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4. 29. 23:49

베일을 벗은 마크 레빈슨 No.502 미디어 콘솔 :

지난 4월 18~20일 코엑스에서 열렸던 2008 EYER SHOW. 많은 업체에서 다양한 종류의 관심이 가는 제품들을 발표했지만, 그 중 유독 눈에 뜨였던 제품이 하나 있었다. Mark Levinson No.502 Media Console. 하이엔드 AV 애호가라면 누구나 한 번쯤 궁금해하고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을 그 제품이다. 출시된다는 소식이 이전부터 들리기는 했었는데, 정작 제품 실물이 그렇게 빨리 국내에 공개될 줄은 몰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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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MI를 주 매개로 하는 새로운 포맷의 AV 오디오 시대가 열리면서 요즘 AV 앰프 시장이 굉장히 분주하다. 야마하, 데논, 파이오니아, 소니, 온쿄, 마란츠 등으로 대표되는 일본제(製) AV 리시버 시장은 이미 수개월 전부터 본격적인 HDMI 지원 앰프들을 앞 다투어 내 놓기 시작했다. 하이엔드 제품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국, 영국 제품들은 항상 한 박자가 늦는다. 제품의 가격이나 성능면에서는 일본제 리시버보다 몇 단계 위이지만, 회사 규모 면에서, 그리고 양적인 시장 수요 측면에서는 하이엔드 브랜드들은 마이너급이다. 항상 시장이 흘러가는 것을 한참 지켜본 뒤에 서서히 움직이는 버릇이 있다. 그래서 하이엔드 AV 기기 사용자들은 항상 갑갑증을 앓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제 시장의 흐름이 어느 정도 방향을 잡아 나가는 것처럼 보이자, 하이엔드 명가(名家)들도 서서히 기지개를 켜기 시작하고 있다. 할크로, 클라세, 메리디안, 마크 레빈슨, 크렐, 코드, 렉시콘 등등 잘 알려진 하이엔드 업체들이 현재 HDMI를 지원하는 AV 프로세서를 열심히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하이엔드 브랜드 중 하나인 마크 레빈슨이 이렇게 일찌감치 HDMI 지원 AV 프로세서를 발표하게 된 것은 참으로 이례적인 일이다. 전례(前禮)를 보면 마크 레빈슨은 항상 타사(他社) 제품들보다 반박자 늦게 제품을 발표하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용어 정리 : AV 프로세서, 사운드 컨트롤러, 미디어 콘솔...

여기서 잠깐 용어(用語)를 정리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겠다. 지금 소개하는 제품의 명칭은 마크레빈슨 No.502 미디어 콘솔(이하 ML502)이다. 미디어 콘솔(Media Console)이란 명칭은 보통 방송장비에 사용되는 것으로 ML40ML502에서만 유독 사용될 뿐, 일반적인 통용어가 아니다. 그냥 일상적인 용어로 바꿔 표현하면 ML 502는 "AV 프로세서"이다.

AV Processor를 지칭하는 또 다른 용어들이 많다. Sound Controller, AV Controller라고 칭하는 브랜드도 있다. 어떤 업체는 아예 AV Pre-Amplifier라고 하기도 한다. 사실 그렇다. 2채널 개념으로 따지면 AV 프로세서는 프리앰프에 해당된다. 2채널이 아닌 멀티 채널 프리앰프인 셈이다. 그런데 사실은 일반적인 프리앰프보다는 조금 더 복잡하다. 멀티채널도 멀티채널이지만, 압축/비압축 DSP 디코더와 다양한 종류의 음장 프로세서를 갖추고 있어야 하고, 게다가 영상 스위처 또는 업스케일러 역할도 해야 한다. 그래서 Processor라는 용어를 쓰는 것이다. 흔히 비디오 프로세서라고 하면 업스케일링, 스위칭, 트랜스코딩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파루자, DVDO, 루마겐 같은 제품을 가리킨다. 하지만 오디오 프로세서라는 명칭의 독립형(Stand Alone) 제품은 없다. 어떤 제품 안에 오디오 프로세서 파트가 있는 포함되어 들어 있는 타입이다. 모든 AV 프로세서들은 오디오+비디오 프로세서 두 가지 기능을 다 갖추고 있다. 따라서 Sound Controller도 바른 명칭이 아니다. AV Processor가 가장 적당한 용어인 것이다.

그런데 "Media Console"은 또 뭔가? 마크 레빈슨은 ML 40 시절에도 이 명칭을 썼었다. 비디오 파트도 오디오 파트 못지 않게 신경을 써서 만들었으니 알아달라는 뜻일까? 아무튼 마크 레빈슨만이 이런 호칭을 쓴다.  하지만 독자들은 헷갈리지 않으시기 바란다. 그냥 흔히 우리가 말하는 AV Processor이다. 미디어 콘솔이라는 새로운 종류의 제품군(群)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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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502와 ML 40
 
ML502의 전신(前作)은 잘 알려져 있는 ML40이다.(좌측 사진) 멀티채널, 2채널 프리앰프 모두 탁월한 성능을 보였던 제품이지만 대신 가격 또한 최고가(最高價)였다. 얼마였던가 3만불이었던가? 더 되었던가?

