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4. 29. 12:55

파이오니아 쿠로 KRP-500M/600M 플라즈마 모니터 (1)
- posted by 최 원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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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의 레퍼런스 모델

쿠로 KRP-M 시리즈는 파이오니아 쿠로 제품 라인의 최상위에 위치한 모델이다. 미국에서 Signature 명칭으로 출시된 바 있어 보통 시그니처 모델이라 부르기도 한다. 일전에 PDP-5020FD를 리뷰하면서 필자는 쿠로 9세대를 '플랫 TV 중 가장 우수한 화질을 가진 제품'이라고 말한 바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PDP-5020FD를 최고의 제품이라 말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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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DP-5020FD는 쿠로 제품 라인업 중 맨 아래에 위치한 제품으로, 제품의 하드웨어적인  특성은 대동소이(大同小異) 하지만, 화질 조정 기능이 대폭 생략되었고, 디폴트 설정치도 표준에서 어긋나는 등, 소프트웨어적인 특성에서 아쉬움이 다소 있었다. 이에 반해 지금 리뷰하는 쿠로 시그니처 모델은 쿠로의 최상위 모델로 명실상부 현존하는 플랫형 TV 중 가장 화질이 좋은 제품이라 평할 수 있겠다.

쿠로의 제품 라인업

파이오니아 쿠로 시리즈의 모델명이 복잡하게 되어 있다는 말씀은 지난 번 PDP-5020FD 리뷰 때 이미 말씀 드린 바 있다. 판매 지역, 사이즈, 등급에 따라 다양한 모델이 존재 하는데, 제품은 동일한 데 모델명이 다른 것이 많아 헷갈리기 십상이다. 지난 번에 만들었던 표를 참조해서 다시 한번 일별(一瞥)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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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상 미국형 모델을 기준으로 설명하면, 쿠로는 PDP-5020/6020FD, Elite PRO-111/151FD, Elite Signature PRO-101/141FD 세 가지로 간단히 나눌 수 있다. 부르기 쉽게 PDP-5020/6020FD를 "논 엘리트 쿠로"라 부르고, PRO-111/151FD 모델을 "엘리트", PRO-101/141FD를 "시그니처"라고 부른다. (엄밀히 말하면 '시그니처'는 '엘리트 시그니처'로 엘리트에 속하는 셈이지만, 보통은 그냥 구별해서 말한다.)

"논 엘리트 쿠로" 제품은 미국형 모델에만 있으며, "엘리트" 모델과 "시그니처" 모델은 유럽/일본에도 존재하나 모델명이 다르다. 엘리트에 해당되는 유럽형은 두 가지로 PDP-LX5090/6090H 및 KRP-500A/600A가 그 것이다. 한편 일본 내수형 엘리트 모델은 KRP-500A/600A 뿐이다. 시그니처에 해당되는 유럽형 및 일본 내수형 모델명은 공히 KRP-500M/600M으로 흔히 M 시리즈라고 부르기도 하며, 지금 리뷰하는 제품이 바로 이들이다.

시그니처 모델과 하위 모델의 차이점

'논 엘리트 쿠로' < '엘리트' < '시그니처'로 갈 수록 가격이 비싸지고, 기기 성능이 더 우수해진다. 기기 성능이 더 우수해진다는 말은 '하드웨어'적인 특성과 '소프트웨어'적인 특성 두 가지로 다시 나누어 말할 수 있다.
 
논 엘리트 쿠로보다 엘리트, 엘리트 보다 시그니처가 하드웨어적으로 더 우수하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딱 한 가지, 패널의 영상 다이내믹레인지가 더 넓다는 점이다. 컬러, 계조, 감마, 유니포미티 등 다른 화질적 요소들은 다 동일하다. 그러나 블랙의 깊이, 영상의 펀치력 등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탁월한 쿠로 PDP이지만, 시그니처 모델은 그 중에서도 확실히 더 뛰어난 특성을 보여준다.

쿠로 PDP를 처음 접하는 분들은 대개 매우 강렬한 첫 인상을 받는다. 블랙바와 베젤이 거의 구별이 가지 않을 정도의 안정된 블랙과 임팩트한 영상 다이내믹 레인지를 경험하고 나면 "이 정도면 정말 최고구나, 이 보다 더 블랙이 깊고, 이 보다 더 임팩트한 영상이 나올 수 있겠어?" 하는 성급한 결론을 내리게 마련이다. 필자도 PDP-5020FD 모델만 접했을 때에는 그랬다. 엘리트와 시그니처 모델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 차이점은 소프트웨어적인 것에 국한 될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막상 시그니처 모델을 입수해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보니, 그게 아니었다. 더욱 더 임팩트한 영상이 펼쳐 지고 있었다. 그러나 오해하지 말아야 할 점은, 쿠로의 각 라인업 간의 성능 차이라는 것은, 하이엔드 오디오에서 흔히 발견될 수 있는 수준의, 즉 아주 섬세하고 미묘한 성질의 것과 같아서, 서로를 맞대놓고 비교해 보지 않는 이상, 그 차이점을 구별하기란 매우 힘든, 그런 정도의 차이라는 점이다.

이에 반해 소프트웨어적인 특성의 차이점은 보다 분명하다. '논 엘리트 쿠로'는 화질 조정 기능이 매우 간단하며, 팩토리 설정값이 정확하지 못하다. 한편 '엘리트'와 '시그니처'는 전문적인 사용자 조정 기능을 대거 제공하기 때문에, 화질에 대한 지식과 전문장비를 갖춘 유저라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화질을 얻어 낼 수 있다. 화질 조정 메뉴의 종류와 갯수는 시그니처가 엘리트보다 더 많다. 그러나 대부분 잘 사용되지 않는 것들이어서, 실질적으로는 거의 똑 같다고 보면 된다.

시그니처와 엘리트 모델의 차이는 역시 영상 다이내믹 레인지와 관련된 패널의 성능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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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표는 시그니처 모델과 엘리트 모델 간의 APL에 따른 피크 화이트의 밝기를 측정한 그래프이다. 비교 대상은 유럽형 엘리트 모델인 LX5090과 유럽형 시그니처 모델인 KRP-500M 이다. 위 표에서 ES0, ES1.. 으로 표기된 것은 Energy Saving Mode를 말하는 것으로 ES0과 Standard(Off) 상태이다.

PDP가 APC(Auto Power Control)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다들 아실 것이다. 표시되는 화면의 평균 밝기(APL; Average Picture Level)를 측정해서, 그에 따라 표현해야 할 최대 밝기의 정도를 조절한다. 즉, APL이 1%일 때에는 그 1%에 해당되는 밝기에 나머지 99%의 전류를 모두 쏟아 붓기 때문에 그 부분의 밝기가 높아지고, APL이 50%가 되면, 전류를 고르게 퍼뜨려야 하기 때문에 똑 같은 100 IRE라고 해도 APL이 1% 였을 때 보다 밝기가 떨어지게 되어 있다. 굳이 LCD와 비교하자면, PDP는 1920x1080 = 207만개의 로컬 디밍을 하는 셈이라고 볼 수도 있다.

위 그래프에서 빨간 라인이 레퍼런스이다. APL이 1%이든 100%이든 밝기가 언제나 100인 상태로 나란히 유지되는 것이 일반 CRT, LCD TV가 이에 해당된다. (LCD TV는 오토 다이내믹 회로를 항상 켜 놓은 경우,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사실은 해당되지 않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엘리트 모델인 LX5090의 경우, APL이 1%일 때 100에 해당되던 피크 화이트가, APL이 100%가 되면 40 수준으로 떨어진다. APL이 100%인 경우라면, 화면 전체가 100 IRE 화이트인 필드 화이트 패턴인 상태를 말한다. 그래서 PDP는 윈도우 패턴에서 측정한 최대 밝기에 비해 필드 패턴에서 측정한 최대 밝기가 훨씬 어둡게 나타나는 것이다. 그런데 시그니처인 KRP-500M을 보면 APL이 100%인 경우에도 피크 화이트가 60 수준을 유지한다. 즉, 영상 다이내믹 레인지가 더 넓은 것이다.

특히 유의미한 것은 APL 50~60% 부분이다. 대부분의 그림들이 이 언저리 부근에 많이 위치한다. 엘리트 모델은 최대 밝기의 95 수준이던 피크 화이트 레벨이 APL 25% 부분부터 떨어지기 시작해 APL 55% 부분에서는 절반인 50 수준으로 낮아진다. 그러나 시그니처인 KRP-500M 모델은 APL이 55%에 이르기까지도 피크 화이트가 최대 밝기의 95 수준을 그대로 유지한다. 이 부분은 매우 높게 평가할 요소이다. PDP이면서도 밝기의 균일성을 최대한 유지해 주고 있기 때문에, 그레이스케일이나 감마 특성 등에서 월등 뛰어난 성능을 기대하게 되며, 무엇보다도 실제 영상에서 유저가 느끼는 임팩트함이 휠씬 강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플라즈마 모니터

쿠로 시그니처 모델은 TV가 아니라 모니터이다. 이 '모니터'라는 단어에 혼동이 없으시기 바란다. 컴퓨터용 모니터가 아니라, 프로 장비용 모니터를 의미하는 것이다. (흔히 Grade 1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감독이나 연출자가 작품을 '모니터한다'라고 말할 때의 바로 그 '모니터'를 의미한다. (PDP는 Burn-In 문제 때문에 본질적으로 PC용 모니터로는 부적합하다.)

프로 장비용 모니터는 일반 민수용 제품과 달리, 표준 영상의 까다로운 여러 기준들을 충족 시켜야 하기 때문에 화질적인 완성도가 매우 높다. 그래서 가격도 비싸고, 사이즈도 30인치를 넘지 못한다. 파이오니아가 그들의 마지막 제품인 9세대 라인에 난데없이 '시그니처' 명칭의 프로용 모니터를 포함 시킨 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 파이오니아로서는 어떤 선언적 의미를 담고 싶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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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파이오니아는 내세울 것이 '화질' 밖에 없다. 9세대 라인을 기획 할 무렵, 파이오니아는 자체 패널 생산을 중단하고 파나소닉 패널을 제공받아 10세대 제품을 만들기로 이미 결정이 나 있었다. 즉, 10세대 제품은 9세대 제품보다 다운 그레이드된 보급형 제품이 될 상황이었고, 따라서 파이오니아 입장에서는 지금 기획하고 있는 9세대 제품이 그들이 유일한 자존심인 '화질'을 한껏 과시할 수 있는 마지막 라인이 되는 셈이었다. 따라서 파이오니아서로는, 명실상부한 '레퍼런스 모델'을 하나 만들어 넣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제품에 일반 민수용 제품이 아닌, 프로용 모니터라는 타이틀을 부과한 것이다.

이를테면 '마지막 황제'라고 할까. 그런 이미지가 떠 오른다. 첨단 영상 산업의 흐름을 경솔히 예단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현재의 플랫형 TV의 흐름으로 볼 때, 향후 최소 5~6년 이내에 쿠로를 능가하는 화질의 TV가 나올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뭐, 그렇게 보면 '마지막 황제'라는 칭호가 그리 감상적(感傷的)이지도 않다. 오히려 사실적(寫實的)이지 않은가?

디자인

시그니처 모델은 "모니터"이기 때문에 튜너도, 스피커도 심지어는 스탠드도 없다. 그냥 달랑 본체 하나 뿐이다. 필요한 것은 모두 사용자가 각기 따로 사서 연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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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드는 KRP-TS02라는 전용 스탠드가 있다.(옆 그림 참조). 엘리트 모델과 시그니처 모델은 동일한 스피커와 스탠드를 사용한다. KRP-TS02 스탠드는 사이드 스피커를 사용할 경우를 전제로 한 스탠드이다. 만일 언더 마운트 스피커(PDP-5020FD 처럼 본체 아래에 가로로 붙이는 단일형 스피커)를 사용할 경우에는 이 스탠드는 맞지 않는다. 스피커 들어갈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 경우에는 PDK-TS33A라는 다리가 좀 더 긴 전용 스탠드를 사용해야 한다.
 
원칙적으로는 사이드 스피커를 장착하는 것이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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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옆 사진 참조) 그러나 가로 길이 공간을 줄이고 싶은 분은 언더 마운트 스피커를 달 수도 있다. 언더 마운트 스피커는 LX5090/6090 또는 KRP-500A/600A 모델과 동일한 것을 사용하면 안성맞춤이다. 그러나 논 엘리트 쿠로, 또는 이전 세대 제품 것을 쓸 수도 있다. 그러나 전용 제품이 아니면, 부착하는 나사 구멍이 딱 들어 맞지 않기 때문에, 몇 개의 나사로만 지탱해야 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물론 스피커가 무겁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해도 큰 문제는 없다. 한편 시그니처 모델은 본체 뿐이라 두께가 62mm이다. 93mm 짜리 논 엘리트 쿠로에 장착한 스피커를 그대로 옮겨 달 경우, 앞면이 약간 튀어나올 수도 있다. (그다지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다.).

스탠드의 경우도, 이전 세대 제품을 싸게 구입해서 연결할 수도 있다. 그러나 파이오니아 PDP는  모델간에 어떤 것들은 스탠드가 호환되고, 어떤 것은 안 되는 등 그 관계가 좀 복잡하다. 참고로 논 엘리트 모델 스탠드는 시그니처 스탠드로는 쓸 수 없다. 따라서 전용 스탠드와 스피커를 쓰지 않을 것이라면, 사전에 충분히 호환성 정보를 입수하고 구입해야 한다. (M 시리즈는 앰프 단이 있기 때문에 스피커는 집에 쓰던 다른 것을 연결해도 별 문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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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마운팅은 대부분의 모델들이 서로 호환되기 때문에, 악세사리 구하기가 보다 쉽다. 단, M 시리즈는 입출력단이 본체에 붙어 있는 형태이기 때문에, 케이블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충분히 연구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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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는 나중에 연결한다 하더라도, 스탠드가 없이 본체만 달랑 받으면 처음에는 참 난감하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본체가 도착하기도 전에 스탠드를 먼저 구입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필자도 처음 입수 했을 때 이점이 난감했다. 다행히 우측 사진에서 보듯, 윗쪽 박스만 벗겨 내고 아랫쪽 스티로폼을 제거하지 않으면 본체는 임시로 그대로 버티고 서 있을 수가 있다. (포장이 꽤 잘 되어 있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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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니처는 모니터이므로 튜너가 없다. 따라서 두께가 62mm로 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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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500A/600A처럼 미디어 리시버가 별도로 존재하는 타입이 아니라, 직접 입출력 단자를 갖추고 있다. 시그니처 종류에 따라 입출력단은 약간씩 다른데, KRP-M 시리즈의 경우는, HDMI 2계통, DVI 1계통, 컴포넌트 및 VGA 1 계통 등의 입력단을 갖추고 있다.소스 기기를 많은 유저라면 입력단이 부족하게 느껴질 것이다. 리모컨은 겉 모습은 논 엘리트 모델과 동일한 모양인데, 논 엘리트 모델 리모컨이 자조식(自照式) 형광 버튼였던 것에 반해, 시그니처 리모컨은 상단 우측에 백라이트 버튼이 있는 점, 그리고 논 엘리트 모델 리모컨은 플라스틱 자재였는데, 시그니처 모델 리모컨은 묵직한 철제를 사용했다는 점이 다르다. 리모컨 하단에는 파이오니아 소스 기기를 컨트롤 할 수 있는 선택 버튼이 있으며, 학습 기능을 갖추고 있어 통합 리모콘으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시그니처 모델의 종류

지금 리뷰하는 제품은 KRP-M 시리즈이다. 시그니처 모델은 크게 두 종류가 있다. 미국형 모델은 50인치가 <Elite Signature PRO-101FD>, 60인치가 <Elite Signature PRO-141FD>이며, 일본/유럽형 모델은 50인치가 <KRP-500M>, 60인치가 <KRP-600M>이다. Signature 명칭이 정식으로 붙은 것은 미국형이지만 같은 등급의 제품이라 101/141, M 시리즈를 모두 통털어 시그니처 모델이라 부른다. (M 시리즈 모델명의 KRP는 Kuro Reference Panel의 약자이다.)

M 시리즈는 원래 일본 내수 및 유럽 수출형 모델이다. 그런데 일본 내 공장이 먼저 문을 닫기로 하면서, 파이오니아는 M 시리즈의 재고 일부를 미리 미국 공장으로 돌려, 파워 서플라이를 교체하고 펌웨어 및 메뉴얼 일부를 교체하여 미국 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지난 3월 부터 등장한 이 뜻 밖의 '새 모델'을 소비자들은 '북미형 M 모델'이라고 부르는데, 리뷰 제품 또한 이 북미형 KRP-500M KRP-600M 모델이다.
 
아래는 미국의 AVS 포럼에서 옮겨온 "Pioneer 9G Kuro Comparison Chart: xx20, 500/600M, 111/151, 101/141, 500/600A, LX-XX90" 비교 차트이다. (※ 여기서 언급된 모델들은 모두 미국형과 유럽형이며, 일본형은 제외 됐다-예를 들어 같은 KRP-500A라고 해도 유럽형은 일본형보다 안테나 입력단이 더 많다. 더불어 이 자료는 개인 사용자가 작성한 것이므로 내용이 100% 다 맞는다는 보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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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한 등급의 시그니처 모델인 101/141 시리즈M 시리즈는 하드웨어적인 특성은 완전히 동일하다. 단지 몇 가지 외적 사양이 다르다. 간단히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① M 시리즈는 HDMI 입력이 2개, 101/141은 4개이다.
② M 시리즈는 아날로그 오디오 입력이 2개가 있고, HDMI로도 오디오 신호를 입력 받는다. 그리고 앰프단이 내장되어 있어 스피커만 연결하면 소리를 들을 수 있다. 101/141은 오디오 입력 자체를 아예 받지 않는다. 따라서 101/141를 사용할 때에는 별도의 앰프가 있어야 한다.
③ M 시리즈는 ISFccc 조정 모드가 없다. 그러나 101/141은 ISF Day, Night, Auto의 세 가지 ISFccc 모드를 가지고 있다. (단, 유럽형 M 시리즈에는 ISFccc 모드가 있다. 일본형 M 시리즈에는 없다. 그래서 북미형 M 시리즈에도 없다.)
④ M 시리즈는 공장에서 50 시간의 Break-in을 거쳐 출하되고, 101/141은 100시간의 Break-in을 거쳐 출하된다고 한다. (사실 별 의미는 없다. Break-in 이야 나중에 유저가 자체 패턴을 통해 50시간을 추가로 더 하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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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위에 언급된 내용들은 화질과는 무관한 것들로 별로 대단한 것들은 아니다. 하드웨어적인 성능으로 따지자면 M 시리즈와 101/141FD는 사실 상 동일한 모델로 보면 된다. 하지만 M 시리즈가 ISFccc 모드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 한가지는 다소 아쉽다. 사실 시그니처는 워낙 화질조정 메뉴가 다양해 웬만한 세팅은 모두 메뉴 상에서 처리할 수 있다. 굳이 ISF 모드가 필요하지는 않다. 그러나 단 한 가지, RGB 감마 9 포인트 조정 기능 은 오로지 ISF 모드에서만 조정이 가능하다. 이 기능은 9단계의 계조별 감마를 Luminance와 Saturation의 상관성을 연결지어 미세 조정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에게는 꽤 매려적인 기능이다. 그런데 북미형 M 시리즈에는 이 기능이 빠졌다. (아마도 서비스 모드 어딘가에 숨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단지 활성화 시켜 놓지 않은 것으로 추측된다.)
 
감마 9 포인트 조정 기능은 사실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이지 반드시 있어야 할 필수적인 기능은 아니다. 이미 M 시리즈는 외부 메뉴에 5개의 감마 모드를 프리셋 시켜 놓았다. 또 Grayscale 특성이 워낙 평탄해서 감마 9 포인트 조정 기능이 효용성을 발휘할 일도 없어 보인다. 또한 전문장비를 갖춘 캘러브레이터가 계산기 두들겨가며 해야하는 작업이라 일반인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그래도 있으면 좋다.

50인치와 60인치 쿠로의 화질 차이

비단 시그니처 모델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필자가 쿠로 8세대와 9세대 여러 모델을 두루 살펴 보면서 내린 결론이다. 쿠로는 50인치와 60인치 간에 섬세한 '화질의 차(差)'가 존재한다. 물론 50인치가 더 좋다. 선입견이 아닐까 충분히 경계하고 내린 결론이다. 원래 파이오니아는 50인치 패널만 생산했다. 60인치 패널은 2004년 NEC 패널을 인수해서 확장 시킨 것이다. 물론 OEM이 아니라 파이오니아가 직접 관리하여 동일한 공정, 동일한 구조로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자'(嫡子)와 '서자'(庶子)의 개념이랄까, 파이오니아 오리지널 패널인 50인치 제품이 더 화질이 우수할 것이라는 막연한 선입견이 있었다.

결론적으로 진짜로 오리지널리티로 인한 차이인지, 아니면 사이즈의 차이에서 오는 차이인지 알 수 없3지만, 어찌 되었든 어찌되었든 50인치와 60인치는 영상 다이내믹 레인지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50인치 모델이 블랙이 더 깊고 화이트도 더 밝다. 그렇다고 계조가 나빠지거나 컨투어링 노이즈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필드 패턴을 이용하는 고정 명암비는 동일하게 측정된다. 그 것으로는 알 수 없다. 실제 영상에 들어가야 그 차이가 제대로 드러난다. 그 외 컬러나 계조, 감마 특성 등은 완전히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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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P-500M 또한 KRP-600M과 맞비교하면 확실히 영상이 더 임팩트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화질적인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두 기종을 나란히 틀어 놓으면 습관적으로 600M 쪽으로 눈이 간다. 역시 '사이즈의 위력'이 크다. 500M과 600M의 화질 차이란 사실 그렇게 눈에 확 띄는 정도가 아니다. 반면 "10인치 더 큰 영상"이 주는 압박감은 무시 못할 수준이었다.

