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최 원 태
2011년 빅3의 3DTV 전쟁 (SG와 편광 방식의 기술 진보)
HX920의 3D 화질 평가에 앞서 잠시 이야기를 3DTV 시장의 경쟁에 관한 이야기로 돌려 보자. 2011년 중반인 지금의 시점 쯤에서 한번 조망해 볼 필요도 있기 때문이다. 아시다시피 2010년의 3DTV 시장은 삼성의 압승이었다. 이때는 빅3(삼성, LG, 소니) 모두 SG(셔터 글라스) 방식이었다. LG와 소니는 준비도 부족했고 기술적인 완성도에서도 다소 뒤진 편이었다. 소니는 몇 가지 시행착오가 있어 계획대로 일이 잘 진행되지 않았고, LG는 3D 시장이 열리는 시기를 다소 안이하게 판단해 대처를 늦게 한 감이 있었다. 하지만 2010년의 3DTV 시장은 워낙 그 규모가 미미해 사실 각 제조사들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앞날이다. 언제가 됐든 3DTV는 크게 성장 할 것이 확실해 보이니까 그때까지 어떻게든 LG와 소니는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비상대책’을 세워야 했다. 그런데 여기서 두 회사의 대응방식이 판이하게 갈린다.
소니는 동일한 SG 방식을 고집하면서 하드웨어의 스펙을 높이고 여기에 새로운 테크닉을 적용하는 ‘정공법’을 채택한 반면, LG는 아예 방식 자체를 SG에서 편광으로 바꾼 뒤, 편광의 장점을 부각시키고 SG의 단점을 공격하는 "역공법"을 채택했다. 일단 두 회사의 시도는 모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작년에 비해 올해는 LG와 소니의 3DTV 마켓쉐어가 꽤 증가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도 삼성의 쉐어가 훨씬 크기는 하지만, 증가 속도만 보면 소니와 LG의 상승세가 매우 놀랍다.
사실 기술은 계속 진화한다. 지금 정해 놓은 기술 포맷이 평생 가지는 않는다. 계속 바뀐다. 그러나 마켓 쉐어는 한번 정해지면 뒤집기가 좀체 쉽지 않다. 시장이 본격적인 성장기에 접어들기 전에 어떤 방법을 쓰던 자리를 확실히 잡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다. 사실 소비자들 여러 회사들이 어느 정도 균형을 이뤄가며 서로 경쟁을 하는 것이 더 좋다. 치열하게 경쟁을 해야 더 좋은 제품이 더 낮은 가격으로 더 빠른 시기에 등장 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LG의 주력 모델 LW5700]
올 초 부터 치뤄지고 있는 LG vs 삼성의 "3DTV 결전"은 사실상 LG측이 주도하고 있는 셈인데 마케팅 전략 차원에서 보면 시기나 방법이 꽤 적절했다. 앞서 있는 삼성은 방어적이고, 추격하는 LG는 공세적인 것이 당연하다. 똑 같은 경기장에서 똑 같은 조건으로 겨루기 보다는 아예 무대(舞臺) 자체를 달리 해서 상반된 특징을 가진 조건으로 겨룬다는 발상은 추격자 입장에서는 현명한 선택일 수 있겠다. 이건 기술적인 방향과는 좀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다. 필자는 연초 LG가 편광 방식에 올인한다고 했을 때 고개를 갸웃하는 입장이었다. 당장은 몰라도 앞으로 수년 뒤를 길게 내다볼 때 다소 힘든 과정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케팅 전략의 관점에서 보면 감탄할 만큼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우선은 이게 더 중요하다. 기술적인 것은 또 그때 그때 형편에 맞춰 보완하거나 또는 다른 것을 개발해내면 된다. 평생 편광으로 가기로 종신서약을 맺은 것도 아니고, 또 셔터글라스라는 기술 또한 언제 더 나은 다른 기술로 대체 될지 알 수 없다. 말씀 드렸듯이 기술이란 끊임없이 진화하기 때문이다. 우선은 마켓쉐어를 회복하기 위한 비상전략이 더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쯤에서 행보가 궁금했던 것이 소니였다. LG는 편광으로 전환해서 소기의 목적을 이룬 셈인데, 과연 소니는 어떻게 삼성을 추격 할 수 있을 것인가? 그 대답은 결국 HX920이라는 제품 하나로 압축되어 설명 되어지는 셈이다. HX920은 SG 방식이 가지고 있는 단점들을 최소화 시키는 이를테면 '정면돌파'를 시도하면서, 동일한 SG 방식에서 삼성에 뒤지지 않는 화질을 보이기 위해 노력했는데 결과적으로 HX920만 보면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사실 소니의 3DTV가 불과 1년 만에 이 정도로 개선될 것이라고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었다.
여기서 눈 여겨 볼 점은 SG 방식 3DTV의 기술적인 발전 속도이다. 올 초 발매된 삼성의 D8000은 SG 방식의 가장 큰 단점으로 거론되어 온 크로스톡 문제를 거의 해결한 제품이었다. 좀 뜻 밖이었다. 작년 1년 내내 SG 방식 3DTV를 거론 할 때 마다 언제나 원죄처럼 붙어다니며 가장 큰 단점으로 거론 되던 것이 바로 크로스톡이었는데, 이게 불과 1년 만에 이렇게 맥없이 흐물흐물 존재감을 잃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D8000은 크로스톡 문제는 해결했지만 SG 방식의 또 다른 문제점인 '낮은 휘도' 문제는 극복하지 못했다. 그런데 소니의 HX920은 휘도 문제까지도 해결을 했다. 이 또한 예상보다 빠른 진도이다. 이런 식이면 앞으로 3D 기술이 또 어떻게 더 변하게 될 지 알 수 없다.
