만 출시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Elite 시리즈 외에 “Pioneer Kuro” 시리즈가 하나 생겼다. 기존 엘리트 브랜드의 품위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제품의 가격대를 낮추려는 전략의 하나로 보여진다.

시리즈마다 속한 선수들은 동일하다. 42인치 1024x768 모델 하나, 50인치 1366x768 모델 하나, 그리고 1920x1080 패널을 가진 50인치와 60인치 개씩 모두 명의 선수들을 거느리고 있다.

 

미국형과 일본형의 가장 차이점은 튜너에 있다.  미국형은 ATSC 튜너이고, 일본은 BS/CS/일본 지상파 튜너이다. 미국형은 ATSC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수가 있다. 반면 일본형은 지상파 튜너는 국내에서 무용지물이지만 BS/CS 방송은 안테나가 설치된 가정에 한해 시청이 가능하다.(, BS SAT-1 위성 채널은 대전 이남권에서만 수신이 가능하다.)

 

미국형 “Pioneer Kuro” “Elite Kuro” 차이는 후자(後者) 전문적인 세팅 메뉴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 있. 대신 전자(前者) 가격이 훨씬 싸다. “Elite Kuro” 제품은  “Pioneer Kuro” 제품이 가지고 있지 않은 기능을 가지 추가로 가지고 있다. 별로 유용할 같지 않은 자잘한 것들을 제외하고 굵직한 것들만 살펴보면, (1) ISF Calibrator들을 위한 전문 세팅 메뉴 모드를 제공한다. 전부터 파이오니아는 자신들의 Elite 모델에 전문적 권위를 부여하기 위해 ISF 제휴하여 ISF 캘러브레이터 자격을 가진 사람들만이 접근할 있는 전문가 조정용 모드를 따로 만들어 놓았다. (2) 색온도 기본 디폴트 값이 Pioneer Kuro 시리즈는 -- 가지 뿐이나 Elite Kuro 시리즈는 -중고--중저- 다섯 가지 색온도 모드가 있다. (3) 색온도 수동 조절이 Elite Kuro에서는 가능하다. Pioneer Kuro 기능이 없다. (4) 컬러 매니지먼트(CMS) 기능이 Elite Kuro에서는 가능하다. Pioneer Kuro 역시 기능도 없다.
 
이게 전부다. 나머지는 무시해도 된다. 그럼 제품 자체도 시리즈가 다른가? 천만에. 같다. 제품 자체는 전혀 다르지 않다. 같은 패널, 같은 엔진, 같은 회로를 썼다. 단지 위에 열거한 가지 기능만 다를 뿐이다. 그런데 어차피 사항 (2)~(4) 내용은 전문가가 아니면 없는 항목이다. 미국이라면 결국 ISF 캘러브레이터를 불러야 한다. 그렇다고 ISF 모드에 들어가면 (2)~(4) 외에 특별히 다른 것이 있느냐 하면 것도 아니다. 단지 조정하기 쉽게 메뉴를 단순화 놓은 뿐이다. 따라서 일반인이라면 굳이 “Elite Kuro” 모델을 구입할 이유가 없다. “Pioneer Kuro”라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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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미리 귀뜀을 드린다. 일반인 수준을 넘어 전문적인 캘러브레이션의 시도를 꾀하고자 하는 사용자도 사실 “Elite Kuro” 모델을 필요가 없다고 본다. 그냥 심리적으로 ISF 캘러브레이터가 조정했으니까 뭔가 달라졌을거라고 믿는 분에게라면 모를까, 실제로는 “Elite Kuro” 모델은 전혀 이점이 없다. 필자는 최근 1~2개월 사이에 미국형과 일본형 쿠로 모델을 3종을 두루 살펴 기회가 있었다. 나중에 자세히 쓰겠지만 결론적으로 “Elite Kuro” 전문적인 조정 기능은 실제적으로 별로 효용성이 없었다. 그래서 “Pioneer Kuro” 시리즈라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모델명만으로 보면 일본형 Kuro 시리즈와 미국형 “Pioneer Kuro”가 같은 제품 같아 보인다. 그런데 아니다. 일본형 Kuro 시리즈는 오히려 미국형 “Elite Kuro” 시리즈, 즉 프로용 모델과 동일하다. 즉 미국 150FD가 일본 6010HD이고, 미국 110FD가 일본 5010HD 모델이다. 일본에는 미국형 “Pioneer Kuro” 해당하는 모델이 없다. (일본형은 예전 모델도 색온도나 CMS 조정 기능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그런데 가지, 일본형에는 당연히 “ISF Calibrator” 모드는 없다. 위에 언급한 (2)~(4) 기능은 모두 바깥 메뉴로 뽑혀 있다. 앞서도 말씀 드렸듯이 (2)~(4) 능숙히 다룰 있는 지식과 장비를 갖춘 사람이라면 굳이 ISF 모드는 필요하지 않다. 그러고보니 가지가 있다. 일본형에는 D4 단자가 하나 추가되어 있고, i-Link 지원한다. i-Link 통해 D-VHS 등에 프로그램을 EPG 녹화할 수도 있다. 미국형에는 없다.