완성도 높은 화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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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디스플레이 기기가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항목들이 여러 가지 있다. 블랙의 깊이, 높은 명암비, 풍부한 계조 표현력, 정확한 색 표현력, 평탄한 그레이스케일, 정확한 색온도 및 감마 트래킹, 영상의 투명도와 포커싱, 필드 유니포미티, 높은 명목 해상도 및 동적 해상도, 뛰어난 프로세싱 능력 등등... 하지만 이들 요소를 두루 다 잘 갖추기는 쉽지 않다. 하이엔드 비디오 프로세서를 곁들인 최고 사양의 9인치 CRT 프로젝터나 BVM-D 시리즈, F 시리즈 같은 방송용 모니터라면-그래도 100%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아주 높은 완성도의 화질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런 그림을 보기 위해 들여야 하는 비용은 보통 수천만원대이다. 화질의 완성도만 가지고 가격을 결정하라고 한다면 쿠로 시그니처 모델도 충분히 수천만원대 디스플레이 기기 대열에 합류 시킬 만 하다. 바꿔 말하면, 천만원 언더의 'affordable price' 제품 중에서 쿠로 시그니처 보다 더 높은 완성도의 화질을 가진 제품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단순히 몇가지의 특성만 두드러지는 것이 아니다. 쿠로 시그니처 모델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이 제품이 좋은 화질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여러 요소들을 두루 고르게 충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랙, 색 발광 능력, 계조력, 색 정확도, 명암비... 등 대부분의 요소에서 나무랄 점을 찾기 어렵다. 장타와 교타를 겸비한 김현수나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느낌이랄까.

본격적인 화질 평가에 들어가기 전 미리 밝혀 둘 점은 쿠로에 관한 일반적인 사항 또는 구조에 대한 설명은 생략한다는 것이다. 이미 8세대인 PDP-5010FD 리뷰 및 9세대 논 엘리트 모델인 PDP-5020FD 리뷰를 통해서 충분히 언급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쿠로의 일반적인 기술적 사항에 대해서는 앞서의 리뷰들을 참조하시기 바란다.

기본 메뉴 탐색

시그니처 및 엘리트 모델이 논엘리트 모델이 갖지 못한 다양한 화질 조정 메뉴를 가지고 있다는 말씀은 드린 바 있다. 시그니처의 주요 메뉴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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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메뉴 화면은 논 엘리트 셋업 메뉴 화면과 동일하다. <Picture> 항목에 들어가면 우측과 같이 영상 모드를 선택하는 화면이 나온다. 시그니처 모델은 영상 모드에 <Pure>와 <User> 두 가지가 추가 되었다. 프로용 화질 조정을 위한 모드는 <Pure> 모드이다. <Movie>, <User> 모드도 임의 설정이 가능하나, 시그니처 모델  화질 조정의 키는 <Pure> 모드가 쥐고 있다.
 
아래는 각 영상 모드별 디폴트 색온도와 밝기 값이다. (100 IRE, 1/9 윈도우 패턴 기준). <Movie>와 <Pure> 모드만 색온도 <Low>를 디폴트 값으로 하고 있으며, 이들 모드의 기본 색온도 값은 6300K 전후로 꽤 양호한 편이다. 한편 <User>와 <Standard> 모드는 7300K 정도의 색온도를 보이고 있는데, 이들도 화면 조정 메뉴에서 "Color Temp" 항목을 "Low"로 바꾸면 6300K 정도의 색온도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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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e> 모드를 선택하면 기본 디폴트 색온도가 "Low"로 설정이 되어 있다. 색온도 선택 모드는 모두 6가지가 있다. High, Mid-High, Mid, Mid-Low, Low 이렇게 미리 설정된 5개의 Preset Mode가 있고, 사용자가 임의로 Gain과 Bias를 조정할 수 있는 Manual 모드가 추가 되어 있다. Manual 모드는 <Pure> 모드에서만 제공한다. <Pure> 모드의 기본 색온도는 Low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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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re> 모드 하에서 각 색온도 선택항목 별 실제 색온도를 측정해 보았다.(우측 표 참조) High는 10000K 전후, Mid는 8000K 전후이며, Low는 6300K 전후이다. Manual을 선택하면 Low와 비슷한 값에서 처음 시작하게 된다.

Manual을 선택하고 커서를 우측으로 옮기면 White Balance를 조정하는 아래 사진의 항목이 등장한다. High는 Gain, Low는 Bias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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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gh(Gain)는 70~100 IRE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40~60 IRE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30 IRE 이하에는 영향을 주기는 하나 정도가 미미하다. 반대로 Low(Bias)는 10~30 IRE에 가장 큰 영향을, 40~60 IRE에도 꽤 영향을 미치는 반면, 70~100 IRE는 미세한 영향만을 준다.
 
전문적인 화질조정을 위해서는 <Pure> 모드의 <Manual> 항목을 선택해 색온도 조정을 직접하는 것이 정석(定石)이다. 그러나 일반 유저들은 이 것이 불가능하므로 위에 표기된 색온도 측정값을 참조로 해서 적당한 프리셋 모드를 선택하면 된다. 물론 영화를 시청할 때에는 최대한 6500K에 가깝게 설정하는 것이 표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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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메뉴를 한번 더 살펴보자. Contrast, Brightness, Color, Tint, Sharpness 외에 앞서 살펴본 Color Temp 항목이 있고, 그 아래로 Gamma 항목이 있다. 그리고 다시 그 아래로 Pro Adjust 항목이 있다. Gamma는 모두 5개의 Preset 모드가 있다. Gamma에 대해서는 2부 화질 평가 부분에서 자세히 다루게 될 것이다.
 
Pro Adjust를 선택하면 다시 하부 메뉴에 들어가게 되는데 여기가 '보물창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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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와 같이 매우 긴 서브 메뉴가 화면 왼쪽에 나타난다. Pure Cinema, Intelligent Mode, Picture Detail, Color Detail, Noise Reduction, Other의 그룹 항목이 보이고 다시 각 그룹의 하부 항목들이 보인다. (그림을 클릭하면 더 큰 화면으로 볼 수 있다.) 이 중 언급할 필요가 있는 항목은 Film Mode, DRE Picture, Enhancer Mode, Color Management, Color Space, Blue Only Mode 등이다. 나머지는 모두 OFF 로 놓으면 된다. Other 항목의 I-P Mode는 2(Standard), Drive Mode는 1을 선택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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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ise Reduction 기능
 
파이오니아 뿐 아니라 모든 TV 제조사들이 나름 이것 저것 화질 조정 기능을 많이 만들어 붙이는데, 아시다시피 대개가 다 무용지물이거나 화질을 더 나쁘게 만들기 일쑤이다. 따라서 뭔지 모를 때에는 무조건 OFF 하는 것이 좋다. 특히 여러 가지 NR(Noise Reduction) 기능은 오리지널 영상의 원본 정보를 뭉개고 멍청한 영상을 만들곤 한다. 노이즈가 좀 거슬린다 싶으면 차라리 거리를 떼어 놓고 보시기를 권장한다. 많은 TV들이 겉으로는 NR 기능을 끈 것 처럼 위장하면서, 실제 내부회로에서는 작동 시키는 경우가 많다. 입력 소스가 노이즈가 너무 심해 그냥 내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외부 NR 회로를 또 작동 시키면 설상가상이 되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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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는 비교적 원본 소스가 투명하고 노이즈가 적어 NR 회로를 작동 시킬 필요가 없다. 공중파 실시간 방송의 경우 가끔씩 Field Noise가 번쩍번쩍 나타나기는 하나 무시 할 만한 수준이다. 밝은 조명 하에서 현란하게 카메라 워킹을 하는 HD급 가요 프로그램의 경우, MPEG-2 HD 방식의 숙명인  Block Noise를 피할 수 없다. 그러나 Block NR을 작동 시킨다고 해서 이게 그다지 크게 줄지는 않는다. 3DNR은 프레임 간의 비교를 통해 노이즈로 추정되는 신호를 제거하는 기법인데, 필름 그레인을 제거할 때에는 도움이 되지만, 실시간 방송 소스에서는 별 효용이 없다. 예전 VHS, LD 시절에는 꽤 효과적이었지만, 요즘 나오는 블루레이 소스는 마스터링 과정에서 이미 심각한 노이즈는 대개 제거되기 때문에 별 효용이 없다. Mosquito Noise는 주로 윤곽선이나 모서리 부근에서 자잘하게 나타나는 노이즈인데, 블루레이 디스크에서도 곧잘 발견되는 편이다.(둔감한 분들은 거의 못 느낀다.) 그러나 쿠로에서는 굳이 이 회로를 작동시킬만큼 신경 쓰이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블루레이 같은 고화질 소스는 모든 NR을 끄고 시청하고, 실시간 방송의 경우는 특별한 경우에 한해 Field NR 정도만 가끔 작동하는 수준이 좋겠다.

Sharpness와 Enhancer Mode

Noise Redution가 화면을 '부드럽게 만든다는 미명(美名)' 아래 영상 정보를 뭉개 버리는 반면, Sharpness는 영상을 '또렷하게 보여준다는 미명' 아래 과장된 노이즈를 만들어 내는 역할을 한다. 쿠로는 Pure, Movie 모드에서는 샤프니스의 디폴트 값이 최저값인 -15이다. 이 수치는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겠다.
 
한편 Pro 조정 메뉴에 가면 Enhancer Mode라는 것이 별도로 존재한다. 1, 2, 3 의 세 가지 선택안이 있는데, Pure Mode의 디폴트 값은 Mode 1 이다. 화면에는 Mode 1을 Hard, Mode 2를 Standard, Mode 3를 Soft로 표시해 놓았다. 테스트 해보니 Mode 3는 의도적으로 De-Focusing 시킨 경우로, 도대체 어떤 상황에서 쓰라는 말인지 잘 모르겠다. 언젠가 LG의 스칼렛 초기 버전을 테스트 할 때, 무심코 샤프니스를 최저값으로 놓았더니 De-Focusing 되어 그림이 형편없이 뭉개져 버린 적이 있었다. 스칼렛은 샤프니스를 중앙 값에 놓는 것이 '사실 상의 최저값'인 셈인데, 쿠로도 그런 셈이다.
 
Enhancer Mode 1은 10MHz 이상의 고대역을 강조하는 디테일 보정 회로이다. 따라서 6.75MHz가 고작인 DVD 급 이하 영상에서는 Enhancer Mode를 1로 두나, 2로 두나 전혀 차이가 없다. HD 영상에서만 효용성이 있다. 고대역 보정이 지나치게 되면 고대역 라인과 라인 사이가 오버랩이 일어나 영상 정보는 손실되고 대신 밝게 휘도 정보만 강조되는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가격이 비싼 프로세서들이 돈 값을 하는 이유는 대개 이런 고대역 영상 보정 회로의 알고리즘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쿠로 시그니처 모델의 Enhancer Mode 1은 꽤 쓸만하다. 고대역의 휘도가 약간 밝아지기는 하나 크게 문제 될 정도는 아니고, 인접 라인과 오버랩 되는 현상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Pure Mode로 블루레이를 감상할 때에는 Enhancer Mode 1을 권장한다. 그러나 실시간 방송 소스에서는 노이즈가 많은 HD급 소스가 들어 왔을 때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므로, Enhancer Mode 2를 선택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울 수 있다. 또 말씀 드렸듯이 SD급 영상에서는 Mode 1과 Mode 2가 전혀 구별이 안 간다.

Film Mode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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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Mode
에 대해서는 8세대 5010FD 리뷰와 9세대 5020FD 리뷰 때 이미 언급한 바 있다. 그런데 필자가  이전에 언급했던 Film Mode에 대한 설명들은 사실과 다르거나 또는 미흡한 부분들이 있었다. 파이오니아는 Film Mode에 대한 기술적인 설명을 거의 하지 않는다. 메뉴얼을 봐도, 홈 페이지를 방문해도 알쏭달쏭한 설명 뿐이다. 그런 가운데 파이오니아 USA의 엔지니어 리포트를 인용한 미국의 한 ISF Calibrator의 '틀린 정보'가 인터넷 공간에 퍼지면서 오해가 생겼다. 지금도 많은 쿠로 사용자들이 이 '틀린 정보'를 사실로 믿고 있다. 필자도 처음에는 이 '틀린 정보'를 그대로 믿고 잘못된 리뷰를 썼다가 지금은 수정을 한 상태이다. '틀린 정보'의 근원은 Off 모드를 60Hz가 아닌 72Hz라고 말한 것에 있다. Off 모드가 60Hz인지, 72Hz인지에 따라 Film Mode의 활용도는 완전히 달라진다. 그런데 파이오니아의 Off 모드는 예전부터 늘 60Hz 출력이었다. 그래서 필자도 처음에 고개를 갸우뚱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Advance 모드는 필름 소스에서 72Hz로 출력하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Off 모드는 육안으로 보아도 Advance 모드와 전혀 다른 출력 주파수 특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Off 모드는 저더가 심하지만 Advance는 전혀 저더가 없다. 1080p/24Hz 블루레이 영상을 72Hz로 3:3 풀다운 출력을 한다면 저더가 생길 수가 없다. 따라서 Off 모드는 60Hz 출력임이 틀림없다. 한번 의심을 품으니 그 정보원이 전하는 엔지니어 리포트의 신뢰성이 모두 의심이 갔다. 그래서 아예 모든 필름 모드를 일일히 다 확인하기로 했다. 필자가 보유한 무비 카메라(소니 PWR-EX1)는 다행히 24p, 30p, 60i 등 여러 종류의 프레임 촬영이 가능한 기종이다. 이 카메라의 도움을 받아 각 필름 모드의 출력 주파수를 분석해 다음과 같은 표를 만들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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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복잡해 보이지만 정리하면 간단하다. 일단 필름 모드는 입력되는 소스가 비디오 소스인지, 필름 소스인지가 중요하다. 드라마, 예능, 뉴스 및 스튜디오 녹화물 등 60Hz 방송용 카메라로 제작된 소스를 통칭 (1) 비디오 소스라고 부른다. (협의적狹義的 의미이다. 모든 영상을 두루 일컬을 때 사용하는 '비디오'의 광의적廣義的 의미와는 다르다.), 한편 35mm, 또는 70mm 등의 필름 카메라를 이용해 제작된, 기본 프레임이 24Hz로 된 소스를 통칭 (2) 필름 소스라고 부른다. 블루레이 영화는 24Hz를 그대로 살린 필름 소스라 할 수 있고, TV에서 방송해주는 영화는 24Hz를 60Hz로 변환해서 내 보내 주는 경우로, 이 또한 필름 소스인 것은 맞지만 24Hz→60Hz 변환 과정에서 Judder라는 부자연스러운 프레임이 끼어들게 된다.

Pure Cinema의 Film Mode의 작동원리는 다음과 같다.

(1) 모든 비디오 소스에는 "Pure Cinema" 가 작동하지 않는다. 어떤 모드에서든 60Hz 그대로 출력 될 뿐이다.
(2) 1080p/60Hz에서는 "Pure Cinema" 가 작동하지 않는다. 필름 소스라 하더라도 그렇다. 1080p/60Hz는 밴드폭이 넓어 처리에 부하를 주기 때문에 아예 프로세싱 대상에서 제외 시켜 버렸다.
(3) 1080p/24Hz는 "Advance"와 "Standard" 모두 3:3 72Hz 프로세싱을 한다.
(4) "Advance"는 Interlace와 Progressive를 가리지 않지만, "Standard"는 Interlace에서만 작동이 된다.

Pure Cinema 모드 <OFF>는 아무런 프로세싱 작동도 하지 않고, 무조건 모든 소스를 60Hz로 강제 출력 시킨다. 들어 오는 소스가 필름 소스이냐, 비디오 소스이냐에 관계 없이 무조건 60Hz 출력이다.

<Smooth> 모드는 일종의 보간 모드로 프레임과 프레임 사이의 영상을 추정해서 만들어 넣는 것으로 세칭 "미끄덩" 모드라고 평론가들이 비아냥 거리는 모드이다. 얼핏 보면 영화도 방송 드라마처럼 미끄덩하게 나와 좋아 보이지만, 기실은 작위적인 영상이요, 움직이는 물체와 정지된 배경 사이의 경계선 부분에 커다란 크로스 아티팩트를 형성하기 때문에 전혀 권장하지 않는 모드이다. 한 동안 이 "미끄덩 모드"를 각 사들이 엄청 광고했었지만, 실제 쓸모가 없는 기능이다. 그래도 쿠로의 <Smooth> 모드는 다른 제품들에 비해서는 그 부자연스러움이 덜한 편이다. 그래도 역시 쓸 게 못된다.

핵심은 <Standard><Advance> 모드이다. 이들 모드는 다음과 같이 몇 가지 필터링 과정을 거친다.

 (1) 우선 들어오는 입력 소스가 60Hz인지, 24Hz인지를 일단 파악한다. 그래서 24Hz이면-이 경우는 브룰레이 밖에는 해당사항이 없다- 별도의 프로세싱 없이 그대로 3배를 곱하는 3:3 풀다운을 해서 72Hz로 내보낸다. 가장 이상적(理想的)인 형태이다. (<Standard>가 1080p/24Hz 소스에서는 72Hz 출력을 한다는 것은 필자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2) 만일 들어오는 입력 소스가 60Hz이면, 그 다음 걸러내는 파트는 입력이 interlace인가, progressive 인가이다. interlace 입력이면 둘 다 작동하지만 progressive 입력이면 <Standard>는 작동하지 않고 그냥 들어온 그대로 60Hz로 내보낸다. 입력 소스가 필름일 경우는 제대로 된 true processing이 아니라, 그냥 대충 곱배기로 튕겨 버리는 뻥튀기 프로세싱이 된다. 따라서 입력이 progressive일 때는 <Standard>는 선택하면 안 된다.
 (3) 마지막으로 이 두 모드는 들어오는 60Hz 입력 소스가 필름 소스인지 비디오 소스인지 판단한다. 그래서 비디오 소스면 역시 아무런 작업도 하지 않는다. 필름 소스이면 그제가서 프로세서가 작동한다. 필름 소스를 디텍션해서 24프레임으로 원본 상태로 복원시킨 뒤 1080p로 I/P 변환을 하되, <Standard>는 다시 3:2 풀다운을 거쳐 60Hz로 출력을 시키고, <Advance>는 3:3 풀다운을 통해 72Hz로 트루 프레임 레이트 출력을 하게 된다. 당연히 후자가 더 이상적이다.

사실 결론은 간단하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이 <Advance> 모드 하나만 선택하면 된다. 이거면 만사형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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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vance>
모드는 ⓐ 비디오 입력 신호가 들어오면 그냥 패쓰 스루 시켜 그대로 60Hz로 내보낸다. ⓑ 그리고 필름 소스가 들어오면 알아서 디텍션해서 24 프레임으로 풀어낸 후 3배수를 해서 72Hz로 내 보내기 때문에 저더가 없는 아주 좋은 영상을 보여준다. 24프레임 무비 카메라의 렌즈를 통해서 확인 작업을 해 보았다. 똑같은 1080p/60Hz의 방송 소스인데 일반 스튜디오 녹화물이 보여질 때는 <Advance> 모드가 작동하지 않다가, 방송 내용이 영화 프로그램으로 바뀌자 약 5~10초 쯤 뒤에 <Advance> 모드가 작동하면서 72Hz 출력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참, 신통한 재주이다. 물론 실시간 방송 필름 소스의 경우는 DVD, D-VHS 처럼 디텍션을 위한 플래그가 들어있지 않아 디텍션이 완벽하지는 않다. 몇 분에 한 번씩 놓치게 되면 다시 60Hz로 절환이 되었다가 다시 5~10초 뒤 72Hz로 바뀐다. DVD나 D-VHS 일 경우는 완벽하게 작동한다. ⓒ 마지막으로 1080p/24Hz 블루레이가 들어와도 완벽하게 잘 작동이 된다. (필자는 이전까지만 해도 Advance 모드는 비디오 소스도 72Hz로 출력 시켜 주는 줄 잘 못알고 있었다.)

그런데 <Advance> 모드에도 한 가지 딜레마가 있다. 바로 DVD의 1080p 출력문제다. 쿠로는 1080p/60Hz의 경우 밴드폭이 너무 커서 프로세싱 작업을 할 경우, 화질에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해 아예 1080p/60Hz는 퓨어 시네마가 작동하지 않도록 만들어 버렸다. 필름 소스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런데 많은 DVDP들이 1080p로 출력을 한다. 이 경우 쿠로는 퓨어 시네마가 작동하지 않아, 무조건 받은 그대로 내보낸다. 즉 72Hz의 트루 레이트 출력의 혜택을 볼 수 없고, 따라서 저더도 그대로 존재한다.

만일 DVDP가 720p/480p/480i로 출력할 경우에는 쿠로의 <Advance> 퓨어시네마 모드가 작동해서 72Hz 출력이 된다. 따라서 Judder Free의 TrueRate 만 생각하면 DVDP의 출력을 720p나 480p로 하는 것이 좋다.(1080i 출력은 권장하지 않는다.) 그런데 DVDP에 따라서는 480p/720p 보다 1080p가 다른 부분에서 화질에 더 장점이 있을 수 있다. 480p/720p의 경우는 DVDP가 한번 프로세싱 한 것을, 쿠로가 다시 한번 더 프로세싱 하는 "더블 프로세싱" 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사실 아티팩트가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DVD의 경우는 사용자가 직접 선택을 해야 한다. DVDP의 출력 모드를 480p/720p/1080p에 각각 놓고 쿠로에 비춰진 그림을 비교한 뒤 ① 1080p 영상이 확실히 더 좋으면 굳이 Judder에 연연할 필요 없이 그냥 1080p로 출력하면 되고, ③ 엇 비슷한 수준이면 <Advance>가 작동할 수 있는 480i/480p/720p 안에서 알맞은 출력 해상도를 선택하면 된다.

Energy Save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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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P-5020FD에 있던 Power Control(절전 모드)이 이름만 Energey Save로 바뀌었다. Power Control의 Off, Mode 1, Mode 2 등이 Energy Save 에서는 Standard, Save 1, Save 2로 그 명칭만 바뀌었다.
 
그런데 시그니처의 Energy Save 모드에는  Picture Off 항목이 하나 더 추가되어 있다. 이 모드를 선택하면 음성은 그대로 나오고 화면만 꺼진다. TV가 '라디오'가 되는 셈이다. 프로장비에서는 꼭 필요한 기능이다. 화면 조정을 위해 조정 패턴을 오랫동안 띄워 놓을 수도 있고, 영상 편집을 위해 정지영상을 오랫동안 틀어 놓을 수도 있다. 그러다가 갑자기 전화라도 받게 되거나 또는 갑작스레 모니터 앞을 떠나게 되었을 때, 무엇보다도 걱정되는 것은 Image Retention (Burn-In)이다. 일단 급한 대로 리모콘을 눌러 Picture Off 모드를 선택해 놓으면 안심이 된다. 이 모드는 아무 키나 누르면 즉시 해제가 된다.