ML40에 대한 불만 중 가장 큰 것이 비디오 부의 기능이 구태의연하고 제한적이라는 점과, 굳이 덩치 큰 두덩어리 제품으로 만들 필요가 있었는가 하는 것이었다. 반면 발빠르게 HDMI 에 대응했던 점과 동종 제품 중 최초로 LCD 모니터 창을 사용한 것은 크게 호평을 받은 요소였다. 물론 음질은 명성에 어울리는 최상의 퀄러티를 보여 주었다.

이번 출시되는 ML502는 두 덩어리를 한 덩어리로 묶었고, LCD 모니터 창을 7인치로 사이즈를 대폭 키웠다. HDMI 입력을 6개, 출력을 2개를 장착했다. ML40의 장단점을 고루 수렴한 셈이다.

ML502는 5월 중순 경 정식 출시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제품의 MSRP가 얼마인지는 아직 모른다. 물론 국내에 출시가격 역시 미정(未定)인 모양이다. 아마도 비쌀거다. 어림짐작으로도 어마하게 비싸지 않을까 예측된다. 아니었으면 좋겠지만 말이다. 전작인 ML40은 필자가 아는 범위에서, "가장 가격이 비쌌던 AV 프로세서"였다. 따라서 ML502도 그 대를 이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 이건 Harman이 짐짓 노리고 들어가는 고의적인 제품 포지셔닝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높은 가격대를 붙임으로서 일종의 황제 이미지, 최고급 명품 이미지를 만들려고 하는 하이엔드 업체들의 전략이, 사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무척 얄밉다. 사실 비싸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또 비싼 만큼 성능이 꼭 비례하는 것도 아니다. 허울좋은 제품들도 많다. 하지만 그 주체가 "마크 레빈슨" 쯤 되고보면 일단 비난만 할 수는 없게 된다. 이 브랜드를 달고 나온 제품들 대부분이, 가격 부분에서는 고개를 젓게 만들다가도, 막상 성능에서는 어쩔 수 없이 다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고 만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ML 40이 바로 그랬다. 가격도 비쌌고, 기능도 갖추지 못한 것이 더러 있었지만, 기기의 가장 본질적인 요소라 할 수 있는 "음질적 특성" 부분에 들어가면 불평을 계속하기 멋적어 질 만큼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 이런 점 때문에 마크 레빈슨을 비롯해 오디오파일들이 공인(共認)하고 있는 몇몇의 하이엔드 브랜드들이, 말도 안 되는 가격을 제품에 붙이면서도 여전히 콧대를 세우게 되는 것이다. (사실 세상에는 가격만 비싸고 성능은 턱이 없는 허울좋은 제품들도 많기는 하다.)
 
반쪽 자리가 된 '제품 살펴보기'

아무튼 오디오/AV 파일들이 ML502에 관심을 갖게 되는 이유 중 하나는 분명히 이 제품이 가장 비싼 AV 프로세서가 될 것이고, 그렇다면 '마크 레빈슨'이라는 브랜드의 신뢰도를 등에 업은 이 초고가의 제품이 어떤 성능을 내 줄 지 궁금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유감스럽게도 정작 ML502의 오디오적 성능을 평가할 기회를 잡을 수 없었다. 낭패였다. "아이어쇼"에 전시되었던 제품은 미국 본사에서 잠시 빌려준 제품이었던 모양이다. 수일 내로 반환 시켜야 할 물건인데 짧은 틈을 타서 하이파이넷 필진에게 제품을 공개해 주었다. 그런데 제품의 전압 정보가 잘못 전달되어 그만 밸런스 출력 부분에 이상이 생겨 버렸다. 낮은 볼륨으로는 구동이 되지만, 80dB 이상은 청취가 불가능했다. 결국 음질 테스트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비디오 부를 비롯해 ML502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기능과 외관은 찬찬히 오랫동안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내부 기판도 살펴 볼 수 있었다.

디자인과 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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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부 외관부터 살펴보자.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전면의 LCD 창이다. ML40보다 훨씬 커졌다. 7인치 액정이다. 그런데 전체적으로는 마크 레빈슨의 기존 디자인과 형태는 같아 보이는데, 뭔가 느낌이 좀 다르다. 유심히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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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 패널의 질감과 색상이 약간 바뀌었다. 기존 제품과 동일한 그레이 톤이지만 더 밝은 편이고, 패널의 질감도 조금 더 단순해졌다. 어찌보면 새 모델이 더 세련되어 보이고 어찌보면 예전 모델이 더 품위 있어 보이기도 한다. 새시의 두께가 꽤 두껍다. Harman社의 설명에 의하면 ML502의 새시는 RF 노이즈를 차단하기 위해 이중 차폐 구조로 만들어 졌다고 한다.