 

미국형은 모델명이 FD 끝나면 Full HD 제품이고, HD 끝나면 768 라인 패널 제품이다. Full HD 50인치와 60인치 사이즈가 있는데, 50인치는 파이오니아 패널이고 60인치는 NEC 패널이다. NEC 플라즈마는 얼마 파이오니아에 흡수 되었다. NEC 좋은 패널을 만들었지만 워낙 플라즈마 패널을 파이오니아가 유명하기 때문에, 혹시 50인치와 60인치 간에 화질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닐까 은근히 궁금했었다. 50인치와 60인치 제품을 모두 살펴 결과, 그런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색좌표, 색온도를 비롯 모든 패널 특성이 동일했다. , 영상의 투명도와 블랙에서 50인치 제품이 60인치보다 미세하게 조금 나아 보이기는 했지만, 이는 패널 제조사의 차이라기 보다는 50인치와 60인치의 사이즈 차이에서 오는 영향이 훨씬 크다고 봐야 한다. 대신 60인치는 사이즈가 주는 스케일감이 있다.


필자가 살펴 보았던 쿠로 제품은 미국형 Pioneer Kuro PDP-5010FD, 일본형 Kuro PDP-5010HD, 일본형 Kuro PDP-6010HD 등 세개의 제품이다. 세 제품은 같은 패널,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고 실제로 성능도 동일하다. 리뷰는 일본형 쿠로 5010HD 모델을 기준으로 적어 보기로 하겠다.
 


첫 인상- 블랙이 "정말" 좋아졌다.
 
쿠로 플라즈마 TV의 핵심 포인트는 역시 "블랙"이다. 필자는 파이오니아 플라즈마 TV의 화면에 익숙한 편이기 때문에 쿠로 5010을 처음 보았을 때에도 컬러나 영상의 투명성에 새삼 감탄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파이오니아 플라즈마 TV를 처음 보시는 분들은 필경 첫 대면에서 꽤 강렬한 첫 인상을 받게 될 것이다. 기존의 플랫패널 TV에서 볼 수 없는, 고유의 풍부하고 윤기있는 컬러에 일단 놀란다. 고급 CRT TV가 연상되는 컬러 톤이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CRT 보다 윤기는 약간 떨어지나 유니포미티가 좋아 더 곱고 깨끗하게 느껴진다. 발광(發光), 발색(發色) 능력에서 경쟁 제품들과는 확실하게 구별이 된다.

그러나 파이오니아 제품을 익숙한 편인 필자에게는 가장 궁금한 것은 컬러보다는 역시 "블랙"이었다. 필자는 예전부터 "파이오니아는 블랙만 잡으면 아쉬울 것이 없겠는데..." 라는 말을 늘 해왔었다. 그런데 8세대 제품이 명칭부터 "쿠로"(黑)이니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첫 인상은... 자못 놀라운 것이었다.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블랙이 탄탄하고 안정적으로 내려가 있었다. 색감을 보면 파이오니아 플라즈마 TV가 분명한데, 블랙을 보면 과연 이 회사 제품이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이전의 파이오니아 플라즈마 TV와는 완전히 '궤'(軌)를 달리하는 블랙이다. 블랙 레벨은 떨어졌지만 암부의 계조력은 그대로 살아 있다. 암부 계조(shading detail)은 매우 중요하다. 암부 계조가 살아 있지 못하면, 블랙은 다른 컬러를 받쳐 주는 역할을 하지 못한다. 블랙의 레벨이 내려가 있다고 해서 화면이 안정적으로 보이는 것은 아니다. 블랙이 탄탄하고 암부 디테일이 살아 있어야 다른 컬러들이 잘 살아나고 전체적으로 화면이 안정적으로 보이게 마련인데 이 점에서 쿠로 5010은 훌륭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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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오니아 고유의 깊고 풍부한 색감이 고스란히 잘 살아난다. 예전보다 더 컬러풀하고 발색이 더 우수하게 느껴진다. 첫 인상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이젠 됐구나" 하는 것이었다. CRT TV의 퇴조야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받아 들여야 하지만, 그 이후 최근의 직시형 TV들이 보여주는 플랫한 영상을 보면서, 필자는 이제 직시형 TV에서는 더 이상 깊고 풍부한 컬러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인가 항상 아쉬워 하고 있었다. 파이오니아 플라즈마 TV가 그나마 그 가능성에 가장 근접한 편이었지만, 무언가 부족한 10%가 있었다. 그런데 이제 8세대 제품을 보니 부족했던 10%가 거의 가득히 잘 채워진 느낌이 든다. 쿠로 5010은 플랫패널 TV에 별로 후(厚)한 편이 아닌 필자에게도 아주 인상적인 기기였다. 결론부터 서두르자면 파이오니아의 쿠로 5010은, 샤프의 AQUAS 1080p(메가 컨트라스트)와 소니의 BVM-L 시리즈를 제외한다면, 필자가 이제까지 본 플랫 패널 제품 중 가장 뛰어난 화질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아직 가격 부분에서는 타협할 수 없는 여지가 많이 남아 있지만,  그래도 어쨌든 파이오니아 쿠로 5010은 화질 측면에서는 "고화질 직시형 시대"를 다시 여는 단초(端初)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파이오니아는 아직 플라즈마 TV 시장에서 수적(數的)으로 마이너리티이다. 화질에서 오는 차별점이 가격 상의 핸디캡을 커버해주지 못한다면 시장은 다시 "밝날라 모드"(※밝기만 하고 색은 다 날라간 모드의 속칭)로 열심히 향할 것이다. 계속 파이오니아 혼자 고군분투(孤軍奮鬪)할 지, 삼성, LG, 파나소닉 등으로부터 원군(援軍)을 얻어 플라즈마의 전성시대(全盛時代)를 다시 재연(再演)할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명암비와 블랙