편광 또한 마찬가지이다. 작년만 해도 LG가 편광으로 선회 하리라고 예측하지 못했던 것은 작년 이 맘때 보았던 편광 3DTV의 품질이 지금의 LG LW5700하고는 크게 달랐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격이 이렇게 낮아질 것이라고도 예측하지 못했다. 그런데 LG는 편광 방식을 개선시킨 FPR을 개발하면서 화질의 투명도는 크게 높이는 한편 오히려 가격은 크게 낮추는 뛰어난 기술적 발전을 보여 주었다. 그와 마찬가지로 SG 방식도 크로스톡과 저휘도 문제를 이렇게 빨리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는 예측하지 못한 것이다. 기술이란 꾸준히 발전 하는 것이니까 언젠가는 해결 될 것이라고 보고는 있었지만 놀라운 것은 그 진행 속도이다. 이쯤 되면 또 내년쯤에는 어떠한 기술적 진보가 이루어 질 지 자못 궁금해진다.
말 나온 김에 여기서 아예 본격적으로 옆 길로 새어 보자. SG 방식과 편광 방식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도 첨예하게 목숨걸고 대립을 하고 있으니까 말 한 마디 하는 것도 눈치 봐야 하는 우스꽝스런 상황인데, 사실 생각해보면 우습기만 하다. 누차 반복해 말씀 드리지만, 기술이란 언제나 진행형이다. 영구불변하면 그게 무슨 기술인가, 자연법칙이지. 지금은 21세기이고, 대한민국은 끊임없는 기술개발로 전자대국으로 올라선 나라이다. 지금 당장도 숱하게 많은 테크놀로지들이 나타났다가 곧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가 사라져 가 버린다. 그런 상황인데, 3DTV 디스플레이 기술 포맷이 무슨 정치 이데올로기도 아니고, 뭘 그렇게 거기가다 기술 외적인 가치를 듬뿍 부여해서 '편'을 나누고, 얼굴 붉혀가며 상호비방을 해가면서까지 옭아 매려고 하는지, 참 생각해보면 너털웃음만 나온다. 뭐 물건을 홍보해야 하는 마케터나 팔아야 하는 영업사원이라면 당장의 생계문제이니까 나중은 모르겠다, 일단 당장 팔고 보자 하는 식의 말들을 할 수도 있지만, 엔지니어나 기술 관련 전문가들이 그런 마케팅적인 도그마에 갇혀 버리면 그건 정말 끝장이다. 한 마디로 주객전도가 되는 것이다.
올 상반기 국내 TV 시장은 SG 방식과 편광 방식의 논쟁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루었다. 말씀 드렸듯이 LG가 시도한 <SG vs 편광>의 대결구도는 뛰어난 전략이었고, 영업이 아닌 기술적 성과로만 평가해도 경쟁력이 높은 훌륭한 제품을 만들어 내는 동인(動因)이 되었다. 그런데 이 논쟁의 시점을 지금의 현재 시점이 아닌, 몇 년 뒤의 미래 시점으로 옮겨서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편광 쪽이 고민거리가 더 많아질 듯 싶다. 최근의 추이로 볼 때 SG 방식의 발전 속도가 예상보다 꽤 빠르기 때문이다.
한번 정리를 해보자. 도대체 SG가 왜 좋다는 것이고, 편광은 왜 좋다는 것인가? 포인트만 간단히 짚어보자. 편광과 SG는 각기 서로 다른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편광의 단점이 SG의 장점이고, SG의 단점이 편광의 장점이다. 큰 항목들만 꼽아보자.
SG의 단점은 (1) 안경 (싱크 신호, 가격, 무게) (2) 플리커링 (3) 크로스톡 (4) 낮은 휘도 등으로 요약된다. 이에 반해 편광의 가장 큰 단점은 “수직 해상도의 열세” 한 가지이다. 가짓수로 따지면 SG가 더 단점이 많다. 그런데 SG의 단점들은 모두 기술적 문제들이다. 다시 말해 기술이 발전하면 하나, 둘씩 대부분 해결이 될 항목들이라는 것이다. 이미 그렇게 진행이 되고 있다. 반면 편광의 단점인 “해상도” 건은 물리적 구조의 문제이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물리적 구조를 바꾸지 않는 이상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하다. 기술로 해결 될 문제가 아니다. 게다가 ‘해상도’는 다른 항목들에 비해 가치 비중이 훨씬 큰 항목이다. 따라서 편광에게는 해상도 문제가 항상 큰 짐이 된다.
먼저 편광 쪽부터 살펴보자. LG에서 아무리 마케팅 자료를 통해 FPR 방식에 해상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도, 사실 그렇지 않다는 것은 어느 정도 관련 지식을 가진 사람들은 다 아는 상식이다. 어쩔 수가 없다. 물리적 구조는 Fact이기 때문이다. 사람들 모아놓고 거수(擧手)로 결정할 수 있는 종류의 사안이 아니다. 늘 말씀 드리지만, 삼성, LG의 연구 개발 수준은 단연 세계 탑 레벨이다. 짧은 기간 안에 정말 놀라운 기술들을 개발 해낸다. LG 연구진도 편광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감탄할 수준의 노력을 참 많이 했다. 대표적인 것이 (1) 홀수 라인과 짝수 라인 정보를 1/120초 간격으로 교대로 내보내거나 또는 (2) 홀수 라인과 짝수 라인의 정보를 다운 믹싱해서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내는 알고리즘을 개발한 것이다. 이를 통해 FPR은 기존 편광에 비해 크게 개선된 화질적 발전을 이루어냈다. 정말 대단하다. 그러나 소프트웨어적 방법으로 하드웨어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역시 한계가 있다.