전원을 켜면 전면 하단의 Mark Levinson 로고에 불이 들어온다. (아래 사진 좌측) 전면 상판 모서리 부분을 보자. 여러 가지 로고가 보인다. 돌비사와 DTS 사의 로고가 있고 HDMI 로고도 보이는데, 엇, 저건... Logic 7 로고네? 좀 뜻 밖이다. 마크 레빈슨에 웬 Logic 7 로고? 하지만 생각해보니 뜻 밖일 것도 없다. 아시다시피 Logic 7은 렉시콘을 유명 제품으로 이끄는 데 큰 역할을 했던 전매특허 음장모드이다. 렉시콘과 마크 레빈슨은 예전에는 소속 회사가 달랐다. 물론 모(母) 회사는 똑같은 하만 그룹이었지만, 소속 계열사가 달랐던 것이다. 그래서 ML 40에는 로직 7이 없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지금은 두 브랜드가 같은 회사(Harman International) 소속이다. 따라서 스스럼 없이 Lexicon의 전용 음장모드를 채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없어진 것도 있다. THX Logo이다. ML40은 THX 모드가 매 음장마다 붙어 있었고 효과도 확실했다. 그런데 ML502는 THX Logo도 없고 실제로 음장 모드에서 THX 모드가 빠져있었다. 아마도 THX 인증을 받지 않은 것 같다. 아쉬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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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드렸듯이 로직 7은 렉시콘의 전성 시대(DC-1, DC-2, MC-1, MC-12 등)를 이끌었던 핵심 기술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로직 7과 마크 레빈슨 프로세서는 쉽게 연결이 지어지지 않는다. 로직 7이 가미되어 나쁠 것은 없겠지만, 그로 인한 득(得)보다는 THX 모드가 사라진 실(失)이 어쩐지 더 커 보인다. ML40의 음질적 특성을 예로 들어 따진다면, 마크 레빈슨 앰프는 로직 7 처럼 화려한, 폭 넓게 펼쳐지는 스테이지 능력보다는, 농밀하고 무게감 있게 조여오는 THX 가미 모드가 더 어울리기 때문이다.

입출력 단자

제품 뒷면 사진을 보자. 사진을 클릭하면 더 확대된 화면으로 단자들을 살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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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복잡해 보인다. 맨 윗줄을 1행이라고 하자. 모두 5행으로 되어 있다. 1행 좌측부터. 컴포지트 영상 입력단 3계통, S-Video 영상 입력단 3계통, 컴포넌트 영상 입력단 4계통이 있다. 마지막 4번 컴포넌트는 BNC 단자이다.

다음 2행. HDMI 입력 6계통, 출력 2계통이 있다. 출력 2개는 각기 독립적인 세팅이 가능하다. 하지만 동시출력은 안 된다. 그 옆에 모니터 아웃(컴포지트)이 있고, 컴포넌트/RGBHV 겸용 아웃 단자가 있다. 그 옆에 RJ 형태의 RS-232 포트와 Ethernet 단자가 있다. Ethernet 단자를 통해 마크 레빈슨이 새로 구축할 예정인 ML.COM에 다이렉트 접속해 업데이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3행 좌측부터. 디지털 오디오 입력 부이다. Coaxial 6개, Optical 3개. 그리고 Balanced 2개. 총 11개이다. Optical 단자 수가 좀 더 있었으면 좋았겠다. 그 옆으로는 마크 레빈슨 제품 간의 연동을 위한 Link 단자와 트리거 출력단이 있다.

4열 좌측부터. Mic 입력이 4계통이나 있다. 다음은 아날로그 단. Balanced Stereo가 2계통있고, Unbalanced 단자가 4계통이 있다. 맨 우측은 7.1채널 아날로그 아웃 단자다. 필요하면 5.1채널만 쓸 수도 있다.

마지막 5행은 파워 앰프와 연결되는 아날로그 출력단. Balanced 및 Unbalanced는 동시 출력이 가능하다. 그런데 출력 단자가 뭐 이렇게 많은가? 모두 11개이다. 10.1 채널인가? 아니다. 7.4채널이다. 최대 4대까지의 서브우퍼를 채택할 수 있다. 또 서브우퍼를 모노와 스테레오로 선택할 수도 있다. 서브우퍼의 경우 원래 THX가 권장하는 것은 0.2채널까지이다. 현실적으로 0.1채널을 주로 사용하지만 THX는 0.2채널을 권장한다. 하지만 ML502는 한 술 더 떠서 0.4채널을 지원하는 셈이다. 국내에서 서브우퍼를 4개까지 장착해야 할 공간이 얼마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입출력 커넥터를 보면 새시와 맞닿지 않게 모두 독립적으로 설계가 되어 있다. 새시에 직접 연결된 입출력단자는 RF 노이즈를 비롯한 잡신호들에게 길을 제공해주는 역할을 종종 한다. 그런 점까지 배려한 설계라고 할 수 있다.