관심 사항인 Full Black의 밝기와 명암비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우선 <영화모드>에서 ON/OFF 명암비 부터 측정해 보았다. 파이오니아 쿠로는 세 개의 전력모드를 가지고 있다. OFF, MODE 1, MODE 2... 일종의 절전(節電)모드인 셈인데 이 것들이 단순히 energy saving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화질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짐작컨대 파이오니아도 처음부터 이렇게 될 것을 짐작하고 설계한 것 같지는 않다. 소모 전력 문제가 플라즈마 TV의 큰 골치꺼리이니까 나름대로 이를 줄이겠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만들어 놓은 모드인데, 이 것이 실제로 화면에 노이즈도 만들었다가 또 뭉쳐진 라인을 부드럽게 풀어주기도 하는 등 끼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그래서 일단 전력 모드부터 잘 짚고 들어가야 한다. 아래의 측정은 일단 OFF 모드에서 시도했다. (디폴트인 OFF를 쓰면서 왜 이렇게 길게 설명을 달까?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어떤 기기는 OFF에서 보다 MODE 2에서 더 좋은 화면이 나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게 기기에 따라 다른지 장소에 따라 다른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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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칸느 SPD-50P91FHD

Full Field White, 화면 전체를 화이트로 가득 채웠을 때의 밝기는 54.7cd(칸델라). 풋램버트로는 16.0 fL이다. 경쟁 제품들에 비해 비슷하거나 약간 낮은 수치이다. 삼성 칸느 50인치가 19.0 fL 였고, 파나소닉 비에라는 42인치가 20.2 fL, 50인치가 16.47 fL 였다. 그런데 플라즈마의 특성 상 화이트의 밝기 수치는 그다지 중요한 의미를 갖지 못한다. 플라즈마는 면적에 따라 밝기가 가변적으로 바뀌는 특성이 있음을 전에도 여러 차례 말씀 드린 바 있다. 실제 예(例)를 들어 설명하면 이렇다. 파이오니아 쿠로 5010은 (1) 화면 전체에 100 IRE 화이트(가장 밝은 화이트)를 가득 채우고 밝기를 측정했을 때 밝기가 16.0 fL로 나타나지만, (2) 화면의 75%가 블랙이고 25%가 100 IRE 화이트로 채워진(Window 패턴) 상태에서의 화이트의 밝기를 측정해보면 36.8 fL가 나온다. 똑 같은 100 IRE 이지만 밝기가 2.3배 증가한 것이다. 만일 화이트 윈도우의 크기가 25%가 아니라 더 작아지면 밝기는 더 높게 나올 것이다. 이 것은 플라즈마의 특성이다.

나타내는 영상의 밝기 구성에 따라 각 계조별 밝기가 수시로 바뀐다. 어두운 부분이 많으면 그로 인해 남는 전압을 다른 밝은 쪽으로 돌리기 때문이다. (물론 비례적인 것은 아니다.) 브라운관이나 LCD는 안 그렇다. LCD TV는 100 IRE 화이트를 화면 가득히 100%를 채우던, 25%만 채우던 관계 없이 그 화이트가 100 IRE라면 100 IRE에 맞는 고정된 밝기를 그대로 유지한다. 플라즈마와는 다르다. 이 점은 플라즈마 TV가 표준 영상을 구현함에 있어 한계점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것을 보여주는 한 예이다.