위에 언급한 알고리즘의 경우, 전자(前者)의 방법은 1080p는 아니더라도 1080i의 효과에는 어느 정도 근접하는 “의사(擬似, pseudo) 1080i" 레벨이라고 할 수 있지만, 대신 모션 저더가 자주 나타나고 포커싱이 흔들리는 단점이 있다. (아무튼 1080p는 아니다) 이에 반해 후자(後者)는 비교적 안정된 그림을 보여 주지만, 이론적으로 100% 540p이기 때문에 FPR이 Full HD라는 주장을 할 근거가 없어진다. 또 움직이는 사물의 주변에 하울링이 일어나는 버그도 있다. (이 두 가지 모드는 LG TV 내의 “라이브 스캔” 모드에서 선택이 된다. “라이브 스캔”을 끄면 (1), 켜면 (2)가 된다.) 하울링이나 모션 저더 같은 것은 기술적인 문제라서 더 연구 개발을 하면 나아질 것이 확실하지만 해상도는 구조적 문제라 기술로 극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편광에서 해상도 문제가 해결 되려면 HD의 4배 해상도를 갖는 UDTV 패널을 개발해 Full HD 영상을 좌/우로 나누어 보내야 가능하다. 그러나 언제 가능할 지도 모르고 또 그 경우에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문제점과 가격이 크게 높아진다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당장은 이 문제가 별로 크지 않다. 3D 컨텐츠 자체가 아직 귀하고 익숙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일반인들이 해상도의 차이까지 민감하게 구별 해낼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아직도 많은 사용자들이 블루레이와 DVD의 화질도 구별하지 못할 것이다. 어디 그 뿐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1.5Mbps의 CD 음질과 176kbps의 MP3 음질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한다. 고해상도의 CD가 사용 편의성, 접근용이성, 경제성을 장점으로 하는 MP3에게 패해 도태 되는 것이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 해상도만이 절대적인 평가 항목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이 있다. 해상도라는 항목은 일시적으로는 다른 항목보다 가치 비중이 뒤질 수는 있겠지만, 아주 길게 장기적으로 내다보면 결국 최종적으로는 가장 궁극적인 가치 기준으로 평가된다는 점이다. 마치 용수철 같다고 해야 할까. 일시적 트렌드에 잠시 밀렸다가도 결국 그 트렌드가 지나고 나면 다시 용수철처럼 되돌아와 가치 중심이 되어 버리는 그런 종류의 것이다.
위에 예를 들었던 MP3 음원의 경우를 보자. MP3는 저장용량을 적게 차지하기 때문에 인기를 끌었었다. 그때는 해상도 높고 대신 저장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고음질 음원이 인기가 없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저장공간이 대용량화 되기 시작했다. 기술이 발전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다시 해상도라는 항목이 고개를 들게 된다. 요즘 보면 176kbps MP3가 아닌 320kbps MP3를 추구하는 경향이 생겨나고 있다. 아마 더 발전이 되면 640Kbps, 720Kbps 등의 덜 압축된 MP3를 단계를 찾게 될 것이고, 나중에는 CD 수준의 무손실음원인 flac이나 wav가 MP3를 대체 하게 될 것이다. (이미 얼마 전부터 모 음원 사이트는 flac 포맷을 제공하고 있다) MP3 초창기 때만 해도 이어폰에 따라 음질이 달리 들린다고 말하면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임재범의 헤드폰, 박태환의 헤드폰 가격이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고 있고, 수십만원짜리 젠하이저 헤드폰도 중고 시장에 나오기 무섭게 팔려 나가는 세상이다. MP3의 보급율이 높아지고 전체 표본집단의 크기가 커지면서 자연히 해상도(음질) 같은 궁극적 가치기준이 부각되게 된 것이다.
즉, 곧장 가든 아니면 중간에 부산, 대전을 찍고 가든 어차피 보여지고 들려지는 것들은 “해상도”라는 궁극적 가치를 향해 움직이게 되어 있다. 디스플레이 또한 마찬가지이다. VHS에서 LD, LD에서 DVD 그리고 최근의 2K급 HD 시대를 거쳐 또 4K, 8K의 UDTV급 해상도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모두 해상도에 관계된 것이다. 결국 이 것이 메인 스트림이다. 그렇기 때문에 길게 본다면 편광 방식은 어떻게든 해상도 문제를 해결해내야 한다. 이건 지금처럼 마케팅적인 언론 홍보자료로만 계속 커버할 수 있는 종류의 문제가 아니다.
[사진 출처: "3D입체영상에서 시각적 구성요소의... 프로젝트"(최우영)]
이번에는
SG 방식의 단점 항목들을 체크 해 보자. 일전에 이종식님이 비유를 통해 언급하신 것처럼 SG 방식의 문제점들은 사실 갯수는 많지만 편광 쪽보다 훨씬 덜 골치 아픈 것들이다. 그래서 앞으로의 싸움은 편광 쪽이 다소 불리하다고 한 것이다. 우선 안경에 관한 지적이 많다. 비싸다, 싱크 신호가 잘 끊어진다, 충전이 번거롭다..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사실 이런 건 사소한 것들로 곧 해결이 될만한 것들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안경 가격은 벌써 작년의 1/4 수준으로 떨어졌고 앞으로 계속 더 떨어질 것이다. 싱크 신호는 이미 블루투스로 대체 되어 가고 있다. 충전 또한 휴대폰 문화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는 그다지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SG 방식의 가장 큼지막한 골칫거리는 “크로스톡”과 “저휘도” 두 가지이다. 그 중에서도 “크로스톡”이 1번 순위였다. 제조사들은 크로스톡을 없애기 위해 블랙 필드를 정상 프레임과 교대로 1/240초 간격으로 삽입해 넣었고, 이 떄문에 밝기가 희생되었고 또 값비싼 240Hz 패널을 써야 하는 부담도 떠 안았다. 그런데 앞서 언급했듯이 불과 1년 만에 이 골칫거리가 거의 해결이 되어 가고 있다.
