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4. 16. 17:42

posted by 최 원태

"생존자"는 결국 XDCAM HD?


바다 건너 미국의 CBS 방송국 이야기이다. "Survivor"라는 프로그램 아실 것이다. 고립무원의 장소에 떨어 뜨려 놓은 남녀노소의 군상들이 최후의 생존자가 되기 위해 야단법석하는 것을 보여주는 리얼리티 쇼이다. 미국 내에서 대단히 높은 인기를 얻고 있고 요즘은 비슷한 아류작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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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그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촬영 시스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Survior"가 벌써 열일곱번째 시즌이라고 한다. 그런데 Survivor의 시즌 17은 소니의 XDCAM HD 시스템으로 촬영이 된다고 한다. 촬영은 올 여름에 시작되고, 프리미어 에피소드는 가을에 보여질 예정이라고 한다.

프로그램의 성격 상 이동성이 좋은 카메라가 필요할텐데, 이제까지는 기존 장비-소니 베타캠 시스템을 사용해 왔던 모양이다. 그런데 이번부터 XDCAM HD를 이용해 리얼 HD로 촬영하고 또 현장 데크 시스템도 동일 시스템으로 간다고 한다.

HD 영상 보급의 견인차, 소니 HDR-FX1

소니에서 HDR-FX1을 발표한 것이 아마도 2005년 봄 쯤 아니었나 싶다. 당시 FX1이야말로 HD 영상의 보급화를 이끌 견인차라고 평하면서 자못 들떴었던 필자의 모습이 기억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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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FX1과 영상부는 동일하지만 여러 부가 기능을 탑재해 프로용에 조금 더 가깝게 만든 Z1이 출시되었다. 말이 프로용이지 사실 가격대는 일반 민수용 기기로 감안해도 충분할 만큼의 낮은 가격대였다. 이게 시작이었다. 그 후 파나소닉, 캐넌 등이 합류해서 "가정용인지 프로용인지 구분이 애매한 수준"의 비디오 카메라가 붐을 이루기 시작했다.

FX1은 방송용으로도 적잖이 사용되었다. 산악지방 다큐를 찍을 때 무거운 ENG 카메라 대신 가볍고 쉽게 들고 다니면서 HD급 고화질의 영상을 촬영할 수도 있고, 메인 카메라에 덧붙여 보조 카메라 역할도 충분히 할 수 있다. FX1은 가볍고 싸고 화질이 좋다는 이유로 급속히 사람들 사이에 퍼져 나갔고, 필자는 2000년은 "보는 HD 영상"의 기점으로, 2005년을 "찍는 HD 영상"의 기점으로 언급하기도 했었다. (※ 물론 FX1의 HD 영상은 방송용 HD 카메라의 HD 영상과는 동급은 아니다. 암부 해상도, 동화상 윤곽, 디더링 노이즈 등등 세부적인 사항으로 가면 비교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밝은 야외에서 움직임이 적은 장면만 가지고 따지면 가격대가 상상이 안 갈 만큼 놀라운 화질 성능을 보여준다. 방금 전 언급한 성격의 화면으로 주로 구성된, KBS의 "걸어서 세계로" 시리즈가 FX1을 자주 사용한 점을 참고해두자.)

생각해보라. 1080p 해상도의 HD급 영상을 구경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개무량하던 것이 엊그제인데, 이제는 내가 마음대로 무한량 내 주변의 모습을 HD급으로 촬영할 수 있다고 하니...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HD 컨텐츠는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이고, 우리는 자신이 찍은 가정용 영상보다도 화질이 떨어지는 방송 프로그램을 보면서 코웃음을 치게 될 것이다. HD 컨텐츠들이 늘어나면 자연히 영상과 관련된 전자제품들도 수준이 높아질 것이고, 방송 컨텐츠의 HD화(化)도 보다 박차를 가하게 될 것이다. 한 마디로 사람들이 전보다 훨씬 더 "화질에 민감해지는 현상"이 강화될 것이다. 이건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시청자가 까다로와져야 기술이 발전한다.)