따라서 Full Field White가 쿠로는 16 fL이고, 칸느는 19 fL라고 해서 어느 것이 옳고 그르고를 말할 수는 없다. A라는 프로젝터가 Full Field White가 20 fL이고, B라는 프로젝터가 14 fL라면 우리는 A는 밝기가 과다하고 B가 적절하다고 말할 수 있다. 프로젝터에서는 12~14fL 정도가 적절한 밝기라는 기준이 있고 또 기기들의 Full Field White의 밝기는 잘 바뀌지 않는 고정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램프의 사용연한에 따라 바뀌기는 한다.) 그러나 플라즈마 TV는 이런 기준을 세울 수가 없다.  하지만 아주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플라즈마 TV의 Full Field White 밝기와 그에 따른 고정 명암비 수치는 서로 다른 모델들을 비교할 때의 상대적 수치로 사용이 된다. 물론 동일 조건 하에서 측정되었을 때 이야기이다.
 
한 가지 더 밝혀 둘 것은 앞서 제시했던 수치들이 모두 "영화 모드"에서 캘러브레이션 한 이후의 상태를 기준으로 했다는 것이다. 모든 고정화소 TV들이 다 그렇지만, 플라즈마 TV는 특히 마음 먹기에 따라 명암비가 얼마든지 늘었다 줄었다 할 수 있다. 가장 밝은 화면 모드(예를 들어 '다이내믹 모드' 같은)에서 컨트라스트를 최대한 높이고, 100 IRE White를 1% 아래의 극소면적으로 띄우고 그 밝기를 측정한다면 어마어마한 수치가 나올 수 있다. 이런 수치가 무슨 의미를 갖겠는가? 정말 유의미한 수치는 우리가 실제로 "영화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조건"에서 측정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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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나소닉 VIERA TH-50PZ750U

파이오니아 쿠로 5010을 예로 든다면 가장 이상적인 화면 모드는 "영화 모드"이다. "다이내믹 모드"는 색온도나 밝기가 과다하다. 대낮에 외광에 의해 화면이 잘 안 보일 때 사용할 만한 모드이다. "리빙 모드"는 센서가 작동되어 화면 상태가 고정적이지 않다. "영화 모드"를 선택하더라도 디폴트로 설정된 명암 값이 적절하다는 보장이 없다. 따라서 이 것도 알맞게 맞추어야 한다. 쿠로 5010의 경우는 명암 40이 디폴트 값인데 36보다 낮거나 42보다 높이면 계조 균일성이 떨어져 밝은 쪽 색온도가 변한다. 따라서 디폴트 값인 40이 맞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파나소닉 비에라 같은 경우는 또 그렇지도 않다. 42인치 형의 경우 Full Filed White의 밝기가 디폴트로는 27.77 fL인데 그레이스케일을 고려하면 과도한 밝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수치가 20.24 fL가 나올 때까지 낮추어야 밝기가 제대로 잡힌 것을 알 수 있다. 디폴트 설정이 정세하지 못했던 예(例)이다.

따라서 위에 제시된 수치, 또는 앞으로 제시될 수치들도 모두 특별한 언급이 없으면, 캘러브레이션을 한 뒤의 가장 적절한 영화 시청 상태를 기준으로 한 것임을 밝혀둔다. 또 그렇기 때문에 제조사 측에서 제시하는 "마케팅 용 수치"와 여기서 제시하는 "실제 시청 시의 수치"가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것도 양지(量知)해 주시기 바란다.

파이오니아 쿠로 5010는 파나소닉 비에라나 삼성 칸느보다 Full Field White의 밝기는 낮게 나오지만 실제 시청 시에는 오히려 더 밝게 느껴진다. 그 것은 안시 컨트라스트 비를 비롯한 전반적인 컨트라스트 비가 높게 나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밝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실제 영상에서는 진짜로 더 밝다.