삼성의
D8000과 소니의 HX920의 3D 영상을 보면 크로스톡이 거의 신경 쓰이지 않는다. 이질감이나 울렁거림도 거의 없다. 크로스톡이 100% 사라진 것은 아니다. 눈을 부릅뜨고 찾아보면 곳곳에서 발견 할 수는 있다. 그러나 내가 일부러 신경 쓰려고 노력하지 않는 이상, 시청 시에는 거의 불편을 주지 않는다. D8000의 경우는 거의 PDP급 수준이고, HX920은 PDP보다는 다소 많지만 역시 그다지 신경 쓰일 정도가 아니다. 불과 6~7개월 전만 해도 이 수준이 아니었다. 신경 쓰지 않으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신경 안 쓸 수 없을 만큼 크로스톡이 많았다.크로스톡이 개선된 가장 큰 원인은 LCD 패널의 반응속도가 크게 향상 되었기 때문이다. 3D 뿐 아니라 2D 영상에서도 요즘 나오는 LCD TV들은 예전에 비해 잔상이 크게 줄어 들었다. 그런데 반응이 빠른 패널의 개발은 계속 가속화 되고 있다. 현재의 패널보다도 반응속도가 10배 가량 빠른 패널이 이미 개발 완료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면 반응속도나 크로스톡을 운운할 필요 조차도 없는 OLED 시대를 생각할 수도 있다. 결국 크로스톡 문제는 언젠가는 해결될 문제였다. 단지 그 시점이 예상보다 더 빨라진 것 뿐이다.
그렇다고 현재 모든 SG 방식의 TV가 크로스톡을 다 해결한 것은 아니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 내놓은 120Hz 제품들은 아직도 크로스톡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크로스톡이 해결된 것은 아직 고가의 몇몇 모델들 뿐이다. 또 HX920만 해도 크로스톡이 아주 깔끔한 상태는 아니다. 아직은 조금 더 손 볼 여지가 있다. 하지만 이는 시간 문제이다. 지금 진행되어 가는 속도로 볼 때 이제 기술적으로 크로스톡 문제는 거의 해결 단계에 들어갔다고 봐야 한다.
SG 방식 3DTV의 또 커다란 문제점은 “저휘도”, 즉 밝기가 떨어지는 문제이다. “크로스톡”과 “밝기” 두 가지는 사실 서로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SG 방식의 밝기가 떨어지는 이유는 구조적으로 밝기를 떨어트리는 방해 요소들이 많기 때문이다. 요약해보자.
(1) SG 방식은 안경이 좌우 교대로 개폐된다. 여기서 광량이 1/2로 준다
(2) 3D 안경에 있는 LCD 글래스의 투과율이 또 광량의 1/3 가량을 잡아 먹는다.
(3) 풀 블랙 필드를 어드레싱 해야 하기 때문에 여기서 또 약 40% 정도 밝기를 잡아 먹는다.
이 세가지 요소를 모두 거치면 최종적으로 남는 휘도는 평균 20% 안팍이다. 이 가운데 (3)은 전적으로 크로스톡을 유발하는 잔상을 줄이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패널의 반응속도가 빨라지게 되면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 삼성 D8000은 이 문제를 아직 해결하지 못했다. 크로스톡은 줄었지만 밝기는 오히려 예전 C8000보다도 어두워졌다. 그러나 HX920은 이 문제를 해결했다. 블랙 필드 대신 백라이트 스캐닝 만으로도 크로스톡을 만족할 만큼 줄이는데 성공했다. 면밀히 비교해서 살펴보면 블랙 필드를 사용한 D8000 보다는 아직 크로스톡이 많다. 그러나 말씀 드렸듯이 시청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다. 대신 패널의 밝기가 대폭 증가했다. 실(失)보다 득(得)이 더 많은 셈이다. (물론 밝기가 증가한 데는 다른 요인도 작용을 했다.)
결과적으로 HX920만 보면 이제 ‘밝기’ 문제도 더 이상 SG 방식의 단점이 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은 패널의 반응속도가 키 포인트가 된다. AMOLED는 LCD 보다 더 밝지는 않지만 반응속도가 비교가 안 될 만큼 빠르다. 따라서 백라이트 스캐닝이라는 것도 없고, 블랙 필드 어드레싱도 불필요할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밝기를 저해하는 요소들이 사라지기 때문에 해상도가 1080p 그대로 유지되면서 크로스톡도 없고 밝기도 떨어지지 않는 3D 입체 영상을 만들 것으로 예상이 된다.