내부 디자인 탐색

이제 기기 내부 여행을 잠깐 해보자. 유명한 하이엔드 업체들 제품을 보면 항상 내부가 잘 정돈이 되어 있고 PCB 보드 설계가 훌륭하다. 그 중에서도 마크 레빈슨 모델들은 유난히 PCB 설계가 장난 아닌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ML502 역시 마찬가지였다. 노이즈 차단에 효과가 크다는 장장 18층 설계의 PCB 보드는 보는 순간 '정말 돈 꽤 들였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만했다. 물량도 엄청 투입된 것 같고, 치밀하게 설계 또한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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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보드는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HDMI 입출력 및 RGBHV 출력단이 있는 영상 보드이다. 포인트는 두 군데이다. 가운데에 VXP라고 쓰인 커다란 칩 두 개가 보일 것이다. ML502의 영상 프로세서를 총괄하는 핵심 칩인 Genum GF9351 칩이다. 칩을 세밀히 살펴보면 VXP 로고 밑에 by Gennum 이라는 회사 명칭이 붙어 있다. 2007년 설계 제품이라 그렇다. Gennum은 지난 2월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VXP 프로세서 칩을 Sigma Design에 매각한 바 있다. 그래서 지금은 지넘 VXP라고 하지 않고, 시그마 디자인 VXP 칩 또는 GF 칩이라고 부른다.

지넘의 VXP 칩은 잘 알려져 있듯이 Silicon Optix의 HQV 칩, DVDO의 ABT 칩 시리즈 등과 더불어 현재 가장 성능이 우수하고 기능이 다양한 칩으로 꼽히는, 소위 말하는 "탑 클래스" 영상 프로세서이다. VXP 칩을 인수한 시그마 디자인은 원래 대중적으로 가장 널리 사랑 받고 있는 원칩형 디코더 겸용 프로세서인 SMP 시리즈로 매쓰 마켓에서 꽤 성가(聲價)가 높은 회사이다. 이 회사가 VXP를 인수한 것은 기존의 자신들 칩과는 별도로, 고가의 제품을 겨냥한 이중 정책을 펼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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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502에 채택된 VXP 칩은 GF9351 칩이다. 작년에 출시된 10비트 이미지 프로세서로, 디인터레이싱, 스케일링, 프레임 레이트 변환, 이미지 인핸스드먼트 등등 여러가지 영상 관련 기능을 구사하는 칩이다.

이 칩을 채택한 대표적인 제품이 바로 마란츠 VP-11S2VP-15S1이다. 옵토마HD-81도 이 칩을 채택했다. 2007년 한 해 가장 인기가 좋았던 칩이 아닌가 싶다.

ML502가 설계될 무렵을 작년 여름 쯤으로 잡으면 당시로는 이 칩이 최선의 선택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후 GennumGF9351을 개량한 GF9450GF9452 두 개의 칩을 추가로 발표했다. GF9450GF9351과 동일한 성능에 3D NR, 모스키토 NR, 블록 아티팩트 감소 등의 노이즈 리덕션 관련 회로를 덧 붙인 것인데 실제로 별 차이는 나지 않는다. 한편 GF9452는 9351, 9450과 다른 12비트 채널의 듀얼 프로세싱 듀얼 아웃 칩으로 X, Y, Z 축으로 선택이 가능한 컬러 코렉션 기능까지 가진 가장 첨단 칩으로 크게 각광 받고 있는 칩이다.

사실 상 ML502의 비디오 파트는 온전히 이 GF9351 칩 두 개가 다 맡아서 하고 있다고 봐도 된다. 두 개가 채택된 것은 하나는 외부 영상 출력, 다른 하나는 내장 모니터용으로 쓰였기 때문이다. GF9351의 좌하단에 보면 8개의 금색 단자가 보이고 그 앞에 칩이 나란히 8개가 배치되어 있다. HDMI 입출력단이다. 사용된 칩은 물론 모두 실리콘 이미지 사 것이다. 여기서 ML502의 가장 큰 문제점이 발견된다. HDMI는 버전 1.1 칩이었고, 그렇다고 향후에 칩이 교환 가능하도록 설계 된 것 같지도 않다. HDMI 1.1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별도로 하겠지만, 일단 ML502는 나중에 HDMI 1.3으로 업그레이드를 시도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위의 HDMI 보드를 통째로 바꾸는 방식이어야 하지, 칩을 교환하는 방식은 안 될 듯 싶다. 무엇보다도 HDMI Loseless Audio를 위한 디코더 칩 자체가 없다.

아래는 디지털 오디오 입력 보드이다. 아날로그 디바이스의 샤크칩 두 개가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도 어디서도 Loseless Audio를 위한 칩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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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 비디오 영상 도드, 아날로그 오디오 입력 보드 등이 각각 있다. 아래는 아날로그 밸런스드/언밸런스드 출력 보드이다. 각 출력단이 모듈 형태로 엄격하게 분리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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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파워부이다. 사진 위 쪽에 있는 것은 디지털 신호를 위한 스위칭 파워로 보이고, 사진 아래쪽은 대형 토로이달 트랜스가 별도로 보이는데 이는 아날로그 신호를 위한 것이다. ML502는 이런 식으로 AC 파워를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엄격하게 구분해서 상호 노이즈 간섭이 있지 않도록 설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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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된 비디오 파트

ML502의 비디오 파트는 확실히 전작인 ML40에 비해 크게 개선이 되었다. ML40은 고가에도 불구하고 1080p 영상을 출력하지 못하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었는데, ML502는 이 부분을 말끔히 개선했다.