실제로 명암비를 따질 때 중요한 것은 화이트가 아니라 블랙이다. 명암비가 높아지는 경우는 세 가지가 있다. (1) 화이트가 더 밝아졌거나, (2) 블랙이 더 어두워 졌거나, (3) 둘 다 작용했거나이다. (1)의 경우는 대개 명암비가 높다고 주장해도 대개 그림이 형편없을 가능성이 크다. 밝기에 치중해 블랙이 덩달아 올라간 경우가 많기 떄문이다. (2)가 가장 이상적이다. (3)이 더 좋은 것이 아닌가 의아해 하실 수도 있다. 사실은 (3)의 경우보다 (2)의 경우가 대개 더 좋다. 이치는 간단하다. 블랙은 낮으면 낮을 수록 좋다. 그러나 화이트는 밝다고 좋은 것이 결코 아니다. 화이트는 적정한 수준을 넘으면 안 된다. 지나치게 과다하면 색온도와 색상에 악영향을 끼치기도 하며, 무엇보다도 계조를 크게 해친다. 명암비는 높다고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다. 반드시 계조 표현력이 뒤따라 와야 한다. 명암비가 높으면 다시 말해 피크 화이트와 피크 블랙의 간격이 넓어지면 그 만큼 섬세한 계조 표현이 이루어져야 한다. 전쟁터에서 적을 포위하는 경우를 가정하자. 군사의 숫자만 따라온다면 넓은 범위를 두루 포위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군사 숫자는 몇 안 되는데 포위 범위만 무리하게 넓게 잡으면, 자연히 중간이 듬성 듬성 해지고 자연히 헛점이 생길 것이다. 따라서 군사의 숫자를 넓히던지 보다 치밀한 배치 전략을 짜던지 해야 할 것이다. 마찬가지이다. 명암비는 높되 계조 표현력이 따라오지 못하면 소위 말하는 컨투어링 노이즈(Contouring Noise)가 생기기 쉽고 색상도 단조롭게 표현되기 쉽다. 따라서 위의 든 세 가지 경우 중에서는 (2) (피크 화이트는 적정 수준에서 멈추고) 블랙이 최대한 어둡게 표현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으로 명암비를 높이는 방법이다.
 
이제 가장 중요한 Full Field Black, 즉 화면을 0% 블랙으로 채웠을 때의 밝기를 측정해보자. 쿠로 5010 피크 블랙의 밝기는 처음 측정했을 때에 0.013 칸델라(cd)가 나왔다. 대단히 놀라운 수치이다. 풋램버트로 환산하면 0.004fL이다. 대단히 낮은 수치이다. 그런데 잠시 후 측정값이 변하더니 점점 내려간다. 그리고 0.006 cd에서 멈추었다. 풋램버트로는 0.002 fL. 더 정확하게 계산하면 0.0017 fL이다. 필자가 측정했던 플랫패널 제품 중 이 보다 더 낮은 값을 보인 제품은 없었다. 

블랙이 좋다고 하는 파나소닉 비에라의 경우도 42인치가 0.015 fL, 50인치 모델이 0.017 fL였다. 대개 이 정도면 플랫형 TV에서는 안정된 블랙으로 평가된다. 삼성 칸느 50인치 모델의 피크 블랙도 0.025 fL 였다. LCD TV도 브라비아, 보르도 등도 대부분 0.03~0.06 fL 등의 수준이다. (※ 고정 명암비 기준이다. 다이내믹 컨트라스트 비는 기준이 될 수 없다.) 원래 샤프의 LCD TV는 블랙이 플라즈마 보다도 훨씬 깊다. 얼마 전 측정했던 샤프 아쿠오스 GX 모델의 경우 0.007 fL가 나왔다. 쿠로 5010은 이 보다도 더 낮은 블랙 레벨이다. 파이오니아의 직전 모델인 7세대 패널의 5000EX 50인치의 피크 블랙 밝기가 0.032 fL 였다. 비에라는 물론이고 칸느보다도 높은 블랙 레벨이다. 그래서 파이오니아 플라즈마 TV가 색감과 계조는 좋으나 오로지 블랙이 문제였다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0.032 fL가 0.002 fL가 되었다. 산술적으로 보면 1/16이 된 것이다. 상전벽해(桑田碧海)라고 하면 좀 과장된 표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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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프 AQUOS PRO 전시모습