그렇다 해도 SG 방식에서는 플리커링이 많다는 단점 항목은 그대로 남는다. 단, 플리커링은 해상도, 크로스톡, 밝기 등과 비견할 만큼의 비중을 갖는 항목은 아니다. 그래도 이 문제는 여전히 SG 방식의 해결과제이다. 크로스톡과 달리 플리커링은 쉽게 해결될 사안은 아니다. 플리커링도 종류가 다양하다. 영상 내에서 발생하는 주사선이나 프레임 깜박거림 현상은 기술이 발전하면 차츰 해결 되겠지만, 외광의 간섭으로 인해 발생하는 플리커링은 사용자 환경에 관한 것이라 쉽게 해결될 사안은 아니다. [삼성의 주력 모델 UN-D8000]
이런 이유 때문에서라도 연초에 광풍(狂風)처럼 3DTV 방식 전쟁이 일 때에도, 너무 갈 데까지 가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다. 후유증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또한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할 것은 없다. 나중에라도 필요하면 삼성이 편광으로, LG가 SG 방식으로 얼마든지 바꿀 수도 있고 그 것이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한번 어떤 방식이 좋다고 외쳤다고, 계속 지조를 지켜야 할 이유는 없다. 기업은 정치집단도 학자도 아니다. 소비자에게 득이 되는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만이 궁극적 목표일 뿐이다. 더구나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발전하는 전자제품 시장에서는 말이다. OLED 시대로 넘어가거나 또는 SG의 단점들이 거의 해결된 시점이 되면 얼마든지 LG도 SG 방식으로 다시 되돌아 올 수도 있다. (사실 LG의 2010년 하반기 모델인 LEX9 같은 SG 방식 제품은 완성도가 대단히 높은 수준이었다.) 시간이 흐를 수록 SG가 유리한 입장이라고 일단 말씀은 드렸지만, 사실 SG 방식도 그대로 쭈욱 나갈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안경부터 우선 대폭 성능이나 착용감이 개선 되어야 한다. 최근에는 셔터 글라스와 편광의 장점을 합한 새로운 방식이 개발되고 있다고도 한다. 이 또한 반길 일이다. 물론 장점을 합한 것이 될지, 오히려 단점만 합한 것이 될지 그건 알 수 없다. 아무튼 바라마지 않는 것은 당장의 시야에 매이지 않고 꾸준히 새로운 방식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접근들 했으면 하는 것이다. 진정한 승자(勝者)는 현재에 머무르지 않는 자라고 하지 않던가.
HX920의 크로스톡(Cross-Talk)
사설이 꽤 길었다. 이제 HX920의 3D 화질에 대해 살펴 보기로 하자. 누차 언급한 대로 HX920은 과거에 비해 놀랄만큼 크로스톡(Cross-Talk)을 크게 줄인 제품이다. 아래 스크린 샷을 보자. 위 쪽 사진은 소니의 작년 모델인 LX900이고, 아래 사진은 HX920이다. 두 사진 모두 3D 실사 영상에서 좌측 안경에 비친 이미지를 찍은 것이다.
스크린 샷에서 보듯 LX900은 조각 상 우측으로 테두리에 하얀 선이 두툼하게 보인다. 우안(右眼)에 보여야 할 정보가 잔상이 되어 좌안(左眼) 정보에 남아 있는 전형적인 크로스톡의 형태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개 작년 모델 SG 방식 3DTV들의 크로스톡이 이 정도 수준이었다. 그러나 HX920을 보면 같은 장면인데도 크로스톡이 거의 없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살짝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시청에 그다지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다. [소니 LX900 모델의 스크린 샷]
[소니 HX920 모델의 스크린 샷]
확실히 놀랄 만큼 크로스톡이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삼성 D8000과 나란히 놓고 비교하면 크로스톡은 확실히 삼성 D8000이 더 깔끔하다. HX920은 일반적으로는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라지만 좀 예민한 사람이라면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 또 가끔 어떤 장면에서는 화면 가장자리가 중앙과 뎁쓰 차이가 많이 날 때 원근감이 헷갈려 나타날 때도 있다. 이에 반해 삼성 D8000은 예민한 사람들 조차도 거의 불만을 갖지 않을 만큼 크로스톡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DLP 급까지는 아니어도 PDP급은 된다. 뎁쓰 정보도 잘 틀리지 않아 어지럼이 별로 없다. 크로스톡 한 가지만 놓고 보면 삼성 D8000이 가장 앞서는 것은 맞다. 아무래도 소니 HX920은 블랙 필드 어드레싱을 하지 않은 점이 삼성 D8000 보다 불리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대신 소니는 휘도를 얻었다. 소니 HX920으로서는 잘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기대 되는 것은 말씀 드렸듯이 지금보다도 월등 반응속도가 좋은 패널이 곧 등장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블랙 필드 어드레싱 없이 백라이트 스캐닝만으로도 현재의 D8000 보다 훨씬 더 좋은 크로스톡 프리 상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미래 이야기이다. 현실적으로는 아직도 중저가형 SG 제품들은 적잖은 크로스톡과 저휘도 문제를 안고 있다. 또 고가의 240Hz 제품들도 스펙에 따라 경중의 차이가 있다. 따라서 해상도에 민감하지 않은 대신, 크로스톡과 휘도에는 민감한 사용자라면 FPR 편광 방식이 훨씬 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더구나 가격도 더 저렴하다. 올 시즌 편광 TV가 성가(聲價)를 올리는 이유이다.
3D 영상에서의 밝기
3D 영상에서는 어느 정도가 적정한 밝기인가에 대한 기준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일단 2D의 기준을 적용하면 대략 110㏅/㎡(칸델라) 이상이면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편광이라면 이 정도 밝기가 전혀 문제가 안 된다. LG LW5700의 경우 3D에서 150㏅/㎡ 이상의 세팅도 가능했지만 오히려 과다한 밝기라서 실제 시청 시에 110㏅/㎡으로 낮춰 세팅을 할 정도였다. 그러나 SG 방식에서는 이 정도 수준의 밝기를 내기가 대단히 어렵다. 편광 방식이 SG 방식보다 더 눈에 편하게 느껴진다고 말하는 사용자가 많은데 그렇게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밝기" 때문이다. 편광은 3D 안경을 썼을 때 밝기가 툭 떨어지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 동안 테스트 했던 SG 방식 3DTV 중에서는 삼성의 2010년 대표모델인 C8000이 가장 밝았다. 100% White 3D 패턴에서 약 70㏅/㎡ 였다. 올해 출시 모델인 D8000의 경우 크로스톡은 현저히 줄었지만 밝기는 오히려 C8000보다 못하다. 약 52㏅/㎡ 정도가 나온다. 그래도 이 정도면 양반이다. 작년에 출시된 다른 SG 제품들은 대개가 30㏅/㎡ 안팎으로 정말 어두웠다. PDP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심지어 삼성 PN-C7000 PDP의 경우는 최대 밝기가 18㏅/㎡ 정도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번에 소니 HX920을 측정해보니 최대 밝기가 무려 107㏅/㎡가 나온다. 대단히 놀라운 수준이다.