그게 벌써 3년 전 일이다. 최근 소니는 FX1의 후속기종으로 FX7을 새로 발표했다. 가격대가 좀 높아지기는 했지만, 놀랍게도 렌즈 컨버터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전송률이 다소 떨어지기는 하지만 디지털 메모리 미디어에 저장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물론 아직도 주요 저장매체는 6mm짜리 Mini DV이다.

소니의 CineAlta 제품들

이쪽 분야의 선두주자인 소니가 XDCAM 방식을 선보인 것은 비단 근자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 동안은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먼 당신'이었다. 비쌌고 실력에 대한 검증도 아직 미지수였다.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소니가 적극적으로 밀기로 한 것 같다. 앞으로 프로용은 물론이고 고품격 방송용 장비도 모두 XDCAM HD시대로 돌입할 가능성이 꽤 커보인다. 조금 더 과평가하자면 어쩌면 가정용 비디오 카메라 시장까지도 XDCAM으로 대체될 지 모르겠다. 그만큼 소니가 XDCAM에 걸고 있는 기대가 크고, 또 실제로 XDCAM HD는 그만큼의 뛰어난 장점들을 여럿 가지고 있다.

아래 사진을 보자. 그 유명한 소니의 F900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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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 모델명은 Sony CineAlta HDW-F900R이다. 스타워즈 에피소드를 비롯해 우리가 알고 있는 상당수의 디지털 영화들이 이 카메라로 촬영이 되었다. 24p 촬영이 가능하고 1920x1080 해상도 촬영이 가능하다. 이런 류의, 기존의 35mm 카메라를 대체하여 영화 촬영에 사용될 수 있는 카메라를 소니에서는 자체적으로 CineAlta 시리즈로 통칭한다.

위의 HDW-F900R은 명기(名器)이다. 가격대도 본체만 8만불이고, 보조장비까지 갖추면 10만불도 훌쩍 넘어간다. 조지 루카스는 스타워즈 프리퀄 트릴로지를 이 제품과 후속 모델 HDC-950을 이용해 촬영했다. 아래 사진에 보이는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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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900과 F950은 일장일단이 있다. F900은 8만불, F950은 12만불인가 한다.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10만불짜리 HDC-1000W/1500L 모델도 추가 되었다. 이들 모두가 소니의 CineAlta 계열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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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일단 CineAlta 로고가 붙으면 일단 그건 "최상(最上)"이고 "최고(最高)"이며 넘볼 수 없는 가격대의 "그림의 떡"으로 간주되어 왔다.

그런데 XDCAM HD가 보편화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CineAlta 시리즈가 분화(分化)하기 시작했다. F900, F950 등과 같은 기존 제품을 CineAlta HDCAM이라고 부르고, 이와 별도로 PDW-F355, PDW-F335, PMW-EX1 과 같은 제품을 CineAlta XDCAM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둘 다 1920x1080, 디지털 방식의 HD 영상으로 기록이 가능하지만 전자(前者)는 테이프를 저장 미디어로, 후자(後者)는 SxS 같은 플래쉬 메모리를 저장미디어로 사용한다. 카메라로서의 완성도는 전자가 앞서지만, 후자는 새로운 기술이고, 가격이 훨씬 저렴하며 또 사용하기가 편하다.

XDCAM 시대의 도래

앞서 예로 든 "Survivor"가 XDCAM 중 어느 모델을 사용하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지금 XDCAM HD의 선봉장은 단연 작년 말에 출시된 PMW-EX1이다. 2005년에 FX1이 프로용 장비에서 했던 역할을, 2008년에 EX1이 방송용 장비 분야에서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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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W-EX1은 가격대가 700~800만원대이다. (가격은 수시로 바뀌니 정확히는 알 수 없다.) 민수용 제품으로는 꽤 비싼 금액이지만, F900처럼 1억원 전후의 "그림의 떡" 수준은 결코 아니다. 이 정도면 성능을 감안할 때 파격적인 금액이다. 오디오나 AV 매니아 중에는 다소 좀 비싼 프로젝터나 파워 앰프 하나 사는 셈 치고 욕심을 내볼만도 하다. 하지만 성능은 앞서 말한대로 CineAlta 로 분류될 수준이다. 기존 FX1, Z1 급 보다는 일단 화질에서 훨씬 앞선다. 어두운 장면에서는 전문 조명 기구의 도움이 필요 하겠지만, 전체적으로 어지간한 전문 영화를 촬영해도 그다지 아쉬울 것이 없겠다. 밝은 장면으로만 따지면 억(億) 소리나는 HDCAM과도 비교해도 그다지 뒤지는 느낌이 들지 않을 만큼 우수한 화질이다.