필자가 본 플랫 패널 제품 중에 블랙이 가장 안정된 제품은 프로용 방송 모니터인 샤프의 "메가컨트라스트" Aquos Pro와 소니의 BVM-L 시리즈이다. 약 3000~6000만원 대에 이르는 이들 제품을 제외하고 필자는 쿠로 5010보다 더 깊은 블랙의 플랫 패널 직시형 TV를 본 적이 없다. (※ 유감스럽게도 이종식님의 전언(傳言)에 의할 때 블랙이 0.000 fL가 나온다는 삼성의 LED 보르도는 필자가 아직 시청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고정 ON/OFF 명암비를 대충 계산해보자. 전술(前述)한 바 제조사 측이 제시하는 스펙 상의 명암비와는 거리가 먼, 보다 더 실효적인 고정 명암비 수치이다. 삼성 칸느 50인치가 약 750:1, 파나소닉 비에라 50인치가 약 970:1, 그리고 비에라 42인치가 1350:1 정도 나온다. (비에라 42인치의 경우 1366x768 패널 제품인데 캘러브레이션 이전에는 2314:1 (27.77 fL/0.012 fL) 까지 나오기도 했다.) 한편 파이오니아 5000EX는 고정 ON/OFF 명암비가 640:1 정도였다. 이에 비해 쿠로 5010의 고정 ON/OFF 명암비는 무려 9117:1가 나온다. 정말 이례적인 수치이다. 수치가 곧 영상의 품질을 결정해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누누히 설명해온 필자이지만, 일단 이 정도의 격차가 난다면 쿠로 5010이 경쟁제품에 비해 월등히 블랙이 깊고 안정적으로 나타나는 이유의 방증자료로 수치를 인용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파이오니아 측에서는 이전 7세대 제품(5000EX)의 명암비를 4000:1, 새로운 8세대 제품(쿠로)의 명암비를 5배인 20000:1이라고 밝힌바 있다. 제시된 수치는 실험실 수치이니까 믿을 수 없지만 명암비가 5배 이상 높아진 것은 사실로 봐야 할 것 같다. (일단 위 고정 명암비만 놓고 보면 5배가 아니라 15배 가량 좋아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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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니 BVM-L230 LCD 모니터

여기서 잠시 옆으로 빠져 고정명암비 측정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해 보자. 모든 디스플레이 기기들은 동일한 화면 하에서도 시간이 지나면 계속 밝기가 조금씩 바뀐다. 예를 들어 100 IRE Full Field White 패턴을 띄우면 브라운관 TV의 경우 변동폭은 작지만 거의 끊임없이 밝기가 수시로 바뀐다. 반면 고정 화소 플랫 패널 TV의 경우는 밝기가 일정한 방향으로 변하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고정이 되는데, LCD TV는 처음보다 나중이 더 밝아지고 플라즈마 TV는 반대로 처음이 더 밝고 시간이 지날 수록 밝기가 떨어진다. 그리고 고정화 될 때까지 경과되는 시간이 LCD TV는 긴 편이고 플라즈마 TV는 상대적으로 짧은 편이다. 0 IRE Full Field Black 영상을 띄울 경우 브라운관은 당연히 밝기가 가장 안정적으로 변화가 없게 마련이고, 고정화소는 LCD, 플라즈마 모두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밝기가 떨어지는 추세로 나가는데 이 때에도 역시 플라즈마는 안정화되는 시간이 짧다.

쿠로 5010 역시 풀 필드 화이트는 처음에 19.18 fL (65.7 cd)가 측정 되었지만 1~2초 후에는 16.0 fL로 내려갔다. 블랙도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0.004 fL (0.013 cd)가 나왔다가 1~2초가 지난 뒤 0.002 fL (0.006 cd)까지 떨어진다. 이런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성급하게 데이터를 얻으려고 할 때 오(誤) 측정 자료가 나오기 쉽다. 1~2초를 더 기다리지 않고 측정한 자료에 의하면 쿠로 5010의 고정 ON/OFF 명암비는 5054:1 (65.7cd/0.013cd)가 나온다. 이 수치도 대단한 것이지만 위에 언급된 9117:1 과는 또 느끼는 정도가 다르다.

이 현상에 대해 UAV의 편집장인 토마스 J 노턴은 "영상은 TV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화면 속 그림은 지속적으로 계속 바뀌게 마련이니까, 처음 1~2초의 '순간 측정 자료'가 더 유효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필자는 의견을 달리한다. LCD TV나 고정화소 프로젝터처럼 램프를 이용하는 디스플레이 기기의 경우, 광원의 밝기가 안정되려면 화면이 바뀐 뒤 길게는 10여분 이상이 걸리기도 한다. 이 경우라면 TJ 노턴의 말이 맞다. 인디아나 존스가 TV의 화면 밝기가 안정될 때까지 달리는 것을 멈추지는 않을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플라즈마는 경우가 좀 다르다. 플라즈마 TV는 밝기가 수초 안에 안정이 된다. 그런데 대부분의 영상의 샷(Shot)은 광고(CF) 영상이 아닌 이상, 대개 수 초 이상은 유지된다. 따라서 CRT나 플라즈마 같은 자기 발광식 디스플레이 기기는 측정을 좀 더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

다시 기기 이야기로 돌아가자. 보통 고정 명암비보다 더 유의미(有意味)한 자료로 인용되는 것이 안시 명암비이다. 보다 더 실제 영상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것은 LCD TV나 프로젝터에 한해서 그렇다. 플라즈마 TV는 그렇지 않다. 앞서 말씀 드렸듯이 화면 전체에서 밝은 부분이 차지하는 면적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화이트의 밝기가 널을 뛰기 때문에 안시 명암비는 전혀 쓸모없는 수치일 뿐이다. 따라서 쿠로 5010 역시 안시 명암비는 거론하지 않기로 하겠다.