좌/우안 안경이 교대로 개폐되는 SG 방식에서는 정확한 광량의 측정이 쉽지 않다. 대개는 SG 안경의 한쪽을 광량 분석기 렌즈에 대고, 3D Pluge 패턴을 띄워 측정하는데 백라이트나 블랙 어드레싱 유무에 따라 불균일한 밝기가 측정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 쪽만 측정한 것이라서 양안을 총합시킨 광량 값으로 간주 할 수도 없다. 한쪽 눈을 감고 느끼는 광량과 양쪽 눈을 모두 뜨고 느끼는 광량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에 관한 안과학 쪽의 논리가 Binocular Contrast Summation 이론이다. 한쪽 눈의 광량과 양쪽 눈의 광량 관계를 계산하는 이론인데, 조사해보니 아직 최종 결론 난 것은 없고 여러가지 설(說)이 난무하다. 두 배는 결코 아니다. 그렇다고 똑 같지도 않다. 독자들도 한번 한쪽 눈을 감았다 떴다 하면서 양안 상태의 광량과 단안 상태의 광량에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지 스스로 테스트 해 보시라. 이와 관련해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수식은 아래와 같다고 한다.
(C=양 눈의 광량, L=좌안 광량, R=우안 광량)
계산해보면 대략 1.41 정도가 된다. 즉, 광량 분석기에 측정된 밝기에 x1.4 를 하면 얼추 양안(兩眼)이 느끼는 밝기가 된다는 이야기이다. 이를 토대로 역산(逆算)해 보면 SG 방식에서는 한쪽 눈 기준으로 최소 80㏅/㎡ 이상은 나와 주어야 양안 상태의 3D 영상에서 어둡다는 느낌을 받지 않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공감할 만한 이론이다. 개인적 경험으로는 80㏅/㎡는 여전히 좀 아쉬운 밝기이고 약 90㏅/㎡ 이상이면 SG 방식 3D에서는 충분한 밝기가 되지 않나 가늠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까지 이 수준에 근접한 SG 방식 3DTV는 전혀 없었다. 그런데 소니 HX920의 밝기가 107㏅/㎡로 측정 되었으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수치만 그렇게 나온 것이 아니라 실제로 감상 할 때에도 HX920의 3D 영상에서는 밝기에 대한 아쉬움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예전의 SG 방식 3DTV를 볼 때는 “좀 어둡군..”하는 생각이 늘 한 구석에 있었지만, HX920에서는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소니 HX920이 어떻게 해서 밝기 문제를 해결했는지는 구체적으로 정확히 알 수 없다. 일단 블랙 필드 어드레싱 없이 백라이트 스캐닝 기법만 썼기 때문에 최소 30~40% 이상 밝기를 증가 시킬 수 있었음은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정도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직하형이라서 모듈 수가 더 많다는 점도 감안 할 수 있다. LED의 밝기를 boosting 시켰다는 설도 있는데 정작 어떤 방식으로 부스팅 시켰는지 설명된 기술 자료를 찾을 수가 없어, 이건 그냥 하는 말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아무튼 삼성에서는 아직 해결하지 못한 저휘도 문제를 소니는 해결한 셈이다. 이제는 기술 수준에서 소니에 확실히 앞서 나간다고 자부했던 삼성으로서는 적잖은 자극이 될 것 같다.
그러나 HX920은 아직 대중적인 제품이 아니다. 사실 너무 비싸다. 스펙을 고려하더라도 말이다. 이럴 때 소니가 좀 더 적극적인 가격정책을 펼쳐야 경쟁업체에게 뺏긴 마켓 쉐어를 찾아 올 수 있을텐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좀 답답하게 느껴진다. 물론 언젠가 가격이야 떨어지겠지만 아직까지는 "크로스톡도 적고, 밝기도 좋고 해상도 손실도 없는 3D 화질"을 얻으려면 막대한 비용을 치루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밝기가 아쉽던지, 크로스톡이 거슬리던지 또는 해상도가 다소 떨어지던지 하는 제품 중에서 선택할 수 밖에 없다.