PDP-5020FD 때에도 말했지만 Save 1, Save 2를 선택해도 소비되는 전력은 5~8 % 정도만 절약이 된다. 그러나 절전 기능과는 별도로, Save 2 모드는 영상을 Standard 모드보다 피크 화이트의 밝기가 약간 감소 되면서 오히려 차분하고 안정된 그림을 보여주는 측면도 있다. 테스트 결과 Save 2는 Standard 모드와 감마 트랙킹, 컬러, 색온도 등에서 동일한 특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물론 Standard가 기본이다. Save 모드는 피크 화이트의 밝기를 감소 시키기 때문에, 실제 영화를 감상할 때의 명암비가 다소 떨어진다.

Input Set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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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니처 모델은 입력 소스의 포맷을 사용자가 임의로 지정할 수 있다. 좌측 그림처럼 각각의 입력 소스 별로 Name, Signal Type, Video Format을 선택할 수 있다. 이름이야 임의로 써 넣으면 된다. Signal Type은 PC인지 Video 신호인지 고르는 것으로 대개는 Video 신호가 되겠다. 핵심은 Video Format 설정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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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소스의 Chroma Subsampling Format을 설정하는 파트이다. (그림 참조) Auto, YUV422, YUV444, RGB 16-235, RGB 0-255 다섯 가지의 선택 모드가 있다.
 
Auto로 놓으면 입력 소스의 포맷을 알아서 파악해 컬러 매트릭스를 바꾸는데, 이게 가끔 '판단 착오' 현상이 일어나 엉뚱하게 그림을 보여줄 때가 있다. 이럴 때에는 직접 수동으로 바꾸면 된다. YUV는 YCbCr 또는 YPbPr로 표기 되기도 한다. (엄밀히는 의미가 다르지만, 보통 구별 안 하고 통용하는 편이다.) 이 포맷은 원본 소프트웨어에 담긴 정보에 따라 결정 되는데, DVD 및 대부분의 블루레이 영상은 4:2:2가 주종이다. 그러나 블루레이에는 4:4:4 인코딩 원본도 종종 있다.
 
원본 샘플링 정보가 무엇이든 블루레이 플레이어가 강제로 샘플링을 다시 행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Playstation 3의 경우, 모든 컬러 샘플링을 4:4:4로 바꾸어 내 보내는 기능이 있다. 따라서 PS3를 통해 블루레이를 볼 경우에는 쿠로를 YUV 4:4;4에 맞추어야 한다. 한편 PS3의 일반 메뉴 화면은 RGB이다. 따라서 쿠로가 Auto로 되어 있지 않거나 또는 Auto 기능이 잘 안 될 경우에는 PS3의 메뉴 배경 화면의 컬러 포맷과 블루레이 재생 시의 컬러 포맷이 서로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PS3는 블루레이의 컬러 포맷 출력 선택 범위가 (1) YCbCr 4:4:4 (2) RGB 16-235(제한) (3) RGB 0-255(전체) (4) 자동 등 네 가지이다. 파이오니아 09FD 같은 블루레이 플레이어는 YCbCr도 4:2:2와 4:4:4를 사용자가 선택해서 강제 출력을 시킬 수도 있다.

영상 소스는 원칙적으로 YUV 4:4:4 컬러 샘플링 정보가 그대로 들어와 중간 과정 없이 디지털 스트림 그대로 나가면 그게 가장 이상적(理想的)이다. 그러나 신호 전송 경로가 100% 디지털이지 않으면, 어느 지점이 되었던지 한 번은 필연적으로 YUV가 RGB로 바뀌는 과정을 겪어야 한다. 이를 Color Transcoding 이라고 한다. 언뜻 보면 이 Transcoding 과정은 단순한 수식 변환 과정으로 보인다. 그런데 실제로는 트랜스코딩 알고리즘과 회로에 따라 화질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경험 상 알 수 있다. 블루레이처럼 고해상도 화면을 높은 전송률로 처리할 때에는, 워낙 처리하는 정보량이 많아 소수점 몇째자리에서 끊어졌는지, 처리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등에 따라 그림에 최종적으로 미치는 결과가 제법 다르게 나타난다.

결론부터 말하면, 쿠로의 트랜스코딩 성능은 영 별로다. 무슨 말이냐 하면 가급적 소스 기기의 트랜스코더를 이용해 YCbCr 색 정보를 RGB로 바꾼 후, 쿠로에는 RGB로 입력 시키라는 뜻이다. 그렇게 되면 쿠로는 트랜스코더를 가동할 틈이 없다. 즉 PS3 또는 블루레이 플레이어의 메뉴 설정 항목에 들어가 색 신호 정보를 RGB로 강제 설정해 놓으면 된다. 그리고 쿠로에서 Input Setup을 RGB 16-235로 하면 된다. Auto를 선택해도 되지만 혹 RGB 16-235가 아닌 RGB 0-255를 잘못 선택하는 경우가 있을 수가 있다. (PS3의 경우는 'RGB 제한'을 선택해야 한다. 'RGB 전체'가 되면 안 된다. 0-255 모드가 되어 화면이 캄캄해지면서 감마가 다 틀어진다.)

Input Setup 선택 메뉴에 보면 Audio Input 항목이 있다. 시그니처 모델 중 M 시리즈만 아날로그 오디오 입력단을 가지고 있다. 입력된 오디오 소스를 어느 영상 입력단에 싱크 시킬 것인지 사용자가 임의로 설정할 수 있게 만든, 아주 편리한 기능이다.

Control Set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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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니처 모델은 Control Setup을 이용해 Web Control을 할 수 있다. PC를 통해 쿠로 시그니처의 화질 조정 메뉴를 제어할 수 있으며, ISF 조정 모드도 이를 통해 진입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Pro Adjust 모드에서 옆의 Control Setup 항목의 IP Control 파트를 Enable로 해야 한다. 그 후 허브를 이용해 PC와 연결하면 아래와 같은 화면 조정 메뉴들이 PC에 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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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렇게 웹 컨트롤을 직접 하는 것이 어떤 이득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화면을 직접 보면서 수동으로 조절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 느껴진다. 웹 컨트롤의 핵심은 ISF 모드 진입에 있는데 어차피 일본 및 북미형 M 시리즈는 ISF 모드가 없기 때문에 별 의미가 없다. 그런데 이 네트워크 부분은 필자가 직접 경험을 해 보지 못했다. 허브에 문제가 있었는지 잘 연결이 되지 않았다. 나중에라도 테스트에 성공해서 별도로 특기할 사항이 발견되면 추가로 언급하기로 하자.

Image Retention과 TV 프로텍션을 위한 습관

아시다시피 PDP는 Image Retention 문제 때문에 항상 골치가 아프다. 어떤 그림이든 1~2분만 지속되면 반드시 Image Retention 되어 버려 화면에 자국으로 남는다. 물론 대부분은 개의치 않고 계속 지내다보면 저절로 사라지는 After Imgae Ghost 수준이지만, 너무 장시간 지속적으로 같은 지점에 같은 영상을 내보내면 복구가 불가능한 Burn-In 상태가 되기 싶다.

일반적으로 PDP TV는 약 150시간 전후의 Break-In Time을 요구한다. 150시간 이전에 특히 Image Retention이 심하게 일어난다. 전원을 끈 상태에서 쿠로의 화면을 찬찬히 살펴보면 검은 얼룩 같은 것이 불규칙하게 퍼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를 Blotching 이라 하는데, 시간이 지나면 이 얼룩들이 서서히 주변으로 퍼진다. 약 700시간 정도가 지나면 화면 전체에 고르게 퍼지게 되는데, 이 쯤 되면 블랙도 더 안정이 되고 Image Retention에 대한 위험도도 많이 줄어든다. 대략 구입 후 1개월까지를 극히 조심해야 할 기간, 그리고 구입 후 6개월까지를 나름 신경 써야 할 기간으로 상정하면 된다.

이 기간 중에는 가급적 Orbit Mode를 작동 시켜 놓아야 하며, 홈 쇼핑 채널, 바둑 채널등을 장시간 시청 해서는 안 된다. 스코어 박스가 화면 상단에 고정적으로 나타나는 스포츠 중계를 본 뒤에는, Option 항목에 있는 Pattern을 가동 시켜 주는 것이 좋다. 또 4:3 화면을 피하도록 해야 한다. 일부러라도 늘려서 화면에 가득 채워 보시기를 권한다. Image Retenion 제거를 위한 패턴 화면은 PDP를 끄기 전에 습관적으로 가동시켜 주는 것이 좋다. 패턴 화면은 Start 시키면 한 시간을 작동하다가 TV 전원과 함께 저절로 꺼지게 되어 있다.

또 다른 권장할 습관은 Sleep Timer의 가동이다. Sleep Timer는 리모컨의 <User Menu> 버튼을 눌러 진입한다. Sleep Timer는 30, 60, 90, 120분 단위로 지정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120분을 지정해 놓으면 꺼지기 5분 전인 115분 쯤에 안내 고지가 나온다. 더 시청할 예정이라면 이때 간단히 버튼 몇 번만 누르면 된다. 처음에는 번거로울지 모른다. 하지만 초기 6개월 정도는 이렇게 해 주는 것이 좋다. '설마?' 하겠지만, TV를 보다가 잠이 들 수도 있고, 켜 놓은 것을 깜박 잊고 외출을 할 수도 있다. 100번 중 한 번만 이런 실수가 일어나더라도, PDP에게는 치명적이다.

Integrator Menu

Integrator Menu는 시그니처 모델에만 있는 기능이다. Display 버튼을 길게 누른 뒤 Input 메세지가 화면에 뜨면 Menu 버튼을 눌러 진입한다. Integrator Menu에는 여러 가지 특이한 메뉴들이 있다. 그런데 사실 별로 쓸모는 없다. Picture Preset 모드는 Default 값을 바꾸는 역할을 한다. Studio Monitor 모드는 쿠로는 모니터 only 모드로만 사용하고 Video Processing은 연결된 외장 프로용 컨트롤러를 통할 때 사용하는 모드이다. FRC 모드는 PC 신호에 한해서 입력 신호에 Frame Rate를 바꿔주는 역할을 하며, Mirror Mode는 쿠로를 돌려 세워 거울에 비춰 보는 Back Projector Monitor로 쓸 경우를 대비해 그림을 좌우가 바뀌게 Mirror 영상으로 나타나게 해준다. 심지어는 Fan Control 기능까지도 제공한다. 그런데 사실 일반인에게는 그다지 크게 쓰일 항목들이 아니다.

Sound

시그니처 모델 중 M 시리즈만 사운드 메뉴가 있다. 101/141FD는 아예 사운드 입력 자체를 받지 않는다. 따라서 출력도 없다. M 시리즈는 Sound 입력을 HDMI 및 아날로그 2채널로 받으며, 스피커로 출력도 한다. 스피커 케이블은 한쪽은 전용 커넥터가 다른 한쪽은 나선이 달린 동봉된 케이블을 이용한다. 사운드 조정 항목이 메뉴에 있는데 무척 단촐하다. 논 엘리트 쿠로 모델에서는 다양한 사운드 조정 항목이 있었지만 M 시리즈에는 그런 것이 없다. 같은 스피커라 해도 음장 모드가 적다 보니 소리는 논 엘리트 모델이 더 좋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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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쿠로 시그니처 모델의 소프트웨어적 특성과 메뉴들을 살펴 보았다. 이제 2부에서는 시그니처 모델의 하드웨어적 특성과 화질에 대해 다루어 보기로 하겠다.

2부 리뷰로 가기.

Posted by hifinet
2009. 4. 5. 22:15

파이오니아 쿠로 PDP-5020FD 플라즈마 TV (2)
- posted by 최 원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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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의 세 가지 화질 포인트

이제 본격적으로 PDP-5020FD의 화질 분석에 들어가 보자. 많은 평론가들이 파이오니아 쿠로를 가장 화질이 좋은 플랫형 TV로 꼽는다. 필자도 같은 생각이다. 그런데 쿠로는 왜 화질이 좋은 것일까? 컬러의 정확성이나 명목 상의 명암비 같은 것으로 따지면 쿠로보다 더 좋은 수치를 보여 주는 TV들도 많다. 하지만 아무리 컬러가 정확하고 명암비가 높다는 TV도 막상 쿠로와 Side-by-Side로 비교하면 실제 명암비나 컬러의 생동감에서 일단 밀리고 들어간다.

쿠로의 화질 포인트를 필자는 보통 다음의 세 가지로 요약해서 설명하곤 한다.

(1) 딥 블랙 표현 능력. 특히 화면의 전체 APL에 관계 없이 평탄히 유지가 되는 암부 컨트롤 능력.
(2) 섬세하고 정확한 계조 표현력.
(3) 우수한 발색(發色) 능력으로 인한 생동감을 주는 윤기 있는 컬러.

이렇게 세 가지이다. (1)은 영상 다이내믹 레인지를 높이고, 암부를 살려줘 영상을 시원하게 만들어 주며 (2)는 화면을 자연스럽고 섬세하게 표현해준다. 그리고 (3)은 쿠로의 화면을 투명하고 비비드하게 만들어 준다. 이 외에 패널 유니포미티 특성이 좋다던가, 72Hz 트루레이트를 지원하는 점, 평탄한 그레이스케일 등의 장점들도 있겠지만, 쿠로가 LCD TV를 포함한 경쟁사 제품들과 확실한 차별점을 갖는 포인트는 역시 위의 세 가지라 할 수 있겠다.

블랙 그리고 명암비

그 중에서도 세인(世人)들이 9세대 쿠로에 대한 갖게 되는 가장 큰 관심사는 아마도 "블랙"일 것이다. 8세대 쿠로가 처음 출시 되었을 때에도 역시 '블랙'이 화두였다. 당시로서는 명목 상으로도 가장 우수한 수치를 보였었다. 그 후 블랙 레벨을 크게 낮춘 TV들이 속속 등장 했지만, all black signal일 때 아예 전기를 차단 시켜 버리는 "꼼수" 피는 기술을 제외 한다면, 실제로 8세대 쿠로의 블랙과 대등한 수준의 제품은 파나소닉 비에라 PZ800U 모델과 소니 X4500 등 몇 모델 없다. 그러나 단순한 0 IRE 블랙만이 아닌 압부의 계조 표현까지 고려해서 따지면 아직도 8세대 쿠로가 이들 제품들보다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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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세대 쿠로는 "블랙"을 제외하면 8세대 쿠로와 화질적으로 다른 것이 별로 없다. 역시 포인트는 블랙이다. 8세대 쿠로의 Black Full Field 밝기는 0.006 cd. 그런데 9세대 쿠로는 0.0014 cd 이다. 8세대 쿠로의 약 25% 수준이다. 한 마디로 "갈 데까지 다 간 블랙"이라고 보면 된다. 간단히 말해 이렇다. 쿠로의 본체의 프레임을 이루는 베젤의 루미넌스를 측정해보면? 반드시 0 cd가 나오지 않는다. 0.000 ~ 0.001 cd 가 나온다. 0.001 cd는 굉장히 미소(微小)한 수준의 광량으로 사실 0 cd와 쉽게 구분이 가지 않는다. 피아노 마감이기 때문에 어디선가 흘러 들어온 보이지 않는 빛에라도 약간은 반사될 수 있다. 그러나 육안으로는 아주 까맣게 보인다. 실제로 9세대 쿠로에서는 2.35:1 영상을 볼 때 아래 위의 블랙바와 베젤이 거의 구분이 가지 않는다. (물론 암전 상태에서의 이야기이다. 밝은 대낮이라면 구분이 안 갈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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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리뷰에 사용된 PDP-5020 기기의 화면에 11 step vertical grayscale bar를 띄워 놓고 찍은 스크린 샷이다. 맨 우측이 100% 화이트이다. 디카로 찍은 사진이라 실제 육안으로 본 것과 같지는 않겠지만 사진 상으로도 맨 좌측의 0% 부분과 베젤은 캄캄한 환경 하에서는 실제로도 거의 구별이 가지 않는다.

9세대 쿠로의 블랙이 빼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퍼펙트 한 것은 아니다. 해외의 9세대 쿠로 리뷰를 보면 0 IRE 블랙의 밝기를 0 fL 또는 0.001 fL 라고 표현이 되어 있다. 필자가 사용하는 루미넌스 측정기(미놀타 LS-100)는 소숫점 세 자리까지 표시를 한다.(측정 자체는 소숫점 네 자리까지 한다. 단지 표시를 사사오입해서 소숫점 세째 자리까지 하는 것이다.) 루미넌스 전용 측정기 중에서는 성능이 가장 우수한 편에 속하며, 해외의 유명 리뷰어들도 이 기기를 많이 사용한다. 예전에는 이 측정기로 측정 하지 못하는 디스플레이 기기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기술이 발전하다 보니 요즘은 측정이 까다로워진 기기들이 많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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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필자와 이종식님은 요즘은 주로 칸델라 단위를 이용해 측정을 한다. 조도를 나타내는 단위는 칸델라(cd)와 풋램버트(fL) 두 가지가 많이 쓰이는데, 칸델라가 풋램버트보다 더 수치가 크게 나타난다. 3.426 cd 가 1.0 fL 이다. 따라서 LS-100가 표시하는 최저 풋램버트 수치인 0.001 fL는 0.003426 cd 에 해당한다. 그런데 쿠로도 그렇지만 요즘은 0.003 cd 보다 낮게 나타나는 디스플레이 기기들이 종종 있다. 이들을 풋램버트 단위로 측정하면, 0.001713~0.003426 cd는 반올림해서 0.001 fL로 나타나고, 0~0.001713 cd 이하는 0.000 fL로 나타난다. 이게 풋램버트 단위의 한계이다. 그래서 이종식님과 필자는 더 작은 수치까지 측정 할 수 있는 칸델라 단위를 주로 사용하는 것이다.

미국 사람들은 아직도 피트법을 고집한다. 풋램버트는 피트법에 해당된다. 따라서 그 쪽 사람들에게 9세대 쿠로는 0 fL 또는 0.001 fL 두 가지 중 하나이다. 실제로 풋램버트로 재면 수치가 이 두 숫자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그런데 아무리 블랙이라고 해도 전기가 차단된 것 같지는 않은데 0 이라 하기는 뭣하고... 그냥 0.001 fL 이라 하자... 뭐 이렇게 된 것 같다. 그래서 어떤 분은 9세대 쿠로의 블랙이 0 라고 하던데 맞느냐고 묻기도 하셨는데 분명 말씀 드리지만 0 는 아니다. 그렇다고 0.001 fL도 아니다. 그보다는 아래인 풋램버트로 굳이 환산하면 0.0004 fL 쯤 된다. 앞서 말씀 드렸던 0.0014 cd 는 측정단위를 칸델라와 풋램버트로 바꿔 가며 시간평균법(time-averaged method)으로 추정한 것이다. 따라서 항상 0.0014 cd 인 것이 아니고 수시로 바뀐다. 대개 0.001~0.002 cd 사이에서 오가지만 때로는 0.002~0.003 cd에서 오가기도 한다. 그러나 블랙 패턴에서는 0.003 cd를 초과한 적은 없었고, 실제 그림에서도 0 IRE는 0.004 cd 를 넘는 법은 없었다. 쿠로는 두 가지의 절전모드가 있는데 <MODE 2>를 선택하면 <OFF> 보다 블랙이 아주 조금 더 내려 가기는 하는데 별 의미 없는 수준의 차이이다. 아무튼 9세대 쿠로는 이제까지 출시된 플랫형 TV 중에서 가장 완벽한 블랙 컨트롤 능력을 보여 주는 제품이라고 단언 할 수 있다.

Black과 White의 Full Field 패턴을 가지고 계산하는 고정 명암비가 플라즈마 TV에서는 사실 별 의미 없는 수치라는 것을 여러 차례 말씀 드린 바 있다. 플라즈마 TV는 APC(Auto Power Control) 기능이 있기 때문에, 화면 전체가 화이트 일 때와 화면의 일부분이 화이트 일 때의 화이트 부분의 밝기가 서로 다르다. 실제 예를 들어 보자. 아래 왼쪽 사진처럼 화면 전체가 100 IRE 화이트가 되면 PDP-5020FD는 56.1 cd의 밝기를 나타낸다. 그러나 우측 사진처럼 화면의 1/9만 100 IRE 화이트 윈도우이고, 8/9가 블랙이면 TV는 블랙 쪽 전류를 화이트 쪽에 몰아 주기 때문에 화이트 쪽 밝기가 131.8 cd까지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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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반해 LCD TV는 어떤 패턴이 들어 와도 밝기가 비슷하게 나타난다. 따라서 Full Field로 고정 명암비를 따지면 항상 LCD 보다 PDP의 명암비가 낮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실제 영상에서 화면 전체가 하얗게 나올 일은 거의 없다. "눈 보라 치는 북극 평원에서 백곰이 하얀 이불 덮고 백설탕 핥아 먹는 장면"이 아니라면 말이다. 따라서 혹자는 PDP의 고정 명암비는 1/9 Window 패턴 쯤에서 따지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실제로 PDP는 1/9 Window 패턴의 밝기가 LCD TV와 엇비슷하게 나오기 때문이다. (한편 제조사들은 고정 명암비를 높이기 위해 1% Window를 쓰기도 한다나 어쩐다나...?) 일리는 있지만 그렇게 자기 맘대로 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Full Field Pattern을 기준으로 한 고정 명암비는 40,000 : 1 이 나온다. 8세대 쿠로인 PDP-5010FD가 9,100 : 1 이었으니 네 배쯤 증가한 셈이다. 필자가 작년에 접했던 삼성 칸느 750는 블랙 필드가 들어 오면 전기 신호가 아예 꺼졌다. 따라서 측정값이 0 이다. 작년에 "100만 대 1"이라는 마케팅 용어가 처음 적용 되었던 기기인데 전기 신호가 아예 안 들어오니 100만 : 1 이 아니라 사실 ∞ : 1 (무한대 : 1)이 맞다. 이게 "꼼수"라는 것은 여러 차례 이종식님이 설명 드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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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뿐 아니고 요즘은 이런 "꼼수"를 쓰는 업체들이 꽤 많다. 올 블랙 신호가 들어오면 전기가 꺼져 0 가 된다. 하지만 아주 약간만 흐릿한 영상이 들어와도 패널에는 다시 전기가 흐르고, 조금 전 전기가 꺼졌을 때와는 전혀 다른 수준의 블랙 레벨을 보여 주게 된다. 화면 전체가 블랙인 상태에서만 오로지 명암비가 좋을 뿐이고, 실제 영상에서는 전혀 별개로 따로 노는 것이다. 이런 식의 블랙 레벨 수치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실제 영상에서 올 블랙 씬은 거의 없다. "달도 뜨지 않은 칠흑 같은 그믐날 밤, 캄캄한 동굴 속에서 까마귀가 먹물 뒤집어 쓰고 웅크리고 앉아 검은 콩 까먹고 있는 장면"이라면 쓸모가 있겠다. (그러고 보니 픽사 애니메이션 "Cars"에서 주인공 매퀸이 등장하는 첫 씬을 보면 이례적으로 올 블랙 장면이 여러 컷 삽입 되어 있다.) 실제 영상에서는 전혀 의미가 없지만, 제조사 입장에서는 명목 상의 고정 명암비가 높아진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꼼수"이다. 즉, '그 들만의 측정치'인 셈이다.