블랙을 낮춘 힘

파이오니아 쿠로 5010이 단점이던 블랙을 일거에 강점으로 바꾼 것을 앞서 살펴 보았다. 그렇다면 궁금증이 생긴다. 도대체 파이오니아의 8세대 패널이 7세대 패널과 어떻게 다른 것이길래 그렇게 큰 변화를 끌어낼 수 있었던 것일까?

플라즈마 기술은 방전(放電)과 발광효율에 대한 것이 핵심이다. 발광효율을 높이기 위해 방전 방식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또 패널 구조를 어떻게 뜯어 고칠지 그 동안 부단한 연구가 있었다. 파이오니아는 그 동안 세대가 바뀔 때마다 크고 작은 선도적 기술을 선 보였다. 지금은 대부분의 업체들이 채택하고 있는, 전극을 T자(字)형으로 만들어 발광효율을 증대 시키는 방식도 파이오니아에서 처음 사용한 것이다. 또 파이오니아는 와플 타입의 Cell 구조를 처음 개발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기존의 Cell은 주로 스트라이프(Stripe) 타입 일색이었다. 이 것을 립(Rib) 타입, 즉 셀 사이의 격벽을 우물 정(井)자(字) 모양의 Waffle 형태로 바꾼 것이다. 와플 형태가 되니까 위, 아래의 셀에서 빛이 새던 것을 크게 막을 수 있어 발광효율이 크게 증가되었다. 이렇듯 파이오니아가 보여준 그 동안의 업적은 만만치 않은 것이었다.

파이오니아는 8세대 패널이 블랙을 크게 낮출 수 있었던 이유를 다음의 두 가지로 요약해 설명한다. (1) 하나는 미소방전(微小放電)을 크게 억제 시키는데 성공한 새로운 전압방식 때문이고, (2) 다른 하나는 새로운 다이렉트 컬러 필터의 적용 했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가 핵심기술이다.

우선 미소방전(微小放電)에 부터 살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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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세대 패널의 미소방전 억제 구조 (자료제공: 파이오니아)

위 그림 중 좌측은 이전 7세대 패널, 우측은 8세대 패널이다. 이전 패널은 발광이 되지 않는 Black 상태에서도 미소방전으로 인한 빛이 약간 남아 있었다. 물론 위 그림에는 안 그런 것처럼 그려졌지만 8세대 새 제품에도 미소방전은 여전히 있다. 그런데 그 빛의 양이 7세대에 비해 엄청나게 줄어든 것이다. 이게 블랙을 가라 앉힌 일등공신이다.

그런데 '미소방전'(微小放電)이란 게 도대체 뭘까? 한자(漢字)를 그래도 뜻 풀이하면 "극히 작은 방전"이란 뜻이 된다. 독자들도 아시다시피 플라즈마는 방전을 통해 자체 발광을 한다. 각각의 방전은 같은 밝기를 갖는다. 단, 이 방전이 초당 몇 번 이루어지는지 그 횟수에 따라 각 픽셀의 그 순간의 밝기가 결정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0% 블랙 신호가 들어오면 모든 픽셀은 방전을 완전히 멈추어야 한다. 브라운관 TV는 블랙 신호 때 아예 주사(査)를 안 한다. 플라즈마도 그렇게 하면 깨끗할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플라즈마는 브라운관 보다 반응이 느리다. 언제 어느 정도의 시그널이 떨어질 지 알 수가 없다. 방전을 완전히 멈춘 상태였다가는 시그널이 들어오면 재빨리 반응해 방전 상태로 돌아설 수가 없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플라즈마는 0% 블랙 신호라 하더라도 방전을 완전히 멈출 수는 없고, 최소한이라도 꾸준히 방전을 하고 있어야 한다. 일종의 "준비상태"인 것이다. 이 최소한의 준비 상태의 방전이 바로 '미소방전'(微小放電)이다.

미소(微小)한 양이라고 해도 방전은 방전이므로 당연히 이 때에도 빛이 생긴다. 즉, 블랙이 진짜 블랙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이때 생기는 조도(照度)를 영어로 idle luminance 라고 한다. (idle luminance로 인해 백 그라운드 블랙이 마치 검은 색 바닥에 빛이 반사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세칭 "black floor" 라고 부르기도 한다.) 결국 idle luminance를 줄이는 것, 미소방전을 줄이는 것이 포인트이다.