한편 HX920은 3D 영상에서도 로컬 디밍이 작동된다. 작년에 출시된 LG의 직하형 SG 방식이었던 LX9500이나 LEX9은 2D에서만 로컬디밍이 되고 3D에서는 글로벌 디밍 밖에 되지 않았었다. 그러나 HX920은 3D에서도 가능하다. 로컬디밍을 켜면 블랙이 확실히 차분하게 가라 앉는다. 사실 SG 방식 3D 영상은 항상 밝기에 목 말라 있는 형편이어서 암부의 깊이까지 신경 쓸 여유가 별로 없었다. 일단 웬만한 밝기가 나와야 명암비이고 뭐고 따질 형편이 되지 않겠는가? 그러나 HX920은 밝기가 만족할 만 하니까 자연히 명암비에 신경을 쓰게 된다. 그런데 로컬 디밍이 가능하니, 3D 영상에서도 수준급의 명암비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3D 모드에서의 MotionFlow의 중요성
HX920에서 3D를 감상할 때는 반드시 MotionFlow 기능을 작동 시킬 것을 권한다. MotionFlow같은 프레임 보간 기능은 영상을 부자연스럽게 만들기 때문에 원래 2D 영상에서는 사용을 권하지 않는다. 그러나 3DTV에서는 고질적인 모션 저더를 없애는 데에 큰 역할을 하기 때문에 오히려 사용을 권장한다. HX920 역시 MotionFlow를 작동 시키지 않으면 피사체가 움직이거나 카메라가 패닝 할 때 움직임이 툭툭 끊어지는 Motion Judder가 생긴다. 삼성 D8000과 나란히 놓고 비교해보니 D8000도 프레임 보간 기능(Motion Plus)을 끄면 끊기는 것은 똑 같으나 소니 HX920가 확실히 좀 더 두둑 거리는 편이다. 그러나 MotionFlow를 “표준”에 놓으면 어지간한 모션 저더는 다 사라진다. 대신 움직임이 미끈덩거리는 부작용이 있지만 3D에서는 별로 어색하지 않다. 어차피 3D 입체 영상은 아무리 잘 만들었어도 실제의 움직임처럼 자연스러울 수는 없다. 시청자가 이미 어느 정도는 부자연스런 것을 감수하고 보기 때문에 프레임 보간에 의한 어색함 정도는 사실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HX920에서 MotionFlow을 사용해야 할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다. MotionFlow를 사용하지 않으면 화면에 플리커링이 제법 심하게 나타난다. 프레임 전체가 깜박거리는 프레임 플리커링이 아니라, 주파수가 낮을 때 화면의 밝은 부분에서 파르르 떨리는 주사선 플리커링이 있다. 원래 소니측 자료에 따르면 MotionFlow를 끄면 24Hz 필름 소스를 5:5로 풀다운 시켜 보여준다는 것인데, 5:5 풀다운이면 120Hz가 되기 때문에 플리커링이 생길 까닭이 없다. 48Hz 또는 72Hz라면 혹 모르겠다. 파나소닉 VT25의 경우 3D 모드에 48Hz 재생 메뉴가 있는데 계조가 살아나고 움직임이 부드러워진 반면 심한 플리커링이 생기는 것을 감당해야 했다. 필자 생각에는 5:5 풀다운이 아니거나 중간 프로세싱 과정에서 무언가 버그가 생겨 플리커링이 발생하는 것 아닌가 싶다. 어찌 되었든 소니 HX920에서 3D 영상을 볼 때는 반드시 MotionFlow를 켜고 시청해야 한다는 것이 최종 결론이다.
3D 영상의 화질 성향
HX920의 3D 영상 입체감은 아주 우수하다. MotionFlow를 켜면 모션 저더나 모션 블러도 별로 신경 쓰이지 않는다. X-Reality 회로는 3D에서도 활성화가 가능하다. 2D에서는 사용을 권하지 않았지만 3D에서는 사용도 고려할 만하다. 크로스톡이 심하지 않기 때문에 살짝 윤곽보정이 들어가도 큰 방해를 주지는 않는다.
그런데 입체감, 동적 해상도 모두 우수하지만 은근히 단점도 보인다. 아마도 휘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생긴 문제 같은데, 영상에 살짝 막이 낀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다. 영상보드에서 흔히 있는 노이즈 중 하나인데, 과도한 햇살이 비친 것처럼 화면이 살짝 화이트닝 되면서 그로 인해 윤곽선이 살짝 뭉개지는 현상이다. 삼성 D8000과 비교하면 D8000의 그림이 차분하게 안정되고 포커싱이 또렷하게 나타나는 반면, HX920은 살짝 들뜬 그림이 된다. 이것도 혹시 휘도를 얻기 위해 치른 대가는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화면의 안정감은 상대적으로 떨어져도 일단 화면이 훨씬 더 밝으니까 D8000 보다 눈은 더 편하다. 마침 옆에 놓여져 있던 D8000과 비교해 보니 그렇지, 사실 HX920만 보면 3D 영상도 꽤 디테일하고 입체감이 우수한 그림이다. 또 X-Reality 기능을 활성화 시키면 영상이 살짝 블러링 되는 것이 많이 보정된다. 단, 너무 심하게 넣으면 역효과가 난다.
최근 입수한 3D 전용 패턴 제너레이터인 Video Forge를 통해 HX920의 3D 모드에서의 색 정확도와 색온도를 측정해 보았다. 그림에서 보듯 3D 영상에서도 색 정확도는 그다지 흐트러지지 않은 모습이다. 2D에 비하면 그린과 옐로우가 살짝 포화된 느낌이 있으나 큰 차이가 아니다. 그러나 블루는 여전히 기준좌표(+ 마크)보다 다소 옅게 빠져 있다. 전체적으로는 2D에서 유지되었던 색 정확도의 우수성이 3D에서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색온도는 “따뜻하게 2”로 놓았을 때 기본적으로 6100K 안팎이 나온다. 이건 삼성 D8000 모델도 그렇다. 3D 모드에 들어가면 전반적으로 색온도가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화이트 밸런스 조정을 했더니 6400~6500K 안으로 비슷하게 들어 맞는다. 그러나 조정 기능의 정세도가 떨어져 아주 정확하게 맞지는 않는다. FPR 방식인 LG의 LW5700의 경우 조정 전 색온도도 잘 맞는 편이었지만, 워낙 화이트 밸런스 조정 기능이 정세하고 옵션이 다양해 전 대역에 걸쳐 델타 에러 값을 0~1 수준에 맞도록 색온도를 정확히 맞추는 것이 가능하다. 그에 비해 화질 조정 기능의 옵션이 다양하지 못하고 정밀한 조정이 쉽지 않다는 것은 앞으로 소니가 개선해 나가야 할 점 중 하나이다.