ML40도 그랬지만 ML502도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대단히 훌륭하다. 매우 직관적으로 되어 있어 처음 사용하는 사람도 메뉴얼 없이 접근하기가 용이한 편이다.

앞서 언급했던 대로 비디오 파트는 VXP GF9351 10비트 프로세서가 거의 대부분의 작업을 주도한다. 아래 화면에서 보듯이 해상도프레임 레이트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 (그림이 작은 분들은 클릭해 보시기를) 프레임 레이트의 경우, 유럽형 50Hz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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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 스페이스 포맷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 RGB Normal(16~235)인지, RGB Extend (0~255)인지 고를 수 있고, YCbCr 색영역 포맷을 선택할 수도 있는데 이 또한 4:4:4로 할 것인지 4:2:2로 할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아래 사진에서 보듯 디인터레이싱필드 방식으로 할 것인지, 모션 어댑티브 방식으로 할 것인지를 묻는 메뉴가 있고, 어댑티브 방식일 경우 그 레벨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를 선택할 수도 있다. 이런 건 사실 꽤 전문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보통 사용자 메뉴에 채택 안 하기도 쉬운데 ML502에서는 모두 액티브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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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위에 언급한 디인터레이싱 방식이나 어댑티브 레벨은 메뉴 상에서만 선택이 가능한 것이 아니고, 실제로 직접 영상을 보면서 리얼타임으로 레벨을 선택할 수도 있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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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필름 디텍션, 크로마 버그 수정, Noise Reduction의 레벨 등도 사용자가 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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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GF9351 칩을 이용한 디스플레이 기기들을 몇 가지 살펴 본 경험이 있는데, 그 중에서는 ML502GF9351이 가지고 있는 기능을 가장 많이 끌어낸 셈 아닌가 싶다. 살펴보면서 다소 놀랐던 것 중 한 가지가 "Any Input, Any Output"(AIAO)의 개념이 적용되었다는 점이다. 즉, 어떤 해상도가, 어떤 프레임 주파수가, 어떤 컬러 스페이스 포맷이 들어오든, 사용자가 지정하는 해상도, 프레임 주파수, 컬러 포맷으로 바꿀 수가 있는 것이다. 즉, 일반적인 업스케일링, 다운 스케일링 수준이 아니라, 60Hz 입력을 24Hz로, 24Hz 입력을 50Hz로 바꿀 수도 있고, RGB 입력을 YCbCr 4:2:2로, 또는 그 반대의 수순으로 마음대로 변환을 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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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view  기능이라는 것도 있다. 입력이 6개가 있는데, 각각의 입력을 다 각기 다르게 세팅을 할 수가 있다. 현재 1번 입력이 출력되고 있는 상황에서 2번 입력을 세팅하고, 세팅한 결과를 1번이 출력되는 도중에 잠깐 Preview 할 수 있는 기능이다. 상당히 사용자의 입장을 많이 배려한 메뉴이다.

HDMI 출력은 두 개를 지원하는데 두개가 동시에 출력되지는 않는다. HDCP 규약 때문인데,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스위처나 디스트리뷰터의 경우 규모가 있는 회사 제품들은 모두 이 규약에 걸려, 두 개 이상의 출력이 있어도 동시 출력이 안 된다. 그러나 차라리 이름없는 중소기업 제품의 경우는 간혹 동일한 신호가 서로 다른 출력포트로 동시에 출력되는 스플릿 기능이 종종 발견되기도 한다. ML502의 HDMI 아웃은, 입력과 마찬가지로 각기 다르게 세팅이 될 수도 있다.
HDMI로 오디오를 출력할 경우에는 멀티채널 PCM은 무조건 2채널로 다운믹스된다.

새로 추가된 로직 7

앞서도 언급한 적이 있다. Logic 7은 렉시콘의 전성시대를 이끈 일등공신이다. 무대를 화려하고 넓게 꾸며준다. ML40 시절 단단하고 밀도가 높은 힘 있는 사운드를 들려 주었던 요소에 로직 7의 화려하고 폭 넓게 퍼지는 음장 모드가 가미된 것이 ML502라고 한다면 그 구현되는 수준이 어떨지 자못 궁금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제대로 들어볼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로직 7로직 7이고 필자는 THX 인증을 받지 않아 빠진 것이 더 아쉽게만 느껴진다.