파이오니아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8세대 패널에 쓴 방법은 두 가지이다. 우선 (1) 전자발생원을 Cell 내부에 하나 더 두었다. 위 그림에서 보듯이 R,G,B 각각의 Cell 마다 전자발생원이 Cell 외부(위쪽)에 하나, Cell 내부(아래쪽)에 하나씩 두 개를 둔 것이다. 그 다음에 (2) 고순도의 클리스털층을 에미션 재료로 해서 윗면 기판(Front Plate)의 맨 아래층에 하나 덧 대었다. 아래 그림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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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오니아 쿠로 플라즈마 패널의 구조도이다. 플라즈마 패널은 크게 앞면과 뒷면으로 공정이 크게 나뉘어 따로 따로 제작이 된 뒤 마지막에 합치는 식으로 진행이 된다.(모든 회사가 다 그렇다.) 위 그림에서 윗 쪽에 해당되는 부분이 앞면으로 우리가 TV를 볼 때 마주하게 되는 부분이다. 앞면은 유리기판 위에 금속막을 씌우고 다시 그 위에 Photo Resist와 Mask를 덧대어 유전체(誘電體)층을 만들고 다시 그 위에 산화 마그네슘(MgO)으로 된 보호막을 씌우는 식으로 여러 겹이 덧대어진다. 앞 면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은 모두 전극을 형성하는 작업(보통 우리가 Photo Lithography라고 부르는)에 소용이 된다. 그 맨 마지막 보호층에 고순도 크리스털층을 하나 더 붙인 것이 파이오니아 8세대 패널의 특징이다. 공정 상으로는 Front Plate의 맨 위에 붙이는 것이지만, Cell이 있는 Back Plate와 서로 맞 붙이기 위해 Front Plate를 뒤집게 되면 이 크리스털 층은 Cell 바로 위의 천정부분이 된다.(그림 참조)
 
Cell 내부에 전자발생원을 하나 더 두고 이 전자발생원에 대응하여 고순도 크리스털 층을 추가시킨 방법은 종전에 비해 압도적인 수준으로 방전 속도를 빠르게 만들어 주었다. 다시 말해 전보다 idle luminance의 양이 적어도 시그널이 들어왔을 때 재빠르게 대응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감독이 도루 싸인을 냈을 때 달리기가 느린 주자(走者)는 리드를 크게 잡아야 한다. 그만큼 견제구에 죽을 확률도 높다. 달리기가 빠른 주자는 굳이 리드를 크게 할 필요가 없다. 마찬가지로 쿠로 5010도 방전 속도가 빨라졌으니 굳이 예비용 방전의 양이 많을 필요가 없다. 이를테면 방전의 질(質)을 개선시켜 양(量)을 대처 시킨 셈이다. 파이오니아 측에서는 미소방전(微小放電)의 양이 종전의 1/5 수준으로 줄었다고 밝히고 있다.

8세대 패널의 두 번째 특징은 새로운 다이렉트 컬러 필터의 적용이다. 앞서 살펴 본 미소방전(微小放電)을 줄이는 방식은 블랙을 내부에서 구조적으로 억제 시키는 방법인 셈이다. 이에 반해 다이렉트 컬러 필터외부에서 들어오는 반사광을 걸러내어 사용자가 가시적으로 블랙을 더 안정적으로 느끼게 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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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에서 보듯이 기존 패널은 유리식 전면 필터를 사용해왔다. 유리와 공기층으로 형성된 유리식 전면필터는 외광(外光)을 받아서 반사 시키는 양이 꽤 많은 편이었지만, 새로 채택된 다이렉트 컬러 필터는 외광을 상당량 커트 시켜 반사되는 양이 크게 줄었다. 또 외부에서 오는 빛 말고 내부의 셀에서 나오는 빛(영상 신호에 의한 발광)에 대해서도, 기존의 유리식 전면 필터는 빛이 나오면서 공기층에서 산란이 되어 안쪽으로 한 번 역반사가 되고, 다시 바깥유리를 통과할 때 한 번 더 일부가 역반사가 되어 버린다. 이들 역반사되는 잡광들도 블랙을 들뜨게 만드는 주 요인 중 하나가 된다. 반면 새로 채택된 다이렉트 컬러 필터는 내부에서 나오는 발광에 대한 통과율을 크게 높여 역반사 되는 빛을 거의 다 잡았다.

지금까지 파이오니아 쿠로 5010의 핵심 포인트인 블랙과 새로운 패널의 구조에 대해 살펴 보았다. 2부에서는 쿠로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기능들을 살펴보고 각각의 성능에 대해 평가해보기로 하자.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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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if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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