올 블랙 신호가 들어 왔을 때 전류를 차단 하는 것은 요즘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는 삼성 파브 B7000 LED 패널 LCD TV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9세대 쿠로도 또한 그런 "꼼수" 대열에 가담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삼성 칸느 750과는 약간 종류가 다르다. 삼성 칸느 750은 전기가 차단 되는 타임이 한 박자 늦고, 약간만 밝은 영상이 등장해도 곧바로 "꼼수"가 깨져 버린다. 그러나 삼성 B7000은 아주 순식간에 화면을 꺼버리기 때문에 칸느 750보다 훨씬 더 실제 영상에 효과적이다. "Cars"에서 매퀸의 등장씬을 예로 들자면, 칸느 750은 일단 회색 화면 한번 나오고 잠시 뒤 제로 블랙 화면이 되지만, B7000은 순식간에 제로 블랙이 된다. 또 B7000은 화면에 밝은 부분이 있더라도 그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일정량을 넘지 않으면 제로 블랙을 그대로 유지 한다. (이종식님의 B7000 리뷰 2부를 참조 하시기 바란다.)
 
한편 9세대 쿠로의 제로 블랙은 그와는 경우가 좀 다르다. 9세대 쿠로는 올 블랙 패턴의 밝기가 상황에 따라 약간씩 다르게 나타난다. 방금 전 영상의 APL이 어느 정도였는지에 따라 더 진한 블랙이 나타나기도 하고 덜한 블랙이 나타나기도 한다. 자세히 살펴 보니 대략 3단계 정도의 스텝 변화가 있었다. 처음에는 0.002~0.003 cd 정도의 블랙인데 편의상 이를 1단계 블랙이라 하자. 그 뒤 약 10초 쯤 지나면 0.001~0.002 cd 수준으로 블랙이 더 깊어진다. 이를 2단계 블랙이라 하자. 그리고 다시 20초쯤 더 지나면 아주 캄캄한 상태의 0.000~0.001 cd 수준의 블랙이 되는데 이를 3단계 블랙이라 하자. 3단계 블랙은 진짜 블랙이다. 전기를 완전히 꺼버린 상태로 사실 상 0.000 cd라 봐야 한다. (그러나 측정기는 베젤을 측정해도 0.000~0.001 cd로 나온다.)

사실 10초 뒤, 30초 뒤 나타나는 블랙 레벨은 유의미한 수치가 아니다. B7000 처럼 즉시 전기가 꺼지는 경우야 사실 유의미하지만 이 또한 실제 밝고, 어두운 부분이 뒤섞인 장면에서는 무용지물이라면 또한 유의미하지 않다. 그런데 쿠로는 그렇게 볼 수도 없다. 앞서 언급한 3단계 과정을 언제나 거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때에는 2단계 블랙이 곧바로 나타났다가 잠시 뒤 3단계 블랙이 되기도 한다. 이게 나름의 어떤 알고리즘이 있을텐데 아직은 그 이치를 파악하지 못하겠다. 따라서 쿠로의 블랙 수치를 1~3단계 중 어느 것으로 채택해야 할 지 애매하다.

그런데 쿠로는 다른 "꼼수" 기종과 달리 화면이 올 블랙이 아니라 APL이 꽤 밝다 하더라도 블랙 부분의 레벨은 여전히 0.001~0.004 cd 수준을 유지한다. 그래서 보통 때에는 블랙에 별 신경을 쓰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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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옆 사진 처럼 10% 윈도우 패턴를 켜 놓은 경우에 블랙 레벨은 1단계 블랙이 아닌, 2단계 블랙이 곧바로 나타나기도 한다. 어떤 때에는 1단계 블랙이다가 10초 쯤 뒤에 2단계 블랙이 되기도 한다.(옆 사진이 0 % 블랙으로 보이는 분들은 그림을 클릭해서 확대해 보시기 바란다.) 어떤 경우에도 0.001~0.003 cd 사이이다. 어떤 경우이든 풋 램버트로 재면 모두 0.001 fL가 되니까 말하기 쉬운데, 까탈스럽게 칸델라로 언급하려고 하니 애매하다. 결국 필자는 가장 자주, 많이 등장하는 것이 2단계 블랙(0.001~0.002 cd)이므로 이 블랙을 9세대 쿠로의 레퍼런스 값으로 하기로 결정했다.
 
필자는 쿠로의 이러한 단계별로 변하는 블랙 현상을, 명암비를 증가 시키려는 "꼼수"의 목적이 아니라, Image Retention(=Burn-In)을 막기 위한 방어 작용의 하나로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쿠로는 Image Retention의 바로 이전단계인 After Image Ghost가 상당히 심한 편이다. 특히 구입하고 약 200여시간은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특히 Black Ghost가 꽤 심한 편이다. 2%, 4% Black Bar 같이 보일락 말락 하는 캄캄한 영상도 5분 이상 계속 켜 놓고 있으면 여지없이 화면에 '새겨져 버린다'. 그런데 '새겨진다'는 말에 겁 먹을 필요는 없다. 다른 영상이 겹쳐지면 금세 그 '새겨진 영상'은 사라 진다. Burn-In 된 것이 아니라, 아직 초기의 Retention 상태인 Image Ghost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금지옥엽 곱게 다뤄 달라는 투정 같아 보인다.) 그래서 쿠로에서 그런 작용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1/9 Window Pattern을 기준으로 하면 쿠로의 100 IRE 밝기는 131.8 cd 가 나오는데 이는 LCD TV 들과 엇비슷한 수치이다. 이를 기준으로 최근에 이종식님이 리뷰 하신 LCD TV들과 쿠로의 고정 명암비를 비교해 보면 아래와 같다. 각 모드들은 영화 모드 또는 유저 모드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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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파브 B7000은 앞서 말한대로 올 블랙 신호 시 전기를 꺼 버리기 때문에 ∞ : 1 이다. 쿠로 9세대와 소니 X4500은 비슷한 수준의 블랙 레벨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난다. 명목 상의 명암비에서도 9세대 쿠로는 꽤 높은 수치를 보이지만 사실 실제 영상에서는 LCD TV들과는 차원이 다른 영상 다이내믹 레인지를 보여 준다.

블랙 컨트롤과 영상 다이내믹 레인지

앞서 언급했던 APC 기능 때문에 보통 PDP는 감마나 안시 명암비 실측 결과를 100% 그대로 믿을 수 없다. 그러나 TV가 Grayscale Uniformity가 좋고, 계조 표현력이 정확 하다면, PDP의 감마나 안시 명암비도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삼성의 LED 광원 LCD TV인 B7000은 얼마 전 이종식님이 이미 리뷰하신 바 있거니와, 필자 또한 화질과 디자인 두 가지 측면에서 모두 진일보한 의미 있는 작품으로 보고 있다. LCD TV라면 소니 X4500 처럼 다소 '무식한 방식'의 RGB LED 로컬 디밍을 쓰지 않는 이상, 현재로서는 최상의 선택이 B7000 급 언저리에 있다고 보여진다. (사족蛇足: 소니가 만일 계속 RGB LED 로컬 디밍으로 차별화를 꾀한다면, 소니 또한 파이오니아의 전철前轍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쿠로는 X4500 보다 화질에서 더 앞섰고, 가격이 더 쌌지만 결국 망했다. 소니로서도 어떻게 해야 할 지 참 막막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LCD TV는 LCD로서의 화질적인 한계가 있다. 아래의 4x4 체커보드 패턴을 이용해 안시 명암비를 측정해 보았다. B7000은 White 평균이 135.8 cd, Black 평균이 0.040 cd로 안시 명암비가 3400 : 1 정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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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로 PDP-5020FD는 White 평균이 77.6 cd, Black 평균이 0.005 cd로 안시 명암비가 15100 : 1 정도가 나왔다. 삼성 B7000은 올 블랙 패턴에서는 전기가 아주 꺼져 버리기 때문에, Full Field를 기준으로 한 고정 명암비 ∞ : 1을 기록 하지만, White와 Black 이 한 화면에 공존하는 체커보드 패턴에서는 블랙이 다소 들뜰 수 밖에 없다. 그러나 PDP-5020FD는 한 화면에 화이트와 블랙이 공존하더라도 블랙 파트는 영향을 훨씬 덜 받는다. 체커보드에서 블랙이 0.005 cd라면, 대부분의 LCD TV 올 블랙 패턴보다도 훨씬 더 안정된 수준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 영상에서 쿠로의 그림이 훨씬 다이내믹하고 영상이 투명하게 보여진다. 그러나 LCD TV는 어두운 부분이 밝은 부분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실제 영상에서는 다소 들뜨고 막이 낀 것 처럼 투명하지 않게 보인다. 로컬 디밍을 쓰면 이 부분에서 다소의 개선점이 있지만, 그건 같은 LCD TV 끼리 비교할 때 이야기이고, 쿠로와 비교 할 때는 로컬디밍이든 글로벌 디밍이든 피장파장이다.

모든 PDP가 다 쿠로 같지는 않다. 그래도 필자는 아직도 PDP가 LCD보다는 훨씬 더 좋은 화질을 만들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노력만 하면 말이다. 하지만 다 시대에 뒤 떨어진 소리이다. LCD의 파상 공세에 밀려 앞날이 불투명한 PDP을 더 좋다 하고, PDP 중에서도 망해 버린 쿠로를 또 그 중 제일 좋은 화질이라 하고... 계속 후진 기어 넣고 가는 셈이다. 아니면 나는 바로 가고 있는데 스쳐 지나가는 세상이 뒤로 움직이는 것이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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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의 블랙이 왜 파워풀 한지 알 수 있는 실험을 한 가지 더 해 보자. 블랙 레벨을 올 블랙 상태가 아닌, 윈도우 패턴(옆 사진) 단위로 측정해 보았다. 각 패턴은 중앙에 화이트 윈도우가 있고, 사이드 쪽에 4% 블랙바가 위치 하고 있다. 이 두 부분을 제외한 모든 백 그라운드는 0 IRE 블랙이다. 블랙바와 윈도우 사이의 백 그라운드 부분(노란색 마크 지점)을 측정하고, 윈도우의 밝기를 측정했다. 윈도우는 10 IRE, 20 IRE, 30 IRE... 100 IRE로 계속 바꿔 가며 측정을 했다. 흰색 부분의 밝기가 바뀔 때 백 그라운드 부분(0 IRE)이 얼마나 간섭을 받는지 측정해 본 것이다. (고정 명암비 수치에 대한 신뢰도가 점점 떨어지는 세상이라 앞으로는 이런 방법을 종종 사용 해야 할 것 같다.) 측정 결과는 아래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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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가 되어서 그렇지 사실 삼성 B7000의 계조별 컨트라스트 비도 상당히 우수한 편이다. 대부분의 LCD TV들이 몇백 대 1 수준을 넘지 못한다. LCD TV의 하이엔드 업체들과 중소업체들의 제품 차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경우이기도 한데, 이 부분의 특성이 좋지 않으면 화면이 뿌옇고 들떠 보이기 십상이다. 그러나 위 표에서도 보듯이 삼성 B7000은 글로벌 디밍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밝은 쪽에서는 2000~4000:1의 아주 안정된 명암비를 보여주고 있다. 단, 암부 쪽은 역시 아직 LCD TV에게는 취약지역이다.

한편 쿠로 PDP-5020FD는 표에서 보듯 중앙의 윈도우가 10 IRE이든, 100 IRE에 관계 없이 백그라운드 블랙(0 IRE) 의 밝기가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한 마디로 블랙 컨트롤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이는 PDP의 특성이 아니라, 쿠로의 특성이다. 굳이 따지자면 PDP는 1920x1080의 207만개의 로컬디밍 픽셀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PDP가 블랙 컨트롤이 그리 좋지 못하다. 위의 경우에서 C/R이 나쁘게 나오는 것은, 암부의 경우는 뭉쳐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밝은 쪽의 경우는 블랙 부분이 들뜨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암부가 뭉쳐지면서 블랙이 들뜨면 그림이 답답하게 보여지고, 밝은 쪽이 뭉쳐지면서 블랙이 들뜨면 그림에 막이 낀 것 처럼 보인다. 이렇게 영상 다이내믹 레인지가 떨어지게 되면, 그림이 입체감을 잃고 평면적으로 보여지게 된다. 그냥 패널에 그림이 칠해져 있는 느낌인 것이다. 이게 아직까지는 LCD TV의 한계이다. PDP는 그렇게 가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 요즘 LCD TV의 영상을 흉내내다 보니까 자꾸 그런 식이 되고 만다. 한편 쿠로의 영상에서 한층 다른 입체감과 생동감을 느끼게 되는 것은 바로 이 블랙 컨트롤 능력이 주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영상을 우리는 영상 다이내믹 레인지가 넓은 그림이라고 부른다.

실제 영상의 예를 하나 들어보자. 아래는 영화 "다크 나이트"의 한 장면이다. 화면의 군데군데를 알파벳으로 마킹해 놓았는데 잘 안 보이시는 분은 사진을 클릭해서 크게 보시기 바란다. ⓐ는 남자의 머리 빛나는 부분, ⓑ는 여성의 콧날 부분, ⓒ는 옆 가죽 의자 등받이 어두운 부분, ⓓ는 2.35:1 화면을 벗어난 블랙바 부분, 그리고 ⓔ는 베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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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 PDP-5020FD의 경우 ⓐ가 68.8 cd, ⓑ가 5.6 cd가 측정 되었으며, ⓒ는 0.005 cd, ⓓ의 블랙바는 0.003 cd, 그리고 ⓔ의 베젤 부분은 0.001 cd가 측정 되었다. 동일한 화면을 삼성 B7000에 걸어 놓고 같은 부분을 측정했다. ⓐ 부분의 밝기가 비슷한 수치는영화 모드에서 백패널 밝기 3으로 놓았을 때. 측정 결과는 ⓐ가 67.5 cd, ⓑ가 3.6 cd, ⓒ는 0.045 cd, ⓓ의 블랙바는 0.028 cd, 그리고 ⓔ의 블랙바는 동일하게 0.001 cd가 나왔다. 밝은 부분은 별 차이가 없지만 어두운 부분은 10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대부분의 LCD TV가 다 그렇다. 명목 상의 수치보다도 실제 영상에서 쿠로의 그림이 훨씬 더 다이내믹하게 보이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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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 PDP-5020은 블랙 레벨과 화이트 레벨의 익스텐션을 조정하는 메뉴를 가지고 있지 않다. 전자(前者)는 필요가 없다. PDP-5020FD는 Below Black을 다 표현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후자(後者)에 해당되는 DRE 기능이다. 엘리트 모델과 시그니처 모델은 DRE 기능을 "강, 중, 약, 끄기" 네 단계로 제공 한다. PDP-5020FD는 그 중 "끄기"에 해당되는 모드가 디폴트인데, 여기서는 Above White가 보이지 않는다. 관련 테스트 패턴(옆 사진)을 띄워 보면 98% 화이트 바, 100% 화이트(백그라운드)는 보이지만 102% 화이트 바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아주 안 보이는 것도 아니고, 눈 크게 뜨고 보면 보일락말락 한다. 테스트 패턴에서 102%가 보여야 실제 영상에서 화이트 클립핑이 일어나지 않는다. 완성도가 아쉽낟. 그러나 엘리트 이상 모델은 DRE를 Low로 놓으면 이러한 클립핑 현상을 해결 할 수 있다.

감마 및 계조 컨트롤

APC가 작동되는 플라즈마 TV의 특성 상 측정되는 감마 값은 언제나 절대적일 수 없다. 순간순간의 화면 밝기에 따라 언제나 유동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쿠로는 계조의 층이 많고 값이 균일한 편이어서 감마 지표도 성능을 나타내는 유효한 지표가 될 수 있다. 간단히 말해 이렇다.
 
넓은 의미의 계조(Grayscale)에는 세 가지 요소가 있다. 계조의 범위, 계조의 층(layering), 계조의 정확성 등이다.

(1) 계조의 범위가 곧 명암비이다. 일단 블랙과 화이트의 간격이 넓어야 그 안에서 많은 층들이 뛰어 놀 수 있다.
(2) 한편 계조의 층이 많으면 표현되는 빛 정보가 더 세밀해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그림을 만들어 낸다. 좁은 의미의 계조가 바로 이 것이다. 계조 표현력이 화질에 끼치는 영향력은 명암비보다 크면 컸지, 결코 작지 않다. 명암비가 넓다고 계조가 섬세한 것은 아니다. 이건 완전히 별개의 능력이다. 일단 집이 커야 사람을 많이 재울 수 있겠지만, 집 크게 만드는 재주와 사람 불러 모으는 재주는 또 전혀 별개이다. 사람은 몇 명 없는데 허세 부리느냐고 집만 크게 만드면 띄엄 띄엄 썰렁하기만 하다.
(3) 마지막으로 계조의 정확성. 이 부분이 감마파트이다. 그런데 인간의 눈은 원래 빛의 밝기에 신축적으로 적응하기 때문에, 동시에 여러 계조의 빛을 감지할 때에는 각각의 빛의 양을 정밀하게 판단 하지 못한다. 따라서 계조의 정확성에는 절대적인 기준이 없다. 표준 값만 있을 뿐이다. 감마 표준값이 디스플레이 기기나 원본 소스의 종류에 따라 2.2~2.6으로 유동적인 이유도 이와 관련있다. 그런데 기준이 어떻든 그 값을 정확히 표현 해내는 능력은 계조의 레이어링이 많은 것, 즉 계조의 섬세함과 관련이 있다. 즉, APC가 작동하는 PDP라고 해도 계조의 층이 많으면 감마 컨트롤 능력도 정확해 질 확률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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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표는 쿠로 5020의 계조별 감마 트랙킹 표인데, PDP의 특성을 감안해 1/9 Window 패턴 시 측정값과 100% Full Field 패턴 시 측정값을 각기 따로 구해 비교해 보았다. 표에서 보듯 쿠로 PDP-5020FD는 밝기의 과다(寡多)에 관계 없이 모두 고른 감마 커브를 유지해 주었다. 1/9 윈도우 패턴의 평균 감마값(붉은 글씨)은 2.12, 100% 풀 필드 패턴에서의 평균 감마 값은 2.13. 거의 비슷하다. 유감스럽게도 PDP-5020FD는 감마 컨트롤 값이 고정이다. 사용자 선택 메뉴 자체가 없다. 상급 기종인 엘리트 모델은 세 개의 감마 컨트롤 모드를, 시그니처 모델은 다섯 개의 감마 컨트롤 모드를 제공한다. 그러나 5020FD는 고정이다. 평균 감마 값 2.13은 필름 감마 표준값 2.2 보다는 다소 낮다. 그러나 (1) 1/9 윈도우와 100% 윈도우의 커브 값이 별 차이가 없다는 것, (2) 계조별로 커브 값이 일정 하다는 것은 꽤 고무적이다. 이 두 가지 요소가 신통치 않으면 계조가 들쭉 날쭉해져, 영상이 차분하지 못하고 무언가 어설픈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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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방식으로 감마 값을 한번 더 측정해 보았다. 10 스텝 그레이 패턴을 띄우고 각 스텝 바의 루미넌스를 측정해 보았다. 이런 식의 감마 측정은 표준 방식은 아니지만, 윈도우 패턴이 바뀔 때마다 감마 기준이 바뀔 소지가 있는 'PDP의 변덕스러움'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비교를 위해 삼성 B7000을 한번 더 동원해 보았다. 두 제품 모두 평균 감마값 2.2 전후의 표준적인 측정치를 보여 주었다. 쿠로 PDP-5020FD는 역시 이번에도 계조별로 꽤 고른 감마값을 보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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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삼성 B7000도 중간 대역은 비교적 평탄한 편이다. 그러나 암부 쪽은 감마가 다소 높고, 밝은 쪽은 급격히 떨어지는 등 편차가 다소 있다. 사실 대부분의 플랫형 TV들이 대개 이와 비슷한 특성을 보인다. 암부 감마 값이 상대적으로 높고 밝은 쪽 감마 값이 상대적으로 낮으면 평면적이고 들뜬 영상이 나타나게 된다. LCD 만 그런 것이 아니고 PDP도 그런 경우가 많다. 무언가 영상이 입체감이 없고 평면적이다 싶은 경우는 대개 실 화면에서의 감마 트랙킹이 균일하지 않기 때문으로 보면 된다.
 

서브 필드 프레임과 계조 표현력
 

작년에는 120Hz 라는 수치가 TV 광고마다 꼭 등장 했었다. 올해는 한술 더 떠서 240Hz 라는 수치도 등장 준비 중이다. 마케팅 부서에는 그럴 듯 해보이는 기술적 수치 하나 잡아 살 붙이고 말 붙여 광고 하는 것이 주 업무이다. LCD TV를 만들어 내는 삼성, LG, 소니가 Hz 단위의 수치를 가지고 광고를 해대니까, PDP가 주력인 파나소닉 쪽에서는 내심 속이 상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PDP 쪽에서도 Hz 단위의 수치가 하나 등장했다. 소위 말하는 서브 필드 프레임 레이트(Sub-Fiedl Frame Rate)이다. 처음에는 480Hz라는 수치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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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자들로서는 뭐가 뭔지 자세히 모르지만 아무튼 똑같은 Hz 단위인데 LCD TV 수치보다 무려 네 배나 높다니... 파나소닉 PDP가 무언가 대단한 제품인양 속기 딱 쉽다. 이종식님의 CES 리포트를 읽어 보니 이제는 LG에서도 서브 필드 주파수를 홍보 문구에 사용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LG 전자의 안내판에는 "600Hz sub-field driving for smooth motion picture" 라는 문구가 있었다고 하니, 아마도 기술 부서의 확인 없이 마케팅 부서에서 짐작으로 만든 모양이다. PDP의 서브필드 프레임이란 LCD TV에서 언급되는 프레임 레이트와 전혀 다른 종류의 개념이다. 그저 단지 사용되는 단위만 Hz로 같을 뿐이다.
 