2D-to-3D 변환 기능
HX920에도 2D-to-3D 변환 기능이 있다. 3D 컨텐츠가 아직 활성화 되지 않은 상황이라 제조사로서는 넣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HX920의 2D-to-3D 변환 기능은 성능이 영 좋지 않다. 작년 모델에도 동일한 기능이 있었는데 그때는 정말 조악한 수준이었다. 그때보다는 훨씬 나아졌다. 그러나 여전히 완성도가 많이 떨어진다.
뎁쓰를 세 단계로 조정할 수 있는데, “중간”과 “낮음”은 3D 효과가 거의 없다. “높음”으로 해야 효과가 나기 시작하는데 크로스톡이 적지 않게 발생한다. 프로세서 문제인지 알고리즘 문제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오리지널 3D 영상의 크로스톡이 적었던 것으로 미루어 짐작하면 분명 하드웨어 문제는 아니다. 경쟁 제품인 삼성 D8000, LG LW5700도 모두 2D-to-3D 변환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 기술은 작년에도 삼성이 한 걸음 앞선 편이었는데, 올해에도 삼성의 변환 기능은 꽤 발전한 모습을 보여준다. 오리지널이 아닌 2D-to-3D 변환 영상에서도 크로스톡은 거의 사라졌고 뎁쓰 오차로 인해 앞뒤 레이어 간격이 이상해지는 모습도 줄어 들어 꽤 깔끔한 모습을 보인다. LG의 경우, 작년에 SG 방식 제품을 낼 때에는 크로스톡 때문에 2D-to-3D 변환 기능을 넣을까 말까 고민을 많이 하다가 결국 넣지 않았었다. 그러나 올해는 편광에 올인하면서 자신있게 이 2D-to-3D 변환 기능을 장착하게 되었다. 당연히 크로스톡도 없고 또 화면이 밝기 때문에 대단히 훌륭한 성능을 보여준다. 가장 깔끔한 화면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필자는 SKY 위성 채널을 통해 야구 경기를 HD급으로 시청할 때(※ 사실 말이 HD급이지 전송률이 AVC 코덱 기준 8Mbps 안팎이기 때문에 필자는 "짝퉁 HD"라고 부른다. 참고로 블루레이 디스크의 경우 보통 30~40Mbps의 전송률을 갖는다.) 주로 2D-to-3D 변환 기능을 많이 사용한다. 이 때 LG의 LW5700을 통해 시청하면 세 시간 가량을 연속으로 시청해도 전혀 거부감이 없다. (물론 가끔 뎁쓰가 안 맞아 앞 뒤 사물의 비율이 잘 안 맞기는 한다. 즉, 앞 쪽 사람의 얼굴이 갑자기 '큰 바위 얼굴'이 되거나 하는 현상이다. 이건 LG이든 삼성이든 2D-3D 변환 기능에서는 어느 정도는 다 있다. 그런데 LG의 경우는 뎁쓰의 디폴트 값이 과(過)해 값을 줄이지 않으면 이 현상이 좀 심해진다. 그러나 값만 줄이면 LW5700이 2D-3D 변환 기능은 가장 깔끔하다.) 결과적으로 LG, 삼성 등 경쟁사의 2D-to-3D 기능은 크게 진일보한 반면, 소니는 아직 정체된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다.
3D 안경
[소니 TDG-BR250 3D 안경]
[삼성 SSG-3300 3D 안경]
앞으로 크게 진화할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가
끝 맺는 말
소니의 HX920은 참 잘 만든 제품이다. 화질에만 국한해서 보면 2D와 3D 모두 최정상급의 수준작이다. 특히 SG 방식의 강점인 높은 해상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단점으로 지적되던 크로스톡과 저휘도의 문제를 해결해 낸 것에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색 정확도와 계조별 평탄성, 그레이스케일, 감마 등 기초적인 화질 특성도 우수하다.
단, 세부적인 전문가 조정 기능이 빈약한 점, 3D 싱크가 아직도 IR 인 점 등은 아쉽다. 또 크로스톡도 약간 더 개선될 여지가 남아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HX920의 가장 큰 단점은 너무 비싼 가격이다. 직하형에 풀 로컬 디밍이고, X-Reality Pro 회로에 값비싼 사운드 바 스탠드이며 원가가 많이 들어간 스펙인 것은 맞다. 또 플래그 쉽 모델이라는 자존심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현재의 시장 상황이나 경쟁사들의 뛰어난 기술력과 마케팅 능력 등에 대해 제대로 파악을 하고 있다면 이렇게 높은 가격을 붙인다는 것이 말이 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소니는 지금 예전 브라운관 TV 시절의 브랜드가 아니다. 물론 가격은 시간이 지나면 떨어질 것이다. 당장은 접근이 쉽지 않은 가격대이지만 일단 이런 류의 제품이 나왔다는 것이 중요하다. 곧 가격이 낮으면서도 크로스톡과 밝기 문제를 동시에 해결한 제품들도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한 동안 삼성, LG에 비해 제품 개발 능력이 답보 상태에 머무른 것처럼 보였던 소니가 모처럼 저력을 발휘한 것도 반갑다. HX920은 삼성, LG 등 국내 업체들에게도 신선한 자극이 될 제품으로 보여진다. (최 원 태)
Review Equipment
● Color Spectro Radiometer : Photo Research PR-650
● Luminance Measuring Meter : Minolta LS-100
● Test Pattern Generator : AccuPel HDG-4000, VideoForge 3D Pattern Generator
● Analysis Program : Datacolor Colorfacts Professional 7.5
● Source Component : OPPO BDP-93 3D Blu-ray Player, Playstation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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