우리가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MiniDV 기록 방식의 캠코더들은 해상도가 1440x1080이다. 가정용 캠코더 중 HD급이라고 하는 것들이 다 1920x1080의 16:9 방식이 아닌 1440x1080의 4:3 포맷이다. 이 것을 1920x1080으로 잡아 늘려 표현하는 것이다. 그러나 XDCAM은 그럴 필요가 없다. 1920x1080 리얼 HD 해상도이며, 24p 필름 프레임을 지원한다.

그러나 XDCAM의 진수는 저장 미디어로 SxS 플래쉬 램을 사용한다는 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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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xS 플래쉬 램은 Express Card 형태의 메모리이다. (노트북 중에는 Express Card를 꽂을 수 있는 슬롯을 가진 기종들이 더러 있다.) Express Card는 PCMCIA 와 비슷한 크기로, SxS 플래쉬 램을 노트북의 Express Card Slot에 넣으면 그대로 데이타를 옮길 수 있다.

SxS 메모리는 넌리니어 방식의 저장방식이기 때문에, 방금 촬영한 영상을 그 자리에서 즉시 확인하고 또 그 자리에서 즉시 편집, 삭제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테이프 방식이라면 앞으로 돌리고, 뒤로 돌리고 성가신 작업이 따르기 때문에 대부분 그냥 여러 번 반복 테이크를 가져가고 나중에 일괄편집을 하지만, SxS 방식은 메모리 방식이기 때문에 방금 촬영한 영상을 그 자리에서 직접 확인한 뒤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샷만 선택해서 즉시 지워버릴 수 있다.(메모리에는 샷 단위로 저장이 된다. 즉, 레코드 스타트 버튼을 누르고 그 다음 스탑 버튼을 누를 때까지가 한 샷이다.) 이 방식을 쓰게 되면 필요없는 장면을 그 자리에서 지우고 다시 찍게 되니까, 촬영의 완성도 높일 수가 있게 되고, 메모리의 저장 공간도 크게 줄일 수 있게 된다.

또한 SxS 메모리 방식은 디지털 넌리니어 형태로 저장이 되기 때문에, 테이프를 사용하는 HD 캠코더 처럼 촬영한 것을 실시간으로 캡쳐를 받는 번거로움이 없다. 그냥 곧바로 편집 프로그램에서 불러내 쓸 수가 있는 것이다.

PMW-EX1을 예로 들 때, 촬영 해상도는 1920x1080 24p로 초당 35Mbps의 MPEG-2 화질 저장이 된다. 상당히 높은 고화질 스펙이다. MPEG-2 방식이라는 점이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35Mbps 고정 전송률은 대단한 수준의 고화질급이다. 전송률이 높다 보니 움직임도 상당히 자연스럽다. 해상도도 아주 좋다. 소니가 자신들 고유의 Memory Stick 방식을 채택하지 않은 이유는, 그 방식으로는 35Mbps의 고용량 HD를 전송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XDCAM 도 아직 과제가 많이 남아 있다. 우선 아직은 부속 장비가 너무 비싸다. 특히 SxS 카드의 경우, 16GB라고 해야 1시간 남짓 촬영할 수 있는 분량인데 메모리 가격은 100만원에 육박한다. 아직 리니어 CineAlta 시리즈 만큼의 제품 완성도를 갖추고 있지도 못하다. 아직은 태동 단계에 불과하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결국 흐름은 이쪽이다. 단지 남은 문제는 "시간"일 뿐이다. 가격대 역시 마찬가지이다. 필자는 이런 생각을 한다. 어쩌면 XDCAM HD 카메라의 보급화가, 민수용 가정용 캠코더와 극장/방송용 비지니스 카메라의 경계를 허물고 일체화 시키는 교두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어째 꼭 그럴 것만 같다.

(최 원 태)

Posted by hif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