서브 필드 프레임은 모션을 부드럽게 해 주는 것이 아니다. 모션을 부드럽게 해 주는 것은 프레임 레이트이다. 프레임 레이트가 높으면 그 것이 24Hz의 배수가 될 경우, 저더를 없앨 수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모션 블러를 줄이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움직이는 영상을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PDP에서의 서브필드 프레임 레이트는 계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 플라즈마 TV에는 수 많은 픽셀이 존재한다. Full HD라면 1920x1080=207만개의 픽셀이 있다. 그런데 각 픽셀은 실제로는 R,G,B의 3개의 서브 픽셀로 이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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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라즈마 TV는 영상 신호를 만들어 내기 위해 이 각각의 서브 픽셀이 대단히 빠른 속도로 꾸준히 ON/OFF가 된다. 한 개의 TV 필드(=프레임)에 8개의 서브필드가 있다고 하면, 하나의 서브 픽셀, 즉 예를 들어 레드하나만 해도 켜고 꺼지는 선택을 8 차례의 조합 하에서 다양하게 하게 되므로 총 256 단계의 밝기를 조절 할 수 있게 된다. 그린과 블루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이 들을 조합해서 서로 다른 밝기의 컬러가 모여 수천만 가지의 컬러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따라서 서브 필드가 많으면 많을 수록 표현 할 수 있는 밝기의 종류가 많아진다. 따라서 서브필드는 계조 표현력과 깊은 관계가 있다. 서브필드 프레임이 많으면 그 제품은 계조 표현이 섬세 할 가능성이 크다. (왜 '섬세하다'가 아니고 '섬세 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표현 했느냐면 여기에는 아주 미묘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레드를 입자가 다섯 번 때렸다고 해서 그 것이 네 번 때렸을 때와 비교해 반드시 빛의 광량에서 차이가 난다는 보장은 없다. 수학적으로는 차이가 나야 맞지만, 물리학적으로는 꼭 그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형광 특성에 따라 입자의 물리적 강도에 따라 반영 물질의 흡수도에 따라, 바깥에서 볼 때는, 서로 다른 횟수로 켜지고 꺼져도 비슷한 밝기로 느껴질 수 있고, 또 반대로 같은 횟수, 같은 조합을로 켜지고 꺼져도 서로 다른 밝기로 느껴질 수도 있다.) 따라서 PDP의 서브필드는 LCD TV에서의 프레임 레이트와는 성격도 전혀 다르고 효과를 미치는 분야도 전혀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나소닉이 480Hz이니 600Hz이니 하는 수치를 내세워 LCD의 120Hz 수치와 비교를 하려고 한 점은 솔직히, 아무리 PDP가 궁지에 몰렸다고 해도 좀 궁색한 짓이다. 그런데 정작 재미 있는 것은, 경쟁사들과 달리 서브 필드에 대해 언급이 별로 없는 파이오나아 PDP가 사실은 이 부분에서 업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이다. 그건 경쟁업체들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사실 PDP 3강(파나소닉, 삼성, LG) 입장에서 파이오니아는 이미 더 이상 경쟁 상대가 아니니 별로 신경 쓰일 것도 없을 것이다.

각 사의 PDP 서브 필드 드라이브 능력이 사실대로 정확히 공개된 적은 없지만, 파나소닉 비에라의 경우 초기에 광고 했던 480Hz는 프레임(필드)당 8개의 서브필드가 드라이빙 된다는 것을 전제로 60Hzx8=480Hz가 도출된 것이다. 최근의 홍보문구를 보면 파나소닉, LG 모두 600Hz를 알리고 있으니 프레임 당 10개의 서브필드라는 의미가 되겠다. 사실 이 것도 다소 어폐는 있다. 필드 당 8개라고 해서 반드시 60Hz에 480Hz가 된다는 보장은 없다. 470이 될 수도 있고, 450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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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나 귀결 되는 이야기이지만 이건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전환 문제이다. 작동 원리는 디지털이지만, 최종 결과는 항상 아날로그이기 때문이다.) 한편 파이오니아는 이미 예전부터 프레임 당 서브필드가 14개로, 파이오나아 PDP가 계조력이 우수해진 주요 원인으로 늘 거론되어 왔다. 파이오니아 PDP는 24Hz 출력인 블루레이가 탄생하기 이전부터 72Hz 트루레이트를 지원해 왔다. 트루레이트는 모션에서 저더를 없애줘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영상을 재현해주며, 높은 서브필드 드라이브는 정지화상을 기준으로 보다 섬세하고 자연스러운 계조 표현을 재현해준다. 파이오니아 PDP의 영상이 부드럽고 자연스럽다는 총체적인 평가를 받게 한 두 가지의 견인 요소였다.

색 범위와 색 정확도

전작인 PDP-5010은 컬러 스페이스를 선택하는 모드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 PDP-5020FD에서는 컬러 스페이스를 선택하는 메뉴가 빠졌다. 원래 쿠로는 두 가지의 컬러 개멋을 제공한다. 모드 1은 와이드 개멋이고, 모드 2는 클로즈 개멋이다. 8세대 때도 그랬고, 9세대에서도 엘리트와 시그니처 모델은 모두 두 가지의 개멋 선택 모드를 제공한다. 단, 8세대와 9세대가 달라진 점은 모드 2가 8세대 때에는 BT 709보다 좁은 편이었지만, 9세대에서는 비슷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그러나마나 PDP-5020FD는 그럴 것도 없다. 아예 와이드 개멋 한 가지만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PDP-5020FD에 대해 험보다는 칭찬이 많았는데 이제부터는 다소 험담이 들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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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차트에서 보듯이 KURO PDP-5020FD의 컬러 스페이스(흰색 라인)는 HDTV 표준인 BT.709(검은 색 라인)보다 훨씬 범위가 넓다. 8세대 쿠로의 와이드 개멋보다도 더 넓어진 느낌이다. 블루는 비슷하지만, 레드와 그린은 더 과포화 되었는데 특히 그린이 더 심하다. 엘리트나 시그니처 모델에서 제공하는 컬러 스페이스 2번은 표준에 거의 부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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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것으로 보면 PDP-5020FD의 색영역이 와이드로 고착된 것은 파이오니아의 의도적인 행위로 보여진다. PDP-5020FD의 주 타깃을 일반인으로 놓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혹세무민 해볼까 싶었던 것인데 한 마디로 착각이다. 파이오니아 쿠로가 색 영역이 좁다거나 색상이 떨어진다고 해서 안 팔린 것이 아니다. 그리고 저 정도 컬러 스페이스 넓혔다고 쿠로의 색상이 크게 달라져 보이는 것도 아니다. 쿠로 영상을 본 사람은 쿠로가 컬러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문제는 가격이고, 디자인이고, 밝기이고, 마케팅인 것이다. 왜 엉뚱하게 색 영역 넓혀 놓고 매스 마켓에 가까운 제품이라고 착각을 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위 표를 보면 파이오니아 쿠로보다 몇 백배 매출이 많은 삼성의 대표 모델도 색좌표가 표준에 거의 들어 맞게 정확한 것을 알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일반인들이 모두 컬러 어널라이저 들고 정확하게 색좌표 측정 할 것이라 생각해서 저렇게 만드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삼성이나 LG도 몇 년전에는 와이드 개멋 고수했고 한때는 그게 무슨 자랑인양 광고 문구에 앞다퉈 넣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삼성, LG, 소니 모두 와이드 개멋은 없다. 오히려 색좌표/색온도를 표준에 정확하게 맞추기 경쟁을 하는 느낌이다. 물론 파이오니아 PDP도 고급 모델에 들어가면 색좌표, 색온도 조정 메뉴가 엄청나게 많고 정확하게 맞춰져 있다. 그러나 왜 PDP-5020FD에 대해서는 저런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을 적용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결론적으로 PDP-5020FD는 색 정확도 측면에서는 그다지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

색 온도와 그레이 스케일 유니포미티

같은 문제가 또 발생한다. PDP-5020FD는 색온도를 선택할 수 있는 Preset 메뉴가 전혀 없다. 오로지 주어진 대로 따를 뿐이다. 그렇다면 디폴트 값이 정확하면 만사 OK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 그렇지 못하다.

PDP-5020FD의 Movie 모드의 디폴트 색온도는 6000K이다. 다소 낮다. 8세대 쿠로인 PDP-5010의 디폴트 치는 6300K 였다. 계조별 색온도가 평탄하기는 하다. 전체적으로 6000K에서 ±30K 내에서 대단히 평탄하게 움직이고 있다. 프리셋 모드가 없으니 다른 모드의 색온도를 측정할 수도 없고, 사용자 조정 메뉴가 없으니 제 아무리 좋은 측정 장비와 기술을 가지고 있어도 색온도를 고칠 방도가 없다. 그냥 보는 수 밖에 없다. 딴에는 필름틱한 느낌을 주기 위해 6000K에 세팅을 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PDP-5020FD의 Movie 모드로 영화를 보면 약간 붉으스름한 톤이 배는 느낌을 감수 해야 한다. (심히 부자연스러운 정도는 아니다. 예전 흑백 CRT 시절에는 5500K로 보는 경우도 많았다.) 아래는 계조별 색온도 유니포미티이다. 보시듯이 정말 대단히 평탄하다. 요 그래프를 날름 들어서 위에 점선 있는 부분으로 고스란히 옮기기만 하면 되는데 이걸 할 수가 없으니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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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색온도가 6000K이니 당연히 RGB 레벨도 Red가 Blue보다 많게 나타난다. 레드와 블루가 모두 그린을 향해 좁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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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입장에서는 "참새가 방앗간 그냥 못 지나간다"고, 그냥 넘어가기가 자못 아쉬웠다. PDP-5020FD의 그레이 스케일 유니포미티는 대단히 평탄하다. 그레이 스케일 유니포미티가 평탄하지 않으면 조정에 애를 먹는다. 그러나 이처럼 평탄한 기기는 약간만 조정해 주어도 그대로 딱딱 들어 맞게 되어 있다. 그래서 참지 못하고 PDP-5020FD의 서비스 모드에 진입을 했다. 필자가 서비스 모드에 들어가서 조정하는 것은 사실 독자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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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로는 전용 프로그램과 전용 케이블을 통해 서비스 모드(사진 참조)에 진입할 수 있는데, 사실 비전문가들은 서비스 모드에 진입해도 별로 할 일이 없다. 알아 들을 수 없는 약어들이 잔뜩 나열되어 있는데 자칫 잘 못 건드리면 기기에 치명적인 손실을 입힐 수도 있다. 또 요행 색온도를 조정 항목을 찾아내더라도 전문 측정 장비가 없으면 바른 측정 값을 알 수가 없다.

필자의 의도는 이랬다. 서비스 모드에 진입하면 바깥 메뉴에는 없지만, 컬러 스페이스 값을 바꾸거나(컬러 스페이스만 바꾸면 PDP-5020FD도 Color Accuracy가 굉장히 정확해진다.) 감마 트랙킹을 바꾸는 항목(감마는 잘 맞으니까 사실 굳이 바꿀 필요는 없다.), CMS 조정 항목, 그리고 색온도 조정 항목이 서비스 모드 내부에 있을 거라고 보았다. 즉, 겉은 엘리트와 일반 5020이 다르지만, 속으로 들어가면 같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필자가 일단 내부에 들어가 알맞게 조정을 한 후, 그 조정 방법이 그리 위험하지 않다면, 본인이 그 결과를 책임진다는 약속 하에, 쿠로를 사용하는 다른 유저들에게 조정 방법과 조정치를 공개하는 것을 고려해 보자는 것이었다. 물론 신중히 생각해야 할 일기는 했다. 그런데 이는 100% 필자의 "순진한 생각"일 뿐이었다. 서비스 모드를 한 시간 넘게 샅샅이 뒤졌지만, 컬러 스페이스를 조정하는 기능, 감마 조정 기능을 비롯해 있을 것으로 예상한 조정 기능을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단지 색온도 조정 항목을 찾은 것이 유일한 수확이었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PDP-5020과 상급 모델은 내부 엔진 또한 전혀 다른 제품이라는 것이다. (※ 패널 X, Y 값 조정 항목이 있기는 했다. 삼성의 800K 프로젝터의 서비스 모드에 들어가면 유사한 항목이 있는데 아주 편리하고 전문적으로 설계가 되어 있다. 그와 비슷한 항목이라고 생각했다. 색영역을 좁히고 말고 할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계산해서 넣어 버리면 되겠구나 싶어 한 40여분을 씨름을 했다. 결론은... 전혀 먹히지 않는다. 서비스 모드 값을 바꾸면 하드파워 스위치를 껐다 켜야 한다. 그럼 다시 처음부터 기본 세팅을 다시 해야 한다. 상당 시간을 소모한 뒤 헛수고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시 원위치 시키는 데 또 30분... 참고로 하드파워 스위치는 백 패널을 정면에서 봤을 때 우측 하단-Input 3 방향-맨 아랫쪽에 있다. 아무런 표시가 없기 때문에 대개 그게 스위치인지 모르고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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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서비스 모드를 통해 할 수 있는 것은 6000K에 맞추어져 있는 Movie 모드 디폴트 값을 6500K로 바꾸는 일이었다. 결과는 만족스럽게 되었지만 이 또한 다른 유저에게는 무용지물이다. 미국에 거주하는 또 다른 PDP-5020 유저 두 사람(둘 다 ISF 캘러브레이터이다)과 데이터를 주고 받았더니, 세 대의 조정 값이 모두 다 달랐다. 즉, 기기마다 편차가 있어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가 없다는 결론이었다. 따라서 필자가 조정한 색온도 값 또한 다른 유저들에게는 무용지물이 된다는 결론이다. 그래도 이왕 힘들여 조정 했으니 그 결과를 리뷰에 싣기만 하겠다. 옆 표에서 보듯 캘러브레이션 뒤의 색온도 값은 대단히 우수했다. 색온도 6500K 보다 더 중요한 것이 δ 에러 값이다. 6500K에서 크게 벗어나면 당연히 δ 에러 값도 커지게 되지만, 6500K에 가깝더라도 Red와 Blue가 같이 어긋날 경우에는 δ 에러 값도 커진다. 조정 후 색온도는 전대역에 걸쳐 δ 에러값이 0~1 수준으로 대단히 높은 평탄성을 보여 주었다. 단, 0~10 IRE 쪽은 컬러 어널라이저가 읽을 수 없는 지역이어서 위 수치를 신뢰할 수 없으며, 육안으로 볼 때 색온도가 다소 낮게 느껴지나(6000K 쯤?)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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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온도 그래프 및 RGB Level 그래프를 보더라도 거의 전 대역에서 색 균형을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완벽히 잘 맞을 수 있는 기종의 디폴트 값을 평균 δ 값이 8~9에 이르도록 만든 까닭은 뭘까? 색온도를 꼼꼼히 따지실 분들은 더 비싼 고급 기종 산 뒤 ISF 캘러브레이터를 부르라는 뜻인가? 좀 답답하다.

Color Saturation, Tint 조정

지극히 간단한 PDP-5020FD의 화질 조정 메뉴이지만, Color와 Tint의 디폴트 값을 한 번 체킹해 볼 필요가 있다. Contrast와 Brightness의 디폴트 값은 정확하다. 그런데 8세대 쿠로 때에도 느낀 것이지만, 전체적을 Red 쪽 Intensity가 다소 부족하다. 물 빠진 느낌이다. 쿠로 사용자 중 Blue Filter (JKP 비디오 에센셜이나 AVIA DVD 디스크 등에 끼여 있는 파란색 필터를 말한다.)가 있는 분은 직접 Color와 Tint 값을 조정해 보실 필요가 있다. 필자도 블루 필터를 이용해 Color를 +3 정도 조정한 바 있다.

스크린 샷 몇 장

필자는 파이오니아 PDP를 오랫동안 사용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암부 디테일이 섬세하게 표현 되는 장면에서는 여전히 짧은 탄성을 뱉게 된다. 이를테면 <Dark Knight>, <Se7en>, <U571>. <반지의 제왕>, <캐러비안의 해적>, <Gladiator> 같은 영화라면 더욱 쿠로의 위력이 드러난다. 이런 류의 장면 스크린 샷을 몇 장 올려본다. (필자의 디카가 썩 좋은 기종이 아니어서 제대로 표현 될 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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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와 흡사한 측면이 있다. 비디오에서의 블랙은 오디오에서의 저역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오디오에서도 저역이 깊으면서도 섬세하면, 전체적인 소리가 착 달라 붙듯 안정적으로 부감(浮感) 된다. 마찬가지로 비디오도 블랙이 깊고 섬세하면 그림 전체가 시원하고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 또한 오디오에서, 저역이 중요하다고 해서 대책없이 양만 늘리고 벙벙 거리게 만들면 안 되듯이, 비디오도 블랙이 뭉치고 섬세하지 못하면 아무리 블랙 레벨이 낮아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래서 암부 해상력이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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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유니포미티가 매우 좋다. 쿠로는 블랙 상태일 때 스크린을 보면 흑칠해 놓은 것처럼 군데군데 검은 색 자국이 나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것은 패널이 이상한 것도 아니고, 스크린 유니포미티와도 아무 관계가 없다. 이 자국은 그때그때 위치가 바뀐다. 짐작컨대 블랙을 끈 상태로 만들기 위해 전류가 차단되면서 일어나는 현상 아닌가 싶은데 어디까지나 짐작이다. PDP는 원래 스크린 유니포미티와 시야각에서 LCD 보다 강점이 있다. 쿠로는 8세대도 그랬지만 시야각이 매우 넓다. 측면에서 보아도 어둑해지거나 화질이 그다지 크게 변하는 기색을 느끼기 힘들다.
 
아래는 필자가 해상도와 저더를 테스트 할 때 자주 사용하는 "Dark Knight"의 첫 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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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 바닥은 계조와 질감, 주변의 건물들은 고대역의 정세한 해상도 및 노이즈 체크, 건물과 도로는 명암 대비, 그리고 카메라가 Zooming 되면서 앞 쪽으로 다가서 오는 건물들의 움직임은 저더(Judder)를 체크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앞서 언급 했던 항목들 모두에서 쿠로는 나무랄데가 하나도 없었다. 이 장면을 반복 재생 시켜 놓고PDP-5020FD와 시그니처 모델인 KRP-600M을 옆에 두고 한 20여분 계속 비교를 했었다. 그러나 픽셀의 뭉쳐짐이나, 고대역의 평탄성, 모스키토 노이즈 등에서 두 모델 간의 차이점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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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P-600M 및 KRP-500M은 현재 계속 테스트 중에 있다. KRP-500M/600M은 미국의 Signature 모델인 Elite Signature PRO-101FD/PRO-141FD에 해당되는 일본/유럽형 모델이다. PDP-5020FD 모델과 달리 이 기종은 사용자 조정 항목이 지나칠 정도 많고, 경우의 수에 따른 변수가 너무 많아 기기의 특성을 완벽하게 파악하는 일이 쉽지 않다. 일전에 한번 테스트를 했었지만 앞으로 좀 더 연구를 해 봐야 하겠다. 어느 정도 판단이 서면 이번 PDP-5020FD 리뷰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에 한정해서 KRP-500M/600M에 대한 리뷰도 차후 올릴 계획이다.

Rich and Vivid Color

PDP-5020FD의 색 범위가 넓고, 색온도가 낮은 것은 색 정확도와 톤의 문제로, 이는 컬러의 발색(發色) 능력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쿠로 PDP-5020FD 역시 파이오니아 PDP 특유의 "선명하고 윤기 있는 컬러"를 생생하게 보여 준다. 특히 8세대와 9세대의, 쿠로 모델들은 딥 블랙의 '지원 사격' 때문에 영상 Dynamic Range가 넓어져 이전 모델보다 컬러의 윤기가 강화된 느낌을 준다. 이러한 색 재현력은 기기의 내부 구조를 살펴 봐야 그 원인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이전  PDP-5010FD 리뷰를 참조 하시기 바란다. 어차피 5020FD와 5010FD는 내부 구조나 컬러는 바뀐 것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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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과거 리뷰에 그냥 미루기만 하기 좀 그러니 파이오니아의 색상에 대해 잠깐만 언급 해보자. 파이오니아 PDP의 컬러는 플랫형 TV 중에서는 가장 브라운관 TV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브라운관 TV 중에서도 하이엔드 급에 해당된다. 이는 곧 파이오니아 PDP의 뛰어난 발광(發光), 발색(發色) 능력 때문이라 하겠다. 원래 PDP는, 외부의 광원(光源)을 이용하는 LCD와 달리, 자체 발광하는 시스템이라 색이 더 라이브 하게 보여진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파이오니아 PDP의 발색 능력은 좀 유별하다. 컬러가 브라운관 TV와 가장 흡사하게 나온다고 했거니와. 사실 양자(兩者)는 형광체의 특성에 따라 컬러의 피크 다이내믹 레인지(순간적으로 반짝 빛났다가 사라지는)가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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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P의 구조는 사실 단순한 편이다. 아래 사진이 일반적인 PDP의 구조인데, 크게 상판과 하판이 있고 하판 맨 위에 셀 구조가 있다. 이 Cell 구조 위 아래로 여러 종류의 기능을 가진 판들이 적층(積層)되는 식이다. 발색(發色)의 질을 결정 짓는 포인트는 바로 이 Cell 구조에 있다.

(1) 첫번째는 형광체의 특성이다. Cell은 각각 R,G,B가 따로 있다. 고압 고온의 불안정한 기체인 플라즈마에서 자외선(UV light, X-ray)이 방출되면, 방출된 자외선이 형광체를 때리게 되고 이 때 발광(發光)이 일어나게 된다. 형광체 하나는 몇 ㎛에 불과할 만큼 작다. 그 안에는 미량의 함유물질을 측정할 때 보통 쓰이는 ppm 단위로, 수 많은 활성물질들이 들어 있다. (예전에는 이 활성물질로 유로퓸(Eu)이라는 희귀원소를 썼는데, 지금도 Eu를 쓰는지는 잘 모르겠다.) 극미(極微)한 세계이지만 그 안에도 복잡하고 다양한 변수가 존재 하는 것이다. 따라서 형광체는 색의 발광 능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첫번째 요소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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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두번째 중요 요소는 격벽 구조이다. 각 Cell을 방이라고 하면 격벽은 방과 방 사이의 벽이다. 벽이 두껍고 튼튼해야 옆 방 소리가 안 들리듯이 Cell에서 격벽은 방전 공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Cell 간의 신호 혼신을 막아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오디오 시스템의 절반은 룸 튜닝'이라고 우리는 늘 말하지 않던가. 이를테면 그런 역할을 한다. 파이오니아는 원래 예전부터 일반적인 격벽 구조와 다른 Deep Waffle 구조를 가지고 있다. 우물 정(井)자 형태인데, 와플 과자를 닮았고, 격벽이 깊다고 해서 Deep Waffle Cell 이라 부른다. 이 구조는 빛이 새는 것을 막는데에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빛샘이 적으면 그만큼 발광효율이 높아지게 되고 색순도도 보장이 된다.