음장 모드는 2채널의 경우 아래와 같이 모두 11개의 음장모드를 제공하고 있는데, 기본 음장 종류는 Stereo, Dolby Pro Logic, dts NEO, Surround 4가지이고, 여기에 Music, Movie, Logic 7 등등의 부가 음장 기술이 덧붙여져 11개를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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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멀티채널로 사운드가 입력될 경우는 아래처럼 음장모드가 아주 단순해진다. 음장 모드가 많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고급 기종의 경우 대부분 음장 모드가 그리 화려하지 않다. 하이엔드 프로세서 중에서 유독 음장모드와 음장모드를 뒤 섞어 새로운 음장모드를 만드는 방식을 즐겨 썼던 것이 렉시콘인데, 사실 ML502 메뉴를 여기 저기 살피다 보니 예전에 렉시콘 MC-12B를 사용했던 시절과 비슷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 혹시 이번 ML502는 렉시콘을 담당했던 직원이 메뉴 구성에 깊숙히 관여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Auto Azimuth 기능이 들어 있다. 일반인들에게 낯선 용어이다. 그러나 렉시콘 사용자들에게는 익숙하다. 리스닝 모드의 출력 정확도를 높여 주는 기능이다. 이걸 On으로 놓으면 ML502는 계속 끊이지 않고 2채널 입력 신호를 모니터링한다. 그리고 자동적으로 입력 신호에 따른 상대적인 레벨과 타임 옵셋을 측정해서 최대한 정확하게 분리가 되도록 각 채널의 신호를 보정한다. 한편 이 기능을 off 시키면 리스닝 모드의 출력 정확도는 온전히 입력되는 소스에 따라 좌우된다. 보통 필름과 TV 소스에서는 On으로 하고, 음악에서는 Off로 놓는 것이 좋다. 로직 7만큼은 아니지만 렉시콘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기능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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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502도 요즘 유행하는 트렌드를 따라 가지 않을 수 없었던 듯 하다.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Automatic Calibration 기능을 넣었다. 테스트 제품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아마도 마이크가 제품에 같이 제공될 듯 하다. 제공된 마이크를 이용해 스스로 적정 음압 레벨을 결정하는 것인데, 이렇게 하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 이 보다는 10만원 전후하는 SPL 음압 레벨메터를 차라리 한 개 구입해서 수동으로 직접 측정해서 설정하는 것이 더 낫다. 하지만 대부분 음압 레벨 메터를 갖추고 있는 가정은 없으므로 오토 캘러브레이션 기능이 필요하기는 하다. 단, 조심할 점은 오토 캘러브레이션의 경우, 항상 서브우퍼의 레벨은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반드시 서브우퍼는 귀를 통한 판단을 병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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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서브우퍼 갯수를 늘이는 것이 하이엔드 제품들의 트렌드인 것 같다. 그런데 여기에 덧 붙여 ML502는 서브우퍼에 대해 상당히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1) 서브우퍼의 이미지를 Mono와 Stereo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미리 밝혀둘 것은 원래 0.1 채널의 이미지는 모노이다. 서브우퍼가 두 개더라도 이미지를 모노로 선택하면 음성정보는 두 개가 동일하게 나간다. 간혹 0.2 채널 정보가 들어 있는 경우도 있지만 매우 드물다. 0.1 채널 정보를 "스테레오"를 선택해 임의로 좌우로 나누게 되면, 리스너 위치에서 때로 서브우퍼 음압만 떨어질 뿐, 별 효과를 보지 못하는 수가 있다. 어지간하면 이는 "모노"로 두는 것이 맞다.
(2) 서브우퍼의 기능을 Complementary와 Full Range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서브우퍼는 원래 두 가지 역할을 한다. 하나는 오리지널 사운드에 들어 있는 0.1채널 정보(LFE 신호)를 내보내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원래 자기가 할 일이 아닌, 프론트나 센터, 서라운드가 처리해야 할 정보 중 음역대가 낮아 잘 표현하기 힘든 것을 대신 나서서 도와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프론트나 센터 스피커가 Full Range 타입이면 굳이 서브우퍼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없다. 이 경우는 Full Range를 선택하면 된다. 그렇지 않다면 Complementary를 선택해야 하는데, 사실 여기서는 Full Range를 선택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 후 각 스피커 별로 크로스오버를 선택할 떄 다시 조정을 해도 된다.
(3) 뭐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서브우퍼의 Slope를 결정하는 기능까지 던져 주고 있다. Octave 당 24dB와 48dB를 양자 택일 할 수 있다. 서브우퍼는 크로스오버 대역의 처리가 꽤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크로스오버에서 중요한 패러미터 중 하나가 바로 Slope(기울기)이다. 크로스오버 주파수의 필터 성능만 따진다면 기울기가 큰 것이 일단 좋기는 하다. (48dB/Oct 란 주파수가 한 옥타브 높아질 때 마다 게인이 48dB씩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대신 크로스오버 포인트에서 리플이 생길 소지가 있다. 이 부분은 세밀하게 사용자가 직접 들어보고 선택을 할 문제이다. 이를테면 LPF의 저역 특성까지도 세심하게 신경쓰게 메뉴를 만들어 주었다 이 이야기인데, 솔직히 비싼 물건이라는 티 내려고(^^) 좀 과잉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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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서브우퍼만 이렇게 까다로운 것은 아니고 실제로 ML502는 각 스피커 별로 크로스오버를 선택하는 메뉴를 꽤 복잡하게 주는 편이다. 또 오토 캘러브레이션을 한 뒤에 스스로 계산한 "시청실 보정수치"(Room Correction)를 이용해 나름대로 여러 가지 세팅치를 제시해주기도 하는데 꽤 신뢰할 만하다.