(3) 세 번째로 거론 되는 것이 "고순도 크리스탈 층"이다. Cell에서 출발(?)한 광선은 제일 먼저 "고순도 크리스탈 층"을 통과하고, 다시 유리기판을 통과한 뒤 파이오니아 고유의 "다이렉트 컬러 필터"를 거쳐 우리 눈에 가시광선(可視光線)으로 나타나게 된다. 크리스탈 층이나 컬러 필터는 투명한 영상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발광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쿠로가 경쟁 제품들보다 늘 깨끗하고 투명한 느낌을 주는 요인이 된다. 그리고 이런 점은 컬러의 순도를 높이는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파이오니아 PDP의 발색 능력이 높게 평가 되는 이유, "왜 파이오니아 PDP의 컬러만 유독 저런가?" 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필자는 앞서 간략히 서술했던 내용들로 주로 요약을 한다. 필자는 현재 9인치 CRT 프로젝터를 사용하고 있고, 브라운관 TV 시절에도 여러 모델의 하이엔드 제품들을 접했었다. 지금도 소니 BVM D시리즈 모니터 한대를 아직도 레퍼런스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는 이렇다. 쿠로의 컬러 발색 능력은 사실 민수용 브라운관 TV가 아닌 BVM 같은 방송용 모니터와 비견할 수준이다. 굳이 우열을 따지라면 BVM이 훨씬 더 좋기는 하다. 그러나 블랙의 깊이는 쿠로가 BVM 보다 앞선다. 이번에는 9인치 CRT 프로젝터에 비견된다고 할까? 계조의 섬세함이야 물리적 특성 상 CRT보다 좋을 수 없겠지만, 영상의 투명도나 패널의 유니포미티, 그리고 지오메트리 같은 것이야 당연히 쿠로가 훨씬 더 좋다. 즉, 브라운관 TV라 하더라도 방송용 모니터급이 되어야 컬러에서 쿠로보다 앞선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방송용 모니터는 24인치가 고작이다. 30인치 넘는 몇 몇 모델들은 사실 좀 끔찍한 수준이었다. 게다가 BVM 같은 모니터는 지금 중고로 사더라도 20인치 넘어가면 일단 몇 천만원이다. 그러나 쿠로는 50인치, 60인치 구현이 가능하다.) 그래서 더 아쉽다.

끝 맺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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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 PDP-5020FD의 장단점을 두루 언급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쿠로의 화질을 칭찬 하는 부분이 많았다. 충분히 그럴만큼 파이오니아 쿠로는 좋은 화질의 TV이다. 화질만 따지면 쿠로는 이제까지 나온 모든 플랫 TV 중 가장 우수한 제품임이 확실하다. 그러나 개별 모델로 따지면 PDP-5020FD를 그렇게 말할 수는 없겠다. 쿠로 Signature 모델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패널 상의, 또는 물리적 특성 상의 차이점이 얼마나 되는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적어도 Signature나 Elite PRO 모델은 PDP-5020FD보다 Color Space와 Color Temperature가 정확 하다는 점 두 가지만 가지고도 일단 더 우수한 셈이니 말이다. (사족 한 가지 더. 경황 중에 빼 먹고 거론하지 못한 것이 한 가지 있다. 9세대 쿠로 또한 8세대 쿠로가 그랬듯이, SD급 화질에 대한 배려(?)가 턱 없이 부족하다. 별로 안 좋다는 뜻이다. 특히 SD급 아날로그 영상은 화질 열화 요인을 더 두드러지게 보이는 느낌이다. SD급 영상 프로세싱도 별로 안 좋다. 혹시라도 HD와 SD 구별도 아직 서툰 분들을 위해 TV를 선택 하는 경우라면 쿠로는 상당히 안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쿠로가 화질이 좋다고 해도 "망한 제품"이다. 파이오니아는 이제 홈 일렉트로닉 분야에서 완전히 손을 뗀다. TV 사업부는 2010년 3월에 공식적으로 종료 되지만, 아마도 결산월일을 염두에 둔 것 날짜 산정일 것이고, 실제 사업 종료는 연내에 이루어 질 것이다. 여기에 고정 자산 정리와 인원 감축, 퇴직금 정산을 위한 최소 계상 일수를 감안 한다면, 매입/매출 평가구조를 발생 시키는 생산 활동은 사실 상 상반기 중으로 끝내야 계산이 맞는다. 아니나 다를까 일본 내수 공장은 4월 1일자로 생산을 종료한다고 공식 발표가 났다. 미주 공장은 아직 가동 중이나 역시 4월 말 또는 5월 중으로 종료 된다는 소문이 있다. 마켓 쉐어에 관계 없이, 오랜 세월 동안 파이오니아 PDP는 '가장 좋은 화질의 TV"로 독보적인 이미지를 쌓아 왔지만, 이제는 그저 역사(歷史)가 되고 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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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巨人)의 퇴장.... 아쉬운 일이다. 삼성, LG 같이 지금 한창 잘 나가는 회사들이, 경쟁에서 밀려 망해 버린 브랜드의 제품을 벤치마킹 할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화질 쪽에서의 쿠로의 위상을 생각하면, 과연 쿠로 또는 쿠로의 기술들이 이대로 그냥 사라져 버릴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어떤 식으로든 쿠로의 기술이나 생산 시스템이 이전 되거나 부활하지 않을까 기대하는 분도 계실 것이다. 그런데 사실 쉬운 이야기가 아니다.

쿠로 화질의 핵심 키워드는 우선 순위가 ① 색 발광 능력 ② 딥 블랙 능력 ③ 계조 표현 능력 ④ 투명한 영상 순이다. 삼성, LG, 파나소닉 등도 PDP 화질 개선을 위해 꾸준히 노력한다면 ② ④ 는 어느 정도 따라 갈 수 있다고 본다. 필요 하다면 기술을 사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①과 ③은 패널의 문제이다. 생산 공정이나 시스템을 바꾸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 특히 발색(發色)이 더욱 그렇다. (계조는 다른 패널에서도 충분히 더 개선 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훨씬 더 잘 팔리는 업체가, 망해서 사라진 업체를 흉내내기 위해 생산 시스템을 바꾼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다. 더군다나 지금은 플라즈마 TV 자체가 이미 내리막 길이다.
 
따라서 AV파일들의 바램과 달리 쿠로가 어떤 식으로든 부활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하이엔드 화질에 대한 전략적 차원의 접근을 전향적으로 시도 하는 업체가 나타나기 전에는 말이다. 불가능한 이야기다. 그렇다고 해서 쿠로보다 더 좋은 화질을 가진 TV가 조만 간에 등장 할 가능성도 또한 거의 없어 보인다. 따라서 앞으로도 상당기간 화질을 논 할 때마다 우리는 여전히 쿠로를 되새기며 갑론을박 하게 될 여지가 많다. (최 원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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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Equipment

● Color Spectro Radiometer : Photo Research PR-650
● Luminance Measuring Meter : Minolta LS-100
● Test Pattern Generator : AccuPel HDG-4000
● Analysis Program : Datacolor Colorfacts Professional 7.5
● Source Component : Playstation 3, Pioneer BD-05FD, Panasonic BW900, LG 3430 Digital Tuner, TVX 6500

1부로 돌아가기

Posted by hifinet
2009. 4. 4. 13:14

파이오니아 쿠로 PDP-5020FD 플라즈마 TV (1)
- posted by 최 원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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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오니아 플라즈마 TV를 바라보는 관점

Kuro PDP-5020은 Pioneer의 9세대 플라즈마 TV이다. 플라즈마 TV 분야에서 파이오니아가 차지하고 있는 위상이나 제품 컨셉에 대해서는 새삼 부연 설명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파이오니아는 새로운 제품 라인이 발표될 때 마다 보통 7세대, 8세대, 9세대(Generation) 등 세대(世代) 번호를 붙인다. 작년 초에 필자는 동사(同社)의 PDP-5010 모델 리뷰를 쓴 바 있거니와, 그 제품은 8세대가 제품이 되며, 지금 소개 하는 PDP-5020FD는 9세대 제품이 된다. 두 제품은 기본 기능이 거의 똑 같다. 따라서 쿠로에 대해 낯설거나 보다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들은 PDP-5010 리뷰를 먼저 읽고 이 리뷰를 접하시는 것도 좋겠다.

잘 알려져 있듯이 파이오니아 플라즈마 TV는 "비싸고 화질이 좋은 TV"의 제품 컨셉을 가지고 있다. 플라즈마 TV가 브라운관 TV를 대체할 차세대 주자로 한창 부각 될 무렵, 거의 모든 업체들이 이 시장에 뛰어 들었었다. 한 동안의 춘추전국시대를 거친 후, 플라즈마 TV는 "양(量)에서는 파나소닉, 질(質)에서는 파이오니아"로 컨셉이 굳어지게 되었다. 파이오니아가 화질 좋은 TV로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3세대 PDP-503HD 모델부터였는데, 당시에는 국내에서도 여러 가지 형번으로 판매가 되고 있었다. 당시 1000만원을 훨씬 넘는 초고가(超高價)였지만 반응이 대단했었다. 그러나 4세대 제품인 PDP-5040부터 파이오니아는 국내 수입이 중단 되었다. 그 무렵 파나소닉도 한국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그 결과 2003년 이후 국내에서 해외 플라즈마 TV 모델을 공식적으로 접할 기회는 거의 없었다. 즉, 파나소닉, 파이오니아 제품을 국내 유저가 구하려면 해외에 주문해 직접 들여 오는 방법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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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기서 묘한 차이점이 발견된다. 마켓쉐어로 따질 때 플라즈마 TV의 절대강자는 파나소닉이다. 하지만 파나소닉이 국내에 수입 되지 않는 것을 아쉬워 하는 유저는 별로 없다. 어차피 파나소닉은 삼성, LG와 매스마켓을 놓고 경쟁하는 처지여서 제품의 기본 컨셉이 비슷하다. 삼성, LG 제품과 비슷한 가격대라면 파나소닉 비에라(Viera)를 선호해서 구입할 유저도 더러 있을 수 있겠지만, 개별 수입을 통할 경우에는 운송료, 관세 등 때문에 비에라의 구입가가 크게 상승하게 되는데, 과연 그런 가격적 부담을 감수할 만큼 비에라가 삼성, LG보다 화질이 크게 좋으냐 하면 또 그건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최근 삼성, LG의 플라즈마 TV의 화질도 크게 발전했기 때문에, 파나소닉과도  화질, 가격 모든 면에서 일진일퇴(一進一退)를 거듭하며 3강(强) 체제를 이루고 있는 처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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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파이오니아는 경우가 전혀 다르다. 2008년 기준 플라즈마 TV 시장의 마켓 쉐어(금액기준)를 보면 파나소닉, 삼성, LG 3사(社)가 전체의 77%를 차지하고 있다. 파이오니아의 점유율은 고작 5.8%. 3강(强)의 입장에서 보면 경쟁상대 축에도 못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스 마켓 유저가 아닌, "화질"을 최우선으로 삼는 하이엔드 유저들에게 파이오니아의 위치는 그 어떤 브랜드보다도 공고(鞏固)하다. 국내 수입이 중단된 이후로도 꾸준히 4세대부터 최근의 9세대에 이르기까지 해외 쇼핑몰이나 구매 대행사를 통한 개별 수입이 끊이지 않는다. 또한 파이오니아의 신 모델은 어떤 그림을 보여줄 것인지 언제나 관심의 초점이 되곤 했다.  이를테면 그 것이 파이오니아가 버텨온 "힘"이었던 것이다.

파이오니아의 마지막 TV, 9세대 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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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파이오니아의 그 "힘"도 이제 기운이 쇠(衰)했다. 지난 2월 초, 파이오니아의 고바타니(小谷) 사장은 향후 디스플레이 TV 사업을 완전히 접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를 했다. 플라즈마 TV와 LCD TV의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그나마 플라즈마 TV 안에서도 파이오니아의 마켓쉐어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게다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자니 손익구조가 너무 나빠져 감당이 되지 않는다. 파이오니아로서는 연간 1조원에 이르는 적자 규모를 메꾸기가 힘들었던 모양이다. 결과적으로 지금 소개하는 PDP-5020FD를 비롯한 9세대 쿠로가 파이오니아의 최후의 제품이 되는 셈이다.

한편으로는 뜻 밖이지만 한편으로는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다. 파이오니아는 2008년 가을 예년보다 서둘러 9세대 쿠로 라인업을 발표하면서, 향후 자체 패널의 생산을 중단 할 것이며, 10세대 쿠로부터는 파나소닉의 패널을 받아 만들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시장 일각에서는 '파나소닉 패널의 10세대 쿠로'는 '파이오니아 패널의 9세대 쿠로'보다 화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감이 돌았다. 파이오니아의 패널에 대한 신뢰도가 워낙 높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렇게 되면 결국 9세대 쿠로가 '마지막 황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예측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파나소닉과의 제휴는 없던 일로 번복이 되었고, 어찌 되었든 9세대 쿠로가 마지막 제품이 될 것이라는 예상은 적중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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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오니아의 실패는 자칫 시장에 이런 식의 안 좋은 교훈을 남길 수 있다. "화질 찾지 말아라, 파이오니아 꼴 난다. 계조고, 발색이고 간에 일단 값 싸고, 광고 많이 때리고, 양판점 많이 잡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이런 식의 교훈 말이다. 마케팅의 기본 요소 4P가 있다. Product(제품), Place(유통), Price(가격), Promotion(광고, 판촉)이 그 것인데, 파이오니아는 Product를 제외한 다른 세 분야에서 압도적 열세에 있었다. 궁여지책 8세대 쿠로부터는 가격도 많이 낮추었지만 역부족이었다. 한창 잘 나가던 4~5세대 때부터 가격 경쟁력 확보에 더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다. 이런 현실에서 앞으로 파나소닉이나 삼성, LG가 파이오니아의 화질을 벤치마킹 할 일은 절대로 없다. 물론 3사(社)간의 경쟁을 통한 화질 개선이야 계속되겠지만 그 것은 어디까지나 매스마켓을 겨냥한 것일 뿐, 가격이 비싸지는 것을 감수하고 파이오니아 급의 화질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할 까닭은 전혀 없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이렇다. LCD, PDP 각기 장단이 있고, 또 모델에 따라 천양지차이지만, 아주 엄밀히 조목조목 따지자면 전체적으로 아직까지는 플라즈마가 LCD 보다 화질적으로 더 성숙한 그림을 보여준다. 하지만 시장은 이미 LCD가 완전히 접수했다. 한편 같은 플라즈마 내에서도 파이오니아는 독보적인 화질을 보여주었디만 결국 망했다. 불행히도 시장 흐름은 절대적 화질 기준과는 전혀 별개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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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9세대 쿠로 모델은 파이오니아에게도 마지막 유작(遺作)이지만, 하이엔드 유저들 입장에서도 보면 마지막 명작(名作)이 되고 말 것 같다. 일단 현재까지는 LCD와 플라즈마 TV 모두를 통털어 가장 좋은 화질을 보여주는 제품이 9세대 쿠로라는 점에는 이의(異意)를 달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기술은 꾸준히 발전한다. 지금은 엄청난 고가(高價)의 소재이지만 RGB LED의 가격이 갑자기 뚝 떨어져 모든 LCD TV에 다반사로 장착 되고, Edge LED도 RGB 방식에 로컬 디밍까지 구현되는 세상이 올지 모른다. 또 Local Dimming 픽셀이 50인치 기준 수만개에 이를 수 만큼 원가가 떨어지고 램프가 작아질 지 또 아는가? LCD 패널의 투명도가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암부 계조가 비약적으로 발전한 신 패널이 등장할 수도 있다. OLED의 수율이 획기적으로 좋아지고, 유니포미티나 컬러가 비약적으로 개선될 수도 있다. 획기적인 알고리즘의 개발로 보간 기술이 놀랍게 좋아져 부자연스럽거나 윤곽이 뭉개지는 등의 LCD TV의 여러 특성이 일거에 해결될 수도 있다. 어쩌면 아예 다른 제3의 신소재 TV가 등장 할지도 또 모른다. 이 모든 것들이 몇 년안에 한꺼번에 실현 될 수도 있다. 그렇게만 된다면 쿠로의 퇴장이 별로 아쉬울 것도 없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 것이 '조만간'에 이루어 질 것 같지는 않다. 더구나 요즘처럼 화질보다는 디자인, 계조보다는 밝기가 더 중요시되는 시장 상황에서는 말이다. 그래서 파이오니아의 실패가 더욱 안타깝게 느껴지는 것이다.

참고로 파이오니아의 디스플레이 사업은 2010년 3월에 공식적으로 철수가 완료 된다. 즉, 그때까지는 현재의 쿠로 모델이 꾸준히 생산 된다. 물론 재고를 줄이고 구조 조정을 실시할 것이기 때문에 생산량은 크게 줄 것으로 보인다. (2010년 3월에 완전 철수가 되더라도, 7년이던가? 강제적 부품 존치 기간 규정이 있기 때문에 A/S는 가능할 것으로 보여지는데 정확한 규정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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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파이오니아는 지난 4월 12일 샤프와 합작으로 별도의 "광 디스크 플레이어" 제조업체를 만들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말이 좋아 합작이지, 사실 상 "광 디스크" 분야에서 손을 떼겠다는 뜻이다. 샤프는 이 분야에서 무명에 가깝지만, 아시다시피 파이오니아는 LD, DVD, BD에 이르기까지 '광 디스크 플레이어'의 독보적인 존재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표 브랜드이다. 그런데 이제 그 파이오니아 플레이어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모양이다. 구조 조정의 결과로 탄생하는 신생 브랜드의 새 회사가 행여 1~2천불대의 고급 제품을 만들 까닭이 없다. 차떼고 포떼고 그럼 파이오니아는 뭐가 남는거지? 공식 발표에 의하면 파이오니아는 앞으로 "Car Electronic" 분야에 주로 전념 할 계획이라고 한다.

9세대와 8세대의 차이점

쿠로 9세대와 8세대는 대부분의 기능과 성능이 같다. 가장 큰 차이점은 블랙이 훨씬 더 깊어졌다는 점이다. 원래 8세대 쿠로도 블랙에서는 혁신적인 제품이었지만, 9세대는 8세대 제품을 졸지에 무색하게 만들만큼 훨씬 더 깊은 블랙 능력을 보여준다. 단순히 제로 레벨 상태에서의 블랙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딥 블랙 부분에서의 암부 표현력, 밝은 장면에서의 실질 명암비 등을 포함한 전반적인 블랙의 표현 능력에서, 9세대 쿠로는 타사의 제품은 물론이고, 8세대 쿠로와도 확실히 차별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외에 자잘한 차이점은 있다. 두께가 더 얇아졌다는 점, 튜너가 디지털 신호까지도 검색 한다는 점, 오디오 기능이 좀 더 많아졌고, 홈 미디어 갤러리 기능이 추가된 점 등등... 한편 8세대 5010 모델에 있던 색온도 프리셋 기능이 사라졌고, 화질 조정 메뉴가 더 간단해진 점도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파이오니아 9세대 라인업 구별

어느 회사든 제품의 모델명을 붙일 때 나름의 원칙이 있다. 자기네 회사 직원들만 구분하기 쉬워서는 안 된다. 소비자들이 제품 간의 특징을 쉽게 이해하고 구별하게 하기 위해서는, 일반인도 금세 납득할 만한 네이밍을 해야 한다. 그런데 파이오니아는 이게 영 안 된다. 네이밍이 세대마다, 국가마다 각기 들쭉날쭉 일관성 없이 진행 된다. 모델명만 봐서는 이게 어느 나라의 몇 인치, 어떤 등급의 모델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아래의 표를 참조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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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인치와 60인치 각각 세 가지의 컬러로 그룹핑이 되어 있다. 같은 색상 그룹은 동일한 등급의 제품으로 보면 된다. 가격대 또한 미국형 50인치를 기준으로 할 때 5020FD가 가장 저렴하고 PRO-111FD, PRO-101FD 순으로 비싼 제품이다. 유럽형/일본형은 모델명을 보고 TV의 사이즈를 알 수 있지만, 미국형 엘리트 모델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많이 헷갈린다.

50인치를 기준으로 할 때 미국의 엘리트 PRO-111FD, 유럽/일본의 쿠로 KRP-500A, 유럽의 PDP-LX5090모델은 모두 같은 패널에 비슷한 기능과 메뉴를 가지고 있는 동일제품들이다. 단, 출시 지역에 따른 차이, 예를 들어 일본 KRP-500A는 일본 지상파와 BS 튜너를 지원하는 한편, 유럽 KRP-500A는 유럽 지상파와 위성 튜너를 장착한다는 등의 차이점과 입출력 단자 등에서 약간의 차이는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같은 모델이라고 보면 된다. 미국형 엘리트 PRO-111FD와 유럽형 쿠로 PDP-LX5090/5090H 모델은 튜너가 내장되어 있고 입출력 단자가 백 패널에 자리 잡고 있는 일체형 제품이고, 유럽/일본의 쿠로 KRP-500A 모델은 튜너 및 입출력단자를 가지고 있는 별도의 미디어 리시버가 외장형으로 존재하고, 본체는 이 미디어 리시버와 전용 케이블으로만 연결되는 분리형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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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형은 일체형보다 두께가 얇다. 유럽형을 기준으로 할 때 일체형인 PDP-LX5090은 두께가 93mm인 반면, 분리형인 KRP-500A의 두께는 64mm로 약 2/3 정도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벽에 설치할 때에도 분리형은 벽에 노출되는 케이블이 적기 때문에 더 깔끔해 보인다. 또 여러 소스 기기들도 본체 주변에 복잡하게 몰려 있을 필요가 없다. 미디어 리시버를 별도의 수납공간에 설치하고 소스 기기는 그 주변에 놓으면 되기 때문이다. 추가로 케이블을 연결하거나 해지 할 경우에도 벽에 걸린 본체가 아니라 미디어리시버를 상대로 하기 때문에 훨씬 작업이 쉬워진다. 그러나 분리형은 일체형보다 비싸다. 벽에 걸지 않고 스탠드를 이용할 경우, 그리고 소스 기기가 그리 복잡하지 않을 경우에는 굳이 비싼 분리형을 선택 할 이유는 없다. 유럽 일체형 모델인 PDP-LX5090 PDP-5090H는 동일모델인데, 5090H5090에 추가로 위성 튜너 및 디지털 오디오 방송 튜너가 더 장착이 된 모델이다.
 
한편 미국형 엘리트 시그니처 PRO-101FD 및 유럽/일본형 쿠로 KRP-500M 약간 제품의 컨셉이 다르다. 이 모델들은 Monitor로 분류가 된다. 즉, 일반적인 TV 모델이 아니라, 방송/영상 장비로 사용되는 것을 고려한 제품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이들 모델은 튜너도, 스피커도 없으며 심지어는 스탠드도 별도 구매해야 한다. 그런데 가격은 오히려 더 비싸다. 그만큼 화질에 더 중점을 두었다는 의미이다. Signature 레이블은 보통 라인업의 맨 위에 자리한 제품에 붙이게 마련이다. 파이오니아 플라즈마 TV에서는 처음이자 마지막인 Signature 모델이다. (시그니처 모델에 대한 리뷰 또한 현재 계획 중에 있다.)

PDP-5020FD와 상급 모델의 차이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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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리뷰하는 Kuro PDP-5020FD 모델은 미국형 라인에만 존재하는 "가장 저렴한 쿠로 9세대 모델"이다. 뭐가 다르기에 가장 저렴 할까? 근본적으로 패널은 동일하다. 특성도 같다. 실제 화질 또한 Signature 모델, 엘리트 모델, 일반 쿠로 모델이 크게 구별이 될 만큼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다. 아마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전혀 그 차이점을 못 느낄 것이다. 외관상으로 드러나는 가장 큰 차이점은 시그니처 모델은 엘리트 모델보다, 그리고 엘리트 모델은 일반 쿠로 모델보다 좀 더 많고 세밀한 화질 조정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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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파이오니아 플라즈마 TV는 "화질"을 주 제품 컨셉이라 예전부터 화질 관련 조정 기능이 꽤 복잡하고 자세하게 제공되는 편이다. 그런데 사실 그 복잡한 화질 조정 기능 중 대부분이 일반인에게는 별 필요가 없는 것들이다. 어떤 조정 메뉴는 감(感)으로 맞춰서는 안 되고, 전문장비와 지식을 갖추어야만 되는 것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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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미국에서는 ISF Calibrator 같은 전문가들에게 의뢰를 해서 자신의 TV 화질을 정밀하게 조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파이오니아 엘리트 모델은 아예 이렇게 전문가에게 의뢰하는 경우를 전제로 해서 만든 제품이라고 보면 된다. 한편 시그니처 모델은 한 단계 더 나아가 아예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해서 만든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좀 더 꼼꼼하게 자세하게 살펴 보면 사실 조정 메뉴 외에도 아주 미세하고 전문적인 부분들에서 시그니처>엘리트>일반쿠로 간에 차이점이 발견된다. 예를 들어 전원부라든가 회로 부품, 컨덴서 등등에서 좀 더 고급 제품을 사용했는데 시그니처 모델을 사용 할 정도의 관련 분야 전문가라면 분명하게 그 차이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일반인이라면 사실 전혀 느낄 수 없다. 시그니처 및 엘리트 모델에 대한 부연 설명은 해당 제품을 리뷰할 때 다시 자세히 언급하기로 하자.

쿠로 PDP-5020FD일반인을 위한 모델로 복잡한 화질 조정 메뉴를 대폭 제거한 대신 가격을 크게 낮춘 모델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PDP-5020FD의 화질 조정 메뉴는 대단히 간단하다. 디스플레이 기기를 리뷰할 때에는 보통 그 제품의 디폴트 값을 측정하고, 화질 조정을 통해 세부 조정을 한 뒤 다시 값을 측정하기 마련인데 PDP-5020FD는 뭐 그렇게 하고말고 할 세부 조정 메뉴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색온도를 수동으로 조정하는 Gain/Bias 세팅 기능이 빠진 것은 그럴 수 있다 생각 하더라도, 상/중/하 정도의 색온도 프리셋 선택 기능 쯤은 넣었어도 좋았을텐데 그 것 마저도 없다. 옳든 그르든 공장치 디폴트 색온도를 무조건 따르는 수 밖에 없다. 컬러 스페이스, 감마 레벨을 조정하는 기능 모두 빠졌고, 컬러 좌표를 미세 조정할 수 있는 CMS(Color Management System) 기능도 없다. DRE, ACL, 여러 가지 NR 기능 및 Black Level 모드 선택 기능 같은 부가 기능들이 없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뭐, 사실 이런 자잘한 기능들은 없어도 아쉬울 것이 없다. 하지만 색온도 조정 및 컬러 스페이스, CMS 기능의 부재(不在)는 좀 아쉽다. 하지만 구매 타깃을 달리해 제품을 차별화 하겠다는 데에는 할 말이 없다.

사실 파이오니아 쿠로는 굳이 화질 조정 기능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기본 바탕 화질 자체가 일단 타사 제품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영상의 투명도나 블랙의 안정성 같은 것은 세부 조정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쿠로 사용자 중에는 화질에 매우 민감한 하이엔드 매니아들도 제법 많다. 엘리트나 시그니처 모델은 이들을 위한 일종의 서비스이자, 자신들의 제품에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디자인 및 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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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얇기 경쟁"이 치열하다. 플라즈마, LCD 모두 예전 브라운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얇은 두께를 실현하고 있지만 그 것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 모양이다. 9세대 쿠로 또한 이전 모델보다 훨씬 얇아졌다. 50인치/60인치 구별없이 모두 두께가 93mm이다. 8세대 쿠로가 120mm 였으니 75% 수준인 셈이다. 전술(前述)한 바 분리형인 KRP-500A 모델등은 두께가 64mm 이다. 하지만 요즘 출시되고 있는 삼성, LG의 'LED 광원 LCD TV'들에 비하면 사실 아무 것도 아니다. LCD TV 뿐인가, 이들 "얇기의 달인"들은 PDP조차도 채 30mm가 되지 않는 모델을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하니 감탄스러울 뿐이다. 독자들은 자신의 가운데 손가락 첫 마디를 한번 흘낏 내려다 보시기 바란다.(대개 20~30mm이다) 이제 대부분의 TV들이 그 손가락 한 마디 길이보다 가늘게 출시 될 것이다. PDP-5020의 본체 무게는 34kg, 스피커와 스탠드를 장착하면 40kg 가량인데 두께가 얇다보니 잡기가 편해, 장정 두 사람이면 손쉽게 운반 할 수 있다. 베젤은 피아노 블랙 마감으로 광택 소재이지만, 스크린은 무반사 코팅 소재이다. 스피커와 스탠드는 기본 부속품이며, 장착이 매우 쉽다. 스피커는 본체 아랫쪽에 달게 되어 있다. 따라서 본체의 폭이 넓어지지 않아 그만큼 공간이 절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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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컨이 새로 바뀌었다. 언뜻 보면 꽤 세련된 모습이다. 하지만 이 리모컨은 정말 맘에 들지 않는다. 리모컨은 유저가 금세 알아보게 직관적으로 버튼을 배치하는 것이 설계의 포인트이다. 그런데 이 리모컨은 버튼 크기도 작아졌고, 크기마저 일률적이어서 언뜻 봐서는 뭘 눌러야 하는지 구별이 잘 안 간다. 게다가 텍스트는 또 왜 그렇게 작은지... 별도의 백라이트 기능은 없고, 버튼 자체가 형광체인데, 리모컨 설계하는 사람들은 이 점을 알아야 한다. 캄캄할 때 밝혀 주어야 할 것은 버튼이 아니라 텍스트이다. 텍스트가 보이면 버튼은 바로 그 아래에 있으니까 안 보이더라도 더듬어서 누를 수 있다. 그런데 정작 텍스트는 캄캄해서 안 보이고 버튼만 훤하게 밝혀 놓으면 도대체 어쩌라는건가? 리모컨 키 중 "Tool" 버튼이라는 것이 있다. 이 버튼은 잘 만들어 놓았다. PDP-5020FD는 메뉴가 좀 번거롭게 되어 있어 뭐 하나 조정하려면 좀 짜증이 난다. 이때 Tool 버튼 하나만 누르면 아래 사진처럼 쉽게 여러 가지 선택 사항을 바꿀 수 있도록 업다운 형태의 선택메뉴가 하단에 나타난다. 이건 8세대 제품에는 없던 기능인데, 실제로 사용해 보니 꽤 유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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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출력단을 살펴 보자. PDP-5020FD는 모두 7개의 입력단을 가지고 있는데 배치가 썩 잘 되어 있다. Input 1은 S-Video/Composite Video, Input 2는 Component/Composite Video 입력단이다. 요즘은 HDMI가 대세이다. 따라서 S-Video/Composite/Component 입력단을 과감히 줄이고 그 위치도 손이 잘 안 닿는 뒷면 중앙 부분에 두었다. 한편 HDMI 입력단인 Input 4~6은 자주 착탈이 될 것을 대비해 손으로 뒤를 약간 더듬기만 해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사이드 쪽으로 몰아 놓았다. TV를 벽에 부착 했을 경우의 편리성을 감안한 것이다. 한편 Input 4~5 HDMI 입력단은 아날로그 오디오 입력 또한 지원하지만 아날로그 오디오 입력단은 HDMI 입력단과 분리해서 중앙에 또 따로 배치해 놓았다. DVI 출력단을 가진 소스 기기들은 DVI-HDMI 케이블을 이용할 경우, 영상만 HDMI 입력으로 보낼 수 있고, 오디오는 아날로그로 별도로 뽑아야 한다. 이런 경우 Input 4~5를 이용하면 된다. 그런데 쿠로의 디자인 설계자는 이런 경우가 많지 않다고 보았다. 이보다는 HDMI 단자 하나로 영상/음성 신호를 모두 처리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가장자리에 배치한 Input 4~6을 깔끔하게 만들기 위해 오디오 입력단을 별도로 중앙으로 뺀 듯 하다. 재치 있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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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 사이드에 Input 3/Input 7 입력단이 별도로 자리 잡고 있다. 이 입력단은 쓸모가 많다. Input 3은 컴퍼지트 영상 및 아날로그 음성 입력, Input 7은 HDMI only 입력 모드이다. 요즘은 캠코더, MP3, 게임기 등등 일시적으로 TV에 연결했다 해제하는 포터블 소스 기기가 많다. 이때 쓰면 된다. USB 포트도 같이 준비되어 있다. PDP-5020FD는 Home Media Gallery 기능을 새로 갖추었는데 이 USB 포트를 이용해 구현이 가능하다. 사실 앞으로 TV들이 '두께 경쟁'에 돌입하게 되면 대부분의 입력포트가 측면으로 이동할 소지가 크다. 또는 본체 하단에 배치되어 커넥터를 아래에서 위쪽으로 수직 방향으로 연결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벽에 걸거나 또는 바짝 붙일 경우, 기존의 백패널 입출력단자는 케이블 탈부착이 불편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케이블 커넥터 길이 때문에 벽에서 일정 간격 떼어 놓아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경우 문제는 '늘어지는 케이블'이다. 업체들이 앞으로 계속 디자인 경쟁, 두께 경쟁을 지속할 생각이라면 다음 번 화두는 '케이블 배선 정리 기술'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PDP-5020HD은 아날로그 좌우 음성 및 서브우퍼 출력 단자를 각 1계통씩 갖추고 있으며 Optical 광 출력단도 한 개 가지고 있다. Ethernet 단자 및 안테나 단자도 갖추고 있다. 안테나 단자는 한 개를 가지고 케이블 및 공중파 신호를 입력 받을 수 있으며 모드는 TV 안의 메뉴에서 선택하게 된다. 전체적으로 입출력단 설계는 아주 잘 한 편이다. 리모컨 설계는 신입사원이, 입출력단 설계는 백전노장이 한 모양이다.

PDP-5020FD는 미국형 모델이므로 ATSC 튜너를 내장 하고 있으며, 이는 국내 ATSC 방송과 호환이 된다. 더불어 9세대의 튜너는 디지털 채널까지도 지원한다. 리모컨의 DTV 버튼을 누를 때 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방송이 절환된다. 그런데 필자의 경우 검색된 디지털 튜너를 통해서는 HD급 영상을 접할 수 없었다. SD 영상을 업스케일링한 수준의 영상이다. 이에 대해서는 설명이 쉽지 않다. 시청 장소에 따른 특수성이 있기 때문이다.
 
설치 장소는 분당 지역 아파트인데, 지역 SO로 부터 유선 신호를 받아 공중파 및 아날로그/디지털 케이블 신호를 처리하고 있다. 그런데 지역 SO 사업자(아름방송, ABN)는 화질에 대한 개념이 별로 없는 곳으로 보여진다. 아직도 SD급 디지털을 고집하고 있고, 아날로그 케이블 시청자들에게는 SD급 디지털 케이블을 "고화질 고선명방송이니 빨리 전환하라"는 안내 자막을 화면 상단에-하단이 아니라 상단이다. 야구 경기를 볼 때에는 스코어 박스가 전혀 안 보인다-하루 10시간쯤 흘려 보내는 개념의 사업자다. 얼마 전에 아파트 공청 선을 어찌 손 보더니 공중파 재전송 디지털도 잘 안 잡히고, 같은 선을 쓰는 스카이 HD 채널도 SD급으로 나오고... 도무지 대책이 없다. 어쨌든 똑같은 회선인데 독립형 셋탑박스에서는 공중파 디지털 신호를 잘 잡아내고, TV 튜너는 잘 잡아내지 못한다. 아무튼 필자는 외장형 셋탑박스를 두 대 쓰고 있기 때문에 별 불편함은 없었다.

메뉴 및 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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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세대 모델은 메뉴 시스템을 완전히 바꾸었다. 메뉴 버튼을 누르면 옆 그림처럼 화면이 반으로 분할 되면서 좌측에는 메뉴, 오른쪽에는 영상이 나타난다. 영상 위에 메뉴가 오버랩 되는 일반 메뉴 시스템에 비해 영상이 간섭을 받지 않으니 좋은 점도 있다. 그런데 메뉴 트리가 좀 못마땅하다. 화면 설정을 한번 바꾸려면 1박2일 여행(?)을 해야한다.

PDP-5020FD에는 Home Media Gallery 기능이 새로 추가가 되었다. USB 또는 Network을 이용해 디지털 컨텐츠를 재생하는 기능이다. DLNA(Digital Living Network Aliance)를 지원한다. PC의 파일을 네트워크를 통해 재생할 수 있으며, 윈도 시스템의 경우는 WMP(Window Media Player), 맥킨토쉬는 Twonky Media 같은 DLNA Server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또한 USB를 통해 USB 메모리나 하드 디스크에 저장된 동영상, 음악파일, 이미지 파일 등을 재생할 수도 있다. 지원되는 파일 포맷은 WMV, MPEG-2 TS, MPEG-2 PS, MPEG-1, MPEG-4 AVC(영상), WMA9, MP3, WAV(LPCM), MPEG-4 AAC(음성)등이며 오디오 샘플링 레이트는 48kHz까지만 지원한다. 그림은 JPEG, PNG, GIF, TIFF, BMP 등을 3680x2760 사이즈까지 지원한다.(TIFF는 1600x1200) USB에 몇 가지를 넣고 Home Media Gallery 메뉴에 들어가 보았더니 좌측 그림처럼 폴더 및 파일명이 표시가 된다. 한글 폴더명은 표시하지 못했다. BBC One Session.mpg 파일을 하나 선택해 보았더니 아래 우측과 같은 영상이 재생 되었다. PSP용 MPEG-4 AVC 영상도 하나 재생해 보았는데, 해상도가 너무 떨어져 도저히 볼 수 없는 그림이 나왔다. HD급이 아니면 재생하지 않는 것이 시력에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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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선택 모드

메뉴 시스템이 '오버랩'에서 '분할' 방식으로 바뀌었지만, 화면 조정 시에는 아래처럼 '오버랩' 형으로 바뀐다. PDP-5020FD는 모두 7개의 AV 화면 모드를 가지고 있다. Optimum, Performance, Dynamic, Movie, Sport, Game, Standard 등인데 블루레이, HD 영화 등의 고화질 컨텐츠는 Movie 모드로 보면 되고, 화질 복잡하게 안 따지는 컨텐츠를 볼 때에는 Standard 또는 Optimum 등을 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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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timum
모드는 TV가 알아서 자동적으로 환경에 맞는 세팅을 해 준다는 "척척 모드"이다. PDP-5020FD는 방의 밝기를 측정하는 센서를 가지고 있다. 이 센서는 메뉴 상에서 On/Off 시킬 수 있다. 이 센서가 On 상태이어야 Optiomum 모드가 작동한다. TV는 입력되는 소스의 상태와 외광의 밝기를 측정해서 아래와 같은 분석 자료를 보여준다. 멋지지 않은가? TV가 알아서 다 조정한다니... 그러나 물론 이 말을 순진하게 믿을 분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냥 "뽀다구" 내보자는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영상이라는 것이 그렇게 쉽고 간단하게 분석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다른 모드에 비해 특별히 그림을 망치는 것도 아니니까 그냥 써도 무방하다. 단지 진짜로 Optimize 하지는 않다는 점만 주지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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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formance
모드 역시 밝은 조명이 있는 실내 환경에 알맞게 입력 소스를 분석해 적절한 영상을 만들어 준다는 개념으로 Optimum 모드의 사촌쯤 된다. Dynamic 모드는 컨트라스트와 샤프니쓰를 크게 높혀 눈에 확 띄게 만들어주는 모드이고, Sport, Game 모드들도 각자 이름에 맞게 설정되었다는 것인데 무슨 근거인지는 잘 모르겠다. 단, Game 모드는 다른 모드보다 밝기를 다소 낮추었다. 유저들은 영화를 볼 때에는 Movie 모드를, TV와 같은 다른 소스를 볼 때에는 Standard 모드를 선택하면 무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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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표는 각 화면 모드별로 100 IRE에서의 디폴트 색온도 값과 밝기(foot-lambert)를 측정한 자료이다. 다이내믹 모드는 10000K가 넘고 스포츠와 게임 모드는 9000K 정도이며, 스탠다드는 8400K이다. 한편 무비 모드의 디폴트 값은 6000K에 불과하다. 이 점은 나중에 2부 리뷰에서 다시 언급하게 될 것이다. 100 IRE Full Field White의 밝기를 보면 각 모드가 15 ft 대로 엇비슷하다. 다이내믹 모드가 특별히 밝지 않은 것이 눈에 띈다. 한편 게임 모드는 10.5 ft로 다른 모드의 2/3 수준이다.

화질 조정 기능

PDP-5020FD의 화질 조정 기능은 매우 단순하다. 앞의 그림에서 보듯이 Contrast, Brightness, Color, Tint, Sharpness의 지극히 평범한 화질 기능과 파이오니아 고유의 Pure Cinema 모드 정도가 전부다. 일반 TV라면 이 정도라도 충분하다. 그러나 파이오니아는 8세대 모델 PDP-5010 때만해도 이 보다는 더 다댱한 조정 메뉴가 있었다. 색온도를 다섯 가지 중 고르게 한다던가, 여러가지 NR 기능을 제공한다던가 하는... 그런데 이번에는 모두 다 제거해 버렸다. 앞서 보았듯이 PDP-5020FD는 색온도가 Movie 모드에서도 평균 6000K 정도로 다소 낮게 설정이 되어있다. 이걸 높일 방도가 없다. 정밀하게 게인/바이어스를 조정하는 기능은 엘리트 PRO 및 시그니처 모델에서나 적용이 된다. 색온도 프리셋 기능을 제공하지 않을거라면 최소한도 Movie 모드의 기본 디폴트 값이라도 6500K에 맞추어 주었으면 좋았을텐데 왜 6000K에 맞추었는지 모를 일이다.

Pure Cine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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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어 시네마
기능은 파이오니아 고유의 프로세서 기능으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잘 알려져 있듯이 파이오니아는 Native 72Hz 출력이다. 최근에는 프로젝터의 경우 48Hz, LCD TV의 경우 120Hz, 240Hz 등의 True Rate Frame이 보급 되었지만 예전에는 True Rate Frame이라고 하면 으레 72Hz를 생각했었다. 필름 소스는 24Hz가 원본이다. 24Hz의 배수인 48, 72, 96, 120, 240 Hz... 등은 원본 프레임을 2배, 3배, 4배, 5배, 10배... 식으로 고스란히 더블링 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중간의 2-3 풀 다운 프로세싱 과정에서 오는 저더(Judder)가 없다. 그래서 영상이 극장에서 보는 원본 필름과 똑같이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이어진다. 파이오니아 플라즈마 TV는 72Hz 트루레이트 프레임을 상당히 일찍부터 지원해 왔었다. 블루레이 디스크는 필름 소스의 경우 원본 그대로 24Hz로 저장이 된다. 따라서 블루레이 디스크를 쿠로로 시청하면 중간 과정의 인버스 텔레시네, 3-2 풀다운 과정 없이 프레임 수만 3배수가 되어 원본 그대로 재생이 된다. 블루레이는 대개 1080p 해상도이므로 업스케일링 과정도 역시 생략된다. 가장 완벽한 케이스이다.

[아래 부분부터는 원래 썼던 내용을 수정해서 2009년 4월 20일자로 다시 올린 것입니다. 내용이 바뀐 점 사과드립니다]
Pure Cinema의 Film Mode는 <Standard>, <Smooth>, <Advance> 그리고 <OFF>의 네 가지 모드가 있다. 이 모드들의 제조사측의 기술적인 설명이 부족한 탓에 그 동안 다소의 혼선이 있었다. 필자 또한 5010FD 리뷰 때 언급한 내용과 다음의 내용이 다소 차이가 있는데, 필자가 5010FD를 좀 더 꼼꼼히 살펴 보지 못한 탓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혼선의 과정은 다음에 다시 쓰게 될 쿠로 시그니처 KRP 모델에 대한 설명 때 자세히 언급하기도 하자.)