ML502Bass Management System 이라는 보정 시스템을 또 가지고 있는데, 이 것도 약간 컨트롤 수치와 개념이 비슷하다. 저역의 경우, 특히 여러 대의 서브우퍼를 사용할 경우, Phasing을 잘 맞춰 주지 않으면 소리가 서로 상쇄되어 오히려 맹숭해지기 쉽다. 이걸 보정해서 신호의 상쇄가 생기는 것을 막는다는 개념이다.

이해 못할 선택 - HDMI 1.1

살펴 보았듯이 ML502는 최고가의 AV 프로세서 답게 비디오나 오디오의 기능, 설계 등은 역시 최고 수준이다. 비디오 성능의 경우 투명도와 반응속도 등에서 아주 우수한 성능을 발휘해 주고 있었고, 오디오의 성능도 제대로 평가할 기회는 갖지 못했지만, ML40을 미루어 볼 때 뭐 별로 의심은 안 된다.

그런데... 참 난데없다. 완벽할 것 같던 ML502에게 정말 봉창 두들기는 난데없는 큼직한 약점이 하나 나타났다. HDMI 버전이 1.1 인 것이다. 이게 웬일?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는 모르겠다. 짐작 가는 것은 있는데, 개인적 추리이니까 그냥 담아 두겠다. 어쩌면 서둘러 출시해야 한다는 과욕 때문에 생긴 해프닝인지도 모른다. 앞서 살펴 보았듯이 ML502의 HDMI 보드, 디지털 입력 보드 어디에도 DTS-HD Master와 Dolby TrueHD를 처리할 수 있는 Loseless Audio Decoder가 없다.

이런 점은 있다. 하이엔드 프로세서가 돈 값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괜시리 편 들어서 이런 말을 하는 건 아니다. 오해 마시기 바란다. 필자는 하이엔드 AV 프로세서, 보급형 리시버 타입 모두를 두루 갖추고 심심하면 이렇게 저렇게 테스트를 해 보는데, 보급형 리시버를 통해 듣는 DTS-HD MA (3.5Mpbs)보다 하이엔드 AV 프로세서를 통해 듣는 DTS (1.5Mbps)가 소리의 투명도, 밀도감 심지어 다이내믹 레인지까지도 더 좋다. (DTS-HD MA가 DTS에 비해 가장 큰 강점을 갖는 것이 사실 다이내믹 레인지이다. 하지만 다이내믹 레인지는, 프리 앰프의 성능에 따라 받는 영향력도 대단히 크다. 대개는 후자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편이다.) 순전히 음질적 이유만 생각하면 HDMI 가 지원되지 않는 구형 AV 프로세서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하이엔드 유저들이 서둘러 기기를 교체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트렌드라는 것이 있다. 이 것도 무시 못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절대적인 정보량에서 Loseless HD-Audio는 우위를 점한다. 비록 Core Code는 같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현존 최고가(最高價) AV 프로세서가 될 것이 분명한, 그리고 HDMI 버전을 제외한 대부분의 요소에서 대단히 화려한 만듬새를 보였던 마크 레빈슨 신 모델이, HDMI 1.3이 아닌 1.1 버전을 달고 나왔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간다. 물론 7.1 채널 아날로그 입력이 있다. 데논 3800 같은 5.1 채널 아웃 출력이 있는 블루레이 플레이어를 연결하면 ML502도 DTS-HD MA나 DOLBY THD 같은 HDMI 1.3 오디오를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이 경우 음질의 상당한 부분을 소스 플레이어가 갖고 있는 디코더와 DAC 능력, 그리고 아날로그 출력단의 능력에 맡겨야 한다. 2~300만원 대 미만의 프로세서만 되더라도 이런 식의 조합에 동의할 수도 있다. 그런데 ML502는 그 가격대의 제품이 아니다. 수천만원대 오디오 프로세서를 구입해 놓고 음질을 좌우하는 요소의 절반을, 수십만원대의 소스 플레이어에 맡겨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게다가 블루레이 플레이어를 만드는 대부분의 업체들이 한국, 일본 브랜드인데 실제로 하이엔드 제품과 겨룰만큼 음질에 신경 쓰지도 않고 또 별로 그 쪽 방면에 노하우도 없다. 파나소닉, 삼성 등은 화질을 좋은 평가를 받지만 음질은 별로 미덥지 않은 편이고, 굳이 따지자면 데논 3800 정도가 어느 정도 신뢰가 가지만, 데논 3800을 아직 보지 못한 필자는 이 제품 속의 음성 부분에서도 시그마 디자인이 어디까지 개입했는지 확인을 못한 처지라 뭐라 말 할 수가 없다.