알기 쉽게 각 Pure Cinema 모드의 해상도 별, 프레임 레이트 별 작동여부를 표로 만들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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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스튜디오 녹화물 등 30프레임, 60Hz의 방송용 카메라으로 제작된 소스를 통칭 비디오 소스라고 부른다. 한편 35mm 카메라를 이용해 촬영하여 기본 프레임이 24Hz로 된 소스를 통칭 필름 소스라고 부른다. TV는 기본 출력이 60Hz이다. 비록 출력은 60Hz이지만 TV에서 방송되는 소스는 비디오 소스도 있고, '주말의 명화'처럼 필름 소스도 있다. 영화 전문 케이블 채널의 경우는 내보내는 소스의 대부분이 필름 소스이다. 원래 24Hz 였던 소스를 60Hz로 변환시켜 내보내게 된다. 이를 3:2 풀다운이라 하며, 이 과정에서 앞에서 설명했던 저더(Judder)라고 하는, 화면을 부자연스럽게 만드는 프레임이 슬며시 끼어들게 되지만, 보통 사람은 잘 눈치 채지 못한다.

퓨어 시네마의 작동 원칙을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게 된다.

(1) 모든 비디오 소스에는 "Pure Cinema" 가 작동하지 않는다. 전부 그대로 어떤 모드에서든 60Hz로 출력될 뿐이다.
(2) 1080p/60Hz에서는 "Pure Cinema" 가 작동하지 않는다. 필름 소스라 하더라도 그렇다.
(3) 1080p/24Hz는 "Advance"와 "Standard" 모두 3:3 72Hz 프로세싱을 한다.
(4) "Advance"는 Interlace와 Progressive를 가리지 않지만, "Standard"는 Interlace에서만 작동이 된다.

Pure Cinema 모드 <OFF>는 아무런 프로세싱 작동도 하지 않고, 무조건 모든 소스를 60Hz로 강제 출력 시킨다. 들어 오는 소스가 필름 소스이냐, 비디오 소스이냐에 관계 없이 무조건 60Hz 출력이다.

<Smooth> 모드는 일종의 보간 모드로 프레임과 프레임 사이의 영상을 추정해서 만들어 넣는 것으로 세칭 "미끄덩" 모드라고 평론가들이 비아냥 거리는 모드이다. 얼핏 보면 영화도 방송 드라마처럼 미끄덩하게 나와 좋아 보이지만, 기실은 작위적인 영상이요, 움직이는 물체와 정지된 배경 사이의 경계선 부분에 커다란 크로스 아티팩트를 형성하기 때문에 전혀 권장하지 않는 모드이다. 한 동안 이 "미끄덩 모드"를 각 사들이 엄청 광고했었지만, 실제 쓸모가 없는 기능이다. 그래도 쿠로의 <Smooth> 모드는 다른 제품들에 비해서는 그 부자연스러움이 덜한 편이다. 그래도 역시 쓸 게 못된다.

핵심은 <Standard>와 <Advance> 모드이다. 이들 모드는 다음과 같이 몇 가지 필터링 과정을 거친다.

 (1) 우선 들어오는 입력 소스가 60Hz인지, 24Hz인지를 일단 파악한다. 그래서 24Hz이면-이 경우는 브룰레이 밖에는 해당사항이 없다- 별도의 프로세싱 없이 그대로 3배를 곱하는 3:3 풀다운을 해서 72Hz로 내보낸다. 가장 이상적(理想的)인 형태이다. (<Standard>가 1080p/24Hz 소스에서는 72Hz 출력을 한다는 것은 필자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2) 만일 들어오는 입력 소스가 60Hz이면, 그 다음 걸러내는 파트는 입력이 interlace인가, progressive 인가이다. interlace 입력이면 둘 다 작동하지만 progressive 입력이면 <Standard>는 작동하지 않고 그냥 들어온 그대로 60Hz로 내보낸다. 입력 소스가 필름일 경우는 제대로 된 true processing이 아니라, 그냥 대충 곱배기로 튕겨 버리는 뻥튀기 프로세싱이 된다. 따라서 입력이 progressive일 때는 <Standard>는 선택하면 안 된다.
 (3) 마지막으로 이 두 모드는 들어오는 60Hz 입력 소스가 필름 소스인지 비디오 소스인지 판단한다. 그래서 비디오 소스면 역시 아무런 작업도 하지 않는다. 필름 소스이면 그제가서 프로세서가 작동한다. 필름 소스를 디텍션해서 24프레임으로 원본 상태로 복원시킨 뒤 1080p로 I/P 변환을 하되, <Standard>는 다시 3:2 풀다운을 거쳐 60Hz로 출력을 시키고, <Advance>는 3:3 풀다운을 통해 72Hz로 트루 프레임 레이트 출력을 하게 된다. 당연히 후자가 더 이상적이다.

아래는 1080i/60Hz의 Film Source 영상에 대한 프로세싱 테스트 무빙 패턴이다. 패턴이 움직일 때마다 중앙부분 고대역 부분이 심하게 흔들리고 떨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가운데 노란색 띠가 보이는 부분) 이는 1080i/60Hz 영상을 인버스 텔레시네를 통해 24Hz로 풀어 내지 않고, 그대로 1080p/60Hz로 강제 출력(bobbing)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름 소스에서는 <OFF>를 쓰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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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처럼 <Standard> 모드를 쓰게 되면 60Hz 필름 소스를 인버스 텔레시네 한 뒤 I/P 변환해서 다시 3-2 풀다운이 된 60Hz로 출력 한다. 아까 보였던 무빙 시의 아티팩트는 말끔히 사라진다. 하지만 이 모드는 3-2 풀다운을 하기 때문에 저더(Judder)는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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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Advance> 모드이다. 이 모드는 <Standard>와 똑 같이 60Hz 소스를 인버스 텔레시네 하나, 3-2 풀다운을 하지 않고 곧바로 3 배수를 해서 72Hz로 출력한다. 따라서 저더가 전혀 없는 자연스러운 영상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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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프로세싱 용어가 익숙하지 않은 분들에게는 뭐가 뭔지 헷갈리기만 하실 것이다. 사실 설명은 복잡하게 했지만 결론은 아주 간단하다. <Advance>모드만 쓰면 된다. 이게 만병 통치약이다.

<Advance>
모드는 ⓐ 비디오 입력 신호가 들어오면 그냥 패쓰 스루 시켜 그대로 60Hz로 내보낸다. ⓑ 그리고 필름 소스가 들어오면 알아서 디텍션해서 24 프레임으로 풀어낸 후 3배수를 해서 72Hz로 내 보내기 때문에 저더가 없는 아주 좋은 영상을 보여준다. 24프레임 무비 카메라의 렌즈를 통해서 확인 작업을 해 보았다. 똑같은 1080p/60Hz의 방송 소스인데 일반 스튜디오 녹화물이 보여질 때는 <Advance> 모드가 작동하지 않다가, 방송 내용이 영화 프로그램으로 바뀌자 약 5~10초 쯤 뒤에 <Advance> 모드가 작동하면서 72Hz 출력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참, 신통한 재주이다. 물론 실시간 방송 필름 소스의 경우는 DVD, D-VHS 처럼 디텍션을 위한 플래그가 들어있지 않아 디텍션이 완벽하지는 않다. 몇 분에 한 번씩 놓치게 되면 다시 60Hz로 절환이 되었다가 다시 5~10초 뒤 72Hz로 바뀐다. DVD나 D-VHS 일 경우는 완벽하게 작동한다. ⓒ 마지막으로 1080p/24Hz 블루레이가 들어와도 완벽하게 잘 작동이 된다. (필자는 이전까지만 해도 Advance 모드는 비디오 소스도 72Hz로 출력 시켜 주는 줄 잘 못알고 있었다.)

그런데 <Advance> 모드에도 한 가지 딜레마가 있다. 바로 DVD의 1080p 출력문제다. 쿠로는 1080p/60Hz의 경우 밴드폭이 너무 커서 프로세싱 작업을 할 경우, 화질에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해 아예 1080p/60Hz는 퓨어 시네마가 작동하지 않도록 만들어 버렸다. 필름 소스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런데 많은 DVDP들이 1080p로 출력을 한다. 이 경우 쿠로는 퓨어 시네마가 작동하지 않아, 무조건 받은 그대로 내보낸다. 즉 72Hz의 트루 레이트 출력의 혜택을 볼 수 없고, 따라서 저더도 그대로 존재한다.

만일 DVDP가 720p/480p/480i로 출력할 경우에는 쿠로의 <Advance> 퓨어시네마 모드가 작동해서 72Hz 출력이 된다. 따라서 Judder Free의 TrueRate 만 생각하면 DVDP의 출력을 720p나 480p로 하는 것이 좋다.(1080i 출력은 권장하지 않는다.) 그런데 DVDP에 따라서는 480p/720p 보다 1080p가 다른 부분에서 화질에 더 장점이 있을 수 있다. 480p/720p의 경우는 DVDP가 한번 프로세싱 한 것을, 쿠로가 다시 한번 더 프로세싱 하는 "더블 프로세싱" 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사실 아티팩트가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DVD의 경우는 사용자가 직접 선택을 해야 한다. DVDP의 출력 모드를 480p/720p/1080p에 각각 놓고 쿠로에 비춰진 그림을 비교한 뒤 ① 1080p 영상이 확실히 더 좋으면 굳이 Judder에 연연할 필요 없이 그냥 1080p로 출력하면 되고, ③ 엇 비슷한 수준이면 <Advance>가 작동할 수 있는 480i/480p/720p 안에서 알맞은 출력 해상도를 선택하면 된다.
[2009년 4월 20일자 수정된 파트는 여기까지입니다]

Pure Cinema에는 위의 Film Mode 외에 Text Optimization 이라는 기능이 있다. 이 기능이 어떤 이치로 작동하는 것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화면 하단 부분에만 어떤 윤곽보정 회로를 가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잘 이해가 안 간다. 아무튼 이 기능은 아래 사진처럼 화면 하단에 자막이 흘러갈 때 생기는 Dot Crawl을 단번에 없애주는 신기한 성능을 보여 주기는 한다. 그런데 테스트 해 본 결과 다른 모드에서는 효과가 없고, 60Hz 소스를 인버스 텔레시네하는 Advance 모드에서만 작동이 되었다. 짐작컨대 디텍션 아티팩트와 관련된 듯 하다. 평상 시에는 꺼 놓고, Advance 모드 작동 시에만 상황에 따라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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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전력 및 절전 모드

플라즈마는 항상 소비 전력에 민감하다. 스펙에 적혀 있는 PDP-5020의 최대 소비 전력은 436W, 대기시 소비전력은 0.2W이다. 실측 결과도 비슷했다. PDP-5020FD는 미국 모델이라 전압이 120V이다. 따라서 220V→120V 다운트랜스가 중간에 끼게 된다. 따라서 아래의 측정기에 나타난 소비 전력 수치들은 모두 일률적으로 8.3W(다운트랜스의 기본 소비전력)를 빼고 계산해야 한다. 아래 사진들은 대기시 소비전력이다. 블랙 필드 시 소비전력, 100 IRE 1/9 윈도 패턴 시의 소비전력 측정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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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 시 소비전력은 다운트랜스의 기본 소비전력과 동일한 8.3W이다. 즉 대기 전력은 거의 잡히지 않는 뜻이다. 한편 블랙 필드 소비전력은 74.8W가 나왔다. 실제는 64W 쯤 되는 셈이다. 그리고 100 IRE 1/9 윈도 패턴 시 소비전력은 296.2W, 실제 상으로 288W가 나왔다. 최근 이종식님이 리뷰한 바 있는 삼성의 LED 광원 LCD TV인 B7000의 소비전력을 한번 측정해 보았다. 블랙 필드에서 55W, 100 IRE 1/9 윈도 패턴에서 91W가 측정 되었다. 실제로 TV 영상을 띄워 놓고 약 5분 간의 전력 변화를 체크해 보았다. PDP-5020FD의 실 소비전력은 235W~424W 사이에서 움직였으며 평균 값은 370W였다. (한편 삼성 B7000의 경우는 동일한 영상을 기준으로  55W~95W 사이에서 변동이 있었고 평균 값은 85W였다. LED 광원 LCD TV의 소비전력이 확실히 CCFL 방식보다는 많이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쿠로는 두 가지의 절전모드를 가지고 있다. Power Control 메뉴에 가면 <Mode 1><Mode 2> 두 가지 선택모드가 있다. 아래 사진은 동일한 패턴을 띄우고 절전모드를 <OFF><Mode 1><Mode 2> 바꿔가며 소비전력을 측정한 값이다. <OFF> 일 때 328.4W, <Mode 1>에서 311.4W, <Mode 2>에서 304.0W가 측정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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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OFF> 떄의 소비전력을 100%이라고 본다면 <Mode 1>은 95%, <Mode 2>는 92% 수준이다. 그렇게 에너지 세이브 효과가 큰 편은 아니다. <Mode 1>, <Mode 2><OFF>에 비해 최대 밝기가 약 70% 수준이다. 그런데 최대 밝기만 주는 것은 아니고, 블랙의 밝기도 그만큼 줄어든다. 따라서 전체적인 명암비는 <OFF>가 다소 높기는 하나 <Mode 2>도 충분한 수준으로 사실 별반 차이가 없다. 감마가 틀어지거나 영상에 왜곡이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Mode 2>를 사용해도 별 문제 없다. (<Mode 1>보다는 <Mode 2>가 더 명암비가 높다.) 하지만 위에서 살펴 보았듯 <Mode 2>의 절전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다. 또 쿠로는 블랙이 이미 내려갈 만큼 내려가 있기 때문에 굳이 블랙을 더 낮추자고 <Mode 2>를 선택 할 필요도 없다. (블랙과 감마를 비롯한 화질에 대한 사항은 리뷰 2부에서 좀 더 자세히 살펴 보기로 하자.)
 
필자는 <Mode 2> 사용도 괜찮다고 본다. LCD TV는 더 끔찍한 형편이지만, 필자는 PDP도 최대 밝기가 사실 좀 과다 하다고 본다. 일반적인 TV 방송을 볼 때에는 관계 없다. 밝은 환경에서 스포츠 중계를 볼 때에는 필자도 스탠다드나 다이내믹 모드로 본다. 그러나 쿠로 같은 TV의 진 면목을 즐기기 위해서는 역시 고화질의 블루레이 컨텐츠를 방을 어둡게 하고 보는 것이 제 격이다. 이 상황에서는 오히려 절전모드 <OFF> 모다 <Mode 2>가 밝기도 적절하고 더 편안한 느낌을 준다. 따라서 <Mode 2>도 무방하다.

그런데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절전 모드는 미세한 전기 노이즈를 발생 시킨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영상에서는 차이를 못 느끼지만 아주 정세한 라인들이 교차하는 부분에서 지글거리는 전기 노이즈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 노이즈는 심할 경우 크로스 컬러 노이즈까지 유발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전기 노이즈는 어떤 가정은 <Mode 2>에서, 어떤 가정은 <Mode 1>에서 그리고 어떤 가정은 오히려 <Off> 상태에서 더 심하기도 하고 뒤죽박죽이다. (대개는 <OFF>가 가장 안정적이기는 하다) 정보량이 아주 많은 화면-사람이 가득 들어찬 경기장 관중석을 롱 샷으로 잡을 때 관객이 입은 줄무늬 의상 같은-을 정지 시켜 놓은 뒤, 모드를 바꿔 가며 자잘한 노이즈가 어떻게 변화 하는지 살펴 보신 뒤 적절한 모드를 선택하시면 되겠다. 물론 기본은 역시 <OFF>이다.

오버스캔 및 오비팅(Orbi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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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세대 쿠로도 그랬지만 9세대 쿠로 또한 <Dot by Dot> 화면 모드를 오로지 리모컨에서만 선택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메뉴에서는 선택이 안 된다. Dot by Dot 모드로 놓아야 오버스캔 없이 1920x1080 픽셀을 1:1 매칭 시켜 Full로 다 쓰게 된다. Full, Wide, Zoom 등 여러 다른 모드는 모두 오버스캔을 하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의 Full HD가 아니다. 왼쪽 사진은 Dot by Dot 상태에서의 JKP 오버스캔 테스트 패턴 스크린 샷이다. TV 화면 오른쪽 끝에 보일랄말락 흰색 수직 라인이 비친다.(사진을 클릭하면 좀 더 큰 화면으로 보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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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흰색 라인은 0% 블랭킹 포인트를 가리키는 것으로 이 라인이 보이면 화면 정보가 100% 다 나오는 것이다. 한편 오른쪽 사진은 Full 모드에서의 같은 패턴 스크린 샷으로 TV 화면 오른쪽 끝이 1.5% 지점에서 짤린 것을 볼 수 있다. 한쪽이 1.5%이니 양쪽 합치면 3% 오버스캔이 된 셈이다. 즉, Full 모드에서는 207만개의 원본 소스 정보 중 195만개만 취해서 억지로 1920x1080 화면에 늘려 맞춘 셈이 된다. 따라서 화면 모드는 Dot by Dot로 놓는 것이 원칙이다. (이 화면 모드는 입력을 바꿀 때마다 지 멋대로 자주 바뀐다. 따라서 입력을 바꿀 때마다 항상 습관적으로 화면 모드가 Dot by Dot 인지 체크해야 한다.)

아래 사진은 JKP 픽셀 매칭 패턴이다. 왼쪽은 Dot by Dot, 오른쪽은 Full 모드일 때이다. 왼쪽 사진에서는 1080p 픽셀바가 곱게 매칭이 되어 나타나고 있지만, 오른쪽 사진에서는 가로 밴드와 스팟이 생긴 것을 볼 수 있다. 오버스캔 때문에 이웃한 픽셀들이 서로 뭉쳐 버리기 때문에 그렇다. 일반적으로 보는 영상에서는 별 차이 없을 것이라고 지레 짐작해서는 안 된다. 인간의 감각 능력은 지각 능력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다. 순간 순간 지각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감각 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1:1 픽셀 매칭이 된 영상이 더 정세하고 자연스럽다는 것은 화질에 민감하지 않은 일반인이라도 장시간 시청 하다보면 부지(不知) 중에 느낌으로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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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세대 쿠로는 8세대와 동일한 오비트 모드를 제공하고 있다. <OFF>Orbit를 하지 않는 것이고, <Mode 1>오버스캔이 된 상태에서의 Orbiting이다. 그리고 <Mode 2>오버스캔이 전혀 없는 <Dot by Dot> 모드에서의 Orbiting이다. 따라서 <Mode 2>+<Dot by Dot>을 선택하게 되면 화면이 움직이면서 가장자리 쪽 일부가 아예 까맣게 되면서 정보가 안 나오게 된다. 이 것은 정상이다. 100% Full Scan 상태에서 오비팅을 하자면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플라즈마는 원래 번인을 신경 써야 하거니와, 쿠로는 특히 다른 PDP 보다도 더 민감한 편이다. 블루레이로 영화를 볼 때에는 별 문제 없다. 오비팅 기능을 꺼도 된다. 영상이 계속 바뀌기 때문이다. 번인이 가장 걱정되는 화면은 "홈 쇼핑" 채널처럼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도 위치를 바꾸지 않고 제자리에 박혀 있는 문자들이 많은 화면이다. 국내 방송 화면, 특히 케이블 채널의 경우는 끔찍하다. 24시간 내내 한쪽 귀퉁이에는 채널명이, 다른쪽 귀퉁이에는 프로그램 명이 선명하게 박혀 있다. 스코어 박스가 표시되는 스포츠 중계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경우에는 반드시 오비팅 모드를 선택해 주어야 한다. Dot by Dot 화면 모드라면 이때에는 Mode 2의 오비트 기능을 실행해 주어야 한다.

8세대 쿠로 리뷰 때에도 말씀 드렸지만 화면에 자국이 남는다고 해서 모두 Burn-In 이 된 것은 아니다. 가끔 이런 것 때문에 깜짝 놀라서 당황하는 분들을 뵙게 되는데 전혀 당황하실 필요 없다. 화면에 자국이 남지만 잠시 시간이 지나면 곧 사라지는 일시적인 번인 현상을 Image Retention이라고 한다. 쿠로는 Image Retention이 꽤 심한 편이다. Below Black 처럼 어두운 레벨에서도 이미지 리텐션이 일어난다. 하지만 이 이미지 리텐션은 일시적인 것이라 다른 영상이 그 부분에 포개지면 잠시 후 금방 사라진다. 좀 심하다 싶을 경우에는 옵션 메뉴에 있는 "Pattern" 항목을 찾아 돌리면 된다. 리텐션을 제거해 주는 "패턴"으로 이 패턴을 20분쯤 작동시키면 화면에 존재하던 자잘한 리텐션은 모두 제거된다. 이 패턴은 실행을 마치려면 반드시 TV를 꺼야 한다. 그래서 TV를 곱게 다루시는 분들은 시청을 마치면 마지막으로 이 패턴을 돌린 후 끄는 습관을 갖고 계시기도 하다.

오디오

18W+18W (1kHz, 10%, 6옴 기준)의 쿠로 스피커는 성능이 썩 괜찮은 편이다. 스피커는 아랫쪽에 부착된다.  (엘리트 모델은 좌우에 붙인다.) 요즘은 디자인 경쟁 때문에 TV 스피커는 천대받는 추세이다. 그런 가운데 쿠로는 오디오 성능에 꽤 신경 쓴 흔적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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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세대 쿠로에서는 여러가지 사운드 이펙트 기능이 추가 되었다. SRS Focus는 스피커와 시청자의 귀 위치가 잘 안 맞아 보이스가 잘 안 들릴 때 소리의 수직 투사 방향에 변화를 주어 포커싱 위치 보정을 해 주는 기능이다. SRS TruBass는 명칭 그대로 저역대를 보강하는 기능이고, SRS Definition은 중역대의 음질을 더 개선 시킨다고 하는데, 효과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TruBassFocus는 효과가 꽤 그럼직하다. 9세대 쿠로에는 디지털 광 출력 단자가 한 개 있다. 광 출력 포맷은 PCM과 Dolby Digital 두 가지 중 하나로 선택할 수 있다. 전자라면 입력되는 신호를 모두 PCM(2채널)으로 바꾸어 출력 시키고, 후자라면 돌비 신호가 들어오면 돌비 디지털로, 다른 신호가 들어오면 PCM으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

이제 2부에서는 9세대 쿠로의 블랙, 컬러, 계조, 감마 등 세부적인 화질에 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다루어 보기로 하자.

Posted by hifinet