ML502에서 HD-Audio를 구현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3

하지만 답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엉뚱한 곳에서 해답이 나온다. 차세대 AV 기기의 기린아요, 총아(^^)인 소니 플레이스테이션3(이하 PS3)가 바로 그 해답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소니 PS3HDMI 1.3에 해당되는 HD-Audio 즉, DTS-HD Master와 Dolby TrueHD를 완벽하게 멀티채널 PCM으로 변환시켜 HDMI 단자를 통해 디지털로 출력 시켜 주기 때문이다. 이런 기능을 완벽하게 갖춘 기기는 현재까지는 PS3가 유일하다.

PS3가 출력 시켜준 신호는 멀티채널 PCM 이기 때문에, HDMI 1.1 규격으로 소화가 가능하고 ML502가 100% 제대로 받아 들일 수 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 HDMI 1.3 규격에 준하는 HD-Audio 디코더를 갖추지 못한 ML502를 위해, 소니 PS3가 대신 전용 디코더 역할을 해 주는 셈이다. 소니 PS3의 디코더 성능은 일전에 필자가 한 번 살펴, 보고 드린 바 있다. 훌륭한 편이다. ML502가 자체적으로 디코더를 갖췄다고 했었도 뭐 PS3 보다 특별히 더 우수한 성능을 보이지는 못 했을 것이다. 물론 디코딩-to-PCM 과정에서의 노이즈 문제나, PCM(PS3)-to-PCM(ML502) 과정에서 경로가 길어짐에 따른 간섭 문제도 있을 수는 있다. 그렇게 보면 자기 스스로 HDMI 1.3을 만족하는 것이 퍼펙트하기는 하다. 그러나 전달되는 신호가 아날로그가 아닌 PCM, 특히 HDMI 경로를 통해 전달되는 PCM 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여기서 생기는 노이즈 간섭 문제는 그다지 신경 쓸 만한 요소는 되지 못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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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측면에서 소니 PS3가 상당히 우수한 블루레이 플레이어라는 점 또한 ML502에게는 아주 큰 요소이다. 어차피 HD Audio가 구현되려면 Blu-Ray Player는 필수이다. ML502를 DVDP에 주로 물려 들으실 분들이라면 이제까지 한 이야기는 다 신경 안 써도 된다. 그냥 대충 연결해도 좋은 소리를 내 줄테니 말이다. 하지만 블루레이 플레이어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보면 ML502가 선택할 수 있는 최적의 블루레이 플레이어는 소니 PS3 뿐이다. 마크 레빈슨하고 소니하고 사전에 어떤 교감 같은 것이 있었을리는 만무하고, 어찌하다보니 그렇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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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소니 PS3가 마크 레빈슨의 은인이다. 이런 처지인 걸 Harman International이 알고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원래 좀 하이엔드 업체들이 둔하기 때문이다. 하기는 이런 류의 조합이 가능해진 것도 PS3가 펌웨어를 2.30으로 업그레이드한 4월 15일 이후부터이다. 따라서 ML502와 조합을 이룰 PS3는 반드시 펌웨어 2.30 이상인 것을 확인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LAN을 통해 업데이트를 해야 한다. 아무튼 좀 뜻 밖의 조합이지만, 향후 마크 레빈슨이 ML502의 HDMI 영상 보드를 통째로 업그레이드 해 주지 않는 이상, ML502의 가치를 100% 살려 줄 수 있는 제품은, ML502 보다 가격이 1/100 수준 밖에 되지 않을 소니 PS3 뿐이라는 결론을 재삼 말씀드린다.

PS3가 아닌 다른 블루레이 플레이어를 사용하겠다고 굳이 고집하시는 분의 경우라면, ML502를 통해 DTS-HD MA나 Dolby THD는 들을 수 없지만, 그래도 음악 소프트웨어에서 많이 사용하는 멀티채널 LPCM은 들을 수 있다. HDMI 1.3 규격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DVD, CD의 PCM이나 돌비 디지털, DTS 신호 등은 전혀 문제가 없으므로 블루레이를 사용 하실 분이 아니라면 HDMI 버전 같은 것은 전혀 개의치 않아도 된다. 특히 하이파이와 AV를 겸용하려고 하는 분의 경우는, ML502의 프리 앰프 기능을 잘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 하이엔드 AV 프로세서들이 서서히 새 모델들을 하나, 둘 시장에 론칭 시킬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과거의 예로 볼 때 그 움직임이 별로 재빠르지는 않을 것 같다. 느릿 느릿, 속 뒤집어질 만큼 천천히 가물에 콩 나기 식으로 출시가 될 것이다. 그런데 그 가운데에서도 비교적 덩치가 제일 큰 편인 마크 레빈슨 ML502가 이렇게 '재빠르게' 시장에 출시 선언을 한 것은 정말 뜻 밖이다. 앞서 살펴 보았듯이 서두름에 따른 어설픈 요소도 있다. 하지만 어쨌거나 이런 중량급 기기들이 자꾸 나와 주어야 말 못하고 속만 끙끙 않고 있던 하이엔드 유저들도 웃음꽃이 활짝 필 수 있을 것이다.  (최 원 태)
Posted by hif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